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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1. 기사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장면이 익숙하게 여겨지는가, 아니면 낯설게 여겨지는가. 기사의 내용은 이러하다. 군대에 갔던 어느 사병이 휴가를 나와서 보니 공사판에 다니던 아버지는 다쳐서 쓰러져 있고, 여덟이나 되는 식구들은 굶고 있다. 휴가병 아들은 식구를 돌본다고 정신없이 막벌이를 하였다. 휴가가 끝나도 차마 군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탈영병이 되었다. 군인이 탈영하는 죄는 크다. 탈영은 군대의 존재를 위협하는 것이므로 엄한 군율로 다스리게 되어 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자수시키고 당국에 눈물로 잘못을 빌었다. 1971년 4월 3일 자 경향신문에 난 기사이다. 신문은 기사의 제목을 ‘모정(母情) 앞에서 군율(軍律)도 주춤’으로 붙였다. 어머니의 딜레마가 참으로 소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받들면서도, 아들의 장래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아픈 모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요즘 어머니들은 어떠할까. 탈영이란 죄가 워낙 엄중하고, 자식의 과중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니, 자수를 권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엄마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국에 눈물로 잘못을 비는 엄마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그만큼 세태가 달라졌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자기중심으로 깨어 있다고나 할까. 아마도 아들의 탈영을 과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저항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라가 이런 곤경의 아들을 군대로 불러들이는 것이 잘못이라고 항변할 엄마들도 있을 것이다.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탈영’이라고 중형을 매기는 것은 군율 자체의 문제이다. 내 자식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가나 사회의 책임이 크지 내 아들은 잘못이 없다. 이런 생각들이 돌출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시대에 따라 인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그러나 다음의 경우들은 좀 문제가 있다. 요즘에는 대학의 교무처로도 엄마들의 전화가 온다. 이번 학기말 시험에 우리 아들이 시험을 잘 보았다는데, 왜 A학점을 주지 않았느냐.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진다. 자식의 수강신청을 엄마가 직접 챙겨서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강의실에 들어와 있는 엄마도 있다. 아이가 아파서 학교에 올 수 없어서 대리로 출석하러 왔다는 것이다. 각종 시험을 보고 나면 과목별로 몇 개를 맞고 틀렸는지를 일일이 챙겨가며 아이를 닦달하는 엄마들은 보기보다 많다. 엄마들 모임에는 학교 내외의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대해서 교사보다 더 정통한 엄마들의 이른바 자녀교육 성공담이 좌중을 압도한다. 그뿐이 아니다. 아들이 훈련소에 입대하면 훈련소 인근에 방을 잡아 놓고 아들이 훈련이 끝날 때까지 사는 엄마도 있다고 한다. 육군 훈련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대장들이 개설해 놓은 카카오톡 방에서는 훈련병 아들이 쓰던 화장품 종류를 알려주며 돈을 보낼 테니 사서 전해 줄 수 없겠느냐는 엄마들의 민원이 등장한다고 한다(조선일보 2014-12-4). 참으로 독한 부모들이다. [PART VIEW] 자녀의 정신적인 자립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런 고민이 없는 것일까. 집착과 관심이 집요해서 독한 부모로 끝난다면 얼마나 좋으랴. 문제는 이런 행태가 자녀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독(毒)이 된다는 데에 있다. 2. 부모의 과보호는 부모의 무관심보다 더 폐해가 크다. 무관심도 상처를 주기는 하지만 무관심을 이겨내는 동안 일종의 오기도 생기는 법이다. 내가 언제 부모 도움받은 적이 있느냐. 내 인생 내가 안 챙기면 아무도 돌보아 주지 않는다, 이런 오기가 생기는 것이다. 일찍부터 부모의 관심을 포기하는 자리에 ‘나에 대한 나 자신의 관심’을 일구어낸다. 1970년대 절대 가난의 환경에서 부모의 관심 자체를 기대할 수 없었던 이 땅의 자녀들은 스스로 가냘프지만 당당한 자기 결정으로 세상에 도전했다. 열악한 근로 조건의 공단으로, 독일 파견 광부나 간호사로, 월남전 참전 지원 등으로 거칠게 자기 생을 개척했다(물론 부모의 무관심이 모두 이런 결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노력의 총합이 우리의 근대화를 일구어낸 민초의 힘이라 생각된다. 부모의 무관심 때문에 망가지는 자식들도 있지만, 무관심 때문에 자아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던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자식에 대한 집착성 과보호는 부모의 무관심보다 폐해가 크다. 자식 과보호는 자식으로 하여금 성장 과정에서 받는 작은 어려움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게 한다. ‘나 같은 놈은 죽어야 돼.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어.’ 이런 부정의 자의식으로 자신을 비관한다. 자기 인생에서 꼭 필요한 도전 과제를 자신의 힘으로 찾아내지 못한다. 설사 어떤 도전 과업이 주어진다 해도 의지가 약해서 (엄마가 도와주지 못하면) 도저히 이루어내지 못한다. 직장을 구해도 한 직장에 오래 있지 못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사표를 내고 여기저기 옮겨 다녀보지만 어디 한 군데도 지긋이 배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정신 건강의 위기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불행한 것은 이런 상태가 우울과 자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프란체스카 콜롬보 OECD 보건국장은 “한국에서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자살은 그 숨은 근원이 부모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식에 대한 집착적 과보호는 자녀를 부정적 인간형으로 몰고 간다. 이런 부모일수록 안 되는 일마다 남 탓으로 돌리고, 원망을 퍼붓는 스타일이다. 집착형 과보호에 빠진 부모는 내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데, 그것을 대개는 분노의 감정으로 누군가를 비난하여 표현한다. 내 아이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은 무조건 나쁘다. 아니 내 아이의 적이고 동시에 나의 적이다. ‘너는 잘못이 없다. 네 학교가 잘못이다.’, ‘너는 잘못한 것 없다. 네 선생이 잘못이다.’, ‘너는 착한데 네 친구들이 나쁜 놈들이다. 엄마가 학교에 가서 야단을 쳐 주겠다.’ ‘내 아들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먹어야지. 망할 놈들 같으니라고.’, ‘우리 아이는 잘못 없다. 이건 나라가 잘못하는 거다.’ 매사 이런 식이다. 이들에게는 선생님도 예외는 아니다. 이 대목에서 선생님들이 겪는 상처는 크다. 그런데 이렇게 키워 놓으면 그의 자식은 늘 기가 펄펄 살아 있으며 동시에 그 내면도 행복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 자녀도 늘 남 탓만 하며, 남들 때문에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부모에게서 그런 것만 배워 왔기 때문이다. 자립감이나 독립심이 길러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야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주는 나쁜 인성의 소유자가 된다. 이런 사람은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따돌림과 외로움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부모의 집착 과보호는 부모 자식 사이의 관계를 훨씬 더 고약하게 망가뜨린다. 이 과보호 집착성을 지닌 부모는 자녀가 결혼을 해도 자녀를 온전하게 해방해 주지 못한다. 그냥 두면 잘 살 수 있는데도 자식을 과보호로 집착하면서 자식을 강제로 이혼을 시켜서 종국에는 자식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부모들이 드물지 않게 있다. 3. 요즘 독친(毒親)이라는 말이 널리 떠돈다. ‘독한 부모’라는 뜻이란다. 이전에는 없던 말이다. 자식에게 독한 관심과 보호를 취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라 한다. 요즘 부모들에게서 그런 면모가 뚜렷이 있다 보니 독친이란 말도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독친은 누구인가. 앞에서 열거한 많은 사례들이 알고 보면 독친의 행태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그런데 독친은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른 이해가 될 수 있겠다. 독친(毒親)이 해를 끼치는 것은 크게 세 방향이다. 말한 대로 독친은 자식에게 독을 끼친다. 그리고 독친은 선한 교사들에게 아픈 상처를 준다. 끝으로 독친의 어리석음은 자기 자신조차도 불행하게 만드는 데에 가서야 확인된다. 그렇게 챙기던 자식이 불행해졌다. 자식의 불행이 곧 자신의 불행이다. 늦게야 자식 불행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차릴지도 모르겠다. 알면 무엇하랴. 삶의 적막 속에 불행감은 골수에 파고드는 회한을 더할 뿐이다. 독친(毒親)이라는 말은 물론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요즘 생겨난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잠시의 신조어로 머물다가 곧 사라지기를 바란다. 독친과 졸부는 그 정신 행태 면에서 유사하다. 독친은 욕망의 저급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독친은 오로지 이기적이다. 깊숙한 나락으로 정신이 타락하면서도 그것이 타락인지 모른다. 독한 부모, 독친은 무능한 부모 이상으로 해악이 심하다.
“교육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열정과 사랑이 없으면 안 됩니다. 제자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 때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앞서가는 대학, 건양대학교 김희수(86) 총장의 말이다. 쌀 한 가마니쯤은 번쩍 들어 올릴 것 같은 다부진 체구에 연한 감색 나비넥타이를 맨 그에게서 미수(米壽)를 바라본 세월이 무색했다. 그는 남다른 열정의 소유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 4시면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건양대 병원을 비롯하여 대전 메디컬 캠퍼스와 논산 캠퍼스를 오가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하루 2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바꿔라. 변화해야 산다.” 김 총장의 지론이다. 끊임없이 개혁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치열한 도전정신이 오늘날 건양대를 취업률 전국 1위의 명문 대학으로 키워냈다. 중간제목 김 총장은 소문난 짠돌이다. 그의 공식 판공비는 세금 떼고 월 95만 원. 그나마 90만 원은 비서실에 반납, 실제 수령액은 월 5만 원에 불과하다. 대전 충남 지역에서 그에게 공짜 밥 얻어먹은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김안과’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 밤마다 포대 자루로 돈을 실어 날랐던 그였지만 지금은 수행원도 없이 지하철로 서울 출장을 다니는 자린고비가 됐다. “대학이요? 돈 먹는 하마예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죠. 학생들 등록금 받아 대학 운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 허튼 돈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 돈 있으면 학생들 공부하는데 보태야지.” 대학 운영에 너무 돈이 많이 들고 정부 규제는 심해지는 바람에 총장하는 것을 후회 한 적도 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변변한 수첩 하나 없이 이면지를 접어 일정과 주요 업무 내용을 메모해 다니는 김 총장이지만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넉넉한 할아버지다. 건양대는 학생들 50%가 장학금을 받는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다양한 문화 예술 체험교육도 실시한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배고플까 봐 수시로 빵과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나눠둔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빵 총장님’이다.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총장 오빠’로 통한다. 그는 ‘학생들이 오빠라고 부를 때 제일 기분이 좋았다’며 인터뷰하는 동안 제일 크게 웃었다. 건양대는 또 엄격한 학교다. 졸업인증제라는 것을 두고 교양도서를 50권 이상 읽지 않았거나 토익 성적과 컴퓨터 능력, 자격증 취득이 기준에 미달하면 졸업장을 주지 않는다. 대학의 역할은 학생을 단순히 졸업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취업, 즉 미래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김 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시스템이다. “대충 놀면서 대학 다닐 생각이라면 다른 대학으로 가라고 했어요. 우리는 그런 학생 안 받습니다. 레지던셀 칼리지(Residential College)라는 게 있어요. 논산에 있는 창의융합대학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1년을 10학기로 하고 토의 수업 등을 운영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이해하고 발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김 총장은 상위 10% 학생만을 위한 교육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위 90%가 이해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강의실 문밖에만 나서면 잊어버리는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고등학교 성적은 낮았지만 일단 우리 학교에 들어오면 놀라울 만큼 성적이 향상됩니다. 지방대학이 살 길은 학생들 열심히 공부시켜서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원하는 길을 갈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PART VIEW] 그는 지방대학의 위기론에 대해서도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 힉부모가 신뢰하는 교육을 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런 준비된 대학, 앞서가는 대학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고 강조했다. ‘건양’이란 이름에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을 세우려고 마음먹었는데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은사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답을 주신 게 바로 ‘건양’이었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의 건양이기도 하고 고종 때인 1896년 제정된 조선의 연호이기도 합니다. 참된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건학 이념과 맞아떨어져 좋다고 했죠.” 교문을 들어서다 보니 정직이란 커다란 글자를 봤습니다. “우리 학교 교시(校是)가 정직입니다. 요즘같이 다변화되고 복잡한 시대에는 정직한 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천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가 정직 아닙니까.” 올해로 총장만 13년째입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십니까. “제가 돈이나 명예가 모자라서 총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 선택한 길입니다. 지난 2001년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학은 ‘가르쳤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단순한 졸업장만 줄 게 아니라 취업, 즉 미래까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사회 어느 곳에서든 매사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게 제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대학 간 생존경쟁이 치열합니다. 건양대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우리 학교가 재학생 8천 명에 교직원만 1천여 명에 달합니다. 한두 사람의 역량으로 좌우되는 조직이 아니에요. 교직원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건양대는 기대하기 힘들었겠죠. 내부의 강한 원동력을 바탕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게 대학 구조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죠.” 지방대학으로 어려움도 많으시죠? “지방대만 문제가 아니라 모든 대학들이 어려워요. 앞으로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10년을 미리 내다보고 변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10년 전부터 취업부문에 집중해 학과를 개편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명성을 얻었습니다. 창의융합대학, 의과대학, 군사경찰대학 등 사회가 바라고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를 주도적으로 신설하는 등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학령인구감소로 대학들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 정원 규모를 줄이는 게 위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교육으로 학생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학생 수가 줄어들더라도 좋은 대학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 것이기에 우리는 정원 감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건양대만의 생존전략이 궁금합니다. “우선 논산 창의융합캠퍼스와 대전 메디컬 캠퍼스의 이원화를 통해 캠퍼스별 특성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논산에는 산학협력 모델을 제시하는 특색 있는 학과를 집중 육성하고 대전에는 건양대학교 병원과 연계한 생명공학 중심의 보건의료계열 학과들로 특성화와 전문성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의대보다는 창의융합대학을 더 자랑하시네요. “그렇습니다. 창의융합대학은 우리 대학이 나갈 방향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1년 2학기로 운영되는 기존의 학사 제도에서 탈피해 4주를 1학기(연 10학기)로 하는 집중교육시스템입니다. 일방통행식 강의가 아닌 학생들 자체적으로 팀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실무중심 교육이 특징이죠. 실제로 창의융합대학 교수들의 절반은 삼성SDS, 현대카드 디자인 팀장, LG 중국 법인장 등 주요 기업과 교육부, 코트라 등지에서 활동하던 핵심인재들로 구성돼 있어요. 또 국내외 50개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재학생 전원에게 등록금의 50%를 장학금으로 줍니다. 또 모든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는 파격적 혜택을 부여하고 있고요.” 자유학기제와 유사한 동기유발학기제를 시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신입생 때부터 뚜렷한 진로목표를 설정하고, 향후 4년간의 강력한 학습동기를 유도해내기 위해 4주간의 독립된 학기로 동기유발학기를 지난 2011년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신입생들은 진로분야와 연계된 전공 학문분야를 이해하기 위한 전공 소개 교과목과 수행 동기 유발을 위한 동기유발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되죠. 학생들은 심리성격 및 진로적성검사, 외국어 능력 평가를 통해 자신을 더욱 잘 파악하게 되며 자신의 학과와 관련된 직업현장을 방문해 미리 체험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건양대의 동기유발학기는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70여 개 대학이 방문해 벤치마킹해갔으며 6개 대학에서 유사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전 항상 우리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살아가기를 주문합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 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특히 대학 입학을 앞둔 젊은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즐겨 쓰는 영어 표현이 “You can do, He can do, Why not me?”입니다. 저처럼 나이 많은 사람도 지금도 현장에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젊은 세대가 희망을 갖고 열정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충남 논산 출신인 김 총장은 1962년 김안과 병원을 개원해 현재 동양 최대의 안과전문병원으로 성장시켰으며 1991년 건양대학교를 설립해 교육자로 변신했다. 건양대는 1994년 의과대학을 개설한 뒤 2000년에는 건양대학교병원까지 개원하며 충청지방의 의료 명문 대학으로 자리를 잡았고, 2001년 총장에 취임한 김 총장은 6년 연속 보건의료 국가시험 전국 수석 배출, 교육부 4대 국책사업 선정 등 대학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 오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서울시교육연수원 테니스장에 가면 서울시내 초등학교 전 현직 교장, 교감을 비롯하여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평교사 등으로 이뤄진 테니스 모임 ‘성림회’을 만나 볼 수 있다. ‘성림회’는 현재 25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30년 전 모임을 처음 만들고 초대회장을 지냈던 언북초등학교 서상현 교장의 호를 딴 이름으로 그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980년대 만해도 서울시내 순수 초등학교 교원으로 구성된 모임은 없었다. 당시 사회적으로 신산하던 시절 교원들은 교사로서의 고민과 정보를 나눌만한 친목모임을 쉽게 만들지 못했다. 특히 순수 초등교원으로 구성된 모임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의 ‘성림회’를 만든 서상현 교장은 테니스로 초등 교사들이 스트레스도 풀고, 건전한 취미 활동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서울시 최초로 테니스 모임을 만들었다. 