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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현장이슈 2] 농촌 교육 살리기, 학교보다 사람을 늘려라

 

어떻게 하면 위기에 처한 농촌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도시와의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까? 이는 최근 들어 수없이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뾰족한 답은 없다. 아니, 반대로 생각하면 답은 너무 많고 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질문을 AI에게 문의하면 그럴듯한 답변을 1초 만에 쏟아낸다.

 

예를 들면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AI 기반 디지털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학교를 지역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평생학습의 전초기지로 전환하는 한편, 학교와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를 구축한다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왔고, 얼마나 많은 연구 결과와 기록들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으면, AI가 제시한 답변이 이 정도로 설득력 있을까? 소위 농촌 교육의 상황 개선을 연구한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이와 크게 다른 대안은 찾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현시점에 농촌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학교에 다닐만한 아이들이 없고, 그래서 학교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정 지역은 교사들이 근무를 기피하여, 아예 그 지역 근무를 전제로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서울신문, 2026). 과거에 간혹 등장했던 농어촌 개천 출신 용(龍)들도 이제는 멸종하다시피 하여 지역의 자랑이라고 내걸리는 현수막도 좀처럼 구경하기 어렵다. 이렇듯 농촌의 교육 현실은 양적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여전히 악화 일로에 놓여 있음을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대안과 대책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 교육의 상황은 왜 나아지지 않고 있을까? 필자는 지금까지 제안된 다양한 농촌 교육 개선안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전제가 잘못되었다. 앞에서 열거했던 농촌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안들은 기본적으로 지역에 학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중 일부는 학생 수가 많든 적든, 일정 규모의 학생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결국엔 0에 수렴해 가고 있다면, 그리하여 교육의 대상이 되는 학생이 아예 없는 상태라면 앞서 언급한 대안들의 대부분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는 농촌 학생 인구
얼마 전 일본의 한 언론사가 유엔(UN)이 발간한 <세계 도시화 전망 2025>를 바탕으로 OECD 회원국 37개국(호주만 제외)의 수도권 인구 집중 수준을 분석한 결과, 전체 회원국의 60%에 달하는 국가에서 2020년대 이후 대도시권 인구 집중률이 완화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뉴시스, 2026). 하지만 2010년 42.1%의 수도권 인구 집중률을 보였던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에는 인구 집중률이 오히려 43.4%까지 증가하여 OECD 회원국 중에서 단연 최고의 수치를 나타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이촌향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가 학교에 미친 영향은 어떠할까? OECD가 2024년에 출간했던 한 분석 보고서에 실린 ‘대도시 지역과 대도시 이외 지역 초등학교 학년당 학생 수의 중간값(median) 편차’를 제시한다. 이 그림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왼쪽에 위치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대도시 지역과 대도시 이외 지역 학교의 학년당 학생 수 편차(64명 vs 11명)가 가장 극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격차는 해당 지표의 편차가 2~3명에 불과한 벨기에나 콜롬비아와 비교해서 엄청난 수준이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는 일반적으로 농촌 지역의 출산율이 대도시 지역에 비해 낮고, 대도시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 때문에 농촌 지역 학생 수가 더 적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농촌 지역의 출산율이 특별·광역시 지역에 비해 오히려 더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첫 번째 설명 요인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농촌 지역 학생 인구 유출의 심각성
우리나라 농촌 학교의 규모가 도시 학교에 비해 이처럼 작아진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도시 또는 수도권으로의 이주가 농촌 교육의 위축을 가장 잘 설명한다. 필자가 수행했던 2025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기본 연구과제1에서는 초등학생의 ‘이주’ 문제를 핵심으로 다룬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농어촌 학교의 학생 수 감소가 최근 들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이미 1980~90년대부터 꾸준히 나타난 현상임을 강조하며, 앞으로 합계출산율이 크게 회복된다 하더라도 농촌 교육의 문제 양상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는 학생 인구의 지역별 감소 양상을 여섯 가지로 구분했는데, 그중 ‘농촌형 초등학생 인구 감소 지역’은 지금까지 가장 심각한 초등학생 감소를 경험한 지역이었다. 또한 이 범주의 지역들은 향후 이주와 관련된 학생 수 전망에서도 가장 비관적인 지표를 보였다. 더 나아가 농어촌 지역의 인구 규모가 이미 크게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이 범주의 지역들은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들이 전입 인구를 공급해 주던 지역 중소 도시의 학교교육 전망까지도 비관적인 상황이다. 


교사들의 열정에 의존하는 정책
지금 농어촌 지역에 있는 작은 학교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 작은 학교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서가 아니다. 또한 작은 학교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충분한 재정 지원이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누군가가 학교를 폐교라는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까지 몰리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작은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일 가능성이 크고, 그들은 학생 수를 유지하기 위해 인근 마을이나 학교뿐만 아니라 수도권까지 찾아가 학생들을 수급하곤 한다.

 

심지어 이주배경 학생 밀집 지역이나 인근 보육시설까지 전전하며 학생 확보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열정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제도는 오랫동안 존속되기 어렵다. 현재 작은 학교를 지키는 교장·교감·선생님들이 은퇴하고 나면 그와 같은 열정으로 학교를 유지하려는 새로운 선생님들을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가장 간단하지만 어려운 대안을 위해 
그렇다면 대안은 확실하다. 농촌 교육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촌의 인구와 학생 수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논의가 진행되면 사람들은 대개 몇 가지 예시를 들며 그와 같은 시도가 지금껏 진행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농촌 지역의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지금까지 교육부와 교육청 차원의 여러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명확한 성과를 못 거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정책의 예시로 교육청 단위에서 진행된 농어촌 유학 프로그램, 공동 학구제, 통학(교통) 편의 제공 등을 들 수 있다. 올해 6월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혁신 선도지역 기본계획(시안)’ 및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과 같은 대응책도 큰 범위에서는 농어촌에 학생 유입을 촉진하고 그들의 정주를 유도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나 교육청의 자구적인 노력만으로는 농촌 학생 감소 추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이 제안한 대응책은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농촌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생과 같은 저연령 학생들은 가족 단위의 이주와 거주가 기본이기 때문에, 부모 세대의 직장과 정주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농촌 이주를 결심하기란 매우 어렵다.


농촌 인구 및 학생 수 증가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사실 지금까지 ‘교육발전특구 사업’과 같이 교육청·지자체·대학·기업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지역 교육여건과 정주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발전특구 사업’의 경우 참여 주체의 협력만 원칙적으로 강조했을 뿐, 그들 사이에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이나 동기가 부족했다. 또한 참여 주체 간 역할 분담이 불확실하고, 다른 참여 주체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강제할 수 있는 확실한 권한의 부여도 없었다.


따라서 농촌 학생 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의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농촌을 생애주기의 마지막 순간까지 살만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한두 부처만의 기획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부·행안부·농림부는 물론, 농촌 정주와 사회보장을 위해 모든 부처가 참여하고, 거기에 국가교육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지방시대위원회와 같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망라하는 포괄 기능을 가진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한 조직이 ‘농촌 학생 증가’라는 유일한 목적을 위해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파편적이고 지엽적인 대응책은 궁극에는 대증적(對症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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