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7,622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초중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연 `한국교육 경쟁력의 현주소와 당면과제' 포럼에서 허형 중앙대 교수는 "국가수준의 교육성취도를 학생의 발달 수준 단계별이나 초중고 등 학교급 별로 주기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그에 따라 교육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국가차원에서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한국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초중등교육 경쟁력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그 동안 몇몇 교육연구기관에서 국가수준의 교육평가연구를 수행하긴 했지만 모두 부분적인 학력고사 수준을 탈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번쯤 해보고 치워버리는 일회성의 학력평가 연구에 불과해 국가교육의 개혁이나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정 작업 또는 교수 학습 방법의 개선이나 장학활동에 어떤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9세, 13세, 15세, 18세 별로 실시할 수도 있고 초등교 3학년,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별로 실시할 수 있다"면서 "과목은 국어, 수학, 과학과 공학, 영어만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허 교수는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서 발간한 `세계 경쟁력 연감'을 인용하면서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교육경쟁력은 49개 나라 가운데 32위로 2000년의 26위보다 6단계나 더 떨어졌으며 GDP대비 교육비 지출은 3.6%로 33위로 나타났다. 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교의 경우 31명(44위)으로 46위를 차지한 남아공(35명)과 비슷한 수준이며, 중등학교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24명으로 42위를 차지했다. 1위 이스라엘(6명)과는 18명 차이다.
얼마 전 교육과정평가원이 학교·학생별 학업성취 수준과 서열이 한 눈에 드러나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체제를 도입하자고 해 논란을 빚었다. 수행평가에 길들여진 교사로서 부담이 느껴지는 얘기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행평가의 장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는 생각에서다. 우선 수행평가는 결과물이나 기록물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학원에 다녀서 그림을 잘 그리거나 글을 잘 쓰는 아이가 점수를 잘 받게 된다. 또 남자보다는 여자가 감각적으로 더 발달돼 있어 유리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아이들을 미술학원에, 글짓기 학원에 보내는 게 기본이 됐다. 또 수시로 기록물이나 결과물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학급 인원수가 많은 경우에는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져 수업 연구 시간이 모자라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국가가 성취도 수준을 측정해 교육의 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게 아닌가 싶다. 내 생각으로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수행평가는 참고자료정도의 위치로 낮추고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높은 객관식 문제를 많이 반영한 상대적 지필평가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이들의 학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해 분발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기업체 입사 서류의 학력 기재란을 없애보자고 얼마전 국무회의에서 제안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몇몇 장관들과 언론은 크게 반대를 나타냈으며 특히 한 신문은 사설에다 칼럼까지 동원하면서 아주 잘못된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력을 보지 말라면 그럼 관상보고 뽑으란 말이냐는 극단적인 반박도 나왔다. 언론들이 지적한 대로 기업체가 사원 뽑는 일을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큰 파문이 예상되는 문제를 불쑥 국무회의에 들고 나온 것은 경솔하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마치 미운 털 박힌 이가 허방에 빠지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양, 이때다 하고 한 전 부총리에게 엄청난 비판과 질책을 퍼붓는 것 역시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경력이나 교육부총리라는 직책으로 보더라도 그가 저런 파란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른바 '대학 간판' 숭상이 빚는 엄청난 교육현상의 병리 등 여러 갈래의 폐단이 국가와 사회를 심히 뒤틀리게 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부총리의 뜬금없는 거론 방식만 가지고 떠들고 매질할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오늘의 교육 현실에 눈을 돌리고 그 타개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논의들을 보면 어떤 이는 學歷과 學力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치 한 전 부총리가 국민을 모두 바보로 평준화하려고 획책하고 있는 것처럼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입사 서류에 學歷을 기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찌 모든 사람의 學力이 낮아질 것인가. 또 어떤 이는 국가가 기업의 인사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까지 들먹인다. 그러나 인사담당자가 입사 지원서의 학력 기재란만을 보고 특정대학 이외의 것은 아예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기가 일쑤라는데 이것이야말로 분명히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구직자에게 결혼 여부나 나이를 묻는 것조차 프라이버시 침해로 보는 서구의 나라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나라들과는 사회문화 체제적 측면에서 분명히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 어느 나라들보다도 지독하게 學歷을 따지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學歷과 관련된 부당한 차별대우를 철폐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 정신을 살리는 길일지도 모른다. 학력 따지는 사회 때문에 대학 입학은 생사를 걸어야 할 인생중대사다. 서울 특정지역의 아파트 시세가 명문 대학 합격자를 많이 내는 입시학원 다니기가 쉽다는 이유 때문에 폭등하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대학 입학 지원자를 성적순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지독한 경쟁에서 남보다 앞쪽에 서기 위해 수험생들은 피말리는 생활을 해야 한다. 그 가족까지 1년 동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다. 편입 경쟁도 만만치 않다. 상위권 대학의 결원을 중위권 대학생이 편입하여 메꾸고 중위권 대학의 빈자리는 하위권 대학에서 올라가 메꾼다. 서울 시내 대학에는 서울 주변과 지방 대도시 학생들이 편입해 가고 지방 대도시 대학에는 지방 소도시 대학의 학생들이 편입해 간다. 그러니 어떤 지방대학들은 3학년이나 4학년 학생이 반수도 안되게 줄어들기도 한다. 이 연쇄 이동은 순전히 '대학 간판' 때문이다. 입사 지원할 때 이력서에 좀더 나은 '간판'을 써넣기 위해 수직이동하는 행렬이 이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만성적 학벌 위주의 여러 가지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해결해 가기 위해선 다소의 무리가 있더라도 정부는 과감한 정책과 실천적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출중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 가운데는 이른바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많다. 한 전 부총리에게 화살만을 쏘지 말고 기업들도 이 기회에 스스로 학벌만능의 병폐에서 벗어나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을 어디 나왔느냐 하는 것을 기준으로 문간에서 아예 내모는 일부터 우선 없애보자는 주문이다.
"교대 박사과정 개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주 늦어진다면 다른 대학원을 찾아 봐야죠." 석사논문을 준비하고있는 이재덕 교사(33·서울교대교육대학원 원우회장)는 요즘 진로문제로 고민 중이다. 교육대학원 졸업 후 박사과정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그는 어떤 대학원으로 진학해야 할 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진학을 앞둔 초등교사들이 심한 갈등을 느끼고 있다. 교대에 박사과정을 개설할 수 있는 법령은 마련됐으나 개설 시기를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2000년 11월 28일 고등교육법시행령이 개정(제21조 제2항 '산업대학 및 교육대학에는 전문대학원 또는 특수대학원을 둘 수 있으며…')돼 교육대학도 전문대학원을 둘 수 있게 됐다. 특수대학원으로 분류되는 교육대학원과는 달리 전문대학원은 박사과정을 개설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떤 형태의 전문대학원이 개설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확정된 교직발전종합방안에서 제안되었던 교원전문대학원 설립안은 검토과제로 분류돼 도입실시가 유보되었다. 교종안에는 '교원전문대학원(가칭)은 2000년 12월에 구성된 교원전문대학원 연구위원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후 구체적인 교원양성방안 마련을 검토한다'고 돼 있다. 또 '교육전문박사학위 과정은 교원전문대학원(가칭)에 개설하는 방안과 기존의 교육대학원을 '교육전문대학원(가칭)'으로 개편 또는 신설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되, 학위의 질적인 수준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 이중헌 교원양성과장은 "교원전문대학원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이미 완결됐으며 올해 안에 공청회를 통해서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서 전문박사(Ed.D)를 수여하거나 별개로 전문대학원을 설치하는 방안, 일반대학원에 전문박사과정을 설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원전문대학원 설치는 순탄할 것 같지 않다. 대학별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서울대는 교육전문대학원 설치를 추진했으나 내부 논의과정에서 좌절됐다. 우한용 교무부학장(사범대)은 "일반대학원이 존재하는 데 굳이 전문대학원을 병설할 필요가 있냐"는 반대여론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일반대학원이 설치된 다른 대학들도 교육전문대학원의 설치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최근에 교육대학원장협의회 포럼에서 강인수 교수(수원대)는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하기보다는 여건을 갖춘 교육대학원에 전문박사과정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초등교육계는 어떤 형태로든 교대에 박사과정이 개설되는 시기가 앞당겨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허종렬 교수(서울교대)는 "일반대학원이 설치된 대학들은 전문대학원 설치가 중복사안일 수 있으나 교대의 경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사과정이 개설되면 연구인력이 확보되고, 그만큼 초등교육의 전문성이 신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는 한 초등교사는 "일반대학원에는 초등교육을 전공한 교수가 없어서 수업과 논문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교대 박사과정 개설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박사과정 입학을 위한 좁은 문도 교대의 박사과정 개설을 부추기고 있다. 초등교육전공 박사과정은 현재 교원대와 이대에만 개설돼 있다. 교사들은 학비가 저렴한 교원대를 선호하지만 입학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중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박사소지율도 교대박사 개설의 필요성으로 거론된다. 2000년 4월 현재 전체 초등교사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129명이나 중등교원은 1036명이다. 교대 박사과정 개설은 전국 교대의 숙원사업이다. 서울교대는 1985년부터 일반대학원 개설을 추진해왔으나 1995년 교육대학원 설립으로 만족해야했다. 나머지 교대들은 서울교대의 박사과정 개설을 주시하고 있다.