현재 서울시내에 순수 초등교원으로 이뤄진 모임은 강서지역을 비롯하여 3~4여 곳이 스포츠 친목모임을 하고 있다. 바로 ‘성림회’가 창립이 되고 난 이후에 하나 둘씩 모임이 만들어 진 것이다. 건전한 취미와 교육 정보 ‘교류의 場’ ‘성림회’ 회원들은 매주 테니스 기술을 배울 뿐만 아니라 시합도 열 정도로 그 실력이 출중하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송봉종(압구정초) 교장은 테니스를 통해 선후배간의 관계도 돈독해지고 매주 각 학교 소식도 전해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인들로 구성된 테니스 모임은 많지만 순수 초등교원으로 이뤄진 모임은 저희가 최초입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성림회’는 초등 교사들의 건전한 취미와 정보 교류의 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전 ‘성림회’에 들어온 새내기 심명희(매봉초) 교사는 모임을 통해서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해준다. “제가 학교에서 영어를 맡고 있습니다. 각 청별로 영어 교육을 어떻게 실시하는지 다양한 의견들도 많이 듣고, 모임에서 좋은 아이디어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근무하는 학교를 이미 거쳐 가신 선생님들도 계셔서 조언도 들을 수 있습니다.” 교육자로서 최상의 컨디션 유지해야 이관오(대명초) 교감은 ‘성림회’는 단순히 주말마다 테니스 치면서 체력을 보강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실제로 학교에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해결책도 제시하는 등 유익한 모임이라며 각 지역별로 이러한 소모임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때문에 교사들이 스스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서 좋은 컨디션도 유지하고 스트레스도 그때그때 풀어 최상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합니다.” 이관오 교감은 교사들의 스포츠 모임을 통해 매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교육자로서의 중요한 자질 중에 한가지라고 강조한다. 점점 각박해지고 살벌해져가는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취미 활동으로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잘 풀어야 한다고. 스포츠 활동의 중요성 교육에도 반영돼 요즘 아이들은 체격은 좋지만 체력이 좋지 못하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송봉종 교장은 안타깝다고 말한다. 따라서 압구정초등학교는 ‘7560’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7560은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5번 이상, 60분 이상 운동할 것을 권장하는 캠페인입니다. 압구정초등학교 학생들은 유난히 자가용을 이용하여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등하교 때만이라도 걸으라고 권장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기초 체력을 길러놔야 나중에 공부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송봉종 교장은 체력점수가 4~5등급인 아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어려서부터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스포츠는 학습에 몰입할 수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아침운동은 수업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스포츠의 중요성과 효과를 알고 있는 교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피부로 그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학교로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스포츠 활동을 많이 시킵니다.” 송봉종 교장은 ‘성림회’ 회원 교사들은 스포츠의 중요성을 자신들의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단순히 침목을 도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사의 역량을 한 층 높여주는 데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없는 교육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대세는 점점 더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주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학생을 가르치지도 않고 그들의 인격을 길러주지도 않는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듯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 각자의 삶을 망쳐 놓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전반적으로 어둡게 만들 공산이 크다. 가르침이 빠진 교육은 교육이 아니며, 교육이 없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가르침을 중시하던 교육문화를 갖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건국 수십 년 만에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국가로 성장하게 된 힘의 원천도 다름 아닌 교육에 있었다. 교육이 나라를 세웠다는 의미에서 ‘교육입국’(敎育立國)의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특히 가르치는 일을 교육의 본령(本領)으로 삼았던 1950~70년대에 비교하면 요새는 실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가르치는 교육자도 별로 없고, 열심히 배우는 학생들 또한 별로 없는 안타까운 세태가 된 것이다. 아이는 상전(上典)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참으로 소중한 가치다. 모든 인간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청소년이나 학생들까지 일반 성인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은 동서고금에 없다. 무릇 인류의 문명이란 미래세대를 가르치는 일을 통해 진보를 거듭해 왔다. 유독 인간 세계에서만 힘들고 오랜 사회화 기간을 거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것은 미래세대를 억압하거나 통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이 세상에서 살아남아 하나의 인격체로서 스스로의 삶을 남과 더불어 꾸려 나갈 수 있는 실력을 배양시키려는 선의에서다. 원칙적으로 말해 교육은 서로 대등한 관계 속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란 인격이나 지식의 측면에서 우월적 위치에 속한 편이 앞에서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먼저 태어난 이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선생(先生)’이라는 말 자체가 바로 그런 뜻이다. 그런 만큼 교육에는 일정 부분 권력관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는 민주주의를 절대선(絶對善)인 양 신봉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민주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도 있지만, 학생은 기본적으로 피교육자일 뿐이다. 그들의 인권이나 인격은 사제지간이라는 틀 속에서만 성립될 뿐이다. 예컨대 학생의 두발이나 복장을 자유화하는 것이 교육의 효과를 더 높인다는 보장은 없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학생들의 용모나 행동을 규제한다. 학생들이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결코 아니며, 직접적인 체벌을 허용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선진국의 명문학교일수록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미세한 조정과 세세한 통제의 대상이 된다. 바로 그것이 미성년자 학생이 응당 받아야 할 당연한 사회적 대접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처럼 학생들을 방종한 상태로 내버려 두는 나라는 세상에 드물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선생님들은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고 열세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정신은 교육자로 하여금 본래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비단 학교 내 학생들뿐만 아니다. 집안에서나 바깥에서 아이들을 나무라고 야단치는 부모를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도처에 버릇없는 아이들이다. 한둘만 낳아 자식이 다들 귀한 데다가 그저 공부만 잘한다면 모든 것이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이 현재의 사회 분위기인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눈치만 이리저리 살피기 일쑤며, 남의 자식의 행동에 간섭하는 일은 일종의 사회적 금기처럼 되어 버렸다. 집안에는 부모가 없고 사회에는 어른이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스승의 날에 아이들이 어른에게 회초리를 드는 퍼포먼스는 천하의 난센스이지 싶다. 혹자는 아이들의 인권과 인격을 예우하는 것이 장차 민주시민을 배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면 그런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시민이란 애 어른 구분 없는 자연 상태에서의 방임이나 방종이 아니라, 교육과 학습을 통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그 무엇이다. 민주주의란 각 개인들의 원초적 본능에 의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꾸준히 노력하고 관리해온 결과다. 지금처럼 가정과 학교에 만연한 민주주의의 강박 관념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오히려 해로울지 모른다. 서구의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착한 시민이 능사(能事)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초ㆍ중ㆍ고교 학생들의 희망 직업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안정적인 직업군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지속되고 있다. 교사나 공무원, 의사 등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처럼 대통령이나 장군 혹은 부자가 되겠다는 꿈은 말할 것도 없고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희망도 크게 줄었다. 그저 편한 직업이나 안정된 직장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교사나 공무원이 중요한 직업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편하고 안정된 미래를 지향하는 것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이른바 ‘착한 아이(good boy)’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칭찬받고 싶고 아무에게도 미움받거나 비난받고 싶지 않은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 남보다 앞서지 않고, 앞서더라도 눈에 잘 띄지 않게 그저 평범한 소시민에 안주하려는 자세다. 자신의 성취를 과시하고 드러내는 대신 동료와의 평균적 삶에 자신을 감추거나 묻고자 하는 경향도 마찬가지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양 흔히 ‘범생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것의 대표적 방증이다. 이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는 말이 유행했던 지난 시절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요즘 우리나라 ‘소년들은 더 이상 야망을 가지지 않는다(Boys ‘no more’ be ambitious).’ 물론 사람이 착하게 사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의 결과로서 청소년 특유의 야망과 용기가 급속하게 조락(凋落)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진취적인 도전의식이 소멸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사회의 정신적 조로(早老) 내지는 노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모든 사회든 ‘착한 아이’를 너무 강조하게 되면 아이 자체도 망가지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가 활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른바 ‘착한 아이의 비극’이 바로 그것이다.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감당할 후속세대에게 교육자들은 야망과 책임감 그리고 도전의식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각자가 편하고 행복한 사회도 좋지만, 세상 전체를 걱정하고 준비하는 엘리트주의의 가치를 시급히 복원시켜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리더십(leadership)이 아닌 팔로우십(followship)을 먼저 가르치는 세간의 풍조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경쟁사회의 현실을 거부하고 외면하는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일이다. 경쟁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정당하게 승리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 그리고 승리의 결과를 독식하는 대신 남들과 공유하고 사회 전체를 위해 베풀어야 한다는 점을 교육자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오히려 상전(上典)으로 군림하는 시대에 교육이 설 땅은 없다. 미국 예일 대학 로스쿨 교수인 에이미 추아(Amy Chua)는 얼마 전 범세계적인 교육 논쟁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발단은 그녀가 출간한 『타이거 마더(Tiger Mother)』라는 책이다. 그녀는 재미와 창의성을 중시하고 개성과 자율을 강조하는 이른바 미국식 혹은 서양식 교육 대신, 통제와 엄격한 규칙을 강조하는 중국식 혹은 동양식 교육 나름의 장점을 설파했다. 추아 교수의 기본 전제는 애들이란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들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실력이나 올바른 습관, 자기 확신 같은 지고의 가치를 강압적으로라도 무장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추아 교수는 암기와 단순학습의 중요성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추아식 교육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그것이 사회적으로 논쟁을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민주주의 교육도 좋고 자율수업도 좋고 토론식 학습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주입식이나 암기식과 같은 ‘숟가락으로 떠먹이기(spoon feeding)’ 방식이 반(反) 시대적이거나 비효율적인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그나마 원칙과 기율(紀律)이 살아있는 미국에서 터져 나온 교육 논쟁인데, 만약 그녀가 현재 한국의 교육현장을 직접 보았다면 아마도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더욱더 확신했을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교육의 최종 마지노선은 ‘호랑이 엄마’이고 그것의 핵심은 자녀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교육이론이나 교육철학이 아무리 거창하고 심오하더라도 교육의 알파요 오메가는 권위와 책임감을 통해 이전 세대가 후속 세대를 가르치는 일이다. 교육에 가르침이 빠져있는 우리나라 교육은 현재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전반적으로 실패 중이다. 어른이 아이를 상전으로 받드는 나라, 대부분 착한 소시민으로 살겠다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가만히 방관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학입시는 언뜻 ‘개인’과 ‘대학’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초ㆍ중등교육의 문제이며, 국민 전체의 문제이다. 대학입시 방법과 절차, 전형자료 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초ㆍ중등교육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제 오류 논란을 빚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을 살펴보자. 출제진이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를 혼동한 영어 25번 문항은 물론 지난해 수능 출제 오류 파동을 몰고 온 세계지리 8번에 이르기까지 이들 문항은 모두 EBS 교재 내용을 근거로 했으며, 교재에도 비슷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제진이 부실한 EBS 교재 내용에서 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오류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수능 70%를 EBS 교재에 의존하는 정책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총에서도 ‘학교교육이 수능평가의 도구적 기능으로 전락되고, 수능으로 인해 사교육이 조장되는 문제를 국가가 방치한다면, 더 이상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며 이를 개혁하자고 나섰다.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해, 교육과정이 평가에 휘둘려 변질되는 학교교육으로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결코 이룰 수 없다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의 ‘행복교육’도, ‘비정상의 정상화’ 실현도 그 꼭짓점에 있는 ‘수능’을 혁신해야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수능, 자격시험이라는 본질이 훼손 돼 근본적으로 수능 성적 중심으로 학생을 뽑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을 위해 대학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수능 성적이 아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능력을 봐야 되는데 수능은 그걸 다루지 못하고 있다. 수능시험은 점수로 줄 세워 서열대로 대학입학을 허가하는 선발고사가 아니다. 일종의 자격시험이다. 하지만 지금의 수능은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초기 수능은 교과 내용의 시험이 아닌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능력, 논리적 사고력을 중심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처음에는 탈교과적ㆍ범교과적인 출제원칙을 가지고 있었으며, 내용상의 오류 같은 게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사교육 대책으로 쉬운 수능을 강조하면서 점차 수능의 성격이 많이 변했다. [PART VIEW]공교육 정상화에 수능 성격을 맞추게 되면서 ‘고교 교육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수능에서 안 다루면 고교 교육이 잘 안 된다’는 논리로 모든 교과목을 과목에 넣게 됐다. 그러면서도 그것과 상충될 수밖에 없는 선발고사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게 되니까 그때그때 수능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험 자체를 아예 문제은행식으로 바꿔야 한다. 문제은행이 만들어지게 되면 지금 같은 출제오류 등 문제는 훨씬 줄어들게 되고, 지금처럼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모의평가처럼 최소한 두세 번의 응시기회를 부여하면서 다양한 점수 활용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입시전형 방법, 사교육 시장 키워 수능 개편을 하려면 입학전형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는 수능을 통해 대학과 고등학교를 바꾸려고 하니까 수단이 목적을 대치하는 혼돈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의 대학입시는 미흡하나마 대학 특성이나 여건에 따라 나름대로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다양한 입시전형방법은 맞춤형 전략을 낳고 이는 다시 생산적이지 않은 사교육시장을 키운다. 엄마의 정보력이 당락을 좌우하는 모습은 진정한 대학입시전형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 소위 수능은 아직까지 대학입시결과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199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수능은 우리나라 초ㆍ중등교육의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가 아닌 초ㆍ중등교육의 획일화ㆍ표준화에 기여했다. 과학고와 외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 자립형 사학, 자율형 사학 등 다양한 설립 목적을 지닌 고등학교도 맥을 못 추게 만드는 것이 바로 수능의 영향력이다. 1년에 하루 실시라는 메커니즘으로 해서 벌어지는 문제도 적지 않다. 현재 수능은 전국적으로 일 년에 한번 시행되고 있고 거의 모든 교과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종합시험이며 대학에 가고자 하는 학생 모두가 선택의 여지없이 응시해야 하는 일종의 필수시험이다. 수능 당일 영어듣기 시험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 많은 국내공항들은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되는 대소동이 벌어진다. 출근시간도 한 시간 늦춰주지만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불이익을 보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수능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초ㆍ중ㆍ고교는 수능 준비에 큰 비중을 두게 된다.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의 경우도 물론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교육내용이나 교수ㆍ학습 평가방법이 획일화ㆍ대중화ㆍ표준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초ㆍ중등교육을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대입전형자료인 수능부터 바꿔야 한다. 