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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양초등학교 어린이들이 11월 29일 서산시로부터 차량과 철새탐방 및 관람료를 지원 받아 '천수만 철새기행 탐방' 행사를 가졌다. 천수만 간월호 주변은 담수가 풍부하고 갈대가 우거져 철새들이 안심하고 쉴수 있고 무엇보다 먹이감인 벼 낟알이 풍부해 철새들의 낙원으로 불리고 있다.
"교감으로서 바자회에 앞장 서 주신 학부모님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안산부곡중학교(www.boogok.ms.kr 교장 현재천)는 11월 24일 학교 공개의 날 행사를 가지면서 사랑의 음식 바자회를 열었다. 이 날 참석한 200여 학부모들은 전도근 강남대 교수의 '성공하는 자녀의 교육방법'과 본교 김순희 부장교사의 '새로운 대학입시 제도와 준비 방향'을 듣고 각 교실에서 수업을 참관하면서 자녀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살펴 보았다. 이어 열린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나누는 손길, 사랑의 바자회'에서는 학부모, 학생뿐만 아니라 초대 손님으로 지역사회 유지들도 참여하여 성황리에 행사를 끝마쳤다. 이번 바자회 음식 판매로 모아진 기금은 무려 500만원. 400만원은 생계가 어려운 급식미납자를, 100만원은 3학년 5명의 어려운 학생에게 고등학교 교복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이 학교 최복난 교감(52세)은 “학부모들이 학교의 교육활동을 참관함으로써 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녀교육에 대해 학교와 협조체제를 강화한 것이 큰 성과"라면서 "음식 바자회로 학부모님들의 결속력과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제고된 것은 함께 얻은 소득이다”고 말했다.
반양초등학교 어린이들이 11월 29일 서산시로부터 차량과 철새탐방 및 관람료를 지원 받아 '천수만 철새기행 탐방' 행사를 가졌다. 천수만 간월호 주변은 담수가 풍부하고 갈대가 우거져 철새들이 안심하고 쉴수 있고 무엇보다 먹이감인 벼 낟알이 풍부해 철새들의 낙원으로 불리고 있다.
안미숙 | 콜럼비아대 교원연구소·교육철학박사 새 교육개혁의 의도 미국의 경우, 모든 아동의 교육에 대한 주요 책임은 주정부와 지방자치구에 있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연방정부의 역할은 동등한 교육 기회 제공과 균등한 자금 배분에 대한 감독으로 그 역할이 제한되어 있었다. 미국 교육사상 드물게 국회 양당의 전격적인 합의와 지지로 출발한 새로운 2001년 교육개혁법안 ‘뒤쳐지는 아동은 없다(NCLB: No Child Left Behind)’는 적절한 학습환경과 자원이 제공되면 누구나 같은 수준의 교육적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철학에 근거한 것으로 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연방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 교육개혁법안은 빈곤층 아동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시도된 1965년 초·중등교육법(Title I)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사회·경제적 배경에 상관 없이 모든 아동은 동등한 교육적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학교는 빈곤층 아동에게 부가적인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부유층의 아동과의 학력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학업성취 평가 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 특히 기본 서비스 제공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빈곤층 아동의 저조한 학력수준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로 특별 자금지원에 대한 교육적 책무성과 수월성을 표준시험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는 방향으로 보완되어 왔다. 1998년 교육개혁에서는 지방교육국(LEAs: Local Education Agencies)이 매년 다양한 시험을 실시하면서 학교별 정책의 효율성을 관리·감독하였고, 1994년 교육개혁에서는 시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5, 6~9, 10~12학년 사이의 학년에서 각각 한 학년만 표준시험을 치르게 하고, 학생의 개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평가 조건과 유형을 제공하였다. 또한 학교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연방정부의 지침을 없애고, 주정부가 알맞은 학업진척정도(AYP: Adequate Yearly Progress)를 정하게 함으로써 각 주별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였다. 현재의 새 교육개혁은 1988년 개혁의 연간 학력평가체제를 부활하고, 1994년 개혁의 주별 표준시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새 교육개혁의 원칙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기준, 학교의 책무성 강조, 교육연구에 근간한 계획과 실천, 교원의 질 향상, 학부모와 가족의 지원 강조,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 간의 긴밀한 연계, 주정부와 지방교육국의 융통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새 교육개혁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주 정부는 각 학년에서 아동이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학업성취기준을 설정하고, 학업진척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표준시험을 개발 실시한다. 주 수준의 책무성체제안은 2013/2014학년도까지 도달해야 하는 학력수준을 반드시 포함하는 일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 주 수준의 학업성취기준과 표준시험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학년별 학업성취도에 대한 인식과 학부모의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주정부와 지방교육국은 연방정부로부터 학생의 연간 성적표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보조받는다. 성적표에는 주정부가 결정한 학업성취기준에 근거한 평가를 제공하며, 학생 개별적 특성, 예를 들면 소수 인종, 빈곤, 성별, 장애, 영어숙달, 장애 정도 등에 근거한 맥락적 평가의 결과도 제공한다. (3) 학부모에게 학교의 수준과 향상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개선책을 제공한다. 특히 빈곤층 아동은 주정부에서 제시한 학업성취기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보다 성공적인 학업성취를 보이는 학교나 같은 지역의 주정부 관할학교(Charter School)로 전학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방교육국은 빈곤층 아동을 위한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자금지원을 연방정부에 추가로 요구할 수 있는데, 자금의 20%를 전학한 학생의 교통요금으로 할애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방교육국은 학업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에 대해서는 학습보조수단을 지원해야 하며, 교사를 교체하거나 외부 교육전문가를 투입할 수 있고, 새로운 교육과정과 학교운영 체제를 시도할 수 있다. 학교는 모든 변화에 대해서 반드시 학부모에 알려야 한다. (4) 교원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업성취를 높일 수 있는 교수방식을 강조한다. 2005/2006학년도까지 모든 학교는 반드시 주정부인정 자격증이 있는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 주정부는 교원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우수한 교원을 양성·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자율적으로 활용한다. (5) 연방정부의 자금에 대해 주정부는 상당한 융통성을 가지게 된다. 학업성취도에 있어 2년 이상 지속적인 향상을 보이는 경우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승인 없이 빈곤층 아동을 위한 특별 자금을 제외한 자금의 50%까지는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새 교육개혁 운영 현황 및 비판 새 교육개혁의 내용 중 학교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로 인식하고 있는 주정부 수준의 표준 시험은 2005/2006 학년도부터는 학생 개별 특성이나 학년에 상관없이 학교별 최소한 95%의 학생이 치러야 한다. 그동안 소수 인종, 빈곤, 성별, 영어 숙달, 장애 등의 학생 개별 상황에 따라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학생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또는 이러한 학생에 대한 낮은 기대와 편견으로 시험을 칠 기회를 주지 않아, 이들 중 평균 40~50%만이 시험에 참여하여 왔다. 연방정부는 이들 학생을 제외함으로서 결과적으로는 뒤쳐지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새 개혁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시험을 치르게 하면서 경쟁을 통해 학습 동기를 제공하고 학력을 신장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별 연간 학업진척 정도를 결정할 때 이러한 학생의 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면 따로 구분하여 연방정부에 보고할 필요는 없다. 어떤 교과 시험을 치르는가에 대해서는 각 주별로 결정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2002/2003 학년도부터는 4학년과 8학년에서 읽기와 수학 표준시험을 연간 두 번 치렀고, 2005/2006 학년도까지는 모든 학년에서 읽기와 수학 표준시험을 반드시 치러야 하고, 2007/2008 학년도부터는 과학 표준시험이 포함된다. 새 교육개혁에 대한 현재까지의 성과에 대해서 상반적인 견해가 있다. 연방정부에서는 미국 학생의 전체적인 학력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인 잣대와 여전히 부족한 자금 지원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정책으로 오히려 “모든 아동을 뒤쳐지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2013/2014 학년도까지 모든 학생이 주 수준의 표준시험에서 의도한 학업성취기준에 100% 도달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 강제적이고 현실성 없는 목표를 설정해 결국에는 수천만의 학교가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새 교육개혁은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게 함으로써, 학교가 표준시험의 평균을 높이기 위해 낮은 성취를 보이는 학생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높은 성취를 보이는 학생에 대한 관리에 더 치중하게 했다는 것이다. 학교별 95% 이상의 학생이 반드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조건도 결국에는 명백히 나머지 5%의 학생은 뒤쳐지게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의 교사와 학생에 대한 실제적인 영향과 효과는 학생 개별 상황을 고려한 맥락적 해석 없이는 가능할 수가 없는데, 현재의 평가방식은 학교로 하여금 개별 학생에 대한 주관적 분석의 활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 새 교육정책은 표준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을 교육 잘 받은 사람으로 가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점수가 교육의 바람직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충분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가족의 중요성과 유대를 존중하고, 민주시민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인간을 육성하는 학교교육을 유도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표준시험 결과의 평균으로 학교교육의 성패를 결정하려는 연방정부의 책무성 체제는 이러한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을 측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다음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첫 번째는 학교 교육과정의 협소화 문제이다. 주 정부 주관의 표준시험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학습내용을 다 포함하지 못한다. 따라서 표준시험은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보다는 낮은 수준의 사고 기능만을 측정하게 된다. 또한 실패한 학교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교실 수업은 시험점수를 높이기 위한 내용만을 강조하여 가르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전국적인 수준에서 미국의 학교 교육과정은 협소해지고 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근 연방정부는 ‘실패한 학교’라는 명칭을 ‘개선이 필요한 학교’로 정정하기는 했지만 대상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정정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학력성취와 졸업율을 자랑해 오던 학교들 중에서도 실패한 학교라는 오명을 얻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북부 캐롤라이나의 경우 60%, 버몬트의 경우 80%, 루이지니아의 경우 85%의 학교가 이 범주에 속한다. 연방정부의 책무성 체제에 의해 미국의 대부분의 학교가 실패한 학교가 되어가고 있어, “더 많은 학교들이 훨씬 더 많이 뒤쳐지고 있다(More Schools Left Behind, W-a-y Behind).”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빈곤층이나 다양한 인종의 유동성이 많은 지역에 살고 적절한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연방정부가 학업성취와 관련한 다양한 요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오명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실패한 학교가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매년 학생의 구성이 매우 상이하게 변할 수 있는 도심 학교의 경우, 그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전체 평균으로 실패한 학교로 단정하는 잘못된 해석으로 공립학교를 주정부 관할학교(Charter School)로 전환시키는 등과 같은 적절하지 않는 미봉책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제언 및 한국교육에의 시사 새 교육개혁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모든 아동의 학업성취를 높은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향으로서는 확실한 시도이다. 그러나 모든 환경에 다 맞출 수 있다고 믿는 관료주의에 입각한 유일한 방식을 제시하면서 학교 현장을 숨막히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확실한 결론은 새로운 개혁을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의 학습에 대한 바람직한 기대치로서 학업성취기준을 정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또래 집단의 성취도와 비교하여 의도된 학습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따라서 시험이 없는 성취수준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고 학업성취기준은 학생의 학습을 증진시키기 위한 측정도구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측정 방식에 의해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험 결과만으로는 학교, 교사, 수업의 질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 교육개혁의 책무성 체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리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고안된 관료적인 장치로, 학교는 평균을 올리기 위해 교육과정을 편법적으로 운용하고, 주 정부의 승인을 받은 교사를 임용하는 것과 같이 기계적인 대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적 책무성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지 정부에 대한 의무가 아니다. 또한 아동의 학업성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 학부모의 지원 등과 같은 요인은 학교가 통제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연방정부는 결과에 치중하기보다는 각 학교별 상황에 적합한 지원과 향상 과정에 근거하는 학업성취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책의 구실로서 강제된 정책이 아니라 필요한 교육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나 정보를 파악하는 정책으로의 조율이 필요한 것이다. 연방정부의 관리자로서의 역할, 주 정부의 적합한 지원, 지역교육구의 주관적 가치 판단이 포함될 수 있는 책무성 체제로 보완된다면 새 교육개혁의 긍정적인 효과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한국교육의 효율적인 지방분권적 운영이나, 각 학교의 사회, 경제, 지역적 특성에 근거한 내신성적 평가관리체제 등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병곤 | 성공회대 대우교수·광명시평생학습원 원장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영국의 교육개혁에 대한 향방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아마도 이는 국토의 면적과 인구 규모가 우리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가 교육개혁의 방향을 정해놓고 그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기 때문인 듯싶다. 개혁을 하려면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듯한’ 개혁 주체의 고통과 대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도 개혁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을 때 빚어지는 결과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치개혁이나 경제구조 개혁 역시 상당한 고통이 수반되며 국가의 교육개혁 역시 마찬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다른 나라의 교육개혁을 살펴본다는 것은 그 나라의 교육에서 가장 아픈 상처가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이해하는 작업이며, 아울러 그 환부에 대한 처방이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처지를 더욱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는 작업이다. 이 글에서는 영국(잉글랜드와 웨일즈 중심)의 교육개혁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었는지 간략히 살펴보고,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정 교육과정 전면 실시 1980년대 초반부터 영국 교육개혁의 핵심 방향은 학력제고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 보수당이든 1997년에 집권한 노동당 정부든 이러한 개혁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중등교육과정을 마친 졸업자들의 학업 성취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의 목표는 막대한 세금을 교육재원으로 투자하고 있는 영국이 비슷한 수준의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여론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의 전임자인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이 지난 1988년에 도입한 국정교육과정(National Curriculum)은 기실 1970년대 초부터 일부 학자들과 시민들이 발의하고, 1970년대 말경에 당시 집권 노동당의 총리였던 칼라한 경이 러스킨 대학에서 ‘공통된 국가교육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국가적인 논쟁 사안으로 떠올랐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레어 정부가 학력 제고 정책을 펼친 것은 이러한 국정교육과정의 전면적인 실시를 토대로 한 것이다. 만 5세부터 16세 사이의 학생들은 국정교육과정 가운데 4개의 주요 단계(Key Stages)가 끝날 때인 2, 6, 9, 11학년 말에 이른바 ‘핵심 교과’라 불리는 영어, 수학, 과학 교과목에 대해 국가가 정한 성취도 시험을 치르도록 되어 있다. 공립학교에 재학하는 모든 학생들은 각각 7세, 11세, 14세, 16세에 국가가 정한 시험을 치르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블레어 정부의 평가 시스템 구축과 강화는 근본적으로 대처 전 수상 집권 시기에 마련된 국정교육과정과 평가체계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집권당의 변화와는 큰 상관없이 장장 30여 년 간에 걸친 논의와 합의에 바탕을 두어 정책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교육의 지평이 달라지면서 생겨난 현상은 무엇인지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국정 교육과정의 시행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국정교육과정’이 영국에서는 불과 16년 전인 1988년에 도입되었다. 그 이전에는 ‘종교 교육’을 제외하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고 규정한 국가 교육과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교육내용은 일차적으로 지방교육국(LEA)과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이 법의 시행 이후 5세부터 16세 사이의 학생들은 핵심 교과 3과목(영어, 과학, 수학)과 기초교과 6과목(역사, 지리, 기술, 음악, 미술, 체육)을 반드시 배워야 했고, 11세 이후 중등교육에서는 제2외국어가 추가되었다. 에서 살펴본 대로 교육 과정 전체를 4개의 주요 단계(Key Stage)로 나누었고, 각 과목별로 성취 수준을 정하여 학생들이 얼마 만큼의 지식수준까지 이르러야 하는가를 상술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은 1989년 3월에 처음 고시된 이래, 1991년과 1995년에 부분적인 수정을 거쳐서 현재까지 이르고 있지만 ‘1988년 교육개혁법’의 기본 골자는 아직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체제의 확립 전술한 대로 모든 학생들은 국가 교육과정 상의 주요 단계가 끝나는 7세, 11세, 13세, 16세 때에 국가에서 실시하는 학력평가를 받도록 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국가에서 출제한 시험을 일괄적으로 치루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평소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아이들의 지적 능력을 관찰하고 수시로 테스트를 하여 평가표에 기록한 것이다. 이런 시험을 ‘표준성취도검사(SATs: Standard Attainment Tests)’라 한다. 특별히 16세 때에 치루는 국가고사는 ‘중등교육 수료 자격고사(GCSE: General Certification for Secondary Education)’라고 부르는데, 이 시험 결과는 상급 중등학교 진급 시험이나 대학 입시, 또는 취업할 때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각급 학교가 받은 SAT와 GCSE 시험 결과는 매년 7월마다 주요 일간지와 교육 전문지에 실려서 전국적으로 발표되며, 학부모들이 9월에 새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에 이 자료를 참고로 하여 자녀들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3) 단위학교 경영체제(LMS)의 도입 지방교육국이 가지고 있던 교원의 인사권과 예산집행 권한을 학교운영회에 위임했다. 