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초등학교와 도원분교는 지도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를 해발 378m의 양성산이 가로막으며 높은 벽을 만들었다. 반대편 사람들과 소통을 이루는 굽이의 길이만큼 다른 세상이 되었다. 올해 분교에서 본교로 근무지를 옮겨 4학년을 맡았다. 본교나 분교나 아이들은 같은 학교의 학생이고 보이는 방향만 다를 뿐 매일 양성산을 바라보며 꿈과 희망을 키운다. 하지만 순진한 분교의 아이들과 달리 소질과 개성은 물론 가정환경이 다른 우리 반 30명 아이들은 뒷바라지가 쉽지 않다. 교사가 공부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릴 때부터 바르게 행동하는 습관을 키워줘야 한다. 아이들의 학교 밖 행동까지 체크하며 생활지도를 하는데도 자잘한 일들이 꼬리를 문다. 기한 내에 처리해야 할 공문들도 많다. 올해는 학기 초가 지났는데도 공문이 줄을 이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죽하면 같이 근무하는 직원과 퇴근하며 처음 얼굴을 마주치기도 한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은 학교 교육계획에 의해 전교생이 양성산을 등반하는 날이다. 양성산은 대청호를 내려다 볼 수 있어 대전이나 청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2009-04-23 13:08
천안에서 두 아들을 키우던 김래현(39)씨가 충주 달천초등학교 매현분교로 아이들을 전학을 시키게 된 동기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큰아들 대곤이가 저학년 때 비염을 오랫동안 알았다고 한다. 의사가 그 동안 항생제를 너무 많이 써서 아이 성장에도 문제가 있으니까 공기 좋은 산골학교로 전학을 가서 아이들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여러 곳을 다니며 이사 갈 곳을 물색하다가 우연히 매현을 선택하게 되었다. 큰아들 대곤이가 4학년, 작은 아들 홍곤이가 2학년, 때인 2007년 11월에 매현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왔다. 매현분교는 20여명이 복식수업을 받으며 공부하는 벽지학교이다. 학교 앞에 경매로 나온 펜션을 구입하여 운영하면서 수영장도 만들고 조경을 아름답게 꾸며서 찾는 이 들도 늘어났다. 아버지는 중장비로 토목 일을 하였고, 어머니가 펜션을 주로운영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청정지역인 매현으로 이사를 온 뒤 공기 맑은 주변 환경덕분인지 아이들의 건강이 점점 호전되기 시작하더니 요즈음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김대곤(6학년)은 신체적인 조건이 운동하기에 아주 좋은 아이였다. 육상선수출신 조무원이 매일 아침 아이들과 운동장과 마을을 달리는 운동을
2009-04-22 17:11엊그제 내린 비는 정말 값진 보배다. 많은 유익을 가져다주었다. 식수난을 해결해 주었다. 밭갈이할 수 있는 물을 공급해 주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많은 물을 저장케 해 주었다. 더러운 세상을 깨끗하게 해 주었다. 맑은 공기를 선사해 주었다. 무엇보다 곳곳에 일어나는 산불을 꺼주었다.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산불들을 엊그제 내린 비가 소방수 역할을 해 주었다. 정말 고마운 비다. 비가 곧 물이요 물이 곧 생명이니 적절한 때에 자주 비가 내렸으면 한다. 사람들이 조심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산불이 아닌가 싶다. 제대로 된 나무 심기는 적어도 30년이 걸리는데 그 좋은 나무들 하루아침에 불 때문에 태워버리다니! 얼마나 안타깝나? CO2를 없애고 산소를 공급해 주는 나무들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우지 않으려는 마음이 불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명심보감에는 우리들이 조심해야 할 것 네 가지를 가르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명심보감 정기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戒眼莫看他非(계안막간타비)하고 戒口莫談他短(계구막담타단)하며 戒心莫出貪嗔(계심막출탐진)하고 戒身莫隨惡伴(계신막수악반)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눈으 조심하여 남의 그릇된 것을 보지 말고, 입을 조심하
2009-04-22 09:17
감사합니다. 경기교육의 용트림에 보여준 국민들의 관심에 경기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감사드립니다. 미국발 금융사태로 마음마저 어수선한 데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문에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드렸다면 감히 경기교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사죄드립니다. 투표율이 낮다고 우려하시지만 믿고 맡기려는 전체 경기도민들의 넓은 생각이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후유증도 걱정하신다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교육인들은 물론 경기도민들 모두 여유가 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 없다고 전국 최대의 교육식구를 거느린 경기교육은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데 최선봉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워낙 식구가 많고 요구사항도 많다 보니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을 펼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들 공감하시지요. 그런 가운데 최상의 정책을 펼치려고 노력해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아끼는 절대자께서 이번에 또다시 경기교육에게 업보(?)와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 과업은 아주 간단한 것입니다. 그냥 우리 아이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굶는 아이들이 없고 줄세우기 위한 시험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이…
2009-04-21 10:434월 20일. 월요일 3교시가 끝나고 교무실로 내려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수업시작 전 책상 안에 넣어 둔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였다. 확인결과, 그 전화는 졸업생 익진이로부터 온 것이었다.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라 내심 반가웠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녀석의 정확하지 않은 발음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런데 녀석의 목소리가 상당히 흥분되어 있었다. 녀석은 간단한 수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다짜고짜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물었다. 녀석의 질문에 생각 없이 요일을 말했다. 그러자 녀석은 시큰둥한 내 반응에 실망한 듯 잠시 말을 잊었다. 순간 내 시선은 책상 위에 놓인 탁상달력에 집중되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바로 '장애인의 날'이 아닌가? 내심 녀석은 내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기억해 주기를 원한 모양이었다. 하물며 녀석은 평소 내가 즐겨 찾는 모(某) 인터넷 신문에 4월 초 자신이 쓴 기사를 읽어 보았는지도 물어보았다. 녀석은 나에 대한 기사를 썼다며 지금 당장 읽어볼 것을 요구하였다. 졸업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 한번 제대로 못한 것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녀석이 일러
