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지 말고 가만히 둬요 “자, 한 학기 동안 수고들 하셨습니다. 오늘 점심은 학교에서 여러 선생님들의 수고에 보답하기 위해 드리는 것입니다. 이곳 사정을 다 아시기 때문에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특별히 마련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발령을 받아서 첫 학기를 마치는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통지표를 들려 보내고 이제 방학의 즐거움에 집에 가서 한 달 동안을 살게 될 일이 가슴은 부풀어 있었습니다. 비록 이웃 군이라는 하지만 객지에서 보낸 만 4개월이 퍽이나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 학기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이런 들뜬 기분에 참으로 오랜만에 학교에서 사준 점심 한 끼가 가슴 설레게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학교는 분교로 본교에 교장선생님이 계시고 여기는 환갑을 맞으시는 분이 분교장으로 계시지만 여러 가지로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본교의 지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 학기가 다 가도록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일을 이게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전 직원이라고 해봤자 선생님 7분과 학교 심부름을 하는 청부(지금은 기사라고 부르지만 그땐 이렇게 불렀음) 1명이 고작이었습니다. 식
2010-07-05 10:26오늘처럼 흐린 날에는 바다 근처 중국집에 가서 목놓아 울부짖는 파도소리나 실컷 들으면서 자장면을 먹으면 환상적이겠다. 어제는 모처럼 동료 선생님과 점심 때 외식을 했다. 하도 학교 밥만 먹다보니 딴 생각이 슬그머니 들어 외도를 한 셈이다. 찰나의 점심 시간인지라 멀리는 가지 못하고 학교 앞 중국집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요량으로 출입문을 밀었다. 점심 시간에 중국집 바쁜 것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오늘따라 사람들이 콩볶듯한다. 마침 추적추적 장마를 재촉하는 비까지 내리니 아주 중국집이 불이 난 모양이다.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켜놓고 무료를 달랠 겸 차림표를 바라보니 눈에 거슬리는 표기가 있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 탕수육, 난자완스 등등 그 중에서 유독 리포터의 눈길을 잡는 표기가 있다. 바로 '짜장면' 나는 으레 국어교사란 직업병이 발동하여 손가락으로 차림표를 가리키며 자장면이 맞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강생은 함께 온 후배 선생님이다. 앞에 앉은 선생님은 내 설명이 재미있다는 듯 눈동자를 반짝이며 듣기 시작했다. "자장면은 중국어로 자지앙미엔(Zhajiangmian·炸醬麵)인데 외래어 표기법에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
2010-07-04 19:55오늘 아침 인터넷 뉴스를 보았다. “지난달 26일 한국이 우루과이에 1대 2로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졌을 때 한국팀 골키퍼 정성룡(25)의 눈물을 닦아준 것은 팀 맏형 이운재(37)였다. 한참 어린 정성룡과의 주전(主戰) 경쟁에서 밀린 이운재였지만, 후배에게 다가가 '울지 마.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네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다독였다. 1일 경기도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정성룡은 '월드컵에서 승리와 패배를 겪으면서 내가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낀 게 바로 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어제는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중학교 다닐 때 나는 우리 야구팀에서 몸집이 작은 편에 속했다. 시즌 첫 게임에서 덩치가 큰 선수들만 우글대는 진짜 강팀가 격돌할 예정이어서 체구가 작은 나는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경기가 있던 날, 코치가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를 불렀다. 몸집이 어마어마하고 우락부락한 코치는 특유의 퉁명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너는 그리 크진 않지만 몸집이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한 건 바로 여기야'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큰 마음을 품어. 올해 너는 대단한 활약을 할 거야'.” 이 두 글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2010-07-02 11:00수요일 아침. 졸업한 한 제자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선생님, 1학기 성적 올 A 나왔어요." 그간 연락이 없던 제자의 문자가 나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였다. 