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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홍후조 | 고려대 교수 제7차 교육과정기 교과서들은 내용, 편집, 외양 측면에서 많이 향상되었다. 그렇지만 학생과 교사에게 가장 좋은 질의 교과서를 확보하여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교과서 제도는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 글에서는 우리 나라 교과서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 보고 그 대안을 찾아보기로 한다. 질 높은 교재를 확보하고 공급하기 위해서 교과서 제도는 국정제보다 검정제로, 검정제보다 인정제로 이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장차 검정제보다 인정제로 이행되면 교과서 선정 기준이 분명해져야 하고, 공정한 채택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정 축소하고 검인정 확대해야, 자유발행제는 재검토 되어야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국어, 국사, 도덕 등 국정 도서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정 중 많은 것들이 시장 실패 부분이 아니며, 생각보다 외부효과가 적음에도 여전히 국정으로 묶어두고 있다. 실업계 교과서나 특수 학교 교과서와 같이 시장 실패이면서 외부 효과가 큰 것은 교육복지 차원에서 국정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의무교육기 공통필수 교육과정임을 감안하더라도 국가교육과정 기준에 대한 독점적 해석권과 교육 내용 결정권의 독점을 과도하게 인정하는 면이 있다. 국정 교과서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반영할 수 있고, 전 국민의 기초 학력을 보장할 수 있고, 값싸게 교재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교재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역사나 사회과의 경우 당대 정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기 쉽다. 더구나 우리 나라가 일본, 중국 등과 영토, 역사 등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힐 때 다른 나라들은 여러 가지 교과서 중에서 한 두 가지가 문제되는 견해를 자율적으로 전문학술적으로 표현했다고 둘러댈 때, 우리들은 국정 교과서로 표현된 한 가지 견해로는 협상과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로 국정은 국정 견해라는 단일 시각으로 오히려 국익을 손상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대국에서 우리에게 왜곡시비를 불러올 만한 견해를 가진 다종의 교과서가 존재해야 비로소 다른 나라의 교과서 내용 왜곡 문제에 관한 협상 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PAGE BREAK]예·체능 분야, 수학 및 과학 기술 분야, 그리고 국어, 사회 순서로 점진적으로 검정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 교과서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와 검정 확대에 따른 의무교육기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무상 공급하는 방법은 e-book의 확대, 교과서로 발행될 것들에 대한 제한, 학생용보다 학교용, 학년용, 학급용, 교사용 등 공급 대상의 다양화, 대여제 확대 등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교사용 지도서는 여러 면에서 검정에서 제외하여 인정제로 가야 한다. 국정을 축소하고 검인정을 확대하더라도 자유발행제는 교과서 제도로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단순히 도서 출판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곧 학교교육용 교재 출판과 채택의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출판의 자유가 인정되는 속에서, 학교수업용 교재들은 언제나 특정한 거름 장치를 거쳐 제공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도서의 내용 중에는 검정 공통 기준에 나타난 바와 같이 국체를 위협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도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치즘에서 보듯이 ‘자유’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억압하는 것이어서도 안 된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성숙기 학생들의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내용은 학교 교실에 들어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교사에 의한 자율 채택제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판단에 맡길 수는 없으므로 국·검인정제로 교과서 제도는 충분하다. 도서 출판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현행 제도 내에서도 어느 출판물이든 교육과정기준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교육구성원들의 공론을 거쳐, 교실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재 정책의 책무성 확립 요청된다 검정 정책 결정과 정책 시행이 일원화되어야 하고 정책 결정과 시행의 개선을 위한 연구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검정 과정은 비상설 조직인 검정심의회에 완전 위임하기 때문에 정부는 심의 과정의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지 못한다. 일본은 문부성의 전문위원(구 교과서 조사관)이 교과별 검정 전 과정을 주도하고 책임을 지며, 대만은 국립편역관이, 미국은 주교육부에서 담당하는 데 비해 제7차 교육과정 아래에서 정부의 검정 관련 책임과 권한은 미약한 편이다. 2002년 여름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에서처럼 교과서 검정제도의 정책 결정과 시행의 분리가 일어나 문제나 쟁점이 발생하였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역할의 분산이 일어나고 있다. 검정 계획과 시행을 정부와 출연 연구소가 분담하여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이다. 교과서를 검정하는 일은 판매와 이윤을 동기로 하는 민간 교재 발행사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준사법적 행정처분행위이다. 마치 정부의 인·허가 행위나 법조인과 의료인이 전문적 판단과 결정을 하는 행위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교과서 적부 심사를 위한 엄정한 기준 설정과 전문적 판단에 의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검정에서 교과서 적부 심사 결정은 저작자, 학교수업용 교재 발행사, 교원과 학생, 학부모, 관련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언제나 이의 제기가 뒤따를 수 있다. [PAGE BREAK]검정 결과에 따라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저작자와 학교수업용 교재 발행사가 판정의 타당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행정소송을 할 수 있으며, 사회(언론, 이익단체, 정치권 등)는 합격된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보편 타당성 문제를 제기하며, 특히 학파에 따른 상호 견해차가 교과서를 둘러싸고 대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쟁점 발생이나 이의 제기 시 교과서 정책 결정과 집행의 분리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적절한 대응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의 제기를 잘 수용하여 처리하는 안정적 기구와 기관이 필요하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검정제도가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 결정과 시행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책 결정, 정책 집행, 사후 관리는 일관성과 실효성을 위하여 정부가 공공 권한을 배경으로 수행하고, 연구소는 정책 집행 대신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역할분담으로서는 바람직하다. 예컨대, 교육부가 ‘정책 결정, 집행, 사후 관리’를 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 연구’를 역할 분담하는 것이 한 방안이다. 교과서 내용 전면 개편보다 점진적 개편을 교과서를 전면 개편하기보다 꾸준히 수정 보완해서 판(版) 수를 거듭하는 체제로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현재 국가교육과정기준의 전면 개정에 따라 교과서 전면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검정 주기도 정해져 있지 않고 교육과정에 연동되어 있다. 전면 개편된 교과서는 약간의 수정 보완만 거치는 초판만 내고 사라지는 셈이며, 개정판, 3판, 4판을 거치며 계속해서 꾸준히 수정해서 질 높은 교재로 만들어 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교재 내용은 크게 변화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표현 방식과 구현 방식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에 불과하다. 전면 개편하는 교과서는 제작비가 많이 들고, 검정 심사비가 비싸며 검정 심사를 단기간에 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의 질을 심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교재 발행사는 교과서를 학생 개인 휴대용으로 만들기 위해 책의 부피와 무게를 제한하고 사용 후 폐기 처분하는 소모품으로 간주하고 제작하여 왔고, 학생들은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버리는 버릇이 오랫동안 계속되어 와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낭비가 적지 않다. 심의 검정 뒤에도 학교수업용 교재를 수정 보완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일정 기간 쓰고 버리는 교과서가 아닌 개정판, 3판, 4판으로 판수를 거듭하는 질 높은 교과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교과 특성 등에 따라 다양한 교재 개발 필요 교과 특성, 수업과 학습에의 교과서 의존도에 따라 교과서를 학생 개인용, 교사용, 학급용, 학년용, 다학년용, 학교용 등으로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교과 특성이나 수업과 학습에서 교재 의존도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교과에 걸쳐 학생이 1인 1책을 소유하도록 하고 있다.[PAGE BREAK]즉,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에 모두 교과서를 만들고, 교과별로 학생 1인당 1책 이상 손에 들려주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별히 실기, 실험, 실습용 교육 내용이 많아 주 교재를 교과서 형태로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조차 교과서로 개발되고 있다. 서책 형태의 교과서를 벗어나, 시각예술을 주로 다루는 미술, 청각예술을 다루는 음악, 운동기능을 다루는 체육,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컴퓨터 등의 교과서는 교과 특성을 반영한 오디오, 비디오, 멀티미디어 자료 형태의 교재로 개발 보급되어야 한다. 또한, 수업과 학습에서 교과서 의존도가 낮은 교과의 경우 학년별 학기별 1인 1책보다 학급용, 교사용, 학년용, 다학년용, 학교용으로 교재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과에 따라 다학년용으로 내용이 풍부한 백과사전형으로 만들어 대여 반납할 수 있게 대여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의무교육기는 국가에서 교과서를 구입·보급하므로 주 교재 수를 적정화하여 국가 재정을 절감할 수 있고, 예산 부족으로 미루어 왔던 검정 대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교과서 개선 모니터제 구축한다 교과서 사용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교과서 모니터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발행사들은 매년 수정 보완하기보다 미루었다. 