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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지난 23일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전 국민들의 관심 속에 치러졌다. 올해는 괜찮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휴대폰 소지자와 MP3 소지자에 대한 부정행위 간주를 놓고 보는 시각이 달라 국민들의 생각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입 금지 물품 및 휴대 가능한 물품'에 대한 지시 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한다고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었고 또 수험생 예비소집 일에 수험생들에게 일일이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이를 강조 하였으며, 각 고사장은 1교시 시험 시작 전에 반입 금지 물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것은 수험생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생과 '학사모'는 휴대폰과 MP3를 단순 소지 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행위로 간주하여 다음해까지 시험 응시를 못하게 하는 것은 최선의 방안이 아니라고 헌법 소원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그 중 문제가 되고 있는 사례를 보면 하나는 김 모 군이 형의 옷을 입고 수험장에 갔는데 그 옷 속에 휴대폰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시험을 치르고 있었는데 폰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이를 찾기 위해 전화를 건 바람에 벨이 울려서 일어난 사건이고, 또 하나는 3교시에 시험장에 들어온 감독관이 휴대폰, MP3를 가지고 있으면 제출하라고 하여 "가방 속에 있는 것도 제출해야 합니까"하니 그래야 한다고 하여 꺼내 제출하였더니 부정행위로 간주해 버렸다는 것이다. 사정을 들어보면 둘 다 동정이 가고 딱한 사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예비소집일에 유의 사항이 강조되었고 TV 뉴스를 통해서도 전국으로 방송이 되었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깜박 잊어버렸기 때문에 수험생이 져야할 책임 또한 면하기 어렵다. 작년 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조직적 부정행위 사건이 터지자 이를 근절하기 위하여 수능시험 하루 전날 (22일) 부정행위에 관한 고등교육법을 국회에서 만들어 이를 적용하자마자 이 법을 또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의 존재 가치는 있는가. 우리 법은 정말 고무줄 법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 때 그때 사안에 따라 법의 해석과 적용이 다르고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면 어떻게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 책임은 당국이 먼저 져야 마땅하다.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법과 규칙을 어떻게 지도하여야 할지 한계를 느낀다. 어제는 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오늘은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바꾸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어떻게 믿고 따를 것인가? 부정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수험생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허나 법을 잘 지키며 따라온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면 이를 또 어찌할까? 만약에 구제받을 수험생이 최상위 그룹의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또 다른 수험생이 그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다. 불행하게도 밀려난 수험생이 1년 내지는 2년 재수를 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할까? 물론 시험실 반입 금지물품 소지만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헌법재판소나 입법기관에서 유권해석이 내려지면 되겠지만 그 번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휴대폰 소지 수험생 27명과 MP3 소지 수험생 6명을 선처하느냐 아니하느냐 문제보다는 교육부 관리 하에 전국적으로 시행된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 유의 사항을 공표한 교육부와 그 산하 교육 기관의 행정적 권위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는 점이다 국가 기관에서 시행하는 평가의 권위가 무너지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제발 교육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에는 조령모개가 되지 않도록 최선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교육부는 국민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교육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여론이나 학부모의 여론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전문가의 전문인다운 철학과 비전으로 평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온정주의에 빠지거나 자신의 이익 중심으로 교육 문제를 어설프게 해결하면 할수록 교육은 더 혼란스러워지며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모든 수험생들이 서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현명한 당국의 판단을 40만 교육자들은 바란다.
최근 TV뉴스 시간에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났을 때 응급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라는 기사가 나왔었다. 또한 학교에서의 안전사고에 대한 내용이 심심치 않게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그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교육당국도 각종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안전사고를 일으킬 만한 시설물은 없는지, 안전사고 발생시 초기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어져 있는지, 면밀한 검토를 통한 대책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에서는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인지 알수 없는 공문이 내려왔다. '각급 학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실태'를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통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찾지 못했다. 혹시 이것이 언론에서 이슈화가 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그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당국의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앞으로 학교에서의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체계적으로 세우기 위한 방안을 마련 하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면 환영할 만하다. 현재로서는 그것이 어느 쪽이었는지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다만 후자에 해당된다는 생각이고 또 실제로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에서의 안전사고에 대한 초기 대응능력을 기르는 것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대도시학교나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그래도 사정이 좀 괜찮은 편이지만 벽지학교나 보건교사 배치가 되어 있지 않은 학교의 경우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그동안 체육담당교사들에게는 간혹 안전사고 대비관련 연수가 있었지만 나머지 교사들에 대한 연수는 많지 않았었다. 앞으로는 모든 교사가 안전요원이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본적인 내용만이라도 연수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내에서의 안전사고예방 및 초기대응은 시급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3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사(이후 MS사)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공공기관에 연간 계약을 통해 임대형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즉 개별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않아도 연간 사용료를 지불하면 기관내의 모든 컴퓨터에 자유롭게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교에서도 'MS School Agreement' 라는 명목으로 역시 임대형식을 통해 프로그램을 공급받고 있다. 이런 임대형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는 바단 MS사 뿐은 아니다. 한글과 컴퓨터의 한글프로그램, 안철수연구소의 V3 등도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형식의 장점은 소프트웨어를 개별 구입하는 것보다 비교적 가격 면에서 저렴할 뿐 아니라 계약기간 동안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무료로 업그레이드를 해 준다는 것이다. 또한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문제는 MS사와 나머지 업체들 사이에는 많은 가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MS사의 경우, 2003년과 2004년에는 계약조건을 학급기준으로 했었다. 즉 중학교는 30학급까지 연간 150만원(부가세포함)에 계약을 체결하여 2년여를 사용해 왔다. 반면 한글과 컴퓨터의 한글2005의 경우는 연간 100만원 정도에 사용이 가능하다. 안철수연구소의 V3의 경우는 더 저렴하여, 연간 20만원정도면 임대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업체의 임대가격이 훨씬 더 저렴한 것이다. 사용빈도로 볼때는 운영체제(Windows XP등)를 제외하고는 MS사의 소프트웨어보다는 한글과 컴퓨터의 한글2005나, 안철수 연구소의 V3를 훨씬더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임대가격은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격 격차가 나는데도 MS사는 1년단위의 계약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년 가격을 달리하여 계약할 가능성을 남겨둔 까닭일 것이다. 일선학교에서는 언제 가격이 인상될지 알 수 없어 매년 예산세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염려가 올해말 2006년도 계약을 진행하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즉 그동안은 학급수를 기준으로 임대가격을 결정했으나 내년에는 학교에서 소유하고 있는 컴퓨터 대수를 기준으로 임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런 바뀐 기준으로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도의 기준은 컴퓨터 사용대수 100대를 기준으로 25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100대가 넘게 되면 그 가격은 더 높아지게 된다. 이미 각급 학교에서는 작년에 예산을 150만원 정도로 책정하였기 때문에 100만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무려 100만원이 인상된 것이다. 인상률로만 볼 때, 거의 70% 가깝게 인상된 것이다. 이렇게 인상을 하는 것은 횡포로밖에 볼 수 없다. 학교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컴퓨터가 많다. 또한 대부분의 컴퓨터를 학생들 교육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1년 사이에 100만원을 인상한다는 것은 학교교육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새롭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이전에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하려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버전 업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최신의 정보를 학생들이 습득해야 함에도 MS사가 대거인상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야말로 교육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교육예산을 절감하는 차원에서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것은 일선학교에 맡기는 것보다는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적극 나서주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인천 서구 가좌 2동에 위치한 가림고등학교(교장, 이수영)에서는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이 학교 1학년 김보라(16)양의 입원소식에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11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지난 29일 인하대부속병원 병실에서 투병중인 김보라 학생에게 전달, 주위에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림고등학교에 따르면 지난 17일 김보라 학생의 소식을 전해들은 본교 학생회는 대위원회를 통해 김양 돕기를 결정을 하고 같은 반 학우는 물론 학생회 임원 그리고 교직원까지 나서 김양 돕기위한 캠페인 활동을 벌였고 인터넷 자원봉사 동호회인 , 인하대병원 사회복지회 등에서도 김양 돕기에 동참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점차 확대되었다고 한다. 한편 김양 가족은 국민임대아파트에서 국가보조를 받으며 근근이 생활하는 국민기초수급자로 1천여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와 치료비 마련이 막막해 주변의 안타까움이 컸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 모금한 성금에 한시름을 놓았다"는 어머니 한경희씨는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보라 학생이 빠른 쾌유 성인이 되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자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봉호 / 명지대 강사 논술은 의사소통 능력․사고력 키워 “2008 학년도부터 시행될 새 대학입시제도에서는 수능과 내신 성적, 그리고 논술 시험 성적을 근간으로 하여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교육부 발표와 더불어“같은 해에 주요 대학의 입시전형에 논술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내외가 될 것이다”라는 전망으로 인해 교육현장에 논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논술의 중요성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의사소통의 향상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글쓰기는 의사소통으로서의 문제해결이다. 