사실 지난 일 년 동안, 대학 진학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기에 내심 제자의 대학생활이 무척 궁금했던 차였다. 문자에서 제자는 이 기쁨을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다며 오후에 찾아뵙겠다고 하였다. 문자 메시지를 읽고 난 뒤, 문득 제자와 지낸 지난 일 년이 떠올려졌다. 등하교 시 늘 책을 보며 다녔기에 선생님뿐만 아니라 전교생 모두가 제자의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알 정도로 유명하였다. 심지어 점심시간 식사를 할 때에도 주위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하는 제자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잦았다. 그래서일까? 제자의 이름 뒤에는 늘 책벌레라는 별명이 붙어 다녔다. 학창 시절, 제자는 자신이 목표한 대학(서울대)에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 매월 치른 모의고사 결과에 속상해 많이 울곤 했던 제자의 모습을 보며 담임으로서 안타까워한 적도 여러 번. 그럼에도, 제자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제자는 2학기 수시모집(지역균형전형)에 지원하여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였다. 합
2010-07-01 09:377월 1일 오늘부터 16개 시도의 6·2지방선거 교육감 당선자가 취임식을 갖고 교육수장으로서 첫 출발을 내딛게 되었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우리나라 교육을 한 단계 높이려고 교육을 향한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이 펼쳐졌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4년 임기 동안 교육행정에 때한 꿈들을 하나하나 이루어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오늘, 교육감에 취임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며 기대도 가져보며 당부도 드리고 싶다. ‘내가 만약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했던 마음,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기를 바란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심이 임기 끝까지 간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 다음은 열정을 잃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선거운동 할 때의 열정, 몸이 망가지고 잠을 설치고 체력이 고갈되었으면서도 한 표를 더 얻기 위해 애썼던 그 열정이 꼭 필요하다. 헨리 포드는 “열정이 모든 발전의 토대이다. 열정이 있으면 이룰 수 있지만 열정이 없으면 변명만 남는다”고 했다. 열정이 정말 중요하다. 열정이 있으면 교육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열정이 있으면 교육에 대한…
2010-07-01 09:30오늘 아침은 어제와는 다르다. 어제 아침은 장맛비로 출근길을 힘들게 했지만 오늘은 햇볕나는 상쾌한 아침이다. 화요일 아침 7시 40분이 되면 교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명심보감에 대한 강의 내용이 담당선생님을 통해 나온다. 오늘 아침 다룬 문장은 정기편의 여덟째 문장이었다. “景行錄曰(경행록왈) 保生者(보생자)는 寡慾(과욕)하고 保身者(보신자)는 避名(피명)이니 無慾(무욕)은 易(이)나 無名(무명)은 難(난)이니라”. 경행록에 말하였다. "생(生)을 보전하려는 자는 욕심을 적게 하고 몸을 보전하려는 자는 명예를 피할 것이니, 욕심을 없애기는 쉬우나 명예를 바라지 않기는 어렵다." 경행록은 훌륭한 행실을 기록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생을 보전한다는 말은 삶은 지키려는 것이다. '保'는 지킬 보이고 '生'은 삶이다. 삶을 지킨다는 것은 안정된 삶을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정된 삶, 평안한 삶,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욕심을 적게 하라고 하였다. 욕심이 과하면 문제가 된다. 그게 죄가 되고 나아가 자기의 삶을 망치게 된다. 욕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욕심이 많은 것이 문제다. 욕심이 있다는 것은 삶의 의욕이 있다는 증거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증거
2010-06-30 11:50
못 늙어서 미안해! “선생님, 김영화 선생님이시지요. 선생님 혹시 첫 발령을 전남 고흥으로 받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예? 전남 고흥이라구요? 글쎄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고흥 흥양이라는 곳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맞아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첫 발령을 받아 오셔서 2학년을 맡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 그 때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을 찾느라고 얼마나 애를 쓰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저 이봉룡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시겠습니까?” “응? 이봉룡이라고? 아 봉서 마을 중간쯤에 살던 봉룡이란 말이지?” “네, 선생님 저의 집이 있던 곳까지 기억하시고 계시네요. 건강하신지 인사가 늦었습니다.” 전혀 낯익지 않은 전화 속의 목소리는 지난날을 기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직 새파란 초년 시절의 초임지 모습을 눈앞에 그리면서 반가움에 목소리까지 들떠 있었습니다. “그래 반갑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니?” “네, 저도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교직에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선생님의 소식을 듣게 되어 이렇게 전화로 확인을 드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내 거처를 알게…