대학입학전형 방법 간소화해야 1969년부터 중학교 무시험 추첨 배정이 시작되고, 1974년부터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고등학교 졸업자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학입시경쟁이 과열되고 입시준비를 위한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등 대학입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1981년부터 대학입학전형에서 소위 국ㆍ영ㆍ수 위주의 본고사를 폐지하고, 고등학교 내신 성적 반영에 있어서도 지역 간, 학교 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 차이를 무시하고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를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도록 했다. 그 후 아직까지 정부는 공식적으로 학교 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본고사 금지 및 기여 입학 금지와 함께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대입관련 ‘3불정책’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학교 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를 지향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성적 우수학생이 많은 외고나 과학고 등의 특목고에서는 내신 성적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한다. 내신 성적이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소위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교육부나 시ㆍ도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나 해당 교사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경위서를 쓰게 하고, 주의ㆍ경고의 징계조치를 취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2014 수능에 이어 2015 수능까지 다시 오류가 발생하자 대대적인 수능 개편 작업에 나섰다. 당연히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수능 체제 도입 이후 19번의 개편이 있었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는 당초 문과ㆍ이과 칸막이를 없애는 ‘융합형 수능’이 유력하게 논의됐지만,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 수 있고 입시가 너무 자주 바뀌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현 수능 체제의 골격을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었다. 시간을 가지고 개편에 임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대학입학전형 방법의 간소화도 수능 개편과 함께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교육부는 작년에 입시에서 대학별로 적용할 수 있는 전형 방법 수를 6개(수시 4개, 정시 2개)로 제한하는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별 전형 방법이 수시 4개, 정시 2개 이내로 제한되었다.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교과·비교과) 위주 △논술 위주 △실기 위주 전형으로 학생을 뽑고,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위주 △실기 위주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교육부는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우선 선발' 방식도 도입하지 못하게 했다. 2017학년도부터는 수능 성적을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후 대학에 전달해, 수능 성적을 아예 수시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도 고려되고 있다. 대학, 인재선발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 최근 비교적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서 물수능에 따른 변별력의 한계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실수로 한두 문제의 정답을 맞히지 못해서 가고 싶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재수를 해야 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근본적 대입 개편 방향은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을 위한 다양한 체제의 구축이다. 대학의 선발 자율성을 높이는 가치와 사교육비 증가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논술과 면접, 추천서,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등 대학별 전형자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바, 이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입학사정관제도 정착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교협 등을 통해 획일적으로 입시문제에 간여하기보다는 대학의 책무성이 강조돼야 한다. 대학이 우수학생 선발을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수능에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기보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스스로 인재 선발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다. 학생 선발 이후, 고등사고력을 갖춘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우수 교수진 확보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대학 본령의 책무와 함께 선발과정에서도 제 몫을 다해야 한다. 상대평가의 핵심은 변별력이다 수능 시스템은 수술이 불가피하다. 진영 논리에 따라 자격고사·절대평가 전환 같은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혁신TF’를 만들어 종합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단기적으로 서둘러 개편안을 마련하려 들면 고차방정식으로 얽혀 있는 대학입시에 또 하나의 혹을 만들 수 있다. 시스템은 당장 보완하되 종합개선은 3년 예고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수 교수·교사 인력풀을 만들고 교사도 출제에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 자격고사와 절대평가 전환은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폐지 논란과 맞물린다. 치열한 논의와 시간이 필요한 핵폭탄이다. 상대평가의 핵심은 변별력이다.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적정 난이도는 필수다. 미국 SAT는 2,400점 만점인데 대학들은 2,250점 이상은 능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한다. 공정성·객관성·독립성·수용성이 생명인 수능과 대입의 방향은 대학입시 자율화에 방점이 두어져야 한다. 공정한 게임과 잠재력 중심의 인재 선발을 위해서 향후 대학입시는 수능 비중을 차츰 줄여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내신도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완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 우선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한 평가기준,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학생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개발해야 한다. 학생선발기준을 다양화하고 대학들의 입시시스템 수준향상을 위한 전반적인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 대학과 학생의 선택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면서 우리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대입제도가 되어야 한다.
“대학의 건학 이념 및 인재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 기본적인 학업 수행 능력을 갖춘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의 교육 환경, 학습과정, 소질ㆍ적성ㆍ인성ㆍ창의성 및 성장잠재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를 말함.” 입학사정관제의 개념을 설명하는 대교협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제 입학사정관제의 이름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뀐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생활기록부’가 이 전형이 핵심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자기소개서도 개별 서류로 제출되지만 그 자체를 점수로 평가하는 대학은 없다. 결국 학생부의 교과와 비교과 9가지가 관건이 된다. 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알아본다. [PART VIEW] 입학사정관의 불안정 고용 우선 사정관의 문제다. 대학에서 입학처장은 3D업종이라고 한다. 교수와 교수 위촉 사정관도 입시 전문가는 아니다. 더구나 이분들의 임기는 길어야 2년이다. 결국 당해 대학의 입시 변화와 취지를 가장 잘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사람은 입학사정관들이다. 그러나 이들 사정관이 2년을 주기로 이 대학에서 저 대학으로 떠돌고 있다. 대교협에서 금년 입학전형 최우수대학으로 지정한 중앙대, 한양대, 경희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사정관제가 도입된 지 8년 차에 들었지만, 대학별로 전임사정관이 별로 많지 않다. 전형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일관성과 사정관제의 고유 취지를 살려 평가할 사정관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사정관제를 불안하게 하는 첫 번째 요인이다. 전형의 정체성 문제 고등교육법을 보자. 34조는 입학전형의 구분을 논하고 있다. ‘일반전형은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교육적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서 대학(원격 대학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교육목적에 적합한 입학전형 기준 및 방법에 따라 공정한 경쟁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개정 2014.4.29.).’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전형은 특별한 경력이나 소질 등 대학이 제시하는 기준 또는 차등적인 교육적 보상기준에 의한 전형이 필요한 자를 대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서 사회 통념적 가치기준에 적합한 합리적인 입학전형의 기준 및 방법에 따라 공정한 경쟁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개정 2014.4.29.).’라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떤 전형인가? 당연히 일반전형이다. 공개적으로 시행되어야 하고, ‘차등적 보상’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2015 대입에서 과연 공개적으로 시행되었고, 차등성 없이 진행되었는지 묻고 싶다. 면접과 자기소개서 없이 학생부 하나로 전형할 때 그 차등성 없이, 공개적으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심화 교과’ 이수자를 선발하는 경우는 더욱 전형의 개념을 흐리게 한다. 이러한 문제는 대교협 정책위 차원에서 정확하게 전형을 살폈어야 했다. 2016 대입에서는 이러한 전형이 실제적으로 바로잡혀야 한다. 이 제도가 개별자료 평가에 의한 방식으로 진행되든, 역량에 의한 종합평가를 하든, 집합체에서 합불평가를 하든 응모자격에 대한 제한적 요소가 걸리는 것은 최대한 억제해야만 한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문제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입학사정관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면서 크게 변화된 것은 두 가지이다. 그 첫 번째가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동시에 사정관으로부터 교사로 그 무게가 기울고 있다고 하겠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해졌고, 그것을 작성하는 주체가 교사이기 때문이다. ● 수상 경력을 위한 공정성 문제 고등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과는 한 학기 8개 과목이다. 5개 학기로 전형의 자료가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40개의 교과 또는 교과별 수상, 경시, 발표 등 대회가 이루어지는 것은 정상이다. 여기에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자율활동, 봉사활동 관련 대회나 경시가 더해진다면 최대 60여 개까지가 그 범위가 확대된다. 고교 현장에서 이 이상의 운영은 분명 과도한 운영이며, 부작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최근 교육부는 ‘교내 학교장상 사전등록제’, ‘수상인원 20% 이내 수상’, ‘10일 전 대회 요강 공개’, ‘학교알리미에 대회 규모 탑재’ 등 교내 상 투명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미 2014년부터 수상 응시인원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에 보도된 바와 같이 암기된 지식으로 수상을 하는 경우, 사교육으로 훈련된 정보로 대회에 임하는 것, 사전 공지를 투명하게 하지 않은 각종 대회를 차단해야 하는 것, 특정 교사가 수상을 결정하는 것 등은 고등학교가 수정할 몫이다. 출제위원회 사전심의, 심사 기준 확정, 채점과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한 방식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사전 체크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3월 학부모총회에서 1년간 진행될 모든 시상 내용을 1장에 요약해 학부모에게 배포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 봉사활동, 체험활동의 구체적 활동 확인의 어려움 학생들은 학교 계획에 의한 봉사활동과 개인 활동의 봉사활동을 하게 되어있다. 물론 하루 8시간 이상은 금지이고 수업이 4시간이면 당일 봉사는 4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봉사시간이 많으면 무조건 좋은 줄 아는 오해로 봉사시간이 수백 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행하는 기관은 수없이 많기도 하고, 개인이 떼어오는 봉사활동 확인서를 교사가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체험활동도 마찬가지다. 봉사활동처럼 사전 확인서를 받고 떠나지만 며칠간 그가 활동한 내용은 제출한 보고서가 전부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대비도 분명 필요하다. 봉사활동의 경우 아파트 재개발 조합에서 발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발행 주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체험활동은 해외체험부터 통역 인턴활동까지 사교육에 의한 것이거나 아버지의 능력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체험활동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는 않지만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역시 가이드가 필요한 부분이다. 제출서류 ● 자기소개서의 애매성 학생들은 1주일 이상 이것에 매달려 고민한다. 자기소개서가 개별 점수화되지도 않고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주된 제출 서류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교육에서도 이것을 이용해 고액 대필이 성행하는 것이다. 2015 대입에서는 공통 3문항, 대학별 1문항, 1,000자 이내 서술 등 지난해보다 간소화되긴 했다. 그러나 글이라는 것이 ‘이야기의 틀’ 없이 한 문장만 주어졌을 때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되는가? 잘 가다듬어진 1번 문항을 보자.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 누가 봐도 재수나 중학시절은 제외하고 공부에 대한 자기주도적 경험을 말하고, 그 발전적 경험치를 진술하라는 글이다. 그러나 이 문항이 국문과를 지원한 학생에게 수학 성적을 극복한 이야기가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 학업은 교내 학업만을 말하는지. 학업이 무엇인지 학생들은 혼란스럽다. 더 상세하고 친절한 제시문이 되어야 한다. 문항의 정황을 해설하고, 모범 사례의 글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글 쓰는 방법, 써야 할 내용 등을 친절하게 밝혀야 한다. 이번 전형에서 어학, 수학, 과학 관련 성적과 수상 등을 언급하면 0점 처리됨을 경고했듯이 허위사실 기록이나 대필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는 입학 원천 취소는 물론 재학기간에라도 입학이 취소된다는 것도 강력하게 전달해야 한다. 한 가지 더 강하게 강조할 것이 있다. 2016 자기소개서를 설계하는 중에 문항을 모두 모집단위별, 단과 대학별로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이것도 학생부종합전형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인성과 학력, 잠재력의 조화를 보고 선발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모집단위, 단과대학별 기록이 위주가 되는 순간 전공 학력 위주, 전공 스펙 위주, 교수평가 위주로 변질되어 학생부종합전형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 추천서는 ‘교사의 양심’을 걸 수 있어야 2016학년도에는 강원대, 건국대, 경기대, 단국대, 동국대, 숭실대, 한국외대 외에 많은 대학에서 추천서를 없앴다. 경희대의 경우 선택으로 하였다. 추천서가 학생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화되기 쉽고 교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포스텍처럼 교사가 각서를 쓰고 추천서를 쓰기도 쉽지 않다. 인성과 학업에 대한 척도형 평가를 좀 더 세분화하고 책임감 있게 작성하는 기준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추천서는 선택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의 추천사유가 특별할 수 있을 때 보조 자료로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기타 ● 면접일의 문제 Y대, E대가 수시 논술을 치르는 날이면 신촌의 교통대란이 발생한다. 통신이 마비되고 학생들은 오토바이 택배로 다음 시험장으로 이동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대학별, 지역별 지필, 면접 날짜와 시간도 조정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편리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 발표 날짜의 문제 2015 수학능력시험이 11월 13일에 치러졌다. 그런데 11월 8일(토)까지 면접을 진행한 대학이 3개 대학이나 된다. 11월 7일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대학도 아주 많다. 3배수에 합격하여 면접을 준비하고 기대에 부푼 학생들에게는 수능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주는 일정이다. ● 꿈과 끼가 있는 학생을 반드시 배려하자. 내신 경쟁, 수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고교생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그런 와중에도 한 가지 소중한 꿈을 잘 길러온 학생들이 있다. 미래, 직업, 자신의 자질을 잘 계발하는 학생들에게 문호가 점점 닫혀가고 있다. 이 말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내신과 전공 성적, 수상 평가에 너무 크게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2014 대입까지 있었던 연세대 창의인재전형, 경희대 창의적 체험활동전형 등이 2015 대입 수시부터 모두 사라졌다. 하물며 의대에서는 아직도 학생부종합전형을 개방하지 않는 대학이 있다. 정책 입안에서부터 다시 살필 일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는 수능, 논술, 면접, 실기 등의 전형요소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수시 및 정시전형 선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수시전형에서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 강화되고 있다. 학생부에는 학생의 교과 역량과 수상실적, 교과 세부 특기사항, 창의적체험활동, 진로희망사항과 매년 담임교사의 추천서라 할 수 있는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이 기록된다. 즉, 학생들의 학교생활 전반을 담고 있는 신뢰성 높은 기록이며, 학생의 인성과 행동 특성, 교과 역량 등 종합적인 능력을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는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학생부 기록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존재한다. 불신의 원인은 고등학교 유형에 따라 학력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과 과연 기록 과정에서 공정성이 유지되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즉 논술과 면접시험이 기록에 대한 평가를 보완하는 도구로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논술·면접시험의 의미 서술형ㆍ논술형 문항은 교육청 지침에 따라 학교 정기고사에서도 일정 비율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매년 비율을 높여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필답고사 중에서 객관식 선다형의 한계를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시험마다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흑백논리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평가 방식에 따라 학생들의 역량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5개의 보기 중 하나는 분명한 정답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속도전으로 풀게 될 때도 유의미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깊이 있고 다양한 사고력을 종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PART VIEW]그런 점에서 논술시험은 학생의 논리적ㆍ비판적ㆍ창의적 사고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데 유의미한 도구이다. 면접시험도 서류 내용의 사실 여부나 심층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도구로서 학생 역량을 확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출제의 방향에 따라 창의적이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판단하는가를 검증하는 양질의 평가도구가 될 수 있다. 