교총은 4일 실업계고 교원들의 산업체 근무경력 인정률을 한단계 더 상향조정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인정률 상향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先교원자격' 지침을 개정, 직전 경력이 가르치는 교과와 상통할 경우 교원자격 취득 시기를 불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교총과 교육부는 지난해 6월 교섭을 통해 실업계 교원의 교직 임용 전 산업체경력을 80% 수준에서 인정키로 합의했고 교육부는 이 합의사항을 지난 연말 이행하면서 `임용 당시 경력환산률에서 20%씩 상향조정'토록 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산업체경력을 70∼50% 정도 인정하는 것이어서 당초 교총과 해당교원들의 기대 수준인 80% 수준 인정률을 크게 밑돌아 미흡하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4일과 5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해법은 사뭇 달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공교육의 실패 때문에 유명 사설학원이 모여있는 특정지역의 집 값이 폭등하는 어이없는 사태에 국민은 지금 허탈하다"며 공교육 붕괴현상을 개탄하고 "우리 당은 공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교원정책을 개선해 학교를 정상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또한 이 총재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개선은 고등학교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되 교육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함으로써 자녀를 안심하고 고등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은 "정말로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우리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 고문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 교육을 탈피 21세기에는 창의적 인간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단 한차례의 시험만으로 개인의 일생이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고교생들의 이공계 진학률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등 기초과학교육의 위기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정책 부재 때문이라는 소리가 높다. 한국교총은 5일 현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과학전담부서를 폐지하고 투자를 소홀히 했음을 지적하고 교육부에 과학전담부서의 설치와 과학교육전문직의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부내에 과학기술 전담부서는 48년부터 94년까지는 과학교육국 단위로 설치돼 왔고 이후 97년까지는 과학기술과로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98년 2월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폐지됐다. 또 올 교육부예산 중 초.중등 과학교육활동 지원은 7억 5200만원에 불과하나 초.중등교육 정보화예산은 초.중등 정보화사업 172억원과 사실상 초.중등 정보화 지원사업인 정보화 촉진기금 473억 6900만원으로 86배에 달한다. 교총 관계자는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교육부에 전담 부서 하나 없는 것은 과학교육을 사실상 천대해 온 것"이라며 "그 여파가 최근 학생들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총은 7차 교육과정의 시행과 2005년 임의선택형 수능제도로 고 2, 3년생들의 물리 등 기초과학교과의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공계 대학진학 뿐 아니라 고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과학교과를 많이 선택케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과학전담부서의 책임자는 과학교육전문가인 교육전문직으로 보임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교총은 학교교육 파행의 주된 원인이 학교현장과 동떨어진 지시일변도의 교육행정에 있음에도 최근 교육부가 복수직급으로 되어 있는 교원정책심의관, 시.도 부교육감에 교육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직을 보임하는 등 편중인사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해 이는 교육행정의 전문성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학교현장과 밀착된 교육정책을 위해 교육전문직의 보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실·국장, 담당관 및 과장 직위에는 일반직 36명, 교육전문직 3명, 복수직급 4명으로 보임돼 일반직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특히 현장교원과 밀접히 관련된 교원정책 관련 부서의 심의관 및 과장급에 교육전문직을 전혀 보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육전문직의 보임부서 확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요구했다. 아울러 유아교육, 특수교육보건, 평가관리 그리고 교원정책 분야는 반드시 교육전문직으로 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도교육청 직제와 관련 최근 교육부에서 초.중등 교육정책 및 기획 기능을 시.도 교육청으로 위임함에 따라 교육감이 관장해야 할 전문적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있어, 부교육감을 복수로 두어 영역별 전문성을 갖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교육감 밑에는 장학 부교육감과 행정 부교육감 각각 1인을 둠으로써 일선학교 및 교원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장학업무와 일반행정 업무를 구분하여 장학 부교육감과 행정 부교육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장학 부교육감은 교육전문직으로 보임하고, 행정 부교육감은 지방공무원으로도 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함과 동시에 교육감이 실질적인 부교육감 인사권을 갖도록 교육감에게 제청권을 부여해 교육행정의 전문성과 지방교육자치에 걸맞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이 복수부교육감을 주장하게 된 배경은 교육감을 보좌해 교육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부교육감은 직무 성격상 교육행정의 전문성과 교육현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이 필요한 자리로 교육전문직 보임을 수 차례 요구해 왔음에도 정부는 부교육감직을 중앙부처 일반직 공무원의 순환 보직으로 계속 활용해 왔고, 그 결과 종전 반반 수준으로 유지되던 16개 시.도 교육청 부교육감의 전문직 대 일반직 비율이 현재는 2대 14로 일반직 절대우위 현상을 보이고 있어 부교육감 복수 직급 보임이라는 입법취지는 사실상 의미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교육감은 시·도교육감이 추천한 자를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는 데 실제 1차 추천권자인 교육감의 의사가 무시된 채 제청권자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의지에 따라 임명이 좌지우지됨으로써 파행인사가 빚어지고 있다고 보고 시.도교육감에게 제청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전문직은 계속 축소하면서 일반직의 자리 만들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교육당국의 인사행정이 계속되는 한 학교현장과 교육행정은 더욱 멀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학교현장과 교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교육행정체제를 왜곡시키는 일반직의 자리 늘리기 인사행태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교육 관련 부서 연혁 과학교육국 4과(48년)→기술교육국 3과(50년 축소)→학무국내 기술교육과로(61년 격하)→고등교육국내 과학교육과로 개편(63년)→과학교육국 부활(67년 격상)→산업교육국으로 개편(78년)→보통교육국내 과학기술과로(81년 격하)→과학교육국 부활(86년 격상)→지방교육지원국내 과학기술과로 (94년 격하)→과학기술과 폐지, 학교정책실에서 일부 담당(98년 폐지)→인적자원정책국으로 이관(2001년)
한국교총은 지난달 17일 현장교원 자문협의회를 개최한 데 이어 7일 전문가 협의회를 열고 실업계 고교 활성화 대책을 심층 논의했다. 교총은 회의 결과를 토대로 실업계고 교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거쳐 3월중 실업계 고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한 후 다각적으로 정책 실현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다음은 두차례의 회의에서 제기된 실업계고 문제와 대안이다. △정책·제도 분야=실업교육 활성화 문제는 시·도 차원이 아닌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실고 교원 신분 보장과 재교육, 실고생 장학금 확충, 급당 정원감축, 교육시설·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위한 산학협동 체제 구축 노력이 전무하다. 공고는 2+2체제가 어느 정도 구축돼 가는 단계지만 상고나 농고의 경우는 34시간을 의무적(6개월까지 가능)으로 현장 실습해야 하지만 실습을 받을 곳이 없을 정도다. 또 실습을 보내고자 해도 교과과정에 묶여 실습을 적극 장려하기 어렵다. 실업고에 맞는 교과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부여돼야 한다. 백화점 식의 `과'로 나열된 현재의 실업계 학교로서는 경쟁력을 제고하기 어렵다. 따라서 실업계열의 고교를 특성화해 산업구조의 급변하는 흐름에 부응하고 산업체와의 유기성을 도모하는 한편 졸업생의 취학률 등을 강화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 분야=학습 수준이 매우 떨어져 있으며 학년 중도 탈락자가 많다. 실업고 학생의 취업 통계는 잘못된 것이다. 즉 자기 전공에 맞는 취업은 거의 없으며 타 분야에 임시적 또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취업한 형태이다. 공고의 경우는 학생의 30%에 장학혜택이 주어지지만 농고나 상고의 경우는 장학혜택이 거의 없어 학생 유치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취업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은 점을 감안 2년제 전문대학뿐 아니라 4년제 대학에도 동일계 학과를 진학할 때 특별전형의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수능에서 직업계열을 신설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앞으로 이 기회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동일계 취업진로 방안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산학협동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이 재학 중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 후 산업체에서 2년 이상 경험을 쌓으면 기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형태가 아니라 재학 중 기능사 자격증을 두 개이상 취득한다면 재학 중이라도 기사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원 분야=교사의 신분불안이 큰 문제이다. 학생 미달 등으로 폐과와 과원 등이 발생하고 교육과정의 개편에 따라 전공 수업시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실과 교원수당을 인상하고 부전공 자격연수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생활·취업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수업 없이 전담하는 전문 상담교사를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전공 관련 직무연수 때 연수비를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자율연수휴직제, 고용휴직제도 실시에 실업계 교원을 일정비율 확보해 현장감 있는 연수 기회를 제공토록 해야 한다. 산업체 근무경력을 100% 인정하고 재직중 동일 전공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보수·승진상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교원 자문협의회에는 황인모 일산정보산업고교사, 고창영구성중교사, 김학곤·임성기 화성발안농생고교사, 한용만 강남공고교사, 주훈지 하성종고교사가 참석했다. 전문가 협의회에는 장명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책임연구원, 정철영 서울대농대교수, 조재완 금명여자정보산업고교사가 참석했다.