다만 교장과 교감의 임용권은 아직도 지방교육국과 협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지방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은 학생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을 유인하기 위해 학교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인기 있는 학교라 해도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개 이들 학교의 대기자 명단은 길어지곤 한다. 이렇게 하여 결국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학교가 학생을 선택하게 된다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4)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학교의 종류를 다양화 하고,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도록 학교 간 경쟁체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학교가 이젠 더 이상 ‘비밀의 정원’이 아니라는 논지를 펴면서 ‘학교성적 비교기준표(league table)’를 발표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학부모에게 자녀를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학교선택권을 부여했다. 1988년 이후 교육현장 변화 커 1988년의 교육개혁법은 이 밖에도 새로운 유형의 학교 설립과 고등교육 체제의 변화를 비롯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개혁에 대한 찬반 논의는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으나 이 개혁법이 영국의 교육계를 크게 뒤바꿔 놓은 것은 분명하다. 다음에서는 1988년 이후에 변화된 교육현장 특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1) 학업 성적 향상에 대한 논란 이처럼 가장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과연 그 성과를 달성했는가 하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어와 수학, 과학 과목에서의 지속적인 학업 성취도 향상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 교장연합회와 전국교원노조(NUT) 등 교육관련 단체와 기관에서는 “1990년대 초반 이래로 대학입학 시험인 A레벨은 물론이고, 국정과정의 주요 단계마다 치러지는 국가고시의 시험문제 난이도(특히 GCSE)가 계속해서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또한 주요 단계 1에서부터 3까지의 시험은 각 학교별 현장에서 시행되기 때문에 시험 문제의 출제와 관리, 감독, 채점에 이르기까지 엄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기에는 난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2) 교사들의 늘어난 업무량 교사는 수리력과 문해력 교육을 강조하여 매주 1시간씩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했으며, 아이들의 학습 성취도를 수시로 점검하여 기록해 두어야 한다. 장학 감사를 위해 국정 교육과정의 지침을 중심으로 일간, 주간, 월간, 학기별 수업계획표를 작성하여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교육기술성의 중점 사업(government initiatives)과 관련된 각종 서류 업무를 맡아야 하기에 관료주의적 업무가 늘고 있다. 그 결과 교원의 사기 침체로 인한 조기 퇴직, 결근, 조퇴, 병가 일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각급 학교에서는 이에 따른 수업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교사 수급 에이전시를 통해 시간당 비용이 더 많이 지출되는 임시 교사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는 법정 교원 확보 인원의 70~80퍼센트만 충원되어 있어 교사 수급 부족은 커다란 사회문제로 신문 지면에 자주 오르내린다. (3) 표준 성취도 검사에 걸맞은 반복, 주입식 교육 방식 도입 학교간 경쟁 체제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에, 특히 주요 단계1과 단계2가 끝나는 학년인 2학년과 6학년의 수업에서 반복 주입식 교육방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60년대 이후 전통적으로 자리를 잡아온 통합학습(the integrated works)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었고, 교과간 분절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예전에는 지역 내에서의 학교간 협력이 잘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시험에 대한 강조를 강하게 하는 학교일수록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높아진고 있다는 보고가 잇달아 발표되었다. (4) 지역간·계층간 교육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학교교육의 성패가 특정 학교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그 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결정됨으로써 지역간·계층간 격차가 학교 체제를 통해 더욱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취약 지역의 교사들은 더욱 어려운 환경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지역의 학교에서는 특수 교육이 필요하거나, 행동과 정서 양면에서 다루기 힘든 학생,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거나 급식비를 면제받는 학생의 비율(the rate of free school meal)이 높아서 교사들의 근무 조건이 더욱 열악해진다. (5)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이 실제로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없다 1988년 교육개혁법은 학부모 선택권의 확대를 옹호하고 있으나, 실제로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났다고 할 수 없다.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학교라 해도 시설 여건상 일정 비율 이상의 입학생 증원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가 우수 학생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더욱 늘리는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국가경쟁력 위한 인적 자원 육성에 박차 이러한 교육개혁은 교육현장에 ‘시장원리 도입’을 시도한 것이라 하겠다. 정부가 교육재정을 지원하되 각급 학교는 학교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독립적인 권한을 가지고 학업성취도라는 생산물을 잘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에서의 시장원리가 과연 맞느냐 하는 문제는 별도의 논의를 필요로 한다. 다만 영국정부는 어떤 방법을 쓰든지 국제 경쟁력에서 필요한 인적 자원을 키워내기 위해 국가의 교육제도를 끊임없이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교육 관련 이해 당사자들에게 이해를 구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서론에서 밝혔듯이 교육개혁은 현재 그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식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논의는 우리가 어떠한 사회를 지향할 것이며, 그것에 필요한 교육체제는 어떻게 가다듬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정확하게 맞물려 있다. 압축 성장을 통해 현대적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한 우리나라가 향후 어떤 인간상을 추구하며 다음 세대를 키워낼 것인가 하는 점에 국민적 의지를 모아야 할 때이며, 이러한 바탕 위에 장기적이며 포괄적인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차원에서 서구 선진 각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병행하면서 이들의 교육체제가 어떤 사회 원리 아래 유지되고 있는 지를 좀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을 이후의 과제로 남겨두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는 국가적 부의 총량을 더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논의가 너무 빠른 것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까지 파이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 대다수 국민들이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할까. 각 개인의 자율성과 권리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흔들릴 수 없는 지향점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시선을 좀더 합리적이고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라는 먼 지평에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조상식 |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I. 도입 대부분의 독일 교육제도에 관한 연구는 최근 5년간 전(全) 세계적인 현상으로 간주되는 신자유주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일반론적이고 ‘고전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사실은 연구 대상으로서 독일적 특수성 자체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이를테면 사회변화에 보수적인 독일, 독일인 그리고 독일 문화는 외국인에게 독일 교육제도 또한 그러하리라는 선입견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실지로 독일의 교육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어떠한 혁명적인 개혁도 없이 점진적인 발전을 해왔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독일 교육제도 및 그것의 개혁에 대한 접근 또한 ‘소심한’ 시각에서 행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 학교제도의 현황을 초·중등학교(II장 1절), 직업교육(2절), 대학교육과 교사양성(3절)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여기서 주안점은 교육 제도적인 의미에서 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있다. 그런 다음 독일을 둘러싼 급변하는 세계적 상황에서 현재 독일 교육이 안고 있는 과제와 개혁방안을 전망해본다(III장). II. 독일 교육제도의 특성과 개혁 방향 1973년에 확정된 ‘대(大)교육계획안’은 독일 교육제도의 구성원칙을 ‘수평적 단계모형’이라고 규정하고 다음과 같은 영역으로 나누었다. ① 기초영역 ② 초등영역 ③ 중등영역 I ④ 중등영역 II ⑤ 제III기 영역(고등교육) ⑥ 평생교육 이 모형은 당시 국제적인 분류 방식에 발맞추어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에 있어서 각급 단위의 학교는 여전히 전통적인 골격을 그대로 갖고 있다. 1. 일반 교육제도(초·중등교육) 일반 교육제도라는 표현은 독일 인문주의 교육 이념의 잔재가 남은 것인데, 특별한 직업 기능적 교육 이전에 모든 시민이 갖추어야 할 일반 교양교육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등학교(Grundschule)와 중등영역 I에서는 일반 교양교육 위주로 통일되어 있고, 중등영역 II는 인문중등학교(Gymnasium) 이외에 다양한 직업학교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교육제도에 있어서 주(州) 별로 그리 큰 차이는 없다. 1964년 10월 28일에 확정된 ‘학교제도 분야에서의 통일을 위한 협정’[‘함부르크 협정’]이 그 제도적 통일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마련한 것이다. 만 6세에 시작되는 의무취학도 공통된 조항이다. 이와 함께 조기취학 혹은 취학 연기도 동일한 조항이다. 각 주 사이의 차이점은 단지 의무교육연한인데, 1993년 11개 주가 9년을, 그리고 네 개 주(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브레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는 10년으로 되어 있다. 모든 아동들에게 공통된 학교는 바로 초등학교이며 4년간 계속된다. 예외적으로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는 6년제이다. 초등학교는 구조적인 교육개혁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요소를 갖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등학교 진학은 전적으로 부모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 주별로 중등학교 진학과정에 대한 상이한 규정이 있지만 부모와 학교 사이의 협조적인 관계는 공통적이다. 한편 제5학년과 6학년은 학교 구조개혁에서 언제나 논란이었다. 흔히 관찰, 촉진 단계라고 불리는 이 진로 탐색기는 과거 학교제도에서 유래하는 것인데, 1974년 KMK(각 주 교육부장관협의회)의 합의를 통해 정향 단계(Orientierungsstufe)로 명명되었다. 하지만 이 단계는 각 주에 따라 그리고 각종 개혁안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이해되었다. 중등학교와 무관한 독립된 단계로 간주되거나 혹은 다른 중등학교 계열과 연속적인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개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탐색 단계는 5~10학년에 걸친 중등영역 I의 포괄적인 개혁의 부분으로 간주되어 왔다. 60년대 이래 교육정책을 둘러싼 대립의 많은 부분은, 학교교육의 통합과 분화가 어떤 관계에 있으며 세 가지 전통적인 중등 학제가 제각기 목표로 하고 있는 청소년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종합학교(Gesamtschule)가 그에 대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한 논쟁을 거치면서 한편으로 주별로 차이가 더욱 커졌고, 다른 한편으로 이 세 유형의 학교가 교육내용에 있어서 서로 근접하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 과거의 민중학교(Volkschule) 상급학년을 계승한 주요학교(Hauptschule)는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장 흔한 교양교육기관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에는 거의 모든 주에서 다른 중등학교에 비해 학생수가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특히 베를린, 브레멘, 함부르크와 같은 주에서는 주요학교를 단지 ‘주변 학교’로 간주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당시 시대적인 특징이었던 교육팽창에서 주요학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일종의 교육 변방이었다. 또한 주요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향도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심지어 주요학교는 ‘문제아’나 학습의욕이 지극히 낮은 아이들의 결집소로 간주되다시피 했다. 베를린, 브레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주요학교는 10학년제이고 나머지 주에서는 9학년제로 시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교과는 직업교육을 위한 것이었다. 1990년 서독지역의 주요학교 학생들의 12%는 졸업장도 못 받고 탈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두 번째 중등학교 유형으로서 실업학교(Realschule)는 10년제 학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중등교육이수’ 학력이 인정된다. 하지만 실업학교는 독일 전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유형이 아니다. 많은 주에서는 주요학교와 실업학교가 합쳐져 있기도 하다. 또한 교육연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실업학교는 제2외국어를 채택하고 직업준비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실업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계속해서 직업훈련과 전문대학 진학 자격을 얻게 된다. 아울러 성적에 따라 김나지움에 다시 편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업학교 졸업생의 약 3분의 1정도가 이러한 진학의 기회를 가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등학교 유형 중에서 김나지움은 유일하게 중등영역 I과 II, 즉 5~10학년과 11~13학년제를 포괄한다. 전통적인 세 가지 유형으로 고전어 김나지움, 현대어 김나지움 그리고 수학-자연과학 김나지움이 있다. 드문 경우이지만 음악, 경제, 사회과학 김나지움도 있다. 몇몇 주에서 볼 수 있는 직업 김나지움은 직업학교 군(群)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전체 교육체제에서 김나지움이 차지하는 위상은, 성공적인 수료(Abitur)와 함께 대학진학이 부여되는 유일한 학교유형이라는 데에 있다. 학교구조는 궁극적으로 아비투어의 목적에 의해 규정되며 바로 그것 때문에 학교로서의 매력을 가진다. 김나지움은 1970년대 이래 ‘교육팽창’의 근원지였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누렸던 ‘엘리트적’ 성격을 상당히 잃은 것도 사실이다. 1990년 서독 지역의 초등학교 졸업자의 약 36.9%가 김나지움에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2년의 통계에 의하면 전체 독일의 8학년 중등교육 이수자의 29.8%가 김나지움에 재학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나지움의 대대적인 변화는 1972년 김나지움 상급학년의 개혁을 통해서였다. 그것은 선택과목의 폭을 확대하고 다양한 평가방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1988년 KMK의 결정에서는 다시 필수과목의 이수가 더욱 강화되기도 했다. 이후에 있었던 KMK의 회의는 지금까지 서독지역에서 시행되던 13학년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옛 동독지역 4개 주에서 시행되어 왔던 12학년제로 바꿀 것인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의는 또한 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들이 12년제 중등교육을 통해 독일보다 이른 대학 입학 및 졸업제도를 시행하는 상황적 요인과 크게 맞물려 있다. 아마 이 문제는 21세기 독일 중등학제 개편의 최대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등영역 I의 마지막 학교 유형은 종합학교이다. 이것은 1960년도 중반에 처음으로 시작되어 사민당(社民黨, SPD)과 교육·연구노조에 의해 대안적 개혁모델로 인정되었다. 반면에 기독정당(CDU/CSU)이나 다른 교사단체들은 이를 도입하는 데에 대체로 반대했다. 이 때문에 종합학교의 발전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모든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통합된 학교인 종합학교는 특히 베를린, 브레멘, 함부르크, 헷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그리고 1991년부터는 브란덴부르크 주에 활발하게 운영되었다. 이러한 주들은 대부분 사민당 집권 지역이다. 여기서 종합학교는 단순히 실험학교가 아닌 공식적인 정규학교로 인정되었다. 그 중에서 ‘협력적 종합학교’는 한 지붕 아래에 세 개의 학교유형을 형식적으로 결합하여 운영하는 것이고 ‘통합적 종합학교’는 상이한 시간에 따라 여러 교과목에서 서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이다. 통합적 종합학교에 속하는 학생비율이 1983년 4.3%에서 1992년 8.9%로 증가하긴 했지만, 그 수치는 다른 유형 학교의 성장과 비교했을 때 그리 유의미한 것은 아니다. 종합학교 개혁안은 나름대로 타당한 교육이념을 갖고 출발한 것이었지만 독일 특유의 지방분권주의와 정치적 이념대립으로 인해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1960년대 이래 옛 서독 지역의 초·중등학교는 갑자기 늘어가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의 입학으로 큰 변동을 겪게 된다. 초·중등학교에서 비(非)독일계 출신의 학생 수(구서독지역 기준)는 1983년의 83만782명에서 1992년에는(전체 독일) 105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독일계 학생 수의 9%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그 중 터키계 학생은 43.4%로 최대였으며, 특히 이들은 독일에서 태어난 이민 2세이다. 다음으로 옛 유고연방 출신이 16%에 달한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지역은 농촌 지역보다 외국계 학생 비율이 훨씬 높다. 또한 같은 도시 내에서도 거주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각급 학교는 외국계 학생들로 인한 언어, 문화, 종교적 차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제는 ‘세계화’ 현상과 맞물려 ‘다문화(多文化) 교육’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2. 직업교육제도 독일 전체 교육체제에서 직업교육은 상대적으로 독립된 교육유형으로 간주된다. 직업교육은 형식상 중등영역 II에 속하는데,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1964년 이래 확립된 독특한 제도로서 ‘이원체제(duales System)’이다. 이는 직업학교에서의 직업훈련 수업이 작업장에서의 도제교육과 상호 보완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직업교육만을 담당하는 전일제 직업학교가 있다. 독일의 직업교육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원체제’에서 중요한 사항은, 1969년 제정된 ‘직업교육법’을 통해 직업교육의 통일성을 연방차원으로 확보했다는 점과 작업장에게 상호협조를 구하여 두 ‘학습장’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업장은 별도의 실습교육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학교는 효율적인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비록 1970년대 초기에는 직업교육을 위한 교수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사업장은 나름대로 이해문제 때문에 ‘이원체제’ 자체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으로 응했지만, 지금은 유연한 제도로 정착되었다. ‘이원체제’에 참여하는 사업장의 유형은 거의 모든 경제활동 분야를 망라한다. 인정되는 직업교육의 종류는 1993년 373개에 이른다. 대부분의 직업교육에 관한 규정들은 지난 20여 년 이래 내용적으로 다듬어져 왔다. 한편 그 지속적인 과제 해결을 책임지는 것은 ‘연방 직업교육연구소’이다. 대체로 직업교육의 연한은 3년이다. 직업훈련생(Auszubildende : 줄여서 Azubi)은 해당 사업장의 사용자와 노동조합 쌍방으로부터 한 달 주기로 직업훈련을 받게 된다. 교육 자체에 대해 국가는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이러한 ‘이원체제’에 지원하는 청소년들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1992년 Azubi의 36.6%는 주요학교 졸업생이고 2.8%는 주요학교 중퇴자이며 31.8%는 실업학교 졸업생들이었다. 심지어 이 중 14.5%는 전문대학 졸업자들이었다. 아비투어 시험을 기다리는 상당수의 김나지움 학생들도 은행과 보험 관련 직종의 직업교육에 지원하고 있다. 길어진 교육연한 때문에 Azubi는 고령화하여 1970년에 평균 16.6세에서 1992년에는 평균 19세로 높아졌다. 이에 대한 교육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직업교육의 취약점으로 자주 비판받는 것은, 작업장에서 지나친 실기중심교육과 다른 유형의 중등교육 기관에 비해 그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또한 직업학교는 지극히 이질적인 학생집단을 받아들여야 하는 수업상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각종 중등학교에서 성적부진과 학교적응의 실패를 경험하고 직업학교로 ‘어쩔 수 없이’ 입학함으로써 나타나는 학생지도의 어려움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3. 대학교육과 교사양성제도 독일에서 대표적인 고등교육기관은 19세기 초반 이래 “학문을 통한 교육”이라는 이상이 표현된 대학(University)이다. 1960년대 말부터 서독에서 대학에 대한 구조개편은 고등교육기관의 분화로 특징지어진다. 이것은 ‘교육팽창’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또한 대학교육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급진적인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중요한 점은 전통적인 ‘엘리트주의적’ 교육기관에서 새로운 유형의 학문적 서비스 시설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68년 10월 31일 주 협정에 의해 지금까지의 엔지니어학교와 다른 고등직업학교를 전문대학(Fachhochschule)으로 통합함으로써 두 가지 유형의 고등교육기관이 정착되었다. 