다음 교육과정 개정 때 전면 개편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으며, 한번 공급하고 나면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편이고 교과서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수용하는 통로가 미비한 편이다. 별다른 제도화된 대책이 없어 교과서 오류에 대한 문제 제기, 이슈 중심으로 파동을 불러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발행사들은 교과서를 사용해 본 교원과 학생들의 경험과 의견을 수용할 체제가 미흡하다. 발행사들은 매년 일정액의 이윤을 교과서를 개선하는 데 써야 할 것이다. 교과서를 개선하는 데는 교원, 학생, 편집진, 집필진, 학부모, 해당 교과 연구자 등 다양할 것이다. 특히 교과서를 개선하는 지름길은 이를 사용해 본 교원과 학생, 학부모와 일반인, 교과 전문가들로 하여금 단원별, 주제별, 차시별로 일정 인원을 지정해 교과서를 평가하고 개선안을 제안하는 온라인-오프라인 모니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교재 발행사들이 무오류 교과서를 지향하기 위하여 교과서 오류를 지적하는 모니터 요원에게 사례하는 것도 교과서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정기 검정에서도 발행사들이 교과서의 확인된 오류 사항을 어떻게 수정해 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발행사로 하여금 교과서 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학교에서도 이미 채택한 것보다 더 질 높은 교과서가 있으면 매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과교사연구모임 단위로 교과서의 비교 분석을 계속하여 양질의 교과서가 있으면 다음 해 채택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AGE BREAK]정기 검정제로 교과서 질 높여야 교육과정 전면개정과 교과서 전면개편으로 일정 기간 동안만 교과서를 집필 편집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으며, 정작 시간 여유를 두고 교과서를 연구 개발하는 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현행 검정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교재 발행사는 완성도가 낮은 교과서를 출원하고, 심의 과정에서는 검정 심사 기간이 짧아 적은 수의 위원이 단기간에 내용 오류와 질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심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채택 사용된 기존 교과서들은 모니터제를 통해 꾸준히 수정 보완하고, 새로운 개념의 교과서를 개발하여 심의 검정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교과 특성에 따라 내용이 안정적인 교과서는 4년마다, 내용이 상대적으로 빨리 변하는 교과서는 2~3년마다 수정 보완된 부분만 검정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새로 발행된 교과서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매년 검정을 시행하는 정기(定期) 검정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교재 발행사로 하여금 보다 완성도 높은 심사본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출원할 수 있게 해주고, 검정 심사를 질 높게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검정 기회를 다시 줄 수 있어서 부적격 판정에 따른 시비를 방지할 수도 있으며, 발행사들도 교과서 관련 인력을 상시 구축하고 그 전문화를 꾀할 수 있다. 판매이익금 균등배분 폐지로 검정 교과서 시장 확립 현재의 교과서 판매에 따른 수익금 배분이 채택률과 무관하게 일률적이어서, 교과서 발행의 질이 높아질 수 없고, 일회용 투기 사업이 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교과서 출판 경험이 전무하거나 영세하여 전문 편집진이 없는 출판사들도 투기적으로 교과서 발행에 뛰어들어 이익금을 나누어 먹기 식으로 배분하고 있다. 질 낮은 교과서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아, 전문 출판사를 구축해야 할 출판사들에 기생하고 있으며,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교과서 시장이 확립되어 채택에 따른 이윤이 적절히 확보되어야 재투자하여 교과서 개선 모니터제를 설치 운영할 수 있고, 꾸준한 연구 개발이 가능해지며, 다양한 다종의 교육용 교재를 만들 수 있고, 교과별로 출판사별로 전문화되어 질 높은 교과서를 확보 공급할 수 있다.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지만 채택률은 교과서 질을 어느 정도 말해준다. 군소출판사들이 신규 진입할 때에는 투기성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검정협회가 연합하여 검정 교과서 연구개발기금을 설치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PAGE BREAK]교과별 전문출판사제로 질 높이자 교과별 교과서 발행사의 전문화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질 높은 교재를 생산하고 있는 선진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부의 교재 발행사들이 교과용 도서를 개발하고 있고, 이들은 검정이 있을 때만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집필진, 편집진 등을 확보하고 교재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이미 개발된 도서의 개정판을 지속적으로 출판해 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재의 질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검정에 출원하는 교재 발행사의 대부분이 영세하여 교재 출판을 1회성 투기 사업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전문적인 집필, 편집진이 상시적으로 확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검정 출원 당시에 일시적으로 모여 작업을 하고 흩어지는 방식이다. 교과별로 전문적인 교재 발행사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 검정 실시 공고 때마다 교재 발행의 전문 경험이 없는 영세 군소 발행사들이 편집과 집필 팀을 급조하여 완성도가 낮은 심사본을 제출하는 관행을 되풀이해 왔으며, 그들의 전문성 부족과 경험 부족, 영세성으로 인해 교과서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파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검정 합격본이 20종에 가깝지만 막상 채택은 5종 이내에서 거의 다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익금 균등 배분과 함께 회사별 전문 교재 출판사로서 성장할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으며, 교과서 시장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발행사들도 여러 교과의 교재를 한꺼번에 제작하여 전체적으로 교재의 질이 높지 못하다. 정기 검정제가 아니고 기존 사용 교재에 대한 검정 주기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교재 발행사는 장래를 예견할 수 없어서 상설 연구, 편집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러다 보니 학교 수업용 교재의 지속적인 연구와 질 관리가 어렵고 그만큼 질 개선도 더딘 것이 현실이다. 발행사의 전문화는 교재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이다. 교재 발행사의 교과서 제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발행사는 교과별로 전문화되어야 하고 교과서 개발을 위한 편집, 연구 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 발행된 교재를 상시적으로 수정 보완 개선해 가는 체제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채택 단위 개별 학교에서 권역별로 광역화 교과서 선정을 개별 학교보다 광역화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전시하고 채택하기까지 기간은 약 1개월 정도(검토 기간은 15일 내외임)이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개별 교사가 여러 책을 모두 검토하여 비교 판단하려면 기간이 짧은 편이다. 단위 학교에서 교과서를 충분하게 검토한 뒤 채택하여 질 낮은 도서를 자연 도태시키는 시장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교원의 잦은 이동으로 교과별로 교사 수가 소수인 학교는 자신이 참여하여 검토 추천하고 다른 학교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PAGE BREAK]개별 학교보다 채택 단위를 광역화하여, 학생 수를 감안하여 지구별, 자율장학회별로 혹은 권역별 채택구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수의 공론에 따라 질 높은 교과서를 공동 채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교과서 출판 전문화와 고품질화를 위해 교과별로 2~5종 내에서 복수 추천하고 학교에서 현행 절차를 활용하여 채택하도록 하여 채택 과정에 다수가 참여하여 선택의 타당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교원단체 등을 통해 교과서 질에 대한 평가 결과를 권장하고 다양한 사회단체의 교과서 질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교과서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김만곤 |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정책과장 교사나 교수들을 대상으로‘우리 나라 교과서 제도를 어떤 제도로 바꾸는 것이 좋겠는가’를 묻는다고 치자. ①국정 교과서 ②검정 교과서 ③인정 교과서 ④자유 발행 교과서로 답지를 제시한다면 약 75%는‘자유발행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이니 검정이니 인정이니 하는 단어들은 정부의 간섭이 눈에 거슬리는 반면‘자유’란 언제 어디서나 어떤 문제에서나 얼마나 가치로운 것인가. 그러므로 이러한 설문에는 각 제도의 의미와 장·단점, 그러한 제도를 적용하는 상황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 교과서 제도에 관하여 법적인 정의는‘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에 제시되어 있으므로 각 제도에 대하여 상식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정 교과서는 정부에서 직접 만드는 교과서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현재 국정 교과서 전체를 대학, 연구소 등에 위탁 개발하고 있으며, 교과목별로 단 한 권을 만든다. 검정 교과서는 각 출판사에서 만든 책을 정부에서 심사하고 사용 허가를 하는 교과서로, 제일 잘 만든 교과서만 합격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침이나 기준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이면 합격시키고, 사용하는 측에서 골라서 쓰게 하는 교과서이다. 따라서 한 과목에 여러 교과서가 있고 각 교과서의 기술 내용은 각각 다를 것이 당연하다. 인정 교과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부에서 그 과목을 제시하지 않고 저작자가 사용 목적을 정하여 교과서를 만들고, 정부(실제로는 대체로 교육감)의 허가를 받아 판매하는 교과서이다. 자유발행 교과서는 학교에서 ‘이걸 교과서로 쓰자’고 정하여 가르치고 배우면 되므로 어떤 책이 교과서로 쓰일지 사전에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우리 나라는 현재 여러 가지 제도를 병용하고 있으며, 최근에 이르러 자유발행제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보다 자유로운 제도를 채택하려면 교과서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그만큼 높아져야 한다. 