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문 좀 열어 주세요.’ 아직 겨울의 흔적이 수묵담채화처럼 남은 산과 들에 봄이 소곤거리고 햇볕 좋은 날 군청색 바다엔 옥색이 내려앉는다. 삼월은 참 바쁘고 아픈 달이다. 신학기 시작과 더불어 입학식, 오리엔테이션 등으로 겨울의 웅크림 속에서 새로운 노트를 펼치고 소중한 내용을 계획하고 빈칸을 채워가기 시작하는 달이다. 삼월, 봄, 첫사랑! 내 눈을 통해 분산되는 삼월의 프리즘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회색빛 언덕배기에 푸른 기운이 돌고 윤기가 자르르한 동백 잎 속에 피어나는 붉고 노란 꽃술의 향연이 현기증을 일으키게 한다. 그 어지러움 속에 문득 열 서너 살 삼월 첫 수업시간 새로운 교과목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공부 말고요 첫사랑 이야기를 해 주세요’기억의 제창이 떠오른다. 대게 국어 선생님은 이야기를 잘 해주시지만 수학, 과학 선생님은 면박을 주며 교과 진도 나가기 바쁘다. 첫사랑!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인가? 그 사랑은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다. 거기에는 인생에서 가장 어여쁜 한 소년과 소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 인생의 봄날 성능 좋은 카메라에 그대로 살아 숨 쉬며 어떤 지우개로도 하드 포맷으로도 지울 수 없는 오직 나만의 경
2015-03-16 14:043월 10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통영시 한산면 비진도로 섬 트레킹을 다녀왔다. 비진도(比珍島)는 통영에서 10.5㎞, 한산도에서 3㎞ 남쪽에 위치한다.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두 개의 섬 안섬과 바깥섬이 남북 방향으로 8자를 만들고 그 사이에 은빛모래를 자랑하는 해수욕장이 자리 잡은데다 절벽을 깎아지른 해식애가 발달하여 미인도로 불릴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주민들은 대부분 북쪽 섬에 거주하고 피서객이 많이 찾아오는 비진도해수욕장을 비롯하여 천연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된 팔손이나무 자생지와 동백군락지가 유명하다. 비진도의 지명은 ‘보배(珍)에 비(比)할만한 섬’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거나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라는 설이 있다. 봄을 시샘하듯 찬바람을 동원한 꽃샘추위가 몸을 잔뜩 움츠리게 하는 아침이었다. 하필 산행 때마다 회원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달콤이 회장님이 출산 경사로 참석 못하는 날 차가 고장나 길거리에서 한참을 떨었다. 7시 15분, 차량 대체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시내를 돌며 회원들을 태운다. 차안의 분위기가 훈훈해 옆자리의 아내와 함께 앞자리에 앉은 지인 부부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
2015-03-16 09:19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제23권 『수평선 너머』) -가려 뽑은 함석헌 선생님 말씀/김영호 엮음/한길사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가졌거든 그대는 행복이니라 그도 행복이니라 그 둘을 가지는 이 세상도 행복이니라 그러나 없거든 거친 들에 부끄럼뿐이니라 오늘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일자천금의 시에서 죽비를 달게 맞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내가 그런 그대였기를 비는 아침. 35년함께 해 온 제자들에게 그런 선생이었기를 비는 일요일 오후. 힘든 친구, 내 어깨에 기대어 울어줄 수 있는 그대이기를 안쓰러운 후배 선생님, 손잡고 위로해 줄 인생의 선배이기를 이 세상 두고 갈 때 웃으며 갈 수 있기를 빕니다. 한 편의 시가 몇 권의 소설보다 깊은 울림을
2015-03-16 09:182009년 6월 온 국민의 관심 속에 대한민국 최초로 완공했지만 그해 9월과 2010년 6월 두 차례의 발사 실패와 2012년 10월 3차 발사 연기로 실망감만 주다 2013년 1월 30일 나로과학위성이 발사에 성공하며 새롭게 희망을 안겨준 우주센터가 나로도에 있다. 지난 3월 7일, 청주아름다운산행 회원들이 고흥 남쪽바다 나로도의 봉래산 산행을 마친 후 우주센터를 견학했다. 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7시 5분 청주종합운동장 앞을 출발한다. 보름이 지난지 며칠 되지 않아 날이 훤한데도 서쪽하늘에 둥근 달이 떠있다. 차안에서 약정기간이 끝나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는데 회장님의 인사말과 부회장님의 일정소개가 이어진다. 뜨고 내리는 것을 뜻하는 지명대로 청주의 비상리와 비하리 인근에 공항이 생겼듯 나로도라는 지명이 훗날 우주센터가 생길 것을 예언했다는 뒷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나로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섬으로 동일면의 내나로도와 봉래면의 외나로도로 이루어져 있다.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와 순천완주고속도로 황전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바다를 닮은 호수와 호수를 닮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고흥과 내나로도를 잇는 나로대교, 내나