글 쓰는 사람은 글을 읽는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글을 쓴다. 즉 필자는 독자의 지적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주장을 하기도 하며,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정보 사회 또는 고급 기술문명 사회인 미래 사회에 대비하여 의사소통 능력으로서의 글쓰기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미래 사회가 각 개인에게 요구할 다양한 문제 사태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사고력 향상이다. 논술은 교육 상황에서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신장․촉진시킨다. 논술활동을 함으로써 학생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논술활동은 학생들로 하여금 사물들 사이의 관계를 바르게 인식하게 하고, 사물들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며, 자신의 다양한 경험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논술은 정보지식사회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 사태에 대처하여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획득하게 해준다. 셋째, 의사 결정능력의 향상이다. 논술의 전개과정에서 필자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확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자신이 쓴 글의 내용, 내용의 조직방식, 표현방식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보완과 수정을 통하여 의사결정능력을 계발시켜 나간다. 그러므로 이제 논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학생들이 이와 같은 논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효과적인 지도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상대방 설득하는 체계적 글쓰기 무엇을 논하기에 앞서 항상 개념정리가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의 출발은 개념을 정의하는 데서 시작되어지기 때문이다. 개념정의가 명확하게 되어질 때, 그에 따른 논의나 지도도 타당성과 효과성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술 능력 신장을 위한 효과적인 논술지도방안도 논술의 개념정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논술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운 다음, 여러 가지 타당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여 다른 사람을 체계적으로 설득하는 논리적인 글쓰기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설명하자면, 논술의 개념 정의에 나오는 ‘어떤 문제’는 바로 미해결의 문제점을 가리킨다. 이것은 논의해야 할 과제 또는 주제라는 뜻으로 논제(論題)라고도 한다. 논술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참․거짓이 확정되지 않아 논쟁 중인 문제를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언제 어디서나 의견이 분분해서 오직 하나의 정답만 있다고 볼 수 없는 문제, 단순한 사실이나 지식이 아니라 논제에 대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통찰력과 안목(논술자의 인간관․역사관․사회관․자연관)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논술 시험의 논제로 빈번히 출제된다. 또한 논술은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분명히 밝히는 글쓰기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나 주장이 곧 논술의 참주제이다. 주제가 명료하다 함은 말하고자 하는 견해나 주장이 뚜렷하다는 것과 같다. 자기주장을 확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고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해결할 논제를 다면적이고 다각적으로 분석해 본 다음,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특별히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논의할 것인지 논의의 범위나 조건을 정리하면 자신의 주장을 확고히 세울 수 있다. 또한 논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뚜렷이 제시하되, 자기 나름의 가치가 있고 독창적인 견해를 펼쳐야 한다. 독창성이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같은 사실이라도 새롭게 해석하거나, 같은 내용이라도 새로운 소재와 참신한 표현을 논리 정연하게 나타내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써 반드시 왜 그러한지 그 타당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논술은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는 글쓰기이다. 논술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견해(주제)를 논증의 방법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논술의 핵심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그 주장의 타당성을 보증하는 논의의 근거들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논술의 필수요소로서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제시하고 이를 적절히 뒷받침해 주는 논거를 제시하고 이를 서론(문제제기), 본론(과제해명), 결론(주제강조)의 틀을 갖추어 전개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주장과 근거가 논리적 틀 속에서 체계적으로 펼쳐나가는 것이 바로 논술이다. 내용․논리․표현영역 염두에 둬야 논술의 개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영역에 대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지도해야 한다. 첫째, 내용영역이다. 내용영역은 다시 문제파악․사실의 이해․해결의 능력․논지의 적절성으로 나눌 수 있다. 문제파악은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문제의 핵심과 본질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과 사실의 이해는 논의 대상에 대한 포괄적, 구체적 이해와 논의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게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해결능력은 문제의 성격에 따른 적절한 해결방법 구사와 문제해결에 필요한 적절한 절차를 갖추는 것이고 논지의 적절성은 논술에 필요한 창의성과 보편성 그리고 결론 도출과정이 타당성과 가치를 지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에게 한편의 글에서 문제 상황과 중심 물음이 무엇인지, 논제에 덧붙여진 제한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중심물음과 제한조건의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글의 형식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훈련을 통해 글의 구조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둘째, 논리영역이다. 논리영역은 논리의 일관성과 논거제시의 적합성 그리고 논증 방식의 타당성으로 나눌 수 있다. 논리의 일관성은 논증할 주제의 일관성이 있는 서술과 논증에 쓰인 개념이나 판단이 일관된 의미를 유지하는 것을 뜻하며 논거의 제시의 정확성은 논제를 증명하기 위하여 제시된 논거들이 적절해야 하며 논거가 확실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논증을 위한 추론 과정의 적절성과 논리적 오류가 없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에게 하나 이상의 전제와 하나의 결론을 말하는 논증, 전제와 결론의 관계, 구체적인 문맥 속에서 전제나 결론을 나타내는 논리적 접속어, 복합적 논증, 연역과 추론 논증 그리고 관점에 따란 세부논점을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한 논술의 구성(분류․구분형, 찬반․선택형, 단순 설명형․변증형, 인과 분석형, 비교․대조형, 목표 지향형, 내용 완성형, 요약형)과 개요 작성의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 셋째, 표현영역이다. 표현영역에서는 어휘의 정확성과 풍부성, 문장의 정확성과 효율성, 글의 단위와 유기성으로 세분화하여 나눌 수 있다. 즉 표현에 있어서 사용된 어휘는 정확해야 하며 문맥에 적절하며 풍부해야 하고, 어법과 표기에 맞는 문장의 표현과 문장의 의미가 문맥에서 적절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또한 개개의 단락은 응집성과 단위성을 갖추고 글 전체는 단위성과 유기성을 적절히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이 문장의 기본형식과 문장의 종류와 크기 그리고 정확한 문장 쓰기와 소주제문을 중심으로 한 단락 구조의 유형을 나눌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논술능력 향상에 지름길은 없다" 효과적인 논술지도란 결과적으로 논술시험의 목표를 충족시키는 지도방법이다. 논술 시험의 목표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 생활체험과 독서를 통해 형성된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과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술의 제시문은 다양한 주제의 글이 출제된다. 각 대학의 논술 제시문을 살펴보면 논의의 다양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삶과 연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바람직한 인간의 삶을 지향하는 주제,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어도 균형 잡힌 지식인이라면 관심을 둘만한 가치를 가진 주제, 전공과 관련된 주제 등에 골고루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논술문은 몇 편의 글을 외워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꾸준히 다양한 글을 많이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토론의 기회를 갖고, 그것을 글로 쓰는 습관을 유지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써 보고 또한 주변의 사물과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지도해야 한다. 위의 내용을 황태식 씨의 글을 중심으로 좀더 실제적인 지도방법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의 진로를 고려해 대학의 지원 동기와 학업계획을 준비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학생의 관심사와 흥미 적성을 고려하여 진로를 모색하고 조기에 진로를 결정하게 한다. 또한 이것을 전제로 다양한 독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진로와 관련된 소양을 닦도록 지도한다. 이를 위해 지원대학의 이념, 학과의 특성, 적성, 커리큘럼 등을 확인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문제의식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비판적 사고는 건전한 회의주의로서 정확성․타당성․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어떤 주장, 신념, 정보의 출처를 정밀하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에게 우리 사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왜?’라는 물음을 던져주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도록 자극한다. 셋째, 교과공부를 더 깊이 하도록 지도한다. 논술의 답안을 차별화할 수 있는 배경지식을 평소에 조금씩 공부하고 교과서의 개념과 원리에 대해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하며 필요에 따라 해당 과목의 교사의 협조를 받아 특강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에는 독해력과 어휘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영자신문이나 인문서 원전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게 하도록 한다. 넷째, 신문과 칼럼을 활용한다. 시사 이슈는 가치관과 비판적 사고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획 기사나 칼럼 등을 통해 시사정보를 얻게 하고 이것을 윤리, 사회, 역사 등의 교과지식과 관련지어 정리하게 하면 풍부한 논리적 근거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자연계는 과학 이론과 시사를 접목시키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으므로 과학 잡지나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과학시사 부분을 보충, 이를 교과 지식과 연계하여 정리하도록 지도한다. 다섯째, 영어 독해 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최근에 주요 대학들이 교과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논술과 구슬 면접에 영어지문을 증가시키는 추세이다. 인문계열은 시사와 관련된 제재의 출제 빈도가 높으므로 영자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 등을 꾸준히 읽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자연계열의 경우에도 상위권 명문대를 중심으로 과학 관련의 시사 지문 또는 개념에 관한 지문이 영어로 제시되고 있으므로 기본적인 과학 관련 영여 어휘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꾸준한 요약훈련을 해야 한다. 논술 문제의 최근 경향은 주로 2~4개의 지문을 주고 지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출제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문의 핵심 내용 파악 여부가 중요하다. 200~400자 내외로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보는 훈련은 지문 독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울러 대학들의 기출 문제의 지문을 활용해 연습하여 출제 경향도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일곱째, 단계를 밟으면서 글쓰기 연습을 하고 글에 대한 평가를 받도록 지도한다. 원고지 사용법이나 서론-본론-결론의 역할 등 형식적 요소를 익히고, 짧은 문단 쓰기부터 시작하여 개요 작성 훈련을 통해 글감을 배치하고 구성하는 연습과정을 거쳐 400~600자로 분량의 짧은 논술문을 쓰게 하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분량을 늘려 1000자 이상의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논술능력의 향상과 효과적인 지도방안에는 지름길이 없다. 단기간에 벼락치기 강의나 ‘교양’이란 이름으로 요약된 책을 읽는 것으로 논술능력이 신장될 수 없다. 교사와 학생이 앞에 제시한 실제적인 일곱 가지 방법을 매일매일 실천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학생의 논술실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단계적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타 과목 교사들과 협조하여 지도한다면 효과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효선 / 서울 송화초 교사 딱딱하고 어렵다는 생각 버려야 저녁 시간에 외출하던 차 안에서 작은 아이가 외쳤다. “와, 반달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동그란 보름달이었는데 왜 달라졌지?” 