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도서관 양지바른 화단에는 모진 겨울을 이겨낸 수선화가 삐죽삐죽 초록의 얼굴을 내밀었다. 교실에서 마냥 움츠리고 있던 아이들도 교정까지 나와 공놀이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화창한 봄날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싱싱한 웃음이 어우러진 교정은 바야흐로 꽃피는 봄이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5교시 차임벨이 울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2학년 3반 문학수업에 들어갔다. 방금 식사를 마친 시간이라 식곤증과 야자에 지친 아이들이 여기저기 책상 위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다. 순간 마음이 언짢아진다. '아니 이 녀석들이 새학년이 시작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긴장이 풀려 잠을 잔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엄숙한 표정으로 일장 훈시에 들어갔다. "여러분,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살고 싶으면 기존의 생각과 행동을 고쳐야 합니다. 2학년에 진급해서도 1학년 때의 생각과 행동에 그대로 빠져있다면 여러분들의 장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없습니다.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학년 때의 나태한 생활을 반성하지 않고는 절대로 새로운 2학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노력과 욕심이란 말이…
2009-03-08 08:2684년 어느 출판사의 한문교과서에 보면 松都三絶(송도삼절)이란 고사가 나온다. 송도는 지금의 개성을 말하고 삼절은 세 가지의 기이한 것으로 ‘세 가지에 뛰어남’이란 뜻이다. 내용을 보면 황진이가 서화담에게 말하기를 “송도삼절은 박연폭포와 선생 및 저입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선생은 서화담 즉 서경덕을 말한다. 저는 황진이이다. 서화담은 조선조 중종 때의 유학자이고 개성 화담에 살았으므로 제자들이 화담 선생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18세 때 대학(大學)을 읽고 크게 깨친 바 있어 진사시험에 합격했으나 벼슬길을 버리고 평생 학문연구와 후진교육에 전념하신 분이시다. 그분은 요즘 울산교육이 강조하는 학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분이시다. 대학자이셨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비이셨다. 그뿐 아니라 그의 인격이 너무 고매하였고 덕망이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환한 달처럼 흠모하며 사모하는 분이시다. 서화담은 황진이 때문에 유명한 분이라 할 수 있다. 황진이는 알다시피 절세의 미인 아닌가? 거기에다 뛰어난 재능과 발란한 개성을 자랑한 분이다. 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2009-03-07 12:19올해도 작년에 이어 울산강북교육의 역점은 무엇보다 학력향상과 인성교육이다. 학력향상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람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본받을 점이 있고 본받아서는 안 될 점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꼭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착한 사람과 악한사람이 다 나의 스승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착한 사람에게서 착한 점을 찾아 자기도 착한 일을 하도록 하고 악한 사람에게서 악한 점을 찾아 자기도 악한 점을 고쳐나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명심보감 정기편에 이런 말이 있다. “見人之善而尋其之善(견인지선이심기지선)하고 見人之惡而尋其之惡(견인지악이심기지악)이니 如此(여차)면 方是有益(방시유익)이니라.”라는 말이다. 이 말은 뜻은 “남의 선함을 보면 나의 선함을 찾아보고, 남의 잘못을 보면 나의 잘못을 찾아볼(尋) 것이니 이렇게 해야만 바야흐로(方)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남의 선함을 보면서 자신의 선함을 찾아보게 하는 것은 인성교육 중의 좋은 한 방법이라 하겠다. 학교에서 친구들의 착한 점을 보면 그 학생을 칭찬하면서 나도 또한 다른 착한 점
2009-03-06 18:05명심보감의 정기편에 “凡戱(범희)는 無益(무익)이요 惟勤(유근)이 有功(유공)이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무릇 유희(遊戱)는 무익하고 오직 근면만이 공이 있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戱(희)는 무슨 뜻일까? 유희, 즉 놀이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戱(희)는 단순히 놀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놀이를 의미한다면 놀이 자체가 모두 무익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놀이가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삶의 활력소가 된다. 삶의 비타민이 된다. 삶의 도움이 되고 삶의 보탬이 된다. 유희라고 해서 모두가 보탬이 되지 않고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기의 戱(희)는 그냥 기분 전환을 위한 놀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노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게으름을 말하는 것이다. 한문의 문장 구성은 대구로 되어 있는 것이 많다. 위의 문장도 대구로 되어 있다. 凡戱(범희)는 惟勤(유근)과 대구로 되어 있다. 無益(무익)은 有功(유공)과 대구가 된다. 凡과 惟는 부사의 역할을 한다. 무릇, 오직의 뜻이다. 그리고 戱(희)는 勤(근)과의 반대의 의미이다. 無益(무익)이 有功(유공)과 반대의 뜻으로 미루어…
