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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00 교단문학상 동화-가작> 아기천사 꼬미

아침입니다.
꼬미는 침대에서 나와 구름무늬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내다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해님이 눈부신 모습으로 인사를 합니다. 해님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화사합니다. 동그란 빛방울이 연이어 터지는 것 같이 곱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꼬미 일어났구나. 잘 잤니? 어디 보자 밤새 날개가 얼마나 커졌는지? 활짝 펴보려무나."
꼬미는 날개를 자랑스럽게 활짝 펴 보입니다.
"우와, 꼬미 날개에 이제 무지개 무늬가 선명해졌구나. 그건 이제부터 무지개를 따라 땅 끝까지 날아갈 수 있는 뜻인데…, 꼬미야 축하한다."

꼬미는 해님의 말을 듣고 자기 날개를 내려다봅니다. 정말 날개 깃털 끝에 무지갯빛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꼬미가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꼬미는 기분이 좋아져서 어젯밤 내내 걱정하던 일이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사실 어젯밤에는 걱정으로 잠을 못이루다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꼬미는 아기천사입니다.
꼬미 또래 아기천사들은 천사학교를 다니며 천사수업을 받습니다. 그동안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하던 것이 끝나고 오늘부터는 혼자 다니며 현장 수업을 해야합니다. 천사학교에서 꼬미가 배운 것은 지상에서 사는 사람들을 돕는 여러가지 방법입니다.

꼬미 생각에는 사람들을 돕는 일은 아주 쉬워 보였습니다. 어렵거나 힘든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 편안한 상태로 이끌어 주는 것은 무척 보람있는 일로도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천사선생님은 이론 수업을 끝내며 꼬미가 생각하기에도 좀 이상해 보이는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꼬미가 밤새도록 걱정하던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천사는 동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왜 안되는 가에 대해 현장 수업을 통해 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꼬미는 동정심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좋은 천사가 되기 위해서는 동정심을 가지면 안된다고 하십니다. 꼬미는 그 점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잠이 안온 이유도 그것입니다.

해님의 칭찬을 듣고 기운이 난 꼬미는 애써 어젯밤의 걱정을 떨쳐버리고 무지개다리 앞으로 갔습니다. 무지개 다리가 서있는 곳은 천사마을 동구 밖입니다. 꼬미가 동구 밖 길을 걸어가자 길 좌우에 서있는 곳은 천사마을 동구 밖입니다. 꼬미가 동구 밖 길을 걸어가자 길 좌우에 서있는 별나무들이 반짝이는 별이파리를 흔들며 꼬미를 반겨주었습니다. 별나무는 가지마다 풍성하게 별이파리를 흔들며 꼬미를 반겨주었습니다. 별나무는 가지마다 풍성하게 별이파리를 달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별들은 하늘나라 저편으로 별빛을 내려보냅니다. 작은 가지에는 작은 별들이 큰 가지에는 큰 별들이 가득 달려있습니다. 별들은 꼬미를 보고 밝은 미소를 보냅니다. 별들의 미소는 햇빛 속에서도 반짝하고 빛납니다.

무지개 다리 앞에는 먼저 온 친구들이 줄을 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기천사들이 서있는 줄은 두 줄입니다. 한 줄은 꼬미와 같은 반 친구들이고 또 한 줄은 꼬미네 보다 훨씬 키가 큰 상급반 언니 천사들입니다. 꼬미는 또래 줄을 찾아 맨 끝에 섰습니다. 천사들이 줄서기를 마치자 선생님께서는 아기 천사들에게 하트 세 개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세 개의 하트입니다. 언니 천사들에게도 하트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언니 천사들에게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개 하트를 주셨습니다. 언니 천사들은 이미 꼬미들이 받은 세 가지 하트를 받아 들고 지상에 내려갔다 온 경험이 있습니다. 아기천사들은 이미 그 하트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천사선생님은 아기천사들에게 수업시간에 이미 다 들은 지상에서의 주의할 점에 대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당부를 하고 또 합니다. 꼬미 또래 친구들은 그런 것은 이미 다 안다는 표정으로 주의사항을 듣습니다. 마지막 주의사항을 들은 아기천사들은 무지개 다리 앞에 서서 무지개를 따라 날아갈 준비를 합니다. 이윽고 날개를 펴고 순서대로 날아가라는 신호로 큰 나팔 소리가 울렸습니다. 앞에 선 친구들부터 하나씩 날개를 펴고 무지개를 따라 날아갑니다. 꼬미가 보기에도 가슴 뛰는 멋진 광경입니다. 꼬미는 자기도 저렇게 멋지게 날 수 있을까 가슴을 조이며 차례를 기다립니다. 그 때 누군가 다가와서 꼬미의 손을 꼭 쥡니다.