처음 검정제를 택한‘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경우 6종이 나와 있지만, 국사 기술이 어떻게 이처럼 다양할 수 있느냐는 강한 불만을 가진 학자들도 있고, 2002년 여름에는 정부수립 후의 각 정권에 대한 기술이 편파적이고 그것은 정부의 간섭에 의해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었으나, 아무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우리 나라 교과서 제도의 현황을 소개하고, 발전 방향을 짚어보고자 하였다. 우리 나라 교과서는 그 동안 여러 가지 변화를 겪으며 발전해 왔으므로 오늘날 우리의 초·중등 교육이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면, 교과서만 발전시켜서는 되지 않는다는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마땅할 것이다. [PAGE BREAK]Ⅰ. 교과서 편찬 방향 1. 교육과정 정책과 교과서 성격의 변화 제7차 교육과정은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고, 능력에 따른 수준별 학습, 진로 적성에 따른 선택학습을 실시함으로써 입시위주의 주입식·암기식 교육, 전국적으로 통일된 획일적 교육과정 편성 운영 체제를 지양하고 창의력, 자기주도능력 함양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하자는 취지로 개정된 교육과정이다. 우리 나라 교육과정 정책의 장점은 교육과정에 관한 권한을 정부, 교육청, 학교와 교사가 분담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중앙에서는 교육과정 기준을 제시하고 교육청에서는 그 지역의 각 학교에서 실현할 지침을 제시한다. 또, 각 학교는 당해 학교에서 실현할 교육과정을 작성하여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이미 1992년에 개정된 제6차 교육과정에서 시작된 것이며, 제7차 교육과정에 이르러 더욱 강화되고 구체화된 것으로, 이는 종래의‘교과서 중심’ 학교교육을 각 학교에서 편성하는‘교육과정 중심’ 학교교육으로 전환하고자 이루어진 것이다. 2.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편찬 방향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창의성 신장에 적합한 교과서 편찬을 기본방향으로, 쉽고 재미있고 활용하기 편리한 교과서를 편찬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교육과정의 정신을 반영한 교과서, 교육과정 중심 학교교육에 적합한 교과서, 국정도서의 경우 연구소나 대학 등에 위탁하여 편찬하는 연구개발형의 장점을 살린 교과서, 현장 교원들의 참여를 높인 교과서를 편찬하고자 노력하였다. 오랫동안 지향해온 바이기는 하지만,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전통적인 교과서에 비추어 바람직한 교과서를 와 같이 특징지어 내용과 함께 편집 체제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게 하였다. 그러나 학자들 중에는 새로 편찬된 교과서를 살펴보지도 않은 채, 자신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배운 교과서와 외국 유학 중에 구경한 다른 나라의 교과서를 비교하여 우리 교과서는 재미없고, 어려우며 단편적 지식을 암기시키는 데 급급한 교과서라는 무책임한 평가를 하는 학자가 많다. Ⅱ. 교과서 발행 현황 1. 교과서 제도의 변화 우리 나라가 국정·검정·인정의 세 가지 제도를 병행하고 있는 것은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다양한 교과서를 편찬하기 위해서이며, 제1차 교육과정기 이후 오늘날까지 일관된 것이나 초기의 무제한 합격을 5종으로 제한하고, 검정 출원 자격을 강화하다가 제5차 교육과정기 이후 오늘날까지는 검·인정을 확대해 온 경향이다. [PAGE BREAK]2. 교과서 발행 현황 국정도서는 초등학교의 전 교과서와 중등학교의 국어, 국사, 도덕, 고등학교의 전문과목 및 특수학교용 교과서들이다. 국정으로 발행하는 도서들을 살펴보면 국가에서 기준과 관점의 통일을 기해야 할 과목(국어, 문법), 국가관, 민족정체성 확립을 위해 과열된 논쟁이 조정·정리되어야 할 과목(국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존속, 이념적 혼란극복이 필요한 과목(도덕), 수요가 적어서 출판사의 검정신청이 없는 교과들(실업계 전문교과, 특수학교 각 교과)이며, 이 중 중학교의 국어, 도덕, 국사는 공모제를 통하여 개발기관을 선정하였다. 검정도서는 국정도서를 제외한 모든 도서이고, 인정도서는 국·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및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개발되며 인정권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편찬된 국정도서는 721종(721책)이며, 검정도서는 187종 1575책이다. 인정도서는 2003. 3. 1 현재 1110책이 개발되어 있으나 계속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교과서 가격 및 시장 규모를 보면 초·중·고 교과용 도서 평균 가격은 1510원이고, 인정도서를 제외한 시장 규모는 2318억 원 정도, 의무교육에 따른 교과서 대금 국고 부담액은 1523억 원 정도이다. 3. 인정도서심의회 심의 없는 인정도서와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 최근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그 주장을 들어보면, 대체로 지식 정보의 다양한 흐름이 학교로 들어올 수 있도록 폐쇄적인 제도를 개방적인 방향으로 개혁함으로써 학교교육의 획일화를 탈피할 수 있고, 창의성이 제고되어 질 높은 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으려면 교육과정 기준을 원칙 제시 수준으로 축소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제도가 폐쇄적인가, 학교교육의 획일성이 교과서 제도 때문인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교과서 자유발행제가 기본적으로 그러한 방향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는 대체로 공감할 수 있으며,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우리 교과서 제도는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유발행제를 도입하자면 먼저 그에 필요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우선적인 것은, 학교교육 및 교육내용의 수준 확보 문제이다. 즉 기초적· 기본적 교육의 수준 및 질적 기회 균등 문제, 교육목표 및 교육내용의 일관성, 체계성 유지 문제, 교육의 객관적 질 관리 및 일정 수준 확보 문제, 부당한 압력, 교화, 선전 등 교육의 중립성 확보 문제, 표준적인 교육내용 선정(편견, 오류로부터의 보편 타당성 확보) 및 교육목표 달성의 국가적 책임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의 해결에는 영 연방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에서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교육과정 기준(NATIONAL CURRICULUM)에 대한 국가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는 경향이 참조되어야 할 것이다.1) [PAGE BREAK]즉 국가기준은 가능한 한 대강화하면서 그 기준은 최대한 지켜지고 실천 정도가 구체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교과서 출판사들의 지나친 상업주의로 교과서의 내용보다는 외형 체제에 치우칠 수 있는 점, 혹은 대형 출판사가 기존의 판매망을 이용하여 독과점할 우려 등이 경계되어야 하며, 교과서 채택 부조리나 특정 교과서를 편중 선택할 우려 등 급격한 제도 변경에 따르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편찬에서‘인정도서심의회 심의 없는 인정도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는 급속히 변화하는 컴퓨터 관련 과목이나 개별 교육이 가능한 체육·예술·국제에 관한 전문교과의 과목 중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정하는 과목에 대하여는 당해 학교에서 필요한 도서를 심의 선정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으로, 실제로는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의 전 단계로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과목으로 78과목을 지정하고 있다. Ⅲ. 교과서 제도 개선 기본 방향 1. 교과서 제도는 교육과정 적용수준 제고 방안, 대입전형제도 개선 방향 등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우리 나라의 교육과정 정책이나 교과서 정책은 어느 시기에는 성공적이었고 어느 시기에는 실패한 정책이라기보다는 대체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온 정책이다. 따라서, 현재의 학교교육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만족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 원인을 단편적으로 교육과정·교과서 정책·제도에 치중하여 찾을 수는 없다. 현행 교과서는 종전에 비해 탐구형, 자기주도적 문제해결형, 또는 체험학습형으로 개발되었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지만, 학교에는 아직도 내용 암기에 주력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거나 심지어 수업현장은 늘 그대로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교과서 개편의 취지를 살리는 수업을 기대하려면, 먼저 대학입학 전형 제도나 학업성취도 평가 방향 등이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2. 교과서 제도는 점진적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 여러 나라 중에는 몇 가지의 교과서 제도를 병행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며, 우리는 국·검정제를 병행하면서 국정도서를 줄이고 검·인정도서를 확대하여 왔다. 국정도서 중에는 앞으로 검·인정화할 도서가 많다. 특히 초등 전 교과 및 국정으로 남아 있는 중 고등 국어, 도덕, 국사는 우선적 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사용할 학생 수가 매우 적은 선택과목의 경우 출판사들이 검정도서를 개발할 가능성이 적으므로 이는 정부에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2·3학년 교과서는 국어, 국사, 도덕을 포함하여 모두 검정화했고, 중학교 국어, 도덕, 국사는 공모제를 통하여 개발기관을 선정함으로써 국정도서의 한계 탈피에 노력하였다. 특히, 고등학교 78개 전문과목에 대하여 자유발행제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인정도서심의회 심의 없는 인정도서제’는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하거나 자유발행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PAGE BREAK]3. 교과서 편찬의 창의성, 다양성 확보 방안 연구해야 한다. 어떤 교과서가 좋은 교과서인가에 대해서 “미국 교과서는 우리 교과서보다 좋더라”는 식으로 쉽게 이야기하지만 보다 구체적, 전문적으로 연구·논의되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친근감과 창의력을 높이는 만화·삽화 제시, 개인차와 흥미에 따라 선택하거나 수준에 맞게 나아갈 수 있게 한 교과서, 실생활 사례를 소재로 도입한 교과서, 학습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제시한 교과서, 신문·인터넷·CD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학습을 유도하는 교과서, 사회변화에 따라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갈 힘을 기르는 교과서, 국판/단색의 교과서를 4 6배판/컬러판으로 바꾸고 창의적인 편집이 이루어진 교과서 등을 새 교과서의 특징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과제는 다시 제시되고 있다. 학습 내용요소는 종전에 비해 약 70%로 감축되었으나, 풍부한 학습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교과서의 판형을 키우고 쪽수를 늘여 편찬하게 되자 학습내용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방대한 학습자료를 싣고 있는 미국의 교과서를 예로 들어 우리 나라 교과서는 빈약하기 짝이 없어 참고서를 구입해야 하므로 이로써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비판도 있다. 말하자면 내용을 외우기에는 벅차나 구체적 학습활동은 빈약하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전자도서 제작·활용을 위한 지원도 확대되어야 하며, 수준별 교과서 편찬·활용을 위한 연구도 이루어져야 한다.
