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8만 시간'이 문제다 우리 모두 젊었을 때는 시간이 부족해 쩔쩔매면서 살았다. 그럼 나이 든 사람들은 시간이 많다고 모두 행복한가? 지금은 장수시대를 맞이해 '은퇴 후 8만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모든 노년기를 보내는 사람들의 과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노년의 향기가 다르다. 60세에 은퇴하여 80세까지 건강하게 생활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일상에서 필수 시간을 제외한다면 하루 11시간이 나온다. 이것을 20년 축적하면 8만 시간이 된다. 일본에서 1947년에서 1949년에 태어난 680만명의 단카이세대는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은 시간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하지 못한 것을 과감하게 시행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취미, 재능기부, 학습을 중심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지적인 호기심이 강한 이들은 '배움'에 돈과 시간을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고령자이지만 이 벽을 깨고 해외유학이란 도전장을 내밀고 짧게는 3주에서 3개월 정도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어학공부와 문화체험을 통하여 자신의 지역에서 맛보지 못한 짜릿함을 느끼는 삶이다. 그런가 하면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심 학원가에는 5
2017-12-19 16:14글이 사람을 치열하게 살게 하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권력과 결탁한 문학 이야기가 아니다. 깊은 사유와 뼈를 깎는 성찰 끝에 나온 좋은 글의 힘을 말하는 것이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노창수의 문학론 『감성 매력과 은유 기틀』(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의 오랜 고뇌와 천구 끝에 나온 좋은 작품이 진정한 소통을 만들어간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그의 문학론은 시의 매력과 시를 읽는 기쁨을 다시 일깨워 준다. '감성 매력과 은유 기틀' 표지 『감성 매력과 은유 기틀』에 깔려 있는 문학론은 난해한 철학이나 해외에서 유입된 문학이론을 나열하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과 감동의 문학, 진정한 문학의 이치를 이야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가 노창수는 194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현대시학』에 시로 추천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1973), 이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9), 『시조문학』 천료(1991), 『한글문학』 평론 부문 당선(1990) 등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거울 기억제』, 『배설의 하이테크 보리개떡』, 『선따라 줄긋기』, 『원효사 가는 길』, 『붉은 서재에서』 등이, 시조집으
2017-12-18 09:15‘뜻밖의 대박 일군 입봉작’이란 제목으로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을 이미 만나보았다. 역시 입봉작인 ‘프리즌’과 ‘보안관’도 그보다 전에 만나보았다. 그 입봉작들을 본 이유는 딱 하나다. 꽤 요란한 관객몰이거나 나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입봉작이란 점이 그것이다. 지난 11월에만 ‘미옥’⋅‘7호실’⋅‘꾼’ 등 3편의 입봉작이 있었다. 그중 ‘꾼’은 391만 명 넘는 관객 동원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11월 9일 개봉한 ‘미옥’(감독 이안규)의 경우 관객 수 23만 8713명(12월 14일 기준)으로 나가떨어졌다. 독립영화라면 대박일 숫자이지만, ‘미옥’은 상업영화다. 손익분기점이 200만 명쯤으로 알려졌으니 완전 쪽박을 찬 셈이라 할까. 이준익⋅김지운 감독의 조연출 출신이란 경력이 그만 무색해진 형국이다. 그런 ‘미옥’을 애써 본 것은 순전 김혜수 때문이다. 이미 ‘굿바이 싱글’을 다룬 글에서 말한 바 있다. 김혜수는 지난 해 조선일보와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배우 1위로 뽑혔다고. 연기 잘하는 여자배우 1위를 차지했다고. 이때 김혜수는 46세로 30년차 배우다. 그랬던 그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2017-12-18 09:08해외에서 우리 나라 말,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경을 넘어 중학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그 계층은 다양하다. 일전에 후쿠오카 스미요시중학교를 방문하여 혼자서 한국어를 배워 한국 중학생들을 안내하는 학생들을 보고 우리 나라 중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그런가 하면 우리 나라에도 일본 에니메이션이 좋아 스스로 일본어를 익히고 일본 노래를 통째로 암기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런데 단순히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좋아하는 것의 차원을 넘어,일본에서조직적으로 한국어를 즐기며 이의 보급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한국어를 즐기자는 주제로 '2017 즐기자 한국어후쿠오카대회'이다. 12월 17일 오후 2시부터 개최된다. 이 중심에 필자가 근무하던 시절 후쿠오카한국교육원이 중심이 되어 한국어 강사 연수회에 열심히 참여하였던 인물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대회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한국어를 배운 고등학생을 비롯하여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자원하여 볼런티어 활동으로 이렇게 한국어 보급을 위한 활동을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후쿠오카에 파견된 정부기관이나 기업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하여 한국어를…
