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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학교생활기록부로 상급학교 진학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교사별로 기재 격차가 상당하여 표준적인 작성요령이 존재하지만, 학교별·교사별로 기재가 천차만별이다. 오죽했으면 교육부에서 글자수까지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학교생활기록부(學校生活記錄簿)는 학교 교육에서 학생을 올바르게 알고 지도하기 위해 참고할만한 사항을 적은 장부로, 1954년 이전가지 ‘학적부’라 불리었으나 양식을개정한 후 ‘학생기록부’로 변경됐다. 1995년에 학생의 학내·외 수련활동 및 자원봉사 활동 내용을 기재해 1996년부터는 ‘종합생활기록부’로, 1997년에 다시 ‘학교생활기록부’로 변경되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제25조’,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으로 초·중등교육법 제25조(학교생활기록) 1항에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상황,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교과학습 발달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그 밖에 교육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작성·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17일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였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하고, 동시에, 경쟁·입시 중심의 고교교육을 학생 중심의 교육으로 바꿔나가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중장기적 고교교육 혁신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대입의 종류인 학생부 종합 전형의 핵심 평가 요소인 학교생활기록부에는 교과 성적 이외에도 출결부터 교사의 평가에 이르는 생활의 모든 비교과 활동들이 중등의 경우 3년 동안 누적 기록되며, 학교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교사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생의 변별적인 특성을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대입의 경우, 예전에는 내신이 안 좋아도 정시로 대학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이 커져 중3학생이나 학부모는 입학 전부터 걱정이 되는게 현실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말한다. “K고교는 평준화지역에 있는 학교라 내신 따기가 쉽다.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은 진학하면 상위권에 든다.”, “J고교는 자사고라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서 입학하여도 내신 따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한다. 중·고교 학생의 경우 초등학생 보다 내신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편이라, 여러 번의 수행평가, 지필평가, 자·동·봉·진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 자율동아리, 학교스포츠클럽활동 등의 기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오죽하면, 교육부의 학생부 기재 개선 사항에는 대입제공 수상경력 개수 제한(학기당 1개, 총 6개까지 제공), 자율동아리 학년 당 1개(동아리명, 30자 이내), 소논문(RE) 모든 항목에 미기재, 방과후학교 활동 미기재, 기재 분량 축소, 교사 연수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과도한 경쟁 및 사교육을 유발하는 학생부의 요소와 항목을 정비하고 정규교육과정 중심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고교 학생부(창체 특기사항, 행특 종합의견)의 경우 기존 4,000자에서 2,200자(200자 원고지 11매 상당)로 개선했다. 문제는 교사별로 기재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대상자별 맞춤형 연수 제공, 학교급별 특성을 고려한 기재요령, 기재 우수사례, 기재 지원프로그램 개발 등 도움자료를 확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의 정확한 작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의 수업 시간수 축소와 잡무 경감 등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교사 또한, 허위, 부실, 부당 기재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도 L교사는 “올해는 그나마 글자수가 좀 줄어 낫지 싶지만, 한 항목(500자)만 해도 100명입력기준으로 50000자라 단편소설 두 세편은 된다”며, 꼬집었다. 교육당국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교사들의 기재 격차해소 및 신뢰도 제고에 힘써야한다. 학교 현장에 자문과 컨설팅을 실시함으로써 학교에서 기재요령에 맞게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과 관리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높이는 비결은 기재·관리 표준화 지원을 함으로써 현장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교사가 마음 편히 학생의 활동 중심의 성장 과정을 담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또한, 대학이 글자수가 많으면 우수학생으로 인식하는 오개념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8년 11월 1일(목) 1학년 학생들의 ‘공감 힐링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입학한지 240일 지난 시점에서 열린 이번 작은 음악회는 학업 이외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오랜 기간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낭만과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2학기 1회고사가 끝나고 열흘이란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모두 열다섯 팀이 참여해 악기 연주, 춤, 노래, 뮤지컬 등을 선보여 가을밤을 낭만으로 수놓았다. 연주하는 친구들의 모습과, 스텝으로 활동했던 학생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던 공연이었다. 공연을 하다가 실수를 해도 친구들이 떼창으로 함께 해주고, 무대를 내려오는 친구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주었다. 특히 평소 내성적이었던 학생들이 보여준 춤과 노래는 학생들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의 다양한 끼와 재능이 학업이라는 결과에 묻혀 사장되지 않고, 인정받는 자리였기에 아이들의 표정이 모두 밝아보였다. 또한 작은 음악회를 찾아준 학부모님께도 좋은 선물을 되었다. 작은 음악회가 개최 동안에는 수업시간에 했던 대칭 구조 자화상 그리기, 친환경에너지 창의성 표현, 국어 은어사전 만들기, 맵 활동지 등이 공연장 입구에 전시되어. 다른 친구들의 생각이나 표현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경남교총은 지난달 30일 제34대 경남교총 회장 선거에서 심광보 현 회장이 연임됐다고 밝혔다. 심 회장은 앞으로 런닝메이트인 수석부회장 김인용 진주교대 교수, 초등부회장 김광섭 의령 남산초 교감, 중등부회장 임창완 창원고 교사, 여성부회장 이용금 양산 신주중 교감과 함께 경남교총을 이끈다. 심 회장은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부족함을 느낀다”면서 “못다한 일들을 마무리 지으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산재한 교육 현안과 교육 환경 개선에 매진하겠다”고 연임 소감을 밝혔다. 회장단의 임기는 3년이며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 임기가 시작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영양수업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최근 트렌드에 맞게 STEAM(융합교육)을 활용하는가 하면, 신체놀이를 통한 영양교육·식생활 개선이 시도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가 주관한 ‘2018년도 학교영양·식생활교육 활성화 심포지엄’이 지난달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영양교사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이 담긴 다양한 수업사례가 공개됐다. 황지현 부산 용수초 영양교사의 ‘교과수업과 연계한 영양·식생활교육 사례’ 발표에서는 동료 영양교사들과 함께 영상으로 제작한 ‘영양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열량이 높은 과자의 TV광고 제한’과 ‘가공음료로 2명 중 1명은 당 섭취기준 초과’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영상은 영양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이들은 아나운서, 기자, 시민 등의 역할은 물론 촬영, 편집까지 수행했다. ‘간식, 현명하게 선택하기’를 학습주제로 진행한 수업에서 ‘영양뉴스’는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게 황 교사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쉽게 접하는 간식들이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잘 선택해 섭취하는 것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간식 분류하기’,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 ‘간식배낭 꾸려보기’ 등을 모둠활동으로 진행해 적당량의 간식을 먹는 태도 실천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이날 ‘2018년도 학교 영양·식생활교육 공모전’ 시상식도 열려 우수 수업사례로 선정된 영양교사들이 수상했다. 최고상에 해당하는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수상작이 대표 수업사례로 소개됐다.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임혜란 인천가정초 영양교사는 ‘STEAM교육을 적용한 푸드 마일리지 수업’을 발표했다. PPT 자료를 통해 ‘푸드 마일리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와 계산법 등을 간략하게 알려준 뒤, 모둠별로 ‘도전! 푸드마블’ 게임을 통해 구입한 10가지의 식재료로 비빔밥과 후식을 완성하는 식이다. 모둠별 학생들이 완성한 결과물이 학습지 형식으로 게시되면, 가장 합리적인 구매를 했다고 여겨지는 학습지에 스티커를 붙여 투표로 우승팀을 정한다. ‘푸드마블’은 세계여행을 보드게임으로 만든 보드게임 ‘브루마블’을 응용해 임 교사가 직접 고안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보드게임을 수업에 접목시켜 흥미를 이끈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임 교사는 “단순히 흥미위주의 게임 활동으로 끝날 수 있는 만큼 활동 결과물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 확보는 필수”라며 “스티커 대신 개별 포스트잇을 제공해 짧게라도 의견을 적어서 투표하면 더욱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귀띔했다. 농림부장관상을 받은 홍지영 강원 임곡초 영양교사의 ‘목마른 좀비’도 학생들에게 인기 높은 캐릭터인 좀비를 활용해 쉽고 즐겁게 ‘당 줄이기’를 익히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고안돼 호응을 얻었다. 복잡한 교구제작이나 준비 등의 번거로움 없이 누구나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당이 하는 일과 당 과다섭취의 문제점을 학습한 후 평소 학생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 속의 당을 찾아본 후 예상과 달리 당이 과다 포함된 음료들을 마시고 있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해 건강한 음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학생들이 ‘좀비’, ‘탄산음료’, ‘물’의 역할을 나눈 후 좀비가 물을 만나 사람으로 환생하는 심화활동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업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송진선 전국영양교사회장은 “오늘 발표된 우수사례들은 학생의 올바른 식습관 확립은 물론, 학교 영양·식생활 교육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이는 학부모들이 더욱 원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만큼 영양교사들은 학교급식에 대한 업무수행 뿐 아니라 영양교육 전문가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고 기회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총이 교원의 교육권과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한 청원운동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 같은 교총의 움직임은 작금의 교육 현실이 그만큼 심각하고 또 날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드러난 실례를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말 그대로 학교 현장은 쑥대밭이다. 전북에서는 수업 중인 교실에 학부모가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있었다. 제주에서는 학교의 정당한 행정 처리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1년 여 동안 100건이 넘는 민원과 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학교를 사실상 마비시켰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건수는 10년 전보다 2.5배나 증가한 508건에 달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지금도 일주일에 10여 건의 교권침해가 전국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제 정도(程度)를 넘었다고 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같은 교권 유린과 실종에도 사회는 무관심하고 정치권은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 교총이 나섰다. 답답한 학교 현실을 바로 알리고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교권 3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청원운동에 돌입했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그동안 교총은 교원지위법·학교폭력예방법·아동복지법을 교권보호를 위해 개정이 필요한 교권 3법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23일에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심각한 교권침해에 대한 교육감 고발조치를 의무화해야 하고, 교권침해 학생의 학급교체·전학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등 학폭법 개정도 시급하다. 가르칠 권리가 법으로 보호받는 안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50만 교원이 힘을 모아야 한다.