박삼서 | 교육인적자원부 장학관 서울대는 2004학년도 1학기 대학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자어 기초 실력 평가 결과 50점 미만이 60%가 된다고 발표했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상 한문과목이 개설되어 학교에서 한자, 한문교육을 하는데도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은 일면 한글전용화란 시대의 추세를 실감하게 하는 단면이라고도 하겠다. 우리에게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자환경의 특수성이 있다. 한글창제 이후에도 양반층에서는 여전히 주된 기록의 도구로 한자를 사용하였으며, 갑오경장에 이르러 정책적 배려로 한글을 장려함에 따라 사용이 역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광복 이후 일제시대 우리말 압박에 대한 반작용으로 한글사랑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한글전용화는 법률적 뒷받침을 받게 되었다. 65년부터 교과서에 한자를 혼용하기도 했지만, 68년 한글날에 특별 담화로 대통령이 한글전용 촉진 7개항을 지시하여 교과서를 한글전용으로 개편하는 등 70년도부터 한글전용은 탄력을 받게 되었다. 병행하여 72년에는 중·고등학교에 한문교과를 필수로 신설하고, 한문교육용 1800자를 제정하여 한자·한문 교육을 독립하여 도맡도록 하였다. 75년도부터 국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자를 다시 병기하였으며, 제6차와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한문이 과정별 필수나 선택과목으로 되었으나 한자·한문 교육은 정책적으로 그 의미가 약화되지는 않았다. 그 동안, 한글전용 정책을 무리없이 정착시키면서 문자생활에 취약점을 상보하는 차원에서 한자, 한문 교육이 이루어져 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한글전용이나 한자를 본격적으로 가르치자는 국한혼용이라는 대립되는 주장의 양상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현재로서는 입시에 한자 문제가 출제되지 않아 한자교육에 관심이 없고, 한자 실력이 떨어진다는 현실적인 진단과 해결 방법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자존심은 우리말에 대한 자존심과 다르지 않으므로 이 시점에서 민족의 생존과 결부하여 우리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미래 지향적인 정책설계에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하여 한자교육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한글전용과 국한혼용 모두 자기 주장의 논리에 상대의 것을 흡인하려고만 하지 말고 거시적 차원에서 그 간극을 좁혀야 한다. 우리말이 가지는 두 가지 특장(特長), 즉 표음적 자질과 표의적 자질을 어떻게 조화시켜 교육의 장으로 수렴시킬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둘째로, 한자교육을 국어교육에서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는 좀더 세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자는 ‘분해적 연관어 학습’으로 어휘력을 효율적으로 신장시키는 데에는 유용하다. 그러나 어휘교육이 국어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국어교육의 본질을 해명하는 차원에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이 실시되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의 인지발달과 지식 수용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자교육이 또 다른 소질의 계발(啓發)을 가로막거나 짐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의의 장을 초등학교로 좁혀 놓으면 해결의 실마리는 멀어 보인다. 넷째로, 학습자 스스로의 학습 열망과 함께 한자교육과 한문교육을 구분하여 현안 문자교육 정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자교육, 한문교육을 동시에 해결하려 하면, 현안으로 대두한 문제의 원천적 해결 방법이 서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한자교육의 관심 못지 않게 한글의 세계화에도 힘써야 한다. 한글은 소리글로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므로 한자교육은 한글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상보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PAGE BREAK]한글전용이 우리 민족의 궁극적 이상이긴 하나, 급작스런 한글전용 강행은 문화적 단절과 국론의 분열을 가져올 우려가 많다. 모든 문화현상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발전·개선되어야 전통의 단절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한글전용의 실현은 장기적,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세기에는 한자·한문 교육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①한자·한문교육에 적합한 교수-학습의 개발과 적용 ②새로운 평가 도구의 개발과 수행 ③사회변화에 부합하는 교과서 개발 ④학교교육에서 사회교육에로의 시야 확대 ⑤문화교육, 정체성 교육의 가시화 등에 대하여 새로운 발상과 바람을 불어넣어야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리라고 본다. 교육의 문제는 흑백 논리로 접근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네가 있으니 내가 있고, 내가 없으면 너도 없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에서 한자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21세기에는 민족의 궁극적 이상을 실현하고 한글전용과 국한혼용 양자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임을 강조하고 싶다.
김수로 | 인천 대정초 교사 몇 년 전부터인가 우리 교육계에서도 남자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한 달에 한 번씩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여자 선생님들이 보건휴가를 보내고 있다. 중등은 물론 초등 여교사도 하루 종일 너무 많은 수업량과 잡무로 인해 유산을 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교사가 건강한 교실을 만들고,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교사가 90% 이상의 교실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 보건휴가 제도는 꼭 필요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9조에 의하면 ‘여자 공무원은 매 생리기와 임신한 경우 정기검진 등을 위하여 매월 1일의 보건휴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에서 여성 보건휴가의 취지상 폐경기가 도래한 여성은 보건휴가를 얻을 수 없다. 이 경우 의사의 진단서로 증명할 수 있다. 보건휴가는 1일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분리하여 2일 사용은 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우리 여 교사들은 1년에 9회의 보건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계에서는 교육 특성상의 문제로 인하여 보건휴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첫째, 보건 휴가로 공석이 되는 반을 가르칠 강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각 지역 교육청 별로 많은 차이는 있겠으나 현재 인천에서는 보건휴가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대체 강사 인력풀제(강사은행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신분이 시간강사이고 담당하는 학년이 일정치 않아 대체 강사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교육청에서 강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 학교에서 직접 강사를 구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역시 어렵기는 매 한가지이다. 설령 관리자가 여러 경로의 수소문을 통해 강사를 구하여도 얼마 가지 못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보건휴가는 사치스럽게 비칠 수밖에 없고, 오전 수업을 다 하고 오후에나 잠깐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둘째, 남자 교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현재 여러 곳에서 여론을 수렴한 것을 보면 남자 교사와의 형평성 때문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넓은 시야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나의 딸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처가 될 수도 있으며 학교에서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료이기도 하다. 남자 교사와의 형평성을 들먹이는 것은 해결해 줄 수 없음에 대한 하나의 핑계가 아닌지 모르겠다. 셋째, 예산 문제를 말하고 있다. 보건휴가에 따라 발생하는 예산은 분명히 교육청에서 배정을 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예산상의 문제로 인하여 보건휴가 실시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근로기준법 제71조에 보면 생리휴가를 활용하지 않았을 경우 생리휴가 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교사들은 어떠한가. 위 문제 등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여 교사들이 보건휴가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지혜를 모아준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먼저, 보건휴가로 인한 강사 확보는 인천시의 경우처럼 대체 강사 인력풀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하겠다. 보건휴가는 1년에 얼마나 인력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보건휴가 대체 강사들과 월별이 아니라 1년 이상으로 계약을 하면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본다. [PAGE BREAK] 만일, 강사를 구하지 못하여 오전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마땅히 2회를 실시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보건휴가의 취지가 여성들의 건강을 위하는 것이라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2회를 실시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별도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므로……. 현장에 근무하는 남자 교사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포용력으로 보듬고, 남 교사와의 형평성을 들이대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도록 하자. 이와 함께 폐경기의 여 교사에게도 보건휴가를 주는 것도 검토할 때다. 나이 많은 여 교사의 경우는 학교에서 의사 진단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가 더 많은 위험을 수반한다고 한다. 폐경기가 되면 심리적인 불안감, 신경쇠약, 예민함, 우울함과 고독감, 만성피로, 수면장애 등으로 생활력 저하는 물론 신체적으로도 약화되니 그 분들이야말로 보건휴가가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닐까?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영원한 여성이지 폐경을 하였다고 하여 여성이 아닐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좀 더 관대하게 대처를 하였으면 좋겠다. 의사 상담 확인만 있으면 똑같이 보건휴가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 가정에서는 어머니이자 아내로 며느리로 1인 다역을 감당하는 여 교사의 건강을 지켜주어 결국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협조하자.