'꼬미야, 씩씩하게 잘 다녀와야 해.'
꼬미는 그게 누구인지 알고 기쁨으로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꼬미가 제일 좋아하는 언니 천사 르미였습니다. 아주 긴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언니 천사입니다. 꼬미는 반가움에 르미를 보고 활짝 웃었습니다.
"이 하트 정말 예쁘지?"
르미언니는 초록색 하트를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네, 참 예뻐요."

꼬미는 부러워서 언니 하트를 살짝 만져봅니다. 르미언니는 잘하라는 신호로 꼬미의 어깨를 툭툭 가볍게 두들겨 주었습니다. 줄 앞에 서 계시던 선생님이 꼬미를 번쩍 안아서 무지개 다리 위에 놓아주었습니다.

"자, 꼬미 차례다. 어깨를 펴고 날개를 활짝 펴고 바람을 타는 거야."
꼬미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날개를 펴고 무지개 다리 위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무지개 다리를 따라 날아가는 것은 참 재미있습니다. 아기천사들의 날개 끝을 스치는 무지개 빛입자가 부드럽고 매끄럽습니다. 아기천사들은 즐거운 환호성을 지르며 끝없이 미끄러지다가 미리 약속된 지점에서 무지개를 벗어나 날아 내렸습니다. 아기천사들은 여기서 각각 땅 위로 흩어집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 혼자서 현장학습을 합니다.

무지개를 벗어나니 무지개 모양이 달라진 게 보였습니다. 하늘에서 볼 때는 동그란 고리 모양이던 무지개가 땅으로 내려와서 보니 반쪽만 땅 이쪽 저쪽에 걸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꼬미가 내려 도착한 곳은 어느 수풀 속입니다. 언니 천사들의 현장수업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하지만 꼬미 또래 아기천사들의 첫 번째 수업은 풀과 꽃과 나무, 곤충과 동물이 있는 자연에서 합니다.

꼬미는 처음 보는 세상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숲에서는 처음 맡는 향기로운 나무냄새가 났습니다. 밟고 선 땅도 하늘나라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훨씬 딱딱하게 느껴집니다. 꼬미는 숲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날개를 접고 푹신한 풀밭에 앉았습니다. 편안한 느낌입니다.

마냥 앉아 숲 여기저기를 바라보고 있는 꼬미의 등위에서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아, 누가 날 좀 도와줘요. 등이 아파요."
꼬미는 황급히 몸을 돌려 소리나는 곳을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커다란 장수풍뎅이가 부러진 나뭇가지 틈에 끼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꼬미는 재빨리 나뭇가지를 치우고 장수풍뎅이를 구해주었습니다.
"휴, 고마워요. 그런데 당신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누구 신가요?"
장수풍뎅이는 살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꼬미에게 물었습니다.
"응, 난 아기천사 꼬미라고 해."
"와, 천사 님이세요? 정말요?"
꼬미는 장수풍뎅이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서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그렇단다. 나는 너희들을 도와주려고 하늘나라에서 왔단다."
"와와, 정말요? 그럼 빨랑 내 친구좀 구해주세요."
장수풍뎅이는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네 친구가 왜? 무슨 일이 있는데?"