지난해 1월 개편된 현재의 교육부 직제가 지나치게 특정업무에 편중된 반면 중요한 업무는 전담부서조차 없는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또 일반직·전문직의 복수직으로 보임할 수 있는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인사 역시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 개편된 교육부 직제는 실·국·과장급 직위에 일반직 36명, 전문직 3명, 복수직급 4명 등으로 보임돼 일반직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인적자원 업무의 경우 신설된 차관보와 인적자원정책국장 및 4개 업무과가 소속돼 있어 업무에 비해 조직규모가 비대한 반면, 초·중등 교육을 총괄하는 학교정책실 업무는 3개과에 분산돼 있는 등 적절한 직제구분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교총은 이와 관련 1일 `교육부 및 교육청 직제개편에 대한 건의서'를 내고 대안을 제시했다. 교총은 교육부의 일반직 편중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교원과 관련된 업무 분야인 교원정책심의관과 소속 교원정책 담당과 유아교육, 특수·보건교육, 평가관리과 과장은 반드시 전문직으로 보임할 것을 주장했다. 또 지나치게 비대한 인적자원국 직제를 축소하고 평생직업교육국, 대학교육국 등 유사한 업무가 중복돼 있는 부서의 기능을 재조정해야 하며 과학기술교육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교총은 아울러 원활한 지방교육자치가 실현되기 위해 교육감 밑에 장학, 행정업무를 분담하는 2명의 부교육감을 두자는 안을 제안했다. 부교육감은 현행법상 시·도교육감이 추천한 자를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추천권자인 교육감의 의사가 무시된 채 장관의 의지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일반직대 전문직 부교육감 인사가 양분된 비율로 이뤄졌으나 현재는 14대 2로 일반직 `독식'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연수를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금년 중 실시예정인 각종 연수프로그램을 학기초에 사전 예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수기관의 장은 각 연수과정에 대해 연수개시 최소한 30일전에 대상자에게 정보를 알려줘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도록 했다. 또 국·공·사립교원에게 균등한 연수기회를 부여하되 사립교원들이 연수에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하기로 했다. 특히 승진대상자에게 점수관리 방편으로 고득점 취득을 위한 연수기회를 편중해 부여하거나 중복연수 등을 실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시·도교육청별로 연수관련 규정을 정비해 ▲동일과정 중복연수에 대한 경과기관, 연수 인정범위 제시 ▲연수규정 위반시 인사상 불이익조치 방안 등 불신감 유발요인 예방 ▲연수자 지명권한의 위임 등을 보완하도록 했다. 이밖에 원격연수나 수업대체 등의 사전조치를 통해 연수로 인한 수업결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5학급 이하 소규모학교(학생수 100명, 학급수 5학급 이하) 교감배치가 다소 호전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해까지 초등교는 6학급 이상, 중·고교는 5학급까지 교감정원을 시·도에 배정했으나 올해는 이를 완화해 초등은 도단위 지역의 경우 5학급 일부까지, 중·고교는 종전처럼 5학급까지 교감정원을 배정키로 했다. 교육부는 최근 이같은 소규모학교 교감 TO를 포함한 올 교감정원 8824명을 시·도별로 배정했다. 최근 수년간의 교감정원 배정 추이를 살펴보면, 99년 8350명(초 5490, 중 2860), 2000년 8377명(초 5512, 중 2865), 2001년 8567명(초 5620, 중 2947) 등이다. 올 교감정원이 예년에 비해 늘어난 것은 5학급 이하 소규모학교 교감배치 외에 7·20교육여건 개선사업에 따른 신설학교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소규모학교에 교감배치가 가능하게 된 것은 2000년 12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돼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소규모학교에도 교감을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행자부나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는 일반 교사정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교감 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반해 교육부는 소규모학교 운영상의 어려움과 승진적체 해소를 통한 교원사기진작 등의 이유로 교감정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교감 배치기준을 완화해 도지역 소규모 초등학교의 교감배치가 늘어나긴 했으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2003학년도에 5학급 이하 소규모학교 교감배치를 위한 소요정원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이 마침내 세계 정상을 차지했다. 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학부모 학력주의 교육관 타파 방안연구'(책임연구자 최돈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2000년 기준으로 68%를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점의 일본 45.1%나 미국 62.9%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세계 제1수준이다. 우리 나라 대학 진학률은 70년 당시 26.9%에 머물렀으나 90년 33.2%로 성장했으며 10년 뒤인 2000년에 68%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70.5%로 급신장 했다. 90년 당시 미국의 대학 진학률은 59.9%로 우리보다 크게 앞섰으나 2000년에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크게 추월했다. 한편 98년을 기준으로 우리 나라의 학력간 임금 수준을 비교하면 고졸자를 100으로 봤을 때, 전문대 졸 107, 대졸 158이며 중졸은 84이다.
1974년에 최초로 도입된 고교평준화 정책이 또다시 사회쟁점화 되고 있다. 며칠 전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가 평준화정책의 폐해를 적시한 것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총재도 국회 대표연설에서 "학력저하와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킨 고교평준화정책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함으로써 교육계 안팎으로 평준화 정책 보완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평준화 정책은 망국적 과열열풍, 학교간 교육격차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그간 나름대로 성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교평준화 정책은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획일화를 가져와 교육내용과 방법 등 전반적인 교육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선택권 마저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말았다. 평준화정책은 지금껏 학력의 평준화 내지 저하현상을 초래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판의 저변에는 국제사회변화에 적합한 새로운 교육체제를 시급히 마련하고 학력저하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현행 교육정책의 문제에 대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평가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고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경제부총리가 "차라리 일제강점기의 교육체제가 지금보다 나았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혹평한 것은 현행 교육정책 자체를 폄하시킴과 동시에 부총리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으로 교육계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또한 교원노조와 일부 학부모단체가 평준화정책의 보완 자체를 금기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균형있는 교육발전에 보탬이 되질 않는다. 정책은 무릇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환경변화와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낸다는 것을 망각한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고교평준화 정책은 근 30년간 근간을 유지해 온 교육정책으로 일시에 급격하게 변경한다면 상당한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현행 평준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학교와 폐지를 희망하는 학교를 선별하는 기준을 마련하여 고등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하는 등 단계적 정책들이 조속히 제시된 연후에 결국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도 허용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21세기 미래의 희망을 교육에서 찾고자 부단히 애쓰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평준화 정책을 둘러싼 소모적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지혜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할 때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평생 건강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 속담에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건강은 돈이나 명예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며 건강이 최고의 재산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 문명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불의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증대시킴으로써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인간의 소망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보건교육을 통하여 올바른 보건지식을 몸에 익혀 건전한 생활태도와 습관을 기르고 이를 일상생활에서 철저히 실천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특히 초·중·고시기는 생활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 성장 발달단계에 맞도록 보건교육을 실시한다면 일생의 건강기반을 확립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학교보건교육이 대단히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입시와 지식위주의 교육현실 속에서 형성된 왜곡된 교육과 보건교육을 단지 질병의 예방이나 의료적 차원에서만 필요한 것으로 잘못 인식하여 학교보건교육이 학교교육과정속에 자리잡지 못하고 부수적인 일로 취급됨으로써 학교보건이 지니는 교육적 의미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소홀하게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약물 오·남용문제 (음주, 흡연, 본드흡입, 마약), 성폭력과 성희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 청소년 가출 및 비행 등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여 학부모들이나 학교의 교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 위생업무 같은 의료적 차원에서만 인식되었던 기존의 학교보건개념을 과감하게 깨고, 학교보건은 국민의 건강관리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육체적·정신적·사회적인 총체적 