황환택 | 충남 부여군 백제중 교사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은 세상을 살기 위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호랑이에게는 빠르고 강한 발이, 고양이에게는 부드러운 몸이, 공작에게는 아름다운 깃털이 있다. 심지어는 바퀴벌레조차도 어떤 조건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한 적응력이 있어 오랜 세월 종족을 번식시켜 왔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그렇기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사는 이 지구상에서 스스로를 영장이라 부르며(물론 인간만이 그렇게 생각한다지만) 살아오고 있지 않았는가? 그러면 세상에서 그 많은 사람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에게 물었다. ‘세상을 무엇으로 사는지요.’ 그가 대답한다. ‘사랑으로 살지요.’ 참 좋은 말이다.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험난한 세상을 어찌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으랴. 그래서 누군가에게 또 물었다. ‘세상을 무엇으로 사는지요.’ 그 누군가가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그 힘의 모습을 다섯으로 나누고 그 힘을 오력(五力)이라 불러보았다. 오력이라고 하니 뭐 특별한 힘을 말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마시길. 그 오력의 정체는 권력, 금력, 체력, 실력, 폭력이다. 물론 이 중에 권력이 으뜸이다. 사전에는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는 말이 있다. ‘비리법권천’이라는 말은 힘의 순서를 적어본 것이다. 비는 억지요, 이는 이치며, 법은 말 그대로 법이다. 억지와 이치와 법을 이기는 힘이 바로 권력이니 권력의 큼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이 권력의 위에 하늘이 있기는 하지만 오만한 인간들이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겠는가. 얼마 전에 실시된 총선에서의 그 치열한 싸움은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바로 권력을 잡기 위한 권력지향적 인간들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몸부림이 아니던가. 금력 또한 권력 못지 않은 대단한 힘이다. 권력은 유한하나 금력은 무한하다며 한껏 금력에 취한 재벌들의 금력 행사를 굳이 들지 않아도 귀신도 부린다는 금력은 세상을 살아가는 참 신통한 힘이다. 강인한 체력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참으로 유용한 힘이다. 수많은 프로 선수들이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의 명예와 프로 선수로서의 엄청난 사회적 지위와 수입도 모두 강인한 체력에 근거한 것이라 보면 이 또한 대단한 힘이다. 실력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참 유용한 힘이다. 우리 나라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오늘도 학교와 학원에서 머리 싸매고 공부하고 공부시키는 것은 바로 실력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닌가? 고입도, 대입도, 회사 입사도 다 시험이다. 각종 자격 시험과 고시 또한 시험이니 이 시험들을 통과하기 위한 실력을 갖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참 중요하지 않은가. 이제 무엇이 남았나. 아, 폭력이 남았지. 비록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힘 중의 하나이다. 근래 우리 나라 영화계의 화두로 등장한 조폭 영화들은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그 쪽에 쏠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밤의 황제’라 불리며 영화처럼 살아가는 그 힘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그러면 정신의 스승인 교사는 무엇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가. 그들에게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도 없고, 귀신도 부리는 금력도 없으며, 강인한 체력도, 뛰어난 실력도, 그렇다고 폭력은 더더구나 없다. 그러면 그들은 세상을 무엇으로 살아갈까. 빈 들에 핀 들꽃처럼 이름도 없고 보아주지도 않지만 나름의 긍지와 명예(알아주는 사람 없어도)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PAGE BREAK]만약 교사에게서 긍지를 빼앗는다면 그것은 호랑이의 강하고 빠른 발을 뺏는 것이고, 공작의 깃털을 뽑는 것이다. 또한 권력자에게서 권력을, 부자에게서 돈을, 폭력배에게서 주먹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심한 경우이다. 왜냐면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 말고 또 다른 것이 있지만 교사에게는 오직 긍지와 명예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무엇인가를 하며 산다. 시인은 시를 쓰고 음악가는 음악을 만들고 요리사는 요리를 만든다. 교사는 무엇을 만드는가. 바로 교사는 사람을 만든다.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만드는 것이다. 판사(判事)의 ‘사(事)’는 일이고 변호사(辯護士)의 ‘사(士)’는 선비이지만 ‘교사’(敎師)의 ‘사(師)’는 목사(牧師)의 ‘사’와 같이 스승이다. 정신과 영혼의 스승이 바로 교사와 목사인 것이다.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목욕탕에 갔을 때 덩치가 큰 청년 두어 명이 다가와서 ‘선생님, 등 밀어드릴까요? 제자 아무개입니다.’하며 인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교사는 세상을 살아갈 사람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니 세상이 바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교사에게서 그들이 가진 긍지와 명예를 빼앗는 그런 어리석은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교육의 주체들도 반성해야 한다. 진정 나는 긍지와 명예만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안미숙 | 콜럼비아대 교원연구소 연구원·교육철학박사 교육 환경과 교육과정 개혁에 초점 2002년도 이래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교육개혁 ‘아동 우선(Child First)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학교가 성공적인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는 공교육 체제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이 정책에 근거하여 미국의 각 주에서는 나름의 하위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뉴욕주의 경우 지난 35년간 실행되어 왔던 분권적 공교육 체제를 중앙집권적 체제로 전환하고, 교육환경과 교육과정 개혁을 그 기본 골자로 하여 우수한 학교문화 창조를 거시적인 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문해력이나 수리력과 같은 학습 기본 능력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 개혁과 교원의 리더십·전문성 개발에 중점을 두는 연수 프로그램 지원을 시작으로 하여 특히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을 핵심적인 정책으로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유아교육을 학교교육의 우수한 학업성취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자원으로서 조기 개입의 개념으로 보고 4세부터 종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 지원하여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또한 8학년 학생의 70%가 평균 이하의 학업성취능력을 나타낸 것과 관련하여 기존의 전통적인 중·고등학교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 하에 대학 교육을 위한 학구적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중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제안 또는 실행되고 있는 주요 정책 중 ‘학교상주경찰 인원 증가’와 ‘자동진급폐지’ 정책은 발표 시작에서부터 많은 논란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안전하고 우수한 교육적 환경 제공과 관련하여, 왕따 또는 집단 따돌림과 같은 학교 폭력 근절을 목표로 하는 ‘학교상주경찰 인원 증가’ 정책은 4월부터 실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수한 교육과정 개혁과 관련하여 읽기, 쓰기, 수학의 학습기본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누구나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동진급제도(Social Promotion) 폐지’ 정책은 9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비판받는 ‘학교상주경찰 인원 증가정책’ 지금까지의 학교 폭력과 범죄 건수에 기초하여 ‘위험한 학교’ 명단을 공개하고 안전한 학교 환경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뉴욕시의 경우 학교상주경찰 인원을 150명 증가하여 배치하였다.[PAGE BREAK]이 정책에 따른 학교 폭력 방지나 그에 따른 교육적 성과는 좀더 지켜볼 일이지만, 과연 이러한 조치가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안전한 학교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교육적으로 적합한 정책인가라는 관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포드햄 대학(Fordham University) 의 전국학교지역센터(National Center for Schools and Communities)에서는 최근 발표된 ‘안전하고 성공적인 학교의 특성에 대한 장기적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우수한 학업성취를 자랑하는 학교의 경우, 문제 학생을 낙인찍고 내몰기보다는 수용하고 있으며, 안전한 학교 환경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 감시체제가 아니라 개별 학생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과 지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한 학교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 인원을 증가하는 정책은 우수한 교육적 환경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문제 학생을 경찰의 보호 관찰이 필요한 범죄인으로 이미 간주하는 것이며, 학교를 배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체험하는 장소로 만들기보다는 항시 감독이 필요한 위험 장소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FBI 통계치에 따르면 뉴욕시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인정이 되었고, 지난해에 비해서도 전체 범죄율은 2.5%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시의 범죄 원인을 공립학교 학생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 필요한 교육적 자원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우수한 학교 환경과는 상반되는 환경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9월부터 ‘자동진급제도’ 폐지 올 가을 학기에 처음으로 적용될 ‘자동진급제도 폐지’의 경우, 3학년 대상을 시작으로 하여 점차적으로 그 범위를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립학교 교육에 있어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진급하는 학습과정은 학교교육에 있어 학습기본능력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구분된다. 