논술과 면접시험은 불신의 대상인가 그동안 논술과 면접 전형은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거나 학생부 교과 성적을 일부 반영하는 형식이었다. 이는 대학 측이 일정 수준의 수능성적 역량을 기본으로 하거나, 일정 부분 교과 성적을 적용하여 논술 역량과 함께 평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정작 논술시험보다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분석해보면 논술 이외의 보조적인 평가 척도가 필요로 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논술시험의 성격상 수능 성적처럼 세분화된 점수를 반영하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논술 경쟁률은 다른 수시 전형 지원자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답안지를 평가해야 하는 구조적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공정성을 해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대학에서는 답안지를 이미지 스캔하여 컴퓨터상으로 채점하고 복수 채점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는 등 지속적으로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채점 방법이 수능시험에 익숙해져 있어서 다소 주관성이 반영되는 부분까지도 객관성을 요구한다는 데 있다.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은 그동안 정량적 평가에 의존했던 방식을 정성적 평가 방법으로 전환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는 평가의 다양성을 통해 다양한 학생들의 역량을 인정하고 장려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정성적 평가란 본질적으로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시험의 본질적 속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정성적 평가를 수용하는 데 미흡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수능시험이 만능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존재하는 한 다른 방식의 시험은 항상 신뢰성이 낮고 주관적이어서 공정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면접의 출제 방식도 인성평가와 확인평가, 역량평가 등의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변별력을 갖추려면 학생의 역량을 측정하는 다양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특정한 상황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반응을 확인하거나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서류(학생부, 자소서, 기타 포트폴리오 등) 내용의 진위성과 심화 정도를 판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서류심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도 평가자의 관점과 가치에 따라 평가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의 결과 역시 공정성의 관점에서 객관적 근거를 요구한다면 면접시험을 포기하라는 것도 다름없다. 이 역시 면접시험이 갖는 본질적인 한계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논술이나 면접시험이 갖는 본질적인 평가의 성격을 공정성의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문제는 논술이나 면접의 평가문항 오류로 인한 공정하지 못한 평가, 평가지침을 각기 달리 적용하여 발생하는 형평성의 문제, 평가자 임의 판단에 따른 주관적 평가 등이 문제일 것이다. 또는 언론에 등장하는 부정 사례 등은 그 자체로서 공정성 차원의 문제라기보다 위법성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논술과 면접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 ● 복수 평가, 공동 채점 등을 통한 지속적 노력 필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논술, 면접, 서류 평가의 공정성 논란은 정량적 평가에서 정성적 평가로 이동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행 초기보다 현재가 훨씬 더 안정되어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실적으로 문제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시급히 개선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평가자가 최적의 상태에서 평가함으로써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공동 채점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충분한 여유를 두고 복수 평가를 통해 오류를 줄이면서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면접시험에서도 평가의 공정성을 위한 평가 척도에 대한 연수가 요구된다. 특히 공교육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됨에 따라 대학마다 논술시험에서도 현직 고등학교 교사를 자문 위원 또는 출제위원으로 위촉하여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면접 역시 자문평가 위원으로 고교 현장의 교육과정을 검토하여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고등학교 정상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 논술과 면접시험의 질적 수준 향상을 통한 평가 기능 제고 논술시험이 미래사회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유용한 평가도구라면 사교육 유발을 억제하기 위해서 시험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서는 곤란하다.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공교육을 통해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평가문항 역시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고교 전 과정을 통해서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자신의 역량을 담아낼 수 있도록 출제 문항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미래 사회에서 국제 경쟁 속에서 뒤지지 않고 앞서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속적으로 출제 문항의 변신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유형의 반복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를 가져오기 쉽다. 늘 새롭고 신선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는 출제 방법의 변화, 제시문의 변화, 발문의 변화 등 다양한 변인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바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데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어떤 평가요소를 반영할 것인가를 제시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즉 평가하려는 역량을 사전에 제시하고 그 역량을 논술을 통해서 또는 면접을 통해서 평가하면 되는 것이다. 공정성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정답이 명료한 문항을 출제하려는 경향도 있다. 정답이 분명한 것은 조건을 부여하거나 발산적 사고를 제한하게 된다. 외적 요인에 의한 평가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단답형이나 객관식과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 사회적 인식의 변화 필요 앞서 말한 평가의 공정성이란 수능시험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 평가의 속성에 비추어서 공정성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자동차의 조향장치는 일정한 정도의 유격을 두고 있다. 정확하게 방향을 작동하려면 미세한 각도까지 반응하게 하여야 하겠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그렇게 하면 운전하기에 오히려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이처럼 일정한 정도의 틈은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평가 유형에 따라 존재하는 유격(裕隔)은 인정해야 한다. 그 유격이 공정성의 논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동일한 문항이더라도 평가 요소와 반영 비율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이러한 사례는 수능시험에서도 반영비율을 달리 적용하고 내신 등급에 따라서도 차등적으로 배점을 부여하기도 한다. 문제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당장은 일류 대학에 진학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요소라고 생각하면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풍토가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대안이 제시될 때까지 참아주고 수용해주는 것도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역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입 수능시험이 시행 21년 만에 최대 시련에 봉착했다. 지난해에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출제 오류로 인한 복수정답이 출현한데다 수학과 영어에서 만점자가 대량으로 쏟아지는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란 평가 속에 신뢰와 공정성 측면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출제를 책임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하고 교육부가 담당 실장을 문책하는 등 자체 징계와 함께 수능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 전면적인 체제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교육계는 미봉적 수능 시스템 개편보다는 공교육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편 속에서 수능에 대한 방향이 모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너진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수능을 포함 대입제도 전반의 혁신과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새교육은 정부의 수능 체제 개선에 맞춰 입시 현장에서 학생들의 진학지도를 담당해온 장학사와 현직 교사들과 함께 수능 시험의 문제점과 원인, 그리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교육현장에서 바라본 2015 수능의 진단과 개선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 사회 : 2015학년도 수능은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교현장의 시각은 어떤가. ◇ 김순옥(서울 동작고 교사) = 신뢰를 잃은 시험이다. 시험이란 열심히 준비한 만큼 정당하고 공정한 평가를 받는 게 목적이다. 단순히 쉽다고 해서 좋은 시험이 아니다. 2015학년도 수능은 누구에게도 공정하지 않았다. ◇ 신동찬(서울 휘문고 교사)= 사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 때 쉬운 수능에 대한 암시는 있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말로 메시지를 줬다. 그 흐름이 9월 모의평가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졌다. 이때 상위권 아이들은 시험이 허접스럽다는 자만심을 가졌고, 중위권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결국 본 수능에서 만점자가 폭주하는 바람에 이 같은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이번 수능은 자만심과 자신감이 공존한 아주 묘한 시험이 됐다. ◇ 송현섭(서울교육연구정보원 장학사)=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를 최소화하라는 교육과정평가원장의 의도가 수능에 반영된 것 같다. 보통 만점자와 1컷 점수가 5점 전후가 돼야 변별력이 있다. ‘물수능’이라고 해도 2~3점 정도인데 이번 수능은 0점이다. 너무 무책임한 사상 초유의 시험이다. “캄캄한 산속에 나침반도 없이 던져진 느낌 받았다” ◇ 박종학(인천 만수고 교사) = 수능이 쉽게 간다는 건 예측했지만 너무 쉽게 나왔다. 지금 수능은 또 요행수가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게 제2외국어다. 학생들이 많이 보는 과목이 베트남어나 아랍어 등인데 응시자 비율만 놓고 보면 60%가 넘을 것이다. 실제로 어느 특목고의 경우 130명 학생 중 일어와 중국어는 7명인데 비해 베트남어는 50여 명이 선택했다. 특목고 중국어반 학생들도 중국어를 안 본다고 한다. 베트남어를 정책적으로 제외할 수는 없겠지만 생각해 볼 문제다.[PART VIEW] ◇ 김순옥= 지난 20여 년간 수능을 지켜보면서 이게 과연 교육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과거 학력고사 때는 전 과목 모두를 시험 봤다. 학생들은 어떤 과목이든 열심히 했다. 그런데 수능에 와서는 탐구과목이 계속 줄어들었다. 학생들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였는데 실제로 부담이 줄었는지는 의문이다. 수능이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박종학= 맞는 말이다. 사탐과목 선생님들은 수능으로 학교 교육과정이 황폐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은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은 철저히 무시해 버린다. 전략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로서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신동찬= 쉬운 수능이 좋다는 건 진보나 보수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쉽다는 기준이 뭐냐’하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쉬운데 상위권 학생들은 좀 걸러 주는 게 쉬운 건지, 아니면 지금처럼 변별력을 갖지 못할 정도로 쉬운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수능 초기에는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문제가 3~4개 정도는 나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2~3개로 줄고, 이제는 하나도 없어져 버렸다. 쉬운 기조는 알겠는데 뭔가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학들이 공개를 안 해서 그렇지 눈치작전 때나 있을 법한 황당한 커트라인들이 나오고 있다. 요행수가 통하는 수능시험이 돼 버렸다. 변별력 없는 수능, 사교육비 경감 도움 됐는지 의문 ◇ 박종학 = 난이도 조절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1등급이 3% 이내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과 같은 기조가 유지된다면 최상위권 학생들은 재수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송현섭= 그나마 이번 수능에서 국어는 좀 어려워 체면치레는 했다. 평가원 자료를 보니까 국어B 등급 컷이 91점이다. 보통은 94~95점인 것을 감안하면 난이도를 고려한 것 같다. 평가원이 사교육 의존도가 가장 낮은 것을 국어라고 보고 의도적으로 어렵게 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신동찬= 내년에는 수능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수능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마도 확 바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물수능과 불수능 중 선택하라면 불수능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수능이 쉽게 나오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지방 학생들이 득을 본 게 아닌가 싶다. EBS 영향이 컸다는 생각이다. ◇ 사회 = EBS 연계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개선할 점이 있다면. ◇ 송현섭 = EBS 연계는 재검토돼야 한다. 현재 우리 교육은 2009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EBS 교육과정’이나 다름없다. EBS 교재를 달달 외워서 푸는 애들이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 신동찬 =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확보하고 EBS 연계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많다. 교사들은 교과 수업과 EBS와의 괴리감 때문에 불만이 많다. ◇ 김순옥= 지역은 달라도 나오는 얘기 똑같은 같다. EBS와 수능의 연계를 70%로 하니까 학교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있다. 어떤 학생들은 영어 지문은 안 보고 해석만 외운다. EBS 교재 내용이 지문도 안 바꾸고 수능에 그대로 나오니까 암기만 하는 것이다. ◇ 신동찬 = 우리 학교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EBS 교재로 안 하면 난리다. 학부모 항의도 엄청 들어온다. 유명 학원들의 현장 강의를 들을 시간이 없으니 뾰족한 수가 없다. EBS 연계, “교육 기회균등 기여” VS “학교는 EBS 교육과정” 엇갈려 ◇ 박종학 = 교육기회 균등 측면에서는 EBS가 공헌한 측면도 인정해야 한다.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거나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겐 EBS 교재가 유일한 돌파구일 수 있다.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김순옥 = 물론 공감한다, 그러나 EBS를 수능과 연계를 한다 해도 70%는 과하다. 50%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의견 많다. 문제를 풀다 보면 형편없는 문제도 많다. 문제 만드는 사람들이 비슷하다 보니 뽑아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3년 전에 나왔던 문제랑 동일한 문제가 교재에 나오기도 한다. ◇ 사회 = 수능에서 출제 오류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박종학 = 출제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선 교사가 주가 아니다. 교수들이 출제하고 교사는 검토하는 역할이다 보니 아무래도 난이도의 조절 등에 있어 한계가 있어 보인다. 6월 모의평가까지는 문항 출제가 교사 중심 시스템인데 정작 수능에서는 이 구조가 교수 중심으로 바뀌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신동찬 = 과목마다 다르겠지만 교사가 문제점을 지적해도 교수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출제 교사들 말을 들어 보면 이의 제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한다. ◇ 박종학 = 검토가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구조 속에서는 검토 단계에서 이상을 발견해도 수정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 김순옥= 검토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출제 본부 내부의 민주적 운영이 더 중요하다. 가령 대학 때 가르쳤던 은사님과 함께 출제에 참여했을 때 “선생님 이거 잘못됐어요”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솔직히 문항 검토할 때 고개 갸웃거리는 부분 있으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한다. 그걸 알면서도 차마 말을 못하는 것이다.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출제와 검토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 신동찬 = 출제 교사 차출도 짚어볼 대목이다. 수능이 임박해서 교사나 교수를 차출하는데 능력이 있어도 여러 사정으로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유능한 교사들은 대개 고3 수업을 맡거나 담임들인데 입시가 코앞이라 학교에서 놔 줄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적은 1~2학년 담당 교사들이 출제에 들어가는 바람에 변별력을 잃는 등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김순옥 = EBS와 연계를 했을 때 어느 정도 만점자가 나올지 현장에 있는 고3 교사들이 제일 잘 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평가원 출제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수능이 학교현장과 괴리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사회= 문제은행식 기초학력평가나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안이 될 수 있나. ◇ 송현섭 = 문제은행에 의한 랜덤 방식 출제라는 게 아주 제너럴한 방법이지만 위험성이 있다. 랜덤했을 때 너무 어려운 그룹에서 출제되거나 반대로 쉬운 그룹에서 나올 수 있다. 랜덤이 적절히 섞인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출제는 지금처럼 가는 게 맞다. ◇ 김순옥 = 수능을 자격고사화한다면 대학들이 이걸로 절대 학생을 선발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별 고사를 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텐데 그러면 사교육 시장은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 박종학 =어떤 식으로든 개선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이제는 상대평가 방식과 병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지금은 백분위 점수와 표준점수를 쓰는데 이것이 성적 구조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만점에서부터 시작해서 한 개 틀리면 2점 감점돼 98점이 되지만 쉬운 수능 구조 속에서는 백분위 점수가 98점에 못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금처럼 만점이 4%를 넘어버리면 95점밖에 안 나온다. 이런 왜곡된 점수 구조는 학생들이 대학진학에 커다란 혼란을 준다. 정부 간섭이 더 문제, 수능 ‘삼년대계’라도 지켜져야 ◇ 송현섭 = 현행 수능 체제를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은 위험하다. 기존 골격을 유지하면서 EBS 연계율을 낮추고 난이도를 조절하면 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했으면 한다. 또 하나, 너무 국가가 (수능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평가원에 맡겼으면 그들이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는데 적어도 수능은 ‘삼년대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걸 주관하는 평가원장도 줏대 있게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늘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방향을 제시하는 게 우리 교육 정책의 큰 병폐다. ◇ 박종학 = 교육과정에 충실한 수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학교 학생들 보니까 3월부터 계속 1등급 나오던 학생이 수능에서는 수학 3등급 나왔더라. 3개 틀려서 3등급 나온 상황이다. 