“과도한 수험 준비 부담 완화, 학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 고교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 했다.” 수능 출제위원장이 밝힌 출제 경향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괴물문제(국어 31번 문항 )’로 대표되는 역대급 ‘불수능’이라며 눈물 짖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좌회전 깜빡이 넣고 우회전하는 수능’이라고 생각이 들 것 같다. 문제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도 평가원이 “수험생 기대와 달라 유감”이라며 사실상 사과를 한 이유도 수험생의 상실감 때문이다. 해마다 난이도가 널뛰기에 가까운 수능을 어떻게야 할까. 쉽게 출제되면 ‘물수능’이 문제다. 변별력 상실로 인해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바뀌고, ‘논술 뒤집기’에 대한 생각으로 사교육에 매달리게 된다. 동점자 양산으로 정시에서의 눈치작전도 불가피하다.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주장이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 불수능은 학생들에게 지나친 좌절감을 주고 성적지상주의를 부추기며, 역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이유가 된다. ‘수능 난이도 조절은 신(神)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일부는 수능 난이도 문제를 제기하며 무용론을 들기도 하지만, 학종 및 내신의 불신 또한 매우 큰 것도 현실이다. 프랑스처럼 논술형 수능도입 주장도 준비와 공정성 담보가 문제다. 결국 어떠한 제도든 문제는 존재한다. 따라서 극단적인 변경보다는 수시와 정시 비율의 균형, 수능 난이도 조절이라는 현실적 방법으로 중장기적 대입제도 개편안의 공통분모를 마련해야 한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공론화 과정을 통해 과격한 이상론과 주관적 주장은 수용될 수 없음이 확인됐다. 그렇다고 현재에 안주할 수 없음도 절감한다. 저마다 다른 해법과 주장이 난무해 정답은 없지만 공정성과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이라는 가치가 동시에 반영된 대입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며, 이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시작돼야 할 것이다.
한국중등교장협의회는 58년 동안 한국교총과 함께 대한민국 교육의 맥을 이어 왔으며, 교장선생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전문성을 신장시킬 뿐만 아니라 미래 교육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막중한 소임을 다해왔다. 대한민국 발전의 중심에는 교육이 있었고, 그 교육을 실천해 낸 학교의 중심에는 항상 교장선생님들이 우뚝 서 있었다. 교장은 학교 교육의 중심 우리의 역량은 곧 우리 선생님과 아이들의 미래 핵심 역량이라는 생각으로 긍지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교육의 시대다. 이 위대한 교육의 대업을 위해 함께 나아갈 리더십을 떠올릴 때다. 교장은 학교교육의 중심이다. 학교 경영을 책임지는 그 중심축이 튼튼해야 함은 당연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미래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성 신장이다. 최근 교직 현실에서 교권추락 등 불만족 요인은 많다. 그렇다고 후퇴하거나 머무를 수는 없다. 우리는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고, 선생님들을 지도하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머뭇하면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국가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교장선생님들은 부단히 연찬해야 한다. 둘째, 소통과 배려의 실천자가 돼야 한다. 학교경영은 매우 어렵다. 교장은 학교업무를 통할하기 때문에 거의 무한대의 책무성을 가진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본다. 그 해결책은 소통과 배려다. 인간사에서 발생하는 많은 일들이 상호 불통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불신이 따른다. 소통은 가치의 공유를 통해서 이뤄진다. 학교장이 추진하려고 하는 각종 사업이나 과제는 시작 단계부터 시간을 갖고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동참케 한다면 원만하게 추진될 수 있다. 절대로 조급하게 하거나 강압적 분위기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나름 전문가이기 때문에 함께 참여하기를 바란다. 교직 사회는 특히 사람 사이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 건강한 사람도 있지만 좀 약한 사람도 있고 아픈 사람도 있다. 업무에 능통한 사람도 있지만 미숙한 사람도 있다. 교직 경력이 적은 교사들은 부단히 지도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아플 때 상사가 위로하고 배려해 주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열정이 좀 부족한 선생님들은 부단히 동기유발을 시키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 나와 함께하고 있음을 감사히 여길 것이다. 부단한 연찬, 참여로 혁신경영 셋째, 단결 그리고 참여다. 한국중등교장협의회는 전국의 600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방대한 조직이다. 그러나 지리적 여건이 광범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상호 대면은 쉽지 않다. 요즘은 사이버 시대이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친밀도를 높이는 것은 역시 대면이 핵심이다. 17개 시도에 분포해 있는 회원 교장선생님들은 각 지역별 협의회를 더욱 활성화시키면 좋겠다. ‘뭉치면 산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주시길 당부하고 싶다. 연 2회 개최되는 연수회에 기꺼이 참여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 우리들의 뜻을 한 목소리로 담아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동참하기를 바란다.
한국교총은 28일 서울 하나투어 본사에서 하나투어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하윤수 교총 회장과 정동섭 사무총장,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육경건 전무(영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앞으로 교총 회원은 하나투어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센터마크 호텔, 티마크 호텔, 티마크 그랜드 호텔 등 하나투어 계열사 호텔을 이용할 때 최고 55%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호텔 내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20% 할인, SM면세점 이용 시 5~20%(온·오프라인)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체험형 테마파크 ‘런닝맨’ 입장권도 할인가로 구입할 수 있다. 교총 회원과 가족을 위한 단독·테마 여행상품과 특별 할인 여행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교총 회원이 하나투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시 하나투어 마일리지를 2~3% 적립해준다. 하나투어 마일리지는 SM면세점과 하나티켓, 티마크호텔앤리조트, 해외 T라운지·데스크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아웃백, 스타벅스, CGV 등 하나투어 제휴사에서 사용 가능(하나투어 홈페이지에서 결제)하다. 사회 공헌 활동도 함께 한다. 사회배려계층 등을 대상으로 ‘희망여행’을 추진하고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하나투어는 국내 최고의 여행업체로, 지난해 송출객만 563만 명(시장 점유율 22.7%)이다. 2000년에는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주식을 상장했고, 지난해에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한국 산업의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13년 연속 여행사 부문 1위 브랜드에 선정됐다.