즉 유치원에서 3학년까지의 교육은 ‘읽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고, 4학년부터의 읽기 학습은 ‘보다 심도 있는 교과 과정을 위한 읽기’ 라는 것이다. 수학의 경우에도 3학년까지는 ‘수학적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인 반면, 4학년부터는 ‘수학적 활용’에 중점을 두는 고등 개념의 수학으로의 전환 시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새로운 진급제도와 관련하여, 그 동안 소기의 성과를 거둔 4살 이후 종일학습에 대한 조기개입 지원과 더불어 유치원에서 3학년까지의 교육에 대한 특별 지원을 제안하고 있다. 시카고 공교육의 경우, 이 시기의 교육과정에서 ‘수학’을 제외하고 있는 예를 들면서 전반적 학업성취의 자원이 되는 중요한 시기에 수학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도구 교과임을 강조하고 있다. 각 학교에 말하기 교사, 읽기 교사, 학습장애 전문가 등의 유아교육전문가를 강화 지원하게 된다.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 ‘학부모 특별 워크숍(Special Parent/Guardian Workshop)’과 학교에서 1년에 두 번 있는 공식적인 ‘학부모/교사상담(Parent/Teacher Conference)’을 통해 ‘자동진급제도 폐지’ 정책에 따른 학교와 가정에서의 학부모 역할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데, 뉴욕시 교육국에서 제공하고 있는 구체적인 지침의 예를 보면 옆의 와 같다.[PAGE BREAK] 늘어나는 시(市) 주관 시험 뉴욕시 3∼8학년 학생의 경우 학교별 시험인 ‘영어/수학 자체평가고사(Interim Assessment in ELA and Math)’를 비롯해서 다음 학년의 진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市) 주관 영어/수학 시험(Citywide ELA and Math Test)’을 치루어야 한다. 한 번의 시험 결과로 진급이나 유급을 결정하는 것이 이 정책의 목적이 아니라 학생이 불합리하게 뒤쳐지는 것을 방지하고, 학업이 부진한 학생을 위해 적합한 ‘학습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교육적 수월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각 학교에서는 학습도우미 팀(Intervention Team)을 구성하여 개별 학생의 전반적인 학업성취를 감독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교원연수에 있어서도 학생의 문해력과 수리력 향상을 위한 전략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의 경우 3학년들은 4월 20일에 뉴욕시 표준영어시험을 치뤘고 27일에 수학시험을 치뤘는데, 이 시험에서 한 과목이라도 레벨 1을 받을 경우에는 여름학교에 등록해야 한다. 또한 8월에 있을 재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레벨 2 이상을 받을 경우 동년배 학생과 마찬가지로 다음 학년으로 진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재시험에서 불합격될 경우에는 유급이 되지만 담임교사가 제시할 수 있는 교실에서의 학업 성과와 학교장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는 학군사무실에 이의를 제기하여 인정이 되면 다음 학년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융통성도 있다. 그러나 자동진급제도폐지가 전체 학년으로 확대할 경우, 학년별로 늘어나는 시험 수에 따라 학생의 부담이 점점 더 가중될 것이다. 4학년이 되면 주(州) 주관의 ‘영어/수학/과학시험(Objective Test)과 실험(Manipulative Test)’ 등을 추가로 치루어야 하며, 5학년이 되면 주(州)가 주관하는 사회과목 시험이 추가된다. 9학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에 필요한 리전트(Regent) 시험을 쳐야 하는데, 영어, 수학, 과학, 세계사, 역사 등 5개 과목을 통과해야 한다. 10, 11 학년은 정규시험 외에도 1년에 7번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대학입학학력고사(SAT/PSAT)’를 치루고 대학입학에 필요한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벌써 ‘시험전쟁’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교수업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전락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적으로 새로운 진급제도와 관련된 이러한 시험 준비로 학생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학교 수업 자체가 예상시험문제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영어, 수학 등 핵심 도구과목에만 치중하여 전인교육을 위한 예·체능 과목들은 쉽게 제외되고 이들 수업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이 1순위로 삭감되면서 교육이 파행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학부모들은 뉴욕시 진급정책 강화에 항의하는 뜻으로 시험 자체를 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도 하고, 소수 계 학부모들은 일부 시험문제가 백인 학생에게 유리한 내용이라며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PAGE BREAK] ‘학습장애진단법안’ 마련중 이 달 뉴욕시 교육감은 공립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 중 30% 가량이 성적 부진으로 유급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하였다. 현재 3학년은 전체 학년에 비해 학력 성취도가 낮은 데다가 강화된 진급제도의 첫 대상이 되면서 특별 대책과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 즉 2, 3학년을 위한 집중적인 보충교육과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더욱 강조 제안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뉴욕시 교육감은 내년 학기에 5100만 달러를 지원하여 성적이 저조한 3학년 학생들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지원금은 실력 부진 학생을 위해 지금까지 배당된 예산 중 가장 많은 액수로 9월부터 3학년이 되는 학생 중 성적 부진 대상자에게 개인 교습은 물론 방과 후 학교와 주말학교 교육이 제공될 예정이다. 현재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으로 3학년 학생의 유급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학군사무실이 학생의 학습장애 여부를 의무적으로 진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안으로 추진 중에 있다. 유급 위기에 놓인 3학년 학생의 학업능력이 부진한 원인이 난독증(Dyslexia), 자폐증(Autism), 주의결핍증(Attention Deficit Disorders) 등의 학습장애 때문인지 또는 시청각 장애 때문인지의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연방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 전체 학생의 10%가 이러한 장애를 겪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출자총액 제한 논란 재연 재경부 완화방침에 재계도 폐지 거듭 요구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 규제 완화 및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면서 출자총액 제한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자총액 제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다 재계도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를 거듭 요구하는 등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재경부·공정위와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출자총액 제한제의 현 틀을 유지하되, 3년 뒤 재벌의 투명경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태세다. 출자총액 제한제는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취득·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1일 공정위 창립 23주년 기념사에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의 원칙과 일정에 따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출자총액제를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재경부는 그러나 출자총액 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막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을 수용, 출자총액제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 부문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어서 공정위와의 기(氣)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10대 신성장동력산업 등에 대한 출자총액제 예외 인정 등을 발표하면서 출자총액제가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 활성화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동규 공정위 독점국장은 “공정위도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 지배구조 시스템 마련을 위한 출자총액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의 투자 활동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경제학) 서울대 교수는 “출자총액제는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규제할 것인지,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부담을 완화해 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가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1일 대우건설·신세계·LG전선을 새로 출자총액규제 기업집단에 포함하고, 외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GM대우를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금지되는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2004년 4월 2일 [PAGE BREAK]출자총액 제한 제도란 출자총액 제한 제도 혹은 출자총액 규제란 재벌 소속 기업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출자하는 규모에 법적 제한을 두는 제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벌은 속칭이고 공식 명칭은 대규모 기업 집단이다. 대기업 집단에 소속한 회사가 같은 대기업 집단에 소속을 두는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형태로 출자할 경우 주식 매수액에 공정거래법상 한도를 둔다. 이 제도는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 되는 규모의 재벌 계열사에만 적용된다. 해당 기업들은 다른 계열사에 대한 출자액 합계가 자사 순자산 규모의 25%를 넘으면 안 된다. 여기서 순자산이란 기업의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 총액에서 부채 총액과 계열사로부터 출자받은 부분을 뺀 금액이다. 순자산 계산은 장부가액 곧 시가가 아닌 취득가로 한다. 예를 들어 순자산이 1천억 원인 어느 재벌 계열 기업이 계열사를 5개 거느리고 있다 하자. 이들 5개 계열사에 대한 이 회사의 출자액은 총계로 따져 회사 순자산의 25%인 250억 원을 넘을 수 없다. 이 규제를 어기면 공정거래법상 초과 주식 보유액의 10%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단, 계열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주식을 투자 목적으로 소유하는 경우는 예외다.