그래서 대학과 전문대학 두 부문은 각각 입학절차와 졸업규정이 다르게 운영되지만, 학사운영이나 연구방식에 있어서 두 부문간의 차이는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전문대학은 실습위주의 연구, 상대적으로 짧은 이수연한, 응용 학문중심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렇게 된 계기는 전문대학이 80년대 이래 분명한 교육 정책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데에 있다. 새롭고 흥미로운 전문대학 유형은 바덴-뷔르템부르크주에서 처음 설립된 직업 아카데미(Berufsakademie)가 있다. 이 고등교육 유형은 기존의 중등교육 수준의 ‘이원체제’를 고등교육 수준으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1993년 통계에 의하면 127개의 전문대학(이 중 39개는 사립대학)이 있으며, 장차 공공 행정업무에서 종사할 인력을 양성하는 30개의 행정전문대학이 있다. 일반 대학은 87개(이 중 8개 사립대학), 신학대학 17개, 교육대학 8개, 그리고 45개의 예술대학이 있다. 한편 헷센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는 1970년대 건립된 이른바 ‘종합대학교’가 있는데, 그 이념은 중등교육 수준의 종합학교와 유사하게 다양한 고등교육기관을 통합하는 것이다. 또한 하겐(Hagen)에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원격대학이 있다. 구서독지역을 중심으로 뽑은 통계에 의하면, 일반 대학교(예술대학 제외) 재학생수는 1980년 82만3900명에서 1993년 128만 명으로 증가했고 같은 시기에 전문대학생수는 20만2000명에서 40만 6400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독일을 고려했을 때, 1993년에는 187만5000명(이중 외국인 학생비율은 7.2%)으로 집계되는데, 이 수치는 19세에서 26세 사이의 청년층에서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6.8%에 이름을 보여준다. 독일의 고등교육기관은 규모, 전공과목, 연구 인력, 공공의 인지도 등에 따라 다양한 형식을 갖고 있다. 전통적인 ‘고전적’ 대학 및 공과대학 이외에도 최근에 신설된 대학도 있다. 특히 대도시의 대학들은 대학도시에 있는 작은 대학들과 달리 모든 전공이 들어있는 거대 대학이 있으며, 특정 전공만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각 대학들의 효율성 및 질을 서열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일의 교사교육 분야를 살펴본다면, 먼저 교사양성교육(우리의 사범대학교육), 교사교육(기존의 교사에 대한 추후 교육), 그리고 교사재교육(기존의 교사들에게 새로운 자격증, 즉 전공변경을 위한 교육) 등으로 구분해야 한다. 독일 교사교육의 독특한 측면은 제도적, 수업 내용적 측면에서 두 가지 국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국면은 일반적인 대학교육을 말하는데, 이것은 첫 번째 국가고시(우리의 임용고사)로 끝난다. 두 번째 국면은 대학교 세미나와 학교 현장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2년간의 교생실습(Referendariat)이다. 실습기간이 끝나면 두 번째 국가고시에 합격해야만 비로소 교사자격증을 획득하고 임용대기에 임할 수 있다. 교사양성 제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1958년에 도입된 통일된 양성제도이다. 이것은 당시 각 주별로 다양하게 운영되던 교사양성 과정을 연방 차원의 표준적인 방식으로 확립한 것이다. 모든 학교 유형에 종사하는 교사들은 형식상 동일하게 교육공무원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교사 교육 방식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김나지움 교사양성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두 개의 전공교과를 깊이 있게 이수해야 하지만, 주요 학교나 초등학교 교사교육에서는 교수 방법상의 기술 습득이 상대적으로 강조된다. 1990년 KMK의 합의에 따라 통일된 이수학점 규정도 마련되었다. 교사지망생들은 악화된 직업적 전망 때문에 1980년대 이래 계속 줄어들다가 1987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오늘날까지 독일의 높은 기술수준과 경제 분야에 있어서 강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고등교육은 일대 변혁의 기로에 서있다. 이른바 ‘고등교육개혁’이 현재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요약,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성격을 일반적으로 규정하자면, 다른 수준의 학교개혁과 달리 고등교육기관을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적극 적응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향유했던 독일 대학의 전통주의를 전면 수정하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본다면, 먼저 ‘복지로서 교육이념’의 본보기로 간주되어온 무상고등교육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남부 독일(바덴-뷔르텐베르크와 바이어른)에서 도입한 대학등록금의 도입은 외형상 대학재정을 교육수혜자에게 공동 부담시키자는 취지이지만, 사실은 불필요한 ‘장기 대학 체류자’를 막아 외국과 같은 수준의 젊은 사회 초년생을 만들어야겠다는 일종의 ‘학습강제수단’을 띠고 있다. 이는 강한 정치적 반발을 초래했지만 점차 북부 독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입되고 있는 영미식 학사졸업제도(B.A.)도 지나치게 긴 대학수학연한을 줄여보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 다음으로 대학교수양성제도에 관한 개혁인데, 이것은 독일만의 독특한 제도인 교수자격시험제도(Habilitation)의 지양과 미국식 조교수 제도의 도입으로 요약된다. 아울러 교수에 대한 업적평가제도의 도입은 대학을 시대적 조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연구 풍토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III. 독일 교육제도의 발전방향과 전망 독일의 내외적 환경을 고려해 보았을 때, 교육제도의 개혁 방향과 그 결과 나타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이제 독일의 교육제도도 국가보다 시장을 중요시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이 문제는 독일의 역사적 선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지극히 새로운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독일 교육제도의 전개과정은 국가의 주도적인 역할을 통한 ‘표준화’ 전략을 따랐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제도와 노동시장과의 관계라는 점에서 점차 국가는 약화되고 시장이 강화되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제도를 ‘시장 지향적으로’ 변모시켜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사립 대학교들은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학부모들이 사립대학을 선호하고 있으며 대학이 기업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현실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또한 개별 학교의 자율성, 학교간 경쟁, 학교선택의 자유 등과 같은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 세 가지 사실이 바로 오늘날 독일의 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것은 이미 사립학교 차원에만 고유한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일반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교육제도의 시장편입이 필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으며, 학교가 국가의 통제로부터 이탈하는 데에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 물론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 동안의 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공 투자는 이를 잘 설명해 준다. 그러나 국가가 개별 학교의 세세한 문제에까지 참견하는 것이 과연 교육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는 데에 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교육제도와 관련하여 복지국가 모형이 종말을 맞고 있는 듯하다. 요컨대 21세기 벽두는 복지국가 모형이 성공을 구가하던 1960~1970년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보인다. 둘째, 이제 독일은 교육제도에 다양성을 부여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통일성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독일의 교육제도는 언제나 정치 사회적, 교육 정책적 논의를 통한 타협의 산물이다. 이것은 독일 역사의 독특한 지방분권적 전통 때문이다. 이미 보았듯이, 직업교육이나 고등교육 분야에서만 최소한의 통일성이 확보되었을 뿐, 그 외의 교육제도상의 사항들은 여전히 지방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독일 교육제도 개혁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기존의 다양한 학교유형을 계속 존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새로이 통합해야 할 것인가이다. 물론 이것은 이미 언급한 ‘시장 논리’로부터의 도전과도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 이미 최근의 KMK는 이 문제를 최대의 과제로 간주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 통합의 현실에서 이 문제는 이중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독일의 교육개혁에서 통합이냐, 다양성 유지냐는 끊임없는 숙제가 될 것이다. 셋째, 독일은 너무 많은 대학생을 만들어내고 있는 반면에, 너무 적은 전문 노동자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이 문제는 이미 19세기 이래 끊임 없이 제기되어온 오래된 주제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학졸업자들로 인한 노동 시장의 과잉에 대한 예견은 아직 명쾌하게 확인된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과 관련지어 이 문제는 새로운 성격을 띠고 있다. 즉, 현재 직업 훈련생보다 대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대학교는 이미 과잉이라고 비판받는다. 또한 어떤 직업 부문에서도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도 없다. 그래서 여러 방면에서 분석, 진단, 제안이 있어왔다. 그러나 일반교육과 직업교육 사이의 균형에 대한 주장은 정책적 자기모순 때문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요컨대 대학생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직업교육에 대한 각종 보조정책이 얼핏 균형 있는 ‘동시부양책’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전자로 기울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결과 일자리의 배분이 노동시장의 자기논리에 맡겨지고, 노동시장이 자체적으로 지원자들을 서열화, 등급화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다시금 국가가 대학 입학 규정을 강화하면서 고급인력 수급정책에 적극 개입하게 된다면, 지난 수십 년간의 ‘평등주의적’ 고등교육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학교체제와 노동시장 사이의 조응관계는 무너졌다고 보는 것도 틀리지 않다. 이 문제는 어쩌면 교육 내적 논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정치적·문화적·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학교제도실장 교육개혁의 배경 일본의 교육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기회 균등의 이념을 실현하고, 국민의 교육수준을 높이면서 경제사회의 발전 원동력이 되는 등 시대 요청에 부응하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과정에서도 일본은 현재 교육 상황에 대해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시대적인 과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 도시화 및 소자녀화가 진전되면서 가정 혹은 사회의 ‘교육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학생 따돌림, 학교 등교 기피, 폭력행위 등 이른바 ‘학급붕괴’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이제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청소년 흉악 범죄가 빈번하고 있다. 또한 교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마저도 아동학대 혹은 가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둘째, 청소년 사이에 ‘공(公)’을 경시하는 경향이 퍼지고 있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동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아동이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단련할 기회가 감소하는 등의 사회성 저하 현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아동의 사회성 저하 현상은 규범의식을 떨어뜨리면서 ‘공’을 경시하는 경향이나 청소년이 컴퓨터 게임 몰입 등 ‘고독의 세계’에 빠져 드는 현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셋째, 지나치게 조장된 평등주의에 따른 교육의 획일화 현상, 혹은 과도한 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 등으로 인해 아동의 개성·능력에 따른 교육이 경시되고 있다. 또한 현행 학교제도와 입시제도 등이 개개 학생의 개성이나 능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실패한 것도 지적되고 있다. 넷째,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 경제를 통한 세계적인 경쟁 추세, 정보화 현상 등 사회경제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지금까지의 초·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이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의 교육은 사회경제의 변화와 아동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변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21세기 이후 새로운 일본인을 육성하고 새로운 일본을 만든다는 취지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2대 원동력 - 임시교육심의회와 중앙교육심의회 지금까지 일본의 교육개혁은 주로 문부대신의 자문답변 역할을 하는 중앙교육심의회, 혹은 1984년 나카소네 내각이 임시교육심의회를 구성할 당시 3년간 활동하였던 전문가 그룹이 총리대신의 자문답변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였다. 이런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일본의 교육개혁은 상당히 장기적인 시각에서 일관성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89년부터 시작한 제14기 중앙교육심의회는 그 해 4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여러 교육제도의 개선에 대해서’라는 자문을 받아서, 주로 후기중등교육(고등학교 교육) 개혁과 이에 관련한 고등교육의 과제, 생애학습의 기반 정립 등 2대 과제에 대해서 심의를 하였다. 이 심의 결과 중앙교육심의회 명의로 1990년 1월 ‘생애학습의 정비 기반에 대해서’, 1991년 4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여러 교육제도 개혁에 대해서’라는 2개의 답신을 통합·발표하였다(日本文部省, 1998). 그 중에서 1991년의 답신은 고등학교 교육의 개혁, 고입·대입 수험경쟁의 완화, 생애학습사회의 실현 등에 대한 제언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생애학습 체제란 종전에 과다하게 학교교육에 의존했던 사회풍조와 지나치게 학력이 중시되고 있는 경향을 비판하고, 한 개인 인생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사회 체제를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교육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자기 학습능력, 즉 일생에 걸쳐 자발적으로 필요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강조되었다. 교육개혁국민회의 체제 ⑴ 교육개혁국민회의의 발족 배경 일본은 2000년 3월 당시 오부치(小淵) 내각 총리대신 직속으로 새롭게 ‘교육개혁국민회의’를 발족시켰다. 교육개혁국민회의가 발족한 것은 경제·사회의 국제화가 진전되고 정보통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상황 속에서 교육환경이 급속히 변화하였으며, 학교현장에 ‘학급붕괴’ 현상이 나타나는 등 각종 교육병리현상을 국가적 차원에서 극복하고 새로운 21세기 미래 사회를 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배우창, 2002). 그런데 교육개혁국민회의가 발족한 것은 사회 전반적인 교육개혁 요구를 수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환경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경제와의 관계이다. 일본은 지난 10여년 간 지속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 불황을 겪고 있으며, 지금도 그 형편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도산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구조는 불안하기만 하고, 대학과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매년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과거의 종신고용제보다는 파견사원, 임시인력 등으로 고용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학교교육의 질이 낮아졌다고 비판한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경제계 일각에서 경제회복과 관련하여 필요한 인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을 일대 개혁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는 정치적인 변화이다. 경제불황으로 인해 위축된 사람들은 보다 강력한 지도력을 갈구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우익적 사고가 강한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고 관련 정책도 우경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한국·중국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은 바 있는 고이즈미 수상 등이 우경적 사고를 끊임없이 내비치고 있다. 그런 변화는 일반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평화헌법의 개정, 자위대의 군대화 주장까지 공공연하게 등장하는 상황까지 조성하였다. 이와 같은 우경화의 흐름은 교육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극도의 개인주의에 젖어 국가나 사회를 생각하는 면이 모자라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집단생활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고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학생들에게 사회봉사활동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등의 ‘공(公)’을 중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 이 외에도 교육학적 측면에서 제기하고 있는 기존 정책에 대한 개혁적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교육전문가, 교육운동가 등 교육 관련 집단은 46답신체제 혹은 임시교육심의회의 개혁을 계승하여 교육현장의 모순과 불합리한 점을 고치고, 교육이 개인과 사회의 미래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교육 본질적인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교육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의 동향을 통해 수시로 개혁여론을 조성하고, 정당 등의 관심을 끌어내어 정부에 추진기구를 구성하도록 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2000년부터 지난 2년간 ‘교육개혁국민회의’는 여러 전문가 및 교원 집단, 학부모 및 국민여론 등을 통해 새로운 개혁 구상의 밑그림을 이미 완성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육개혁국민회의의 제안을 문부과학성이 수용하여 중앙교육심의회 등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통해 정책적으로 개혁안을 추진·시행하고 있다. 이미 2002년 12월에는 대표적인 개혁 골자라고 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 개정과 교육진흥기본계획’에 대한 중간 보고가 종료되고 개혁 방안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日本文部省, 2003). ⑵ 교육개혁국민회의가 제시한 개혁 방안 ‘교육개혁국민회의’는 2000년 12월 22일 그간의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교육을 바꾸는 17가지 제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제언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간성 풍부한 일본인을 육성한다. - 교육의 원점은 가정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 학교는 도덕을 가르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 봉사활동을 전원이 행하도록 한다. -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한다. - 유해 정보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능을 신장시켜, 창조성이 풍부한 인간을 육성한다. - 일률주의를 고쳐, 개성을 성장시키는 교육시스템을 도입한다. - 기억력 편중을 고쳐, 대학입시를 다양화한다. - 리더 양성을 위해, 대학·대학원의 교육연구 기능을 강화한다. - 직업관, 근로관을 기르는 교육을 추진한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 교사의 의욕과 노력이 평가되는 체제를 만든다. - 지역의 신뢰에 부응하는 학교만들기를 추진한다. - 학교와 교육위원회에 조직 관리(management) 발상을 도입한다. - 수업을 어린이의 입장에서 알기 쉽고 효과적으로 한다. - 새로운 타입의 학교(‘community school’ 등)의 설치를 촉진한다. ▷교육진흥기본계획과 교육기본법 - 교육시책의 종합적인 추진을 위해 교육진흥기본계획을 구상한다. -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교육기본법을 제정한다. ‘교육개혁국민회의’는 교육을 받는 개개인이 사회적 자립을 이루고 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측면에서도 인간 사회의 존립 기반이 됨을 강조하였다. 또한 일본의 교육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으며, 크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17개 제안에 관련된 각각의 구체적인 방책을 작성하여 문부과학성에 종합권고안 형식으로 제출하였다. ⑶ 문부과학성의 ‘21세기 신생 플랜’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육개혁국민회의의 교육개혁 권고안을 수용하여 2001년 1월 25일 교육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시책과 과제를 ‘21세기 교육신생플랜’에 담아서 발표하였다. 문부과학성은 신세기가 시작되는 2001년을 ‘교육 신생 원년’으로 하여, 이 계획에 의한 개혁을 과감히 실행할 것임을 제시하였다. 