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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非선호 학교' 교사는 괴롭다

섭섭함·"해볼만" 자신감 교차
"제도개선과 지원책 병행돼야"

경기도 평준화고교 재배정 사태가 도교육청과 학부모들간의 합의에 따라 마무리되고 있지만 `비선호 학교' 교사들의 심정은 찹찹하다. "작년에 서울대 몇 명 보냈느냐?" "그곳도 학교냐?"하는 식의 학부모들의 화풀이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고 있는 데다 입학식이 끝나자 마자 쇄도할 지 모르는 전학사태 때문이다.

평준화지역 고교 재배정에 불만을 품고 도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이던 학부모들은 19일 밤 늦게 전원 귀가했다. 도교육청은 원거리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에게 `선 등록 후 전학'의 형식으로 재 추첨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또 "근거리 학교에 배치된 학생들도 전학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농성하던 의왕 ·고양· 분당 지역의 학부모들은 '도교육청과 차후 협의를 계속한다'는 조건에서 농성을 풀었다.

합의에 따라 고교 재배정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호학교에 배정되면 아무런 불만이 없지만, 비 선호 학교에 배정된 학부모들은 거리를 불문하고 전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도교육청 농성장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무리를 지어 대책을 논의하던 학부모들은 "솔직히 말해서 여기 온 학부모들 대부분이 기피학교에 배정된 사람들 아니냐?"고 했다.

한 학부모는 "기피 학교에 배정된 돈 있는 사람들 중 서울로 전학시키기 위해 위장 전입해 놓은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런 우려는 신입생예비소집 때도 현실로 나타났다. 성남지역 비선호 학교의 한 교사는 "예비소집에 불참한 학생이 90명이 넘었다"며 속상해했다.

이날 예비소집에 불참한 학생들은 경기도 평준화지역 전체에서 6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의 교사는 "학교설명을 하고 있는 다른 한쪽에서는 등록거부 서명을 받고 있어서 썰렁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심정도 이해한다"면서도 "평준화제도에 찬성해 놓고서 비선호 학교에 배정됐다고 전학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다"는 반응이다. 교사들은 또 학부모들의 이런 대응은 "재학생들의 여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전학생들이 많을 경우 학교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비선호 학교의 한 교장은 "교사와 학생들의 사기 저하가 가장 우려된다"고 하면서 "학생수 감축에 따른 재정지원 감소로 학교운영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학교의 교감은 "대량 전학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밖에 없어 내년에도 기피현상이 반복되지 않겠느냐"고 걱정한다. "매년 서울로 전학가는 신입생들이 80여명 정도"라는 교감은 "서울로 전학 간 학생들은 다시 신도시 고교로 되돌아 온다"고 말한다. "평준화 실시 이전인 작년까지 서울로 전학가는 학생들 중 80%는 신도시 고교에 떨어진 학생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근거리 배정 된 학생들조차 전학을 허용한다면 올해는 전학생 숫자가 얼마가 될지 모를 일"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비선호 학교에 대한 논란은 이들 학교를 평준화지역에 포함시키면서부터 예견됐다. 학교배정 시 전산 오류로 문제가 커진 점도 있지만 제도상의 미숙함도 함께 지적된다. 경기도는 독특한 '선 지망 후 추첨과 근거리 배정 방식'을 채택했다. 이 제도를 두고 도교육청은 "평준화 제도를 유지하면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넓힌 방안"이라면서 "모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선 지원 후 추첨방식이 학교 서열화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농성을 통해 이 방식이 "비선호 학교를 더욱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는 성적별로 등급을 나눠 균등하게 학생을 배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특정학교를 기피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들 학교들은 변두리에 자리잡고 있거나, 실업계에서 전환된 지 얼마 안됐거나, 공사중이라는 특징이 있고, 그런 이유 때문에 한결같이 `대학 입시 때 불리할 것'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다. 또 `신도시 개발과정의 부산물'이라는 점도 있다. 성남지역의 비선호 학교들은 분당이 개발되기 이전 7, 80년대에는 명문고였다. 분당이 개발되면서 교통이 나빠지고, 상대적으로 낡은 학교시설 등이 기피요인으로 작용됐다. 그 지역의 한 교사는 "명문고에서 비선호 학교로 전락했지만 판교가 개발되면 자연스럽게 옛날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선호 학교의 교사들은 한편으로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지금 들어오는 신입생 정도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17일 이상주 부총리가 한 비선호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장은 "3년만 두고봐라, 명문고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큰 소리쳤다.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수교사 배치, 첨단 기자재 지원, 통학버스 제공 등을 교육청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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