11월 8일 전북 고창 모 초등학교에서 수업중이던 여교사를 학부모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임교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충격으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현재, 학부모는 폭행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다. 또 지난 8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훈계하던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학년 A군은 교내 복도에서 교사에게 유리병을 던지고, 복도 진열장 유리를 깨는 등의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자괴감을 느끼는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병원 치료를 받는 교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교권침해의 유형은 폭언, 욕설, 폭행, 협박, 모욕, 수업 방해, 성희롱, 불법 촬영 등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현황’ 자료에서 2018년 8월까지 교권침해 건수는 1,390건으로 나타났으며,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전체의 90.4%(1257건)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관리자)등에 의한 교권침해는 9.6%(133건)으로 조사됐다. 상해·폭행 95건, 성적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93건, SNS 등을 이용한 불법정보유통 8건이었다. 이 가운데 학교나 교사 선에서 합의 또는 마무리되고 보고되지 않는 교권침해 건수를 고려하면 교권 침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6년 1학기 까지 피해 교원에 대한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종결된 교권침해 사건이 83.7%에 달했고, 오히려 피해교원이 전보를 가는 경우가 전체 조치 내용의 77.1%에 달했으며, 교총에 따르면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2007년 204건에서 지난해 508건으로 10년 새 2.5배로 급증했다. 지난 14일 교육부는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를 공표됐다. 제8조 제1항인 ‘교권 침해 교원에 대한 5일간의 특별휴가 부여’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그동안 행정적 지원 근거가 부족해 피해교원 보호에 어려움이 컸다. 일선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와 선도위원회를 개최하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징계 규정에 따라 교권침해 학생에 대해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치, 퇴학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처분이 있지만 교사들이 체감하는 교권침해는 상상 이상이다. 경기도 D교사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참고 넘어가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도움을 주는 위원회에 사안을 심의하려고 확인서를 작성하고 출석하여 진술하는 수고로움과 더불어 해당 가해학생과 처분이후에도 매일 봐야되는 상황이라 참는다”고 토로했다. 통상 도교육청에도 교권보호지원센터 등이 설치되어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피해 교사에게 법률적 지식 제공, 심리상담, 병원연계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원배상책임보험가입, 자존감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은 시·도교육청별로 상이한 상태이다. 현재, 심각한 교권침해의 경우 가해 학생이 전학이나 퇴학이 아니라 피해 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는 현실이기에 학폭법처럼 가해 학생을 특별교육, 학급교체, 전학 등을 강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교권침해는 학생뿐만아니라 학부모에 의해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절반을 넘어 교사들에게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주고 있다. 특히, 학교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수업하는 교실까지 진입하여 교사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교권침해이다. 갈수록 대담해지고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교권침해에 대해 좀 더 강력한 법적 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참에 교원지위법 등을 통해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교권침해에 대한 법률적 서비스 지원과 사전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법률적 강화를 통한 교권침해 예방의 방법도 좋지만, 교육공동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 소통하고 신뢰하며, 존중하는 교육문화정착이 더욱 필요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권보호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차원에서 외부인 출입통제를 위한 안전요원배치 등 예산편성과 지원에 신경써야 한다. 단위학교에서는 관리자들부터 솔선수범하여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피해 교사 보호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
신문사에서 내 글을 싣겠다며, 원고 요청을 해 오면 누구든 진지해진다. 요청받은 주제에 따라서는 자못 비장해지기까지 한다. 개인의 허튼소리를 글로 써서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와서 어떤 문제에 대한 토론의 패널(panel)이 되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슨 글을 쓰든지 글에는 어쩔 수 없이 ‘나’를 나타내어야 한다. ‘나’가 없는 글이란 없다. ‘나’를 나타내는 데에 목적이 있는 글이 아니어도, 그런 글에도 어쩔 수 없이 ‘글 쓰는 나’가 나타난다. 그것은 어떤 글쓰기 천재도 피해 갈 도리가 없다. 개인의 자아가 배제되는 극단의 공적인 글에도, 이를테면 ‘기미독립선언문’ 같은 글에도, 그 글을 기초한 최남선이란 인물을 연결 지으며 우리는 그 글을 읽는다. 신문에 기고를 한다는 것은 내 글을 세상 만인이 다 주시한다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옴짝 없이 세상에 드러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이면 ‘나’를 잘 나타내는 글이 되도록 애를 쓴다. 천 가지 만 가지 나의 모습 중에도 가장 그럴듯한 ‘나’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야말로 ‘근사(近似)한 나’를 담아내야 한다. ‘근사하다’는 단순히 멋있다는 뜻을 넘어선다. ‘근사하다’의 본 뜻은 ‘매우 이상적인 경지에 아주 가까이 닮아 있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런 ‘이상적인 자아’를 자기의 글에 담고 싶다. 만에 하나 ‘비겁한 나’가 드러나서도 안 되고, ‘부도덕한 나’를 보여서도 안 된다. ‘게으르고 이기적인 나’는 철저히 감추어야 한다. 무지해 보여서는 더욱 안 된다. 더더구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자아를 보여 줄 수는 없다. 그것에 더하여 문장을 아름답고 멋있게 쓰고 싶다. 요컨대 흠결 없는 ‘나’를 글에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또 가능하면 내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내 글이 폭넓은 설득력을 발현하기를 기대하며 글을 쓴다. 학창시절 교지나 학교 신문에 글을 싣게 되었을 때, 얼마나 나를 근사하게 알리고 싶어 했던가. 주장하는 글을 쓸 때는 ‘강력한 자아’를 드러내고 싶어 했고, 문학적인 글을 쓸 때는 ‘순정한 자아’를 표현하고 싶어 했지 않았던가. 나 또한 그러하다. 처음 교수가 되어서 처음으로 교수 회의에서 발언을 할 때도 얼마나 엄청나게 올바른 자아가 되어서 발언을 했던가. ‘순정한 자아’니 ‘강력한 자아’니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의지적으로 가장 훌륭한 정신의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공공의 매체에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이 공동체를 위한 ‘공정한 도의’에 이미 의지적으로 도달해 있을 것을 요청받는 것이며, 또 그 요청에 기꺼이 응하는 일이다. 아니 그런 상태가 되어야 글을 쓸 수 있다. 하다못해 ‘독자투고’나 ‘시민의 소리’에 짧은 한마디를 쓸 때도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의 공의로운 태도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당당하고 올바른 ‘공적 자아’를 갖추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이다. 공동체 안의 개인이 어떤 공식적 표현을 한다는 것은 그런 정신적 긴장을 반드시 요청한다. 조금도 나쁠 것이 없다. 글을 쓰는 것은 눈에 아니 보이는 유익함이 가득하다. 글을 매체에 게재하는 것은, 요즘 말로 글로써 널리 소통하는 일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유익하다. 우선 나를 의미 있게 사회화(meaningful socialization)한다. 그런 글을 쓰는 동안에 나의 자아는 공동체 윤리를 각성한다. 그동안 개인적 욕망의 수준에서만 살아왔던 자신을 반성하는 안목도 기르게 된다. 동시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자신의 책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배우게 한다. 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미덕은 무한일까? 얼핏 보면 그런 것처럼 보인다. 매체에 글을 쓰면서 ‘강력한 자아’나 ‘순정한 자아’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렇게 되는 방향으로 나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글쓰기의 미덕에 해당한다. 그런 글을 쓰기 때문에 은연중에 도덕적 품성을 찾아가게 된다. 그런 글을 쓰면서, 여러 사람 앞에 나아가도 ‘부끄러움이 덜한 나’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내가 쓴 글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지려는 마인드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발성이 강한 글쓰기는 그 자체가 바로 ‘실천’이라는 명언이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여기까지가 글쓰기의 미덕이다. ‘강력한 자아’나 ‘순정한 자아’를 보이려는 것이 도를 넘으면 글쓰기의 미덕은 사라진다. 나를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글쓰기의 덫일 수도 있다는 점을 놓치면, 글쓰기의 미덕은커녕 글쓰기의 악덕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의외로 글쓰기 초보자보다는 상당한 경력자에게서 나타난다. 특히 사람들에게 널리 소통되는 글을 쓸 때는 누구도 피해 가기 어려운 허영의식이 있다. 글쓰기의 심리적 기제 속에 이런 허영의식이 있고, 글쓰기가 사회적으로 소통되는 여러 국면에서도 이런 허영의식이 작동할 소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런 허영의식에 기울어질 때 나타나는 글쓰기의 폐단을 들어 보자. 1) 글을 쓰기 위한 글쓰기, 2) 대중에게 자랑하여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 3) 글 쓰는 이가 소영웅주의에 빠져 버린 자기도취의 글쓰기 등이 있다. 이런 글쓰기 폐단은 대체로 ‘글쓰는 자아’와 ‘실제의 자아’가 조금도 일치되지 못하면서도 글쓰기를 자기과시나 명예욕의 욕망으로만 추구할 때 일어난다. 딱한 것은 이미 독자들은 그런 허위의식을 눈치채고 있는데도 막상 본인만 모른다는 점이다. 자기가 자기를 속이고 그 속임에 자기가 이미 넘어가 있는 ‘자기기만의 글쓰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글쓰기에 따라붙는 허위의식에 대해서 통렬한 각성을 제기하는 소설가이며 칼럼니스트인 홍형진 작가의 발언 한 대목을 함께 음미해본다. 