교육사업이라는 새로운 인식하에 새로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자원을 교육과정 중심으로 재조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보건교육은 체육·생물·가정·도덕 등 여러 교과에 산발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 내용적으로 통일성을 갖기 어려우며, 그 결과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전공 일반교사로 하여금 이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보건교육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보건교육의 내용을 체계화하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보건관련 내용을 통일적으로 묶어 독립된 보건교과를 신설하고 보건교과를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정규교과목으로 편성하여 학생들의 정신적·사회적인 건강요구와 건강개념의 변화에 따른 학교보건의 변화추세에 부응하고 학생이 자기건강관리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여 학교보건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1910년 체육교육에서 보건교육을 분리하도록 체육교육학회에서 결정한 바 있으며 1994년에는 거의 모든 주에서 보건교육을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교과로 가르치고 있어 미국 국민의 건강관리능력개발을 통한 국가의 건강기반이 확충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교육은 양호교사의 직무로 명시하여 양호교사가 교육하도록 되어 있으나(학교보건법시행령 제 6조) 독립된 보건교과목에 의한 정규보건교육을 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있으며 이러한 체제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학생의 욕구에 따른 성교육, 약물오. 남용 예방교육, 질병예방교육, 안전사고예방교육 등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보건교과목을 정규교과목으로 채택하여 양호교사들이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를 담당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인 기틀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장발달이 가장 왕성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실천적이고 생활화 할 수 있는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하여 자기 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여 올바른 건강습관형성으로 평생을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교육의 책임자이신 교장선생님들께서 학교보건교육과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시어 학교의 모든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학교보건교육과정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셔야만 정규보건교과의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야말로 인류가 성취한 지식의 저장고이자 전수자이다. 따라서 그 나라나 사회, 공동체의 지식총량이나 정보축척 정도를 가름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을 살펴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우니 나라의 도서관 실태는 어떠한가. 도서관의 숫자 뿐 아니라 장서수와 정보처리능력 등에서 우리 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쑥스러운 수준이다. 학교도서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교대에 독립적인 학교도서관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초·중·고가 과연 얼마나 되는가. 일선 중·고교의 도서관 운영실태는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학교예산에서 도서구입비로 책정된 액수는 소모품 구입비만도 못해 40∼50년전에 발간된 잡지류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책꽂이를 채우고 있다. 이용하는 학생들 역시 시험준비를 위한 독서실 수준의 스페이스로만 간주하지 책을 열람하거나 대출받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매체로 활용하는 경우는 가뭄의 콩나기다. 전담 사서교사가 확보된 학교 역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래가지고 무슨 지식정보화사회에 대응한 학교교육 체계를 언급할 수 있겠는가. 그 동안 일선 교육계와 NGO단체가 학교도서관을 살리자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였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 학교도서관을 지식정보 유통 및 평생학습 핵심인프라로 육성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인적자원개발회의를 열고 학교도서관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학교도서관을 살리기 위해 교육부, 행자부, 문광부, 정통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학교도서관 활성화대책 기획단'을 이달 중 발족시켜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학교도서관 활성화는 학생들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학습공간 확충이란 측면과 지식산업의 발전기반 확보를 위해서도 시급하단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이다지도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를 지금껏 미뤄왔는지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정부가 밝힌 학교도서관 활성화 방안이 내실있게 추진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4일과 5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해법은 사뭇 달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공교육의 실패 때문에 유명 사설학원이 모여있는 특정지역의 집 값이 폭등하는 어이없는 사태에 국민은 지금 허탈하다"며 공교육 붕괴현상을 개탄하고 "우리 당은 공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교원정책을 개선해 학교를 정상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또한 이 총재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개선은 고등학교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되 교육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함으로써 자녀를 안심하고 고등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은 "정말로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우리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 고문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 교육을 탈피 21세기에는 창의적 인간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단 한차례의 시험만으로 개인의 일생이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15일 교육부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2년 연두 업무보고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수·학습 지원센터'지정 운영=시·도 교육청별로 여건에 맞게 '교수·학습지원센터'를 설치해 자료개발·보급·활용체제를 정비한다. 올 3월중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 등 3개 교육청을 지정해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학교시설관리공단 설립 운영=7·20교육여건 개선사업의 하나로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해 학교 신축용지의 매입, 설계, 건축 및 감리 등 전과정의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한다. 교원공제회 등을 통해 자본을 유치하며 일정기간 임대료를 징수한 뒤 매각한다. ▲전국단위 교육정보시스템 구축='전자종부구현'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한다. 교육부와 16개 시·도교육청, 일선학교 등일 인터넷으로 연결해 학사, 인사, 재정 등 교육행정업무를 전자적으로 연계해 처리한다. ▲수능시험 출제체제 개선=수능시험 상시 출제 전담기구의 설치 및 전문인력 보강, 현직교사의 출제 참여 확대, 수능 모의평가 실시 및 가채점 점수 발표 등을 추진한다. ▲평준화제도 보안=논란이 큰 고교 평준화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특성화·다양화된 교육과 영재교육 확대 방안을 상반기중 마련한다. 또 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학교 운영을 추가로 확대하는 등 고교 평준화제도를 보완한다. ▲교수 계약임용제 시행 및 재임용 절차 개선=올부터 임용되는 국·공립 대학교원의 경우 근무기간, 급여, 근무조건, 업적, 재계약조건이나 절차 등을 정해 임용한다. 이와함께 부당한 재임용 탈락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직중인 대학교원의 재임용 절차를 크게 개선한다. ▲이공계 진출 촉진 종합대책=정확한 원인진단과 함께 다양한 대책을 세분화해 수립키로 했다. ▲여성 임용목표제 도입=현재 8% 수준인 국·공립대 여교수 및 여교장·교감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한다. 이를 위해 서울봐 부산은 30%, 나머시 시·도는 20%로 목표율을 정해 추진키로 했다.
본사와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는 매월 교육정책 현안을 주제로 공동기획 좌담회를 개최합니다. 이 공동기획 좌담회는 `현장교원이 만들어 가는 교육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정책에 현장성을 가미하고 교육의 주체인 교원들이 교육정책에서 소외되는 잘못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좌담회 내용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은 본지 홈페이지(www.hangyo.com) 또는 교총 홈페이지(www.kfta.or.kr) 게시판에 글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남광우 수원 수성고 교사 ▲이만기 인천 문일여고 교사 ▲임근수 충북 청주고 교사 ▲정석성 강원 홍천여고 교사 ▲황인표 서울 보성고 교사 ▲사회 조흥순 교육정책연구소장 직무대행 ◇조흥순=2002학년도 대학입시 결과부터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때보다 혼란이 심했다고 보는데요. ◇이만기=혼란은 정부가 주도했다고 봐야겠지요. 아무 대책없이 총점누적분포표를 제시하지 않아 사설입시학원에 농락당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향 지원 추세가 두드러졌고 지방대학을 기피하고 전문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입시의 축이 전문대학으로 기울어진 것이 특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정석성=공부가 아니더라도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특기적성, 내신, 수능 모두를 잘 해야 합니다. 좋은 대학일수록 이런 만능인의 요구는 더욱 심하구요. 특기·적성교육을 입시로 몰고 가면 진정한 특기적성 교육이 되지 못합니다. 전국단위 대회, 도 대회, 중앙 일간지 주최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만 인정하므로 특기적성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한 결과는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사설학원에서 전국대회를 개최할 정도니까요. 