작은 아이는 이제 겨우 네 살이다. 달의 모양이 왜 바뀌는 지를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되물었다. “글쎄? 엄마도 잘 모르겠네. 왜 그럴까?” 아이는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더니 “음, 보름달이 친구 집에 놀러 갔거든. 자기 집을 비워 놓고 가면 안 되니까 반쪽을 남겨 놓고 간 거야. 친구 집에 갔다 오면 다시 보름달이 될 거야”하고 말한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아! 그렇구나”하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논리나 논술이라고 하면 무척 딱딱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논술은 대학입시와 관련된 골치 아픈 공부쯤으로 여겨져 왔다. 누군가가 ‘논리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라고 한다면 왠지 긴장되고 불편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논리나 논술은 결코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판단은 변할 수도 있다. 이 때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할 만큼의 충분한 이유를 들어서 내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논리이고 논술이다. 우리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전달함으로써 남이 알아듣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모두 논리나 논술과 관련 있는 것이다. 네 살짜리 어린아이도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대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논리나 논술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과제 해결하는 모든 과정 ‘초등학교에서도 서술형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의 발표 이후 초등학생들의 논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형 서점의 아동도서 코너에는 ‘아동용 논술 교재’라는 분야가 새로 만들어졌고, 논술이라는 제목을 단 아동용 글쓰기 교재만도 수백여 권에 이른다.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논술·독후감·일기쓰기’ 분야의 신간은 48권이었지만 올해는 111권이고, 판매 권수도 같은 기간 1만여 권에서 1만8000여 권으로 거의 배가 됐다고 한다. 학원들은 논술 특수를 틈타 논술시장을 잡겠다고 나서고, 신문에서도 초등학생 논술 교육을 책임진다는 논술 토론 학습지 및 독서 논술학원 선전 광고가 종종 눈에 띈다. 5세 어린이가 논술학원 원장에게 예비 논술 지도를 받는다는 신문기사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뜨거운 논술의 열풍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논술이란 무엇일까? 학습지나 학원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어떠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일정한 틀에 맞춰서 그럴 듯 하게 써내려가는 것이 논술의 전부일까? 학부모들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처럼 영어, 수학, 과학 등과 마찬가지로 따로 공부를 해야만 하는 한 과목이 추가되어 학생들의 공부 부담만 늘어나게 된 것일까? 각 단계별로 주어진 학습지나 예시 문제를 통해 반복하여 연습하면 금세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벼락치기가 가능한 공부에 불과한 것일까? 논술이란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증명하여 다른 사람이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논술의 도구, 내용, 방법, 목적이 모두 나타나 있다. ‘말이나 글’은 논술의 도구가 되고, ‘자신의 생각’은 논술의 내용이 된다. ‘논리적인 증명’은 논술의 방법이고 ‘다른 사람이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논술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논술은 자기주장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들어서 논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논술은 꼼꼼하게 사리를 분별하고, 이치를 따지는 논리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다. 논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문제를 논리적인 절차와 규칙에 따라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문제를 검토할 줄 아는 능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 또한 필요하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인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이 논술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다.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주어진 과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논술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출발한다. 논술이란 골치 아픈 또 한 과목의 공부가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를 진지하면서도 흥미 있게 연구하고 가꿔가는 삶의 일부분인 것이다. 폭넓고 다양한 독서활동이 바탕 유명한 경제학자인 엘빈 토플러는 《제 3의 물결》에서 공장 굴뚝 시대에 산업 인력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로 성실성, 책임감, 명령에 복종하는 규율 등을 꼽았다. 사회에 필요한 양질의 인력을 공급해야 하는 학교 교육은 당연히 학생들에게 이러한 자질을 학습시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교육 또한 마찬가지였다. 산업화 시대에 경제 개발을 이룩하기 위하여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순종적인 인재들을 길러내 온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어떠한가? 주어진 일을 말없이 해내는 우직한 사람보다는 창의성과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참신한 인재들을 우대하고 있다. 교육 또한 ‘대개혁’ 또는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창의력과 사고력, 독창성 등을 계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중의 한 가지가 바로 ‘논술 고사’와 ‘서술형, 논술형 평가’다. 덕분에 논술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논술 광풍’이라고 불릴 만큼의 열기를 띄고 있다. 논술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증명하여 다른 사람이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논술은 올바르게 생각하는 교육이다. 이러한 논술은 어떠한 일을 바르게 파악하고 분석하며 종합하는 힘을 길러준다. 논술의 질은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 논리적인 사고력, 창의적이고 발상적인 사고력 등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은 해당 문제와 관련되는 여러 요인과 관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또한 논리적 사고력은 생각들 또는 주장과 근거 간에 억지나 비약이 없이 자연스럽고 타당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한편 창의적이고 발산적인 사고력은 문제를 주어진 틀이나 상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것들은 암기를 통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폭넓고 다양한 독서와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인 사고의 훈련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즉 논술 교육의 핵심은 논술식 사고 능력과 태도를 길러주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서 일상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과 관련되는 배경 지식을 갖게 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와 상황을 인식하는 깊은 눈을 갖게 하는 것 또한 논술 지도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논술을 통하여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봄으로써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여기에 바로 논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해답이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읽고 쓰기 즐겨야 많은 사람들이 논술은 대학 입시를 위해 필요한 것이고 고등학생이나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초등학생에게 무슨 논술 지도가 필요하냐?’고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논술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논리적이고 독창적인 사고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려면 타당한 근거를 들어서 논리적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이 때 남들과 똑같은 생각만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리적 사고와 독창적 사고가 하루아침에 얻어질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평소에 사물에 대한 독창적인 시각을 키우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깊고 조리 있게 생각하는 힘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논술의 열쇠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새롭게 생각하는 힘, 바로 창의력과 사고력인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는 것도 필요하다. 늘 왕성하게 생각하는 사람, 당연한 사실에도 의구심을 품고 항상 새롭게 생각해 보는 사람,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논술의 기초는 독서와 토론, 글쓰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어린 시절에 좋은 책을 많이 읽어 폭 넓은 사고력을 키운 아이들이 커서도 유연하면서 논리 정연한 글을 쓰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올바르게 전할 수도 있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사물이나 상황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 그럴까?’라는 물음을 가지거나 그 이유를 찾고자 노력한 사람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과 규칙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데 자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논술의 내용물은 하루아침에 채워지지 않는다. 논술은 기본에 충실한 독서와 토론이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배우듯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논술은 단순히 읽고 쓰는 기술로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독창적으로, 명료하게, 창의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로 논술 평가에 있어서도 정형화된 글보다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배우고 익힌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글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 은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 취지를 ‘어릴 때부터 자기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독창적인 생각을 갖고 그것을 정리하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논술시험을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예비 초등 교사들에게 작문과 화법, 독서교육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서울교대 원진숙 교수는 “논술 실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읽고 쓰기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논술은 더 이상 대학 입학을 위한 고등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PAGE BREAK] ‘생각의 날개’ 달아주는 훈련 필요 논술이 무엇인지, 또 왜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데이비드 A. 화이트 박사는 노스웨스턴 대학 지능계발센터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논리 수업을 해왔다. 논리력 계발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체계적인 사고력과 가치관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의 학생들과 함께 토론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는 논쟁적인 논리 수업이 끝난 직후 한 초등학교 어린이가 활기찬 목소리로 “선생님, 저는 논리 수업이 좋아요. 우리가 떠들면서도 칭찬받는 수업은 이것뿐이거든요!”라고 외친 일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놀라운 일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교실 수업 장면은 어떠한가? 질문을 하지 않는 아이들, 가르쳐 주는 것만 그대로 외우려는 아이들, 교사가 질문을 하면 답을 찾아보려고 하지 않고 “몰라요”라고만 대답하는 아이들, 자기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 책읽기와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아주 어릴 때는 어른들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던 아이들이 이제는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고 귀찮아하게 되었다. 