나는 여느 사람보다 훨씬 큰 스피커(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유력 일간지와 잡지 여럿에 지속적으로 글을 써왔고 매체에서도 나를 주요 필자로 대해준다. 책을 내고파 하는 출판사도 몇몇 있으며 SNS에서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는 이 또한 제법 된다. 똑같은 말을 해도 가중치를 얻는 위치에 있다는 소리다. 대놓고 헛소리를 해도 누군가는 진지하게 믿을 테니 냉정히 보면 이것도 기득권의 한 갈래다. 하여 나는 내 글에 책임을 져야 한다. 스피커 또한 사회의 한정된 자원 중 하나니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한데 그런 내가 단지 내 생각이나 성향을 합리화하기 위해 자극적으로 글을 쓰고 누군가의 삶을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그건 태만을 넘어선 전횡이다. 글쓰기를 그치지 않는 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다 보니 언제부턴가 서민, 저소득층 같은 단어는 쉽게 쓰지 못하게 됐다. 나 역시 그들의 삶을 세세히 살피며 고통에 공감하는 도덕군자는 아니니까. 지표를 통해 현황을 살피는 게 고작이다. 한데 나와 비슷한 입장인 게 눈에 빤히 보이는 사람이 걸핏하면 서민 타령을 해댈 때면 속에서 무언가가 치솟는다. 차마 표현은 않지만. 홍형진, ‘중산층 글쟁이의 딜레마와 과제’ 중에서(페이스북, 2018.9.12.) 글을 쓰면서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자랑하려는 욕구가 너무 지나치면, 글쓰기는 이미 미덕이 되기 어렵다. ‘이상적 자아’만 있고, 솔직한 ‘현실의 자아’를 망각하면 글쓰기는 이미 허위의식이 지배한다. 그런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글을 쓰면서 마치 자신은 무오류의 사람인 듯 말한다. 마치 자신은 하늘에서 온 심판자처럼 말한다. 오만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의 마음에 차오르는 진정성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는 글쓰기의 악덕이다. 진정성 있다는 것만으로 다 용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로 ‘진정성’은 ‘반이성(反理性)’과 동의어이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반성적 글쓰기(reflective writing)’라는 명제가 유효한 것처럼, ‘모든 글쓰기에 허위의식이 그림자처럼 따라 온다’는 말을 새겨서 경계해야 하리라. 반성이 도를 넘거나, 반성이 상투화되는 곳에도 정신의 허영이 따라온다. 오늘 내가 여기 쓰는 글도, 생각하면 등골로 땀이 흐른다. ‘너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 앞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치원은 「교육기본법」과 「유아교육법」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학교이다. 「교육기본법」 제9조(학교 교육) 제1항에는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둔다’고 규정돼 있고, 「유아교육법」 제2조(정의) 제1항 ‘유아란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를 말한다’ 제2항 ‘유치원이란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 유치원이라는 명칭은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유아학교’로 개명이 논의 중이다. 유치원은 ‘처음학교’라는 이름처럼 가정생활을 벗어나 기초적 사회화 교육을 받는 최초의 교육기관이자 학교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유치원과 유아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작가이자 목사인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의 ‘내 생애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말은 유치원과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함축한 것이다. 한국의 유치원과 유아교육 현황 고찰 2018년 현재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총 유치원수는 9,021원으로 국·공립 4,801원(53.2%), 사립 4,220원(46.8%)이다. 학급수는 총 37,748학급인데, 국·공립이 10,896학급(28.9%), 사립이 26,852학급(71.1%)이다. 원아수는 총 675,998명으로 국·공립이 172,370명(25.5%), 사립이 503,628(74.5%)명이다. 교원수는 총 54,892명으로 국·공립 15,869명(28.9%), 사립 39,023명(71.1%)으로 나타났다.(통계청, 자료갱신일 2018.11.7) 유치원 수는 국·공립과 사립이 절반 정도씩 비슷한 비율이지만, 학급수·원아수·교원수 등에서는 국·공립과 사립이 약 1대 3 정도로 사립의 비율이 높다. 이는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단설유치원이 적고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주로 1학급)이 많아 초등학교 교장·교감 등이 병설유치원 원장·원감을 겸임하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이와 같은 통계 비율로 볼 때 한국의 유치원 교육은 중등교육·고등교육과 함께 사립 의존도가 매우 높은 현실이다. 당연히 사립유치원에 대한 교육당국의 지원과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유치원은 정규학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초·중등학교 및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 감독이 부실함을 부인할 수 없다. 사립유치원 운영의 부정・비리 천태만상 민낯 올해 국정감사로 드러난 유치원의 부정과 비리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국·공립에 비해 사립유치원의 회계 부정·비리 실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정 감사의 여파로 유치원 운영과 관리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가 확산되자, 결국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는 일제히 지난 5년간(2013년~2017년) 유치원 감사 결과와 지적된 유치원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 발표로 전국의 유치원 2,086원이 크고 작은 부정·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사립유치원이 1,825원으로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감사 대상 유치원 대부분이 지적된 것이다. 물론 비율은 낮지만 국·공립유치원도 부정·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유치원의 부정·비리는 천태만상이다. 유치원 지원금을 운영비로 사용하지 않고 명품 구입, 자신과 가족치료비, 개인차량 유지비, 자택 전기·가스대금, 휴대전화비, 친목단체 회비 등으로 부정 지출했다. 아울러 무인가 업체와 식재료 계약, 교사 부정채용, 비정규직 각종 조회 미행 등 인사비리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일부 사립유치원의 부정과 비리의 자화상은 안타깝고도 실망스럽다. 이번 국감과 명단 발표로 유치원을 원장·경영자 개인의 자영업체 또는 영리 수단을 방불케 하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치원을 육영·교육의 가치가 아니라 영리・ 축재(蓄財)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일탈이다. 이는 교육자의 양심과 학교 경영자의 윤리를 망각한 처사로 국민들의 공분(公憤)을 자아내고 있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과 대립 갈등 올해 국정감사로 유치원 부정·비리가 국민적 공분으로 공론화되자, 정부와 여당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유치원 교육의 부정·비리를 예방하고 공공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의 즉각 과제는 유아의 학습권 보장, 국·공립 유치원 확대, 유치원 관리·감독 강화 등이고, 제도 개선과제는 학부모 참여 강화, 투명한 회계 운영, 사립유치원 교육질 개선 등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19년 국·공립유치원 1,000개 학급 증설, 2021년까지 국·공립유치원생 비율 현재 25%에서 40%로 상향, 국가회계 시스템(에듀파인) 전 유치원 단계적 도입, 비리 유치원 명단 실명 공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영형으로 운영하고, 집단 휴·폐원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예산·유아 수 감소 등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즉흥적 백화점식 나열이지만 그 취지와 방향은 평가할 만하다. 이와 같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 발표에 대해서 사립유치원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형선고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대책이 경영자의 사유재산권을 불인정하고 유아교육 공헌자를 범법자로 매도하는 처사라고 주장하며 휴·폐원, 모집 중지 등으로 맞서고 있다. 교육부와 사립유치원・ 한유총이 ‘강 대 강’으로 맞서 피해를 입는 것은 사이에 낀 유아와 학부모들이다. 아프리카 속담인 ‘아이 하나를 잘 기르려면 온 마을 사람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의 함의를 숙고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치원 혁신과 유아교육 행정 개혁의 방향 사실 전국 사립유치원의 부정·비리 백태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만시지탄이다. 사립유치원의 부정·비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회자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차제에 우리나라 유치원과 유아교육 및 행정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혁신돼야 한다. 첫째, 유치원과 유아교육 운영의 근본적 제도 개선이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에서도 제시됐지만, 유치원 회계의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즉각 도입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사립유치원도 국·공립유치원과 모든 초·중·고·대학처럼 정기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연간 약 2조 원이 지원되는 사립유치원의 정기적 회계・ 운영 감사는 필수적이다. 현행 유치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서 목적 외 집행을 제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의 상생(相生)을 도모해야 한다. 이번 명단 발표에서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이 연루됐지만,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7할 이상을 맡고 있는 것이 사립유치원이다. 또 일부 사립유치원은 육영의 입장에서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사립유치원과 경영자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오히려 이참에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유아교육의 해묵은 과제인 교보(유보)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유치원(만 3~5세)은 교육부 관할이고, 어린이집(만 0~5세)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어린이집은 만 0~2세의 영·유아반을 더 운영한다. 