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적용되는 대기업 집단은 매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해 발표한다. 올해 4월 1일 새로 지정된 곳은 삼성, 엘지, 현대자동차 등 18개. 소속 계열사 수는 모두 378개다. 재벌의 출자를 규제하는 이유는 재벌 기업의 그룹 내 출자를 규제하는 이유는 뭘까? 재벌 계열사간 출자가 너무 많아지면 국민경제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벌의 계열사간 출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가장 흔한 형태는 순환출자다. 기업 A의 대주주가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마련한 돈으로 B사를 세운다. B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마련해 C사를 세우고, C사도 같은 식으로 A사에 출자한다.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물고 출자를 되풀이하다 보면 A, B, C사 모두 자본금 규모가 부풀어 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불어나는 자본금은 실은 부채가 순환출자를 통해 자본금으로 둔갑한 것이다. 장부상 자본금이 불어나기는 하나 실은 가공으로 부풀어, 그룹 전체에 가공자본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은 모두 전보다 자본금이 불어나는 데다 그 덕으로 부채비율까지 낮아져 겉보기에 재무구조가 건전해지는 효과를 본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 금액에 비해 부채액이 얼마나 큰지 비교해 산출하는데 자기자본이 불어나면 부채비율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렇게 불어난 자본금 규모와 낮아진 부채비율로 건전성 외모가 개선된 장부를 내밀고 은행에서 융자를 더 받거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더욱 순환출자를 늘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가공자본은 한층 부풀어오른다. 그룹 총수는 이런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도 늘리고 여러 업종으로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많은 계열사를 하나로 결속시킬 수 있고, 순환출자망을 통해 주요 회사 지분만 갖고도 수십 개씩 되는 계열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문제는 순환출자가 출자 관계에 있는 회사들 전체를 부실하게 만들기 쉽다는 데 있다. 순환출자 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모두 가공으로 자기자본을 부풀리고 은행 차입을 늘린다. 때문에 실질 부채 규모가 외양보다 크고 그만큼 경영 환경의 부침에 따라 부실해지기 쉽다. 게다가 그룹 내 출자관계에 있는 회사 중 일부가 영업을 잘 못해 이익도 못 내고 빚도 제대로 갚지 못해 부실해지면 출자관계로 맞물려 있는 다른 계열사들까지 꼬리를 물고 부실해지기 십상이다. [PAGE BREAK]이런 취약점은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국내 재벌들은 순환출자로 그룹의 자본 규모를 부풀리고 그룹 내 일부 기업이 부실해지면 오히려 무리하게 빚을 져가면서 순환출자를 늘려 부실을 메우고 경쟁력 없는 계열사를 유지시켰다. 개별 회사의 부실을 전체의 부실로 확산시키는 잘못된 경영을 한 것이다. 그러다가 그룹 계열사 전체가 부실해져 결국은 여러 그룹이 일시에 꼬리를 물듯 무너졌고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끼쳤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이처럼 재벌의 문어발식 계열사 출자가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지나친 그룹 내 출자를 규제하려는 뜻에서 도입됐다. 재벌들이 계열사 출자를 많이 할수록 출자 총액이 자꾸 늘어날 테니 출자총액을 제한해 과도한 그룹 내 출자를 억제하자는 취지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7년 출자총액 한도는 순자산의 40%였다. 그러다가 95년 순자산의 25%로 규제가 강화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초에는 적대적 M&A(인수합병)가 제도적으로 허용되면서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대응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단으로 그룹 내 출자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제도를 잠시 중단했다. 그러나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은 한 건도 일어나지 않고 대기업의 계열사 출자만 늘어났다. 그래서 99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제도를 부활, 2002년 4월부터 다시 시행하고 있다. 규제 강화냐 완화냐 계속 논란중 출자총액 규제는 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 등 재계와 시민단체, 정부 사이에 제도의 존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에 예외를 두는 폭도 갈수록 넓어지는 추세다. 이 제도의 존폐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계가 제도 폐지를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출자총액 규제가 폐지하거나 완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출자총액 규제는 기업의 운신 폭을 좁히고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며 신규 사업 진출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출자총액 규제는 요즘 같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 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국내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성이 강하고, 투자에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배치되는 제도라고 본다. 국내 기업들만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바람에 우리 기업들이 외국의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경향도 강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펴면서 경제 5단체는 지난 4월 1일 정부에 출자총액 규제 조기 폐지를 골자로 하는 43건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는 특히 올해 작심하기라도 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출자총액 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데다 청년 실업 문제가 악화일로여서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니 이 참에 출자총액 규제를 폐지하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반면 시민단체와 공정거래위 등 정부 일각에서는 출자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반대한다. 국내 재벌 그룹에는 그룹 총수가 그룹 전체를 선단처럼 이끌며 경영을 전횡하는 낙후한 기업지배구조가 온존되어 있는데, 이런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재벌의 그룹 내 출자가 지난 외환위기 때처럼 부실 경영과 국민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는커녕 그나마 존재하는 규제도 예외를 폭 넓게 인정하는 추세라서 오히려 제한을 강화해야 할 지경이라는 주장이다. 출자총액 규제가 국내기업만 대상으로 제재한다는 재계의 역차별 주장도 반박한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지난 4월 8일 연세대 법무대학원 특강에서 외국기업이라도 국내에서 대기업 집단을 형성하고 자산 규모가 관련법에서 정한 규모에 해당되면 출자총액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외국계자본인 GM대우 그룹도 올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어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규제를 받고 있으니, 역차별이 아니라는 증거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출자총액 규제가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재계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는 게 공정거래위의 주장이다. 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신설회사 출자는 대부분 출자총액 규제 제도에서 적용 제외나 예외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PAGE BREAK]재계와 공정위간 입장이 다르지만, 학계의 평가로는 출자총액 규제가 기업 투자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쪽이 우세하다. 그러나 여하튼 출자총액 규제를 둘러싼 찬반론이 가열되면서 정부 입장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로서는 투자 촉진과 기업개혁의 동시 추진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 부처간 시각차가 드러나기도 한다. 대체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기업의 투자를 조장해야 하는 부처인 만큼 출자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제약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의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에 비해 공정거래위는 출자와 투자는 다르며 출자총액 규제가 투자에 걸림돌이 될 것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성주 | 서울 잠원초 교사 기운이는 학습활동의 참여도가 유난히 낮고 친구들에게 시끄러운 소리로 자주 피해를 주는 우리 교실의 말썽꾸러기 제1호이다. 준비물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얻어쓰거나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는 말도 않고 놀아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아이들과 전쟁(?)을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기운이는 힘들게 하는 훼방꾼으로 결석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날도 있을 정도이다. 언젠가 기운이가 독감에 걸려 3일 정도 결석한 일이 있었다. 첫째 날은 교실이 조용하고 교사의 말소리가 잘 투입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 다음날도 기운이는 열이 내리지 않아 학교에 오지 못했다. 3일째 되는 날, 질서있는 교실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실이 썰렁한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기운이 또 학교 안 왔어요?” 아이들도 물었다. ‘또’라는 말 속에 기운이가 학교에 오지 않아서 좋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왠지 교실이 텅 빈 것 같고 활기가 없어 본래의 우리 교실 분위기가 아니었다. 기운이가 돌아다니며 들쑤시지 않아 좋다고는 하는데 아이들은 풀죽은 듯 조용했고 나는 편안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학습활동이 맥이 빠졌다.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느껴졌다. 교실에 활기찬 목소리가 있으면 아이들은 덩달아 생기가 넘치고 뜀박질하는 아이가 있으면 덩달아 뛰어다니기 마련이다. 자극제가 없어서인지 아이들의 발표활동도 줄어들었다. 조용하긴 하지만 활기찬 목소리가 잠재워진 교실 분위기는 나와 아이들 생리에 잘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음날 아침,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선생님, 기운이 오늘 학교 왔어요.” 아이들을 꼬집기도 하고, 발로 걷어차기도 하는 기운이가 우리 교실에서 어떤 존재인가? 