교실에서 토론을 벌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다른 친구들의 주장에 찬성만 하고 있거나, 여러 가지 의견에 대해서 반대는 하지만 정작 자신의 주장은 펼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많은 아이들이 내가 아닌 ‘남’의 생각에 얽매여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서투르고 미흡하더라도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가고 표현하다보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스스로 해결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자기 생각을 이치에 맞게 풀어낼 수 있는 힘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이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머리 속에 끊임없는 생각의 샘을 솟아나게 하고 생각의 날개를 달아주는 훈련을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고 멋진 일인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논술 전문가들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와 토론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논술에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 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려면 많은 경험과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독서를 많이 하면 이러한 배경지식이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사고력 신장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므로 생각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아이들이 책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대화를 통하여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짧고 간단한 느낌으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읽은 내용을 남에게 조리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렇게 읽고 이야기하는 습관이 길러지고 나면 토론수업을 통해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다. 토론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반대논리에 부딪혔을 때 대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의력이 길러진다. 또한 교사는 아이들이 항상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지도하고, ‘왜’라는 질문과 대담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창의적인 생각들을 유도해 내야 한다.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서 논술을 위한 ‘기초체력’도 키워주어야 한다. 글은 지식이 많은 아이가 잘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표현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어려서부터 키워주어야 한다. ‘말 주머니’ 채워 넣기, 책 선전문 만들기, 책 주제가 만들기, 엽서 쓰기, 생각그물 만들기, 상장 만들기,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등의 신나고 재미있는 독후 활동들을 통하여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또 처음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기나 독서 감상문을 써보는 것도 좋다. 일상적인 글이라도 직접 한번 써봄으로써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며 글 쓰는 흐름을 익히게 된다. 직접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 논리의 허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허점을 인식하면 메우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견고한 논리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경험보다 값진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직접 글로 써보면서 자연스럽게 논술에 익숙해질 것이다. 말하고 쓰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 욕구인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그러한 재능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결국 독서․토론․글쓰기가 삼위일체를 이루며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논술의 기초가 탄탄히 다져지는 것이다. ‘논술은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자 언젠가 논술을 김밥말기에 비유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논술이란 김밥처럼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담아 논리적으로 단단히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색깔의 재료가 들어있는 맛있는 김밥과 논술의 비유가 참 재미있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김밥처럼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과 의견을 담아서 논리라는 틀에 넣어 단단하게 말아서 싼 논술.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밥처럼,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납득할 수 있는 논술이라면 정말 좋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김밥을 만드는 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논술을 접하게 되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 논술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맛이 없는 반찬도 선생님이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으면 ‘정말 맛있다’며 즐겁게 따라서 먹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 그 답이 있다. 먼저 선생님들부터 논술은 쉽고,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논술은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자. 나무가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지내야만 나이테가 생기는 것처럼 아이들도 많은 경험을 해야만 생각과 지혜를 쌓을 수 있다. 조금은 엉뚱하고 미흡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잘 이야기했을 때 “정말 멋진 생각이구나! 그 생각들을 벽돌이라고 생각하고 차곡차곡 쌓아보렴. 아주 단단하고 멋진 생각의 집이 지어질 거야. 그게 바로 논술의 성이란다”라고 이야기해준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너도 나도 멋진 성을 짓기 위해서 열심히 생각의 벽돌을 쌓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서 우리들은 논리와 창의라는 벽돌로 지어진 멋지고 단단한 논술의 성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남렬 / 한양대사대부속여고 교감 1. 논술, 어떻게 써야 하나 논술고사는 단순히 수험생의 작문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논술고사를 치르는 뜻은 교과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전개 능력을 살펴, 수험생이 과연 대학생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 자질과 학습 태도를 갖추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학생들이 작성한 논술 답안을 살펴보면, 대개 문제가 요구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주변만 맴돌다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에 박힌 당위적 내용의 나열과 지루할 정도의 동어반복, 의미 전달이 정확하지 않은 문장 사용 등은 대부분의 답안에서 일반적으로 확인되는 현상들이다. 답안 작성에 있어서는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과 관련된 것인가? 질문의 초점은 무엇인가? 답안 작성과 관련하여 제시된 전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먼저 이런 질문을 떠올려 출제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험생들을 보면 일단 써 놓고 보자는 식으로 문제를 받아들기 바쁘게 작성에 들어가는데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이렇게 몇 줄 쓰고 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자꾸 비슷한 말을 되풀이하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글이 전개되기 쉽다. 문제가 요구하고 있는 내용을 파악한 다음에는 글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서두는 어떻게 시작할까? 중간 단락은 어떤 내용으로 펼칠까? 끝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할까? 예시는 어떤 내용이 적절할까? 어떤 부분을 특히 강조할까? 개요는 글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므로 글쓰기에 앞서 개요를 작성해 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방법이다. 적절한 예시는 창의성과 논리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어 글에 무게를 더해준다. 답안 작성에 있어 무조건 첫째, 둘째 식으로 나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간혹 지문에 제시된 내용을 말만 조금 바꾸어 장황하게 되풀이해 쓰거나, 주제와 직접 연관이 없는 문제에 대해 길게 늘어놓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감점 요인이 된다. 채점자가 읽고 나서도 수험생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 피상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점하다 보면 예상 문제를 외워 옮겨 쓴 답안지를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이런 답안지는 최하의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유념할 점은 문제가 요구하고 있는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제에서 ‘무엇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어떤 것과 관련지어, 예시의 방법으로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라고 했다면, 글의 순서나 구성도 문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 좋다. 또 반드시 펜으로 작성하라고 했는데 연필로 작성하여 0점 처리되거나, 몇 백자 이상 쓰라고 했는데 분량이 조금 못 미치게 써서 많은 감점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항상 질문 속에 들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초고를 완성한 다음에는 검토의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정확히 파악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 논리에 비약은 없는지, 문장 표현에 어색한 점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원고지 사용법은 올바로 지켰는지, 띄어쓰기와 맞춤법에는 이상이 없는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원고를 고쳐야 할 때는 원고지 사용법에 따라 교정부호를 써서 고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채점자가 정확히 알아 볼 수 있도록 쓰면 감점하지 않으므로 답안지가 지저분해져서 감점을 당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 논술에 대한 준비는 예상 가능한 여러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 유형에 따라 작성 요령만을 익히는 연습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예상 답안을 외우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다. 이는 마치 수학 문제를 모두 외워서 풀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슷한 주제로 물었더라도 제시된 자료나 질문의 방법에 따라 답안 내용은 천차만별로 달라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지망하려는 대학에서 출제하는 모의고사 문제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은 좋은 준비 방법의 하나이다. 대개의 경우 본고사 또한 모의고사의 유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왜 이런 문제가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가? 이 문제의 쟁점은 무엇이며, 이에 대해 견해가 갈리는 까닭은 어째서인가? 이 문제에 대해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런 의문들을 지니고 문제를 쟁점화하고 생각을 정리해 두면, 출제자가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어떤 주제와 관련된 글을 읽을 때는 피동적으로 따라 읽지 말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거나, 반론을 제기하고 스스로 해답을 제시해 보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다. 혹은 상반된 입장에서 쓴 글을 함께 읽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친구들과 어떤 주제를 놓고 토론해 보는 것도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논술고사를 잘 치르려면 평소 여러 관련 주제에 대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결코 답안 작성 요령을 익히거나, 모범답안을 외우는데 있지 않다. 논술고사는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2. 논술답안 작성 요령 가. 논제의 파악 :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논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출제자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유의해야 할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나. 자신의 입장 확정 : 문제나 사안(事案)에 대해 몇 가지 가능한 반응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경우(가령, 찬성 또는 반대) 자신의 입장을 확정한다. 다. 주제문 작성 :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여 표현하는 주제문을 작성한다. 라. 논지의 정리 : 자신의 논지(論旨)를 뒷받침할 근거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예화(例話)를 찾아본다. 마. 전체 개요 작성 : 무엇을 어떤 순서로 써 나갈 것인지를 구상하여, 전체적인 개요(槪要)를 잡아 본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내용을 짜임새 있게 논리적으로 전개시켜 나가는 데 총력을 다 한다. 바. 가능한 반론의 반박 :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에 대하여 제기될 수 있는 반론(反論)을 예상해 보고,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고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도 개요에 포함시킨다. 사. 논술문 작성 : 개요에 따라 글을 써 내려간다. 떠오르는 영감(靈感)에 자신을 맡기며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한다. 