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부장님, 저 좀 수업연구에서 빼주세요.” 늘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해 우유부단하다고 오해를 받는 나도 이번만은 꾹 참고 미소로 넘겨버렸다. 드디어 이번 주에 보건 교사와 영양 교사, 그리고 전담 교사들의 공개수업을 끝으로 우리 학교 43명 모든 교사의 수업연구가 끝났다.어려운 여건 속에서 묵묵히 알찬 수업을 준비하고 기꺼이 수업을 공개한 동료 교원들에게 마음 속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우리 학교는 4월부터 모든 교사가 공개수업이라는 방법으로 수업연구를 하는 자율장학 계획을 수립했다. “어휴, 학교 행사 때문에 공개수업 날짜를 잡을 수가 없어요.” “전국에서 모든 교사가 공개수업을 하는 학교는 우리 뿐일꺼야.” 온갖 비명과 뒷담화가 쏟아졌지만 그때마다 교감선생님과 주무 부장인 나는 논리적인 답변과 비논리적인 억지를 써가며 역경(?)을 헤쳐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학교 교사들은 올해 기본적으로 네 번의 공개수업을 준비했다. 학부모 대상 공개수업과 교사 대상 수업연구, 그리고 학교평가와 시범학교 공개수업이 의무적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더하여 명품수업 실기대회에 참가하는 열 명의 교사들은 세 번의 수업을 더 공개했다. 배가 남산만 해져서 다음 달에 출산휴
2008-11-09 22:05모든 일에는 처음과 끝이 있게 마련이다. 처음이 좋으면 끝도 좋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교직의 시작이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첫 부임하는 학교 교문을 들어서 학생들 앞에 부임인사를 하는 것이라면 교직의 끝은 정년퇴임이라는 이름으로 교직을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이나 법관의 임관식 같은 경건한 의식도 없다. 정년단축으로 교사가 모자랄 때는 50대의 많은 신규교사도 교단에 서는 기현상도 나타났었다. 취업난이 심한 요즘은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힘든가? 졸업만 하면 발령을 받던 시대는 지나가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원임용고사에 합격하면 수업실기와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을 하고도 성적순에 따라 발령을 기다렸다가 교단에 설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거쳐 교직에 들어오는 초임교사들을 한자리에 불러 “초임교사 교직 소명(召命)축하식”을 2년 전부터 충주교육청에서 실시해오고 있다. 교직에 대한 자긍심과 책무성을 가지고 학생을 사랑으로 가르치고 교직에서 보람을 찾으라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고 본다. 올 4월 이후 발령교사 초등33명, 중등2명 모두 35명의 초임교사가 상기된 표정으로 앞쪽에 앉았고 축하내빈과 동료교사와 학부모도 참석하였다. 축하식…
2008-11-09 09:16오늘은 모든 교육가족이 쉴 수 있는 놀토라 참 좋은 것 같다. 학교생활에 너무 많이 시달려 힘들고 피곤할 텐데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밖에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가을잎이 스산한 바람에 나뒹굴고 있다. 이럴 때 마음이 가라앉기 쉬운데 독서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집 가까이 일궈놓은 텃밭에 무를 심어놓았는데 애들이 지나가다 앉아 논 흔적이 있더라고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말을 들었다. 요즘 애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심각하다고 하면서 이웃 아는 분의 자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어머님 왈 “우리 애들이지만 요즘 말을 너무 잘 듣지 않는 것 같다. 이러니 앞으로 2세가 걱정스럽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애들이 집에서까지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는 세대가 된 것 같다. 이런 애들이 학교에 오면 선생님 말씀은 제대로 들을까? 그럴 리가 없다. 집에서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애들이 학교에 가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집에서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애들은 학교에 와도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주는 체 할지는 몰라도 돌아서면 듣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에 귀담아 듣지 않으니 인성교육은 더욱 멀기
2008-11-08 09:55오늘은 울산 강북 관내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 초,중263명의 학생이 대전으로 체험학습을 떠나는 날이다.아침 7시 10분에 버스 7대가 출발하였다. 그들을 보내놓고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비가 올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였다. 좋은 날씨 속에 아무런 사고 없이 실제 도움이 되는 체험학습이 되기를 고대할 뿐이다. 이들을 보내놓고 교육청에 출근해서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배움은 어릴 때부터가 좋다. 幼而不學(유이불학)이면 老無所知(노무소지)라고 하지 않는가?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어 천대를 받게 된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 배움이 책 읽기라고 했으니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 때가 참 중요하다. 심어야 할 때를 놓치면 거둘 수가 없는 것과 같이 배워야 할 때를 놓치면 지식을 얻을 수가 없다. 그러니 애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책 읽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 책 읽기 할 시간이 없다고 하면 안 된다. 피아노학원 가고, 미술학원 가고, 영어학원 가고, 컴퓨터학원 가고, 갖가지 학원 간다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수업 마치고 나면 학
2008-11-07 10:56"우리 학교에 개구멍으로 다니는 학생이 있어요." 모 선생님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학교 울타리에 구멍이? 하루에한 번씩 교정을 순회하는 교장의 눈에 발견이 되지 않았구나!실제 그 장소에 가 보았다. 개구멍이 아니라 울타리밑에 있는 배수로다. "아니, 이 곳으로 통행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무단 외출을 할 경우, 교문으로 나가지 않고 이곳을 이용하는구나!' 교장은 평소 선생님들께 강조한다. "우리 학생들이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도록 교육을 시킵시다. 외출이나 조퇴를 할 경우, 떳떳하게 외출증이나 조퇴증을 끊어주어 나가도록 합시다. 이게 올바른 교육입니다." 그 영향이었을까? 무단 외출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학생은 증명서 쪽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교문을 출입한다.교육의 효과다. 그런데 이런 개구멍이 생기다니? 아마도 증명서를 당당히 끊을 수 없는 학생이선생님 몰래 나갔던 모양이다. 개구멍은 대문이나 울타리에 개가 다니는 구멍이다. 사람이 다녀서는 아니된다.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는 이 곳을 이용한다.그래도 부끄러움을 조금은 아는 사람의 행동이다. 그러나 사람이 다니는 길은 아니