2009-03-05 21:47법(法)이라는 글자를 한번자세히 보자. 물 수(水)에 갈 거(去)가 합쳐진 문자다. 즉, 법이라는 것은 물처럼 흘러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내용과관련지어 인도의 간디 일화를 얘기해 본다. 간디가 남아프리카에 있을 때 간디의 협력자인 파르시 루스톰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상품 수입업자였는데 어느 날 밀수를 하다가 잡힌 적이 있었다. 그는 간디에게 와서 들통 난 밀수사실을 얘기하고 변호사로서의 도움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간디는 "내가 하는 방식은 당신도 아는 거요. 다만 자백이라는 것 밖에는 모릅니다. 검찰에서 하는 대로 따르고 그들이 정한 벌칙에 수긍해야 합니다. 감옥 가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런 잘못을 저지른 것이 부끄러운 것입니다. 감옥 가는 것을 당신의 참회로 생각해야 합니다. 진정한 참회는 다시는 밀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겁니다." 이후에 간디는 검찰과 검찰총장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고 관련 장부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피의자가 진심어린 참회를 하였음을 알렸다. 이러한 진심을 알자 검찰에서는 밀수한 금액의 두 배를 벌금으로 물렸고, 루스톰지는 이 사건의 전후사실을 적은 종이를 액자에 넣어 자기 사무실에 걸어놓고 그의 사업 후계자와 동
2009-03-04 17:48어제 저녁 워낭소리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평소에 영화를 잘 보지 않는데 오랜만에 보니 볼 만하였다. 농촌을 배경으로 하였고 늙으신 두 어르신과 소에 관한 영화였다. 농촌 출신으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감동있게 잘 보았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새벽까지 그 여파가 밀려왔다. 워낭소리의 영화가 주는 교훈을 할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춰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점이 많았다. 그 중 세 가지만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할아버지의 환경을 탓하지 않는 모습이 돋보였다. 80세가 되면 모든 일을 그만 두고 편히 쉴 연세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평생 하시던 농사일을 그만 두지 않으셨다. 연세가 많을 뿐만 아니라 한 쪽 다리를 못쓰는 형편에 있었다. 농사짓는 농부가 가져야 조건 중의 하나가 건강 아닌가? 건강하지 못하면 어떻게 힘들고 고된 농사를 지을 수 있나?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데도 농부의 일을 그만 두지 않으시고 잘 극복하신 것이다. 또 발톱이 하나 빠진 상태였고 두통으로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끝까지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이 정도의 형편이라면…
2009-03-04 09:27
2009년 소의 해인 기축년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다른 공공기관은 신정이 끝난 1월 3일에 "Happy New Year"를 외치며 시무식을 열고 곧바로 새해 업무를 시작하지만 우리 교직사회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오늘(3월2일)이 바로 실질적인 새해 업무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2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오니 짐작대로 컴퓨터 모니터에 팝업 메시지가 파랗게 떠 있었다. 분과위원장님의 메시지였다. '오늘 오후 1시 교사휴게실에서 국어분과모임이 있겠습니다. 잊지 마시고 시간에 늦지 않게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안건은 아마도 상호장학 일정과 연구수업 대상자를 결정하는 일일 터였다.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각 분과별로 상호장학 및 연구수업 단원과 일정을 결정해 연구부에 제출해야 되기 때문이다. 상호장학은 동료장학으로도 불리는 제도로 교사 상호간에 수업을 공개해 동료들의 지도와 편달을 받는 일종의 자체적인 교사 수업연수 시스템이다. 우리학교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 제도를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수업기술과 자기발전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대신 자신의 수업을 관리자와 동료 선생님들께 완전 공개해야하므로 심적 부담이 만만치가 않다. 이에 비해 연구