성적 이외의 다른 요소 반영은 지방 학생들에게 불리합니다. ◇임근수=2002년 입시를 통한 핵심 정책은 학벌타파, 한 줄 세우기에서 여러 줄 세우기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정시모집에서는 총점위주의 선발을 지양하고 수시모집에서는 다양한 전형을 실시해보자는 교육부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대다수 수험생들의 혼란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입시 관련 정책당국은 수시모집, 정시모집에서 어떻게 해야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조흥순=수시 모집 제도는 어떻습니까? ◇이만기=수시 모집은 가진 자를 위한 제도라고 봅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 나가고, 토익 토플시험, 경시대회 모두 참가하고 추천서가 꽉 차는 학생이라야 명문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거주한 학생의 경우 수능 점수는 거의 중하위권이지만 외국어 특기로 여기저기 다 붙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은 자괴감을 느낍니다. 1차 수시모집 발표 후 교실은 축하보다는 반목과 질시하는 분위기가 사실입니다. ◇남광우=수시 모집 1학기는 폐지돼야 합니다. 일선 학교의 부담이 많고 합격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수시 합격자는 대학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일찍 뽑기만 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정석성=수시모집 지원자의 추천서와 학업계획서 작성에 1명당 3일에서 1주일씩 걸립니다. 대학에서 알아서 뽑아야지 고교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됩니다. ◇황인표=입학전형의 다양화라는 정책에 동조한다면 수시모집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다만 전형방법상의 보완이 필요하겠지요. 수능시험의 일관성 부재는 정말 문제입니다. 수능 도입이후 쉽게 출제하면서 자격시험화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올해 수능은 여론몰이에 밀려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는데 수능이 통과 관문으로 되어 예전의 예비고사 형식으로 가야 합니다. 선발의 다양화는 대학이 맡아야 고교 부담이 줄어든다고 봅니다. ◇조흥순=수능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인데 교총은 가급적 수능은 자격제로 되어야 한다고 보고, 선발은 대학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선발권도 사실은 몇몇 주요 대학이 장악한 것입니다. 다양한 입학제도의 운영으로 학교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것이 공교육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자율. 보충학습을 요구하지만 정부에서는 불허 방침을 갖고 있으니 결국 학교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인표=수시모집은 큰 흐름에서 찬성하지만 부분적으로 문제점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학교 정상화를 위해 계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합니다. 찬성 이유는 대학 선발권의 다양화 측면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에서 일찍 선발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되겠지요. 지금 당장은 문제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가 수능에 매여있지 않으려면 수시모집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흥순=제7차 교육과정 전망과 이에 따른 2005 수능 개편안에 대해 짚어볼까요. ◇이만기=준비는 하고 있지만 실제 움직임은 없습니다.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7차 교육과정이 입시 준비를 위한 교육에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드러내놓고 입시 준비를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선택과목별 반편성은 자연스럽게 우열반 편성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능에 적용되는 과목, 비과목을 잘 섞어서 선택과목 시간표를 정한 후 비과목 시간에 수능과목을 가르치는 방법도 동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광우=교실여건도 큰 문제입니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위해 가건물로 교실을 지었는데 안전사고 위험이 큽니다. 100m 코스가 안되는 운동장을 또 잘라서 교실을 짓고 있는 형편입니다. 학교가 황폐화되고 있는 거지요. 기간제 교사로 교사 수급을 해결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준별 수업을 운영하면 우수반에 들어가려고 학원을 다니게 되고 결국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킬 겁니다. ◇조흥순=수능 개편안은 매우 졸속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청회 한번 거친 후 최종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공통과정이 평가영역에서 제외되었는데 공통과정 교육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리고 교과 편중 현상, 교육과정의 입시 종속 현상, 그와 관련된 학교 운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근수=수능 개편안은 학교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결과겠지요. 공청회에서 나온 방안들을 절묘하게 조합한 타협안으로 철학이 없습니다. 이 안에 따르면 진로선택이 일찍 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토목공학과에서 건축공학과로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의대에서 법대로 진로를 바꾸고 있는 현실입니다. ◇정석성=학생들이 배우지 못한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소수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개설할 수 없고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가 선택한 과목으로 바꾸게 하는 수밖에 없으므로 자율권 부여가 되지 않습니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아예 시행이 불가능합니다. 순회교사제를 활용할 수 있지만 소규모 학교는 여러 명의 순회교사가 와야 하고, 수업 후 학생 지도의 책임 한계가 생깁니다. 교육은 교사, 학생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만 초점을 두어선 안 되지요. ◇이만기=직업탐구영역 신설로 실업고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모두 입시교육을 할 것입니다. 내신으로 대학가는데 수능으로는 경쟁하기 어렵거든요. 현재 학생들은 성적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있는데 일부과목만 선택해 응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모든 과목을 응시해 잘 나온 것으로 입학전형에 제출할 것입니다. 결국 모든 영역을 준비하는 거지요. 고교 1학년의 특기적성교육은 모두 국·영·수 공부에만 충당될 것이고 2.3 학년에서 선택과목 일부를 골라서 하고, 내신도 일부 과목만 반영하니 좋은 점수 나오는 것만 고르게 되겠지요. 대안으로 전 영역에서 골고루 필수 선택, 심화선택을 두어 특정학과는 특정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전 예고됐으면 합니다. 내신성적은 전과목 석차 백분율 반영, 내신 반영 비율 의무화 등을 규정해야 합니다. ◇조흥순=기본적으로 정부의 수능개편안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의 최소화를 위해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도상의 보완해야 할 과제 운영상에 필요한 보완 방안을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황인표=대학원과정에서 진로를 선택하는 나라들도 많은데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진로 선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빨리 빨리 선택하게 해서 원하는 공부만 한다는 것은 반드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수능은 고교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았으면 풀 수 있도록 교과서 내에서 시험을 출제해야 사교육 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를 조금 더 어렵게 만들더라도 그 안에서 출제해야 합니다. 7차에서 교과 내용을 줄이고 학습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은 세계적으로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강조하는 추세에 배치된다고 봅니다. ◇임근수=이론상 수능의 비중이 정시모집 70% 수시모집 30%를 차지하는데 수능 위주의 입시 제도가 존재하는 한 개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전체 대학의 약 85%가 수능 점수의 반영 비율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고교 등급제는 특히 시골 학생들에겐 이유없이 차별을 가하는 것입니다. 고교 등급제보다는 차라리 본고사, 지필시험이 타당합니다. 지필고사를 볼 수 있는 자율권을 대학에 주어야 합니다. ◇정석성=대학입시를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면 되는데 제도를 너무 바꿔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는 증거가 뚜렷합니다. 입시제도 바꿀 때 교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임=교사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추천서 쓰기 힘드니까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말고 이성적, 논리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에 문제가 되면 교사들이 나서야 합니다. ◇이만기=대학입시만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학사제도 자체를 개편해야 합니다. 수능시험일을 11월 5일로 본다면 그 이전에 고교 학사를 종료하고, 11월 1일∼2월 말까지를 입학 전형 기간으로 하면 대학과 고교 교사가 부담을 느낄 이유도 없습니다. 수시 모집은 현재와 거꾸로 하면 됩니다. 면접이 합법적인 편견의 장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남광우=전 과목 내신 반영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체육을 못하는 아이가 사회생활, 학문 활동에 문제가 있습니까. 특정 과목 하나 때문에 대학 입시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면접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대학간 조정이 필요하고 면접 장소도 지방에서 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황인표=내신의 평어 반영은 성적 부풀리기 초래하는 원인입니다. 석차 백분율 도입해야 합니다. ◇정석성=동의합니다. 학생들 수준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때가 있는데 금년이 그 경우라고 봅니다. 대학은 고교를 믿고 석차 백분율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흥순=또한번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계속적 공감대 형성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방향을 세우는데 현장 선생님들의 의견이 꼭 반영돼야 합니다. 오랜 시간 토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역사만큼이나 오랜 교실은 아무리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어도 삐걱삐걱 불협화음이 울려 퍼지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가을 녘이면 '고엽'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풍금에 맞춰 부르곤 했지요. 