아울러 교육기관(학교)인 유치원과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은 공히 만 3~5세의 누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빨리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교육으로 통합 일원화돼 교육부·교육청에서 관할토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현재 법인(法人)과 사인(私人)으로 나뉜 사립유치원을 장기적으로 법인화로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이사진들의 공동 사고와 집단지성으로 회계 부정·비리와 운영의 투명성·공정성 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는 유치원과 유아교육의 공공성 달성을 위한 첩경이다. 유치원 원장·경영자들도 유치원 경영을 영리와 축재(蓄財) 수단이 아니라 육영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국·공립 및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연간 수업일수(연간 180일), 방학 중 방과후과정 운영 일수, 하원(귀가) 시각이 훨씬 더 많고 길다. 자녀를 맡기는 맞벌이 학부모가 사립유치원을 선호하는 이유다. 따라서 정부는 국·공립 및 병설유치원 교직원 수 증원, 시설 확충 등을 통해 학부모들의 요구 수용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유치원・ 유아교육 발전의 성장통과 전환점 2018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립유치원 부정·비리 공개와 공공성 강화 대책 발표는 우리나라 유아교육 발전의 성장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언젠가는 터질 것이 터진 것이고 맞아야 할 매를 맞은 것이다. 유아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이 국·공립유치원 증설, 비율 확대, 공영형 도입 등 피상적 처방으로 완전 해결되기는 어렵다. 특히 교육부 역시 이번 사태에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부는 유아교육의 틀을 새로 짠다는 입장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부는 그동안 건전하게 운영돼 온 사립유치원들이 육영 자부심을 갖고 더 발전적으로 운영하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별로 구성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도 제재보다 지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사립유치원과 한유총도 현실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휴·폐원, 모집 중지 등을 철회, 대승적으로 정부 정책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사립유치원 부정·비리 사태에서는 누구의 잘잘못과 시비를 가리는 것 못지않게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발전적으로 열어가는 혜안(慧眼)과 협치(協治)가 요구되고 있다. 부디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가 과거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잘못된 관행인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유치원과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유아들이 안전한 배움터에서 행복하게 배우고, 학부모들이 자녀를 안전하게 맡기고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은 지난 1992년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된 교과서 전문 연구기관이다. 지난 26년간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교과서 편찬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과서 보급에 앞장섰다. 또 교과서 정보관을 설치, 국내외 7만여 권의 교과서를 구비하고 있으며 교과서가 시대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교과서 수정·보완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 체계적인 질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교과서민원바로처리센터’는 교과서 제작에서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 수요자의 불편을 즉시 처리하는 등 발 빠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정부 국정화 파동 이후 우리 교과서는 새로운 시련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시대적 격변기를 맞아 교과서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지난 6월 취임한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김홍구 이사장을 만나 ‘교육의 출발점’인 교과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 이사장이 생각하는 ‘교과서’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로 본다면 교과서는 정설을 기록한 책이다. 교육적 관점에서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표현하고 학습해야 할 일련의 내용을 항목별로 정리한 책이다. 교과서는 또 교육과정을 구체화하고 이를 통해 교육목표가 도달해야 할 지점을 알려준다. 교육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종착지인 셈이다. 아울러 교과서는 창의적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학계 전문가는 물론, 현장교사와 편집디자이너, 심리전문가 등 각 분야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한 권의 교과서를 만들어낸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의 새로운 가치를 담은 것이 교과서다.” - 한때 교과서는 성전(聖典)으로까지 불렸지만, 지금은 위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교과서만 가지고 교과서 내용대로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다. 교과서가 교육의 중요한 자료인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지식의 안내자에 가깝다. 실제로 교사들도 교과서 속 지식만 가르치던 데서 벗어나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학생들 수준에 맞게 가르치고 있다. 교과서 자체보다 이를 활용하는 교사의 창의적 능력이 중시되는 시대가 됐다.” - 교과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우리 교과서의 장점을 꼽는다면. “예전보다 많이 유연해졌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만큼 교사들의 활용 폭이 커졌다는 의미다. 또 종전에는 고기를 잡아주는 교과서였다면 이제는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교과서가 됐다. 단순암기식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대해 가르친다. 학생이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지식의 생산자로 참여하는 교과서,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교과서다.” - 일각에서는 교과서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우리 교과서가 일상생활과 유리되고 추상적인 내용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방대한 지식과 학문적 핵심을 잘 요약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학의 경우 교과서가 공식만 나열하는 바람에 과정이 생략되곤 했다. 학생들로서는 어렵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학생들 개인차에 대한 고려없이 교과서를 만든 것도 그런 평가에 일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는 등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 교과서 가격이 비싸다는 견해도 있는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요가 많은 교과는 가격이 내려가고 수요가 적으면 올라간다. 대부분 민간 출판사에서 발행하다 보니 교과서 가격도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점을 잘 모르는 분들은 교과목에 따라 (교과서가) 비싸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 이상으로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교과서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 어쨌든 교과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교과서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했지만 기대만큼 훌륭한 교과서를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대학입시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교과서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 토론중심교육, 협력학습, 과정중심평가, 역량중심교육 등 다양한 가치를 교과서는 담아내려 하고 있지만, 입시 위주 교육에서 이를 구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능시험도 교과서 밖에서 지문을 출제하는 판이니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 정부가 디지털교과서 발행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서책형교과서에 미칠 파장을 어떻게 보나. “디지털교과서는 협력학습이나 수준별 수업이 용이하고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등과 다양한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교실 내 인터넷 설치 등 인프라 경비가 많이 들고 학생들의 주의력 분산이나 건강을 해칠 우려 등 보완할 부분도 있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서책형교과서와 상호보완적 효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자유발행제 견해를 밝혔는데. “교과서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는 최소화하는 대신 양질을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지원은 더 늘려야 한다. 지금은 교과서 검인정을 확대하는 추세이고, 자유발행제의 점진적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유발행제의 가장 큰 장점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과서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것이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자유발행제를 한다고 해도 대형 출판사가 홍보나 마케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시장을 독과점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교과서 채택 경쟁이 치열해지면 부작용 우려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 임기 3년의 이사장에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사장으로서 각오는. “출판사들이 좋은 교과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조직으로 재단을 운영할 생각이다. 또 교과서에 대한 수요자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모두가 믿고 쓰는 교과서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이를 위해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와도 협력 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과서가 제 기능을 하려면 교사들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도 교육의 질을 담보는 교과서를 만들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배우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싶다.”
