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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봄바람에 느티나무 연둣빛 새잎이 나풀거린다. 그 바람 속에는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 숨결이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간간이 바람이 불 때마다 우리 시대의 훈장처럼 겨울 강풍에 날아와 가지에 걸린 마스크가 벌렁거린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 사흘째이다. 방역지침과 거리두기 개편으로 연일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져 걱정이다. 그래도 딴에는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생활하였는데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처럼 그 불똥이 내게 오리라고 어찌 상상이나 하였을까? 처음 당해보는 자가격리라 평소 생활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마치 군중 속의 섬사람이 된 느낌이다. 더구나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어린 철부지들을 생각하니 애간장이 탄다. 하지만 이 코로나보다 더한, 교직에 있는 모든 선생님이 힘들다는 3월도 대상포진과 싸우면서도 출근하였는데, 지금 주저앉은 이 모습이 믿기질 않는다. 그리고 사월의 시작과 함께 아이들과 같이 교정 화단에 솟아나는 새싹과 민들레꽃, 할미꽃, 고사리 같은 새잎을 관찰하며 봄을 맞이하려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자신에게 원망을 던진다.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이곳은 시골 학교 만큼 순수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믿음이 넘친다. 출근하는 모습을 복도 창문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뛰어나와 서로 손을 잡고 바짓가랑이도 잡는 아이들. “거리 두기야, 떨어지자.”라고 해도 언제 그랬냐 듯이 우르르 몰려든다. 그 아이들의 눈빛과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가? 지난 삼월이었다. 대상포진을 앓을 때 어떤 이는 한 며칠 병가를 내고 푹 쉬면 좋을 텐데 참 고지식하다고 하였다. 낸들 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에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지금껏 선생님이란 특수한 직업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교직에 있어 가르침에 있어 사명감이란 퇴색된 지 오래다. 하지만 나는 아직 버리고 싶지 않다. 삼십 년을 넘게 그렇게 걸어왔고 이 소임이 끝나는 날까지 그 초심을 잃지 않는 그런 선생님의 자세로 살고 싶을 뿐이다. 머무는 방의 환기도 시키고 햇볕도 한 번 쬘 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가까운 산, 먼 산은 아래로부터 번져가는 봄꽃의 작은 활화산 번짐이 군무처럼 화려하다. 인근 나지막한 밭 언덕엔 연분홍 복사꽃이 새색시 같은 환한 웃음으로 주위를 밝힌다. 지금쯤 1교시를 마쳤겠지? 낯가림이 심한 통합 반에 가는 아이도 잘 있을까? 우유 급식은 제대로 했을까? 열다섯 명의 아이 얼굴이 하나하나 스친다. 마음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몇 번의 기침과 가래를 뱉고 한 모금의 물로 자지러짐을 넘긴다. 그리고 있을 때 잘하란 말을 펼치며 평소에 누렸던 모든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모순을 생각한다. 자가격리 중 제일 고마운 사람이 아내다. 자신도 출근과 집안일 하며 힘들 텐데 아침, 점심, 저녁 따스한 밥 한 공기를 쟁반에 담아 2층 방문 앞에 살며시 두고 내려간다. 밥이 뭐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가 그런 잘못된 생각을 고쳐준다. 하지만 원래대로 되면 내가 언제 그랬냐 듯이 머리를 치켜들 것이다. 이게 원래 사람의 본모습일까? 이제 자가격리 기간의 반을 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아이 하나하나 작은 마음 구석까지 쓰다듬고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항상 옆에서 같이 숨 쉬는 가족에게 말 한마디 손짓 하나라도 생각하는 느긋함이 있는 걸음으로 같이 걷고 싶다. 봄이 한창이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화려했던 자목련 꽃잎의 멍들은 하얀 속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축축 처진다. 씁쓸한 마음이지만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꽃진 자리에는 연둣빛 새잎이 돋아나서 더 예쁘다. 꽃은 떨어진다. 떨어져야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변화무쌍한 날씨를 견뎌야 영근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가 지금은 아프지만 살아가는 동안 더 큰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집이 그 사람의 신분이 되었다. 주住야말로 의衣와 식食을 능가하는 위치로 등극했다. 그러다보니 현대인들은 집의 노예가 되었다. 죽기 살기로 돈을 모아서 집을 산다. 생존을 충족시키기 위한 집으로부터 출발하여, 신분을 나타내는 집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실로 다양하다. 집은 볼 만한 구경거리이다. 필가가 백가기행百家紀行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여기에 있다. /저자 서문 중에서 이 책에는 ‘돈으로서의 집, 신분으로서의 집’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장성 축령산 자락에 있는 한 평의 집부터 경주 최 부잣집과 같은 명부(名富)의 집, 경남 지수면의 의부(義富)의 집, 차를 마시는 다실(茶室) 등이 작가의 지론인 ‘가내구원(家內救援)]의 의미로 소개되어 있다. 동양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청운 조용헌 선생의 글을 무척 좋아한다. 매주 월요일이면 신문에 연재되는 그의 칼럼을 읽는 것이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사주, 풍수, 한의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당호는 다문재(茶文齋)이다. 십여 년 전 이사하면서 이름을 지었다. 차를 마시며 글을 쓰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멀리 합포만이 보이고 집을 나와 오 분 정도만 걸으면 무학산 학봉과 마주할 수 있고, 고운 최치원이 거닐었던 산책길이라는 점을 생각하였다. 여기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이 참 중요한가 보다. 집 이름을 짓고 엽서나 편지 끝에 ‘다문재(茶文齋)에서 보냄’이라고 열심히 사용하다가 사는 일에 바빠 잊고 있었다. 그러다 후두둑 벚꽃비가 내리는 오후 베란다에서 봄 풍경을 바라보다 순간 깨달음이 일었다. ‘아, 이 집 이름이 다문재(茶文齋)였지!’ 몇 권의 책을 출간하고,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하였고, 작은 독서모임을 만들어 책읽기의 즐거움을 함께하고 있다. 나를 공부하도록 도움을 주신 것이 집이 아닐까? 당호의 의미조차 모르면서 작은 아파트를 향해 꿈을 이야기한 것을 성주께서 들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곁에서 따듯하게 힘든 나를 일깨워 주셨으리라. 도서관에서 바라보는 강마을은 분홍 복사꽃과 흰 자두꽃이 눈부신 봄 풍경을 보여준다. 봄이 농익어 있다. 『조용헌의 백가기행』, 조용헌 지음, 디자인하우스, 2010
교육부 존치 논란이 계속되자, 교육계 일각에서는 초·중등교육의 지방 이양과 함께 교원 지방직화가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원 지방직화는 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위기감을 내보이는 교원도 적지 않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원 지방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도간 상황에 따라 교원의 신분, 처우, 근무 여건 등에 차이가 생겨 특정 지역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역 간 교육격차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교총이 지난 2020년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57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90.5%가 국가공무원인 교원의 신분이 지방공무원으로 전환되는 것에 ‘반대’했다. 