무척이나 음악을 좋아하시고 합창지도도 열심히 하셨던 담임선생님 덕분에 6학년 수준으로는 분에 넘치는 가곡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졌습니다. 그 날도 '이슬 내린 언덕길에 너와 마주서 설운 이별 서로 나눌 때…'하면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슬픈 듯한 아련히 옛 추억이 떠올라 코끝이 시큰해질 것 같은 그러한 가사와 멜로디에 취해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린 가사만큼이나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채 어엿한 모습으로 성장을 했지요. 참으로 열심히 선생님의 뜻에 부응하며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꿈을 갖도록 해 주셨고 풍부한 정서를 갖도록 배려해 주시던 이상득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도록 당신의 삶에서 얻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자주 들려 주셨고 어쩌다 힘이 빠진 우리들을 격려하는데도 결코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선생님, 정말 뵙고 싶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교단에 신선한 엔실리지로 자리하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꿔거꺼엉, 다복솔이 우거진 학교 뒷산에서 꿩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들썩거리며 내려왔다. 박 선생과 공 선생은 코를 박고 열중하던 바둑돌을 쓸어 담고 숙직실을 빠져나왔다. 교문을 지나자 언덕길 너머로 부풀어오른 바다는 저녁 노을에 물들어 불그스름하게 빛났다. 언제 보아도 눈이 시리도록 곱고 황홀한 바다였다. 그 오색 찬란한 바다에 둘러싸인 섬 여자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공 선생은 심기가 매우 불편한 얼굴이었다. 입이 석 자나 불거져서 툴툴거렸다. "그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냔 말이여? 나 참 기가 막혀서......." 가까운 학부모한테서 귀띔을 받았단다. 학교에 변고가 생긴 것이 모두 공 선생 탓이라고 원망한단다. 공 선생 꿩 잡아먹고 구렁이 잡아먹은 일 때문에 동티가 났다고 수군대더란다. 도대체 이 개명 천지에 꿩 잡아먹고 구렁이 잡아먹은 일하고 학생들 아픈 일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냐고, 무지몽매한 섬 학부모들이 생사람 잡게 생겼다고 공 선생은 펄쩍 뛰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공 선생을 힐끗 훔쳐보면서 박 선생은 가만히 입술에 웃음을 머금었다. 물론 박 선생도 공 선생 꿩 구렁이 잡아먹은 일하고 학생들 아픈 일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걸핏하면 용왕님의 진노로 바다에 나간 선원들이 떼죽음을 당하기 일쑤인 섬사람들로서는 매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그들의 원망을 꼭 미신이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도 멀쩡한 꿩을 잡아먹었더라면 그토록 험한 구설수에 휘말리지는 않았을는지 모른다. 유리창을 빈 허공인 줄로 오인한 장끼가 한껏 매력적인 몸매를 뽐내며 유유히 날다가 그만 와장창, 유리를 박살내며 펑, 복도로 나동그라지자 뒤늦게 나타난 공 선생이 북적거리는 여학생들을 비집고 들어가 아직도 날갯죽지를 실룩거리는 그 훌륭한 술안주감을 슬그머니 들어올렸던 것이다. 그 뒷일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선생님, 그 꿩 어찌하셨어요?" 학생들이 궁금해하자. "응, 선생님들하고 볶아먹었지." 공 선생은 씩 웃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꿩을 볶아먹는 자리에는 박 선생도 한 자리 끼게 되었다. 어쩐지 좀 께름칙하기는 했지만 다들 맛나게 먹는데다가 공 선생이 하도 권해서 억지로 몇 점 먹기는 먹었다. 참새 한 마리만 교실로 날아들어도 함성을 지르는 여학생들이 그 희한한 사건을 그냥 지나칠 리 만무였다. 집에 가자마자 식구들에게 어쩌고저쩌고 쫑알거렸을 것이 분명했다. 아침 햇살에 힘이 뻗쳐 뛰어오르다가 잘못하여 뱃전으로 떨어진 장작만큼 굵은 숭어도 먹으면 재수에 옴 붙는다고 다시 바다로 살려 보내는 섬사람들이 정식으로 총을 쏘아 떨어뜨린 꿩도 아니고 실수로 유리에 부딪혀 떨어진 꿩을 얼씨구나 볶아먹은 공 선생을 곱게 보았을 리 있겠는가.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렁이까지 말썽이었다. 학교 뒤 언덕에 서 있는 소나무로 기어오르던 구렁이를 발견한 여학생들이, "선생님, 저기, 저기, 구렁이가......" 쪼르르 교무실로 달려와 숨 넘어가는 소리로 호들갑을 떨자 주섬주섬 노끈을 챙긴 공 선생이 잽싼 걸음으로 현장에 도착하였던 것이다. 공 선생은 한참 동안 작대기로 구렁이 몸뚱이를 여기저기 들쑤신 끝에 나무 밑으로 떨어뜨리는 데에 성공했다. 목에 올가미를 씌워 묶은 다음 잡아당기자 시커먼 먹구렁이는 몸을 비비꼬고 혀를 날름거리며 끌려왔다. 꺄악, 엽기적인 광경에 질린 여학생들이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러대도 공 선생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자루에 넣어서 음침한 곳에 숨겨 두었다가 학생들이 하교하자 공 선생은 숙직실 연탄불에 솥을 걸고 구렁이를 푹 고았다. 기름이 둥둥 떠올랐다. 몸보신에 그만이란마시. 공 선생이 한사코 함께 먹자고 권했지만 박 선생은 소름이 돋아 줄행랑을 놓았다. 그래도 몇몇 선생들은 기어코 밤이 이슥하도록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끝장을 봤다는 후문이었다. 물론 그 소문 역시 학생들 입을 통하여 학부모들에게 전해졌을 터였다. 학부모들이 공 선생의 잇따른 만행에 낯을 찌푸렸을 것은 뻔한 이치였다. 그러던 차에 학교에 괴질이 나돌았으니 공 선생이 입살에 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허무맹랑한 미신이라고 섬사람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 그랬다. 그건 참으로 괴상한 질병, '괴질'이었다. 며칠 전, 쉬는 시간에 교무실 문이 드르륵 거칠게 열리며 뛰어든 학생이, "선생님! 순미가 죽어가요!" 째진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쳤다. 순미의 담임을 맡은 처녀 선생이 놀라서 허둥지둥 이층으로 뛰어올라 갔을 때, 이층 복도에서는 전대미문의 해괴한 동작이 연출되고 있었다. 마룻바닥에 주저앉은 순미는 신이 내린 무당처럼 두 팔을 허공으로 치켜올린 채 부들부들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은 덜덜 떨리고, 이빨은 덜그럭덜그럭 마주치고, 눈알은 희번득 돌아갔다. 으으으으, 괴성을 터뜨리고 경련을 일으키는 순미를 지켜보며 공포에 질린 여학생 구경꾼들은 엉엉 울었고, 난생 처음 보는 무서운 광경에 놀란 처녀 선생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학생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굴리며 울었다.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무섭게 경련을 일으키던 순미는 급기야 넋을 잃고 쓰러졌다가 몇 분 후에 천만다행으로 정신을 되찾았지만, 놀라운 소식은 순식간에 복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달려갔다. 그 소문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날 오후가 되자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는 학생이 스무 명을 넘어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사들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보리를 벨 시기였다. 학교에서는 늘 그래왔듯이 예년과 비슷한 날짜에 교복을 동복에서 하복으로 갈아 입혔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온이 뚝 떨어졌다. 긴소매를 반소매로 갈아입은 연약한 여학생들은 아침저녁으로 읍내에서 뚝 떨어진 학교까지 얇은 옷을 입고 먼 거리를 오가는 탓으로 팔에 소름이 돋고 으슬으슬 한기를 느꼈을 터였다. 콧물이 흐르는 학생도 있고 오한이 드는 학생도 있을 수 있었다. 아프다는 학생이 불어난 것은 다 그런 감기 기운 때문이겠거니 짐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순미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다음날에는 첫째 시간부터 몸이 아프다는 학생이 속출했다. 누구는 배가 아프다고 했고, 누구는 머리가 아프다 했다. 더러는 목이 꽉 잠겨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했고, 더러는 손가락이 오그라져서 잘 펴지지 않는다 했다. 누군가는 골치가 깨지도록 지끈거리고, 누군가는 눈알이 빙빙 돌 정도로 어지럽다 했다. 또 누군가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쏙 빠진다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여중학교에는 양호 교사도 양호실도 없었다. 어지간히 아픈 학생은 뜨끈한 숙직실에 가서 잠시 누워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기묘한 일은 아프다는 친구를 숙직실까지 부축하여 눕혀 놓고 돌아온 학생이 자기도 어지럽다며 맥없이 복도에 쓰러져 버린 사건이었다. 그 소문이 나돌자 학교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해졌다.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는 아프다는 학생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담임 선생 앞에는 어김없이 서너 명의 학생들이 진을 치고 우는소리를 했다. 박 선생도 학생들과 입씨름을 벌이느라 진땀을 뺐다. "야, 이슬이! 너 방금 내가 수업 들어갔을 때까지도 멀쩡했잖아?" 학생들은 꽉 짜인 학교 생활에 지쳐 있었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늘 빡빡하고 딱딱하고 팍팍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공부는 '공' 자만 들어도 골치가 아팠다. 아무리 재미있게 가르쳐 주어도 수업 시간은 지루하고 답답하고 갑갑하기 마련이었다. 박 선생은 학생들의 짜증을 덜어줄 요량으로 수업 도중에 우스운 이야기를 곧잘 해주었다. 방금 전 국어 시간에도 이야기 주머니를 끌렀다. 예전에 박 선생이 초등학교 근무할 때의 이야기였다. 한 번은 일학년을 맡았는데 여학생 한 명이 신발을 잃어버렸다. 아무리 찾아 봐도 신발이 보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박 선생은 그 꼬마숙녀를 집에까지 업어다주기로 작정했다. 아무리 꼬마라지만 숙녀는 숙녀였다. 업혀 가지 않겠노라고 심하게 앙탈을 부렸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등에 업혔지만 뒤늦게 사태의 진상을 깨달은 꼬마숙녀는 교문을 나설 무렵부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당장 내려놓으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그래도 못 들은 척 계속 업고 달리자 약이 오른 꼬마숙녀는 박 선생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어 뜯었다. 그래도 모른 척하자 이번에는 박 선생 등짝을 고사리주먹으로 쿵쿵 두들겼다. 그래도 모른 척하자 이번에는 약이 잔뜩 올라 욕설을 퍼부어 댔다. "놔야, 놔, 이 새끼야! 안 놀래?" 세상에! 선생이 제자한테 욕을 얻어먹은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은 꼬마숙녀가 선생 옆구리를 꼬집어 뜯는 장면부터 입이 슬그머니 벌어지다가 욕설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깔깔 까르르르 신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슬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내숭을 떠느라 입을 살짝 가리고 호호, 점잖게 웃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거의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쿡쿡 웃어댔다. 그렇게 웃던 아이가 뒤돌아서는 길로 금방 또 아프다고 찾아왔으니 박 선생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너 아까 꼬마숙녀 이야기 들으면서 막 웃고 즐거워했잖아? 네가 나라면 아프다는 말 믿을 수 있겠어?" "맞아요, 아까까지 멀쩡했는데 갑자기 창자가 꼬이는 것처럼 아파요. 교실에 있는 소화제 먹었어도 소용없어요." "다 큰 처녀 배를 만져줄 수도 없고 어쩌겠냐? 병원에라도 가 보아라." 이슬이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다음 순서는 경심이었다. 