전경린의 단편 강변마을은 처음 간 강변 외갓집에서 외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은 것이 줄거리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음 직한 이야기다. 201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전경린 단편 강변마을에 등장하는 사철나무 화자인 은애는 열한 살인 문방구집 딸이다. 그런데 ‘벌써 인생에 지친 기분’이다. 주먹질하는 오빠와 엉겨 붙는 동생들, 엄마의 악다구니, 계집애인 것 자체를 질타하는 할머니의 힐난,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돌발적인 분노 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엄마와 할머니는 잔뜩 날이 서서 서로에게 퍼부을 욕을 애들에게 대신 쏟아낸다. 여기에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흙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나 집안으로 스며드는 집이다. 그런데 어느 여름방학 때 오빠·여동생과 함께 외갓집에 간다. 원래 외갓집이 없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사촌 외갓집’에 가 있으라고 한 것이다. 한여름 뙤약볕에 몇 시간에 걸쳐서 힘들게 찾아간 그곳엔 우선 온화하게 웃는 외할머니가 있었다. 수박과 포도를 실컷 먹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사랑만 해주는 곳이었다. 이들 남매는 낮에는 실컷 먹고 놀고, 밤에는 마당의 평상에서 ‘알고 있는 모든 노래를 다’ 부르며 지낸다.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이들 남매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게 한 집엔 사철나무가 있었다. 저녁이 될 때까지 외할머니는 부엌 곁 텃밭에서 풀을 뽑고, 우리는 밭 가장자리의 사철나무에 매달려 놀았다. 허리가 굽은 늙은 사철나무들은 매달리기 좋게 옆으로 구불구불 가지들을 뻗었고 총총한 잎사귀 속에는 붉은 열매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었다. 동화에 나오는 나무처럼, 그 나무에 오르기만 하면 아무리 오래 매달려 놀아도 힘들지 않았다. 우리는 과자를 잔뜩 먹은 뒤 새 팬티와 러닝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머리띠까지 두른 채 사철나무로 달려가 매달렸다. 사철나무 붉은 열매는 노래하는 음표들 같았다. 거꾸로 매달려 주렁주렁 매달린 길쭉한 오이들과 옥수숫대 옆구리에 붙어 자라는 수염을 늘어뜨린 알알이 영근 옥수수와 보라색 가지들도 노래 부르는 것 같았다. 이처럼 사철나무는 이 소설에서 어린 나이에 세파에 찌든 소녀가 파라다이스 같은 곳에서 듬뿍 사랑받으며 마음껏 자유를 누릴 때의 상징처럼 나온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후반부를 좀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꿈같은 외갓집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집안은 그대로인데, 아기 하나가 생겨 있었다. 소녀는 당연히 강변마을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강변마을에 대해 입에 올리면 엄마에게 등짝을 맞았다. 그것은 금기어였다. ‘사촌 외갓집’은 실은 아버지의 젊은 여자 집이었고, 그 여자가 아기를 낳기 위해 집에 들어온 동안, 다녀온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과 아름다운 묘사가 놀랍다.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이 소설에 대해 “오랜만에 만나는 아름답고 따뜻하고 슬프고 안정된 작품”이라며 “작가의 이런 탁월한 감각과 문체가 엉뚱한 곳에 낭비되지 않고, 앞으로 우리의 영혼을 아름답게 쓰다듬어줄 수 있는 작품들을 낳기를 기대하고 또 믿는다”고 했다. 소설가 이승우도 “인물들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과 감정을 사물에 투사하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묘사, 그리고 단편소설에 맞춤한 미학적 구도의 안정감을 통해 읽는 이를 정화시킨다”고 썼다. 작가 전경린(1963년생)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천사는 여기 머문다, 물의 정거장과 장편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황진이 등을 냈다. 작가는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을 다룬 작품을 많이 썼다. 우울증을 앓는 듯한 여성의 자세한 심리묘사는 금방 질려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강변마을은 뜻밖에도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밝고 따뜻했다. 사족처럼 하나 덧붙이자면, 사철나무 열매는 10~12월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 껍질에 싸여 열린다. 이처럼 사철나무 열매는 빨라야 늦가을인 10월에 열리는데, 시간적 배경(여름방학)이 8월쯤인 ‘강변마을’에 ‘붉은 열매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다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서울 기준으로 8월엔 사철나무 꽃이 지고 막 열매가 녹색으로 맺히는 정도다. 작가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푸른 잎을 간직한 채 겨울을 나는 사철나무 사철나무는 이름 그대로 사철 푸른 상록성 나무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지만, 북쪽으로 황해도까지 올라가 자란다. 중부지방에서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수는 대개 소나무·향나무·주목 같은 침엽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철나무는 잎이 넓은 활엽수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도 푸른 잎을 간직한채 겨울을 날 수 있다. 회양목과 남천 정도가 서울에서도 잎이 떨어지지 않은 채 겨울을 나지만 잎 색깔까지 푸르게 유지하지는 못한다. 남천은 겨울에 빨갛게 단풍이 들고, 회양목 잎도 겨울에는 다소 붉은 빛을 띤다. 사철나무는 요즘 서울 도심에서도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울타리가 아니어도 공원이나 교회 앞마당 등에서 별도로 한두 그루 심어놓은 사철나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꽃은 6∼7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피는데, 꽃잎 4장이 마주 보면서 핀다. 꽃 가운데에 암술이 1개 있고, 수술이 4개 있는데, 우주선 전파 수신기처럼 삐죽 튀어나온 수술대가 재미있다. 달걀 모양의 잎은 가죽처럼 두껍고 반질반질 윤이 난다. 가을에 달리는 불그스름한 열매는 녹색의 잎새와 잘 어울린다. 줄기에서 뿌리를 내려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는 줄사철나무도 있다. 사철나무는 아주 오랜 세월 우리 땅 우리 곁에서 함께 해온 나무지만 사철나무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깃거리가 하나도 없는 것이 아쉽다. 아마도 주변에 너무 흔해서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철나무를 주요 소재로 쓴 강변마을과 같은 소설이 더욱더 반가웠던 것 같다. 사철나무는 노박덩굴과 나무인데, 이 과에 재미있는 나무들이 많다. 줄기에 화살 모양의 날개가 있는 화살나무, 가을에 맺히는 열매가 분홍빛으로 마치 꽃처럼 고운 참빗살나무, 잎 위에서 앙증맞게 작은 꽃이 피는 회목나무, 미역줄기처럼 벋으며 자라는 미역줄나무 등이 노박덩굴과 나무들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 그래서 앞날이 기대되는 시기에 문화는 ‘미래’를 말한다.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측면에서만큼은 미래를 낙관할 수 있었던 80년대, 사람들은 ‘아! 대한민국’을 불렀고 ‘서울 서울 서울’을 부르며 힘든 오늘을 달랬다. 오늘은 힘들지만, 내일은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그래도 굳건하게 존재했던 시기였다. 반면 경제가 정체 혹은 후퇴하는 시기에 대중문화는 자꾸만 빛났던 어제를 반추하며 ‘과거’에 천착한다.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언제부턴가 ‘복고풍’은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는 상시적인 문화코드의 하나로 정착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반추할 과거가 늘어났다는 게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고풍 유행이란 게 반드시 중년이나 노년층의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의 60대~70대는 유튜브라는 최첨단 유행에 마음을 빼앗겨 있다. 왜 우리는 과거를 미화할까 17년 만에 재결성해서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이틀간 마비시킨 H.O.T의 팬 대부분은 아직 30~40대에 불과하다. H.O.T보다 먼저 재결성한 라이벌 젝스키스의 팬들 역시 인생을 반추하기에 터무니없이 이른 나이인 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20년 전 철없이 ‘오빠’들에 열광할 수 있었던 투명한 날들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다. 사람에겐 누구나 과거를 미화하는 습관이 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조차 걱정거리는 존재함에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그땐 다 좋았는데’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함께 느끼기 때문이다. 오빠들만 쫓아다니며 하루 온종일 설레도 괜찮았던 10대 소녀들은 어느덧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됐다. 친구들과 매일 같이 술 마시며 소주 몇 병에 밤을 지새워도 삶이 멈춰 있는 것 같았던 20대와는 달리 시간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짐을 늘려 놓는다. 그 짐의 무게는 자꾸만 우리의 인생이 갈수록 힘들게 한다. 그나마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버틸 만하겠으나 그런 것도 아니다.