교총은 “교원 지방직화는 단순히 교원의 신분 변화 그 자체를 넘어 교육격차와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면서 “국가공무원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1일부터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른 소방·구조 역량 격차를 줄여 각종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교총은 “지방직이었던 소방공무원은 지역에 따라 처우가 다르고 인력 운용과 소방 장비 등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어 근무 여건에 편차가 컸다”면서 “교원이 지방직화되면 똑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교원의 사기와 교육력이 떨어지고 결국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지방재정자립도가 낮아 지방교육재정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에선 교원 충원, 비정규직 교원 임용 확대 등으로 인해 지역 간 교육환경 격차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교총은 “교원의 지방직화는 교원의 신분과 지위에 격차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헌법 제31조에 명시한 ‘교원 지위 법정주의’ 정신을 크게 훼손한다. 또 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상 교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우대 및 신분 보장 정신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제26대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8일부터 1년이다. 홍 회장은 취임사에서 “대학사회는 코로나 팬데믹보다 더 큰 문제인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및 탄소중립, 저출산·고령화, 학령인구의 급감 등의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대학이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교협이 부족한 대학재정, 불확실한 교육정책,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등으로 촉발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정 지원의 안정적 확보 ▲대학의 자율성 보장 및 대학 혁신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 ▲지역균형발전의 구심점으로서의 대학 역할 수행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경북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경북대 건설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대외협력처장, 산학연구처장, 공과대학장 겸 산업대학원장 등을 역임하고, 2020년부터 경북대 총장을 맡고 있다. 현재 대구시 도시계획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 추진위원, 국방부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경남교총(회장 김광섭)은 6일 교총회관 대강당에서 교육행정 정책의 건전한 견제로 균형 있는 교육 실현을 위해 ‘경남교총 정책연구소’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김상백 사천 서포초 교감이 초대 소장을 맡은 정책연구소는 13개 위원회와 45명의 위원으로 운영된다. 13개 위원회는 유·초·중·고·대학의 자문위원단 및 공동위원회, 대외협력공동위원회, 미디어언론홍보위원회 등 4개의 위원회와 유아, 초등, 중등, 대학, 보건, 특수, 사서, 영양, 전문상담교육 등 9개 정책위원회로 구성됐다. 정책연구소는 김광섭 경남교총 회장의 공약인 △추락한 교권과 교원의 사기 저하 회복 △경남교육을 위한 교원단체로서의 건전한 견제를 통한 교육정책의 균형 회복△회원들의 질 높은 복지향상 △교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프로그램 개발 등 4가지 과제의 해결책 마련과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 수립에 집중한다. 김광섭 회장은 인사말에서 “정책연구소는 향후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교원 권익과 복지향상, 전문성 함양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이는 교원단체 위상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대학교는 충청권 직업교육의 한 축을 이루는 전문대학이다. ‘입학에서 취업까지’를 기치로 수요자 중심, 지역사회 중심, 취업교육 중심의 교육을 추진한다. 특히, 김병묵 총장은 2013년 취임 이후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학생 중심의 첨단 교육인프라 구축, 행정운영 체계화, 우수 교원 초빙, 인성·실용 중심 교육과정 개편 등 변화를 이끌었다. 산학협력과 특성화 학과 집중 육성은 신성대의 주요 전략이다. 신성대가 위치한 당진시는 국가산업단지 3곳, 일반산업단지 4곳 등 여러 산업단지가 집중돼 있어 산학협력에 유리하다. 신성대는 이런 지역 기반을 활용해 공학계열·휴먼서비스 분야(자연계열)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산만 대단위 공장 및 신도시와 연계해 복합형 캠퍼스를 마련하고, 경쟁력 있는 공학, 인문사회, 간호보건 분야 학과를 집중 육성한다. 1600여 개의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 통해 주문식 맞춤 교육도 힘쓴다. 기업의 요구에 맞춰 교과과정을 편성하는 맞춤식 교육을 실시하고, 필요 시 병원·공공기관·기업 인사가 직접 특별수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충남 당진지역 40여 개 중견기업과 산·관·학 업무협약을 체결해 ‘현장 맞춤식 교육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또한 사회적 수요를 철저히 조사·분석해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아울러 ▲글로벌 교육 인프라 구축 ▲어학 몰입교육 ▲해외현장실습과 인턴십 ▲해외취업 지원과 추수 지도 관리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해외 산업체까지 시야를 넓힐 수 있게 했다. 국가재정지원사업에서도 지속적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성대는 2013년부터 5년간 정부로부터 총 150억 원을 지원받아 NCS기반 교육과정과 기초교양 프로그램 등 취·창업 역량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 ▲고교-대학 통합교육 육성사업(Uni-Tech) 및 학교기업 지원사업 ▲공학기술혁신사업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대학기본역량진단 자율개선대학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등에도 선정됐다. 신성대는 학생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환경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전문대학 특성에 맞는 실무중심 교육에 필요한 최신 실습 시설과 장비를 마련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총 3개 동으로 구성된 기숙사는 총 1026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헬스장, 독서실, 세미나실, 요리실, 회의실, 노래방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도 전문대학 부문 전국 6위를 차지해 15년 연속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한국CSR연구소가 발표한 ‘2020 대한민국 전문대학 지속지수’에서도 전국 6위로 4년 연속 10위권을 유지했다. 학생들의 만족도 높은 생활환경과 안전한 교육환경, 우수한 교수진, 첨단교육시설 구축 등 생활·안전·연구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장학금+취업…공공간호사 전형 올해 수시 1차 정원 내 모집에서는 일반전형, 일반고전형, 특성화고 전형, 지역장학금 전형, 비교과(연계)장학금 전형, 충남형 공공간호사 전형을 운영한다. 특히 충남형 공공간호사 전형은 충청남도와 신성대, 서산의료원 간의 3자 협약을 통해 올해 신설된 전형으로, 4년 전액 장학금 지원과 서산의료원(의무기간 4년) 취업이 보장된다. 이외에 지역장학금 전형(충남·충북·대전·세종·평택 고교 출신자)과 비교과장학금 전형도 입학 시 100만 원의 장학금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장학금 지급건수는 총 1만4460건으로, 지급총액 약 134억 원을 기록했다. □ 제철산업과…65% 대기업行 제철산업과는 철강산업 전문 기술인을 양성하는 신성대의 대표 학과다. 전체 졸업생의 약 65%가 대기업에 취업할 정도로 높은 취업 경쟁력을 갖췄다. 2007년 학과 개설 이후, 여러 철강기업과 ‘현장 맞춤식 교육체제’를 구축, 현대제철, POSCO 등에 600여 명의 졸업생이 취업했다. 이외 현대오일뱅크,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에 다수의 졸업생이 근무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조선업과 건설업계의 호황에 힘입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제철산업과의 가장 특징은 현대제철과 연계한 현장학습 등을 통해 산업현장의 실제 공정을 생생하게 체험·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의실에는 현대제철의 공정을 축소한 모형이 있어 제철소에 자연스럽게 친숙해질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은 설비보전기능사, 용접기능사 등 관련 자격증 취득과 취업에 도움이 된다. 현업 동문이 많다는 점도 메리트다.