이 계획은 ‘레인보우플랜’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다음과 같은 불리기도 하며, 다음과 같은 추진전략과 세부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이해할 수 있는 수업으로 기초학력의 향상을 도모한다. ② 다양한 봉사, 체험활동으로 심성이 풍부한 일본인을 육성한다. ③ 즐겁고 안심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만든다. ④ 부모 및 지역으로부터 신뢰받는 학교를 만든다. ⑤ 가르치는 프로(전문가)로서의 교사를 육성한다. ⑥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든다. ⑦ 신세기에 걸맞는 교육이념을 확립하고 교육기반을 정비한다. ① 교육 원점은 가정 - 가정과 지역의 교육력 재생 ② 학교의 도덕교육 - 다양한 체험을 통해 풍부한 인간성 육성 ③ 학생 전원에게 봉사활동 ④ 문제학생 교육 - 안심하고 배우고 자랄 수 있는 환경정비 ⑤ 유해 정보로부터의 보호 ⑥ 일률주의를 개선하고 개성을 신장시키는 교육 시스템 도입 - 확실한 학력 향상 ⑦ 기억력 편중을 개선하고, 대학 입시를 다양화 ⑧ 리더 양성을 위한 대학, 대학원의 교육연구기능강화 ⑨ 대학에 걸 맞는 학습촉진 시스템의 도입 ⑩ 직업관, 근로관을 배양하는 교육 ⑪ 교사의 의욕과 노력에 보답하는 평가체제 ⑫ 지역의 신뢰에 부응하는 학교 만들기 ⑬ 학교 및 교육위원회의 조직관리 능력 제고 ⑭ 수업을 어린이 입장에서 알기 쉽고 효과적으로 ⑮ 새로운 타입의 학교(‘community school’) 설치 촉진 (16)교육시책의 종합적 추진을 위한 교육진흥기본계획 수립 (17)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교육기본법 문부과학성은 이들 과제를 추진하기 위하여 교육개혁 관련 6개 법안을 2001년 정기국회에 상정 통과시켰으며, 일부 사업은 2002년 정부예산안에 반영하여 사업에 착수하였다. ‘국립대학의 재편·통합’, ‘국립대학의 법인화’ 등의 사업은 2004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중에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21세기 COE 프로젝트’는 대학으로부터 사업계획을 공개 모집하여 지난 2002년 10월 3일 심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교육진흥기본계획의 수립, 교육기본법의 재검토 등 국민적 합의를 위하여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는 중앙교육심의회에 맡겨 세부 검토하도록 의뢰하는 등 일본 정부는 현재 이 ‘21세기 교육신생플랜’에 따라 교육개혁을 추진중에 있다. 결론 - 개혁 추진 성과 및 향후 과제 2002년 12월 이후 교육개혁국민회의는 최종 보고를 통해 교육개혁에 대한 모든 활동을 끝냈다. 이후 일본의 교육개혁 추진 방식은 1987년 임시교육심의회 추진 방식과 비슷한 양상으로 문부과학성 및 문부과학대신 자문기구인 중앙교육심의회가 대체적인 개혁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추진·점검하고 있다. 이미 주5일제 수업 실시를 중심으로 하는 초·중등교육의 개혁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체제도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각 도·도·부·현(都·道·府·縣)별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 이후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교육기본법을 제정·정립하고, 교육진흥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하여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및 평생학습에 대한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사실은 일본의 교육개혁은 구체적인 추진 기구로서 중앙교육심의회를 모체로 하여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연구 실험을 거친 결과를 수용하는 신중함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개혁 내용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치더라도 개혁에 대한 장기적인 포석이 부족한 우리 교육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자억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중국은 1976년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의 교육개혁은 낙후된 중국 교육이 “현대화, 세계,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서 추진되었다. 교육이 “현대화, 세계,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이 한 학교에 써준 제사로서 중국교육개혁의 중요한 지도사상의 하나이다. 1985년에는 ‘교육체제 개혁에 관한 결정’을 공포하고, 중국 교육체제 전반을 시장경제에 맞는 체제로 바꾸기 위한 교육개혁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육체제가 아직 경제나 사회발전의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 중국정부는 1993년 2월 ‘중국 교육개혁과 발전강요’를 공포하고, 본격적인 교육개혁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교육개혁을 위한 노력은 바로 1993년에 발표한 ‘강요’의 정신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1. 교육개혁의 지향점 중국 교육개혁의 지향점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교육개혁 관련 문서, 교육정책 내용 등을 통하여 중국 교육개혁의 지향점을 짚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경제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하여 교육의 양적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수에 비하여 교육받은 인구비율이 높지 않다. 따라서 중국은 시장경제 도입 후 교육받은 인재의 부족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9년의무교육 도입, 문맹 퇴치 등과 함께 대학교육을 받은 인재의 수를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둘째, 수준 높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교육의 질적 수월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중국이 질적 수월성 추구를 교육개혁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중국 교육이 가지고 있는 질적 낙후의 문제이다. 중국 교육은 1966년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교육여건이나 질 등이 더욱 나빠지게 되었다. 특히 시장경제의 도입 이후 교육의 질을 높여야만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이러한 방향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의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 저하의 우려 때문이다. 중국이 교육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1993년 이후의 일이니 대략 10년 정도가 되었다. 그 10년 사이에 중국의 학생인구는 대폭으로 증가하였으며, 특히 고등교육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당연히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교육개혁의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셋째, 시장경제 체제에 맞는 경쟁력 있는 교육체제를 정립하고자 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전까지 계획경제 형태였다. 당연히 교육도 계획경제에 맞는 체제로 구조화되어 있었다. 계획경제 시기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직된 교육체제였다. 이에 따라 시장경제체제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육체제의 건립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2. 교육개혁의 내용 및 성과 최근까지 실시된 중국의 교육개혁은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과격하다.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 국가에서 더 자본주의적인 성격을 갖는 교육개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까지 이루어진 교육개혁의 내용과 성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의 교육체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였다. 국가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기본적인 방향과 원칙만 제시하고, 지방정부와 각급 학교, 민간이 책임을 지고 지역실정에 맞는 교육정책을 세워 추진하도록 하였다. 초·중등교육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기준만 제시하고, 지방정부가 지역의 실정에 맞게 관리, 운영하도록 하였다. 고등교육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나누어서 관할하도록 하였다. 즉, 중앙은 100여개 중점대학 등만 직접 관할하고 나머지 대학은 모두 성정부 등 지방정부가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한편 직업기술교육과 성인교육은 직업조직이나 기업 그리고 사업단위가 관리, 운영하거나 사회의 각 부분이 연합하여 운영하도록 하였다. 둘째, 고등교육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수월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필요한 초석을 마련하였다. 중국의 대학입학규모는 1980년대까지 30만 명 정도에 머물러 있었고, 동일연령대 사람 중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인원은 3%에 불과했다. 특히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고급인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길러내는 인재의 수는 턱없이 모자랐고, 당연히 고등교육의 양적확대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정부는 매년 10% 정도씩 대학입학정원을 늘려오고 있고, 2004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입학정원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적 확대와 더불어 중국정부는 고등교육의 질적 수월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노력이 정책으로 표현된 것이 바로 211공정, 985공정, 우수교원확보 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셋째,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교수-학습방법의 개혁을 도모하였다. 중국정부는 최근 몇 년간 교수-학습방법과 내용 그리고 진학시험제도를 개혁해 왔다. 특히 대학입학시험제도의 근간인 통일시험제도를 ‘3+x제’로 바꿈으로써 학교교육이 암기위주에서 종합분석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전환되도록 하였다. 넷째, 교육투자체제를 개혁하였다. 과거 중국의 경우 모든 교육경비를 국가가 부담하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단일한 교육투자체제는 교육발전에 필요한 충분한 재정지원을 해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정부가 책임지던 교육경비를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사회 각계가 책임지도록 하는 체제로 전환하였다. 3. 향후 교육개혁 추진계획 중국정부는 2004년 두 가지 중요한 교육개혁관련 문서를 발표하고, 각급 교육행정기관 및 학교에 시달하였다. 그것은 2004년 2월 공포된 ‘2003~2007년 교육진흥행동계획’과 2004년 9월 공포된 ‘국가서부지구 양기공견계획(兩基攻堅計劃)’이다. ‘2003~2007년 교육진흥행동계획’에는 향후 5년간의 교육사업의 방향, 임무와 목표 그리고 교육개혁과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가 담겨져 있다. ‘국가서부지구 兩基攻堅計劃’에는 서부지구 인력의 노동력 수준을 높여 경제, 사회발전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문건을 기초로 중국의 향후 교육개혁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촌교육의 개혁과 발전을 중점 추진한다는 것이다. 중국 인구의 약 70%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역의 경우 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하여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런 문제를 향후 교육개혁의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면서 농촌교육의 발전에 향후 교육개혁의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둘째,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강력하게 실시한다는 것이다. ‘985공정’과 ‘211공정’, ‘대학원교육혁신공정’, ‘대학과학기술혁신공정’, ‘고층차창조성인재공정’ 등을 강력히 추진하여, 높은 수준을 가진 대학과 중점학과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셋째, 직업교육과 경제사회발전을 긴밀히 결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직업교육의 단계와 분포 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현실경제에 맞는 직업교육이 이루어지는 시스템과 교육내용을 구축할 예정이다. 넷째, ‘신세기 소질교육공정’을 실시하여, 진일보한 소질교육을 추진하고, 학생의 전인발달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기초교육과정 개혁을 심화하고, 시험평가제도 등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다섯째, ‘직업교육과 훈련의 혁신공정’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취업중심의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다양한 성인교육과 계속교육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졸업생취업공정의 실시, 교육개방의 확대, 교육정보화건설공정의 실시, 질 높은 교사와 행정요원의 양성공정 실시, 민영교육의 발전지원, 제도혁신과 교육에서의 법치주의 확립, 교육투입체제의 개혁, 사상정치업무의 강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 체계의 완성 등을 향후 중요한 교육개혁의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4. 시사점 중국은 몇 차례에 걸친 교육개혁과정을 통하여 교육발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교육의 양적 확대는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결국 ‘두 마리 토끼잡기’에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교육개혁은 방법이나 내용면에서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교육의 경쟁력 확보 등 수월성 추구가 교육개혁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은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통해서 21세기 국가간의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수-학습방법 개선, 입시제도 개혁, 교육과정 개혁, 교원의 질 제고, 중점대학 육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교수-학습방법의 개혁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교실현장의 수업형태를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입시제도를 ‘3+x제’로 바꾸는 등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또 일부 대학을 선진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211공정’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둘째, 학교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교육력 제고가 교육개혁의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은 과거 계획경제시대의 잔재가 학교현장에 남아 있어 학교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중국정부는 여러 가지 개혁조치를 실시하였다. 우선 초·중등학교의 교사초빙제와 성과급제도가 도입되었고, 교장초빙제도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학교운영에서 교장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학교장책임제를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다. 대학의 경우 아주 엄격한 인사제도를 도입하여 능력이 부족한 교원들은 퇴출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 또 대학간의 합병 등 구조조정을 통한 학교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셋째, 교육개혁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 1993년 2월 ‘중국교육개혁과 발전강요’가 발표되고 나서 현재까지 중국의 교육개혁은 당시 발표된 ‘강요’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1993년 이후 1999년 1월 ‘21세기를 향한 교육진흥행동계획’, 2004년 2월 ‘2003~2007년 교육진흥행동계획’, 2004년 9월 공포된 ‘국가서부지구 ‘양기공견계획’ 등이 있으나, 이런 교육개혁관련 문서는 모두가 1993년 공포된 ‘중국교육개혁과 발전강요’란 교육개혁 문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개혁이 일회성이 아니고,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넷째, 교육개혁추진 점검체제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점검과 평가가 필수적이다. 중국은 1993년 ‘중국교육개혁과 발전강요’를 공포한 후 다음해인 1994년 2월 ‘국가교육독도단’을 발족시키고, 이 기구를 통하여 교육개혁의 전반적인 점검 및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홍현주 | 경성대 강사·영어교육학 박사 2001년 10월 한 광고회사가 자녀교육에 대한 소비자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자녀의 성공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라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63.5%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우리가 소위 부유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국내 교육과정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자녀를 한국에서 교육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자녀가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후 유학을 보냈으나 요즘은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보내는 추세이다. 조기유학이라는 신조어가 이제는 ‘교육명품’인양 유행이 되고 있다는 말인데 조기유학이 과연 기회가 주어진 자들에게는 한국교육의 대안일까? 우리 교육계는 이제 이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조기유학을 떠나는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과연 조기유학의 성공이란 무엇인지 살펴본다. 아울러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는 우리 교육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영어습득과 고단한 한국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 조기유학생 통계에 대한 올해의 국감 자료를 보면 한 가지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 초등학생 유학생 수가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에는 초등학생 유학생의 수가 중학생, 고등학교 유학생 수의 절반에도 못 미쳤는데, 불과 2년 뒤인 2002년에는 그 수가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유학생의 연령층이 급속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기유학은 학생 본인들의 의지라기보다는 부모들의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과연 무슨 이유로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조기유학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가 알아보자. 필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도시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일선 초등학교에서 ES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특별영어반) 연구교사를 한 적이 있다. 인근 도시에 몰려와 있던 한국학생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들이었는데 1~2년 간 체류 예정으로 미국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 부모들과 교류하면서 그네들이 미국에 온 이유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자녀의 영어교육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조기유학의 첫 번째 목적은 자녀에게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한 것이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려고 기울이는 노력은 이제 열풍을 넘어 히스테리에 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이런저런 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워도 아이들이 제대로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현실이 부모들로 하여금 어려운 용단을 내려 외국으로 나가게 만들고 있다. 두 번째 목적은 좋은 교육현장을 찾아가기 위함이다. 대학 입시와 취업전쟁을 치러야하는 진저리나는 한국의 현실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세 살 즈음부터 학습지를 넘기고, 학원으로 달려가서 공교육을 앞지르는 선수학습을 하고 있다. 그런 오랜 훈련을 통해 대학진학을 해도 졸업 후 열리지 않는 취업문 때문에 모진 고생에 대한 보람이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지금 세간에는 어린 자녀를 아예 초·중·고 및 대학 과정을 외국에서 받게 하려는 부모들이 늘고, 나아가 이민이라는 탈(脫)한국에 관심이 드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는 자녀가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교육을 받아 그 사회에서 정착하게 하려는 한국적 교육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된다. 역시 힘들게 노력해야 습득되는 영어 여기에서 우리는 ‘조기유학 성공’이라는 유학원과 유학 안내서의 문구를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학을 가는 원인이 영어교육, 아니면 이국사회 정착이라고 보았을 때 조기유학의 성공이란 내 아이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과 이국사회에서 번듯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영어를 배워 김치 냄새나는 다른 이의 영어보다 나을 때 느끼는 우월감이 조기유학 예찬론자를 만들어내며, 외국에서 자라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쓰는 글줄이 조기유학 성공담이 되고 있다. 그러한 소수의 성공이 “조기유학 100% 성공한다”는 장밋빛 선전문구가 돌아다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조기유학생들을 가르치고 그 부모들과 교류하면서 그네들이 무엇에 만족하고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자세히 알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곧잘 하게 되고 일부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또한 작은 나라에서 경쟁만을 일삼으며 살던 한국인들에게 영어 사용국인 선진국이 갖는 경제적 여유를 관찰하고, 망가지지 않은 자연환경 등에서 생활하다보면 유학생활이 보람 있다고 여기게 마련이다. 