장수풍뎅이는 꼬미에게 따라오라고 하면서 숲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장수풍뎅이를 따라 들어간 숲의 큰 나무 그늘에는 은색 거미줄이 쳐져있고 한 마리 무당벌레가 거미줄에 걸려서 꼼짝 못하고 있었습니다. 보기에도 징그러운 커다란 검은 거미가 꽁무니에서 연신 실을 뽑아내 무당벌레를 친친 동여매고 있는 중입니다. 금방이라도 거미는 커다란 톱니 같은 입을 벌려 무당벌레를 먹어치울 기세입니다.

꼬미는 얼른 주머니에서 빨강 하트를 꺼내 무당벌레를 향해 던졌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무당벌레를 동여매고 있던 거미줄이 사라지고 무당벌레는 말짱한 모습으로 땅위에 내려왔습니다. 그걸 보고 있던 장수풍뎅이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무당벌레야, 무당벌레야, 이 분은 아기천사 꼬미님이셔. 너를 구해주셨단다."
무당벌레는 기쁨으로 눈물이 글썽해지면서 꼬미를 보고 말했습니다.
"천사님, 정말 고마워요. 살려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꼬미는 흐뭇했습니다. 무당벌레와 장수풍뎅이는 꼬미에게 같이 지내자고 졸랐습니다. 그러나 꼬미에게는 다음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한 자리에 오래 지체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꼬미는 무당벌레와 장수풍뎅이와 작별을 하고 숲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장수풍뎅이는 꼬미에게 숲 깊은 곳에 있는 죽음의 늪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동물들이 잘못해서 빠지게 되면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하는 늪이라고 했습니다. 꼬미는 늪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리로 가면 꼬미가 도와야 할 일들이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늪으로 가는 길에는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꽃향기가 숲에 그윽하게 퍼지고 새들이 나무 위에서 즐겁게 노래합니다. 꼬미는 숲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에 홀딱 반할 지경입니다. 꼬미가 숲의 아름다움에 반해 천천히 길을 가고 있을 때 갑자기 꼬미의 앞 쪽 수풀로 무엇인가 툭하고 떨어졌습니다. 뭔가 떨어진 곳 풀숲이 심하게 흔들립니다. 꼬미는 풀숲으로 다가가 움직이는 물체를 찾았습니다. 아직 몸에 털도 나지 않은 어린 새가 둥지에서 떨어져 가녀린 몸을 푸덕거립니다.

꼬미는 가엾은 마음에 얼른 아기 새를 두 손으로 받쳐들었습니다. 꼬미는 아기 새가 떨어진 둥지를 찾았습니다. 나무 위에 높다랗게 새 둥지가 있습니다. 꼬미는 새 둥지로 날아가 둥지에 넣어주었습니다. 둥지 안에는 또 다른 커다란 아기 새가 있습니다. 커다란 아기 새는 심술궂은 눈으로 꼬미를 바라봅니다. 뭔가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커다란 아기 새는 둥지에 다시 들어온 불쌍한 아기 새를 꼬미가 보는 앞에서 몸으로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꼬미는 그제야 그 둥지가 뻐꾸기가 몰래 알을 낳는다는 지빠귀 둥지임을 깨닫습니다. 알에서 깬 뻐꾸기 새끼는 둥지 속에 들어있던 지빠귀 알을 다 밀어 떨어뜨리고 알에서 부화한 새끼조차 밀어 떨어뜨리고 혼자 어미 지빠귀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먹고 큰다는 것을 천사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납니다.