1. 휴직 대상 : 「공무원연금법」제25조에 따른 재직기간 10년 이상인 교원 2. 휴직 사유 가. 교원이 자기개발을 위하여 학습·연구 등이 필요한 때 나. 수업 및 생활지도 등을 위해 신체적·정신적 회복이 필요할 때 3. 휴직 기간: 1년 이내(학기단위 허가) ※ 1년의 범위 내에서 휴직 기간을 단절 없이 연장한 경우 1회로 봄 4. 휴직의 횟수 : 교원으로 재직하는 기간 중 1회 5. 휴직 신청 서류: 공통 _ 휴직원 1부, 자율연수계획서 1부 ※ 추가적인 서류는 각 시·도교육청마다 다르므로 해당 교육청의 지침 참고 6. 휴직 기간의 재직경력 인정 여부 가. 경력평정: 미산입 나. 호봉승급: 호봉승급기간에서 제외 7. 유의사항 가. 휴직대체는 가급적 정규교원으로 임용하여 기간제교원이 증가하지 않도록 유의 나.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안정적 학교운영, 학교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학기단위로 기간을 정하여 실시 다. 학교급별 교원 수급 상황 등 시·도의 여건을 고려하여 허가 8. 업무의 처리 절차 ① 휴직 사유 발생 → ② 본인 신청 → ③ 서류 구비 → ④ 교육지원청에 휴직 신청 → ⑤ 교육지원청 휴직 허가 여부 판단 → ⑥ 교육장 휴직 발령 → ⑦ 휴직 개시 9. 복직절차 : 휴직 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또는 휴직 기간 중 그 사유가 소멸되는 경우 복직원을 제출하여 신고해야 하고,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함 선생님들의 QA Q. 육아휴직 기간(2년)과 학교 실근무 경력 8년인 교사입니다. 육아휴직 기간을 포함하면 재직기간이 10년 이상이 되는데, 육아휴직도 재직기간에 포함이 되나요? A. 자율연수휴직의 재직기간 기준은 「공무원연금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법」 제25조 5항 5호 ‘자녀의 양육 또는 여성공무원의 이민이나 출산으로 인한 휴직’에 의거하여 육아휴직 기간은 재직기간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재직기간의 확인은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 연금가입내역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사립학교 교원일 경우 자율연수휴직이 불가한가요? A. 「사립학교법」 제59조에 따르면 12.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제31조에 따라 계산한 재직기간이 10년 이상인 교원이 자기개발을 위하여 학습ㆍ연구 등을 하게 된 때 자율연수휴직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사립학교법」에 따라 소속 학교의 정관 등에 자율연수휴직에 대해 기간과 신분, 처우 등에 명시된 바대로 따르도록 하고 있으므로 선생님의 소속 학교에 자율연수휴직이 명시돼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자율연수휴직은 무조건 승인되는 것은 아닌가요? A. 자율연수휴직의 경우 학교관리자의 허가가 아니라 학교인사자문위원회를 거쳐 학교장이 추천해 임용권자(교육감 또는 교육장)가 허가토록 하고 있습니다. 임용권자가 교원수급 현황 등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신청자가 과다하게 증가할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Q. 2월 28일이 되어야 10년 근무일 경우 자율연수휴직을 낼 수 있나요? A. 각 시ㆍ도교육청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사안으로 해당 지역교육청 인사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의 경우 자율연수휴직을 휴직예정일 30일 전까지 신청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런 경우 2월 28일에 재직기간 10년이 되신다면 3월 1일 휴직은 어려우실 것입니다. Q. 자율연수휴직 중 급여는 어떻게 되나요? A. 자율연수휴직은 무급으로 보수와 수당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단, 휴직한 날이 속하는 달의 봉급과 수당은 일할 계산하여 지급합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2월이면 아이들은 반 배정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니 '헷꿀꿀'이니 '개꿀꿀'이니 주문까지 만드는 거겠지. 새 학년이 되면 막연했던 두려움은 현실이 된다. 같이 주문을 걸던 아이들도 각자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다고 안심하거나 패닉에 빠지거나. -20p 선생님이나 아이들 모두 2월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때이다. 선생님은 학교를 옮기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이런저런 걱정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누구와 함께 같은 반이 될지,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어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함을 느낀다. 여중생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학교와 친구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이 작품을 쓴 황영미 작가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문학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 글에 내가 단 댓글이 ‘베스트’가 된 적이 몇 번 있다. 이 소설은 댓글을 다는 심정으로 시작되었다. 소설을 쓰면서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서로의 경계가 어딘지, 어느 지점이 초록불이고 빨간불인지, 각자 마음속 깊은 골짜기 쉼터는 어디인지. 불가능한 일인 줄 알지만 내 소설이 타인에게 다가가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수많은 문학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 관계에 대한 지도를 어렴풋이 보았듯이, 내 소설도 누군가의 마음 골목에 작은 안내판이 될 날이 오겠지 하면서 오늘도 읽고 쓴다. -197p 작가의 말 中 따돌림의 굴레 어른들은 아이들의 따돌림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면서도 그 내밀함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따돌림을 학교폭력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지만, 아이들의 마음속까지 자세히 살피고 있지는 못하다. 따돌림이 생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다음과 같을 수도 있다. 효정이는 거론한 이유 때문에 미움받는 게 아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효정이가 출중하게 예뻐서다. 예쁘다고 다 공공의 적이 되는 건 아니다. 예뻐도 친구들한테 인기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성격 좋고 털털하고 ‘나 예쁜 척 절대 안 해’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 주지 않으면 바로 ‘따’ 당한다. 은따든 왕따든. 효정이는 털털하긴 하지만 애매하게 털털해서 매의 눈보다 날카로운 아이들의 촉수에 딱 걸렸다. 자기가 예쁘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은 말한다. 교복 치마를 길게 입는 거, 그거 자신감이거든. 어쨌든 튀니까. 약간의 털털함? 그것도 연출이야. -12p 따돌림의 원인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심리변화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따돌림은 사소하게 시작되며, 그 이유조차 모호해진 상태에서 커지기만 한다. 사실 제일 먼저 은유를 미워한 건 아람이였다.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어렴풋이 느꼈다. 은유는 우리가 소름 끼치게 싫어할 정도로 이상한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그렇다고 냉큼, ‘알고 보면 은유도 괜찮은 아이야!’