학생이 철저히 대비 못 한 책임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수능의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교육과정 충실하게 출제됐으면 좋겠다. ◇ 신동찬= 어쨌든 올해 대입 진학지도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예측이 불가능한 입시이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교사들은 이럴 때 제일 힘들다 ◇ 김선옥 = 말 그대로 깜깜 오리무중이다(웃음). ◇ 송현섭 = 진학지도라는 게 일기예보랑 비슷한 면이 있다. 기상청도 일종의 누적된 경험에 의한 통계로 예측하는 것처럼 입시도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올해 경우는 나 스스로도 경험치를 못 믿겠다. 자신이 없다. 깊은 산 속에서 나침반도 없이 헤매는 느낌이다. ◇ 사회 = 그래도 입시를 앞둔 교사와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송현섭 = 대학이 제시한 국어, 영어, 수학, 탐구의 반영 비율이 중요하다. 문과냐 이과냐에 따라 비율 차이 있다. 결국은 영역별로 쪼개 들어가서 국어를 망쳤다고 해도 높은 비율을 걸어놨으면 그쪽으로 작전을 짜는 게 맞다. ◇ 박종학= 해마다 그랬던 것 같은데 점수 커트라인이 낮은 대학에 떨어져도 반대로 커트라인이 높은 대학 붙는 현상 발생한다. 한번 질러본 아이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요행수가 통하는 것이 불행한 현실이다. 그래서 대학들이 수시에 집착한다. 이런 방식이 아니면 상위권 학생들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 신동찬= 나도 그런 경우를 들었다. 소위 명문 대학 입학 관계자들 만나면 학과별 커트라인 내놓기가 부끄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 결국 학생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해 소신껏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시 상담 때 받은 배치점수와 현실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 송현섭= 이쯤에서 대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학이 많이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무조건 상위권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입시 설계를 했다. 이제는 대학이 당장의 성적보다 잠재 능력을 보고 학생들을 뽑아서 잘 가르쳤으면 좋겠다. ◇ 박종학= 전적으로 공감한다. 학생들을 다양한 틀에서 뽑아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가르친다고 다 배우는 것은 아니다. 가르치지 않는 곳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은데 대학들이 너무 동질적인 집단만 뽑으려고 한다. 교육 총량적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아이들이 섞여 있을 때 교육 효과는 더 높아지곤 한다. 서울대라고 해서 1등에서 3,000등까지만 뽑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날, 교감 선생님의 훈화 말씀은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깔깔거리고 웃었지만, 20년 넘게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겐 난생처음 경험하는 훈화 말씀이었다. 그러니까 몇 년 전의 일이다. 학교를 빛낸 자랑스러운 학생들의 수상이 끝나고 오늘은 교장 선생님을 대신하여 교감 선생님께서 훈화를 하시기로 한 모양이다. 텔레비전 화면 가득 교감 선생님의 모습이 잡혔다. 아이들은 ‘와! 교감 선생님이다’하며 처음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그날도 역시 아이들은 이내 자기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그런데 어느새 아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교감 선생님의 훈화 말씀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렇게 집중해도 되나 싶을 정도…. 화면 속 교감 선생님은 한 손에 빨간 주머니를 들고 계셨다. 아이들의 눈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빨간 주머니에 쏠렸다. “여러분, 이게 뭘까요?” 빨간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바로 큼직한 초코칩이 박혀 있는 먹음직스러운 쿠키였다. “쿠키를 반으로 자른 제임스는 반쪽을 배고픈 강아지에게 주었어요.” “(제임스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 이거 먹어. 귀여운 강아지야.” 교감 선생님은 진짜로 쿠키를 반으로 자르고는 강아지 인형에게 건네는 시늉을 하셨다. 그리고 마치 동화 구연을 하듯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학창 시절까지 포함하면 30년이 훌쩍 넘는 학교생활 속에서 이런 훈화를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오날날(오늘날)~~’로 시작되는 교장 선생님의 중저음 목소리로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적인 내용들만 들어왔을 뿐이었다. 물론 아이들도 그다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때서야 ‘그렇지! 너희들은 초등학생들이었지. 이렇게 이야기해 주는 것을 좋아하지!’라며 그동안 아이들의 눈높이를 생각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말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집중 못 하는 아이들에게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해왔던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고, 눈높이를 고려하여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수도 없이 많은 연수를 통해 배웠지만 연수를 받고 나면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곧 잊히곤 했었는데, 교감 선생님의 그날 훈화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한 자극이 되고 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기만 해도 서로의 관계 맺음에 한 걸음은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채 5분이 되지 않는 훈화를 위해 빨간 주머니, 과자, 강아지 인형 등 소품을 준비하시고, 아이들 앞에서 망가진 모습도 주저하지 않으며 생동감 넘치는 훈화를 하셨던 그 교감 선생님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정확하게 아셨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도 교감 선생님의 훈화는 몇 번 더 계속되었다. 물론 담임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일부러 주의집중 시킬 필요도 없었다. 교감 선생님께서 화면에 나타나시면 아이들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교감 선생님의 말씀에 빨려들어 갔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 학교 모든 학생들의 눈과 귀가 하나로 모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서 상대방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는 쪽은 아무래도 교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 번도 선생님이었던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교사를 이해해 달라고 하기보다는 교사가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교사는 이미 학생 지도과 관련하여 전문 기관에서 수많은 교육을 받았고, 또 우리 아이들 또래의 자녀까지 키우고 있으며, 무엇보다 나도 우리 학생들과 같은 그런 시기가 있었으니 말이다.
학교폭력법의 목적 학교폭력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동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의 인권 보호 및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의 육성이다.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한 조치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이 법률의 주요내용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함을 명확히 하고, 학생이 교육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학생의 인권 보호를 상기시킴과 동시에 아직 미완성의 인격체인 학생으로 하여금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학교의 기본적인 책무를 재확인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개념 동법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조). 2008년 개정으로 ‘성폭력’이 학교폭력에 명시적으로 추가되었으나 연혁상 그 취지가 명시하지 않은 비유형적 행위들을 학교폭력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표현상 다소 불명확한 점이 없지 않지만,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일체를 학교폭력으로 파악하여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에 의한 행위 등을 학교폭력의 행위 유형으로 예시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자치위원회 및 공동자치위원회 자치위원회의 설치·운영은 학교폭력법의 핵심내용 중의 하나이다. 동법 제12조에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학교에 자치위원회를 둔다. 다만, 자치위원회 구성에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교육감의 보고를 거쳐 둘 이상의 학교가 공동으로 자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학교에는 자치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여야 하고, 학교폭력의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등이 각각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에는 해당학교가 공동자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2개 학교 이상이 공동자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만약 각 학교에서 따로 자치위원회를 개최하더라도 해당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 대해 보호조치 또는 선도조치를 취할 수 없고, 특히 학교 간의 입장이 달라 상호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실관계 파악에도 상당한 애로가 발생할 수 있는바, 동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보다 효율적인 사안처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PART VIEW] 전담기구 학교장은 교감,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및 책임교사(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교사) 등으로 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구성하며, 학교폭력 사태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가해 및 피해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여야 한다(동법 제14조 제3항). 전담기구는 학교폭력에 대한 실태조사와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구성·실시하며, 피해학생 또는 피해학생의 보호자도 피해사실 확인을 위하여 전담기구에 실태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동조 제4항, 제5항). 전담기구는 학교장 및 자치위원회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가해 및 피해사실 확인결과, 실태조사결과 등 활동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동조 제4항, 동법 시행령 제16조). 한편, 전담기구의 조사결과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안이 경미 또는 쌍방 합의하여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전담기구에서 사안을 종결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있으나, 학교폭력에 대한 사실 확인 조사 및 보고를 전담기구의 주된 기능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전담기구에 사안 종결권한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해학생에 대한 긴급보호조치 학교장은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긴급하다고 인정하거나 피해학생이 긴급보호의 요청을 하는 경우에는 자치위원회의 요청 전에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기타 보호조치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자치위원회에 즉시 보고하여야 한다(동법 제16조 제1항). 원칙적으로 자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학교장이 보호조치를 하여야 하나 긴급한 경우 먼저 보호조치를 한 후 자치위원회에 사후보고를 하도록 하여 학교장에게 긴급조치권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를 학교장의 긴급보호조치라고 한다. 학교장의 ‘긴급조치권’에는 피해학생에 대한 ‘긴급보호조치’와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선도조치’가 있다.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선도조치 학교장은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가 긴급하다고 인정할 경우 우선 동법 제17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 제5호 및 제6호의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제5호와 제6호는 병과조치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치위원회에 즉시 보고하여 추인을 받아야 한다(동조 제4항). 또한 학교장은 긴급선도조치를 한 때에는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하며, 가해학생이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때에는 초·중등교육법 제18조에 따라 징계하여야 한다(동조 제7항). 특히, 학교장은 ①2명 이상의 학생이 고의적·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 ②학교폭력을 행사하여 전치 2주 이상의 상해를 입힌 경우, ③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 ④학교장이 피해학생을 가해학생으로부터 긴급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가해학생에 대해 긴급조치로 출석정지 조치를 할 수 있고, 이때 학교장이 출석정지 조치를 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학생 또는 보호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학교의 장이 해당 학생 또는 보호자의 의견을 들으려 하였으나 이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동법 시행령 제21조).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의 경우도 원칙적으로 자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학교장이 하게 되나, 긴급한 경우에는 학교장이 일정한 선도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한 후 자치위원회에 즉시 보고하여 추인을 받도록 하여 학교장에게 긴급조치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선도조치라고 한다. 재심제도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 및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에 대한 재심제도는 2012년 개정을 통하여 처음 도입되었는데 재심청구권자가 피해학생인지 가해학생인지에 따라 이원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피해학생의 재심절차는 동법 제18조 제1항에, 가해학생의 재심절차는 동조 제2항에 각 근거하여, 청구대상이 되는 조치, 심사기관, 절차규정 등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피해학생(또는 그 보호자)의 재심절차의 경우, 자신에 대한 보호조치 및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 양자에 대하여 이의가 있으면 그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 그 조치가 있음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이하 ‘지역위원회’라고 함)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청구를 받은 지역위원회는 30일 이내에 이를 심사·결정하여 청구인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이 결정에 이의가 있는 청구인은 그 통보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피해학생 측의 재심청구, 지역위원회의 심사절차 및 결정통보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동조 제1항, 제3항 내지 제5항). 가해학생(또는 그 보호자)의 재심절차의 경우, 자신에 대한 선도조치 중 전학 및 퇴학처분에 대해서만 다툴 수 있는데, 그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 그 조치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청구를 받은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는 30일 이내에 심사·결정하여 청구인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심사결정에 이의가 있는 청구인은 통보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재심청구, 심사절차, 결정통보 등에 필요한 사항은 초·중등교육법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동조 제2항, 제6항,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2 제2항 내지 제4항). 한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에 대해 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피해학생(또는 그 보호자)에게 재심청구를 널리 허용하고 있다는 점, 재심절차 및 담당기관을 이원적으로 규율하고 있다는 점, 각 절차에서 재심청구 상대방의 절차참여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를 대상으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쌍방이 재심청구를 한 경우 양 절차에서 모순된 결정이 내려질 수 있으며 나아가 이 결정에 대해 쌍방이 다시 다툴 여지도 배제할 수 없고, 또한 어느 일방이 재심이 아닌 행정심판 등을 청구한다면 각각의 관계 및 효력 문제 등 매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비밀누설금지 등 동법에 따라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였던 자는 그 직무로 인하여 알게 된 비밀 또는 가해학생·피해학생 및 학교폭력 신고자·고발자와 관련된 자료를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 말하는 비밀의 범위는 ①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개인 및 가족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 ②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심의·의결과 관련된 개인별 발언 내용, ③그 밖에 외부로 누설될 경우 분쟁당사자 간에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 명백한 사항 등을 말한다(동법 제21조, 동법 시행령 제33조). 이를 위반하여 비밀을 누설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22조). ■