아기 새는 또 다시 둥지에서 밀려나 떨어지기 직전입니다. 꼬미는 다시 떨어지려는 아기 새가 너무나 가엾습니다. 뻐꾸기와 사이좋게 둥지 안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꼬미는 주머니에서 노란 하트를 꺼내 둥지 안으로 던졌습니다. 지빠귀 새끼를 밀어내려던 뻐꾸기가 동작을 멈추었습니다. 지빠귀 새끼는 안심하고 둥지 안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꼬미는 두 아기 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둥지를 떠납니다. 꼬미는 둥지 안에 이제 평화가 찾아온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꼬미는 이제 세상에서의 숙제를 끝낸 것입니다. 나머지 파랑 하트는 꼬미가 천사나라로 돌아갈 때 쓰입니다. 돌아가기 위해 파란 하트를 던지면 천사나라로 가는 무지개 다리가 나타납니다. 꼬미는 나머지 숲을 다 구경하고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둥지를 떠나 꼬미는 늪으로 난 길을 계속 갑니다.

늪은 길 끝나는 곳에 있었습니다. 길이 끝나면서 갑자기 경사가 져서 길 끝에 온 동물들은 자칫하면 늪에 빠질 위험이 있어 보입니다. 검게 보이는 늪 주변에는 늪에 빠져 죽은 동물들의 뼈가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늪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고요했지만 여간 위태롭게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꼬미는 늪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죽음의 냄새가 몹시 싫었습니다. 숲의 아름다움과는 정반대의 느낌이었습니다.

늪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꼬미는 한 어린 소년을 만났습니다. 고수머리를 한 귀여운 소년입니다. 소년은 다급하게 숲을 헤치고 온 표정이 역력합니다. 옷차림도 엉망이고 손과 얼굴에는 나뭇가지에 스쳐 상처가 나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소년입니다. 두 뺨에는 눈물이 말라붙어 있었고 꼬미의 귀에까지 아직 남아있는 울음 끝이 흑, 흑 하고 들립니다.

소년은 그런 중에도 열심히 길을 찾아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늪으로 가는 길입니다. 소년을 보고있던 꼬미는 초조해졌습니다. 조금만 더 가다가는 소년은 늪에 빠질 것입니다. 꼬미는 소년에게 그리로 가지 말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년은 꼬미의 소리를 못 듣습니다. 천사의 모습은 동물이나 식물들에게는 보이지만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물론 소리도 못 듣습니다. 그래도 꼬미는 소년을 따라가며 큰 소리로 안타깝게 부릅니다.

"안돼, 그리로 가면 안돼!"
소년은 갑자기 마치 꼬미의 소리를 들은 것처럼 움찔하며 걸음을 멈춥니다. 꼬미는 소년이 자기 말을 알아들은 줄 알고 마음이 놓이려 합니다. 그런데 소년은 잠시 걸음을 멈춘 채 서있더니 냅다 늪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공포에 사로잡힌 모습입니다. 당황한 꼬미는 소년을 따라 날아갑니다. 달리던 소년은 늪으로 난 벼랑에서 넘어졌습니다. 소년이 늪을 향해 미끄러지기 시작합니다. 그걸 보고있는 꼬미는 안타까운 울음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소년의 발이 늪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꼬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년을 향해 파란 하트를 던졌습니다.

늪으로 빠져들던 소년이 갑자기 일어나서 뚜벅뚜벅 늪을 걸어나옵니다. 벼랑을 기어오르더니 다시 숲 아랫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꼬미는 소년이 숲을 다 빠져나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뒤따라갑니다. 소년이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엄마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본 꼬미는 기뻐 어쩔 줄 모릅니다.