외국에서 살아본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외국학교 생활을 흡족해 한다고 말하는데, 주된 이유는 수업량이 적고 교사가 친절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 학교에서 3년간 머물며 그 시스템을 경험한 바로는 유학생과 그 부모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그래서 조기유학이 장점도 있지만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 이유로는 첫째, 외국에서 단기 체류함으로써 영어를 익히기란 결코 수월하지 않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미국을 위시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수준별 학습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의 경우 외국에서 갓 와서 영어를 못 하는 유학생은 영어읽기 과목이나 사회시간에 ESL이라는 특별 수업을 받으러 다른 반으로 가게 된다. 중·고생이라면 아예 ESL수업 과목을 택하게 되어 있다. 교사들이 이들 학생에게 과중한 공부를 시킬 리 만무하다. 그래서 처음 외국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업량이 적은 것으로 생각한다. ESL 수업의 목적은 외국 학생들이 영어를 빨리 익히게 하여 본수업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다. 근래 들어 단기로 1~2년 유학 오는 한국 학생들을 많이 가르쳐본 교사들은 이들을 애달프게 가르쳐서 본수업에 넣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어를 곧잘 할 때쯤이면 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업은 부담 없고 즐겁게 진행이 된다. 실제 많은 ESL 교사들이 자기 교실은 외국 학생들이 본수업에서 받는 압박감을 덜고 쉬어가는 곳(shelter)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수월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어로 그 나라의 문학작품, 역사 그리고 과학을 공부한다고 생각해보면 어줍지 않은 영어 실력으로 들어선 외국 교실에서 어린 유학생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어를 잘 못하는 ESL 학생을 배려한 담임 혹은 본수업 교사가 내준 쉬운 숙제라도 외국의 역사 등을 영어로 읽고, 숙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일부 본수업 교사들은 유학생에게 많은 숙제를 내주어 공부하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 역시 문제이다. 원래 ESL 학생에게는 수준에 맞게 수정한 숙제(modified homework)를 내주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규정이다. ESL 학생을 다루어 보지 않아 이를 모르는 교사들이 일반 학생들과 같은 숙제를 내주어 어떤 유학생들은 매일 밤 부모와 함께 숙제 전쟁을 한다. 부모들은 교사에게 숙제가 과하니 조정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데도 많이 공부하면 하나라도 더 배울 것이라는 생각인지 아이들을 그대로 닦달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사교육비 지출 여전 학부모들은 외국으로 온 지 6개월여 지나면서부터 자녀가 그러한 숙제를 스스로 할 만큼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점이 걱정스러운 한국 부모들은 외국에서도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 과외공부를 시킨다. 2003년에 나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초·중·고등학생 80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조사 결과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운 부모들이 미국에 오기 전에 자녀가 영어 과외공부를 했다고 답변하였고, 당시 미국에서도 자녀에게 영어 과외를 시키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 외에도 운동이나 음악 레슨을 받기 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절대 오산이다. 게다다 귀국해서 한국의 공부에도 뒤쳐지지 않도록 조기유학생들은 집에서 국어와 수학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조기유학생들의 삶은 고달프다. 따지고 보면 한국 사교육비가 엄청나서 차라리 그 비용으로 영어사용국에 가서 영어를 배운다는 주먹구구식 계산은 문제가 있다. 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해 동반한 부모의 생활비에 자녀의 사교육비 계산도 넣어야하니 유학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모든 어려움을 딛고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살펴보자. 우선 영어를 잘한다는 말부터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녀의 영어실력을 흡족해 하는 부모들 가운데 대다수는 아이가 본인들보다 영어를 더 잘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기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은 일상생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쓰는 영어란 늘 쓰는 말만 되풀이하고 잘못된 표현도 퍽 많이 쓴다. 그저 종알종알 떠드는 모습이 신통하게 보이지만 잘 들어보면 틀린 영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그 영어의 오류를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가 영어를 퍽 잘한다고 믿는 경우가 꽤 많은 것이다. 그래도 이 경우는 소득이 있는 유학이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수줍거나 완벽주의 성격을 타고난 학생들은 도통 영어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아주 자신이 있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 타입으로 영어를 듣거나, 읽어서는 이해하지만 부모가 바라는 대로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창한 영어는 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점점 실리적으로 되고 있다. 예전처럼 소설이나 수필을 읽고 감상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라고 여겨 대학에서도 문학작품보다는 토익(TOEIC), 신문, 영화 등 실용 영어 과목이 인기이다. 실용적인 영어능력이란 제반 업무를 영어로 해낼 수 있는 수준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현대인에게는 항상 전공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뒤쳐지지 않게 영어로 읽어내고, 또 문제가 생긴 경우 영문 편지 몇 줄을 신속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으로 업무처리가 잦은 요즘 이러한 실력은 더욱 긴요해서 영어교육은 이제 읽고 쓰기를 중시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면 과연 어려서, 혹은 실용적인 목적이 왜 필요한지 인지하지 못하는 나이에 과연 글을 척척 쓸 수 있는 수준까지 영어를 배울 수 있는지, 또 습득한 영어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학생들이 귀국한 뒤에도 다시 명문학원에 다니고 외국인 선생을 찾고 있다. 어차피 국내에서 영어를 익히는 고생이나 외국에서 힘이 드나 진배없다는 생각에서라면 해외에서 생활하며 익힌 영어가 훨씬 자연스러움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외국 명문대 일부 우수 학생만이 진학 그러면 영어습득을 위한 단기 유학이 아니라 외국에서 초·중·고 교육을 받고 그 곳 대학에 진학하려는 유학생들은 어떠한가. 교육열 높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는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외국의 입시제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데 미국 입시제도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살펴보았듯이 미국에는 차등화(differentiation)라는 수준별 학습 제도가 있어 같은 초등학교, 같은 학년이라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심화학습반(enrichment class)이나 영재반(gifted class)에서 수준 높은 학업을 한다. 일부는 느슨한 수업을 받으며 능력만큼의 학습을 할 때 다른 교실, 혹은 학군 내 영재학교에서는 똑똑한 아이들이 특수한 교재로 공부를 하고 많은 양의 숙제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따로 교육받는 우수 학생들이 그 나라의 차세대 지도자로 길러진다는 맹랑한 사실을 말이다. 입시를 이해하려면 중·고등 수업 과목을 관찰해야 하는데 수준별 학습이 중·고등학교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미국 학교들은 같은 수학 과목이라도 다양한 수준의 수업을 개설한다. 여기에서 높은 수준의 과목 학점을 이수한 학생일수록 대학진학에 유리하며 누구나 원하는 반 과목을 수강할 수는 없다. 선수(先修)과목의 학점이 있어야 다음 수준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 성적이 우수해야, 말하자면 초등학교에서부터 능력이 뛰어나야, 일찌감치 우수반(honor class)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기초반(basic class)에서 학점을 이수하기 시작한 학생이 한 학기 지나서 우수반을 수강할 정도로 학업능력이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는 선취학점 과목(Advanced Placement, AP)이 있어서, 대학 수준급인 이 과목을 이수한 학생이 AP시험을 보아 통과하면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점으로 인정받는다. 대학 입시 사정관들은 이 AP학점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 부모들은 과외를 통해서 자녀를 수준 높은 반에 넣으려고 애쓰고 있다. 명문대에 입학하려면 이 AP학점이 들어있는 내신 성적에다가 수학능력시험인 SAT나 ACT점수가 높아야 한다. 이 시험은 재학기간중 여러 차례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특히 언어과목(verbal)의 경우,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외국인으로서 이 시험을 보기는 몹시 어렵다. 또한 각종 특별활동 기록을 제시하는 것이 진학에 유리해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은 최소한 운동 한 가지와 악기 한 가지는 상당한 실력이 되도록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한다. 대회에서 수상한 내역이나 오케스트라 등에서 활동한 기록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을 위시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우리처럼 대학진학 때문에 전 국민이 열병을 앓지는 않는다. 진학을 원하는 학생과 취업을 하려는 학생이 일찍부터 구분되고 반드시 명문대를 고집하지 않아도 취업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벌에 매달리는 한국 부모들은 외국에 나가서도 최고의 대학에 자녀를 보내려고 안달하고 있다. 외국 학교의 긴 여름 방학 동안에 귀국한 유학생들이 다음 학기 과목을 미리 공부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여러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유학생들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학 졸업 후의 진로이다.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외국인 신분에서 오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극복한 뒤에도 직업을 구하고 그 사회에 정착하기는 참으로 힘든 노릇이다. 결국은 한인 교포들과 교류하는 직업을 갖거나 현지 회사에 고용되더라도 한국인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소위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많은 한국계 의사나 변호사들의 고객은 대부분 한국인인 것을 많이 보았다. 외국에서 한국인들끼리 작은 한국사회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또 많은 수가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 한국에서 직업을 찾으려고 한다. 유창한 영어실력과 빛나는 선진국 대학 졸업장이 좋은 직업을 보장해 줄 확률은 분명히 높다. 그렇다면 조기유학이 반드시 헛된 고생만은 아니며, 그런 인력들이 귀국해 우리나라에 공헌하는 것은 바람직하기는 하다. 그러나 모진 교육제도를 감내하기 싫어 이 땅을 떠났지만 결국 고국으로 되돌아오니 개인의 삶으로 볼 때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학력수준에 관계 없는 고용 창출이 관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기유학이라는 방법을 통해 영어를 학습하고 외국사회에 정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직 장기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조기유학을 위하여 해마다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국제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내국인 출국자 가운데 장기 체류하는 사람의 거의 50%는 20~30대였다. 영·유아와 10대도 20%가 넘는데 이들 해외 장기체류자 가운데 출국목적이 유학·연수라고 신고한 사람이 27.5%나 되었다. 그러다보니 지난 해 유학과 어학연수 비용 등으로 송금된 돈이 10억 달러가 훨씬 넘고 비공식 송금까지 합하면 30~4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그 지출이 어마어마하다. 물론 무조건 조기유학을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을 살펴보고 그 합리성과 체계를 배우는 기회를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어찌 보면 어려서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아닐 수 있다. 살아가면서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예를 들면 대학을 다니는 청년기에 외국의 문물을 보고 배워 훌륭한 인재로 고국에 돌아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어린 아이들을 미국으로, 캐나다 등지로 내모는 것이 전적으로 부실한 한국 교육제도 탓만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필자가 경험한 미국 공교육제도가 아주 훌륭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교육재정의 상당부분이 도시 주민의 재산세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식 자본주의가 공립학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말하자면 부자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교육의 질은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도시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 비치된 악기로 무료 레슨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극빈층이 사는 도시는 교실에서 분필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정착된 수준별 학습 때문에 같은 학교에서도 사회·경제적 수준(socioeconomic level)에 따라, 혹은 인종별로 갈라져서 수업을 받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우수반의 수업에는 여유 있는 가정 출신 백인 학생들이 앉아 있고, 기초반이나 보충반(remedial class)은 저소득층 자녀와 흑인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 교육계만큼 질타를 당하지 않고 미국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받으러 타국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는 안정된 사회체제와 튼튼한 경제기반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회가 충분히 고용을 창출해 어느 학력수준의 사람에게나 일할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 이처럼 미국 실정을 나열하는 이유는 오늘날의 우리의 교육 현실이 어찌 교육계 혼자만 무능해서 생기는 일인가 항변하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 교육정책 입안자들을 옹호하거나 칭찬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탓하는 교육사정이 교육이라는 단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교단의 수많은 교사들이 혼신을 다해 가르쳐도 사회에서 선호하는 소수의 대학에 모든 학생을 보낼 수는 없다. 또한 취업의 문도 명문대 졸업생 가운데 극소수 엘리트에게만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지상 최고의 엘리트로 만들려고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입안하고 제도를 개혁해도 만족스러운 교육대책은 없다. 따라서 단지 새로운 정책이나 첨단이론만으로 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가 성숙해지고 경제가 안정되어 어떤 젊은이라도 데려다 신나게 일하게 해준다면 교육계도 힘이 나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요, 어린 아이들도 외국으로 나가 눈물 나게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지 않을까? 영어교육만이라도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강구 필요 경제난으로 가계가 힘들어지자 조기유학생 수가 약간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 앞으로도 유학 행렬은 계속 될 전망이다. 과다한 외화를 소비하는 탈(脫)한국 현상이 교육부문의 경쟁력 약화가 빚어낸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당장 나오기는 어렵다할지라도 어린이들이 국내에서 질 높은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제공한다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 당국자가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부산에 있는 국립국제 중·고등학교를 전국에 여러 개 만든다거나, 국내에 있는 외국인 학교에 내국인 입학 허용을 완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나아가 외국인 학교의 증설도 필요하다. 이는 단지 영어교육의 문제를 위함이 아니라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인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 한국이 외국인에게 가족을 동반하고 와서 일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려면 질 높은 외국인 학교가 더욱 필요하며, 이는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덕이 되는 일이다. 외국인 학교가 늘어나 내국인 학생을 받아준다면 영어 학습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인구 일부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견이지만 더욱 혁신적인 방법은 공교육이 사교육과 손을 잡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 교수들이 일반 출판사가 만든 교재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다. 같은 과목이라도 교수들은 해마다 더 좋은 교재를 선택한다. 필자의 주장은 일선 학교가 일반 학원이나 시중 출판사의 영어 교육시스템을 싼 값에 들여오자는 말이다. 예를 들면 한 초등학교에서 현재 한국에서 유명한 영어학원 교재를 가져다 그 학원 교수법으로 훈련받은 교사들이 수업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학교의 기존 시설을 이용하고, 영어공교육을 실시하는 재정으로 교재구입비와 교사교육비를 보조해준다면 학생들은 싼 값으로 좋은 영어학습을 받을 수 있다. 적어도 영어교육 분야에서는 공교육보다 일부 사교육 기관의 프로그램이 더 질이 높은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A학원 교재를 쓰는 학교 ‘갑’과 B출판사 교재를 쓰는 학교 ‘을’은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 사교육 기관도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하기 보다는 공교육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연구에 더욱 정진할 것이다. 이 경우 교육기관은 교과과정을 안내하고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살펴보는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학원식 수업을 받는다고 영어가 금방 숙달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분명하다. 또한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제안해 본다. 체계적인 유학 관리도 교육계가 해야 할 일 많은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떠나는 마당에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유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안내할 기관이 필요하다. 현재 학부모들은 사설 유학원이나 유학 안내서 그리고 인터넷에 돌고 있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미 유학하고 온 사람들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해 유학을 계획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많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연방제 국가이고 교육은 주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이 다른 곳에서는 판이하게 다르다. 자신들이 목적지로 삼는 곳의 교육 제반 사항을 해당 교육청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자세히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개인적으로 교육 정보를 전해주는 미국 명문 학군의 교육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한국 부모들한테 자기네 교육시스템을 알고 오라고 말한다. 자꾸만 한국식으로 자녀의 입시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려고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똑똑한 학부모 노릇을 하려는 한국 부모와의 갈등을 여러 번 겪었다는 것이다.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은 다 민간 외교관이다. 이들을 올바로 선도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이제는 우리 교육기관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학생을 위한 귀국학생 특별 프로그램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그런 제도를 갖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서울 영훈초등학교이다.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중언어수업(bilingual classes)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립학교이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수용능력이 충분치 않다. 공립으로는 서울교대부설초등학교를 위시한 몇몇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 국제교육협력과의 자료로는 이 특별반은 귀국학생 및 외국학생들이 부족한 한국말을 빨리 배우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특별반을 만들어 서로 한국어가 서투른 학생들끼리 모아놓으면 효과적인 수업이 되지 못해 일부 학교에서는 일부러 정규수업에 학생을 배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귀국학생반의 수업은 영어를 잊지 않게 하면서도 외국 문화를 객관적으로 보게 가르치고 우리 것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외국 교육을 받는 것이 선진국의 합리성과 우수성을 경험하는 기회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어린 유학생들이 그 나라의 물질적 풍요만을 보고 맹목적인 문화사대주의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기유학의 이모저모를 다각도로 살펴보았다. 이러한 현상은 영어습득에 대한 갈망과 힘든 입시를 피해보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현재로는 어린 학생들에게 있어 조기유학이 잘 활용돼야 할 새로운 교육 형태인지를 시간을 두고 검증해야 할 과제이다.