아. 최종 검토 : 써 놓은 것을 객관적 입장에서 살펴보면서 뺄 것은 빼고 보탤 것은 보태고 다듬어,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지 검토한다. 자. 제출 : 자신이 주장하려고 한 것이 명확하게 표현되었다는 확신이 서면, 답안지를 제출한다. 3. 논술문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 가. 자신의 입장 주장 의견이 명료하게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논술문의 주체성) 나. 주장하려는 주제가 뚜렷하게 부각되어야 한다. (주제의 명료성) 다. 주제의 구성이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구성의 체계성) 라. 전개가 논리적이어야 한다. (전개의 논리성) 마. 논거가 적절해야 한다. (논거의 적절성) 바. 표현이 정확해야 한다. (표현의 정확성) 사. 내용이 참신해야 한다. (내용의 참신성) 아. 알아듣기 쉬운 구체적인 논거와 사례를 활용해야 한다. (사례의 구체성) 4. 논술,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가. 스스로 사유하는 습관을 길러라! (비틀거리더라도 자신의 두 다리로 걷는 법을 배워라!) 나. 관행의 벽을 허물라! (다르게도 생각될 수 있음을 잊지 말고 그 가능성을 찾도록 노력하라!) 다. 일관성 있게 사유하라! (사유의 귀결 내지는 결과를 미리 내다보며 애초의 의도 내지는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라! - 애초의 의도 내지는 취지에 비추어 지금의 내 생각이 일치하고 있는지를 검토하라!) 라. 남(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남의 입장에서, 과연 나의 이러한 주장들이 납득될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검토해 보라!) 마. 문제의식을 가져라! (일상의 자명함 내지는 익숙함에 안주하지 말고, 왜 그런지, 꼭 그래야 하는지 등을 묻는 습관을 가져라!) 바. 무엇이 문제인지 꼼꼼하게 따져 보아라! (문제를 의식했으면 그냥 넘어 가지 말고 무엇이 문제이며, 왜 그러하며 대안 내지는 해결책이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며 정리해 보아라!) 사. 주제(문제)의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려 보아라! (모든 가능한 측면들을 다 고려하라!) 아. 주제(문제)의 핵심(본질)적인 요소, 차원들로서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서 열거해 보아라! 자. 그 차원, 계기들로 전체의 얼개를 짜라! 차.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요소 내지 계기들에 대해서는 뒷받침이 될 만한 근거를 찾고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찾아라! 카.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과 토의하는 자리를 많이 가져라! (한 문제에 대해 그토록 많은 시각, 관점, 입장, 주장, 의견들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인데, 그 다양함 속에 자신의 주장이 어떠한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배워라!) 타. 자신이 말하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항상 ‘왜’ 라는 물음을 던져 보라! 상대방이 말하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항상 ‘왜’ 라는 물음을 던져 보라! 파. ‘사실’ 확인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나아가 그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으며 ‘왜’ 그런지를 알아보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하. 기초교양이 되는 서적들을 많이 읽어서 교양을 넓히고 심화시켜라! 텍스트를 정확하게 읽고 해석하여 요약 정리하는 훈련의 기회를 많이 가져라! 거. 신문사설과 ‘시론’, ‘논평’ 등을 많이 읽어서 논증의 사례들을 배워 익혀라! 그것들을 직접 분석하여 요약․정리하며 논증의 단계를 검토하여 보아라!
글 | 박하선 / 사진작가·여행칼럼니스트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사는 동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장수에 대한 비결을 찾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결과는 항상 신통하지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현실을 벗어난 어떤 이상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 덮인 산들에 둘러싸인 낙원 그 이상의 세계라고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저 멀리 파키스탄 북쪽의 카라코람 산 속의 깊숙한 곳에 장수마을로 유명한 그럴듯한 곳이 있다기에 가슴 설레며 찾아간다. 그곳은 다름 아닌 한동안 전설처럼 들려왔던 '훈자왕국'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라코람의 깊숙한 곳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훈자 마을들. 그곳을 찾아가는 데는 대단한 인내와 모험심이 필요하다. 현대문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심산유곡을 굽어 돌고 기어올라야 하는 험난한 교통 때문에 아직껏 누구에게도 그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그 고난의 길은 곧 비경을 찾아가는 길이다. 세계 최고의 비경들은 어디나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어 항상 아무에게나 그 모습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용기 있는 자에게만 그 비경을 즐길 수 있도록 특전을 부여한다. 그래서 더욱 값진 것일 게다. 그 비경 속을 헤치고 훈자의 중심 '카리마바드'에 도착할 때는 핑크빛 노을이 주변 산들을 포근히 감싸고 있었다. 카리마바드는 훈자지역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온 사방이 눈 덮인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뒤쪽 산중턱에는 옛 훈자왕국의 왕궁이 있다. 그 아래 평평한 곳에는 쑥쑥 자란 포플러와 살구나무, 푸근한 밀밭이 있어 마치 낙원처럼 보인다. 누추한 삶 속에서도 장수 누려 이 훈자지역은 1891년 영국의 침략이 있기 전까지 거의 바깥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은 각기 독립된 여러 왕국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1974년 파키스탄에 병합되기 전까지도 계속해서 왕국으로 남아 있었다. 그 마지막 왕인 '자말 칸'의 초상은 아직껏 몇몇 가정에 의연하게 걸려있어 그 전설이 이어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훈자쿹'이라고 불리는 이곳 훈자 사람들은 어딜 가나 대단히 친절하다. 이슬람의 한 분파인 '이스마일리'를 믿고 있으며 훈자 중심부 사람들은 '불루샤스키'라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잘'이라고 말하는 위쪽의 훈자 사람들은 중앙아시아의 '타지크인'들이 많아서 '와키'라는 언어를 사용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모자를 쓰는 게 특징인데, 여자들은 수가 놓여있는 둥근 모양의 소형 모자를 살포시 눌러쓰고 그 위에 숄을 걸치고 다닌다. 하지만 다른 회교도들과는 달리 얼굴을 가리는 법은 없다. 그 모습이 모두가 왕녀처럼 화려해 보인다. 또 남자들은 둥글납작한 마치 커다란 호떡 모양의 모자를 주로 쓰는데 그것은 그들의 주식인 '차파티'라는 빵 모양이기도 하다. 진흙과 돌을 버무려 지은 집들의 외관이 도저히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해 보이는 것을 비롯하여 주변의 모든 것들이 구차하기 이를 데가 없는 누추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장수마을로 명성을 떨쳐 왔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90세 이상이 현재 주민의 3%이고 80세 이상이 15%나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균 수명이 82세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훈자인들 만의 비결 '훈자워터' 이들의 주식은 우유, 치즈, 차파티 안에 통밀을 넣은 것과 살구기름이다. 바로 이 살구기름이 좀 특이한 사항이다. 이 지역이 장수의 고장이라고 소문이 나자 각처에서 학자들이 몰려들어 그 장수의 원인을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첫째로 맑은 공기와 사회적 스트레스에서의 해방을 들고, 둘째는 저 지방 음식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점, 그리고 과일, 특히 살구를 많이 먹고 있다는데 있다. 요즈음은 여기에 하나 덧붙여 '훈자워터'라는 이들의 식수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리마바드 바로 뒷산인 '울타르피크'는 해발 7000m가 넘는 고봉으로 카리마바드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면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들이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식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은 모래인 지대를 지나 마을 앞에 도달하기 때문에 시멘트가 섞인 것처럼 흙탕물이 되고 만다. 도저히 그냥은 마실 수가 없어 보이는 이 물을 이곳 사람들은 거침없이 마셔대도 아무 탈이 없다. 아니 도리어 장수해 왔다. 이곳에 온 어떤 여행자가 이 흙탕물을 호기심에 몇 모금 마시고 몇 날을 설사병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이 흙탕물이 연구 대상이 되면서 '훈자워터'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카리마바드 뿐만 아니라 근처의 '파수', '꿀밑' 등 훈자 전 지역을 돌아다녀 봐도 살구, 사과, 호도 등의 과일이 풍부하다. 특히 살구는 건조시켜 사철 아무 때나 살은 살대로 먹고, 씨껍질은 연료로 쓰며, 씨는 땅콩이나 아몬드처럼 먹기도 하고 기름을 짜기도 해 그야말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어느 집을 방문해도 제일 먼저 내놓는 것은 차와 이 말린 살구였다. 마을 도처에 널려있는 살구나무들은 거의가 고목들로, 훈자 사람들이 살구를 즐겨 먹게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곳 훈자인들이 장수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지만, 이제 예전 같지가 못하다는 사실이다. 점차 평균 수명도 떨어져 이제 80세 이하에 머물러 있고 100세가 넘는 노인을 만나기가 훈자에서도 이제 수월치가 않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점차 올라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생각해 볼 때 아이러니한 일이다. "현대문명은 장수의 적인가!"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는 이 시대에, '역시 장수에는 자연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훈자 마을의 신비롭고 슬픈 전설 이 훈자 마을이 장수하는 곳인 동시에 낙원처럼 보이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가 있다. '제임스 힐튼'이 지은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리라'의 모델이 바로 이 훈자 마을이었던 것이다. 그 소설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아주 기막힌 곳이 카리마바드 뒷산 높은 곳에 고고하게 서 있다. '발티트 성'이라 부르는 옛 훈자 왕궁이 바로 그곳이다. 4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 왕궁은 발티스탄의 한 공주가 이곳으로 시집올 때 결혼 지참금으로 많은 석공, 목수, 공예가들을 데려와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너무 낡아 텅 비어있는 상태이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왕족의 후손이 이곳에서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이 흰색의 왕궁은 울타르피크의 정기를 받아 찬란히 빛나는 꿈의 세계처럼 신비로움을 자아내면서 지난날의 슬픈 전설을 떠오르게 한다. 옛날 티벳의 '카이저 왕'이 이곳 훈자를 점령한 후 '부블'이라는 훈자 공주에 반해 결혼을 하고 신혼의 단꿈에 빠져 지내다가, 어느 날 꿈속에서 티벳이 다른 민족의 내습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본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떠나기 전 공주를 울타르피크 꼭대기에 밀 세 가마와 함께 올려놓고 1년에 한 톨씩만 먹으라고 일렀다. 그 밀이 다 떨어지고, 당나귀에 뿔이 돋아나고, 방앗돌에 수염이 자라나고, 강물이 거꾸로 흐를 때, 자기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떠났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공주의 울음만 남게 되어 그 애처로움이 울타르피크를 뒤흔들게 되었다. 지금도 간간이 그 울음소리가 눈사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현재가 교차하는 세계 이 훈자지역 또한 과거 실크로드 상의 중요한 거점으로 수천 년의 세월을 두고 중국과 인도 등을 잇는 상인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특히 중국 쪽에서 건너오는 암염의 상권을 놓고 빚어졌던 숱한 얘기들이 전설처럼 전해 오고 있다. 지금은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통과하기 때문에 그 악명 높던 '자랍 고개(해발 4733m)' 매끄럽게 넘나든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또 메마른 협곡을 감아 도는 훈자강을 따라 하늘을 찌를 듯한 괴괴한 산들을 바라보고 가노라면 꿈을 꾸는 기분에 젖어든다. 이곳에서는 시간 개념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환상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환상의 세계, 우리들의 이상향처럼 느껴지는 훈자.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살구꽃 만발하는 그림 같은 마을들. 이곳에는 우리에게서 이미 떠나버린 그리운 것들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슬픈 전설을 간직한 '훈자 마을'의 풍경을 새교육 12월호에서 만나보세요.