2015-03-16 09:18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는 지금 새로운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건강하지 못하다면 장수는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 장수가 축복으로 연결되는 것이 ‘웰에이징(Well-Aging)’이다. 웰에이징은 사람답게 사는 ‘웰빙(Well-Being)’과 사람답게 죽는 ‘웰다잉(Well-Dying)’의 중간이다, 바로 그 과정에서 ‘사람답게 늙는다(현명하게 나이 먹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때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 시대적 트렌드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안티에이징이 가진 이미지가 건강보다는 자연적 노화를 거스르려는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비치면서, 웰에이징처럼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걸맞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점차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끊임없이 발달하는 새로운 의학기술과 다양한 건강법의 등장은 전 세계인의 평균수명을 늘려주고 있다. 그 늘어나는 수명만큼 ‘웰에이징’이라는 키워드가 각광을 받으면서 ‘잘 늙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보다 태초부터 사람들이 가져온 원초적 기대 때문이다. ‘건강하게, 그리고 나이에 걸맞은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욕망 말이다. 20
2015-03-15 12:37한국의 학생들은 세계에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높다고 한다. 그 가운데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가 들어있다. 영어를 함하여 외국어를 잘 해야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 개인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TOEIC 800점 이상 못 받으면 취직은 생각조차 못한다. 영어를 못 하더라도 일본어나 중국어를 어느 정도로 할 줄 아는 것은 기본이다. 세계화 시대에는 외국어를 하나라도 못 하면 바보가 되는 것이다." 외국어는 연애다. 일단 관심이 생기면 접근한다.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다. 접근해서 차이면 다른 관심사를 찾거나 사귀게 되면 열정을 쏟아 부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정이 들어 같이 살 수도 있고 권태를 느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도 있다. 외국어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그 언어와의 관계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학교에서 의무적인 관계로 영어를 시작하겠지만 정이 안 생길 수도 있다. 그러한 의무적인 관계는 피할 수 없지만 대신에 가볍게 만나도 된다. 의욕도 없는데 왜 자꾸 억지로 만나려고 하는가? 집에서는 부모님의 억압, 학교에서는 학생끼리의 경쟁, 사회에서는 취직 준비의 스트레스, 등등 마지못해…
2015-03-12 09:24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건만 절기상 풍경이 칙칙한 때라 출사장소를 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3월 4일, 사진동호회 설레임 회원들이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과 도고면 세계꽃식물원으로 출사를 다녀왔다. 마침 아산외암민속마을보존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오곡밥, 부럼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장승제와 정월대보름 행사'를 개최하는 날이라 소재가 다양해 좋았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은 500여 년 전에 형성된 예안 이씨의 집성촌으로 80여 가구에 사람이 실제 거주하는 마을이다. 전통이 살아있는 건재고택, 참판댁, 송화댁, 교수댁, 병사댁, 참봉댁 등 양반가의 고택과 초가집들이 긴 돌담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멋지다. 옛날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마을의 모습이 한국민속촌을 연상시켜 드라마 ‘덕이’와 ‘야인시대’, 영화 ‘취화선’과 ‘태극기 휘날리며’를 이곳에서 촬영하였다. 정월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고 그 해를 설계하는 달이다. 이날 아산외암민속마을보존회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로 장승제, 느티나무제, 다리제와 풍물공연, 소원적기, 오곡밥 나눠먹기, 쥐불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진행하였다. 마을사람들과 관광객들은 소원성취