2015학년도 특성화고 신입생모집이 마감되었다. 지원율만 보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원율이 대폭 감소하거나 대규모 미달사태는 면한 듯하다. 예년수준을 유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 전문계고 시절의 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스며있다. 교육은 역사이다. 산업사회의 틀을 마련하였던 특성화고교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해 1990년도 최악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명문 특성화고교도 중학교 내신 성적이 거의 80%에서 100%대의 학생을 맞이하였다. 당연히 교육현장은 황폐화되었고, 정상적이 교육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취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였다. 이후 2000년부터 특성화고교 정상화를 위한 피나는 노력이 진행되었고 동일계열로의 대학진학이 그 돌파구를 열었으며 그 결과 특성화고교는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겨우 틀을 잡을 시점에 다양한 진로에 대한 개방 없이 취업만을 강조하는 획일화된 정책으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종단교육으로써 특성화고교 학생들이 취업해야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한 가정 한 자녀의 집안의 입장에서 신분 상승 내지 변화의 과정으로 대학을 지향하는 부모들과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양질의 학생이 공급되지 못하면 어떤 회사에서 학생을 취업시키고자 할 것인가?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적극적인 학생이 진학하게 되면 특성화고교는 안정화될 것이고 진학이든 취업이든 학생이 고민하고 그 생각이 반영되어 정상적인 취업정책이 이루어 질 것이며, 무분별한 대학진학의 문제점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본다. 하지만 타의에 의해서 취업을 하게 되면 대학 진학에 대한 갈증은 항상 내재되어 건강한 사회 구성에 부담이 될 것이다.[PART VIEW]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 교육부는 지난 9월 ‘2014년 2월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졸업자 취업률과 진학률 현황(4월 1일 기준)’을 발표하였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취업률은 44.2%로 전년(40.9%) 대비 3.3%p 증가하였고 진학률은 전년(41.6%) 대비 2.9%p 감소한 38.7%로서, 이는 취업률이 2001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이다 2013년 만에 진학률을 역전한 것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취업률과 진학률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인 2009년의 취업률 16.7%, 진학률 73.5%와 비교해보면 그동안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취업률제고를 위한 특성화고에 대한 여러 정책이 효과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개교하여 두 번째 졸업생을 배출하는 산업수요 맞춤형고(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2년 연속 90%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하여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의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정책 추진의 결과로 판단하고 있어 당분간 특성화고의 취업연계 정책방향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업계고ㆍ전문계고ㆍ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특성화고등학교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또는 경제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쳤는데 학교의 명칭변화에도 잘 나타나 있다. ‘60~’70년대는 실업교육이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조기에 공급하는 주요 경로가 되었고 실업계고교의 교육환경 개선으로 우수한 학생 유치하여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능인력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었다. ‘80년대는 대학 정원의 증가로 잠시 취업률이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후 대입정원 동결과 실업계교육 내실화 및 경제적 활황으로 ‘90년대 초 취업률은 절정에 이르렀고 전체 취업자 중 고졸이 80%를 차지하였다. 결국 ’6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실업계고등학교가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큰 역할을 담당했고 그 이유는 국가의 정책과 경제성장 그리고 이로 인한 우수인력의 확보가 중요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지식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 증가는 정체된 반면 대학교육 열풍에 따른 많은 대졸자의 양성과 고졸자와 대졸자 간의 고용여건의 격차 확대 등으로 실업계고등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크게 줄어들었고 대기업은 취업하기 어렵고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현상이 이어지더니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의 여파로 고졸 일자리마저 넘쳐나는 대졸자로 대체되면서 우리의 직업교육은 호된 시련기를 겪었다. 많은 실업계고등학교가 기피학교가 되어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되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학생들이 꿈도 희망도, 적성이나 흥미 특기와는 무관하게 성적에 떠밀려 실업계고로 진학하게 되었으며 졸업 후 취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예비군만 만들어내는 곳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우수신입생 유치가 우수취업으로 이어져 정원미달과 이로 인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저하, 그리고 취업률 저하로 이어지던 악순환을 끊고 다시 특성화고등학교에 우수인력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실업계고(전문계고)가 일부 특성화고로 전환되어 학교별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특성화고(전문계고) 졸업생들의 대입 정원 외 5% 특별전형제도가 병행하여 시행되면서 부터이다. 이 후 교육부의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방안으로 그 비율이 대폭 축소되어 조정되는 과정을 겪고 있지만 학생ㆍ학부모의 대학진학 수요와 사회에서 학력차별에 대한 획기적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진학은 취업과 함께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는 큰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우수 학생이 특성화고로 진학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특성화고의 위기라는 얘기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2015년 신입생 원서접수결과를 더 분석해보아야 하겠지만 금년은 어느 해 못지않게 힘든 신입생 모집을 했다고 한다. 마이스터고나 일부 취업이 잘되는 학교 또는 진학률이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로 양극화되어 지원율과 학생들의 수준이 크게 벌어지는 학교별 편차가 발생하는 저변에는 지난 몇 년 간 획일적인 고졸 취업률 제고에 대한 정책이 일정부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다양한 특성화고의 육성에는 저해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성화고는 학교의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여 개개인의 실력과 특기ㆍ적성, 가정형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로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이제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어 취업에 대한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실제로 취업률이 많이 상승한 그 기저에는 우수 신입생이 입학하여 특성화된 전문교육을 받고 취업역량을 갖추게 되었고 고졸자를 위한 좋은 일자리를 개방하는 정책적 혜택이 더해져서 가능해졌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우수 공기업이나 금융권에서는 최상위 학생들만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직무능력이 검증된 경우에만 채용하고 있으며 특히 상업계열 학생들의 직업능력은 중학교 내신 성적이 중ㆍ상위권은 돼야 졸업 후 관련분야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도 직업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공부 잘하면 대학가고 공부 못하면 고등학교 졸업해서 취업해야 한다는 인문교육의 아류쯤으로 여기는 사회분위기는 실력과 특기ㆍ적성을 갖춘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여 직업의 세계로 입직시키는데 있어 큰 장애요인이다. 우수한 직무능력을 갖춘 학생이 많아야 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게 되고 학생들은 특성화고를 선택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언 학생ㆍ학부모가 가고 싶은 학교로, 학교는 특성화고의 정체성을 살려 졸업생들이 옛날처럼 산업현장에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학교장에게 부여하여 학교의 설립취지와 특성화 목표에 맞게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모두 취업, 모두 진학이 아닌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3년간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자신의 능력, 소질, 적성, 가정환경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진로 결정을 할 수 있게 학생ㆍ학부모ㆍ교직원 등 구성원의 뜻을 모아 교육함으로써 수요자이며 고객인 학생ㆍ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학교의 정체성도 살리고 각 학교의 특성화 교육도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계열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농ㆍ상ㆍ공ㆍ수산해운ㆍ가사 등 큰 영역별로 지역의 산업구조에 맡게 특성화시키고 졸업생들이 자연스럽게 인근의 산업현장으로 진출이 쉽게 해야 한다. 또한 업무나 업종별로 요구되는 직무능력이 다르므로 학생들의 수준이나 업무수행능력 등을 고려하여 중학교 단계부터 진로지도를 맞춤식으로 달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공업계와 농업계고등학교는 기계와 농업현장의 직무 중심이지만 상업계는 거의 모든 분야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고, 장차 승진을 하여 관리 부서로 가면 일반 상식이나 인문교과의 자질이 요구되므로 다양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요구인 대학입학 특별전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특별전형의 폭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정원 외 3%).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대부분 한 자녀 또는 두 자녀 가정이며, 교육열만큼은 세계 제일인 학부모들이 대졸과 고졸이 노농시장에서 엄연한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중3인 자녀에게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시키겠다고 특성화고로 진학을 시키는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대학진학을 염두에 두고 특성화고에 입학했지만 졸업 후 취업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입학 후 특성화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취업마인드도, 취업역량도 제고되는 것이고 그 결과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학생이 공급되지 않으면 영구 취업을 하는 현실에서 향후 승진을 고려해 볼 때 회사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본다. 학교는 취업준비를 위한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되 일부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진학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졸업 후 취업뿐만 아니라 진학, 선취업ㆍ후진학, 일ㆍ학습병행 같은 일반계 고교생과는 다른 특성화고의 특성이 반영된 진학에 대한 차별화된 제도적 뒷받침이 더욱 연구되고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오징어 나라에 다리가 부족한 친구가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협동해서 도와줄까요” 아이들이 왁자지껄 오징어 다리를 메우는 동안 자연스럽게 숫자 10을 가르고 모으는 개념을 놀듯이 배우면서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주는지 인성도 덤으로 배우는 학교. 올해 인성교육 최우수학교로 선정된 아산남성초등학교의 수업은 조금 특별하다. 교사는 수업 내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도 배울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아산남성초등학교 교사들은 이러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소위 ‘문제아’가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반별로 한 명씩 선정하여, 그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관찰하는 ‘학생일기’도 매일 작성한다. 교사들은 매주 모여 그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과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논의도 하고 피드백도 반드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벤트나 일회성 인성교육은 지양해야 아산남성초등학교는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 교직원들이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 단순히 이벤트나 일회성으로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다. 아산남성초등학교 교사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 인성과 교과과정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단원을 재구성하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 내용을 채택한다. 인성교육과 함께 진행하는 교과 수업은 어김없이 ‘놀이와 게임, 토론식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방법을 접목시킨 수업 내용으로 재탄생된다. 아산남성초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문영금 교사는 “1~2학년은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3~4학년은 도덕, 음악, 체육 수업을, 5~6학년은 국어, 수학, 영어, 창의적 체험활동 과목을 선정하여 교과과목과 인성교육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남성초등학교 교사들은 정규 교과과정에서 필수로 배워야 할 것도 빼놓지 않고 지도할 뿐만 아니라 인성과 연계된 과목은 매번 많은 아이디어를 통해 놀이와 게임 등 준비할 것도 많지만 어느 한 교사도 이러한 번거롭고 까다로운 수업 준비 과정에 힘들어하거나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교사들 간에 서로 배운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크다고.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은 금방 아이들에게 나타났다. 아이들은 공부를 놀듯이 하며, 덤으로 인성도 함께 배우고 있다. 현재 6학년에 재학 중인 윤아현(13)양은 인성이라는 거창한 말은 잘 모르지만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자신들이 무척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낀단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무섭고 어렵다고 하지만 저희는 한 번도 그렇게 느껴본 적 없어요. 모든 선생님들이 따뜻하게 잘 대해주세요. 학교 다니면서 선·후배 관계나 교우 관계에 어려움도 느껴 본 적이 없어요. 모두들 학년이 달라도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에요.” 윤 양은 다른 학교에서 학교 폭력이나 욕설로 힘들어 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과 폭력을 휘두르거나 욕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진혜영 학부모는 “학교에서 모든 선생님들이 애정을 가지고 아이 한 명 한명과 눈맞춤을 해주고 인성의 중요성도 잘 가르쳐줘 아이들이 모두 밝고 착하다”며 “옛날에는 아이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반 아이들이 전부 착해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고움·베풂·이끎의 3선’ 활동 ‘고움·베풂·이끎의 3선’으로 착한 품성을 키우고 있는 아산남성초등학교는 고운 마음과 선한 마음을 갖기위한 고울 선(鮮), 배려와 베풂의 생활화를 위한 베풀 선(宣), 미래를 이끄는 힘을 키우기 위한 나아갈 선(先) 등 ‘3선’이라는 큰 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성도서 활용 문예대회, 힐링 동아리, 인성 키움 동아리 활동, 가족과 함께 즐거운 체험활동을 하는 행복 키움가족 체험 등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함께 하는 스마일 인사, 가족과 함께 하는 밥상머리 교육, 사랑의 편지쓰기, 바른 언어 사용 서약식, 찾아가는 법교육, 칭찬메아리 등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연간 1학급 1특색 바른 인성교육 및 고운 말 아름다운 언어 사용 프로그램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학부모 상담주간 및 1교사 1학생 결연활동도 운영하고 있다. 각종 봉사활동으로는 아침 환경정화 봉사활동과 나눔, 채움의 날 의류 수거 활동, RCY 경로당 봉사활동, 사랑의 동전 모으기 활동 등을 추진해 왔다. 또한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 만들기, 욕설 없 는 학교 만들기 등의 교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도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교사 봉사동아리 사제동행 해피투게더는 4년째 이어오고 있다. 미니 인터뷰 아산남성초등학교 윤은진 교장 “인성이 곧 실력입니다” “미래의 인재는 반드시 인성을 갖춘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 혼자만 생각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함께’ 더불어 일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춘 사람이 미래 핵심인재입니다.” 아산남성초등학교가 2014년 최우수 인성학교로 선정되기까지 뒤에서 묵묵히 교사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숨은 조력자인 윤은진 교장. 아산교육지원청 장학사 출신이었던 윤은진 교장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초기 계획을 담당했을 만큼 교육복지와 인연이 깊다. 그런 그가 아산남성초등학교에 공모교장으로 부임했을 당시에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이 바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였다. 그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학력위주의 교육이 아닌 인성위주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사들에게도 많은 지식을 알려주는 것보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고 지도해주라고 강조한다. 또한 윤은진 교장은 교사들에게 절대적인 믿음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문영금 교사는 “교장선생님께서 저희 일선 교사들에게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전적으로 100% 믿는다’와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마음껏 교육 활동을 펼치라’는 것”이라고 말 한다. 윤은진 교장은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며 학교에서 교사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교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법령에 실제 사례 적용해 사건 발생 후 대처법 제시 “학폭은 사회 문제의 하나 예방책만으로 막기 어려워” “학교폭력은 이제 일부에서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닙니다. 교사의 역량 부족으로 발생하는 건 더욱 아니에요. 과도한 경쟁 추구와 인성 부족 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 현상의 하나입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숙제죠.” 학교폭력 문제를 맞닥뜨린 교원의 대다수는 막막함을 느낀다. 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사건의 양상이 다양하고 정답처럼 명쾌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교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설마…’하는 생각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점도 그렇다. 최근 학교폭력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학교폭력 대처법’이 발간됐다. 전직 교사 출신 변호사가 직접 접한 사례를 중심으로 관련 법령과 대처 방법을 제시한다. 책을 펴낸 주인공은 학교폭력·소년보호 전문 변호사 이보람(사진) 씨다. 그는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면서 각종 예방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학부모와 교사가 많았다”고 했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권리와 의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를 자주 접했습니다. 문제 해결의 초점이 학생에게 맞춰지지 않아 사건이 확대되거나 교육적인 측면이 간과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사전에 예방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주목했죠.” 이 씨는 어려서부터 교사를 꿈꿨다. 사범대에 진학한 후 2005년부터 4년간 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했다. 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법과 사회’ 과목을 가르치면서다. 변호사로서 여러 사건을 맡았지만 특히 마음이 갔던 건 학교폭력과 소년보호 사건이었다. 담임을 하면서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들 앞에 놓인 여러 가지 문제를 직시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를 돕고 가해 학생이 반성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여러 학급의 학생 6~7명이 한 학생을 수개월 동안 괴롭힌 사례를 꼽았다. 학생 A는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고 신고했다. 가해 학생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학교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던 학생 B도 처분을 받게 됐다. 피해 학생도 아닌 학부모가 학생 B를 가해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부당함을 느낀 B가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정확한 실태조사가 어려워요. 그래서 학생 B가 부당한 처분을 받았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 B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게 할 수는 없었을까, 씁쓸했어요.” 더 많은 학부모와 교사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블로그(hecounsel.tistory.com)도 운영하고 있다. 상황별 대처법을 소개하고 게시판을 통해 상담도 진행한다. 그는 “학교폭력 관련 지침과 법령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함께 자랍니다. 때문에 학교폭력은 가해 학생, 피해 학생뿐 아니라 주변 학생에게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교사도 예외는 아니에요. 교육자로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학생들과의 유대가 약해지면서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예방이 불가능하다면 현명한 해결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그래야 학교폭력으로 생긴 상처가 잘 아뭅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말이죠.”