하지만 소년의 집을 나온 꼬미는 금방 시름에 잠깁니다. 파란 하트를 써버렸으니 무지개 다리를 볼러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천사 나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꼬미는 곰곰 자기가 세상에 와서 한 일들을 생각해봅니다. 세 가지 하트를 쓴 일에 그다지 후회는 없습니다. 도와야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꼬미는 숲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도착했던 풀숲을 찾아 날개를 접고 쉬고 있습니다. 숲에는 어느덧 밤이 찾아왔습니다. 머리 위에서 날갯짓을 하면 노래하던 새들도 다 자기 둥지를 찾아갔는지 조용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꼬미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아니,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꼬미는 눈을 들어 하늘을 봅니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꼬미는 아침에 본 별나무에 매달린 별이파리들의 미소를 기억합니다. 여전히 별이파리들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꼬미는 멀리 혼자 떨어져 있습니다. 다정하던 해님도 생각나고 꼬미를 예뻐하던 천사선생님도 생각이 납니다. 꼬미는 슬퍼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 중에도 소년이 길을 잃고 이렇게 외롭고 무서웠을 테니 도와주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꼬미야, 힘들었지?"
자기도 모르게 풀숲에 누워 잠이 든 꼬미는 누구인가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꼬미의 눈앞에는 르미언니가 있었습니다. 르미언니를 발견한 꼬미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언니! 르미언니!"

꼬미는 그만 울음을 왕 터뜨리면서 르미언니의 품을 파고듭니다.
"그래, 꼬미야. 이제는 다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르미언니는 꼬미를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꼬미는 언니 품에서 고개를 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언니, 나 파란 하트도 써버렸어요. 이제 천사나라로 돌아갈 수 없어."
르미언니는 꼬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합니다.
"꼬미야, 이거 다시 보여줄게."

르미언니는 주머니에서 초록색 하트를 꺼냅니다. 아침에 무지개 다리 앞에서 르미언니가 보여주었던 하트입니다.
"으응, 아침에 본 하트네요?"
꼬미는 르미언니에게 말합니다.
"그래, 꼬미야. 이 하트는 말야, 너 같은 아기천사를 도와서 천사나라로 데리고 오라는 하트란다."
"그래요?"

꼬미는 기쁨에 눈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그런데 꼬미야, 천사나라로 돌아가기 전에 네게 보여줄 것이 있어."
"뭔데요?"
"지금부터 이걸 잘 봐."
르미언니는 꼬미의 눈앞에서 오른쪽 날개를 활짝 폈습니다. 날개의 무지개 무늬가 밝은 빛으로 바뀌면서 오늘 낮에 꼬미가 있었던 장소가 나타났습니다.

꼬미가 무당벌레를 거미한테서 구해준 장소입니다. 무당벌레를 거미줄에서 놓쳐버린 거미의 모습입니다. 거미는 갑자기 사라진 먹이와 거미줄에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릅니다. 먹이를 잡기 위해 며칠간 공을 들여 거미줄을 멋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무당벌레가 잡혀서 무척 기뻤습니다. 며칠간 굶으면서 애를 쓴 보람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있던 먹이와 거미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입니다. 거미는 상심했습니다.
다시 거미줄을 만들 생각도 없이 멍하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새 한 마리가 이런 거미를 발견하고 날쌔게 내려와서 거미를 덥석 물어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날아가는 새를 따라 장면이 바뀌자 꼬미는 깨닫습니다. 새는 지빠귀입니다. 거미를 물고 둥지에 가서 세끼의 입에 넣어줍니다. 사이좋아 보이던 뻐꾸기 새끼와 지빠귀 새끼가 둥지에 나란히 있습니다. 지빠귀 새끼도 열심히 입을 벌리지만 어미 새는 뻐꾸기 새끼에게만 먹이를 넣어줍니다. 어미 새는 또 어디론가 날아가서 먹이를 물어다가 뻐꾸기 새끼에게만 먹입니다. 얼마지 않아 아기 지빠귀 새는 힘을 잃고 죽었습니다. 어미 새는 아기 새의 시체를 둥지 밖으로 떨어뜨립니다. 르미언니는 여기까지 보여주고 날개를 접습니다.

"꼬미야, 보고 나니까 어때?"
꼬미는 할 말이 없습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 어딘가 잘못되었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습니다. 르미언니는 꼬미 마음을 다 알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꼬미야, 천사들이 경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들었니?"