라는 말을 할 수도 없다. 1학년 때 은유와 아람이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내가 모르니까. -52p 아픔 그리고 성장 책 제목을 보며 어떤 의미인지 많이 궁금했을 것이다. 제목의 구성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블로그의 명칭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설명되고 있다. 낭만 고양이. 내 비공개 블로그 ‘체리새우’의 배경음악이다. 배경음악은 자주 바뀐다. 이 노래 말고도 좋은 노래를 많이 올려놓았다. 책 읽다가 발견한 좋은 문장이나 내가 찍은 동네 풍경도 있다. 체리새우 블로그는 내가 좋아하는 걸 다 말하는 공간이다. 물론 비공개로.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2월의 불안을 견디었다. -20p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 안에서 안정을 느끼는 우리 아이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막연하게 스마트폰을 많이 한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 세계가 아이들에게는 피난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이유를 저마다 갖고 있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은 그 아픔을 혼자서 풀어나가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며 풀기도 한다. “그냥. 아니, 그냥은 아니고, 가서 물어보고 싶어. 우리 엄마 어디 계신지.” 은유가 덤덤하게 말했다. 깜짝 놀라서 은유를 쳐다보았다. “엄마가 어디 계신지 몰라?” 해강이가 물었다. “돌아가셨어.” 은유가 눈을 내리깔았다. 갑자기 내 가슴이 저릿해 왔다. 언뜻언뜻 엿보이는 은유의 서늘한 표정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았다. “나 6학년 때 암으로. 내내 병원에 누워 있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냥 좀 궁금해, 이제 안 아픈지. 저세상에는 아픈 사람 없겠지? 아빠는 이제 엄마가 편히 쉴 거라고 하시는데, 나는 추측이 아니라 진짜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거든. 그런데 가면 알 수도 있잖아.” -82p 모든 걸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오해한 적도 있는 은유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그 아픔과 지금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신만의 블로그 속으로 침잠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을 때 비로소 아픔을 치유받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성장은 아픔을 수반하지만, 갑각류가 탈피하듯 빈 껍질을 버리고 점프할 수 있는 것이다. 외갓집에서 체리새우를 처음 보았다. 수초 가득한 어항에서 나는 것처럼 헤엄치는 모습이 예뻤다. 맑은 물에서 사는 담수새우이고, 몸집이 자라면 주기적으로 탈피를 한다. 빈 껍질을 벗어 버리고 점프하는 모습이 무척 신비로웠다. -172p 교육 속으로 이 책은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따돌림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자존감이 무너지고, 정상적인 관계형성을 할 수 없는 상흔을 갖게 된다. 그동안 어른들은 아이들의 아픔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고, 겉으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해주려고만 했다. 당장의 상처는 봉합되는 것 같지만, 아이들이 자존감을 다시 찾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엄마!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살았으면 좋겠어. 불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우리는 탄탄면과 볶음밥을 주문했다. “그러게 말이다.” 엄마도 물을 마시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생각해 봤는데, 나를 싫어하는 애들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싫어하더라고. 노력해도 그 애들의 마음은 돌릴 수 없어. 그래서 결심했어.” “무슨 결심?” 그 사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엄마는 탄탄면을 먹기 시작했다.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만 신경 쓸 거야.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으면 그냥, 내가 먼저 좋아할 거야.” 엄마 앞에서 선언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179p
● 만우절(4월 1일) 가벼운 거짓말로 웃고 즐기는 날인 만우절엔 소소하게 친구들, 혹은 선생님을 골탕 먹이곤 했다. 학급이나 수업시간을 바꾸는 등 어린 제자들의 장난을 평소 무서웠던 선생님도 너그럽게 받아주셨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만우절과 비슷한 날이 있었다. 바로 ‘첫눈이 내리는 날’이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이날만큼은 신하들이 왕에게 가벼운 거짓말을 해도 용서를 받았는데, 첫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에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수산인의 날(4월 1일) 만우절이라고만 알고 있는 4월 1일은 수산인의 날이기도 하다. 1969년 어민의 날로 시작하여 1973년 권농의 날로 통합되었다가, 2012년 다시 어업인의 날로 부활했다. ● 4·3사건(4월 3일) 1947년 ‘3·1 경찰 발포사건’으로 시작된 제주 4·3사건은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禁足)지역이 전면 개방되면서 7년 7개월 만에 비로소 막을 내렸다.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던, 특히 제주도민의 10% 이상 희생됐고 희생자의 33%가 노약자와 여성일 정도로 죄 없는 많은 주민이 학살당한 현대사의 ‘비극’이었지만, 오랜 기간 동안 제주 4·3사건은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단어였다. 2000년 1월 12일, 무려 46년 만에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요청이 받아들여져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을위한특별법’이 제정·공포되었다. 2003년 10월 31일, 대통령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2014년 ‘4·3희생자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 청명(4월 4일) / 한식(4월 5일) / 곡우(4월 19일) 청명(淸明)은 다섯 번째 절기로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이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처럼 죽은 나무를 심어도 싹이 날 정도로 생명력이 왕성한 시기이다. 청명에 ‘내 나무’라 하여 자녀가 혼인할 때 장롱 만들어줄 나무를 심기도 했다. 한식(寒食)은 보통 청명과 하루 차이가 나거나 같은 날이다. 조상들은 불도 생명이 있어 주기적으로 갱생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매년 청명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면, 임금은 각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주고, 수령들은 한식날에 ‘새 불’을 백성에게 나눠줬다. 그래서 한식날엔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못 짓고 찬밥을 먹었다. 