덩치가 크고 볼딱지에 뒤룩뒤룩 군살이 엉겨붙은 경심이는 꼬마 숙녀가 선생에게 욕설을 퍼붓는 대목에서 얼마나 신이 났던지 꺄악, 쇳소리를 지르며 금방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풀이 폭삭 죽어 울상을 지으며 뭐라고 뭐라고 못 알아들을 소리로 중얼거렸다. "허허,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뛰더라고 이제는 아플 사람이 없어서 너까지 아프단 말이지?" 옛날 소년들은 유난히 방귀를 뽕뽕 갈겨대면서 '방귀 잘 뀌는 사람 신체 건강해'라고 억지를 썼는데, 경심이도 신체가 건강한 탓인지 뽕뽕 방귀를 잘 뀌어댔다. 다른 여학생들은 부끄러워서 설령 방귀가 마렵더라도 참으려고 애쓰거나 살그머니 해결하기 마련이지만 경심이는 전혀 조심하거나 꺼리는 법이 없었다. 선생에게 들리거나 말거나, 친구들이 찡그리거나 말거나 끙, 힘을 주어서 뿌우우웅, 시원스럽게 내갈겨 버리고는 개운한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어휴, 냄새."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코를 쥐고 손사래를 쳤다. "선생님, 경심이 좀 복도로 내보내세요." "니 빤쓰는 다 삭았겄다." 그러면 또 박 선생은 경심이의 무안을 덜어줄 속셈으로 점잖게 달랬다. "나 어렸을 적에는 말야, 방귀 잘 뀌는 사람은 신체 건강하다고 했지." 박 선생은 방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박 선생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전쟁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나라 살림 집안 살림이 모두 어려웠을 때, 못 먹고 굶주린 아이들은 별의별 것을 다 먹고 온갖 희한한 소리와 냄새가 나는 방귀를 뀌어댔다. "여러분, 삼대 방귀라고 들어봤어요?" "아니요." 학생들은 일제히 합창하듯 외치며 박 선생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쏟아질지 벌써부터 호기심이 가득 어린 눈초리로 키들거리기 시작했다. 박 선생은 칠판에 커다랗게 '삼대 방귀'의 명칭을 썼다. --보리 방귀 --무시 방귀 --다마네기 방귀 '보리 방귀'는 보리밥을 먹으면 나오는 방귀였다. 지금이야 흔해 빠진 것이 쌀밥이지만 그 시절에는 쌀밥은커녕 보리밥이라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집은 잘 사는 축에 들었다. 보리밥을 먹으면 쌀밥보다 방귀가 훨씬 자주 나왔다. 너나없이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우다 보니 걸핏하면 여기에서 뿡, 저기에서 뿡, 방귀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보리 방귀는 엄청나게 큰 소리에 비하여 냄새는 그리 독하지 않아 견딜 만했다. 우렁찬 방귀 소리가 교실에서 울리면 아이 들은 그것이 보리방귀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물론 범인도 쉽사리 찾아낼 수 있었고. "무 알지요? '무시'는 무의 사투립니다. '여시'는 여우의 사투리고." 곯은 배를 불리고 입도 즐겁게 해 줄 간식거리가 턱없이 모자랐던 소년들은 밭을 지나갈 때면 '무시'를 뽑아 먹는 일이 흔했다. 흙을 털만큼 털고 손톱이나 이빨로 껍질을 도려낸 다음 아그작아그작 베어먹는데 초록빛이 도는 대강이 쪽은 시원 달콤 맛이 괜찮지만 하얀 꼬리 쪽으로 내려갈수록 싱겁고 지리고 매캐했다. 그런다고 꼬리 쪽을 던져버리는 일은 드물었다. 대개는 그것도 아까워서 간당간당 뿌리만 남을 때까지 끝장을 보기 마련이었다. 물론 방귀에서도 어김없이 '무시' 냄새가 났다. '무시' 방귀는 보리 방귀에 비하여 뽀오옹, 소리는 길고 가늘지만 냄새는 훨씬 더 매캐하고 독해서, 이웃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면 방귀를 뀐 학생은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푹 수그렸다. "다음은 '다마네기' 방귀인데, 그 시절은 일제 시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른들이 양파를 일본말로 '다마네기'라고 부르니까 아이들도 '다마네기'라고 한 겁니다. 이게 얼마나 냄새가 지독하던지 코가 썩을 지경이랍니다." 입이 궁금한 아이들은 무처럼 양파도 날로 잘 먹어댔다. 한번 입에 댔다 하면 마지막 속알맹이가 사라질 때까지 매워서 눈물을 질금질금 흘리면서도 결코 손에서 놓는 법이 없었다. '다마네기'를 자주 먹으니 '다마네기 방귀'도 자주 나올 수밖에. '다마네기' 방귀는 '피잇' 소리가 나다 말아서 '피시 방귀'라고도 불렀는데 소리가 거의 없는 대신 맵고 썩은 냄새가 천지를 진동해서 한번 터졌다 하면 원자탄이 터진 것처럼 교실에 난리가 났다. "어떤 새끼가 '다마네기 방구' 뀌었냐?" 매캐하고 썩은 냄새가 교실에 퍼지면 아이들은 저마다 코를 싸매 쥐고 욕설을 퍼부었다. '다마네기' 방귀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으므로 범인을 찾아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귀 이야기를 마치자 학생들은 배를 쥐고 깔깔거렸지만 오직 방귀를 잘 뀌는 경심이만은 성난 눈초리로 박 선생을 흘겨보았다. 박 선생으로서는 위로한답시고 꺼낸 이야기였지만 경심이로서는 자기를 놀리는 이야기로만 들렸던가 보았다. 이번에도 경심이는 왜 건강한 너마저 아프다고 나서느냐는 힐책에 앙칼진 눈매로 박 선생을 노려보며 더운 눈물을 좌르르 쏟아냈다. "억울해요, 억울하당게요."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저라고 아프지 말란 법 있당가요?" "어디가 아픈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잘 모르겠당게라우. 정신이 하나도 없고 몸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랑게라우." "야, 거 참 부럽구나, 부러워. 비행기 표도 안 끊고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니 얼마나 신통한 일이냐. 너 혹시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것 아니지?" "그럼 미진이는 왜 왔다요?" 경심이 뒤에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 미진이가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심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하는 수 없다는 듯 미진이는 죄인처럼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미적미적 박 선생 앞으로 다가섰다. "너도 아프냐?" "네에, 배하고 머리가......." "허허 참, 잠깐 기다려 봐라." 미진이를 세워 둔 채 박 선생은 평소에 친형처럼 따르는 대선배 공 선생한테 갔다. 바둑도 함께 두고 낚시도 함께 다니고 술도 함께 마시는 터라 언제나 답답한 일이 생기면 박 선생은 허물없고 만만한 공 선생을 찾아갔다. 공 선생 앞에도 역시 세 명의 학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 선생님,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어째 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선생질 이십 년에 나도 처음일세. 전무후무한 일이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글쎄, 거짓말인 것도 같고, 아주 거짓말은 아닌 것도 같고...... 집단적으로 미리 짜고 벌이는 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데..... 어디 한 군데가 아픈 것도 아니고, 증상을 종잡을 수 없으니...... 전염병도 아닌 것 같고....... 좀더 두고 보더라고.......나도 지금 요술에 놀아나는 기분이네." "지금 당장 저렇게 아우성들이니 어떡합니까?" "할 수 없지 어쩌겠는가.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대강 처리해 버리게. 눕고 싶다면 숙직실로 보내고, 병원에 가고 싶다면 조퇴시켜 주게나. 직원회의라도 열어야 할 것 같아." 그때였다. 아까부터 교무실 이곳저곳을 잔뜩 못마땅한 눈으로 흘겨보던 학생주임 최 선생이 발딱 일어나더니 버럭 고함을 질렀다. "요것들이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뻔한 꾀병 가지고 엄살을 피워? 조퇴라니, 어림없는 소리 말어. 아직 덜 맞아서 그러지? 꾀병 부리는 놈들한테는 그저 몽둥이 찜질이 최고야. 몽둥이 맞고 싶은 놈들 있으면 이리 나와! 빨리 안 나와? 한 대씩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 거다. 선생님들, 안 되겠어요. 모두 교실로 돌려보내세요. 아파도 책상에 엎드려 있고, 울어도 교실에서 울엇! 지금부터 셋 셀 때까지 교실로 돌아가지 않는 놈은 각오한다. 하나, 둘, 셋!" 그러자 마치 공습 경보라도 울린 듯 학생들이 우르르 달아났다. 학생주임 최 선생은 호랑이 선생으로 악명이 높았다. 무슨 일이든지 일단 트집이 잡혔다 하면 인정사정 없이 조져댔다. 한번 화가 났다 하면 뺨이고 종아리고 남아나지 않는지라 학생들은 복도 끝에 최 선생의 그림자만 얼씬거려도 오금을 펴지 못하고 벌벌 떨 지경이었다. 그 최 선생이 오기가 잔뜩 실린 깐깐한 목소리로 셋을 세고 나자 교무실은 텅 비었다. 학생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깡그리 교실로 달아나 버렸다. 담임 선생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최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제깐 놈들이 별 수 있을랍디여? 다 엄살이라니까요. 벗 따라 강남 가더라고 괜히 공부하기 싫으니까 연극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 선생은 자기의 엄포가 먹혔다고 얼굴 가득 득의의 미소를 띠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최 선생도 오후에는 꿀 먹은 벙어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최 선생의 으름장 정도는 씨알이 먹히지 않을 지경이었다. 병원에 간 학생이 겁에 질려 주사도 맞기 전에 내뺐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조퇴를 하고 교문을 나선 학생이 길 옆 비탈로 굴러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여중학교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자 학교에서 이 킬로쯤 떨어진 읍내는 벌집을 쑤신 듯 소란해졌다. 그처럼 흉흉한 소문이 읍내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자기 딸이 정체불명의 질병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학부모들은 일감을 내팽개치고 허둥지둥 학교로 몰려들었다. 어떤 학부모는 택시를 타고 쫓아왔고, 어떤 학부모는 다급한 나머지 지게를 지고 달려오기도 했다. 딸이 아프다면 지게에다 지고 갈 심산인가 보았다. 교무실과 교실은 당황한 학부모들이 미덕아, 영미야, 딸의 이름을 외치며 수선을 피우는 바람에 마치 부상당한 군인들이 쓰러져 신음하는 야전 병원처럼 어지러웠다. 소문을 들은 보건소 직원 역시 헐레벌떡 출동하여 수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실 저 교실 책상과 걸상, 그리고 쓰레기통까지 구석구석 들쑤시고 다녔지만 의심할 만한 증거는 아무 데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미덥지 않았던지 그는 마스크를 쓰고 약통을 걸머진 다음 교실마다 철커덕 철커덕 쉬익 쉬이익, 크레졸 소독약을 뿌옇게 뿌리고 돌아갔다. 학부모한테서, 교육청에서, 주재 기자한테서 전화가 빗발쳤다. 어찌 된 노릇인가? 도대체 무슨 병인가? 왜 무슨 병인지도 모르는 병이란 말인가? 증세는 어떠한가? 머리가 아프면 머리만 아프고 배가 아프면 배만 아파야지 왜 황당하게 여기도 아팠다 저기도 아팠다 종잡을 수가 없단 말인가? 몇 명이나 아픈가? 우리 딸은 괜찮은가? 아픈지 안 아픈지 모르면 빨리 교실에 가서 확인해 알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사태의 진상을 명쾌하게 설명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꿎은 교감만이 전화통을 붙잡고 예, 예, 그게 아니고,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 무슨 병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게 좀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쩔쩔 맬 따름이었다. 박 선생은, "갈수록 태산이군요. 어째 좀 요상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여 또 공 선생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르겠어, 나도 이런 이상한 일은 처음이라니까."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따름이었다. 예년보다 기온이 내려가 비교적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에 하복 반소매를 입고 다니다가 감기 증상을 보이는 학생도 몇 명 나올 수는 있었다. 그러나 전교생 600여 명 가운데 100여 명 이상이 조퇴를 한 현상을 감기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염병도 아니었다. 