2015-03-12 09:24카메라나 휴대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작가라고 할 만큼 사진이나 영상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멋진 사진과 영상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여행지를 떠돈 세월 때문인지 내가 여행 마니아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그들 중에는 멋진 사진이나 영상이 지천인데 ‘왜 돈 내버리고 고생하면서 여행을 다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내 여행은 설렘이 있어 늘 즐겁다’고 말해준다. 지인 부부가 40여년 근무하며 천직으로 알던 직장에서 2월 말 퇴직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두렵고 망설여진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퇴직 후의 생활을 여행처럼 설렘으로 맞이하면 얼마나 좋을까. 막 직장을 떠나 자유인이 된 지인 부부와 3월 2일부터 이틀간 포항 구룡포항에서 영덕 풍력발전단지까지 해안도로를 달리며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여행을 다녀왔다. 청주를 출발하여 첫 번째 들른 곳이 구룡포항 앞에 있는 근대문화역사거리다. 신라 진흥왕 때 지금의 용주리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바다가 구룡포다. 구룡포항은 동해안의 어업 전진기지로 수백 척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큰 항구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들
2015-03-11 09:03변하는 시대상황에서 살아남는 길은 힘을 기르는 일이다. 이 힘이 역사를 움직인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중심세력은 미국파였다. 물론 건국 직후 인재가 모자라던 시절 고육지책으로 일본파가 중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라의 틀이 갖춰지면서 우리나라의 발전을 주도해온 세력은 누가 뭐래도 미국파였다.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공부한 군인.정치인.경영인.학자들이 사회 각 분야의 주역이 됐다. 자연스레 미국 배우기가 유행했다. 학자들은 미국의 사상과 제도를 가르쳤고, 기업들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실천하였다. 그래서 미국적 가치, 예컨대 자유 민주주의나 시장경제.합리주의.실용주의 등이 우리 가치체계의 윗부분에 자리잡았다. 한마디로 미국은 우리에게 절대선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한때 이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그리고 아직도 그 흔적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반미정서의 확산과 함께 미국은 물론 미국적 가치를 무조건 배척하려는 풍조까지 나타났던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파가 구축한 거대한 정치-경제-학계의 복합체가 깨진 것은 아니다. 같은 외국 박사라도 아직은 미국 박사라야 행세를 한다. 미국이 어떠네 하면서도 아들.딸 미국에 유학 보내는 것은 이
2015-03-09 17:18여수 관광의 첫머리이자 여수를 상징하는 관광 명소가 꽃피는 동백섬 오동도다. 지난 2월 28일, 마영달테마여행1번지에서 여수의 오동도로 봄맞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오동도는 전라남도 여수시 ‘2012 여수세계박람회장’ 앞바다에 위치한 바다의 꽃섬으로 길이 768m의 긴 방파제가 작은 섬과 육지를 연결한다. 추운 겨울철에도 아기자기한 '봄동산'이 펼쳐져 있어 늘 봄기운에 흠뻑 젖어들고 알싸한 동백꽃 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 동백꽃이 만발하는 3월 하순경에 절정을 이룬다. 2주 전,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 월출산을 다녀온 후 카메라가 자주 작동하지 않아 속상했는데 또 기상청에서 흐린 날씨를 예보했다. 때로는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비오는 날 여행이 망설여졌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차를 몰고 출발장소인 청주종합체육관 앞으로 갔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7시 15분경 관광버스 2대가 여수로 향한다. 생수, 떡, 김밥, 컵라면, 안내지도를 나눠주고 일정 소개가 이어진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시청하며 지루함을 달래는 사이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10시 50분경 돌산대교 앞 언덕 위에 있는 돌산
2015-03-06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