곡우(穀雨)는 봄비가 내려 온갖 종류의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으로,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농경사회였던 조상들은 청명 무렵부터 논밭의 흙을 고르고, 농사지을 채비를 했으며, 곡우 무렵부터 못자리를 마련하면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다. ● 식목일(4월 5일) 어린 시절 식목일은 공휴일이었지만, 2006년부터 주5일제 시행으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우리나라에서 범국가적으로 나무심기 운동을 한 것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황폐해진 산림을 복원하기 위한 식목행사가 시작되면서부터이다. 온 국민이 묘목을 심어 가꾸는 범국민 조림운동의 성공적 완수는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기록되었고, 오늘날 온 국토에 풍요로운 산림이 조성되는 초석이 되었다. ● 보건의 날(4월 7일) 최근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일선에서 코로나와 맞서 싸우고 있는 의료계 종사자분들에게 더욱더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보건의 날은 1952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하는 ‘세계 보건의 날’ 행사를 시행하다가 1973년에 건강·보건과 관련된 기존 기념일인 ‘나병의 날’(1월 마지막 일요일), ‘세계적십자의 날’(5월 8일), ‘국제간호원의 날’(5월 12일), ‘구강의 날’(6월 9일), ‘귀의 날’(9월 9일), ‘약(藥)의 날’(10월 10일), ‘눈의 날’(11월 1일) 등을 통합하여 ‘보건의 날’로 지정했다. ●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기념일(4월 11일)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기념일은 대한민국 국호의 뿌리이자 우리 민족사의 큰 전환점이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기리고 독립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정부 차원에서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을 주관한 것은 1990년부터이다. 1989년까지는 한국독립유공자협회에서 기념식을 주관하다 1989년 12월 30일, 비로소 국가기념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19년부터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1919년 4월 13일에서 4월 11일로 변경했다. ● 국민 안전의 날(4월 16일)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행정안전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약 30만 건 내외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 우리는 매년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우리에게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학교·가정·외부활동 등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방법뿐만 아니라, 혹시나 모를 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까지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 4·19혁명(4월 19일) 4·19혁명은 국민적 저항에 의해 권력이 교체된 최초의 사건으로 우리나라 현대사를 바꾼 혁명적 사건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시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를 계기로 이승만 정부에 대한 민심은 폭발했고, 날이 갈수록 커져간 ‘민주’를 향한 외침은 4월 19일, 절정에 달했다. 무력진압으로 18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시민과 학생들은 정부의 계속되는 부정과 억압에 맞섰다. 4월 26일 이승만은 하야하고, 부통령은 자결했으며, 무소불위의 집권여당이었던 자유당도 사실상 해체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 장애인의 날(4월 20일) 장애의 90% 이상은 ‘후천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따라서 장애이해교육은 내가 겪을 수도 있는 불편함에 관한 교육이기도 하다. 기념일은 1년에 하루지만, 1년 365일 언제나 장애인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는 계기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재활의 날’을 개최했는데, 1981년 UN총회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국가 기념일로 제정하였다. ● 과학의 날(4월 21일) 매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과학의 날은 이미 1934년부터 한국인 과학기술자와 민족주의 인사들이 다윈(Charles R. Darwin)이 죽은 4월 19일을 ‘과학데이’로 정하고, 민족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대중적 행사를 벌여왔다. 이러한 민족적 움직임은 해방 직후 계승되지 못하다가, 1960년대 산업개발을 위해 과학기술에 적극 투자하면서 국가기념일 형태로 재현되었다. ● 지구의 날(4월 22일) 지구의 날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지구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날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과는 달리 순수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매년 ‘지구의 날’을 전후한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하여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생활 실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소등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세계 책의 날(4월 23일)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매년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이뤄진다. 세계 책의 날은 독서 출판 장려와 저작권 제도를 통한 지적 소유권 보호를 위해 1995년 유네스코에서 제정했다. 책의 날이 4월 23일인 것은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 축제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다. ● 법의 날(4월 25일) 세계적으로 법의 날(Law Day)은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절에 대항하는 의미로 5월 1일이다. 우리나라는 제헌절인 7월 17일과 한국 최초의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이 완성된 9월 27일로 ‘법의 날’을 정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국제관례에 따라 5월 1일로 정했다. 하지만 노동절의 성대한 행사에 눌려 관심을 끌지 못했고, 2003년부터 범국민적 기념행사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4월 25일로 변경되었다. 4월 25일은 1895년 근대적 사법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재판소구성법 시행일이다. ● 충무공 탄신일(4월 28일) 우리나라 법정기념일 중 위인을 기념하는 날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 유일하다.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은 세종대왕을 기념하는 의미보다 ‘스승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날’로서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충무공의 충의를 기리는 행사는 조선 정조 때부터 시작되어 일제강점기와 8·15광복 후에도 간간이 이루어졌으나, 본격적인 기념일로서 행사를 치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이다. 1968년 서울 광화문에 충무공 동상을 세우고, 현충사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충무공 현양 및 추모사업에 적극적이었다.