2008-11-06 08:28가을이 되면 마음이 쓸쓸해진다. 낙엽이 떨어져 거리에 나뒹구는 것을 보면 마음이 더하다. 이뿐 아니다. 가을비 내리고 스산한 바람 불 때면 더욱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런 마음은 지금이나 예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조선 선조 때의 정치가이며 시인이며 문학가이며 학자인 송강 정철의 경우도 그러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분의 시 ‘秋日作(추일작)-가을날에 짓다’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하니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이라-산비는 밤에 대나무를 울리고 풀벌레소리에 가을은 책상에 가까워지도다”라고 노래했다. 사람은 누구나 가을이 되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가을의 쓸쓸한 정경을 볼 때면 마음이 우울해진다. 이럴 때 정철은 책상과 가까워졌다. 책상과 가까이 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생각에 젖으면서 글을 쓰고 시를 썼다. 얼마나 아름다운 가을 보내기인가? 쓸쓸한 가을을 보내기 위해 책상과 가까이 해서 컴퓨터 오락으로 허송세월 보내지 말고 이럴 때 우리 모두가 정철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하겠다. 정철의 가을 보내기를 본받고 싶지 않는가? 우리들은 배우는 자이기에 책상을 가까이 하고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시를…
2008-11-06 08:27아침으로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초겨울맛이 어떤지 미리 맛을 보여주려고 그러나. 낮에는 아직 덥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니 이럴 때 감기조심, 건강조심을 해야겠다. 특히 우리 선생님들의 건강이 학생들의 배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선생님께서는 내 몸이 공적인 몸이기에 건강에 더욱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독서의 계절이고 하니 독서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대부분이 독서 하면 머릿속에 제일 많이 떠올려지는 것이 송(宋)나라 구양수가 강조하는 삼다(三多)일 것이다. 너무나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삼다(三多)에 대해 들어온 익숙한 말이다. 구양수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를 강조한다.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多商量)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이(多)’가 어떨 때는 해로울 때가 있다. 많이 먹고, 많이 자고, 많이 운동하고 하는 것은 몸에 해롭듯이 지나친 것은 득(得)보다 실(失)을 더 가져오게 된다. 그런 것을 빌미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누구든 삼다(三多)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2008-11-05 13:53병원 외출 외엔 답 없어, 평소에 건강 신경 써야 월요일 아침 출근을 서두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담임을 하면서 경험한바, 아침에 걸러 온 전화 대부분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제시간에 학교에 등교할 수 없다는 학부모나 아이들의 전화임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걸러 온 전화는 우리 반 한 남학생에게서 온 전화였다. 녀석은 잠에서 덜 깬 듯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선생님, 저 오늘 등교가 늦을 겁니다. 지금 여기가 병원이거든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니?” 지난밤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진찰이 끝나는 대로 등교를 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내심 며칠 남지 않은 수능시험으로 인한 신경성 장염일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녀석의 등교시간이 늦어졌다. 오전 시간이 지났음에도 녀석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휴대전화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해보았으나 응답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즉시 연락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3년 내내 단 한 번의 지각과 결석이 없었기에 담임인 나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갔다. 5교시 수업이 끝
2008-11-04 21:12오늘 아침에 꽤 쌀쌀하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맑고 깨끗하다. 곳곳에 보이는 나무들은 채색옷으로 갈아입었다.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런 날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거리의 가로수의 머리에는 붉은 물로 염색하였다. 보기가 싫지는 않다. 오늘은 “讀書破萬卷(독서파만권)”이란 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讀書破萬卷下筆如有神(독서파만권하필유여신)”이란 말이 있다. 만 권의 책을 읽은 후 붓을 들으면 신들린 듯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오히려 조금이라도 책을 읽고자 하는 이에게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만 된다. 그러니 이 말을 기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이란 뜻을 잘 음미해 보면 여러 가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책 만 권을 읽으면, 즉 많은 양의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글을 잘 쓰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책 읽기다. 독서가 밑바탕이 되어 있지 않는데 글쓰기 요령만 익히고 글쓰기 방법만 익힌다고 글을 잘 쓸 수 있겠나? 그럴 수 없다.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이 줄줄 나올 것 아닌가? 책을 많이 읽으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답을 스스로 얻을
2008-11-04 09:37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고생 체벌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측은 야간자율학습시간에 10여 명의 학생이 무단으로 도망가서 담임교사가 지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체벌의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이 담임교사로부터 수십 대의 매를 맞아 그 부당성을 호소한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거두절미하고 체벌은 일제시대의 잔재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체벌로 교육적 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혹자는 대화보다 한 대의 매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가 무서워서 잠시 복종한 것뿐이지 마음까지 교화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매보다는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교사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한다면 감화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매도 맞아 본 사람이 때린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학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도 사실 학교 체벌에 그 원인이 있다. 어려서부터 체벌을 자연스레 보아 온 아이들이 아무 죄의식 없이 그것을 흉내내는 것이다. 폭력은 반항심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게 만든
2008-11-03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