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주식은 그래도 사 놓으면 오르잖아’라는 속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지난 10월 말 코스피 지수는 급기야 2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2007년 7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게 무려 11년 전이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도 그 언저리를 맴돌며 좀처럼 믿기지 않는 희망을 더듬거리고 있다. 코스피 붕괴의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경제적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애널리스트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눈에 보이는 지표보다는 보이지 않는 ‘심리’에 입각해 주식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피·코스닥 주요 종목 중에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최근 몇 달 새 주가가 40~50%씩 폭락한 것들이 즐비하다. 재무제표를 보면 아무런 이유도 없어 보인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계속 안 좋아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안전지향 심리가 너도 나도 주식을 파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황량해진 K-컬쳐,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듯 올해 한국 문화는 양적·질적 빈곤에 시달렸다. 올해 9월까지 극장에서 흥행한 영화 열 편 중에서 한국영화는 불과 세 편(신과 함께, 독전, 공작)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질적인 측면에서 ‘명작’의 반열에 올릴 만한 영화는 많지 않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어엿한 ‘국가산업’으로 자리 잡은 K팝 역시 올해는 주춤거리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그나마 걸그룹 트와이스의 약진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돌파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최근 주식시장 붕괴와 함께 시총도 다시 후퇴했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K팝 비즈니스가 알고 보면 얼마나 불확실하고 비가시적인 요소 위에 서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나마 방탄소년단이 더 이상 ‘K팝스타’가 아닌 ‘월드팝스타’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올해 문화계에 있었던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침체된 한국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시장을 목표로 한 이들의 성공은 그 자체로 K팝의 드라마틱한 성공을 재현하는 것 같다. MP3 기술이 처음으로 나와 음반시장을 초토화시켰던 2000년대 초반, 그땐 K팝이란 말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중 누구도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로 뻗어 나가 빌보드차트 1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거짓말 같은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20년 전 그 절망의 시기에 그래도 누군가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우리는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희망의 요소가 없는 것 같은 2018년의 끝자락에 서 있다.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배는 부를지 몰라도 마음은 고프기만 하다. 쉽진 않지만 그래도 애써 내일에 관해 얘기하며, 서로 덕담이라도 한마디 건네 보는 것이야말로 이런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힐링’이 아닐까.
#1 _ 티베트 자유여행의 시작 누군가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묻는다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티베트라고 대답한다. 티베트고원과 야크떼, 포탈라궁과 달라이라마 등 티베트를 여행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겠지만, 내가 티베트를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이유는 당시 티베트는 여행할 수 없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티베트는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자치구로서 수부(首府)는 라싸(拉萨)이다. 1965년 중국에 병합된 이후부터는 시짱 자치구(西藏自治区)로 불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후로 많은 외국인이 ‘티베트 분리 독립운동’을 지지했고, 라싸에서는 적지 않은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티베트 자유여행을 엄격히 제한했다. 외국인이 티베트를 여행하려면 허가증이 필요했고, 이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에서 공식 인증한 여행가이드와 호텔에서 묵는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했다. 당시 인터넷에는 유럽·아시아·미국·남미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쳤지만, 티베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 나는 다소 무모하지만, 허가증 없이 자유롭게 티베트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허가증을 받는 것 자체가 앞서 언급했듯 거의 불가능했고, 중국 공안과 계약관계가 있는 여행사와 함께 티베트를 가더라도 터무니없이 비쌀 뿐 아니라 의미 없고 틀에 박힌 관광이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2 _ 칭짱철도에서의 46시간 베이징에 도착해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에 묵었다. 여기에서 라싸행 칭짱철도(靑藏鐵道)를 구매 대행해 준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라싸행 칭짱철도 티켓은 허가증이 있어야 끊을 수 있는데, 이 티켓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은 나 같은 외국인이 허가증 없이 티베트를 가는 방법이 열린 셈이다. 드디어 티베트 여행이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닌 가시권에 들어왔다. 라싸의 푸른 하늘과 포탈라궁, 티베트고원의 야크 떼들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100위안을 주고 구매 대행한 티켓을 들고 라싸행 칭짱철도에 올랐다. 칭짱철도는 중국 서부개발을 목적으로 2006년에 완공된 철도로 특히 칭하이성(靑海省) 시닝(西宁)과 시짱자치구 라싸를 연결하는 구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철도’라는 명성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징 서역에서 출발한 칭짱철도는 라싸까지 약 46시간이 소요된다.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은 그야말로 대자연을 그대로 담은 아이맥스 영화와 같다. 스크린 속의 풍경은 도시에서 초원으로, 황토고원과 사막을 지나 빙하와 야크떼가 있는 고원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다고 2박 3일 동안 창밖 풍경만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같은 침대칸을 쓰는 한족·티베트족·좡족·위구르족 등 다양한 민족의 친구들과 비록 말은 잘 안 통했지만, 가져간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하고 함께 고스톱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때 과음을 해서인지 아니면 고스톱 규칙을 가르쳐주느라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인지 해발 5,000m 티베트고원에 들어서면서 고산증세가 나타나 고생을 좀 하기도 했다. #3 _ 티베트의 심장, 포탈라궁 허가증과 고산병을 이겨내고 결국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도착했다. 라싸 중심부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의 거주지였던 포탈라궁이다. 사실 어린 텐진 갸초는 이 포탈라궁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해서 얼른 여름이 되어 꽃이 많고 햇볕도 잘 드는 여름궁전 노블링카에 가기를 원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포탈라궁은 달라이라마가 겨울철에 지내는 겨울궁전이 되었다. 처음 티베트 여행을 계획할 때 라싸의 파란 하늘과 웅장한 포탈라궁만 내 눈으로 직접 봐도 소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무사히 도착하여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고 있으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포탈라궁은 티베트불교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다. ‘포탈라’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이 사는 산인 ‘포탈라카’에서 비롯됐다. 포탈라궁 내에는 역대 달라이라마의 무덤이 모셔져 있다. 티베트인들은 농번기가 끝나면 자신이 사는 곳에서 라싸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몇 개월간 순례길에 오르며, 라싸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이 포탈라궁을 오체투지를 하면서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를 돈다. 