바야흐로 ‘잔인한 4월’이다. 3월의 적응기와 탐색기를 거쳐, 중간고사까지 끝나면 교실분위기가 미세하게 달라져 있다. 몇 개의 그룹이 형성되고, 교실 주도권을 잡느라 신경전이 일어나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하나둘씩 터지기 시작한다. 신학기 담임교사와의 첫 상담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도 이즈음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담임교사와의 첫 상담을 기대하고, 설레며 기다린다. 겉으로는 싫은 척, ‘그딴 건 왜 해’라며 투덜거리지만, 속으로는 ‘내 차례는 언제 올까? 이런 말을 해야지’ 하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 첫 상담 후 오히려 신뢰가 깨졌다고 말한다. 왜일까? 간단하다. 기대만큼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기대가 너무 높았을까? 아니다. 교사의 초기상담 활동이 미흡했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상담에도 전략이 있다. 교사들의 흔한 오해 두 가지를 통해 신뢰관계를 쌓는 초기상담을 살펴보도록 하자. 초기상담, 교사와 학생의 신뢰관계를 결정짓는 첫걸음 상담도 타이밍이다. 특히 첫 번째 상담, 즉 초기상담은 학생뿐만 아니라 일 년 동안 담임교사의 ‘삶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초기상담 과정에서 학생은 교사에게 ‘신뢰’가 생기고, 교사는 학생을 ‘이해’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 즉 교사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학생에 대한 오해가 생기면서 일 년 동안 감정소모로 지쳐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음을 깨닫는 순간은 맨 마지막 단춧구멍 하나가 텅 비었을 때이다. 하지만 괜찮다. 다시 풀고 처음부터 다시 끼우면 된다. 초기상담도 마찬가지이다. 첫 시작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해서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초기상담 성공전략’으로 시행착오를 줄여보고자 할 뿐이다. 흔한 오해 ❶ _ ‘초기상담이니까 가볍게, 친해지는 것’에 초점을 두자! 가장 흔한 오해가 바로 ‘초기상담이니까 가볍게, 친해지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초기상담을 통해서 학생과 친해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친하다’는 것이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친한 친구지만 신뢰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친하지는 않지만 신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교사와 학생 관계는 후자가 더 적절하다. 친구 같은 교사보다 존경할 수 있는 교사가 더 바람직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친하면서 신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초기상담 목적을 친해지기에 맞추면, 상담은 일상생활 혹은 농담 식의 가벼운 대화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또한 형식적인 절차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기 초, 담임교사와의 첫 상담을 기다리며, 어떤 말을 할지까지 생각해놓을 정도로 기대감이 크다. 따라서 일상적인 대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아, 오늘 우리는 10~20분 정도 상담할 예정이야. 새로운 학년의 시작(혹은 중·고등학생 첫 시작)이라서 너도 많은 다짐과 계획, 생각을 해봤을 텐데, 오늘 상담이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이는 오늘 선생님이랑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니? 맨땅에 헤딩하기보다 ‘초기상담 면접지’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초기상담 면접지의 정해진 형식은 없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이나 ‘상담 때 이야기하고 싶은 것’ 등이 포함되어 있으면 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면접지에 솔직하게 답변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누군가 진지하게 듣고, 함께 고민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따라서 초기상담에서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묻고 듣는 것은 신뢰관계 형성의 첫걸음이다. 초기상담 면접지에 적힌 아이들의 고민을 첫 질문으로 던져보자. “친구관계가 가장 고민이라고 적어놓았네.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인지 설명해줄 수 있겠니?” “성격 때문에 고민이구나. ○○이는 성격이 어떻기에 고민까지 할 정도인 거야? 성격 때문에 오해받거나, 힘들었던 적이 있었니?” “오, 성적이 고민이네. 이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무엇 때문에 힘들까? 열심히 노력해도 성적이 잘 안 오르니? 아니면 혹시 부모님의 기대가 커서 힘드니?” 물론 ‘딱히 고민 없음’이라고 적어 놓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표현 역시 유의미하다. 진짜 고민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게 무슨 고민이야’라는 비난을 듣기 싫어서일 수도 있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이럴 때, “고민이 없다고? 그래도 뭔가 하나는 있을 거 아냐?”라며 답변을 강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주관식으로 된 물음에 답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개방형 질문이 폐쇄적 질문보다 좋지만, 아이들인 경우에는 대답하기 편한 선택형으로 제시해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딱히 고민 없음’이라고 적어놨네. 지금 현재 고민이 없는 거야, 아니면 지금 말하기가 싫은 거야?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다면)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단다. 나중에라도 말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언제든지 찾아오렴. 그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니까, 조금이라도 너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으면 하거든. (만약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한다면) 친구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고, 친구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는 친구도 있고, 소극적인 성격을 좀 고쳐보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고, 부모님과 갈등을 어떻게 하면 풀어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단다. 또 공부를 하고 싶은데 집중이 안 된다는 친구들도 있고. ○○이는 어때? (만약 끝까지 할 말이 없다고 한다면) 그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자꾸나. 대신 나중에라도 말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언제든지 찾아오렴. 흔한 오해 ❷ _ 초기상담이니까, 최대한 정보를 많이 수집하자! 두 번째는 초기상담 목적을 정보수집에 두는 경우이다. 하지만 아직 친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조하듯 이뤄지는 정보수집형 질문은 오히려 신뢰관계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 본 사람이 ‘회사 동료들이랑은 친하냐, 돈은 좀 모아놨냐, 부모님은 뭐 하시냐,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느냐’ 등을 물어보면 기분이 좀 애매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학생의 정보수집은 초기상담 면접지에 적힌 것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상담과정에서는 초기상담 면접지에서 궁금한 것들을 추가적으로 질문하면서 학생의 정서적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현재 이렇게 살고 있네. 이 중에서 고민이 생겼을 때, 누구와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하는 편이니?(정서적 지지자 찾기) 엄마랑 이야기를 많이 하는구나. 어때? 속상하고, 힘든 감정까지도 좀 전달하는 편이니?(사건 중심 대화형인지, 감정소통 대화형인지 탐색) 왜? 그런 것들은 말 안 해? 서운했던 기억이 있나 보구나?” “공부를 하고 싶은데, 집중이 안 된다고 했잖아. 집중이 안 되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 의지도 중요하지만, 환경적인 문제도 무시 못 하거든. ○○이가 생각해 본 원인은 어떤 것들이었니?” 초기상담 성공해서 꽃길만 걷기 결국 초기상담 성공전략 첫 번째는 아이들이 준비한 말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다. 교사는 개방형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시작하도록 유도하고, 구체화된 연관질문과 선택형 질문으로 좀 더 명확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하면 된다. 