꼬미는 얼른 대답합니다.
"동정심요."
"응, 그래. 그거지. 꼬미야, 그 말은 말이다. 천사들이 동정심을 아주 갖지 말라는 말이 아니고 동정심에 의해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세상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야."
"네? 그게 무슨 말인데요?"
"너 아까 세 번째 하트로 소년이 늪에 빠지는 것을 구해주었지?"
"네."
"그때 말이다. 네가 소년을 따라가면 막 불렀을 때 소년이 잠시 주춤하고 서있었지?"
"네."
"바로 그거야. 천사들은 그런 때에 하트를 써서 사람들을 돕는 거란다. 잘못된 길을 가거나 위험한 일을 하려할 때 그러지 말라고, 그러면 안된다고 알려주는 거지. 그 때 하트를 써서 알려주면 사람들은 우리들의 말을 알아들어. 사람들은 그걸 양심이라고 부른단다. 양심이 잘못된 것을 일깨우는 소리로 말이다."
"아!"

꼬미는 르미언니 설명을 듣고 나서야 모든 것을 깨닫는 기분이었습니다.
"언니, 그러니까 제가 쓴 하트는 다 때에 못 맞춰서 쓴 거군요?"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무당벌레에게 하트를 쓰는 시기는 거미줄에 다가가기 전에 그리로 가면 위험하다는 신호를 줄 때 쓰는 거고, 지빠귀 둥지에는 뻐꾸기가 알을 낳기 전에 지빠귀 마음속에 둥지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줄 때 써야하는 거지."
"그래도 지빠귀어미는 어떻게 자기 새끼에게는 먹이를 안 주나요? 나빠요."
"응, 꼬미야. 그건 말이다. 동물들은 언제나 가장 강한 새끼부터 먹이를 주는 거야. 어차피 강한 새끼가 더 오래 살고 대를 이어간다는 것을 본능으로 알기 때문이야. 지빠귀가 뻐꾸기를 제 자식으로 알고 있는 거니 어쩔 수가 없는 거지. 세상에 사는 생명들은 다 살아가는 방법이 따로 있단다."
"아, 언니. 알겠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동정심을 경계하라고 하셨군요."
"그렇지. 꼬미야."
"그런데 언니, 나는 그렇게 엉터리로 현장학습을 하고 세 번째 하트까지 써버리고 났으니 아무래도 천사로서 자격이 없나봐요."
"꼬미야, 그건 아니야. 아기천사들은 모두다 너처럼 현장학습을 한단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초록색 하트가 주어지는 거고. 실수를 통해 배워야만 진짜 어른천사가 되어도 사람들을 돕는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있거든."
"그럼 언니도 아기천사 때 나처럼 그랬어요?"
"물론이지. 나도 그래서 너처럼 하트 세 개를 다쓰고 혼자 울고 있었단다."

르미언니는 말을 마치고 명랑하게 웃었습니다. 꼬미도 르미언니를 따라 웃었습니다. 난데없는 천사들의 웃음소리가 숲을 깨웠나 봅니다. 둥지에서 잠자던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자, 이제 돌아가자. 너무 늦었잖니?"

르미언니는 손에 들고 있던 초록색 하트를 공중을 향해 높이 던졌습니다. 숲이 휘영청 밝아지더니 무지개 다리가 꼬미의 눈앞에 나타났 습니다. 르미언니는 꼬미의 손을 잡고 무지개 다리로 올라섰습니다. 꼬미는 무지개 다리를 타고 내려올 때처럼 기분 좋은 속도로 하늘로 날아갑니다. 꺄아악하고 기쁨의 환호성을 지릅니다. 르미언니는 꼬미를 바라보며 방긋 웃습니다.

무지개 다리 저 끝에 천사나라 입구가 보입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천사나라입니다. 꼬미는 천사로 천사의 나라에서 살게 된 것이 기뻐서 마음이 벅차 오릅니다. 별나무에 매달린 별이파리들이 꼬미를 발견하고 반가움에 일제히 빛을 보냅니다. 하늘이 밝은 별들로 가득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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