2017-12-14 09:1112월은 송년회의 달이다. 학교 동창회를 비롯해 각종 친목 모임에서 송년모임을 갖고 한 해를 마무리 한다. 알차고 멋진 송년회도 있지만 일그러진 모임도 있다. 모임에서 추한 모습을 보면 정이 떨어져 그 모임을 멀리하게 된다. 임원진에게 개선책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관행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지난 12일, 내가 운영 주체인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약칭) 송년회’를 가졌다. ‘포즐사’는 수원시평생학습관 뭐라도 학교 소속 동아리다. 매주 화요일 오후에 모여 세계의 포크댄스를 배우고 즐긴다. 친교와 사회성 증진에 도움이 되고 포크댄스가 취미활동이 된다. 무엇보다 스스로 즐기는 댄스는 건강을 지켜 준다. 이 시간은 행복 충전 시간이다. 공식행사의 무대에도 출연하여 그 동안 연마한 솜씨를 뽐내니 성취감도 갖게 해 준다. 송년회 모임 날짜는 회원들이 정했지만 운영 방향이나 프로그램은 강사인 나의 몫이다. 어떻게 해야 참가자들이 만족해하는 송년회가 될까? 여기서 운영 아이디어나 노하우가 필요하다. 송년회 구상에는 그 동안 교직생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스카우트 지도자 생활도 도움이 되었다. 세부 프로그램 짜는 데는 아내와 아들의 도움도 받았다.…
2017-12-14 09:11지금, 왜 인문학인가? 인문학은 사람다움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길이다. 라틴어 후마니타스에서 유래한 인문학은, 인간의 본성을 뿌리로 하며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이다.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권유하는 크리톤에게 “훌륭하게, 아름답게, 올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한 거야.” 라고 말한 단 한 문장에 인문학의 모든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인간은 내적인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삶의 외적인 면을 변화시킬 수 있다.” 라고 한 문장으로표현한윌리엄 제임스(미국의 심리학자, 철학자)의 인간에 관한 정의도 결국은 인문학에 관한 말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내적인 태도를 변화시키는 학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간과 시간, 관계를 바꿔야 삶의 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선생님은 바로 학생의 내면에 뇌폭풍을 일으켜 가슴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다. 다양한 체험학습은 공간과 시간을 바꾸는 일이다. 좋은 책을 읽으며 위대한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일은 관계를 바꾸게 하는 일이다. 세상이 힘들다. 아프고 지친 사람들이 넘쳐난다. 선생님도 아프다. 그렇게 아픈 세상에서 견디는 제자들은 더 아프다. 아이들도 세상을 닮아간다. 인문학은 그 아픈 상처를 낫게 하는 빨간약이다. 아
2017-12-14 09:03'우리 성호는 음악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2017년 7, 9 SUN. 오후 6시 KT체임버 홀 "성호만의 음악 세계 펼칠 꿈의 무대" 은성호 군은 현재 드림위드 앙상블팀(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연주단)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수석 연주자다. 그가 최초로 개최하는 콘서트에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을 초대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성호는 어릴 적 심한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우연히 성호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들의 특별한 특성,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똑같은 말과 행동을 수 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집착과 강박을 음악과 연결시킨다면 어떤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지겹고 똑같이 반복해야만 하는 악기 기본 연습을 수 없이 반복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간 것이다. '강박'을 장애로 보지만 음악을 하는데는 큰 장점이 되었다. 이렇게 성호는 2007년 1월, 마치 엄마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어린 아이였지만 실제 나이는 스물 네살의 청년이었다. 성호에게 또 하나의 숙제는 '듣는 연습'이다. 자폐성 장애인을 보면 남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아예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다.
