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났다. 와글와글 아이들 소리로 가득 찼던 운동장엔 봄 햇살이 정적을 쓸고 소담스럽게 자라난 토끼풀과 쑥, 진홍빛 꽃을 피운 광대나물이 빈 화단을 차지하고 있다. 봄이 되었지만 교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부인 출입 통제란 입간판만 덩그러니 서 있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이란 시에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은 ‘오랑캐 땅엔 풀과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다’란 뜻으로 동방규가 오랑캐 땅에 끌려간 등소군을 서러워하며 한 말이다. 요즘 이 말이 실감 난다. 계절은 분명 봄이건만 우리의 마음엔 봄이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작년보다 더 어여쁜 모습의 봄꽃이 찾아왔건만 코로나19란 복병을 만나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하는 봄이 참으로 서럽다. 춘분을 앞두고 낮은 길어지고 햇살은 두꺼워진다. 낮 동안 데워진 공기는 오후가 되면 봄바람을 풀어 놓는다. 봄을 가까이하고 싶어 꽃집 문을 열고 후리지아꽃 한 묶음을 들고 나선다.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꽃집 주인의 한숨 같은 바람이 노란 꽃봉오리를 휘감아 내달아 간다. 이게 다 코로나19와 전쟁 때문이다. 전쟁은 총알이 날아다니고 미사일을 쏘
2020-03-25 10:55‘우리의 삶에서 종교란 무엇인가?’ ‘바람직한 종교는 어떤 모습인가?’ ‘주일 종교 활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가?’ ‘진정한 목회자와 성직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신앙은 인간의 삶보다 우위에 있는 특별한 가치인가?’ 요즘처럼 힘겨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견뎌내며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사색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서 마음속의 질문은 꼬리를 물며 답을 구하고자 애를 쓸 것이다. 이미 보편화된 질문으로 이론화되었거나 도그마로 정착이 되었지만 특수한 현실에 부딪히며 다시금 재고해 볼 문제이다. 종교의 역할에 대하여 실생활과의 연계 속에서 깨달음(계시)을 얻는다면 이 또한 신의 의도일 것이다. 지금 전국의 사찰이나 성당, 교회는 집단 활동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일정 기간 종교행사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성경 말씀을 근거로 반드시 주일 종교행사를 지켜야 한다며 강행하는 종교 단체도 있다. 어느 목회자는 특정 종교모임에 참석하면 있던 병도 나을 수 있고 치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안타깝게도 그 기저에는 현 정부에 대한 배척을 주장하며 극우 보수 정권
2020-03-25 10:48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학생들의 코로나19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21대 총선에서 학교 투표소 활용과 교원의 투개표 동원을 제외해달라고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하 회장은 24일 “총선은 매우 중요한 국가 행사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를 통한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총선 다음날 바로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현실에서 학교‧학생의 감염 예방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날 중앙선관위에 전달한‘제21대 총선 관련 학교 투표소 활용 제외 협조 요청 의견서’에서“학교는4월6일 개학에 맞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교원과 학부모는 학교가 또 다른 감염 확산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이런 가운데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많은 학교가 수 천 명의 유권자가 드나들 투표소로 활용되고,교원 다수가 투‧개표에 동원될 것으로 보여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자칫 학교,교원이 감염에 노출될 경우,학생‧학부모에 대한2, 3차 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교총은 중앙선관위에△지역(사전)투표소에서 학교 제외△부득이 학교 투표소 활용 시,선
2020-03-25 08:54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 미성년자 등에 대한 성 착취 등 불법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과 ‘박사방’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교총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천인공노할 성범죄에 공분과 참담함을 느끼며 일그러진 물질만능주의 세태를 크게 개탄한다”며 “이러한 반인륜적 성 착취,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불관용의 원칙으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함을 지적했다. 하 회장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결코 용인될 수 없으며, 국가‧사회적으로 엄중 처벌해 반드시 근절한다는 의지를 심어줘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를 예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본 아동‧청소년 등의 회복을 위해 상담, 치료, 법률 지원 등 보호 대책이 뒤따라야 함을 촉구했다. 아울러 인터넷 등 사이버공간을 통한 성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의 강화도 서둘러 줄 것을 당부했다. 교총은 이어 “교육 당국은 온라인 성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함은 물
2020-03-24 17:06
어릴 적 사고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 인생을 살아야 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전 교생 중 장애인은 유일하게 나 혼자였다. 하지만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을 통해 장애로 인한 나름대로의 고통의 기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장애의 과정을 겪어서인지는 몰라도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특수교육과를 지원, 졸업 후 지금까지 특수교사로 18년 넘게 생활해 오고 있다. 현재 양평에서는 8년째 특수학급을 담임하고 있다. 진경이를 만난 것은 2015년 3월 2일이었다. 어떤 학부모님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며 덩치가 큰 남자애를 데리고 전환교육실에 왔었다. 부모님께서는 이 녀석이 중학교 때부터 사고를 많이 쳐서 잘 지켜봐달라고 하셨다. 상담이 어느 정도 이어졌고 상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부모님들에게 ‘마지막으로 진경이에게 바라는 것이나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진경이가 중학교 때까지 기분이 나쁘면 학교를 자주 뛰쳐나가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담배도 피우니 선생님이 잘 지도해주세요. 그 외에는 진경이한테 기대하는 것은 전혀 없어요.’라고… 아버님 또한 ‘전혀 기대하는 것은 없습니다. 솔직히 지…