두 번째 전략은 아이들이 준비한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다 듣고 나서 한마디 거들면 된다. 아이들이 상담을 통해 기대하는 수준은 높지 않다. 그저 자기 계획을 확인받고, 자기 결심을 격려받고, 불안감을 위로받고, 의심되는 문제해결방법에 도움받기를 기대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자 왜 이런 고민이 생겼는지, 자기 입장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자.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의 힘듦에 꽤 인색하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뭐가 그렇게 힘드니? 너만 힘드니? 너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 때는 말이야….” 하지만 나보다 힘든 사람이 많다고 해서, 부모님이 더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해서, 나의 힘듦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힘듦과 나의 힘듦은 별개이다. 내 손톱 밑 가시가 가장 아프다고 하지 않던가. 아이들이 힘들다고 할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일지라도 아이의 말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아, 그렇구나. 힘들었겠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놀라워한다(물론 진심이어야 한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후속작업이 필요하다(이 부분은 앞으로 ‘꼰대수첩’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 보자). “선생님, 학교 오는 게 너무 힘들고, 교실에 있는 건 더 힘들어요.” - 일반적인 예) (표정으로 이미 때리고 있지만, 눌러 참으며) “뭐가 그렇게 힘든데?” - 나쁜 예) “뭐? 학교 나오는 게 힘들다고? 그걸 말이라고 하냐?” - 좋은 예)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래? 친구랑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니면 수업 따라가기가 힘드니?” 둘째,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은 너를 돕기 위한 거야 아이들은 생각보다 ‘사고체계’가 정교하지 못하다. 특히 말에 담긴 속뜻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이들에게 ‘정신 차리라’며 내뱉은 ‘거친 말’은 그냥 상처로 남아 버린다. 예를 들어 담임선생님의 “그렇게 나약해서야, 어디 사회생활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니?”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될까? 과연 ‘그러니까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보자’라는 선생님의 속뜻은 전달되었을까? 아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 짜증 나. 뭐야,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도 안 했는데, 지금 나한테 저주를 퍼붓는 거야, 뭐야!” 어쩌면 거친 말과 상처 주는 말로 아이들을 정신 차리게 하는 것은 그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좋은 말로 정신 차리게 하는 일은 몹시 어렵다.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도 걸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느낀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말과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쌓는다. 진심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아,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에고, 많이 힘들었겠다. 그렇다고 학교를 안 다닐 수도 없고….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봤을 거잖아. ○○이의 생각을 한번 들어볼까?” “이런저런 방법을 다 해봤구나. 그런데 안 된 거구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음, 선생님이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까, 아까 그 방법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싶어. 일반적으로 ~~ 할 수 있거든. 해 볼 수 있겠니?” 셋째, 연계상담을 부담스러워하지 말자 간혹 연계상담을 부담스러워하는 선생님들을 만난다. 연계상담은 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없는 기술적인 보살핌을 위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다. 나는 곧잘 상담을 감기에 비유하곤 한다. 초기 감기는 그저 조금 쉬거나, 대충 집에 있는 약만 먹고도 견딜 만하다. 하지만 몸살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는 병원에 가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 연계상담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힘듦이라면(한 반 25명 기준으로 20명 정도는 일반적 수준이다) 담임교사의 상담으로도 충분하지만,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연계상담으로 개입할 때, 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오히려 담임교사가 끌어안고 있는 것이 병을 더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초기상담이나 이후 이어지는 상담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면, 언제든지 교내 위클래스를 방문하거나 지역교육청의 위센터, 학교지원센터에 문의하자.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움직이는 역사박물관 (민병덕 지음, 다림 펴냄, 200쪽, 1만3,000원) 광화문역, 독립문역, 경복궁역 등 지하철명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이름이 많다. 지하철은 대중교통이면서 역사적 사건을 만나는 공간과도 닿아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부터 조선시대 5대 궁궐까지 담았다. 각 장소와 연관이 있는 인물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미래 에너지 쫌 아는 10대 (이필렬 지음, 풀빛 펴냄, 140쪽, 정가 1만3,000원) 지구를 지키고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깨끗하고 재생 가능한 미래 에너지들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태양·풍력·수소 등 다양한 재생 에너지 전환 원리와 그 과정이 담겼다. 다소 멀게 느껴졌던 미래 에너지가 우리 삶 곳곳에서 활용되는 모습을 통해 올바른 사용법 또한 생각하게 만든다.
안녕? 나는 호모미디어쿠스야 (노진호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252쪽, 1만4,000원)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든 ‘언택트 시대’에 미디어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지만,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날아들고 있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미디어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살펴보는 한편,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속에서 콘텐츠 선별을 위한 방법 등을 제시한다.
메타버스의 시대, 배움의 미래 (리수핑·류타오탕 지음, 보아스 펴냄, 256쪽, 1만6,800원)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첨단기술로 인한 교육 전반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 배움의 미래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래에 교사·학부모·학생은 각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 등은 어떠한지 등을 조망한다.
상호작용을 위한 유튜브 수업 (한영철 지음, 퍼플 펴냄, 231쪽, 1만4,600원) 인천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인 저자가 전 세계 학습 플랫폼 사용 순위 1위 ‘유튜브’의 수업활용 방법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평소 새로운 교육법과 디지털도구 활용에 관심이 많아 자신의 이름을 건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인데, 에듀테크 활용 수업사례, 콘텐츠 제작과 활용, 온라인수업 등을 공유하고 있다.
학교는 없어도 돼? (이영철·신범철·하승천 지음, 살림터 펴냄, 292쪽, 1만7,000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교육과 학교에 대한 성찰, 그리고 앞으로 변화해야 할 교육과 학교의 역할에 대해 묻고 답한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통해 대화가 사라진 교실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그 해결법을 제시하는 등 교육철학과 이론, 역사적 교훈을 근거로 대변화에 대한 개선 및 보완점을 모색한다.