2009-04-20 20:374월 11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자율학습에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출근을 서둘렀다. 연일 계속된 체육대회와 축제로 아이들이 많이 해이해진 듯했다. 이에 지각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정신무장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심 많은 학생들이 지각하여 빈자리가 많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실 문을 열자, 빈자리 하나 없이 모든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생각이 빗나갔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다. 오전 자율학습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누군가가 교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렀다. 문을 열자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실 복도에는 실·부실장을 포함한 올해 졸업한 우리 반 아이들 십여 명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그동안 잘 계셨어요?" "아니, 너희들 웬일이니?" 대학 축제기간을 이용해 연락이 되는 아이들끼리 만나 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는 생각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실장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대학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탓인지 아이들의 모습에서 대학 새내기의 풋풋한 모습이
2009-04-19 20:20인성교육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는 사자소학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若告西適 不復東往(약고서적 불복동왕)이라”는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서쪽으로 간다고 말씀드리고서 동쪽으로 가지 말라.’는 뜻이다. 이 말을 우리를 깊이 되새겨보면 좋을 것 같다. 만약(若) 서쪽으로 간다(適)고 해놓고 동쪽을 가는 것은 결국은 부모님을 속이는 것이 아닌가? 부모님을 속이는 것은 결국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부모님을 속이는 자는 선생님을 속일 것이고 친구를 속일 것 아닌가? 자기와 관계없는 사람들이야 말할 것 있겠나? 남을 속인다는 것은 결국 사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까지 어지럽게 만들고 나아가 이웃과 나라까지 어지럽게 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남을 속이는 일은 금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나를 낳아주시고 먹여주시고 입혀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속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속이지 말라고 한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 말이 있지 않은가? 부모님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예사로이 한다면 죽을 때까지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사람들에게 거짓말 하는 것이 입버릇
2009-04-19 20:19우리는 종종 말 때문에 낭패를 당할 때가 있다. 말 한 마디의 실수로 잠을 설칠 때도 있다.그래서 “군자는 입을 귀중하게 여기고 호랑이와 표범은 가죽을 아낀다”라는 말이 지금까지 전해오기도 한다. 호랑이와 표범이 아끼는 것이 가죽이라면 사람이 아껴야 할 것이 바로 입이다. 즉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말을 아끼는 것이 바로 입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이 된다. 군자는 누구에게든지 표본이 되는 인물이다. 실력과 사람됨에 있어서 본이 되는 인물이다.많은 사람들로부터 군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을 아끼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자의 수준에 이를 수가 없다. 명심보감 정기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기쁨과 노여움은 마음에 있고 , 말은 입에서 나오니 삼가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말이 입에서 나오니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말은 아껴야 한다. 말은 다듬어야 한다. 말은 귀중하고 다루어야 한다.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을 공손하게 해야 한다. 사자소학에 言爲恭順(언위공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말씨는 공손하게 하라’는 뜻이다. 말을 공손하게 해야
2009-04-16 14:23어제 오후 어떤 회의에 참석하였다. 회의 시작하기 전 이런 말을 들었다. ‘욕설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이었다. 학교에서 학생 중 욕설을 안 하는 학생이 있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분명 사실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교실에서 일어나겠는가? 욕설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좀 고약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말이 생기는지? 왜 이런 말이 나도는지? 욕설을 하면 왕따를 당해야 될 텐데. 욕설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하다니! 말이나 되나? 만약 그런 교실이 있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욕설이 무엇인가? 남을 저주하는 말 아닌가? 남을 미워하는 말 아닌가? 남의 명예를 더럽히는 말 아닌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 아닌가? 이런 말이 자기에게 무슨 유익이 되며 남에게 무슨 유익이 되나? 명심보감 정기편에는 말에 대한 교훈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無益之言(무익지언)을 莫妄說(막망설)하라”는 말이다. 유익하지 않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욕설이 어디 남에게 유익이 되나? 자기에게 유익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유익이 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욕설을 하지…
2009-04-14 09:32“선생님, 이거 할머니가 갖다 드리래요.” 도회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예쁜 여학생이 비닐봉지를 내민다. “이게 뭐야?” “냉이래요. 할머니가 직접 캔거래요.” “우와, 정말? 할머니께서 봄을 선물하셨네. 아이 좋아라.” 콘크리트로 뒤덮인 서울 한복판에서 봄나물을 선물로 받다니 너무도 반가워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것도 할머니께서 직접 캔 냉이라고 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봄내음 향긋한 냉이는 깨끗하게 씻어져 비닐봉지에 얌전히 담겨있었다. 어쩜 이렇게 게으른 내 못된 행실을 미리 알고 냉이를 다듬고 씻어서 보내주셨는지 우리 할머니가 살아돌아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곱게 쪽진 모습이 단아했던 우리 할머니. 할머니는 봄이 되면 지천에 있는 나물을 뜯어 식단을 차리곤 하셨다. 똑같은 음식을 해도 할머니가 하면 별 양념이 없어도 맛있는데 이상하게도 며느리들이 하면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도 별맛이 없곤 했다. 할머니의 손엔 맛의 마법이 깃든 모양이었다. 늘 넉넉히 품으로 안아주는 할머니가 좋아 난 스토커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할머니, 이거 냉이 아니예요?” “그건 지청구라니까?” “하여튼 공부는 잘한다면서 나물 이름은 맨날 가르쳐줘도 몰러.” 할
2009-04-13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