평소에, 아이들이 있는 교실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질서하게 뛰어다니고 머리 뒤흔들며 싸우는 것이 좋아 방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받아들여지고 준비물이 소홀한 아이는 서로 도와서 해결할 수 있는 교실 분위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운이가 학습활동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기운이가 결석했던 날 아이들은 모두 말은 안 했지만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교과서대로 잘 되어가면 공부가 재미가 없어진다. 교사가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교사의 발문에 맞지 않는 답, 어긋난 답이 있어야 재미가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습을 강화할 수 있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교사가 원하는 활동에서 벗어난 경우를 보고 아이들 수준에 맞는 조언도 줄 수 있다. 운동장에서 원을 그려 공 피하기 활동을 할 경우 공을 손으로 던져 원안의 친구를 맞춰야 하는데, 기운이는 공을 잡으면 화단 쪽으로 발로 냅다 차버려서 아이들에게 애를 먹이곤 하지만 그 공을 잡으러 가며 아이들은 웃고 즐기기도 한다. 그렇게 공을 차면 안 된다고 소리치면서도 서로 먼저 잡으려고 뜀박질을 하며 체육다운 체육을 하기도 한다. 어떤 훈화집에서 읽었던 ‘청어와 숭어 이야기’가 떠오른다. 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았던 어느 시대에 멀리 떨어진 도시로 청어를 옮겨다 파는 어부가 있었다고 한다. 어부는 청어를 아주 싱싱하게 살아있는 채로 옮겨 와 다른 어부들보다 값을 휠씬 많이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어부가 청어를 실어 온 커다란 독 속에 바닷물과 함께 청어를 잡아먹는 숭어가 들어 있는 것을 본 한 상인은 혀를 끌끌 찼다. “아니, 이런 미련한 사람이 있나? 여기에 숭어를 넣다니. 아마 오면서 많은 청어가 잡아 먹혔을 걸.” [PAGE BREAK]그러나 그 어부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 물고기가 저를 살려주고 있습니다. 그 놈을 한 두 마리 넣으니까 저 청어놈들이 살려고 긴장해서 발버둥을 치며 도망다니느라 자신이 잡혀 있다는 생각도 못하고 싱싱하게 살아있는 것입니다. 몇 마리 정도는 잡아 먹혔겠지만 그 숭어가 없었다면 청어들은 옮겨오는 동안 잡혔다는 사실에 절망해서 모두 다 죽어 늘어져 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기운이가 교실에서 청어 아이들에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구실을 주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니 기운이도 우리 교실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아이들에게 준비물을 빌려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들기를 게을리 할 때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쨍쨍거리는 목소리로 교실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이들은 기운이의 모남을 보고 자기의 모남을 발견하기도 하고, 기운이가 야단맞는 상황을 보고 자신의 여건에 감사를 느끼는 동시에 반성하며 자세를 가다듬기도 한다. 숭어가 다른 물고기에게는 먹이가 되듯 기운이도 때로는 우리 학급에서 좋은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 생활에 적응이 안 되고 준비물을 잘 챙기지 못해 학교 생활의 훼방꾼이 되곤 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하여 때로는 학급문고에 있는 책을 꾸준히 읽어 내는 경우도 있다. 어떤 날 조용하여 ‘기운이가 어디 갔나’하고 찾아보면 교실 뒷편의 틈새공부방에서 학급문고를 보는 일에 몰입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업중에 가끔 다른 아이들이 모르는 질문에 대해 반짝이는 대답을 해서 칭찬을 듣기도 한다. 다쳐서 우는 아이가 있으면 제일 먼저 보건실로 그 친구를 데리고 가겠다고 나서는 아이이다. 짝꿍인 진주를 짓궂은 남자 아이들이 놀리면 덩치도 작으면서 자기 짝이라고 말려주는 인정도 있다. 기운이가 결석 3일만에 등교하자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부지불식간에 학급에서의 기운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 다가오는 적절한 도전과 긴장은 오히려 힘이 나게 한다. 힘에 버거운 도전과 스트레스는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같은 정도의 도전이라도 도전을 받는 사람의 상황이 정도를 강하게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청어의 천적과 같은 기운이, 또 다른 물고기의 먹이로서의 기운이의 존재를 알지만 계속되는 교육활동 상황에서 내가 지치고 힘든 날은 기운이의 작은 도전이 힘에 버겁게 느껴진다. 43명 어린이들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소리가 시끄러워지고, 자기 할 일도 잘 하지 않고 준비물도 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을 때는 감정이 앞서고 피곤하게 느껴져서 좋은 면보다는 나쁜 면이 더 많이 보여 판단이 흐려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청어와 숭어를 생각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하고 필요한 사람으로서, 우리 아이들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보리라는 다짐을 해 본다.
김영춘 | 한국교총 교권옹호국 Q1. 학급의 학생이 종교행사 참여를 위해 체험학습을 신청했을 경우 허가할 수 있는지와 허가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1. 체험학습의 수업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8조5항 및 교육부훈령 제616호에 의거, 인정 범위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의 계획에 따라 학교별로 정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구체적 인정 범위에 대해 교육부에서 별도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으나 학교교육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시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학칙을 먼저 확인하시고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관할 교육청에 본 사안과 관련하여 지침이 있는지를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학교나 교육청에 이와 관련한 세부지침이 없다면 관련법에 의거하여 소속 기관장이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참고로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에는 학생·학부모가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학교장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학교장이 체험학습을 허가하면 해당 학생은 체험학습 기간을 출석으로 인정받고 학교생활기록부 등에 반영받게 됩니다. Q2. 학생의 봉사활동을 기록하려는데 활동 날짜가 연속적이지 않아서 각각의 날짜를 다 기록하다보면 생활기록부 1쪽을 넘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총 기간과 총 시간수만 입력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학교생활기록부에 봉사활동 실적은 훈령 제616호에 따라 봉사활동 일자별 또는 기간 등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속된 경우에만 기간을 기록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유순자 | 경기 분당 돌마고 교사 항상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나의 이쁜 친구들아. 오늘 덕수와 성일이의 전화를 받고 7년 전을 돌아보았다. 교사 휴게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서툴지만 열정으로 시의 언어를 조탁하던 어린 새들, 라는 이름으로 인창고의 자랑스런 동아리를 꾸려온 너희들 모두가 다 자랑스럽다. 특히 1기생들의 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는 걸 안다. 그 애착이 맑고 깊은 마음인 걸 문학을 사랑해 본 자들은 다 알 것이다. 여러 친구들의 좋은 소식도 덕수의 목소리를 통해 들었다. 우선 이 카페의 주인장 덕수와 축구왕자 성일이의 제대를 축하한다. 대한민국 남자의 통과의례를 무사히 마쳤으니 이젠 코리아의 당당한 시민이 되어 활보해도 되겠구나. 군에 있는 동안에도 이 카페에 너희들 얘기 끊이지 않았음은 둘의 인기가 바람이 아님을 보여준 게다. 혜은아! 너의 소식-기쁘다. 늦은 나이에 세칭 일류대생이 되었다며? 그 크고 맑은 눈 세사에 물들이지 말고 문학소녀의 마음 잊지 않기를 바란다. 동그란 얼굴의 연옥이 얘기도 들었다. 큰 키에 고운 얼굴, 식물같던 혜림이는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못 물어보았구나. 수경이는 국어선생님이 되었는지, 은경이는 어떤 모습의 숙녀가 되었는지, 날개 한 명, 한 명, 모두 보고 싶은 얼굴인데 ……카페에 얼굴이라도 띄워라. 너희들이 생각나면 이 곳에 들려 살피곤 하는데, 얼굴 한 번 안 비치는 친구가 여럿 되더라. 동아리의 신입생 모집이 어렵다는 전화를 받고 나도 무언가 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루나무(내 이메일) 편지함을 열어보니 첫 창작집을 내면서 썼던 내 글이 큼지막하게 뜨는구나. ‘……/ 날기를 꿈꾸는 어린 새들 / 너희들의 작은 광장에 / 부끄럽고도 그리운 어린 날의 꿈을 한 줌 뿌려 놓는다. / 사랑이며 부끄럼이며 아픔이었던 문학 / 아! 그 고적한 숲속에 다시 서고 싶다.’고 끝맺음했던 옛 글을 만나니 새삼스레 반갑고, 이런 마음이었던 그 때가 아련히 그리워진다. 케케묵은 옛글을 다시 띄워 준 의 왕회장 덕수야, 너 고교 때의 네 모습 생각나니? 너희 반은 수업태도가 진지하고 성실한 문과 우수반이었는데, 너는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곤 해서 선생님들 사이에 악명이 높았었지. 작문을 맡으면서 너와 만났어. 첫 실기 시간에 쓴 글을 읽는데 유난히 이상한 글씨가 내 눈을 끌었단다. 읽기 어려울 정도의 난필이었는데 내용은 참신하여 네 이름을 기억했지. 그러던 어느 날, 아마 4월쯤으로 기억된다. 네가 교무실로 찾아와 습작 공책을 한 권 내밀고 갔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시가 여러 편 적혀있었는데, 첫 페이지에는 중세시대의 우울한 정원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었어. 너도 기억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평가에 반영되는 것 외에는 눈짓 한 번 안 주던 때에 시인 지망생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발견이었지. 축구왕자라는 아이디로 종종 따뜻한 글 올리는 성일아, 덕수가 도화선이 되어, 글에 재능이 있는 애들을 눈여겨 찾기 시작할 즈음, 네가 나타났어. 모두가 좋아하는 모범생 반장이자 매력적인 미소의 미소년이었던 너, 그런 네가 글 몇 편 적힌 공책을 가지고 와서 수줍게 내밀더라. 그 때 네가 내민 글은 ‘사랑에 관한 글’이었는데, 내가 그 글을 읽고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그리고 네가 더욱 귀여워 보여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이제야 고백하는구나. [PAGE BREAK]곧, 덕수와 성일이를 주축으로 문예반이 만들어졌지. 작문 실력이 뛰어난 수경이가 들어오고, 혜림이, 은경이, 그리고 혜은이와 연옥이가 나타나면서 1기 모임이 만들어졌어. 라는 동아리명을 만들고, 매주 화요일 방과후에 여교사 휴게실에서 자작시를 낭송하면서 토론회를 했었지. 동아리실 하나 확보하지 못해서 여기저기를 옮겨 다녔고, 당시 컴퓨터 없는 애들도 많아서 각자 공책에 써 온 글들을 옮겨 적고, 찢어 붙여서 돌려 읽었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모였던 화요일의 저물녘, 어두워가는 교문 길을 나설 때면 나는 선생님이란 내 직업이 참 행복했었다. 2기가 졸업하던 해 그 곳을 떠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도 와의 헤어짐이었는데 올해는 지망생이 세 명밖에 없다니 어린 자식 버리고 재가한 어미 맘처럼 저려오는구나. 모두 힘내거라. 글쓰기를 통한 행복한 이탈의 세계를 우리만이라도 지켜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