글 | 김연수/생태사진가 구한말 서울에 나타나기도 러시아 연해주, 중국 헤이륭장성과 지린성, 북한의 백두산과 개마고원 일대에는 400여 마리의 동북호랑이가 자연 상태로 생존해 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1943년 이후 공식적으로 확인된 개체수가 단 한 마리도 없다. 1910∼1930년대에 일본제국주의는 조선사람들을 맹수로부터 보호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조선총독부 산하의 포수들을 시켜 호랑이를 무차별로 포획했다. 일본은 섬이어서 호랑이가 없는 까닭에, 조선총독부의 고위관리들이 일본황실에다 호랑이가죽을 상납하는 것은 출세길이 보장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설이나 민화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맹수라기보다 의리 있고 정감 있는 이웃이었다. 깊은 산골동네면 어디든 '범바위', '범골', '범고개' 등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남아있다. 구한말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러시아공사관 주변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기록도 있다. 아마 인왕산호랑이가 먹을 것이 궁해서 인가로 내려왔던 것 아닌가 싶다. 사람을 보면 피하는 삼림의 왕 호랑이의 정확한 우리말은 범이다. 하지만 일제가 범과 늑대 같은 맹수 구제(驅除)를 하면서 총칭으로 부르던 호랑(虎狼)이가 굳어졌다. 옛 이름에 범골, 범바위는 있어도 '호랑이골', '호랑이바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조선범'이라고 부른다. 조선범(아무르 호랑이)은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며, 벵갈 호랑이나 수마트라 호랑이, 인도차이나 호랑이보다 덩치가 크고 이마에 임금 왕(王)자 무늬가 뚜렷하며 용맹하다.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도는 오렌지색 털이 나 있고 수염, 가슴, 허리, 사지 안쪽의 털은 하얀색 또는 밝은 크림색이다. 수직 줄무늬는 회색, 붉은 밤색, 검정 등이다. 털 무늬는 호랑이마다 다르다. 꼬리 끝 부분은 검정 털로 돼 있으며 얼굴 털은 다른 부위에 비해 다소 긴 편이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주로 뒤에서 목덜미를 습격하는 사냥습성을 가졌고 실제로는 겁이 많은 동물이다. 삼림의 왕자로 통하는 호랑이도 사람들을 보면 도망친다. 지난 1997년에 필자는 야생 상태의 호랑이를 취재하기 위해 한 달 넘게 러시아 연해주의 '시호테 알린' 산맥 일대를 샅샅이 돌아다녔지만, 녀석들은 먼발치에서 우리 일행을 보면 도망쳐 흔적만 남길 뿐이었다. 인간들에게 밀려난 호랑이들 시베리아 호랑이 야생연구소를 돕고 있는 미국의 '호노커(Hornorcker)' 자연생태연구소에 의하면 구 소련 시절의 러시아 극동지방에는 600여 마리의 호랑이들이 살고 있었으나, 1980년대 중반에 소련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혹독한 추위와 생활고에 시달린 러시아인들이 엘크와 우수리사슴을 닥치는 대로 사냥해 호랑이들의 먹이가 크게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울창한 삼림이 벌목되고 무분별한 광산개발로 호랑이들은 인간들에게 점점 밀려나갔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밀렵꾼들은 한약재로 쓰이는 호랑이 뼈와 값비싼 가죽을 팔기 위해 마구 포획, 지금 생존해 있는 호랑이는 400마리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연의 먹이사슬을 유지해야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호랑이나 표범으로 보이는 고양이과 동물의 커다란 발자국들이 종종 목격된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생태계의 상위포식자인 호랑이가 생존해 있으려면 그들의 먹이인 대륙사슴이며 노루, 산토끼 등이 풍부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나 백두산 일대에 떼지어 사는 대륙사슴도 남한에서는 멸종된 지 오래다. 그리고 하루의 행동반경이 40∼70㎞에 이른다는 호랑이들이 전국의 산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은 지도 62년이 넘었다. 온 국민의 노력으로 헐벗은 민둥산이 울창한 산림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호랑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포식자인 호랑이가 없으니까 그만큼 천적이 없어진 멧돼지며 너구리 같은 중간포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이 땅에서 호랑이를 다시 만나려면 그들이 살 수 있는 먹이조건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삼림의 이동로가 연결되어야 한다. 설령 남한 땅에 호랑이 한 두 마리가 생존해 있다 해도, 그것은 그리 의미 있는 일이 못 된다. 남북통일이 되어서 휴전선의 철책이 사라지는 순간 백두대간을 따라 호랑이들이 러시아와 중국에서부터 남북한까지 자유스럽게 오갈 수 있게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이어지는 자연보존이 우선이다. 지금과 같이 무분별한 개발이 계속된다면, 우리 자손들은 동물원 우리 속에 갇힌 나약한 호랑이들만을 보게 될 것이다. *벗과 같이 친숙한 호랑이의 모습! 새교육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시 학교 부럽지 않아요" 학교시설이나 교수․학습 여건에 있어 도농(都農)간 격차가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오히려 최근에는 유휴교실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활동, 소인수 학급에 따른 개인별 맞춤지도 등으로 농어촌 학교가 도시 학교보다 교육 환경이 앞서는 사례도 많다. 전북 고창군 무장면에 위치한 무장초등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농촌에 이런 학교도 있구나!”하는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또한 교내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나면 그 감탄은 “우리나라에 이런 학교도 있구나!”로 바뀌게 된다. 1만 여 평의 대지위에 원형으로 지어진 첨단 교사(校舍), 계획적 조경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풍경…. 안으로 들어가 보자. 전교생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급식실, 서 너 개 학급이 함께 체육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체육관, 200석 규모의 시청각실, 디지털도서관과 전산실, 방송실, 어학실, 보건실, 과학실, 교사연구실 등 교수․학습에 필요한 모든 특별실이 갖춰져 있다. 교내는 둥그런 ◎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복도를 따라 걷다보면 처음 그 자리가 나온다. 이밖에 장애인용 화장실, 수신자부담 공중전화까지 갖추고 있다. 학교 측은 “설계 당시부터 학습자 중심의 완벽한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둔 건물”이라며 “이제 학교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의 커다란 자랑거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교 강당은 지역주민을 위한 결혼식장으로, 영화관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장협의회, 의용소방대 등 이 지역의 크고 작은 모임은 대부분 학교에서 이뤄진다. 밖은 어떠한가. 고인돌, 초가(草家), 정자(亭子)가 어우러진 야생화 단지에는 수많은 우리 꽃과 들풀이 자라고 있다. 노작교육이 가능한 밭도 있다. 수업과 공연을 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은 물론이고 운동장이 2개나 된다. 넓은 학교 곳곳에서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역유지의 도움을 받아 조성한 국화단지가 가을이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천편일률적인 구조에서 탈피, 첨단시설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무장초. 199명의 학생과 20여 교직원의 보금자리인 무장초의 오늘은 지역사회와 교육기관이 이뤄낸 합작품이다. 지난해 새 교사(校舍)를 지어 현재의 자리로 옮겨오기 전까지 무장초는 문화재 보호구역인 무장읍성 내에 있었다. 문화재 보호구역에 있다 보니 학교가 낡아도 개․보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의 학습활동에 지장이 큰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무장읍성을 개발해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고창군청과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고창교육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현재의 터에 학교를 신축, 이사한 것이다. 1909년 사립무창학교로 시작한 무장초는 내년 2월이면 95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역사 깊은 학교다. 도시 못지않은 환경을 갖췄지만 무장초도 다른 농어촌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농현상에 따른 학생 수 감축이라는 어려움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결손가정의 어린이도 많은 편이다. 특기․적성교육의 활성화로 모든 사교육을 학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읍내로 나가려는 학부모들의 성화 또한 대단하다. 이 학교 정진흥 교장은 “현재 고창에는 24개 초등학교와 14개의 중학교가 있는데 2010년이 되면 모든 학교의 학생 수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어촌 학교를 살리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또 “무장초가 비록 농촌에 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교수․학습 여건을 갖춘 만큼 전 교직원이 합심해 돌아오는 농촌, 자랑스러운 학교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이낙진 leenj@kfta.or.kr
김홍렬 / 서울시교육위원 2005년 초․중등교육재정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2004년 이전에도 교육재정은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2005년은 거의 부도상태다. 2003년에 16개 시․도교육청은 728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였고, 2004년에는 6000억원을 발행하여 살림을 꾸려나왔다. 하지만 2004년 12월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여, 개정법이 적용된 첫 해인 2005년 시․도교육청의 지방채발행예산액은 3조원을 초과하는 규모로 급증하고, 교육환경개선사업과 교육사업, 학교운영비 예산이 급감하는 등 교육재정은 거의 현재수준의 초․중등교육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그리고 2006년 지방채발행액은 4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교육재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악화될 것이다. 초․중등교육재정이 악화된 것은 정부가 지방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시키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2004년에 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보면, 정부가 일반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지방교부세를 규정한 행정자치부소관의 지방교부세법과 상당부분 비슷해졌음을 알 수 있다. 개정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이 의무교육기관 교원에 대한 봉급교부금, 내국세 13%인 경상교부금, 교육세인 지방교육양여금으로 구성되었던 반면, 지방교부세는 내국세 18.3%로 단순하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방교부세처럼 단순화한다는 명목으로 봉급교부금을 폐지하고, 지방교육양여금을 경상교부금과 통합하였다. 이 외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7조 2항과 제12조는 각각 지방교부세법 제8조 2항과 제15조를 본 떠 신설한 조항이다. 실제로 200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정부안 작성과정에 지방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지방분권혁신위원회의 한 인사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전에는 봉급교부금을 확대하여 지방교육재정을 안정화해야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던 교육인적자원부가 2004년에 갑자기 봉급교부금을 오히려 폐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이 바뀐 것도 그 인사의 강력한 주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참여정부이전부터 오랫동안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한 경제관료들로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가 주관한 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했던 발제자는 지방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하면 교육예산을 10%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한다고 해서 학교가 줄어들거나 교원을 줄일 수도 없을 터인 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교육예산을 10%줄일 수 있다는 말로 국민을 현혹시켰다. 그 이후에도 각종 토론회에서 통합하면 교육예산을 10%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통합론자들은 한동안 계속했다. 결국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한 통합론자들이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시키려고 하는 것은 초․중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부담을 덜고, 자치단체에 그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발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통합론자들은 지방분권혁신위원회를 통하여 ‘지방분권’이란 이름으로 교육자치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대체 교육자치가 일반자치에 통합되는 것과 지방분권이 어떤 관련이 있는가? 이미 지방교육자치가 제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교육부분의 지방분권을 강화하려면 교육부가 가진 지방교육에 관한 권한을 지방교육자치단체에 이양하는 것이 지방분권취지에 맞지 않는가? 지방의 모든 행정권한을 자치단체장에게 집중시키는 것이 지방분권의 핵심인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교부받아 예산을 꾸려나가고 있다.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는 그 지역에서 걷히는 지방세로 지방공무원 인건비도 제대로 충당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에 초․중등교육을 떠넘기면 교육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 불문가지이다. 2006년 초․중등교육재정은 2005년보다 더욱 열악해질 전망이다. 2006년 정부예산안을 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약 1조 1000억원이 증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16개 시․도교육청의 초․중등교원 인건비는 약 1조 8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2006년 16개 시․도교육청의 예산안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전입금은 경기불황에 따른 지방세수의 감소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교육환경개선사업은 더욱 줄어들고, 학교운영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OECD가입 국가 중 학급당 학생수나 교원1인당 학생수에서 최하위 수준인 현재의 초․중등교육을 유지하는 데만도 2005년 기준으로 약 5조원의 예산이 부족하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해가 거듭될수록 초․중등교육재정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피땀을 흘리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기오 / 한국교원대 정책대학원 부교수 선진국을 여행하다 보면 과연 선진국과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을 유심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보아도 일상의 의, 식, 주 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진국과 우리 사이에 차이가 나는 부분은 두 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좋은 교육시설은 선진국 국부의 핵심 첫째로 훌륭한 건물, 교량 등 토지 위의 구조물과 기반시설 들이다. 