전염병이라면 고열이나 반점, 설사 등 나름대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프다는 학생들에게는 공통된 증상이 없었다. 물론 식중독도 아닌 것 같고, 꾀병도 아니었다. 꾀병이라고 호통을 치던 학생주임 최 선생이 오후 들어 벙어리가 되었다시피 그 괴질의 증상에는 꾀병으로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것일까. 알 수 없는 공포나 두려움이 확산되는 것일까. 그럴 것도 같기는 한데 꼭 집어서 심리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아리송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교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 더 이상 괴질의 원인을 명확하게 끄집어낼 수 없었다. 오후 수업은 군데군데 빈 책상이 수두룩하여 분위기가 엉망으로 흐트러진 가운데 지나갔다. 엄벙덤벙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돌아간 다음 교무실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렸다. 급히 교육청에서 파견된 장학사가 입을 떼었다. "이번 괴질에 대해서는 저보다 선생님들께서 더 잘 아실 테니까 그 원인이나 대책에 관하여 좋은 의견들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학사님! 괴질 괴질 하시는데 그 명칭이 괴상하고 흉측한 느낌이 듭니다.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으면 합니다만." "무슨 좋은 이름이 있습니까?" "글쎄요, '원인 미상의 질병'이라든지, '알 수 없는 현상'이라든지......." "저도 괴질이라는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지금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대책 부터 강구해 보도록 하지요."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결과 급한 대로 몇 가지 결정을 내렸다. --사흘 후에 실시할 예정이었던 농번기 보리 베기 가사 조력을 앞당겨 내일부터 실시한다. 이 사실은 비상 연락망을 통해 부락별로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학급별로 환자 명단을 작성하여 이를 다시 부락별로 분류해서 내일 오전에 교사들이 부락을 나누어 맡아 방문해서 환자 학생들의 경과를 살핀다. --내일 정오에 다시 학교에 모여 추후 대책을 논의한다. 다음 날 아침 박 선생은 망석리 열두 명의 환자 명단을 받아들었다. 거기에는 경심이와 미진이의 이름도 끼여 있었다. 망석리는 삼사십 호가 모여 사는 바닷가 마을이었다. 박 선생이 털털거리는 구닥다리 완행 버스에서 내렸을 때 마을 앞 초록빛 바다는 무수한 물비늘에 휩싸여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산비탈에는 노랗게 익은 보리 이삭이 물결치고, 간간이 보리를 베는 농부들도 눈에 띄었다. 어디선가 탈곡기 돌아가는 소리가 왱왱 쏴아 쏴아 정적을 깨뜨렸다. 돌담길을 돌아서자 골목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경심이도 끼여 있었다. 경심이는 포대기로 동여맨 아이를 업고 고무줄을 넘다가 박 선생을 발견하자 깜짝 놀라 얼굴이 빨개졌다. "다 나았니?" "예." "언제부터 괜찮았니?" "엊저녁이요." "거 참 요상스럽다, 잉? 어째서 학교에서는 아프다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낫는다냐? 혹시 꾀병 아니다냐?" "아니랑게라우, 선생님. 그때는 정말로 정신없이 아팠당게라우." "허허, 내가 도깨비한테 홀렸는갑다." 경심이도 쑥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등에 아이를 업은 채로 경심이를 앞장세우고 박 선생은 열두 명의 환자 학생 집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러나 감기 기운으로 몸져누운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집에 붙어 있지 않았다. 밭에 나가거나 개펄에 나가거나 아니면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모두들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말짱한 눈으로 배시시 겸연쩍은 웃음만 흘릴 따름이었다. 밭일을 나간 미진이는 박 선생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던지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씩씩하게 달려왔다. 교복을 벗고 아주머니 옷을 입으니 영락없는 농부 아낙네 형상이었다. "선생님 오셨어요?" "응, 왜 누워 있지 않고 찬바람 쐬고 다니느냐?" "이제는 괜찮아요.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너는 왜 아팠는지 짐작 가는 데라도 있냐?" "모르겠어요." "허허, 거 참, 요상도 하지. 아무튼 다들 나았다니 됐다. 이제 가 볼란다." "안 돼요. 아버지께서 곧 오신다 했어요. 점심 잡숫고 가시라고요. 모처럼 오셨으니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하시겠다고 했어요." "고맙지만 지금 바쁘다. 학교에 가서 회의를 해야 하거든. 아버님께는 죄송스럽다고 전해 드려라." "그냥 가시면 안 되는데......" 출장을 나갔던 선생들이 차근차근 돌아왔다. 어느 부락이나 사정은 엇비슷했다. 몇 명을 빼고는 한결같이 멀쩡하더라는 보고였다. 대책회의고 뭐고 머리를 맞댈 필요조차 없어져 버렸다. 무슨 전무후무한 선물이라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는지 방방 떠서 결전을 앞둔 야전군 사령관처럼 교장실로 교무실로 부산나게 들락거리던 장학사는 교사들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허탈하고 맥풀린 얼굴로 학교를 떠났다. 별 탈 없이 괴질이 사라졌다니까 안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얼굴이었다. 찜찜하기는 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다 나았다니까 학생들이 계속 아프다는 것보다는 다행이라고 만세라도 불러야 옳을 일이었지만 호되게 시달리던 사건치고는 너무나도 뒤끝이 허망하고 감쪽같아서 아이들의 집단 요술에 놀아난 느낌이었다. "내가 뭐랍디여? 그래 봤자 모조리 꾀병 아니랍디여? 그저 몽둥이가 약인디 선생님들이 너무 부드럽게 대해 주니까 이놈들이 어른 상투를 잡고 뒤흔든 거 아닙니까?" 학생주임 최 선생은 화풀이라도 하듯 밥그릇에 난폭하게 수저를 꽂고 소주잔을 쭈욱 들이켰다. 점심을 마치자 선생들은 우르르 숙직실로 몰려가 바둑을 두고 한 쪽에서는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괴질이 꼬리를 감추자 이번에는 공 선생이 새삼 부아가 치미는지 붉으락푸르락 성깔을 부렸다. 바둑을 끝내고 교문을 빠져 나오자 갑자기 시부렁시부렁 투덜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다 끝났다니까 하는 말인데, 나 참 더러워서, 글쎄 학생들 아픈 것이 내 탓이라고 수군거렸다더라니까. 구렁이 잡아먹은 것하고 아이들 아픈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복도로 날아든 꿩을 잡아먹어서, 학교 뒷산 소나무로 기어오르던 구렁이를 잡아먹어서 학생들이 아팠다더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아프다고 소동을 벌이던 때에는 이렇다 저렇다 변명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던가 보았다. 얼굴이 벌개진 공 선생을 박 선생은 좋은 말로 위로했다. "못 되면 조상 탓이더라고 무슨 말인들 못 할랍디여.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어디 가서 소주나 한 잔 꺾으입시다." "그러세, 잡것! 술이나 실컷 마셔 버려야 분이 풀릴랑가." 바다는 점점 암청색으로 어두워가고 있었다. 그날 밤, 공 선생과 박 선생은 접대부까지 등장한 술집에서 거나하게 한 잔 꺾었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공 선생은 취기가 오르자 바락바락 악을 쓰며 노래를 불렀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가듯 그렇게 괴질은 원인도 밝혀지기 전에 흐지부지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공 선생의 분노도 잿불 사그라지듯 차츰 희미해졌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괴질의 진상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반년쯤 지난 뒤였다. "박 선생, 여기 봤소? 아이들 아픈 것 말이요. 몽둥이가 특효약이라지 않소?" 학생주임 최 선생이 의기양양하게 신문을 디밀었다. "예, 저도 아침에 집에서 봤습니다." 박 선생은 잠자리에서 배를 깔고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박 선생이 근무하는 여중학교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해 봄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열 개가 넘는 학교에서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단다. 그것도 거의 여자중학교에서만. 내노라하는 의사, 교육학자, 심리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원인을 찾아본 결과 중세 유럽에서도 똑같은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헌에서 찾아냈다는 보도였다. 괴질의 명칭은 '집단 전환 반응'. 육체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증상인데 의도적인 꾀병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아프면 다른 사람도 무의식적으로 아프고 싶다는 반응을 일으켜 결국 통증이 집단적으로 옮아가는 현상이란다. 그 문헌에는 치료법도 적혀 있었는데, 환자의 등뒤에서 갑자기 공포탄을 장전한 권총을 발사하거나 몽둥이로 등짝을 세차게 후려치면 깜짝 놀라면서 멀쩡한 정신으로 되돌아온다는 설명이었다. 박 선생은 무릎을 쳤다.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막연하게나마 그가 짐작했던 바와 거의 일치하는 진단이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아침에 읽어봤다 했는데도 최 선생은 신문을 억지로 떠맡기다시피 들이밀고는 당당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아마 자기가 치료법을 적중시킨 것이 자랑스러워서였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봉사 문고리 잡기로 등짝을 몽둥이로 후려치는 처방을 알아맞혔다지만 곰곰 따져보면 최 선생은 도리어 학생들에게 괴질을 유발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랬다. 곰곰 생각해 보면 '집단 전환 반응'뿐만 아니라 학교의 상공에 맴도는 온갖 괴질은 늘 학교라는 제도나 교사들이 학생들을 억압하고 찍어누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집단 발작이나 다름없었다. 어찌 보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빡빡하고 딱딱하고 팍팍하고 지루하고 갑갑하고 답답한 강제수용소나 다름없었다. 숙제 안 해 온다고 조지고, 깜지 안 썼다고 조지고, 성적 떨어졌다고 조졌다. 늦게 온다고, 떠들었다고, 유리창 깼다고, 싸웠다고, 복장이 불량하다고, 말 안 듣는다고, 삐딱하다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걸리기만 하면 꾸중이요 벌이요 매질이니 억울하고 분통 터져서 심사가 뒤틀리고 배배꼬이지 않을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짜증나고 지치고 피곤하고 수고롭지 않은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차라리 아파서 덜컥 드러눕고라도 싶지 않은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까닭으로 한 학교도 아니고 열 학교가 넘게,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방방곡곡에서 연약한 여학생들에게 괴질이 창궐했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온갖 괴질을 예방하자면 학교를 자유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학문의 전당, 기쁘고 즐거운 삶의 도량, 살 맛 나는 삶의 터전, 아침에 눈만 비비고 일어나면 달려오고 싶은 곳, 다정한 삶의 공동체로 만들어야 바람직할 텐데 과연 그런 학교로 바꿀 비결은 무엇인가. 최 선생이 던지고 간 신문을 저만큼 밀어놓으며 박 선생은 깊은 고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꿔거꺼엉, 다복솔이 우거진 학교 뒷산에서 꿩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들썩거리며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