최청일 / 동아대 교수·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장 우리나라에는 교총을 비롯하여 전국교장회, 전교조, 한교조 등 현재 교육에 있어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단체가 수 십 개가 있다. 그러나 이 단체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교육영역이 있다면 교육재정확충영역이다. 지난 10월 19일 31개의 교육 관련단체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었는데 바로 교육재정확충에 관한 것이다. 교육재정 GDP 대비 6% 확충하라는 정부에 대한 메시지다. 지난 7월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Porto Alegre)에서 개최된 세계교원단체(Education International) 제4차 총회에서도 공교육예산이 최소 GNP 6%를 확보하여야 한다고 결의하였다. 이제 교육재정 GDP 6%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예외는 아니다. GDP 대비 6%는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에서도 몇 차례 학술대회를 통하여 이를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그 결과 국민의 정부에서는 GNP 6%의 교육재정 확보를 공약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하였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중 내국세 교부율을 대선 공약인 내국세 교부율 15% 인상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11.8%에서 13%로 인상한 것은 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육재정 GDP 6%는 어느 정부에서든지 반드시 달성하여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과정에서 교육재정을 GDP 6%수준으로 임기 내 확충할 것을 공약한 바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GDP 대비 6% 기준의 부족재원은 국고로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대통령인수위원회에 제시하였다. 31개 교육관련 단체로 구성된 ‘안정적 교육재정확보를 위한 범국민협의회’에서 입법예고 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개정안”의 폐기와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참여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육재정 GDP 6%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크게 미흡한데 있다. 처음 GNP 5% 교육재정 확충 공약을 제시하였던 김영삼 정부에서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고 1998년 당초 예산에서 GNP 5%를 편성한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비록 IMF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GNP 5%의 달성이 어려워졌으나 그 노력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교육재정을 OECD 국가수준인 GNP 6%를 확보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여파로 교육재정 GNP 5% 확보조차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나 교육세 구조의 개편 및 교육세율 상향조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상향조정, 지방자치단체 시·도세 상향조정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대선공약사항인 교육재정 GDP 6% 달성을 위하여 이전의 정부에서 보여주었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이에 기초하여 2005년도 예산을 편성한 것은 각 교육단체를 실망케 한 것이다. 입법 예고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개정안은 그 자체만 두고 볼 때 현행 교부금법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 이유는 현행 지방교육재정 제도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복잡성과 경직성을 완화하고 융통성을 부여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봉급교부금과 경상교부금(내국세의 13%의 10/11)으로 된 보통교부금, 특별교부금(내국세 13%의 1/11) 및 증액교부금(국가예산이 정함)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봉급교부금, 증액교부금 및 경상교부금을 합쳐서 경상교부금으로 통합하고 교부율을 19.32%로 상향조정한 것은 제도적으로 발전한 것이라 하겠다. 개정될 교부율 산정방식에 따라서 산출된 2004년도 교부율은 19.23%로서 현행 교부율보다 개정 교부율은 0.09% 더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개정안이 현행 교부금법보다 재정원리와 교부금 산출의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적이라고 하더라도 참여정부에서 공약한 교육재정 GDP 6%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2004년도 현재 교육재정규모는 GDP 대비 4.28%의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개정입법안에 의하여 편성된 2005년도 예산도 이 수준을 크게 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OECD 국가의 교육투자 수준이 7%까지 육박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의 교육재정 확충의 시급성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변경하고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한 것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교육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내려진 결단이다. 그러나 국가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의지만 가지고는 되지 않고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교육재정 확충이 이루어져야만 하는데 그 최소 목표가 GDP 6%라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앞 정권에서와 같이 GDP 6%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국고부담의 확충에서부터 교육세율의 재조정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확충 등을 통하여 가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명엽 | 경기 수원 장안고 교장 햇볕 맑은 가을, 학생들은 부푼 기쁨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학급마다 학생들이 서로 의논하여 ‘주제가 있는 소풍지’를 정하여 확트인 바다를 보고 싶은 학급은 바다가 갈라지는 무창포로, 변산반도로, 채석강으로, 몽산포로 떠났다. 산을 좋아하는 학급은 산으로, 문화와 역사를 알고 싶은 학급은 이배재 문화센터, 국립서울과학관, 경기도민속박물관 등으로 떠났고, 봉사를 하고 싶은 학급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으로 떠났다.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에게 다 소중한 일이지만 놀이동산이 아닌‘나눔의 집’을 찾은 1학년 학생들의 결정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나눔의 집’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에 의해 성적 희생을 강요당했던 생존하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곳으로 간 학생들은 봉사와 함께 생생한 역사의 이야기를 할머니들에게 직접 듣고, 역사관까지 보았으니 이 소풍이야말로 매우 훌륭한 산 공부가 되었으리라. 산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나라를 사랑하자”는 백마디 말보다 뮤지컬 ‘명성황후’ 한 편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1년에 4편의 공연은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환경교육을 위해서도 백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체험토록 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장안고의 동아리 중 환경동아리 ‘장안패트롤’ 회원들은 ‘대부도 갯벌탐사’, ‘영화천 정화 및 감시활동’을 담당하고 교내 분리수거를 확실히 책임진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환경신문 도 만들어 계몽활동까지 하고 있다. 도서관은 학교의 센터 역할을 한다. 매달 30종이 넘는 월간잡지가 진열된 도서관에서 정과수업이 이루어진다. 짧은 시간에 단 10페이지라도 읽으려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그러다보니 도서관이 항상 붐비는 편이다. 그 결과 ‘도서부’ 동아리는 각종 상을 수상하고 있다. 그 외 심성수련, 다도, 진로탐색 프로그램, 성교육 프로그램, 1박 2일 등산 등으로 심신을 단련시키는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짬짬이 다 시도하고 있다. 네 활개를 펴고 활짝 웃으며 소풍을 떠나는 우리 학생들이 잠시나마 공부의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노라니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매일 아침 8시에서 밤 10시까지 네모교실 속에서 외우기만 시키고 있다니… 가련한 학생들, 가슴 아프다. 작금의 이 교육풍토, 입시제도가 세계 속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인가? 세계는 요동치는 소리를 내면서 변화하고 있다. 현재도 인터넷 등으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져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고, 2015년경에는 현재의 직업 중 90%가 없어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대형 할인매장도 하나둘씩 문을 닫는다니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20% 대 80%의 사회가 급기야는 부유한 5%의 집단과 95%가 가난하게 사는 사회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이 험난한 21세기에 적응할 경쟁력 있는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깊이 생각해 볼 때다. 2월 19일자 ‘무역흑자 - 4분의 1을 유학비로 쓴다’는 자료 분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교육에 기대를 걸지 못하고 너도나도 조기 유학을 보내는 뜻은 무엇인가? 우리의 교육정책에 문제는 없는가? 우리의 교육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뒷걸음을 치고 있지는 않은가? 누군가 우리의 교육을 보고 책상 위에서 외우기만 시킨다고 ‘책상 위의 종이호랑이’라고 하였다. 처음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내가 공부 외에 이런저런 활동을 넣으니 교사들은 많은 반대를 하였다. 물론 제자를 잘 키워내겠다는 의지이고, 학부모의 요구 또한 그럴진대 교사의 입장에서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문계 고교 역시 학과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입시공부도 시켜야 하고, 사고 작용을 자극하여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을 여는 활동도 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면 머리의 회전이 잘 되어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공부에 임하는 것이다. 책상 위에 오랜 시간 앉아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 속에 공부를 해야 하는 분명한 목표, 즉 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이 학생들의 가슴에 가득차서 그것이 열정으로 나올 때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다. 공부하라고 반복해서 잔소리 하는 것보다 정신을 깨우는 교육이 더 먼저인 것이다. 자신이 간절히 생각하는 구체적인 미래상으로서의 비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슴 속에 심어 준다면, 그리고 그것을 향한 행동목표까지 일깨워 준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심취할 것이다. 자신을 경영하고 자신의 가치를 알고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을 활짝 여는 사람이 되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을 하는 것이 우리 교육자의 몫일 것이다.
황순권 | 경기 양평 개군중 교사 모든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4시! 운동장 주변의 울긋불긋한 단풍들과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빛 잔디구장에서 초등학생 3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강미가 넘치는 아이들의 두 눈은 반짝거리고 얼굴엔 결연한 의지가 배어있다. 중학교에서 웬 초등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 그 학생들은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황선홍, 홍명보 선수처럼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려는 꿈을 안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축구 꿈나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상적인 축구부를 만들기 위한 학교의 의지를 알게 된 학생들이 부근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초등학생들이 선발되어 각자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마치고 4시 이후 개군중학교 운동장으로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학원스포츠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성적 지상주의가 너무 팽배하다보니 운동을 통한 건전한 인격과 건강한 신체의 형성이라는 본래 체육의 목적은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운동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하기보다는 상급학교 진학과 프로 선수 양성이라는 출세와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선수에게는 선수이기에 앞서 학생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수업이나 학교생활은 거의 없고, 오직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 종목의 연습만을 위하여 중요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만 한 선수들은 대학이나 실업팀에 진출한다 해도 사회 적응 능력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 학교에서는 선수 육성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즉, 학교체육의 정상적인 운영과 운동선수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학생 선수들도 모든 수업을 받아야만 한다. 다른 일반학생들과 동일한 배움의 기회를 가지면서 더 부지런히 노력하여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교 운동부의 운영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목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덕적 품성과 예절을 갖춘 선수로 육성하여 선수로서도 결함이 없게 함은 물론 유능한 민주적 사회인으로 양성한다. 현대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물질문명과, 다양한 조직 사회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학교 체육이 눈앞의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하여 기초체력 향상이나, 기본기를 습득시키기보다는 성인기술 체득을 강요하여 학생선수들의 조로 현상은 물론 도덕적 의식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만큼이라도 선수의 품성 및 인성 지도를 위하여 선수 일기 쓰기, 1일 1명 상담시간 운영, 선수 한 명과 일반 학생 한 명 결연 등을 통하여 성적지상주의가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한다. 각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도덕적 자세와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시켜 학원스포츠가 전인교육 성취를 위한 학교교육의 연장활동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추어 운영하고자 한다는 의도이다. 둘째, 공부하는 선수 만들기이다. 머리가 좋은 학생이 운동도 잘한다는 생각에서 생활영어, 컴퓨터, 한문, 수학 등 기초과정에 충실한 학생으로 성장시키고자 힘쓴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외국어 교육이라 생각하여 원어민을 초청해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하루 1시간씩 생활영어를 집중 지도하여 세계화에 부응할 수 있는 학생으로 키우고, 졸업 전까지 워드자격증시험에 통과시켜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컴퓨터 교육도 시키고 있다. 또한 한문을 지도하여 일본과 중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훈련에만 매달리는 축구 기계가 아닌, 인성과 학문을 겸비한 선수로 육성하고픈 것이다. 셋째, 축구의 전문적 이론과 실제의 능력을 겸비한 선수 만들기이다. 모든 축구부 학생들이 아주 유능한 축구선수로 일선에 나가면 정말로 금상첨화이지만 일부 학생들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축구의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케 하여 축구 행정가, 축구 지도자, 축구경기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양성하여 중도 탈락자 선수들도 축구 안에서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축구선수들이 운동선수로 진로를 찾든, 그렇지 않든 축구를 통해 행복과 만족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 많은 경기를 하다보면 그것이 이상론이고, 무모한 계획이라는 비판을 듣게 될 수도 있다. 또한 만족할 만한 실적이 안 나오면 현실과 타협하고픈 유혹을 받게 될 수도 있음을 안다. 그러나 공부와 운동을 겸해 축구뿐만 아니라 학업에서도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양성하고픈 소망을 끝내 지킬 것이다.
