
"고객 제일, 교육품질 제일로, 안심하고 활기차게 배울 수 있는 학교, 진로목표를 보증하는 학교를!"
이는 올해 언론의 관심 속에 개교한 동경도립 쯔바사 종합고등학교가 내건 슬로건이다. 기업경영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이 학교 교장이 다름 아닌 일본 최초의 기업인 출신 교장이기 때문이다.
동경도 교육위원회는 이 학교를 교육개혁의 표본으로 삼으려는 듯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개설 예정된 선택과목은 150여 개에 이르며, 교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독특한 설계와 최신 냉온방·체육관 시설 등 최고를 자랑할 만하다. 연 서 너 차례의 학교설명회는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이나 학부모들로 매번 만원사례고 올해 첫 입학 경쟁률도 3대 1을 웃돌았다.
화제의 민간인 교장 임용제가 등장한 것은 1998년 중앙교육심의회의 답신이 계기가 됐다. 교장자격을 완화해 교원 자격이 없이도 교장이 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교원자격증이 없는 교장이 25개 공립학교에 임용돼 있고, 내년에는 14, 15명이 추가될 예정이다.
문부과학성의 보고에 의하면, 이들 교장의 전직은 기업체 간부 등 민간인이 22명, 교육위원회 직원출신이 2명, 학교사무직원 출신이 1명으로 분포되어 있다. 기업체 간부가 대중을 이루는데, 닛산, 히다치, 소니 등 대기업과 은행간부 출신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민간인 교장 임용 방식이 경제단체 추천보다 대부분 공모에 의한 방식으로 전환돼 기업인들로부터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령대는 50대가 대부분이고, 당사자의 학교경영 계획보고서 등을 기초로 전형위원회 면접을 거쳐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민간이 교장 전형과정에서 눈에 띠는 부분은 선발후 부임까지 반년 가까이 이른바 교장 연수를 집중적으로 실시하는데, 쯔바사 고등학교의 경우처럼 신설학교의 경우에는 개교 1년 8개월 전부터 개교준비 교장으로 임용하기도 한다. 임용후의 신분 및 처우는 일반 교장과 동일하게 취급되며 급여는 통상 당해 지방공공단체 직원의 급여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되 기업에서의 경력을 인정하고 있다.
도입단계인 민간인 교장제에 대한 반응은 아직 유보적이다. 학교경영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나 교장인사의 폐쇄성을 타파할 수 있다는 기대 등 긍정적인 의견이 대두되는가 하면, 민간인 교장의 교육에 대한 전문성의 결여를 우려하고 경영인으로서 교장 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는 쪽도 많다. 특히 교과가 전문화된 고교보다는 하급 학교일수록 교수활동 영역에 있어서 지도·조언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동경의 두 민간인 교장을 면담한 결과, 그들은 "일본의 학교조직과 풍토가 냄비 뚜껑형, 즉 교장, 교감의 관리직 이외에는 직위의 위계가 없는 탓에 업무수행상 기동성이 기업만큼 발휘되지 않는다"고 공히 지적했다. 그래서 그들 교장은 먼저 조직을 기업형으로 계통화·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가동시키고 교원과의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쯔바사 고교의 야마가미(山上) 교장은 아예 교무실에서 교장업무를 보고 있고, 다까시마 고교의 경우는 교장실에 회의실 테이블을 설치하여 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한다. 이들의 역량발휘로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은 학교가 무엇인가 변하고 있고 여느 학교와는 다른 분위기를 쉽게 느낀다. 실제로 학교입학 희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내년에 고교 통학구가 폐지되면 이들 학교의 인기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민간인 교장제는 학교운영 방식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학교장들의 못마땅한 시선에서도 느껴지듯이 이들에게 결핍된 교수·학습에 관한 장학능력은 최대의 결함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시에 이 영역에 대한 교감의 조력과 업무부담은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민간인 교장의 각종 방송 신문 인터뷰와 연 40∼50회에 이르는 강연 스케줄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벌리고 있는 학교경영의 퍼포먼스가 과연 현장 교원과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체감되고 있는 것인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도교육위원회가 이렇듯 특색 있는 학교 메뉴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학교를 선택하는 학부모의 기준이 대학진학 보장에 있는 것도 하나의 한계다. 쯔바사 고교에서 만난 어느 학부형의 말이 떠오른다.
"시설은 훌륭한데 문제는 내용이군요". 기대반 우려반인 민간인 교장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