2020-03-24 16:41[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엄중한 요즘 특정계층을 감싸는 뉘앙스가 담긴 교육부의 명령 하나가 학교 관리자와 보건교사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염병 관련 업무가 부쩍 늘어난 보건교사들은 더욱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각급 학교에 ‘전문상담(순회)교사 및 전문상담사 업무 수행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하달했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학교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가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상담 및 자문, 학교폭력 관련 학생의 관계회복, 상담관련 교육활동 등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일반 업무 부과 지양 △정서행동특성검사 및 학업중단숙려제 운영과 관련해 대상 학생의 상담·지원 연계 업무 이외의 일반(총괄) 업무 부과 지양 △학교폭력대심의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일반 행정업무(간사 역할 등) 부과 지양 등이다. 특히 정서행동특성검사와 관련된 내용이 보건교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정서행동특성검사는 학기 초 해야 하는 주요업무 중 하나다. 보건교사나 상담(교)사가 맡는 곳이 많지만, 아예 다른 교사들이 담당하는 곳도 있다. 즉, 각 학교가 처한 상황에 맞게 운영되는 것
2020-03-23 19:20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신중하지 못한 페이스북 댓글에 전국 교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국교총·서울교총 등 각 교원단체에서는 조 교육감의 일탈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성명 발표, 항의 방문, 사과촉구서·요구서 접수 등으로 대응했다. 일선 교원의 분노와 성토도 심화·확산하고 있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조 교육감의 해명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조 교육감 사퇴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교권침해와 명예훼손까지 거론되고 있다. 교원들의 거센 반발과 논란이 일자 조 교육감은 본의가 왜곡된 오해라며 사과했으나 파문은 일파만파로 계속 일고 있다. 위로와 격려는 못 할망정… 최근 조 교육감은 코로나19 대란으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방과후 학교 강사, 조리사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여 문제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학교에는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고 월급 못 받는 그룹 등 두 그룹이 있다’고 게재했다.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의 함의는 방학 중 월급 못 받는 그룹은 공무직, 월급 받는 그룹은 교사로 유추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을 교원 대 비교원으로 편 가르기 하고, 전국의 교
2020-03-23 15:52
선생님들을 만나면 학교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요즘은 밤늦게라도 퇴근해 질문을 올리는 부모가 있으면 즉답을 해줘야하기 때문에 늘 대기하는 마음으로 지낸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경험하는 개학 연기 상황에서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아이들을 원격으로라도 지도하기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통해 국난극복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사회 각계에 있음을 깨닫는다. 원격교육은 동기부여가 핵심 개학하려면 아직도 두 주를 기다려야 한다. 선생님들은 온라인 학습공간을 만들어 학생을 만나고, 학습자료를 탑재한 후 학생의 참여도를 확인하는 한편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상황을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 원격 강의가 진행되는 대학과 달리 그런 노력이 수업시수에 포함되지 않아 조금 아쉽다. 차제에 초·중·고의 원격 수업 인정 기준도 만들어 일정 부분은 수업 시수로 인정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 좋을 것이다. 온라인 학급을 경영할 때 기억할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빨리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이끄는 것과 지적 갈증을 느껴 집에서의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오프라인 교육에서와 달리 원격교육에서는
2020-03-23 15:48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한다는 취지로 생활지도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일선 학교 현장으로 보급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기대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현장 사례부터 수집해야 교총은 교권 보호를 위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최전방에서 헌신해왔다. 전문성은 물론 현장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주체이다. 그런데도 생활지도 매뉴얼의 제작 단계에서 교총의 자문조차 받지 않았다. 특히 시·도교육청의 경우 대부분 학생인권에 경도된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했던 인력이 투입됐을 것이기 때문에 우려는 더욱 크다. 최근 제작·배부된 ‘학교폭력 처리 가이드북’만 보더라도 현장에서의 고민보다는 법률적인 내용만 주로 담고 있다. 그러니 생활지도 매뉴얼에 대한 기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생활지도가 가능한지, 문제가 됐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매뉴얼의 핵심이어야 할 것이다.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에 부합하는 특정 세력의 소리에만 반응하는 이들에게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힘겨운 투쟁
2020-03-23 15:46
선돌. 영월로 넘어가는 소나기재 어디쯤에서 100m 정도 산으로 들어가면 탁 트인 서강 전경이 드러난다.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둥글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은, 혹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안고 휘돌고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 같기도 한 강이 벼랑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그 벼랑 끝에 70m 높이로 날을 세워 서 있는 기암괴석의 바위가 선돌이다. 푸른 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더욱 위험한 비밀과 전설을 안고 있는 듯 여겨지던. 선돌은 홍성모(58세) 화백을 다시 만난 곳이기도 하다. 신비롭다 못해 기이함으로 다가오는 곳. 단종이 유배지인 청령포로 가는 길에 잠시 쉬면서 바라본 절벽의 모습이 마치 신선 같다고 해 ‘선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원래는 하나의 바위였지만, 세월이 지나 틈이 생기고 갈라지면서 두 갈래 바위가 된 채로 소원을 빌면 한 가지씩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설화 또한 안고 있다. 그곳에서 백빈(白鬢)을 휘날리며 붓끝에 힘을 실어내고 있는 노화백의 모습이 딱 선돌 그 자체로 비쳐들었던가.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닌 그의 그림 속 화백은 5년 전 홀연히 고향 부안에 내려와 높이 1m, 총 길이 56m나 되는 방대한 크기의 ‘해원부안사계도(海苑…
2020-03-23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