신동호 | 월간 편집장 dongho@donga.com 6·25 때 한국인들은 미군의 똥을 보고 염소똥이라고 놀려댔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터무니없이 작은 똥을 싸는 미군을 한국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뒤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한국인도 염소똥을 누는 국민이 됐다. 과거에 한국인이 얼마나 많은 똥을 누었는지, 지금은 얼마나 작은 똥을 누고 있는지 조사한 학자를 찾을 수 없다. 다만 요즘은 밥그릇이 훨씬 커졌는데도 똥 크기가 예전만 못하다.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자 아프리카 밀림에 가면 지금도 한국인이 반세기 전에 누었던 ‘후진국 똥’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하루 대변 양은 400g으로, 100g인 서유럽인보다 4배나 많다. 아프리카 원주민 중에는 하루 750g의 똥을 누는 대변 종족이 있다고 한다. 왜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똥을 쌀까?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인은 가공하고 정제한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제분소나 정미소에서 곡식의 껍질을 완전히 벗겨 내고 갈아서 정제해 먹지 않는 것이다. 대신 억센 풀과 과일, 캐낸 뿌리를 그대로 먹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식이섬유로 배를 채우게 된다. 먹은 음식 중 잘 소화되지 않는 식이섬유는 거의 그대로 똥이 돼 나온다. 그러나 서구인의 음식에는 식이섬유가 거의 없고 영양 덩어리인 엑기스만 있다. 엑기스는 대부분 장에서 소화되니 변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 똥이 적은 만큼 변의 장내 체류 시간도 아프리카인보다 2배나 길어 똥이 딱딱하고 변비 환자가 많다. 식이섬유는 자신의 무게보다 16배나 되는 물을 머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식이섬유는 고성능 스펀지인 셈이다. 또 식이섬유는 장내 박테리아의 활동을 도와 발효 가스를 발생시킴으로써 똥을 부드럽게 만든다. 때문에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조금만 힘을 주어도 똥이 죽죽 잘 나오는 것이다. 한국인이 처음 서양인의 똥을 보고 놀랐듯이, 서양인 가운데 아프리카인의 부드럽고 푸짐한 똥을 보고 놀란 사람이 있었다. ‘닥터 파이버(Fiber)’란 별명을 갖게 된 아일랜드 출신 의사 데니스 버킷이 바로 그 인물이다.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의료활동을 한 그는 아프리카인에게는 이상하게도 서구형 성인병이 없는 것을 보고 이들의 푸짐한 똥과 섬유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66년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유럽으로 이주한 아프리카인들 사이에서 대장암, 심장병, 당뇨병, 비만 같은 서구형 성인병이 급증하는 것을 보고 1971년 ‘식이섬유 가설’을 발표했다. 그가 1980년 식이섬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쓴 ‘제대로 먹어라(Eat Right)’는 서구인의 식습관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피플 매거진’으로부터 상을 받는 등 대중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 뒤 많은 연구자들의 조사를 통해 식이섬유 부족은 변비, 비만, 대장암 외에도 당뇨병, 심장질환, 담석증 등 성인병의 원인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선진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발전한 제분 기술 덕택에 식이섬유의 주공급원인 밀의 섬유질 함량이 한 세기 동안 무려 15분의 1로 줄었다. 아프리카인처럼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섬유질 많은 거친 음식에 적응해 왔는데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하루아침에 음식이 가공 및 정제식품으로 바뀌니 잦은 병치레를 하게 된 것이다. 현미에는 영양분이 풍부하다 요즘 선진국에서는 식이섬유 먹기 운동이 뜨겁다. 흰 빵이 식탁에서 사라지고 거친 검은 빵과 귀리로 만든 오트밀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네소타 대학의 데이빗 제이콥 교수는 1999년 정제하지 않은 곡식을 먹는 사람은 심장병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15∼25% 가량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심장협회, 미국암학회, 미국국립보건원도 현미식, 즉 정제하지 않은 곡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럽의 영향을 받아 흰쌀밥 대신 현미먹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 역시 현미나 보리 대신 쌀눈을 완전히 제거한 10∼12분도의 흰쌀밥을 먹는 것이 자랑거리인 양 생각했었다. 쌀눈에는 쌀의 영양분 3분의 2가 들어있는데도 영양분만 쏙 빼놓고 오히려 몸에 해로운 것만 골라 먹는 것이 바로 흰쌀밥이다. 쌀눈은 그대로 두고 껍질만 벗겨 낸 1∼3분도 쌀인 현미가 비타민 등 영양분은 물론 섬유질이 훨씬 많다. 식이섬유는 식물의 세포벽이나 뼈대를 이루는 딱딱하고 질긴 물질이다. 식이섬유는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식이섬유와 비수용성 식이섬유 두 가지가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내의 콜레스테롤에 딱 달라붙어 이를 몸 바깥으로 배출시킨다. 특히 과일에 많은 펙틴 성분의 부드러운 수용성 식이섬유는 대장 내에서 콜레스테롤 등 지방의 흡수를 방해함으로써 당뇨와 비만을 예방하는 작용도 한다. 식이섬유는 음식물 속의 당을 꼭 붙잡고 서서히 놔주기 때문에 장에서 당이 흡수되는 속도를 느리게 한다. 만일 음식속에 섬유질이 없을 경우 당이 체내로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몸에 부담을 주게 된다. 설탕처럼 식이섬유는 거의 없고 당분만 있는 음식을 자주 먹어 급격한 혈당 변화가 매일 반복되면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이 혹사당해 결국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 당뇨병 환자에게 미국당뇨병학회 일일 권장량(25g)보다 두 배 많은 식이섬유를 먹게 한 결과 혈당치와 콜레스테롤 흡수량이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비수용성 식이섬유는 음식을 장에서 빨리 통과시켜 변으로 배출되게 한다. 장에서는 단백질 등의 부패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긴다. 이를 빨리 배출시킴으로써 암을 예방하는 것이다. 얼마 전 유럽 10개국 암 관련 단체들의 합동 연구 결과 식이섬유 섭취량을 2배 늘이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40% 줄어든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장암은 국내에서는 거의 없던 병이었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만에 대장암은 한국에서도 암 가운데 남성 4위, 여성 3위의 빈도로 발병하는 흔한 병이 됐다. 변비가 있으면 대변 속의 발암물질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정상적인 대장세포가 변형되어 암세포가 발생하기 쉽다.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첩경이다. 식이섬유는 또한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과식과 비만도 예방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장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 섬유질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드는 물질은 인체의 중요한 영양소이다. 식이섬유는 이처럼 중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국민영양조사를 할 때 식이섬유 섭취량조차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10여 년 전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혜성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은 1969년 24.5g에서 1990년에는 17.3g으로 줄었다. 아프리카인의 섬유질 섭취량은 60g 이상이다. 우리도 ‘풍요로운 식탁 속의 섬유질 기근’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식이섬유 섭취를 늘이려면 백미보다 현미를, 흰 빵보다는 거친 검은 빵을, 곡물보다는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 콩, 들깨, 무, 양상추, 당근, 오이, 고구마, 감자, 토란도 섬유질이 많은 식품이다. 석기 시대 사람은 식이섬유를 매일 100g씩 먹었지만, 요즘 현대인은 20g 정도밖에 섭취하지 못한다고 한다.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식이섬유를 많이 먹는 게 좋다. 하루 2리터 이상 물을 마시자 주의할 점은 식이섬유 섭취와 함께 충분한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점이다. 수분 섭취 없이 식이섬유만 먹으면 오히려 변비가 악화될 수도 있다. 보통 하루 8잔(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컵 마시면 장을 자극해 변이 잘 나온다. 다만 지나친 식이섬유의 섭취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는 노인이나 중년 여성은 지나친 식이섬유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부작용이 심각할 정도로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은 대개 입에서 살살 녹지 않고 오랫동안 잘 씹어서 삼켜야 한다. 오래 씹어서 음식을 삼키면 뇌도 발달하고 소화도 잘 된다. 치아는 음식을 잘게 부수는 역할뿐 아니라 씹을 때의 자극이 턱을 통해 뇌로 전달돼 뇌의 혈류량이 증가된다. 운전 중 졸음을 쫓으려면 커피보다 껌이나 오징어를 씹는 것이 효과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래 씹으면 어린이의 지능이 발달하고 노인성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오래 씹으면 침샘도 자극된다. 하루에 생산되는 침의 양은 약 1.5∼1.8리터나 된다. 씹을 때 나오는 침에는 평소 분비되지 않는 소화 효소가 들어 있다. 이 효소가 음식과 섞이면서 소화를 돕는다. 영양학자들은 수세식 변기에서 똥이 물에 뜰 정도로 섬유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매일 아침 혼자서 해볼 수 있는 과학 실험이다. 똥을 띄우자. 지나친 채식주의는 위험하다 그렇다면 채식이 무조건 좋은 것일까? 아니다.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에는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람직한 식사는 채식과 육식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인간은 초식동물이 아닌 잡식동물이기 때문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고기 좋아하는 원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의 고기 섭취 비율은 장소와 계절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20∼40%였다. 인간의 고기 섭취 비율을 20%로 낮게 잡아도, 이 비율은 235종의 영장류 가운데 가장 높다. 진화의 레이스에서 최근 인간과 갈라져 나간 침팬지도 고기 섭취 비율이 4%에 불과하다. 인간의 진화를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으로 ‘사냥 학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냥과 육식을 통해 언어와 사회적 협동 관계가 발달하고, 영양 상태가 좋아져 뇌가 커졌다는 것이다. 인류학자들이 원시 사회의 표본으로 삼고 장기간 연구를 해온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쿵족은 하루 일과의 40%를 사냥을 하거나 또는 사냥 얘기로 보낸다. 이들 사회에는 ‘고기 고프다’는 단어도 있다. 인간이 고기 좋아하는 원숭이로 진화하면서 지구에서는 매머드 등 대형 포유류들이 대량 멸종했다. 그 원인도 사실은 워낙 인간이 사냥과 육식을 즐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는 마지막 빙하기 때 인간이 이 대륙에 발을 들여놓은 뒤 무서운 발톱을 지닌 캥거루 등 무게 45㎏ 이상의 대형동물 24속 가운데 23속이 멸종했다. 1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다른 대륙으로 진출한 호모 사피엔스는 다름 아닌 ‘킬러 사냥꾼’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해부학적으로 볼 때 초식동물보다는 육식동물의 특징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사람은 개처럼 뾰족한 송곳니, 모서리에 요철이 난 어금니를 갖고 있다. 고기를 찢어먹기 좋게 생겼다. 사람의 장은 길이가 육식동물처럼 비교적 짧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초식동물은 위에서 항문에 이르는 장의 길이가 몸의 길이에 비해 길고 육식동물은 짧다. 보통 초식동물은 되새김질을 하는 위를 갖고 있지만 사람은 절대 위에 집어넣은 음식을 다시 토해내 씹지 않는다. 인간의 위는 식사 후 3시간이 지나면 텅 빈 상태가 되며 박테리아가 그렇게 많지 않다. 반면 초식동물의 위는 언제나 음식이 차 있으며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박테리아와 원생동물이 위 속에 상주하면서 많은 영양물질을 만들어 낸다. 생선과 고기 섭취로 영양소 균형을 유지한다 인류는 수백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로 살 때는 숲 속의 과일과 견과류를 주로 먹는 원숭이였다. 그러나 빙하기가 엄습해 아프리카의 숲이 건조한 사바나 초원으로 바뀌고 사냥과 육식에 오랫동안 적응하면서 육식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갖게 됐다. 즉 인간은 생선이나 고기에서 풍부한 필수 아미노산과 지방산, 철, 아연, 비타민 B6, 비타민 B12를 얻게 된 것이다. 우리의 몸은 단백질이란 벽돌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카락, 피부, 눈, 심장, 뇌, 근육이 대부분 단백질이다. 뿐만 아니라 산소를 실어 나르는 헤모글로빈, 적혈구와 인체의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과 효소도 단백질이다. 식물이나 미생물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단백질을 스스로 합성할 수 있으나, 동물은 그런 능력이 없으므로 단백질 또는 아미노산을 음식물로 섭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보다 영양가가 높다. 또 단위 중량당 단백질의 함유량도 동물이 식물보다 많다.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아미노산의 종류와 양도 다르므로 여러 가지 단백질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살코기는 완벽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설사 채식주의자라 하더라도 계란과 우유를 먹으면 필수 아미노산을 얻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채식주의자가 필수 아미노산 부족에 걸리지 않으려면 콩, 과일, 호두, 식물 씨를 적절히 먹어야 한다. 그래야 채식만을 할 때 부족해지기 쉬운 리신, 트립토판, 메치오닌 같은 필수 아미노산을 공급받을 수 있다. 채식만을 할 경우 부족해지기 쉬운 또 다른 영양분은 붉은 색 고기에 특히 많은 철과 아연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가장 흔한 영양실조가 바로 고기를 섭취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철 결핍성 빈혈이다. 혈액이나 살코기가 붉은 색을 띠는 것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철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 성분은 붉은 색 살코기나 간에 많지만 시금치, 해조류, 참깨, 콩에도 철분이 꽤 들어 있다. 하지만 식물에 들어 있는 철은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는다. 고기에 들어 있는 헴철은 식물에 들어 있는 철보다 인체가 이용하기가 훨씬 쉬워 체내 흡수율이 4배나 높다. 식물 속에 들어 있는 철분은 무기 화합물 형태의 철이고, 육류에 들어 있는 철은 인체가 흡수해 이용하기 쉬운 유기 화합물 형태의 헴철이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고령화, 어디쯤 가고 있나 고령화란 한 국가의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UN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을 뜻하는 고령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7%를 넘는 연령구조를 갖는 국가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다. 65세 이상인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aged society)’,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는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부른다. 최근 미디어와 학계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는데 과연 얼마나 심각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심각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단적인 근거는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지금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에 나타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빠르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이동하는 데 26년밖에 안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도달했고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19년만인 2019년 ‘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다시 7년이 지나는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리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평균수명이 연장된 탓도 있지만 최근에는 출산율 급락에 더 많이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2003년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은 평균 출생아 수)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경우도 우리보다 높은 1.29명을 기록하고 있고, 미국은 2002년 현재 2.01명으로 우리보다 아이 하나를 더 낳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추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3년 5068만 명으로 최대치에 이른 뒤 2050년 4434만 명으로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산업인력 감소와 생산성 하락 초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 왜 문제인가. 고령화는 노동공급의 감소와 취업인구의 노령화를 가져와 기업과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통계상 생산가능인구로 분류하는 이들은 15~64세에 해당하는데, 이들 인구가 통계청 장래추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2016년(3638만 명)에 정점을 찍고 이후 계속 감소한다. 생산가능인구 연령대를 좀 더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감안해 25~54세로 좁힐 경우 미래의 노동인력은 훨씬 더 줄어, 2050년 노동력은 2003년에 비해 40%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 30대 인구 비중은 2000년 36%에서 고령사회 초입인 2020년 26%,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2030년에는 23.3%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은 기업활동의 기본 동력인데 노동력이 급격하게 줄면 노동력을 구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더 들고, 충분한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재직자들의 급속한 노령화도 노동생산성이 떨어져 큰 부담이 된다. 대비없는 고령화 소비 위축 불러와 소비 측면에서도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바로 소비 위축이다. 보통 선진국에서는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경제 전체의 저축률은 감소하고 소비는 늘어난다. 사람들이 재직중 저축을 많이 하다가 은퇴 뒤에는 저축을 소비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지만 소비가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조기퇴직에 따른 고령인구의 소비여력 감소를 들 수 있다. 최근 연봉제 도입 확산 등 임금구조 개편으로 중고령층 임금수준은 크게 하락하고 있고, 연령이 높을수록 임금하락폭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둘째, 중고령자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정규직의 비중이 낮고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 전반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 셋째,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이 유행하면서 중고령층의 퇴직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조기퇴직 확산은 결국 고령층의 소비집단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다. 50세 즈음이 퇴직연령이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25~30년을 실업자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고령화 시대 소비의 주역이 되어야 할 고령자들은 오히려 저소비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55세 이상의 저축률이 평균연령층에 비해 하락하기보다는 199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오다가 2002년 이후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축 증가는 곧 소비지출 감소를 뜻한다. 결국 고령화에 따른 소비위축이 발생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커다란 위협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고령자 부양비 부담 증가와 저성장 그런가 하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노인부양비는 갈수록 더 들고, 노인부양비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의 소비여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200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였으나, 2020년에는 5명이 1명을 부양하고, 2030년에는 2.4명이 노인 1명을, 2040년에는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됨으로써 국민경제의 고령자 부양비 부담이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인력 감소와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국민부담 증가는 국민부담률(GDP 대비 조세 및 사회보장기여금 비율) 추이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8.0% 수준으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27.3%)보다 높고, 미국(28.9%)과 비슷한 수준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게 되는 2010년 이후에는 국민부담률이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고, 이는 결국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등 비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져 고령자뿐 아니라 생산가능인구의 소비여력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연금 수급자 증가, 의료 및 복지비용 등 재정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노인복지 관련 예산은 5005억 원으로 10년 전인 1994년의 462억 원에 비해 11배로 불어났다. 연금의 경우도 노령연금 수령자가 늘어나면서 재정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01년 7월 ‘한국경제이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급속한 연금수급자 증가로 재정이 30년 내에 위기를 만나리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결국 고령화는 ①노동공급 감소 ②노동생산성 저하 ③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저축률 하락 ④소비와 투자 위축 ⑤근로인구 감소에 따른 조세수입 감소 ⑥재정수지 악화 등을 가져와 기업활동과 국민경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를수록 그에 비례해 타격도 클 것이다. 특히 2010년이 지나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노동력 부족과 노인부양 비용이 가져올 충격으로 인해 기업과 재정의 부담이 급증할 것이다. OECD는 고령화가 향후 수십 년간 1인당 GDP성장률을 연간 0.25~0.75%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도 2000~2050년 연평균 GDP 성장률이 2.9%에 머무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다는 전망이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재정부담은 급속히 늘어난다. 상황이 이러한데, 대다수 선진국들이 수십 년 전부터 고령화에 대비해 온 반면 우리나라는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매우 부족하다. 최근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재정경제부가 올해 안에 ‘고령자 고용촉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고, 기획예산처도 최근 고령사회에 대응한 재정운영 대책 수립에 나섰다. 이처럼 정부가 각종 고령화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인력 활용·중고령층 소비활성화 대책 시급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나 근로인력의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할까. 대통령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올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실천전략(로드맵 보고서)을 보도참고자료로 내놓았다. 이 자료는 2008년까지 30만 명의 노인 일자리 창출을 정책대응목표로 제시했다. 이 자료를 포함해 최근에는 여성인력과 외국인력 활용을 대책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많이 나온다. 노동공급 측면에서 고령인력의 일자리 확보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 문제 외에도 소비 위축이라는 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령화 시대의 도전을 극복할 수 없다. 근본대책은 고령인력 활용을 통한 노동공급의 유지와 확보, 고령자의 근로소득 증대를 통한 노인부양비의 경감 그리고 중고령층의 소비 활성화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자의 노동시장 퇴장을 최대한 늦추고 고령자를 생산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고령인력 활용정책이 필요하다. 고령인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고령자의 취업능력이 빠르게 상실되고 있음을 감안해 고령자의 직업능력을 높일 수 있는 평생교육체제를 강화하고 고령자의 고용과 재취업을 확대해야 한다. 임금피크제와 같이 호봉급제를 보완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해 기업의 고령인력 고용에 따르는 부담을 줄이고, 연령에 따른 인사차별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관련 정보를 얻지 못해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에 적합한 취업알선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전직(轉職) 지원 서비스(outplacement service)를 늘리는 일도 필요하다.