“선생님, 어디 계신데요? 시골 내려와서 뭐 좀 가져가시오.” “아니에요. 아버님,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물질적인 선물은 받지 않습니다.” “그거 놔둘 곳도 없어서 옮겨야 한디 그럼 어쩌라구요. 내가 만든거라 싫소? 난 모르겄응께, 오늘 공설운동장 앞 김 사장님 찾아서 받아가시오.” 작년 2월 방학.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진희(가명)아빠가 대뜸 뭐 좀 만들어놨으니 가져가라신다.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목소리에 행여나 오해하실까 진희 얼굴도 볼 겸 공설운동장으로 출발했다. 찻길의 나무들은 다 헐벗어 속살을 드러내고 있지만 히터의 열기 때문인지 그 모습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한 시간을 달려 그 곳에 도착했다. 문득, 1년 전 그 날이 생각난다. “선생님, 진희 아직도 학교 안 왔어요.” 2013년 3월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됐을 무렵, 창가에서 주차장을 향해 목을 빼고 있던 같은 반 친구 윤서가 내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달려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윤서야, 아직 학교 올 시간이 아니잖아. 독서하고 있어야지. 위험하니까 주차장에 나와 있으면 안돼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눈은 시계를 향하고 있었다. 아침에 전화로 깨웠으니, 지금쯤이면 학교에 와야 하는 시간이었다. “어머니 진희는 일어났나요? 지금이 7시 30분이니, 이제 씻고 학교로 출발하세요.” 한 달째, 등교 전까지 꽤 여러 통의 전화를 하고 있었다. 개학 첫날. 도움반에 배정된 아이는 7명이었다. 누구 하나 손길이 안가는 아이는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2학년 때 들어와 벌써 6학년이 된 진희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왔다. 하얗고 큰 눈으로 터덜터덜 남자같이 뛰어다니던 아이. 늘 배고파하며, 음식에 집착하고 “잘 몰라요”라는 말을 작은 소리로 말하곤 했었다. 다른 친구들보다 느리게 자라는 아이, 진희는 또래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2교시에 등교를 하기도 하고, 학교 내를 배회하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통합학급 내에서도 친구들과의 관계나 공부를 힘들어하며, 적응을 못하고 자꾸 겉돌았다. 진희의 등교가 또 늦어지던 날,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께서는 “나는 몰라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는 말씀만 연신하시더니, 아빠랑 이야기하라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아버님께 전화를 드리고 면담을 청했다. 점심시간 잠깐 시간을 내서 오셨는지, 공사장 먼지를 뒤집어쓰고 빨간 코로 나타나신 아버님께서는 “진희엄마가 많이 아파요. 누가 챙겨줄 사람도 없고, 나도 돈 벌어야 한께, 어쩐다요. 나도 힘들어 죽겄소”라며 마른세수만 하셨다. 진희 어머님은 지적장애가 있고, 아버님도 일용직 노동에 알콜 의존증으로 보살펴 줄 어른이 없었다. 진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함께 해줄 어른이었다. 난 그런 진희를 위해 ‘학교는 즐거운 곳이다’를 아는 것과 ‘기본생활습관 형성’에 교육 목표를 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교육이 전제돼야 했다. 일단 시계를 못 보시는 어머님을 대신해 매일 아침 전화로 진희와 어머님을 깨웠다. 등하교는 어머님과 함께 하도록 했다. 어머님께는 시계를 보여드리며, 큰바늘이 숫자 3에 오면 학교로 다시 진희를 데리러 오시라 말씀드리고, 집에 가서 해야 할 집안일도 구체적으로 알려드렸다. 진희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또 진희와 진희아버님께는 자녀 양육교육 및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진희 우리가 지켜요. 너무 예쁜 아이예요. 아버님 친구 분들 집에 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어머님과 동행시켜주세요. 진희 혼자 집에 두지 말아주세요. 아버님도 술 그만 드시고 진희 돌보셔야죠. 아버님이 건강하셔야 됩니다. 약주 그만하시고 집에 들어가세요.” 아버님께 전화 드리면 술에 취해 계시기 일쑤였지만, 전화와 가정방문으로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했다. 학교를 성실히 나오면서 진희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 때문인지, 학습에도 부쩍 자신감을 보였다. 진희는 숫자 1부터 10을 순서대로 세지 못하고, 수 개념이 형성돼 있지 않았었다. 진희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수준에 맞는 학습지를 제작해 풀기도 하고, 게임이나 놀이로 학습을 진행했다. 어느 정도 수세기가 가능해지니, 어느덧 세 자리 수 덧셈까지 가능해졌다. “넌 수학을 잘하니까 우리 반 수학부장이야” “선생님, 진희, 수학박사 맞죠?” 진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여기저기 자랑하기 바빴다.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요. 또 공부할래요.” 학교에 오자마자 수학학습지를 풀고 있는 모습을 2학기가 끝날 때까지 봤다. 국어는 한글을 겨우 읽었지만 읽고도 내용파악이 안되고, 쓰기 또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학기 초 제작한 받아쓰기 등급표를 통해 쉬운 글자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100점 맞고 싶은 욕심에 집에 가서도 숙제하고 예습하곤 했다. 읽기는 진희가 좋아하는 만화나 짧은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진행했다. 진희에게는 학습능력의 향상보다는 자신감 회복이 먼저였는데, 공부를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중학교 배정원서를 쓰던 날, 이제 더 이상 나 혼자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께 장애인 등록 의향을 여쭤 보니, 병원에 다니기 귀찮고 힘들어서 못했다고 하셨다. 그 길로 광주 병원에 장애인등록을 위한 검사 및 상담을 예약했다. 아이를 데리고 광주에 나온 날 맛있는 것도 먹이고 싶고, 평소 생각하던 속옷 입는 법도 알려줘야겠다 싶어 집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속옷가게에 들러 진희에게 직접 골라보라 했더니 “이거 진짜 진희 거예요?” 들뜬 목소리로 몇 번을 확인했다. 우리 집에서 같이 잠들던 밤. “선생님, 선생님 집에 또 오면 안돼요? 이렇게 예쁜 속옷은 처음이에요.” 진희는 꿈꾸는 것 같다며 쉽게 잠들지 못했다. 선생님 집에 온 건 다른 친구들에게는 비밀이라고 손가락 걸며 약속했더니, 나를 볼 때마다 두 눈을 끔벅이며 “선생님 딸 잘 있어요?”라고 둘만의 비밀에 즐거워했다. 병원 재검진을 위해 다시 집에 와서 자던 날, 온 몸을 씻겨주니, 어색해서 어쩔 줄을 몰라 “제가 할게요”라고 수줍어하면서도 연신 예쁜 웃음을 보여줬다. 그날의 목욕이 얼마나 개운했던지. 묵은 때 다 벗기고 옷도 깨끗이 빨아 다음날 같이 등교하는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졸업식날 진희를 보는데 알 수 없는 눈물이 났다. 진희는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들끼리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혹시나 꽃다발하나 없을까봐 전날 만들어둔 꽃다발을 건네고 힘껏 안아줬다. 부디 잘 이겨내길, 이 웃음 잘 지켜내길 기도했다. 1시간을 걸려 아버님이 말씀하신 장소에 도착했다. “뭔 일인가 몰라! 좋은 것이라고 기분 좋은 일에 쓸 거라고. 7년 동안 정성스럽게 말려놓은 나무를 몇 달 전부터 저녁에 일 끝나고 와서 못 하나 안 쓰고 정성을 다해 만듭디다. 조금 부족해보여도 가져다 쓰셔야 되겠어요. 진희아빠가 고생했어요. 잘 쓰세요.” 보관하고 계시던 아저씨가 탁자를 내어 주셨다. “이건 너무 과분해요. 정말 대단하셔요. 이런 작품을 어떻게 만드셨어요. 아까워서 못 가져가겠어요.” 송구한 마음에 진희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별건 아닌데 내 실력이 시골에서 썩기는 아까워라. 헤헤헤. 집에 놔두면 집이 빛 나분께 가서 놔두고 쓰란 말이요. 일 년 뒤에 옻칠해야 한께 내가 연락하믄 다시 가지고 내려오시오.” 배시시한 웃음기를 띈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마음까지 전해졌다. 도저히 그냥 오지 못해 그 큰 탁자를 싣고 오는데, 그냥 눈물이 흘렀다. 거실에 놓인 탁자를 볼 때마다 마음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아빠의 한숨 가득한 망치질소리에 함께 들려온다. 마음뿐만 아니라 진정한 나무장이 목수로서의 자부심마저 전해오는 것 같다. 좋은 나무를 골라 7년을 말리고, 하나하나 틈을 내 맞춰 가구를 만드는 목수처럼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는 천천히 서로에게 적응해가며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긴 시간 인내와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줄 아는 좋은 선생님이 되라고 이렇게 고운 탁자를 주셨나 보다.
