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마주한 세 가지 목소리
지난 수 년여간 담임 및 교과교사로서 해마다 비슷한 유형의 학생들을 마주해 왔다. “잘 모르겠어요”라며 진로와 취향을 묻는 질문 앞에 답을 못하는 학생, “제가 이걸 왜 해야 돼요? 저만 손해 보는 거 아닌가요?”라며 학급활동과 모둠활동에 마음의 문을 닫는 학생, 그리고 “안 할래요. 최하점 받을게요”라며 작은 어려움 앞에서 쉽게 포기하는 학생. 언뜻 보면 저마다 다른 결핍처럼 보이지만, 필자는 세 목소리의 바탕이 하나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해 보고, 함께 풀어 보고, 막혀도 다시 해 보는, ‘직접 해 본 경험’이 그동안 부족했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인간상으로 제시한다. OECD 학습나침반 2030이 가리키는 방향도 다르지 않다. 배움과 삶의 주인이 되어 자신이 속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참여하는 학습자다. 그렇다면 교실의 세 목소리는 몇몇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작금의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인 셈이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이 신호에 응답하기 가장 좋은 자리에 있는 교과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 속 지식과 조립 실습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이 자기 삶과 공동체의 실제 문제를 기술로 풀어 보게 할 수 있는 교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이 매일 생활하는 우리 학교의 문제를 직접 탐구하고, 피지컬 AI(Physical AI)2를 활용하여 해결책을 구현해 내는 10차시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하였다. 학생들에게 부여한 역할은 ‘BDMS(번동중학교)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3, 학교의 문제를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여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글은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한 ‘BDMS 체인지 메이커 프로젝트’ 수업의 설계와 실천,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배움의 기록이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과 자기주도성, 문제해결 역량, 그리고 디지털·인공지능 기초 소양을 함께 길러내기를 바랐다.
왜 피지컬AI인가? 왜 체인지 메이커인가?
수업의 무대가 되는 단원은 중학교 기술·가정과의 ‘정보통신과 인공지능’, ‘로봇 기술’이다. 성취기준 [9기가04-06]은 정보통신과 인공지능 기술 관련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탐색·실현·평가함으로써 긍정적인 문제해결 태도를 갖는 것을, [9기가04-09]는 로봇에 활용되는 제어 및 자동화 기술을 탐구하여 간단한 로봇을 제작하고 평가함으로써 창조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