2017-12-14 09:01한 해의 끝자락입니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리고 교회 마다 반짝이는 불빛이 아름답습니다. 저 역시 송년회를 한 곳에서 하였습니다. 벗들과 경주에서 모여 맛난 것을 먹고 술도 한 잔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냈습니다. 그 중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은 무척 얼굴이 상해 있었습니다. 20년 사업을 하면서 현재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회사에서 보유하였던 땅과 재산을 처분하여 겨우 운영이 되었다고 하며, 앞으로 더 힘들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아니면 자기만 바라보는 회사식구들을 위해 버텨보아야 하는지 짙은 고민이 어려 있었습니다. 저 역시 지난 한 해를 아직 제대로 반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우선 차분하게 돌아볼 틈이 없이 방학 전까지 행사들로 빼곡하고 개인적인 공부도 끝자락에 있어서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2017년의 저와 2018년의 저는 다른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2017년의 부채와 자금을 그대로 연계되어 다시 시작하는 나이겠지요. 계속해서 읽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장석주가 쓴 『들뢰즈, 김훈, 카프카』입니다. 이 책은 질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을 바탕으로 한국문학의 작품들에 대한 평론이 들어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2017-12-11 14:50지난 주에 이어 이번에도 흥행실패 대작 이야기다. 이름하여 흥행실패 대작 2탄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부진’이란 글에서 이미 말한 바 있듯 ‘남한산성’은 10월 3일 추석특선 영화로 개봉했다. 개봉 5일째까지만 해도 ‘역대 추석 연휴에 개봉한 영화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였지만, 이후 ‘범죄도시’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남한산성’의 최종 관객 수는 384만 8446명(12월 10일 기준)이다. 순제작비만 155억 원으로 알려졌으니 손익분기점은 대략 500만 명쯤이다. 관객 수와 손익분기점만 단순 비교하면 ‘군함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흥행실패라 할 수 있다. 이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던 결과이다. ‘군함도’가 여름 최고 기대작이었듯 ‘남한산성’이 추석 대목 최강자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남한산성’이 대작 사극이란 점이다. 전통적으로 추석 대목 강자는 사극이란 통계가 작용했지 싶다. 다음은 감독과 배우들이다. 황동혁은 ‘도가니’(2011)⋅‘수상한 그녀’(2014)의 히트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든 감독이다. 배우는 이병헌(최명길 역)⋅김윤석(김상헌 역)⋅박해일(인조 역)⋅고
2017-12-11 14:49마침 소멸기간이 임박한 영화 할인쿠폰이 하나 있어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그전부터 눈여겨보았던 ‘남한산성’을 보기 위해서였다. 남한산성은 황동혁 감독의 수작으로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간의 항전기록을 담은 영화이다. 영상이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편집이 대번 눈길을 사로잡았다. 러닝 타임 140분 동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제1장 두 신하 영화의 서두는 주화파인 최명길과 척화파인 김상헌의 논쟁으로 시작된다. 청나라의 총사령관 용골대는 대명 제국과의 군신관계를 끊는다면 군사를 물리겠다고 한다. 이에 김상헌은 명분과 의리상 그렇게는 못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드디어 전쟁이 시작된다. 제2장 오직 싸움이 있을 뿐이다 김상헌이 인조께 아뢴다. 전하, 지금 군사들은 남한산성의 성채에서 매서운 북풍에 얼어 죽고 있사옵니다. 손은 터지고 발은 동상으로 썩어 들어가 창과 활시위를 당길 수가 없나이다. 하루 빨리 사대부들의 의관을 걷어 병사들에게 입히심이 옳을 줄로 아옵니다.이에 영의정 김류는 이렇게 말한다. 김상헌의 말은 지극히 옳으나 이는 불가한 줄로 아옵니다. 만약 사대부의 의관을 걷어 병사들에게 준다면 이는 사
2017-12-11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