이태석 경북 약동초 교장이 제45대 경북교총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경북교총은 내일(6일) 경산 컨벤션웨딩 D·E홀에서 신임 회장 취임식을 연다. 제45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된 이 신임 회장은 칠곡군과 경주시, 고령군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왜관동부초 교감, 경북칠곡교육지원청 장학사, 가산초 교장을 거쳐 현재 약동초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경북초등교장협의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정년을 3년 앞두고 후배 교원들을 위해 봉사할 기회로 삼겠다”면서 “교사가 행복해야 교단이 행복해진다는 일념으로 강한 교총을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신임 회장은 ‘행복한 교단! 실천하는 교총!’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북 교권 119’ 가동 ▲회비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회원 체감형 복지 등을 실현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공무원 연금 개악과 각종 교권 침해 사건 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교원이 많은 현실”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교사와 교총 회원들이 조직력을 발휘해 강한 교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세 확장과 회원 복지를 위해 발로 뛰는 회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12월 29일, 2014년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는 부동산 3법을 포함한 148건의 안건을 처리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그동안 각 상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올라온 123개의 법안과 25건의 선출안, 결의안, 감사요구안 등 각종 안건을 표결 처리했다. 정치적인 줄다리기 속에 무더기 법안 통과가 졸속 처리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무더기 법안 처리 속에서 그동안 갈등과 대립이 계속돼오던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과 국민대타협기구 운영 규칙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국회 본회의 의결로 공무원 연금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번에 출범한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는 이날부터 최장 12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기본적으로 여야는 공무원연금개혁 특위를 100일간 가동하되 필요한 경우 여야 합의로 1회에 한해 25일의 범위에서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법안에 따른 여야 합의대로라면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가 한 차례 활동 기한을 연장하더라도 내년 2015년 5월 2일 이전에는 공무원연금 개혁법이 국회 본회의 처리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특히 특위에는 입법권을 부여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 특위가 입법권을 갖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심사하게 되므로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됐다. 이번에 어렵게 출범한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위원은 여야 각 7명씩 동수로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이날 운영 규칙안이 함께 통과돼 활동을 시작하게 된 국민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개혁 특위와 동시에 시작해 90일간 활동에 들어갔다. 국민대타협기구는 20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여야가 각 1명씩 공동위원장을 선출해 합의로 운영하도록 했다. 20명의 국민대타협기구 위원은 여당과 제일 야당에서 각각 8명씩을 지명하고 정부 소관부처의 장이 지명한 4명 등으로 구성된다. 여야가 지명하는 위원은 각각 국회의원 2명, 공무원연금 가입 당사자단체 2명,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소속 4명 등 총 16명이다. 이 국민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개혁소위원회와 노후소득보장제도개선소위원회, 재정추계검증소위원회 등 3개 소위를 구성해 활동하게 된다. 국민대타협기구는 필요할 경우 공청회와 청문회 등도 개최하고, 개혁방안은 단수 또는 복수안으로 특위에 제출하기로 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여야가 국민대타협기구 활동 기한 내에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해도 그 때까지 논의된 사안을 정리해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에 넘기도록 했다. 기한을 한정해 협의에 졸속을 가져올 우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이번 국회의 공무원연금 특위안과 국민대타협기구 운영 규칙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앞으로 공무원 연금 개혁 논의는 한층 힘이 실리고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가 활동 시한만 명확하게 제시되었지 그 세부사안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협의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여 개혁이 개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공무원연금개혁 특위는 국회의원들이 협의를 하고, 대타협기구는 국회의원, 공무원 단체 대표,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소속 인사들이다. 정작 공무원 연금 수급 당사자는 대타협기구 위원 2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다수결 원칙의 미명 아래 국민대타협은 고사하고 야합 내지 개악으로 흐를 개연성이 있다. 한편, 공무원연금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 모두 최종 시한의 특정한 것은 철회돼야 마당하다고 본다. 무릇 60년 이상된 공무원 연금 문제를 불과 서너달 만에 결론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기한에 쫓겨서 말미에는 졸속합의안이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속도보다 내용과 방향이 중요하다. 따라서 좀 기한이 지체되더라도 심도 있는 합의안 도출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에 공무원연금 특위와 대타협기구가 어렵사리 출범했다. 이제 공무원연금 개혁은 새로운 시작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예민한 사안이기때문에앞으로 갈등과 대립이 첩첩산중일 것이다. 특위와 기구가 산고를 거쳐서 옥동자를 낳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안, 국민들이 동의하는 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공무원들이 겨레의 공복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국민들에게 무한 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교원들이 긍지높은 국가 건설자로서 보람을 갖고 더욱 더 열심히 참스승의 길을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를 소망한다. 역지사지의 교훈과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의 함의처럼 이번 공무원연금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가 그야말로 공무원들을 포함한 전 국민들이 타협하여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안’을 도출하여 한국 공무원사에 전환점으로 한 획을 긋기를 바란다. 정치적인 야합 속에 공무원들이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적인 밀어붙이기를 배제하고, 당사자들이 공무원들의 요구와 의사가 충실히 반영된 합의안 도출이국민대타협의 대명제인 것이다. 물론 더러는 옥에 티가 없지 않지만, 누가 뭐래도 바르고 진솔하며 선량하게 직분에 충실하게 살아온 직업군이 공무원인 교원들이다. 그들은 '세금만 축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정한 국가 건설자'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보다는 감싸주고 보듬어 주어야야 한다. 지금은 교원들의 사기와 긍지를 회복하도록 국민적 성원을 보내야 할 때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송년모임을 펜션에서 하는가 보다. 대학생인 아들이 친구 몇 명과 함께 광교산 근처 펜션에서 2박3일 모임에 다녀왔다. 그 펜션에는 다른 단체 손님으로 타 대학 학생들도 1박2일로 30여명이 놀러 왔다고 한다. 말이 송년 모임이지 주된 일정은 음주 아닐까? 첫날 밤, 아들이 머무는 숙소에 어떤 여학생이 술 좀 꾸어달라고 왔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술 인심을 시험해 보는 것인가? 그것도 여학생을 보내면 통하리라 믿었나 보다. 작은 사건은 그 다음 날 발견되었다. 이튿날 일어나 보니 냉장고에 넣어둔 보드카와 옥수수, 햄이 없어진 것. 이미 그 곳을 떠난 옆방의 타 대학 학생들을 의심하고 방을 들어가 보았더니 커튼 뒤에서 뚜껑 없는 보드카 빈병 하나가 나온 것. 증거물을 잡은 것이다. 펜션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여 그 학생들 학교와 연락처를 알아낸다. 전화를 거니 순순히 시인한다. 오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한다 하니 보드카 두 병과 음료수를 가지고 온 것. 그리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합의금도 00만원 가져왔다. 보드카는 한 병 도난 당했는데 왜 두 병을 가져왔을까?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보드카 한 병은 수돗물로 채워져 뚜껑이 닫혀져 있었던 것. 그들은 아마도 장난으로 했으리라. 아마도 영웅심리에서 한 일련의 짓인지 모른다. 그러나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절도죄에 해당한다. 펜션에는 냉장고가 방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 공용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어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본다. 잃어버린 옥수수와 햄은 찾지 못하였다.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펜션 주인은 이번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한다고 전한다. 이 펜션에서 있었던 도난 사건,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아들 일행은 이들과 합의금으로 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이 처음 가져온 금액보다 늘었다. 여기서 대학생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엿볼 수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서로가 돈 00만원으로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00만원은 큰 돈이 아닌가 보다. 이 이야기는 전해들은 아내가 아들에게 말한다. “보드카 두 병 값만 받고 돌려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장난으로 한 짓인데 합의금으로 너무 많이 받았다.” 그런데 아들의 생각은 다르다. “어디까지나 절도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 한다. 경찰 조사를 받든가 합의를 하든가 선택을 해야 한다.” 아내의 말도 일리가 있다. 대학 1학년 되는 동생들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한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물건값만 받던가 아니면 2∼3배로 변상을 받아야지 액수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엄마의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 아들의 판단이 옳다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의 문화에는 술이 빠질 수 없나 보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그것은 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잘못을 시인하고 곧바로 찾아와 용서를 구하는 태도는 좋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 해결은 돈이라는 사실이다. 어른들과 닮았다. 이들의 세계에서 이해와 악수 그리고 사과와 용서는 없단 말인가?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더 멋진 해결책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장‧교감 아예 폐지하든지… “교육감 비서실부터 폐지하고 비서업무 혼자 다해야 형평성이 맞는 꼴이다. 요즘 교장과 교감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매일 수 십 개의 공문을 접수해 분석하고 업무 배정하는 것만으로 하루 기본 몇 시간이고, 휴가‧휴직 등 복무관리, 기간제 강사 구하기 평정과 전보작업, 각종 위원회, 폭력사안과 민원처리 등등. 아예 교장, 교감을 폐지하든지….” -경기도의 한 초등교감 촌지 과장하는 공익광고 코바코의 12월 TV 공익광고 ‘반부패청렴문화조성’을 보면 학부모가 교실에서 여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모습이 ‘남이 보면 뇌물일 수 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나온다. 이는 자칫 아직도 교직에 뇌물, 촌지문화가 만연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내용수정이나 광고불방운동을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 -교총 애환게시판의 한 교사 학교 현실 알기나 하나… 매일경제 19일자 기사 ‘억대 명퇴금 챙긴 뒤 컴백 얌체교사들’을 읽고 교원들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분노를 느낀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명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학교가 기간제를 못 구해 수업결손이 나고 다시 기간제를 할 수밖에 없는 교사가 더 많다는 사실을 비중있게 다뤘어야 했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 유치원교사는 소모품인가 최근 교육부에서 내려온 ‘2015 교육부 주요 교육정책’ 공문을 회람하다보니 ‘7. 교원 행정업무 경감방안 시행’ 중 그 대상 학교급에 유치원이 빠져있었다. 교육부에 문의하니 ‘유치원은 사립이 있어서 그렇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립 눈치 보느라 그랬다는 것이다. 교원평가니 기관평가니 실적이 필요한 정책에서는 다 끼워 넣더니 업무경감은 왜 불이익을 받아야 하나. 1학급 규모가 많은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정말이지 모든 업무를 혼자 하느라 교권과 인권을 학대받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국가가 필요할 때만 쓰는 소모품인가요? 수업과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업무경감에서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 -도교육청의 한 교총 회원 ‣대놓고는 말 못하는 마음 속 진담쾌설을 200자 원고지 1매 내외로 보내주세요. 보낼 곳 : bk23@kfta.or.kr 한병규
그동안 오랜 논란에 중심에 섰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과의 평가 방식이 바뀔 전망이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절대평가 방식을 확정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제3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아직 등급을 몇 단계로 어떻게 나눌지도 결정하지 않았지만 수능 개편안은 3년 전에 발표한다는 ‘3년 예고제’에 따라 이번에 절대평가제를 근간으로 하는 개편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제 도입을 발표한 것은 학생들이 단순히 수능 영어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과잉학습을 하고, 학교 교육이 쓰기, 읽기 위주로 파행을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영어교육을 문제풀이식에서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능력을 균형 있게 키우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단순히 영어만 놓고 보면 절대평가 방식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이미 기업 등 사회에서 실시하는 영어시험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만 받으면 되는 절대평가로 바뀐 지 오래됐다. 하지만, 고교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수능에서의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은 가볍게 도입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이번 발표는 2014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부담을 대폭 경감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과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다만, 이번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제 도입이 소기의 성과와 목표를 거양할 지는 의문이다. 영어 사교육은 일시적으로 다소 감소할 지는 몰라도 풍선 효과로 수학, 국어 등 다른 주 교과로 사교육 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변별력을 상실한다면 당락을 결정하는 다른 주 교과로 사교육이 퍼져나갈 개연성이 농후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쉬운 수능에 영어 절대평가로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 영어면접 같은 대학별로 별도 평가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은 소위 명문 대학은 변별력을 요구하려 할 것이다. 오히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했는데, 대학별로 별도로 영어시험을 보는 등 수험생이 추가로 부담을 짊어질 수도 있고, 변별력 부족에 따라 입시 현장의 혼란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별로 영어 인터뷰, 쪽지 시험, 간단한 퀴즈, 영어 소양 평가 등 변질된 또 다른 영어 평가를 도입하여 학생,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환언하면,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제를 도입하여 변별력을 현저히 잃으면 상위권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위해 영어면접·영어논술 등을 통해 또 다른 변별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상당수 학생들은 대학별 영어시험에 대비한 사교육을 따로 받을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수능에 대비하는 것보다 ‘수능 대체 또 다른 대학별 평가 대비’에 오히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할지 모른다. 또 수학·국어 등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다른 과목으로 사교육이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수능의 영어 평가를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게와 구럭을 함께 잃을 우려가 없지 않다.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도입이 학원 수강 감소,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 진학 열기 저하, 영어 공교육의 내실화 등 기대하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 평가의 난이도와 변별력 확보도 난제이다. 아울러 교육부의 의도대로 점차적으로 수학 등 다른 교과목으로까지 수능 등급제가 시행된다면 대입수능의 계속적 시행 여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제 도입에 앞서 해야 할 것이 공교육 내실화이다. 영어 사교육 부담을 줄이려면, 학교에서 영어를 제대로 잘 가르치면 된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이 학교 ‘영어교육 정상화와 제자리 찾기’ 등은 외면한 채 수능 영어 쉽게 내기, 절대평가제 같은 손쉬운 편법만 내놓은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모든 응시자가 만점을 맞는 쉬운 영어 평가가 능사가 아닌 것이다.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맞아 영어는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의사소통 능력이다. 오히려 영어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인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창의 인재육성도 세계 공용어인 영어 능력과 소양은 제일 순위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대학 입시가 보통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교육체제에서는 평가제도의 개선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물론 대학입시 정책에 절대적인 정석은 없다. 각각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나타났다. 하지만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수능 영어 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고, 쉽게 낸다고 대학입시 경쟁이 완화되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해 적절한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 시험이 변별력을 잃으면 우수한 학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또 다른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하는 혼란이 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행 대학입시제도에서 각 대학들이 그들이 원하는 신입생을 뽑는 방법은 크게 수능과 학생부, 면접 세 가지다. 학생부나 면접은 고교마다 다르고 대학마다 달라 객관화하기 어렵다. 그나마 현행 입시제도 아래 수험생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수능이다. 수능이 절대평가니, 쉬운 수능이니 해서 학생들의 실력을 가려주지 못하면 대학이 나서 실력을 가려야 한다. 그리되면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 리 없다. 그동안 ‘물수능’ 논란 속에서도 수능이 꿋꿋하게 유지돼 온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고 국소 처방만으로 사교육을 경감하겠다는 것은 단편적인 정책 접근이다. 영어 교육이 시대적 흐름과 학생들의 능력과 소양 함양을 위해서 상향으로 평준화를 지향해야지 사교육 근절과 경감을 위해서 하향 평준화로 역행하는 것은 매우 위함한 발상인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인재양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영어 학력의 하향 평준화로 역주행해선 안 될 일이다. 교육부는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 창의 인재육성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 교육정책의 근간은 사교육비 경감보다 글로벌 창의 인재 육성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초에 영어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에 따른 난이도와 변별력 확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절대평가의 장점을 살리면서 변별력을 확보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모든 교육평가는 교육목표의 달성정도를 측정하여 이를 분석하여 다시 교육목표에 환류해야 한다.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제가 정상적인 고교 영어 교육의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무서워 죽겠어요. 서류가 잘못 됐다고 작성요령도 보지 않고 작성했느냐고 했어요. 나름대로 잘 보고 작성을 했는데 다 틀렸다고 야단이네요.' 무슨이야기인가 싶어 자초지종을 들어 봤더니 교육청의 장학사가 전화를 걸어와서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도무지 뭐라고 이야기 하지도 못하고 그냥 꼼짝없이 당했다는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었겠거니 했지만 그 선생님은 너무나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요즘 상사가 사원들에게 목소리 높이고 막말하면 그 상사는 여지없이 대기발령 상태로 간다고 한다. 전 대한항공 조현아부사장의땅콩회항 사건이 있은 이후로 사회적으로 갑의 횡포에 대하여 비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교육청의 장학사가 일선학교의 교사에게 학생 다루듯이 하는 것은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 잘못했어도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 요즘 학교 상황이 아닌가. 어차피 장학사나 장학관도 교사 출신이고, 그렇다면 학교 사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에게 잘못을 지적하면서 심하게 이야기 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일이 촉박하고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자세히 설명을 해 주고 다시 제출하도록 해야 하는데, 시일을 넘기면 접수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원래 장학사들은 일단 전문직으로 나가면 일선 교사들과는 잘 상대 하지 않는다. 공문제출일이 지나면 교감에게 연락을 해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업무연락도 교감에게만 한다. 그렇다 보니 교감이 연락을 제때 해주지 않으면 교사들은 업무처리를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종적인 잘못은 교사에게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왜 그들은 교사들과는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일까. 장학사가 되는 순간 그들은 갑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 공문을 시행하면 그 시기가 짧거나 길거나 관계없이 일정을 지켜야 한다. 제출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여지없이 교감에게 연락을 하고 교감은 승진에 지장이라도 받을까봐 교사들을 독려한다. 그럴 경우 교사들은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공문을 처리해야 한다. 물론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이라도 일단 공문을 받고 나면 교사들은 을이되고 장학사는 갑이된다. 단 하룻만에 제출하도록 공문을 보내놓고도 때를 넘기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교에 연락을 한다. 공문이 그들의 손을 떠나면 그들은 슈퍼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은 불쌍한 을이 되고 만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전문직이 교사들의 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들이 교사들의 위에 있는 것인가. 교육지원청이라고 하면서 무서운 갑 행동을 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이야기가 좀 빗나갔지만 장학사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교장, 교감도 수업을 해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 최근의 현실인데, 언제까지 갑행사를 할 것인가. 교사들의 잘못이 있더라도 감싸주어야 하는 것이 교육청의 장학사들이 아닌가. 학교의 갑은 교장이 아니다. 장학사들이 더 갑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아주 친절하고 학교를 잘 이해하는 장학사들이 훨씬 많다. 일부 장학사들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장학사들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업무가 가중되고 힘들어서 그랬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더라도 교사들 위에서 갑 행사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교사나 장학사나 어차피 교육 잘해 보자고 있는 것이다. 갑과 을의 관계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