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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런 사람들 정말 나빠요"

집이나 학교 주변을 다닐때면 차비가 없다며, 혹은 다른 위급한 일로 돈을 빌리려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멀쩡한 겉모습과 긴박한 상황 설명에,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선뜻 돈을 꺼내게 되는데... 그런 사람들 중 상당수가 거짓으로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곤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돕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그런 사람을 돕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 지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런데, 그런 사람의 마음을 이용한 파렴치한 사기 행각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다들 그런 일을 한 두 번은 겪어 봤다고 한다.

그 중 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면, 내 친구 정모군은 집에 돌아오는 중,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자신을 OO대 학생으로 소개하면서,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차비를 빌려달라고 접근했다고 한다. 그 때 친구는 가진 돈이 없어서 솔직히 돈이 없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 대학생이 그럼 집이 어디냐고 물어 이 근처라고 대답하자, 집까지 따라갈 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모군은 집에 가서 돈을 꺼내 대학생의 손에 들려 주었다. 늦은 시간이었던터라, 택시비까지 요구했다는 그 사람. 순진하게도 정모군은 그가 달라는 대로 돈을 꺼내 주었고, 그 대학생은 돌려주겠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물론 정모군의 돈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5000원이란 돈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그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선배 언니의 얘기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사기였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다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아프다는 소리에 언니는 선뜻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 사람의 행동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노골적으로 통장에 돈이 얼마있는 지를 묻고, 횡설수설, 자꾸만 말이 바뀌는 등 수상한 행동을 잔뜩 했다. 그러더니 포기한 듯 스스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누군가가 아프다는 핑계까지 대가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길가를 가다가 위급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아님 주거나 하는 도움을 줄 때, 도움을 청한 사람들이 모두 사기꾼이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정말 긴박한 상황때문에 돈을 빌리고.....누군가의 친절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위기를 잘 극복한 사례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런 사례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많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 번 사기를 경험하고 나면 나중에 정말 위급한 사람을 만나도 의심을 먼저 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지난 월요일. 약속 장소를 향해 가던 중, 차비가 없다는 아이를 만났다. 버스를 세 번은 타고 가야 집에 갈 수 있다는 그 아이, 미래의 선생님이 될 사람으로서 어려운 처지에 놓은 어린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갑에서 세 번 버스를 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꺼내 아이의 손에 들려 주었다. 아이를 보내 놓고, 멀어져 가는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예전에 친구에게 들었던 사기 얘기가 떠올랐다. 상습적으로 차비를 빌려 달라고 접근해 돈을 뜯어낸다는 사람들 얘기 말이다. 저렇게 어린 아이가 그럴 리는 없다고 금방 그 생각을 떨쳐 버렸지만, 잠시나마 아이를 의심했던 내 자신이 서글펐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몇 몇 이들의 사기 행각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어려운 이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을 자신의 배를 채우는 데에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맘 편히 믿을 수 있는 사회로의 길이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얻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그런 사람들이 어서 정신을 차리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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