이른 바 국부(國富)의 태반을 차지하는 이들 축적물들의 규모, 내용과 수준에서 그들과 우리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이러한 고정자본을 축적해왔고 그런 의미에서 연간의 소득수준 또는 생산수준과는 상관없이 그들은 부자(富者)이며, 우리나라는 가난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학교, 극장, 도서관, 박물관, 과학관, 문화관, 체육관, 좋은 운동장 등이 바로 선진국 국부의 핵심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이 직접적인 학교시설이다. OECD 국가의 경우 GDP의 1%이상이 매년 교육시설의 유지 관리 확충에 쓰이고 있다. 선진국들이 축적 보유한 이상의 국부는 그 자체가 소득 창출의 기반이며, 국부가 빈곤한 나라 국민은 오로지 자기 몸을 혹사시켜 소득을 얻는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서 선진국들과 우리나라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 자신들의 소득의 많은 부분을 저축하여 이 같은 자본시설에 투자함으로써 오늘날 훌륭한 건물, 교량 등 토지 위의 구조물과 기반시설 들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이러한 훌륭한 시설들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서 지속적인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존재근거는 상업서비스와 공공서비스 즉 서비스에 있다. 사람들이 도시에 모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도시의 서비스가 주는 생활편의에 있으며, 교육은 그 핵심이다. 교육시설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90%에 육박하는 도시화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도시화는 국민교육체제에도 즉시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수많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폐교되었으며, 주로 읍단위 소도읍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입지하고 있던 고등학교들이 폐교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즉 도시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인해 영토국가로서 근대국가의 근원적 성격에 먼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학교시설은 교육과정의 실체인 교사와 학생 각각의 활동과 그 상호작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교육전문가들에게는 비교적 널리 확산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학습의 사적인 성격이 강화된 현실 속에서 학교교육과정 자체가 공공성을 지닌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결여됨으로써 그것이 실행되는 공간인 학교시설이 폐쇄적으로 점유된 사적공간화 되는 경향이 문제이다. 또한 우리나라 학교시설공간이 지닌 어떤 구체적 특징이 우리의 학교교육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대단히 소홀한 편이다. 오늘날 선진국들의 교육정책을 지배하는 일반적인 가치관과 인식에 따르면, 유아교육 이후 초․중등교육은 전체적으로 국민들을 위한 기초교육으로서 단순히 사적 목표추구와 그를 위한 활동을 넘어선다. 책임 있는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양을 기르는 것을 물론이며, 더 나아가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본조건으로서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실업과 빈곤, 부적응 등의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국가적 책임의 대상이 되는 계층의 양산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 공공장치인 것이다. 이 점에서 기초교육단계의 학교교육과정은 그 공공성을 핵심요소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을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학부모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인식은 철저히 자녀의 ‘좋은’ 대학진학과 직업을 위한 준비라는 사적인 관심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학교시설에 대한 관심은 그나마 조명, 환기, 냉난방, 소음 등 학생들의 건강과 위생관련 요인에 그칠 뿐이며, 공공시설로서 학교공간이 어떻게 계획되고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무관심한 것이다. 학교시설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50년 이상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공공인프라로서 도로, 교량, 저수지,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며 이를 통해 근대화 산업화의 도상에서 국부의 축적과 자본형성 및 이를 토대로 하는 경제개발의 기초를 성공적으로 다져 왔다. 단순한 산업화가 아니라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이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선진국들과의 가장 큰 격차는 이러한 기초적인 사회간접자본을 넘어선 공공시설들 즉, 학교시설을 필두로 하여 도서관, 박물관, 극장, 문화복지센터, 평생학습관 등에서 나타날 뿐 아니라 그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교육시설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공공시설 중 으뜸인 학교시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조업과 재화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물리적 사회간접자본이 아니라 고도화된 서비스경제를 창출하고 이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소프트 기반의 사회간접자본은 교육문화사회 분야의 공공시설들이다. 그 중의 으뜸은 학교시설이다. 이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자본정책의 우선순위를 학교를 위시한 교육문화사회 분야의 공공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훌륭한 학교시설, 도서관, 박물관, 극장 등이야말로 선진국 진입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투자해야할 대상이며, 선진국형의 서비스경제를 전제로 한다면 도로나 항만 이상의 국부축적과 부가가치 및 투자외부효과(spill-over)의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과 국민 전체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다음으로, ‘교육시설종합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에 나타난 교육시설기획은 특별한 자금을 확보하여 교육환경개선, 학교와 교실의 신․증축을 대규모로 시도하는 단편적, 즉흥적인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교육시설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시각 자체를 이동하는 인구를 따라가며 표준화된 모습의 교실과 학교를 지어주는 개발도상국가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학교라는 지역사회 속의 공공인프라 시설을 어떻게 선진화 할 것이냐 하는 관점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는 종합계획을 정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방수준에서도 정부의 종합계획의 틀 내에서 교육청은 물론이고 시장과 군수들이 지역의 공공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학교시설에 대한 책무성을 시․군정에 구체적으로 구현해야할 것이다. 셋째, 해당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 모든 도시발전과 국토이용을 위한 계획에는 교육시설에 대한 관심이 일차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며 ‘도시개발법 제5조’와 ‘국토의계획미이용에관한법률 제19조’는 교육시설을 그 내용으로 하도록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교육시설 발전을 고려한 관련 조항들의 종합적 손질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문제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30년 이상 용도지역과 지구 등 도시공간을 분리한 채, 소극적인 규제 중심의 도시계획 행정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재개발사업 정도가 적극적인 도시개발조치를 위한 주된 수단으로 이용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2002년 말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폐지하고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과거의 토지이용와 도시계획 관련 규율들을 함께 모아 담는 한편 도시개발법을 제정하여 비로소 적극적인 도시개발을 위한 정책수단들을 마련하였다. 교육시설 지배구조의 낙후성 벗어나야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2002년 이전 이후를 막론하고 학교시설은 규제를 위한 도시관리계획에서는 ‘도시기반시설’의 하나로서 ‘도시계획시설’로 정의되어 1차적으로 도시계획상의 모든 규제의 대상이 되어온 반면, 도시발전과 개발을 위한 계획에서는 제외되어 왔다는 데 있다. 과거부터 있었던 도시발전 청사진인 ‘도시기본계획’에는 교육시설발전을 위한 내용은 제외되어 있으며, 2002년 말 제정된 ‘도시개발법’에서도 새로 도입한 ‘도시개발계획’의 내용을 열거하면서 교육시설을 제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적극적 개발과 발전을 위한 정책수단들에 교육시설을 위한 고려는 배제되어 있으며 소극적 규제를 위한 도시계획수단에서는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재의 교육시설인 것이다. ‘학교시설사업촉진법’이 별도로 있어 감독청의 승인을 얻은 학교시설사업계획의 경우 토지이용 및 도시계획 상의 인허가 승인을 받은 것으로 간주처리하고 있기는 하지만(동법 제5조 참고) 이는 민관 사이의 규제를 관관 사이의 규제로 바꾸어 놓은 것에 불과하며 학교시설에 대한 규제의 본질은 전혀 바뀐 것이 아니다. 이상과 같은 학교시설의 불리한 조건들은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반 행정기관이 의식적으로 모든 ‘도시발전정책’에서 교육관련 사항을 제외시키고, 교육청에서는 도시발전을 위한 일반행정 기관과의 협력을 회피한 결과 생겨난 경향이다. 그러나 일반행정과 교육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중앙정부 수준의 입법에서부터 도시계획과 도시개발에 교육시설에 대한 고려가 배제되어 있는 것은 정부의 인식수준 자체의 후진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학교시설부문의 후진적 상황은 15조원 이상의 엄청난 시장규모를 가진 학교시설사업 및 유지관리 부문에 단 하나의 학교 전문 건설업체, 단 한 명의 학교전문건축설계자나 감독자, 단 하나의 해당 전문가 양성과정이나 연구자 또는 교수가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상기함으로써 드러난다. 이렇게 되어 버린 근본적 이유는 앞서 지적한 학교시설사업의 지배구조의 낙후에 있다. 결국 교육시설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하지만 이는 또 전문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순환논리에 빠지기 이전에 어쨌든 시급한 전문화 작업을 당장이라도 순서를 가리지 말고 시도해야 하며, 이를 제약하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야 한다.
*교육을 살리자*
양경한 / 대구수창초 교사, 시인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이름도 얼굴도 희미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지만 그 느낌만큼은 분명히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초등하교 6학년 때 저희들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은 옆집 아저씨처럼 키가 크고 아주 소박하신 최상열 선생님이었습니다. 시냇물에 몸을 잠긴 조약돌처럼 가물가물한 추억들이 내 마음 속에 아련히 피어납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잘못하면 무척 엄하시고 때로는 아버지처럼 따뜻한 손길로 저희들을 가르쳤습니다. 산 아래 아담하게 자리 잡은 학교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앞 냇가를 굽이쳐 흐르는 시냇물과 병풍처럼 둘러쳐진 뒷산은 우리의 꿈을 가꾸는 배움터요, 보금자리였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뒷산을 다람쥐처럼 오르내리며 산토끼를 좇고 앞 냇가에서 가재를 잡으며 깔깔거리던 저희들을 큰사랑으로 보듬어 주신 선생님은 내 마음의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학교 실습지에서 고사리 손으로 직접 고구마와 감자를 캐며 수확의 기쁨들이 메아리 되어 운동장을 수놓았지요. 아이들이 “선생님,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하고 조르면 선생님은 구수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때마다 호리병 같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도깨비 이야기로 우리의 넋을 쏘옥 빼놓곤 하셨습니다. 그 때 선생님이 들려준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가 밑거름이 되어 못난 제자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된 것도 모두 선생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공부를 마치고 우리들에게 글짓기 공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희들이 글짓기 한 것을 하나씩 읽어주시며 빙그레 웃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선생님의 지도로 제가 학교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설레는 가슴으로 각 학교에서 모인 대표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고 학교의 명예를 위하여 글짓기 한 것이 드디어 장원의 영광을 얻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교실에 들어오셔서 장원을 차지한 나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주시던 그 손길이 지금도 그립습니다. 내가 도 대회에서 장원한 글짓기 작품을 전교생이모인 운동장에서 직접 낭송하시며 용기를 북돋워 주실 때 저는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했습니다. “글은 꾸며 쓰는 것이 아니라, 체험한 것을 느낌으로 쓰는 것이다”라고 몇 번이고 강조하신 말씀이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저희들의 마음 밭에 하늘의 은하수 같은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기 위하여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직접 보고 느끼게 한 체험들이 먼 훗날에 제가 문학의 싹을 키우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나 봅니다. 늘 마음속에 그립고, 뵙고 싶은 선생님! 추억들이 고스란히 간직한 빛바랜 사진첩을 들쳐볼 때마다 인자하신 선생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풀 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 삼아 선생님은 하모니카를 불면 우리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목청껏 부르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하모니카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오는 듯 합니다. 