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진학률과 대학 취업현황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하는 법 제정을 위해 공청회가 열려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성적 공개를 놓고 토론자간 찬반 의견이 대립돼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국회도서관에서 ‘학교정보공개특별법 제정 공청회’를 연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각급 학교와 교육기관의 주요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함으로써 교육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학부모, 학생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한편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법 제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정방안을 발표한 강인수(수언대 교육대학원장) 교수는 “최근 내신 관련 각종 부조리 등 공교육 부실화의 원인이 교육정보의 폐쇄성에 있다”고 지적하고 “책임 있는 교육행정과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교육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교육기본법 23조에 ‘학교, 교육행정기관, 교육연구기관의 정보를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되, 입법형식은 초중등,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는 형식을 취하거나, 별도로 ‘교육정보공개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어떤 형식을 취하든 법안의 주요내용은 동일이다. 이에 따르면 법안은 초·중등학교에 대해서는 우선 학교별 특성화 프로그램, 예·결산 현황, 교사관련 정보, 학사일정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어 학년별 교과목 평균성적, 봉사활동 현황, 학생 징계현황, 진학률 외에도 국가나 시도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수능 응시 학생비율과 수준별 학생 분포 현황 등도 공시대상 정보로 규정했다.
대학은 모집단위별 신입생 충원률, 전공별 취업현황, 연구 성과 등을 공시하고 교육행정기관과 교육연구기관에 대해서는 국가 및 시도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교육행정기관 및 학교평가 결과 등을 공개대상 정보로 명시했다.
단 이들 정보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개하도록 했다. 법안은 학교 등 이들 정보를 홈페이지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연 1회 이상 공시하도록 했으며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학부모, 국민이 교육부 장관에게 공시의무이행명령을 청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학부모와 교원 간의 의견은 극명히 대립됐다. 김선영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운영위원은 “평준화 체제하에서 우리 국민은 학생들이 균등한 교육 조건에서 교육 받고 있는지, 결과는 어떤 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정보공개로 학교간, 지역간 교육조건에 차이가 나타난다면 이는 이름뿐인 평준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며 책임 회피를 위해 위화감 운운하며 정보 공개를 꺼려온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간 교육 조건, 즉 교사의 자질과 정치적 성향, 교과목, 교과서 선택상황, 급식과 위생 수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만약 교육의 조건이 동등하다면 교육의 결과인 학업성취도나 수능 성적의 공개도 꺼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장중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부회장은 “교육혁신은 학교혁신으로부터 출발하며 학교혁신을 위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진단은 정보공개로 가능하다”며 “학교의 전반적 운영상황은 물론 지역간, 학교간 격차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공개대상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학교필수정보’와 학운위 심의를 거쳐 선택적으로 공개하는 ‘학교부가정보’로 구분했다.
그는 “학교필수정보는 교원의 경력과 수상실적, 특성화 프로그램, 재정, 학운위, 교무회의 등의 활동과 내용, 학교평가결과, 급식, 입찰공고 및 업체선정 사항, 학부모가 경비를 부담하는 활동내용이며 학교부가정보는 교과목별 성적현황,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징계, 진로상황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평웅 서울 원촌중 교장은 “교육정보 공개가 국가와 학교의 책무성을 높이기는 하겠지만 학교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은 가운데 성적 위주로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학부모의 불만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원춘 성남서고 교사도 “교육에 경쟁원리가 도입돼 자칫 성과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학생, 교사가 이런 경쟁에 내몰릴 것”이라며 “선지원 평준화 지역을 보면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그런 소문이 급속도로 번져 입학생의 질이 저하돼 학교가 회생불능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영윤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현재도 매년 학업성취도 평가를 해 대도시, 농어촌간 교육격차를 밝히고 이를 좁히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며 “개별학교 간, 시도교육청간 비교자료를 공개할 경우 학교가 ‘공립학원’으로 변질돼 교육과정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인수 교수는 “학교정보공개와 병행해 학교선택권 부여 문제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