라싸가 티베트의 수도라면 포탈라궁은 티베트의 심장인 셈이다. #4 _ 여행의 끝판왕들이 모이는 곳, 동쵸 호스텔 라싸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포탈라궁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숙소로 가는 길에도 총을 차고 있는 공안들을 수없이 봤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안에게 붙잡히지 않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혹시나 모를 추방에 대비해 비상식량이 잔뜩 담긴 봉투를 양손에 들고 조심스레 방에 들어서는 순간, 방 가운데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소리친다. “혹시 춘천사람이세요?” 매개체는 바로 춘천의 지역 마트인 ‘벨몽드 봉투’. 이렇게 나는 티베트 라싸의 허름한 호스텔 방에서 춘천사람을 만났다. 이 형은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리고 주변이 시야에 들어온다. 일본사람도 있고, 불경을 보며 명상을 하는 독일 사람도 있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내 머리색은 검은색이니까. 동쵸 호스텔 여행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티베트에 왔다. 춘천 형은 네팔에서 트럭 짐칸에 몰래 숨어 왔다고 했고, 일본 사람은 쿤밍에서 모종의 뒷거래를 하고 봉고차에 여럿이 함께 타고 왔다고 한다. 독일 사람은 명상 중이라 말이 별로 없었지만 18개월 동안 티베트에서 수행 중이라고 한다. 나는 비교적 정상적인 방법으로 티베트를 여행하고 있는 편이다. 정말 다들 여행의 끝판왕들이다. #5 _ 하늘 호수, 얌드록쵸(羊卓雍湖)로 가는 길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용기를 내서 라싸를 벗어나 얌드록쵸로 가기로 했다. 티베트의 3대 성호(聖湖)로 불리는 얌드록쵸는 라싸에서 시가체 방향으로 2시간을 가야 한다. 이는 중국 공안이 있는 여러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고, 나는 허가증이 없는 외국인이기에 그곳까지 무사히 데려갈 중국인을 물색해야만 했다. 숙소에는 티베트를 여행 중인 중국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나는 그들 한가운데 서서 함께 얌드록쵸를 가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인들은 외국인과 여행을 가다 공안에 걸리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대부분 거절했다. 몇몇은 허가증 없이 티베트를 온 내가 수상하다며 공안에 신고한다고 협박까지 했다. 그 순간 나의 심정은 마치 제갈량이 오나라에 적벽대전 참전을 설득하러 가서 많은 참모와 장수들에게 둘러싸여 심문받는 그런 기분이었다. 다행히 삼고초려와 같은 나의 설득에 테란이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중국인 친구가 마음을 움직였고, 하루 동안 택시를 빌려서 함께 얌드록쵸로 가기로 했다. 얌드록쵸로 가는 길은 매우 좁고 험한 도로였다. 더군다나 중국말을 모르는 티베트인 택시 운전사는 반대편 차가 시야에 들어오면 갑자기 역주행하며 달리다가 차가 서로 부딪치기 직전에 핸들을 꺾었고, 우리가 겁이 나서 소리를 지르면 껄껄거리며 즐거워하는 매우 용감한 드라이버였다. 이러한 아찔한 치킨게임을 몇 번 하다 보니 어느덧 택시는 얌드록쵸에 도작해 있었다. 푸른 보석이라는 별명을 가진 얌드록쵸는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호수로 해발 5,000m에 위치한다. 저 멀리 하얀 만년설이 쌓인 닝진캉사펑(宁金抗沙峰) 아래 바다같이 푸른 얌드록쵸가 보이고, 오색 타르초(經幡)는 거친 호수 바람에 정신없이 휘날린다. 호수 아래에 내려가니 방목을 하는 야크 가족들이 있었다. 멀리서는 바다같이 짙푸르던 호수 빛은 가까이서 보니 투명한 비취색이었다. 에메랄드빛 호수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도 찍고 송아지 같은 새끼 야크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우두머리인 듯한 거대한 뿔을 가진 수컷 블랙야크가 나타나 위협을 가했다. 다행히 겁만 주고 들이받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아찔한 순간이었다. #6 _ 라싸의 사원, 거리 그리고 사람 조캉사원(大昭寺)은 오랫동안 티베트 사람들에게 성스럽게 여겨진 정신적 고향이자 티베트불교의 중심사원이다. 실제로 많은 순례객이 찾아와 신앙생활을 하는 곳은 포탈라궁이 아닌 조캉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바코르(八角街)는 이 조캉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대표적인 순례길인데, 이 작은 거리에는 다양한 민족들의 수공예품이 가득해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포탈라궁과 마찬가지로 순례할 때는 반드시 석가모니상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바코르 광장은 라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거리인데, 조캉사원을 중심으로 바코르 광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은 석가모니에 대한 의식이라고 한다. 처음 티베트를 여행하게 된 계기는 당시 준비하고 있던 ‘라싸의 경관 변화로 바라본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이란 논문 때문이었다. 라싸의 거리를 직접 보고 중국 정부가 라싸의 경관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고 싶었다. 라싸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들어온 경관은 포탈라궁 전면의 넓은 광장과 그 가운데에서 펄럭이는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였다. 이는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이나 모스크바의 붉은광장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의 대표적인 상징 공간이다. 또한 라싸 시내의 중심에는 직선의 대로가 건설되었고, 이 길의 이름은 베이징길(北京路)이다. 포탈라궁과 더불어 대표적 순례지인 조캉사원과 바코르 순례길에는 군인들이 총을 메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바코르 광장에는 마자아미라고 하는 작은 찻집이 있다. 이곳에서 티베트대학 역사학과에 다니는 아르바이트생을 만났다.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티베트의 역사에 대한 말을 꺼내면서 타르초(티베트 불교를 상징하는 오색 깃발)의 의미에 관해 설명을 하던 중 중국 공안이 찻집으로 들어오자 흠칫 놀라며 대화를 멈췄다. 100년 전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티베트 친구가 준 그 타르초를 양손에 들고 만주 독립군의 모습처럼 기념사진을 찍고, 티베트 여행을 마쳤다. 에필로그 칭짱철도를 타고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길은 처음과 똑같은 길이었지만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티베트의 파란 하늘과 웅장한 포탈라궁, 에메랄드빛 호수와 야크, 그리고 라싸에서 만난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티베트, 자유, 그리고 여행’ 이 세 단어는 마치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단어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다시 티베트를 가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 역시 나는 자유로운 여행을 하며 있는 그대로의 티베트를 느끼고 싶다.
꽃과 풀, 달과 별 모두 다 너의 것(신순화 지음) 아이에게 학습지 대신 풀꽃을 선물하고 싶어 산과 들이 보이는 시골집으로 이사한 엄마가 쓴 7년간의 일기를 모았다. 숲속을 내복 바람으로 뛰어다녀도 되고 집 안에서 축구를 해도 괜찮은 시골생활의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여유에 관해 이야기한다.(청림라이프 펴냄, 360쪽, 1만5000원)
배움을 확인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과정중심평가(김덕년 등 7명 지음) 최근 교육현장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과정중심평가’를 소개한다. ‘과정 중심평가’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는 있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방안을 소개한다.(교육과 실천 펴냄, 320쪽, 1만6500원)
아이만큼 자라는 부모(셰팔리 차바리 지음) 자녀의 행동에 일일이 참견하지 않고 허용선을 정해 단단한 내면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육아의 초점을 ‘아이’가 아닌 ‘부모’에게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녀의 단점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잘못된 자신의 행동이 투영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것을 권한다.(김은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496쪽, 1만9000원)
힙합은 어떻게 힙하게 됐을까?(한동윤 지음)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힙합은 단순히 인기 음악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 방송은 물론, 옷차림이나 자세까지 청소년 생활 곳곳에 힙합이 스며든 지 오래다. 이 책은 힙합의 기원부터 ‘저항’으로 대변되는 역사, 힙합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기비결, 힙합을 만드는 법 등을 소개한다.(자음과모음 펴냄, 232쪽, 1만3000원)
공간의 인문학(한현미 지음, 박상규 그림) 건축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축은 공간을 창조하고 변형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행위 대부분은 건축된 공간 안에서 이뤄진다. 이 책은 건축물이 인간 공동체와 인간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맘에드림 펴냄, 208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