2009-03-03 11:36신학기 들어 첫 출근길이다. 마음이 설렌다. 어디 새로 발령을 받은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우리 과에 한 장학사님께서 새로 오시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아주 잘 생겼다. 텔런트 같았다. 사람도 좋고 일도 잘 하신다고 하셨다. 기대가 된다. 아침에는 봄비가 온다. 보슬비다. 비는 자주 내려야겠다는 생각이다. 비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물이 없으면 모든 생물이 죽을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비가 왔으면 한다. 길가에 서 있는 태극기가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게 보기가 좋다. 나라를 지킨 넋의 숨결이 느껴진다. 애국의 물결이 아름답게 흔들리고 있다. 비행기가 사뿐히 내려앉는다. 또 비행기가 내려앉는다. 참 좋은 아침이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자리를 옮겨 근무를 하게 되는데 마음이 추울 것 같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춥겠다. 바람도 아직 훈훈한 바람은 아니다. 이럴 때 기존의 선생님들께서 훈훈한 바람 역할을 했으면 한다. 사소한 것까지 관심을 가져주고 친절을 베풀어주면 새로 오시는 선생님의 기억 속에는 오래 감사가 간직될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선생님들의 자세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신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는 날인데 선생님들의 자세가 참 중요할 것 같다. 어떤
2009-03-02 10:58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늘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한다. 신학기 인사이동 때문이다. 이번에는 화학을 담당하셨던 손 선생님께서 중학교로 발령이 났다. 상당히 학구적이셨던 손 선생님께서는 우리학교에서 만 18년 5개월을 근무하시면서 총 네 권을 책을 편저하셨고 지금은 지방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다. 중·고등학교를 함께 경영하는 사립학교재단에서는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해 종종 중·고등학교간 교사교류를 실시하는 편이지만 막상 십 몇 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그 과정의 귀찮음은 차치하고라도 당사자에겐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오늘은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시는 손 선생님을 위해 학교 상조회에서 조촐한 송별연을 마련했다. 바쁜 일과 중에도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 50여분이 대부분 참석하셨다. 교장선생님의 송별사에 이어 손 선생님의 답사가 있었다. "처음 발령을 받고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회자정리라,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게 마련이고 또 헤어지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지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여러 선생님들께 진작에 좀더 다가가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한…
2009-02-27 18:08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나온다. “子雖賢(자수현)이나 不敎(불교)면 不明(불명)이니라” 자식이 비록(雖) 어지나 가르치지 않으면 밝게 되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비록 자식이 어질다고 해도 배우지 않으면 밝게 되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배움에 강조를 두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자식의 성품이 착하고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행이 높다고 해도 자랑할 것이 못 된다. 배움이 없으면 밝게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아무리 성품이 착하고 마음이 너그럽고 성격이 온화하다고 해도 배움이 없으면 모자랄 수밖에 없다. 不明(불명)에서 明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 우선 잘 알아서 막힘이 없음의 뜻을 지니고 있다. 배워야 잘 알게 되고 무엇이든 막힘이 없게 되어 시원스럽게 된다. 배워서 지식에 능한 자는 막힘이 있을 수 없다. 요즘 대학시험이나 각종 시험에서 심층면접을 강화하는 것도 明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함이라 하겠다. 얼마만큼 전문지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전문지식에 대한 막힘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라 하겠다. 아무리 어질고 착하고 마음씨 곱고 넓은 마음을 지녔다 해도 배움이 없으면 不明(불명)하게 되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배움에 임해야 하는
2009-02-26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