김영춘 | 한국교총 교권옹호국 Q. 임신 1개월 된 여 교원입니다. 현재 몸이 좋지 않아 2개월 간 입원을 권유 받았습니다. 이런 경우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일반병가 사용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출산 후, 육아시간도 1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구체적인 사용방법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A. 선생님의 경우 만기출산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출산휴가는 불가하나 일반병가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에 의거 출산휴가는 정상적인 만기출산과 임신 8월 이후(197일)부터 발생한 유산·사산·조산의 경우에는 출산 전·후를 통하여 90일 이내의 출산휴가를 허가할 수 있습니다. 남자 교원은 개정된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 의거 배우자가 출산을 하게 된 경우 3일(기존 1일)간의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출산휴가는 산모의 건강을 고려하여 출산일 또는 출산예정일을 기준으로 출산 후에 45일 이상 확보되도록 부여하며, 아래의 경우에는 일반병가를 허가할 수 있습니다. 1. 임신중에 심한 입덧이나 부작용 또는 안정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2. 임신 4월 미만, 즉 84일까지의 기간중에 발생한 유산·조산·사산의 경우 따라서, 임신중 신체에 이상이 있을 때에는 담당의사의 진단서를 근거로 일반병가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교육공무원법 제44조 제1항 제7호에 의거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은 자녀(휴직신청 당시 1세 미만인 자녀에 한함)를 양육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여교원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 최대 3년(남 교원은 1년)의 범위 내에서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때, 최초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은 호봉승급과 경력에 100% 반영되며, 출산 후 최대 1년의 범위 안에서 월 40만원의 육아휴직수당이 지급됩니다. 또한, 생후 1년 미만의 유아를 가진 여자 교원은 1일 1시간의 육아시간을 얻을 수 있으며, 허가 대상 여부는 병원의 출생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본으로 확인합니다. 육아시간은 본인의 신청에 따라 수업 등 학생지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중의 적절한 시간을 선택하여 유아가 만 1세가 되는 날의 전일까지 허가합니다.(예시 : 1시간 또는 30분 늦게 출근하거나, 1시간 또는 30분 일찍 퇴근 또는 근무시간중 1시간 활용) 육아시간의 허가는 근무상황부에 사용기간과 매일의 사용시간을 기재하여 일괄결재로 처리하고, 사용시간이 변경될 경우에는 다시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1. 근무상황부의 “종별”란에는 “육아시간”으로 기재 2. “기간 또는 일시”란 중 “부터·까지”에는 사용기간을 기재하고, “일수·기간”에 매일의 사용시간을 기재
“NEIS 특정 교원단체와 밀실합의 이해 안돼” 교육부 국감에서는 교육부와 전교조의 나이스 합의, 고교등급제, 교육부의 전문직 보임, 사립학교법 개정, 2008년 이후의 대입시안,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편향성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부와 전교조간 NEIS 밀실 합의’ 문제를 두고 야당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안 장관의 교육부 주요 업무보고 중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부와 전교조의 나이스 합의 내용이 빠진데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전교조와 단독 합의해 교총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나이스 문제에 대해서는 왜 보고를 안 하느냐, 지금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안병영 장관은 “이 문제가 중심 쟁점이라고 생각 안 해 보고를 미뤘다. 다른 의원들이 합의해 주면 보고하겠다”고 답변하자 황우여 교육위원장은 “질의는 헌법기관인 각 의원의 권한 사항”이라며 안 장관의 답변을 종용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나이스 문제를 특정단체와 합의해 (정보화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 차원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전교조의 나이스 합의를 중재한 열린우리당의 구논회 의원은 그 동안의 중재 과정을 설명하면서 “NEIS 문제가 지난해와 같은 갈등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특정 출판사의 ` 검정교과서가 반미·친북·반재벌 시각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주장해 여야간에 거센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8년 대입시 개선안 발표 이후부터 촉발되기 시작한 고교등급제 논란도 있었다.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이 “시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대학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법·재정 차원의 엄벌”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고교등급제는 엄격히 금지하는 대신, 고교종합평가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교육부·교육청 내 교육전문직 비율 높여라”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교육부가 전문직 정원은 축소하고 일반직은 늘려 교육전문직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됐다”며 “현장 중심의 교육정책을 위해서는 전문직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1999년에 일반직 5명, 전문직 18명을 감축한 후 이후 일반직은 14명(2000년), 16명(2003년), 13명(2004년)씩 증원했지만, 전문직은 다시 1명 감축(2000년)돼, 직제 정원 466명 중 전문직은 8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영숙 의원은 시·도교육청의 인적 구성도 교육전문직이 12.5%(3783명), 일반행정직은 87.5%(2만 6456명)로 인적 구성이 편향됐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시도교육청으로 권한 이행되면서 전문직의 위상이 약화됐다”며 “새로운 업무 수요가 발생할 경우 전문직 보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교육혁신위원회가 발주한 외부용역을 내부 혁신위원들이 싹쓸이 했을 뿐만 아니라, 2008년 대입시 방안을 졸속으로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진 의원은 “교육혁신위원회가 2003~2004년도 외부에 의뢰해 수행한 연구과제는 모두 10건인데, 이들 모두 내부 혁신위원들이 싹쓸이 계약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외에 이날 교육부 감사에서는 ▷국립특수교육원이 시설 현대화를 이유로 지은 지 10년도 안 되는 안산 건물을 두고 천안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국고낭비라는 지적(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8월 11일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이 초·중·고교생 대상 읽기 자료를 9월 초까지 보급하겠다고 약속한지 한 달이 지나고도 보급되지 않은 문제(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 ▷초등 여교사 비율이 전국적으로 71%, 서울은 81%에 달해 성비 불균형 시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요구(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25년 이상 장기근속 여교원이 1/3이지만 관리직 비율은 9.8%에 불과하다는 지적(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1951년에 설정된 6-3-3-4제 학제 개편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제안(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 등이 나왔다. 3不 원칙 놓고 논쟁 벌여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인적자원부 확인감사에서는 3불(不)원칙(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금지)과 2008 대입시안, 고교 내신 부풀리기 등이 중점적으로 거론됐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본고사는 아니더라도 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기면 학생들의 학력차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방식을 개발할 것이고 경쟁력도 뒤따를 것”이라며 “3불 정책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법 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2008 대입안과 관련하여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대학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교육부가 새 대입제도 개선안에 수능 1등급을 상휘 4% 이내로 할 것을 고집하지 말고 7%로 확대해 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은 “전국 초·중·고교 교사 834명을 상대로 교권침해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8.1%가 `교육부의 교권 존중 제고 정책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며, 18.9%가 ‘학생 체벌 후 학부모나 간부급 교사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으며 16.3%는 ‘`체벌이나 안전사고 후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고 최 의원은 밝혔다. “교사가 느끼는 교권침해의 심각성은 큰 데도 교육당국은 탁상행정식의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전 유인종 교육감 발행 책자 질타 5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강남북 교육격차, 고교평준화 등의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자치구의 부익부빈익빈이 학력 대물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열린우리당은 당 지병문 의원도 “40년 이상 경과된 노후 건물이 강남지역은 19개인 반면 강북지역은 143개로 8배 차이가 나는 데도 시설투자 지원내역을 보면 강남보다 강북에 1.4배 정도만 지원해 문제”라며 집중 지원을 주문했다. 평준화 보완과 학력제고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갈렸다. 한나라 당 이주호 의원은 “평준화를 보완하는 자립형사립고의 경우 서울에는 기본 요건을 갖춘 학교가 최소 8개나 있는데도 한 학교도 도입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은 “서울에서 초등교 학력평가를 실시하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자율에 맡긴다 해도 한 학교에서 실시하면 다른 학교도 하게 될 것”이라며 “초등교육이 지식중심의 경쟁교육으로 바뀔 것”이라고 반대했다. 한편 김영숙 의원은 “전교조와 교육청이 맺은 2004 단체협약을 보면 ‘방학중 근무교사는 가급적 배치하지 않는다’고 명시함으로써 학교의 자율성과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전임 유인종 교육감이 발행한 500여 쪽 분량의 책자가 질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제목에 걸맞게 새물결 운동 등 서울교육의 정책 추진과 변화, 그리고 발전방향 등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전 교육감이 여기저기서 말한 것, 논문, 가족사진, 수상경력 등을 실어 놓은 개인 홍보물이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창문이 하나뿐인 강서 S초등학교 교실 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모았다. 최 의원은 “86학급의 과대학교인 이 학교는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교실 4개를 일반교실로 쓰고 있는데 창문이 1개뿐”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과밀학급 시급히 해결하라” 경기·인천교육청 국감에서는 과밀학급과 인천외고, 용인외고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경기도의 과밀학급 비율은 전국 평균 44퍼센트보다 월등히 높은 73.4퍼센트에 달한다”며 “학교신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함에도 유관기관의 협조부족과 부지선정의 지연으로 늑장 개교가 관행화된 만큼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권철현 의원은 “인천은 399개 초·중·고교 중 93퍼센트에 달하는 371개 교가 100미터 달리기가 불가능한 규모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인천외고 사태에 대해 민노당 최순영 의원은 “인천외고 분규로 1, 2학년의 절반이 넘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전학해 학교운영비를 포함한 심각한 예산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교육청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군현 의원은 “인천외고 교장 해임과 관련해 교육청이 감독소홀의 책임을 물어 교장을 해임한 것은 행정권의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재성 의원은 경기지역 75개 학교 주변에 가스저장소 등 위험시설물이 들어서 전체 7만 7600여 명의 학생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시교육청은 대전외고 이전’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해결방안이 집중 거론됐다.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도 “대전외고 관련 등교 거부 학생들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현재 `사고결석’으로 기재된 사항을 대입 내신에 반영되지 않는 `기타결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충남도교육청 국감에서는 충남교육청 산하 고등학생의 학업 중도탈락률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원교육감 “비평준화 계속 유지할 것” 강원도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고교 비평준화와 고교 교사 가산점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지만 한장수 교육감이 ‘소신 추진’ 의지를 밝힌 가운데 야당 의원들도 “일부 세력에 굴하지 말라”며 옹호론을 펴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 “도내 2663개 사택 중 19%에 달하는 494개 사택이 개축 및 보수 대상으로 나타났다”는 지적(열린우리당 복기왕), 지난해 주최한 12개 연구실적 평정대상 연구대회 중 7개 대회에서 공무원인사규정에서 정한 최종 출품작의 40%보다 많은 수상작을 선발했다는 지적(열린우리당 유기홍)이 제기됐다. 전북교육청 감사에서는 비위생적인 학교급식, 늘어나는 교내 합숙소, 남발되는 교육감상(賞) 문제 등을 질타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전북도 15개 교에 가짜 한우가 납품돼 강원 22개 교, 울산 18개 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며 교육청의 행정지도 소홀을 꼬집었다. 광주·전남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광주의 과밀학급과 전남의 열악한 교육여건, 교사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전남교육청에 대해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은 “최근 5년간 신규교사의 전남 응시율이 10%에 그치는 등 학생 이탈뿐만 아니라 교원들의 기피도 심해 2복식 학급이 413개, 3복식 학급이 8개나 되는 등 정상적인 교과 운영마저 어려운 실정”이라며 교육청의 종합적인 대책 강구를 주문했다. 경북도·대구시 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는 교육공무원 15명이 입건되고 업자 1명이 구속된 경북교육청의 교구(敎具)납품 비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악기 등을 직접 가져와서 구매가와 시중가를 비교해 보이며 비리 의혹을 집중 제기했는가 하면 답변 불성실을 이유로 위원장에게 경북교육감을 경고토록 요구하는 등 한때 긴장감이 돌았다. 이밖에 의원들은 대구교육청을 상대로 기간제교사 비율이 높은 이유와 교사촌지사건, 통합학급 담임교사 전문성 제고, 과밀학급 해소 문제 등에 대해 중점 거론했다. 울산시 교육청의 청소년문화센터 부지매입과정을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에 울산시교육청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키로 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사학법인의 재무구조가 취약해 각급 학교 운영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과 경남, 울산지역의 특수학생 교육환경이 열악해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제주도교육청 국감에서는 인성교육 강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교실의 복도쪽 벽을 허무는 열린교실사업이 306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지적됐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96년부터 2001년까지 열린교실 사업을 위해 306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교총 “수업시간에 국감자료 작성” 한편 이번 국정감사과정에서 일선학교 교원들이 촉박하게 쏟아진 국정감사 자료를 보고하느라 수업을 자습으로 대체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총은 20일 “전국 80여개 초중고에 대한 실태조사와 4개 학교에 대한 방문조사 결과 교원들이 과도한 자료와 ‘당일 보고’를 요구하는 자료 작성에 매달리느라 수업권을 박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시정을 요구했다.
김광일 | 충남 서산 반양초 교사 지독한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여름, 집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른 적이 있다. 성실해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다가와 꾸벅 인사를 한다.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군에 입대하게 되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앳된 소년이 아닌 건강한 청년으로 자란 제자 승호를 만난 것이다. 제자를 보는 순간 승호 어머니가 생각나 안부를 물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지금부터 12년 전, 그러니까 1992년 3월 학기 초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얽힌 좀처럼 경험해보기 힘든 일이 있었다. 출근하여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한 여자 아이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사실 담임을 맡고 3일 밖에 지나지 않은 까닭에 45명 모두의 이름을 익히지도 못한 때였다. “선생님, 어떤 아저씨가 의자로 친구를 때리려고 해요. 선생님! 빨리 올라오세요.” 급히 가보니 교실 주변에는 다른 반 아이들까지 복도로 몰려나와 교실 안의 소란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헤치고 교실에 들어서자 40대 초반의 남자가 분에 못이긴 듯 의자를 들썩거리며 덩치가 큰 남자 아이를 흔들어 대는 모습이 보였다. 담임인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그 남자는 슬그머니 의자를 내려놓고 대신 험악한 표정으로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담임이 들어오자 안도하는 듯한 아이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상황 정리가 필요했다. 사실 이 낮선 사내가 막무가내로 나오면 몸싸움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기에 주먹을 단단히 쥐고 대응준비를 했다. 우선 웅성거리는 다른 반 아이들을 교실로 돌려보내고 우리반 아이들을 제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도록 하였다. 엄숙해지자 그 남자도 머쓱해진 듯한 표정이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팔을 잡고 짧게 말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나가서 이야기 합시다” 밖에 나와 담배를 꺼내 권하자 자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잠시 후 “아이들 생활지도 똑바로 하시오.”란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출입구를 향해 나갔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벌어진 소동은 교직원들에게도 알려졌고 그 다음날 당사자가 학교에 찾아와 사과하는 것으로 소동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 소동이 벌어지게 된 배경은 아이들의 힘겨루기로부터 시작된 하찮은 것이었다. 체격이 큰 세 녀석 중 한 명이 나머지 두 명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과정에서 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한 명은 옷에 코피를 뭍인 채 집으로 갔고, 나머지 한 명은 가벼운 몸싸움 후 대수롭지 않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점은 코피를 흘리며 간 아이가 아니라, 가벼운 몸싸움을 한 아이가 집에 돌아가 말한 내용을 듣고 격분한 아버지가 학교로 일찍 찾아와 그런 소동을 벌인 것이다. 나중에 세 아이의 엄마들이 학교에 모여 자초지종을 듣고 원만하게 해결이 됐지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더욱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코피를 흘리며 싸웠던 아이의 엄마가 보여준 의연하신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크면서 힘겨루기를 하잖아요. 피를 많이 흘리고 들어오는 애를 보고 속이 상했어요. 하지만 아이들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생각했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어쩌면 그 상황에서 가장 흥분했어야 할 엄마가 정반대로 차분한 대처를 한 것이다. 시종일관 침착하게 말씀 하시며 같이 있던 분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해 주셨다. 편의점에서 돌아오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승호 어머니, 학부모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승호가 엄마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잘 자란 것 같습니다.” 지금쯤 군에서도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을 승호 모습이 떠오른다.
올해 수능에서 서울과 전북, 충남, 광주․전남 등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부정행위가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광주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수능부정’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 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0일 “SKT․LGT에서 넘겨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24만8천건을 조회한 결과, 서울 4개조 10명, 충남 2개조 4명, 전북 8개조 39명, 광주․전남 7개조 29명 등 82명이 부정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수능부정 행위자 수에는 광주 지역에서 이미 적발된 180여명은 제외됐다. 또 KTF 메시지 1만2천건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관련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김재규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브리핑에서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메시지 550여건의 번호를 추적해 가입자 인적사항과 거주지를 파악했다”며 “자료 조회가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경찰조사 결과, 부정행위 가담자들은 대부분 현재 고3이거나 재수생인 1986년∼1987년생들로 송신자와 수신자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서울은 각 조가 2∼3명으로 구성됐고 충남 2개조도 각각 2명으로 구성돼 ‘조직적 부정’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전북은 1개조에 12명이 연루됐고 여러 가지 송․수신 유형을 보여 향후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선수’와 ‘중계조’를 포함,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한 조직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경우 수험생 1명이 2명으로부터 각각 다른 과목의 정답을 받은 경우도 있었으며 매 시간 정답을 전송받은 수험생과 일부 과목 전체 답안을 전송받은 수험생도 확인됐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들이 보낸 메시지는 실제 정답과 정확히 일치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시험 당일 수험생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26일 수능 부정행위에 대한 의혹이 인터넷 등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자 이동통신 3개사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숫자로된 문자메시지를 제출 받아 이 중 ‘1’~‘5’로 된 메시지를 추려 부정행위 연루자들을 추적해왔다. 한편 경찰은 대리시험 수사와 관련, “서울 일선 교육청에서 개별적으로 응시원서를 제출한 재수생 6천832명의 원서 원본을 오늘 중으로 받아 각 구청에 있는 주민등록 사진과 정밀 대조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