못난 제자의 출판기념회에 오셔서 축하의 말씀을 해주시고 시집을 받으시며 그렇게 기뻐하신 선생님 모습이 환상의 필름으로 뇌리를 스칩니다. 책이 출판될 때마다 선생님께 보내드리면 손수 격려의 말씀을 적어 보내셨지요. 그 말씀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침반이 되어 가슴에 아로새겨졌습니다. 문학가가 되어 아이들의 마음에 곱고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며 또 선생님의 뒤를 이어 교직에 몸담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된 것도 모두 선생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니 절러 고개가 숙여집니다. 선생님 부디 건강하십시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콜 금리란 어떤 금리인가 콜 금리란 금융기관끼리 영업 중에 일시적으로 남거나 모자라는 자금을 융통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은행 등 금융기관도 영업을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지는 수가 있다. 그럴 때 자금 여유가 있는 다른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쓴다. '콜(call)'은 자금이 부족한 금융기관이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한다(call)'는 뜻의 영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즉 '콜'은 금융기관끼리 단기에 걸쳐 융통하는 거액 자금이다. 정식 명칭은 콜론(call loan)·콜 자금(call money)이지만, 흔히 '콜'로 줄여 부른다. 콜은 주로 은행, 보험, 증권업자들끼리 많이 거래한다. 거래는 주로 금융기관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한국자금중개주식회사가 중개한다. 금융기관끼리 직거래하기도 한다. 콜 자금을 빌려주는 쪽은, 빌려주는 금액에 콜 금리(call rate)를 붙여 자금을 회수한다. 콜 자금은 보통 하루에서 30일을 기한으로 융통하는데 거래의 90% 이상은 만기가 하루짜리, 즉 1일물(overnight)이다. 아침에 자금을 꾸면 오후에 갚는 식으로 초단기 거래를 한다. 그래서 콜 금리라면 으레 1일물 금리로 통한다. 금융권에서는 만기 1년을 기준으로 단기자금과 장기자금을 구분하고, 단기자금과 장기자금에 붙는 금리를 각각 단기금리와 장기금리로 구분한다. 단기금리, 장기금리도 자금의 성격 등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콜 금리는 여러 가지 단기 금리 중에서도 대표격 지표, 곧 지표금리로 쓰인다. 콜 금리가 단기 금리의 대표격이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금융시장에서는 단기자금 금리가 오르면 장기자금 금리도 따라 오르고, 단기자금 금리가 내리면 장기자금 금리도 따라 내리기 때문이다. 단기(자금) 금리의 대표선수는 콜 금리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경제 전체를 놓고 볼 때 콜 금리만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금융시장 전반에서 통용되는 금리와 자금 흐름을 우리 국민경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콜 금리, 즉 단기금리의 수준 조정→장기금리의 수준 조정' 구도로 전개되는 파급 효과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콜 금리를 조정하는 방법 그런데 콜 금리는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에 통하는 금리다. 이 금리를 어떻게 움직이나? 이 문제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고유의 정책수단을 동원해 해결한다. 한국은행은 평소 몇 가지 제도를 정해놓고 은행에 돈을 빌려준다. '총액한도대출', '유동성조절대출', '일시부족자금대출' 같은 것들이다. 총액한도대출은 한국은행이 은행별로 가능한 대출한도를 미리 정해놓고 그 한도 내에서 대출해주는 제도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을 늘리고 그럼으로써 지역 간 균형발전도 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로 한국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해주는 일종의 정책적 자금지원제도다. 은행들은 한국으로부터 이 저리 대출을 받아서 중소기업에 대출해줌으로써 자신의 이익도 꾀하고 사업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돕는 역할도 한다. 이번에 콜 금리 인상을 결정한 금통위(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중소기업을 위한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연 2.00%로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유동성 대출 등 나머지는 한국은행이 은행이 일시적으로 필요로 하는 자금을 역시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유동성조절대출금리의 경우 이번에 금통위는 연 3.25%로 0.25%포인트 인상키로 결정했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은행과 대출거래를 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공정금리(公定金利, official rate)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공정금리를 올리느냐 내리느냐는 은행들의 금융비용 부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공정금리를 올리면 은행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므로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자금 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면 금융시장을 흐르는 자금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이 긴축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 결과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 특히 민간 자금시장에서 자금의 수급에 따라 매겨지는 금리(시장금리, 시중 실세금리, 시중금리라고 부른다)도 일제히 오르게 된다. 만약 한국은행이 거꾸로 공정금리를 내리면 반대로 금융이 완화되면서 시중 금리가 내리는 효과가 생긴다. 공정금리 말고도 한국은행은 금융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정책수단을 여럿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행이 공정금리 조정 등 금융정책 수단을 가동하면 금융을 완화하거나 긴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시중 금리도 오르고 내린다. 물론 콜 금리도 함께 오르내린다. 이런 경위로, 콜 금리 역시 실질은 한국은행 통제 아래 있다. 한국은행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콜 금리 목표치를 정하고 공정금리 조정 등 금융정책 수단을 가동한다. 그렇게 해서 시중 자금량을 원하는 수위만큼 조절해, 콜 금리 수준이 목표치에 이르도록 유도한다. 콜 금리에 연쇄 파급 효과 콜 금리를 조정한다고 해서 은행 등 시중 금리가 곧바로 꼭 그만큼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콜 금리가 조정되면 결국은 나머지 모든 금리도 콜 금리 조정 방향을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은행들은 대출금리 수준을 콜 금리 수준에 연동시켜 운영하곤 한다. 대출금리 수준을 콜 금리에 얼마간을 더한 이율로 설정해놓고, 콜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따라 올리고 콜 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따라 내린다. 한국은행은 이런 메커니즘을 이용해 콜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와 자금 흐름을 조정한다. 그러고 보면 콜 금리는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 수준에 연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일종의 기본 금리다. 정책적으로 조절되는 금리라는 뜻에서 '정책금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콜 금리나 공정금리의 조정 결정, 금리 목표수준 결정 같은 금융정책의 주요 골자는 한국은행에 설치된 금융정책 의결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원회(금통위)가 내린다. 주요 경제 기관·단체가 추천한 여섯 명의 위원과 한국은행 총재(의장)가 매달 둘째 주 목요일 한 번씩 회의를 열어 경제와 금융 상황을 토의하고 금리 조정 결정을 포함한 금융정책 방향을 정한다. 시중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리고 경기가 과열되어 물가가 상승세라고 판단될 때는 자금을 흡수해 경기를 식히자며 콜 금리·공정금리 인상 등을 결의한다. 반대로 경기가 너무 위축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콜 금리·공정금리 인하 등을 결정한다. 금통위가 금융정책 골자를 정하면 그 결정을 한국은행이 세부 정책수단을 구사해 집행한다. 콜 금리 조정은 한국은행이 여러 가지 금융정책(통화정책) 수단 중에서도 가장 즐겨 쓴다. 파급 효과도 다른 정책 수단에 비해 크기 때문에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경기 대응은 주로 콜 금리 조정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콜 금리 인상 배경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이번에 3년 5개월 만에 콜 금리를 올리기로 한 배경은 뭘까? 한은이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경기 회복세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관찰, 다른 하나는 장기화된 저금리 여파로 국민경제에 부작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 박승 총재는 "하반기 들어 우리 경제가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애초 예상대로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그동안 부진했던 심리지표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4.6%, 내년 5.0%의 성장이라는 애초 전망이 유효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 있는데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 곧 물가가 따라 오를 것이므로 선제적으로 자금을 흡수해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의 콜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박 총재와 금통위는 그런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과연 그런가? 시중의 의견은 엇갈린다. 무엇보다 정부(재경부) 관점은 하반기 경기회복에 썩 자신 있어 하는 눈치가 아니고, 여러 경기지표도 소비가 다소 살아나는가 하면 투자 쪽은 여전히 가라 앉아 있어서 경기회복을 자신하기에는 엇갈리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정작 이번 금리 인상의 더 큰 배경은 경기 회복을 자신하는 관점보다는 최근 저금리를 배경으로 시중 자금이 부동산 투기로만 몰리는 등 경제적 자원 배분의 왜곡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점, 부유층과 중산층 내지 서민층 혹은 기업과 개인 간 소득양극화와 같은 장기 저금리 상황의 부작용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가 "자원 배분의 선순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는다. 집요할 정도로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시중 부동자금을 거둬들여야 국민경제의 안정과 건전한 투자를 부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은 진작 그랬어야 했다. 또 한 가지, 우리의 경우 콜 금리에 비할 수 있는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최근 인상에 인상을 거듭해 연 3.75% 수준까지 올라서 있고 추가 상승 전망까지 나와 있는 상황도 이번 콜 금리 인상의 주요한 배경이었음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가 상승세인데 우리만 계속 저금리를 고수한다면 국내 자본의 유출 우려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콜 금리는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므로, 콜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물론 금융권 대출금리가 곧바로 뒤따라 오른다. 그만큼 빚을 진 가계는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 기업들도 운전자금 대출이율이 오르면서 자금 압박을 더 받게 된다. 특히 빚이 많은 서민은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영세 중소기업은 자금난이 더욱 심해진다. 한국은행은 가계 부문 전체로 보면 현재 금융자산이 700조 원이고 부채 규모가 500조 원이어서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니 부채 이자 부담보다 자산 운용에 따른 이자 수익이 더 높아져 가계에 한결 도움이 되고, 중소기업도 금리 부담이 커지긴 하지만 은행 자금을 더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금금리, 대출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예금이 늘어나고 금융기관이 기업에 빌려줄 수 있는 자금 여유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영세중소기업의 경우는 금융자산보다 빚이 더 많다. 금리 인상 부담을 집중적으로,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현재 개인부채 전체를 놓고 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5조6천억 원 정도 추가 이자부담이 생긴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부채 비율은 139%로 대기업의 평균치 92%를 크게 웃돈다. 한국은행은 부인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계층 간 양극화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가계대출과 연결돼 있는 시장금리는 콜 금리가 오르기 한 달 여 쯤 전부터 이미 급등세를 보였다. 이번 콜 금리 인상은 인상 직전의 시장 금리 급등세를 뒷받침해 주면서 서민과 영세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연결될 것이다. 3년 5개월 만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저금리 시대는 이제 끝이 나는 걸까? 적어도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율이 연 3%대에 그치는 초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릴 것 같다. 그러나 향후 당분간 금리 인상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1분기쯤으로 늦춰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으로 자칫 학수고대하던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장본인으로 지목될까봐 조심스럽다. 종합하면 앞으로도 저금리 시대는 한동안,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복병이다. 지금은 괜찮지만 콜 금리와 미국 연방기금 금리의 격차가 1% 이상 벌어지면 자본유출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폭이 커지면 그만큼 콜 금리의 추가 인상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