2010-06-29 11:30아침 출근길에서 최근에 보지 못한 풍성한 비를 보게 됐다. 그 속에는 희망이 보였다. 타들어가던 식물이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 푸른 산과 푸른 잔디가 더욱 푸르게 되는 계기를 맞았다. 지난 토요일 있었던 우루과이와의 결전에서도 희망을 보았다. 많은 선수들의 아쉬운 눈물 속에는 생명력이 있음을 보았다. 응원하는 국민들의 눈물 속에서도 희망이 보였다. 아쉬움을 주었고 안타까움을 주었지만 낙심하지 않는 것은 가능성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우리 모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은 그 무엇보다 값진 소득이 아닌가 싶다. 자신감 결여는 더 이상 목표를 이룰 수 없고 더 나은 목표를 향하여 나아갈 수 없다. 유럽선수들과는 몇 년 전부터 가능성을 선보였고 남미선수들과는 아주 높은 벽을 실감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무엇이든지 목표를 세워 꾸준히 달려간다면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낙심하지 않는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더욱 자신감이 넘쳤을 것이다. 우리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을 키울 때 언제나 자신감을 심어줘야…
2010-06-29 11:17안양옥 서울대 교수의 교총회장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안양옥 신임 회장은 전체 교총회원 18만 3천명 중 15만 5600여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40.3%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제34대 교총회장에 당선이 됐다. 이는 선거기간 동안 안 회장이 주장한 선거공약에 힘입은 바가 매우 크다. 안 회장은 선거 기간 중 교권을 사수하는 책임교총을 부르짖으며 현재 진행 중인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의 대대적인 수술을 약속했다. 도대체 교원평가란 것이 무엇인가. 한솥밥을 먹는 교사끼리 상호 평가를 해야하고 배우는 학생은 스승을 평가해야하며 학부모는 담임을 평가해야하는 전대미문의 잔인한 정책이다. 이를 현실에 맞게 뜯어고치겠다는 것이 안 회장의 약속이다. 이러한 공약은 현장에 있는 교원들에겐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신선한 것으로 다가왔고 결국 득표수로 나타난 것이리라. 현행 교장공모제 또한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대도시 몇몇 소수 학교들에서 발생한 비리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교장공모제를꺼내들었지만, 이는 벼룩 한 마리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한 격이다. 교장공모제로 한 명의 청렴결백한 교장을 뽑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머지 아홉 명
2010-06-27 20:33금요일 아침마다 7시 40분이 되면 시와 음악의 시간이 전개된다. 오늘 아침에도 아름다운 피아노 음악을 배경으로 이정하 시인의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라는 시가 교실마다 잔잔하게 퍼져나갔다. 내 방에도 아름다운 시가 들려왔다. 이정하 시인의 시를 조용히 다시 읽어보면서 우리 학교에 첫 부임했을 때를 생각했다. 첫 마디가 ‘교육은 사랑이다’는 말을 하였다. 오늘 이 시는 자신을 되볼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만큼 학교를 사랑했는지, 학생들을 사랑했는지, 동료직원들을 사랑했는지 되돌아보았다.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없기에 더욱 마음은 오늘 날씨만큼이나 무겁다. 학생들을 외롭게 하고, 슬프게 하고, 절망케 했다면 이를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나? 선생님을 외롭게 하고, 슬프게 하고, 절망케 했다면 이 또한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나? 더욱이 학생들을 화나게 하고 울게 했다면 이 또한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나? 학교 선생님을, 동료직원들을 화나게 하고 울게 했다면 이 또한 용서를 받을 수 있겠나? 내가 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화나게 하고 울게 했다고 하면 상대방이 이해를 해 줄 수 있을까? 현실이 그러했노라고 변명한다고 이해하며 너그러이…
2010-06-25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