딱, 일주일만 허락된 귀한 나물, 옻순 4월말에서 5월초, 딱 일주일정도만 만날 수 있는 옻순은 나오는 시기가 매우 짧기 때문에 임금님도 잡수시기 힘들 정도로 귀한 나물로 여겼다. 옻나무는 독성이 강해 근처에 벌레가 자라지 않고, 옻나무 근처에만 가도 옻독에 올라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독한 옻나무의 어린싹(옻순)을 칠순채(漆筍菜, 옻나무 순을 데쳐서 만든 나물)라고 하여 즐겨 먹었다. 배가 냉하여 입맛을 잃었거나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 옻순을 먹으면 밥맛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좋아져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성이 있는 옻나무의 순을 이렇게 먹는다는 것은 외국에서 찾기 힘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이다. 일반적으로 사슴·노루·사향노루·토끼 등의 초식동물은 물에 젖은 풀을 먹으면 설사를 하고 심하면 죽기까지 한다. 초식동물이 먹는 풀은 대체로 서늘한 성질이 많은데 물에 젖은 풀은 소화기능을 더욱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때 초식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따뜻한 성질이 있으면서 해독작용이 있는 옻나무 잎을 먹어 속을 중화시켜 스스로 치료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옻나무가 자라는 지역에 사는 사향노루가 옻나무 잎을 먹지 못한 사향노루에 비해 사향 효과가 더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전 중 하나인 별주부전에서 병에 걸린 용왕이 토끼 간을 찾은 이유도 옻나무 잎을 먹은 토끼였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암치료제 ‘넥시아’도 옻 추출물 옻은 심통(心痛, 가슴과 명치가 아픈 증상)으로 인한 적취(積聚, 기가 뭉쳐 생긴 덩어리)에 사용된다. 현대 한의학에서는 굳게 굳은 적체와 오랫동안 뭉쳐진 어혈을 풀어주는 옻을 넥시아(Nexia)라는 항암제로 추출하여 암 치료 및 예방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암은 몸이 냉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뜨거운 성질의 옻이 몸을 따뜻하게 하여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넥시아는 항암치료 부작용은 매우 적지만, 생존율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따뜻한 성질의 옻은 몸에 오랫동안 쌓인 어혈(瘀血)과 적체(積滯)를 풀어준다. 이는 단단한 얼음을 따뜻한 기운으로 녹이는 것과 같다. 주진형(朱震亨, 1281~1358)은 적체를 없애는 기전에 대하여 옻은 신속하게 몸을 보하는 성질이 있음으로 적체를 제거하는 약으로 사용한다고 하였다. 옻의 따뜻한 기운이 오래된 어혈을 제거하는 것이다. 몸이 냉하여 생긴 무월경 및 생리불순도 치료한다. 생리가 잘 나가지 않으면 그만큼 하초(下焦)에 나가야 할 생리혈이 뭉치게 된다. 이런 경우 옻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무희옹(繆希雍, 1546~1627)은 어혈에 옻을 사용하면 어혈이 변해 물이 되지만, 혈(血) 부족으로 생긴 무월경에는 절대로 경솔하게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장기간 음주로 아랫배가 차갑다면 ‘옻닭’ 한 그릇 손발이 냉하기 쉬운 소음인이 술을 많이 먹으면 배가 더욱 냉해지기 쉽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음주로 아랫배가 차가워졌을 때나 몸이 냉해서 생긴 위장병에도 매우 좋다. 예전에는 생칠(生漆)을 달걀에 섞어 복용하기도 하였으나, 요즘은 옻닭으로 먹는 경향이 강하다. 옻칠한 목기(木器)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부식되지 않는 것과 같이 위장의 염증과 궤양이 치료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옻을 먹으면 오히려 손해다. 옻을 복용할 때, 면역이 형성되지 않으면 옻독이 올라 가려움으로 고생하게 된다. 따라서 열이 많으면서 고혈압이 있을 때는 옻을 특히 삼가야 한다. 예전에는 옻닭을 끓일 때 참옻나무껍질을 사용했으나, 요즘은 옻나무 속의 노란 부분이 암 치료 효과가 있으며, 사람을 늙지 않게 하는 항산화물질이 많다고 알려지면서 옻나무 전체를 삶는다. 옻독을 부드럽게 하여 섭취하는 옻닭은 우리나라 고유 식품으로 옻나무를 잘 이용한 지혜의 산물이다. 증류본초(證類本草)에 의하면 옻을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고 하였다. 옻을 땅에 묻으면 썩지 않고, 그 재질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화타(華佗)의 제자 번아(樊阿)도 칠엽(漆葉)을 먹고 오래 살았는데, 귀와 눈은 오히려 밝아 침으로 병을 치료하였다고 전해진다. ‘옻독’도 하나의 치료과정 옻은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특이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칠창(漆瘡, 옻독이 올라 생긴 급성피부병)이다. 예전에는 감초(甘草)와 검은콩을 달인 감두탕(甘豆湯)을 먹거나, 게를 먹어서 해독했다. 뜨거운 성질의 옻과 차가운 성질의 게는 서로 상극이기 때문이다. 물류상감지(物類相感志)에는 ‘옻에 게를 넣으면 옻이 물로 변하는데 이는 물성(物性)이 서로 제어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옻독이 올라 생긴 급성피부병에 해황(蟹黃, 게장의 노란 부분)을 예전부터 사용했다. 옻을 접촉하여 옻독이 오르는 경우는 면역이 생기지 않지만, 옻을 먹어서 생긴 옻독은 약 3번 정도 고생하면 면역기능이 스스로 생긴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옻독이 오르지 않는다. 옻을 먹은 후, 옻독이 올라도 너무 걱정할 것은 아니다. 옻이 오르는 동안 고질적 속병이 치료되거나, 피부가 고와지고, 정력이 강해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질에 따른 개인편차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체질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또한 옻을 만질 때는 손과 얼굴에 기름을 바르고 만져야 하며, 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따뜻한 비눗물로 씻거나 염화철 5g, 글리세린 50mL, 물 50mL를 섞어 바르면 좋다. 칠판(漆板), ‘옻칠한 널빤지’라는 의미 옻나무는 한문으로 칠(桼)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물감을 칠한다고 할 때의 칠이다. 예전에 칠한다는 것은 곧 옻 진액을 바르는 것을 의미했다. 교육기관에서 사용하는 ‘칠판(漆板)’ 역시 칠(漆)을 한 널판(板), 즉 ‘옻칠한 널빤지’를 의미한다. 옻나무 즙은 어느 물건이나 검게 물들일 수 있다. 칠액(漆液)의 주성분인 우루시올(urushiol)은 처음에는 무색투명하지만 공기에 접촉하면 산화효소작용으로 검게 변한다. 700여 년이 지나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고려시대 팔만대장경도 옻칠을 하였기 때문이다. 옻칠은 목재·금속·도자기·천·종이 등에 널리 이용된다. 또한 옻칠을 한 그릇이나 가구가 있는 곳에서는 음식이 잘 부패하지 않고 음식의 나쁜 기운을 제거해 준다고 한다. 조선시대 관원을 징계할 때도 옻칠이 사용되었다. 관료가 간악하고 탐오(貪汚)한 짓을 한 경우 칠문(漆門)이라는 벌을 내렸다. 감찰(監察)이 밤중에 그 죄를 적어 집 대문 위에 붙이고, 문짝에는 검은 칠을 하고 문을 봉한 다음 수결(手決)을 하였다. 옻칠을 한 것은 올바른 것을 보존하려는 행위로 인식된다. 또한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대쪽에 새기고 옻칠한 글자를 ‘칠서(漆書)’라고 하였다.
포르투와 리스본은 지금까지 가본 유럽 여러 도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도루강(Douro River)을 물들이던 보랏빛 석양과 종소리를 울리며 좁은 골목을 지나던 노란색 트램, 휘황한 햇살을 반짝이며 빛나던 푸른빛 아줄레주로 장식한 오래된 집들은 이 도시를 몰랐다면 이번 생이 얼마나 후회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였으니까. 보랏빛 석양의 도시 포르투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출발한 유레일 열차는 황혼을 지나 어두운 밤에서야 포르투에 도착했다. 역에 내려 힘껏 심호흡을 했다. 낯선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오래된 습관이었다. 처음 맡는 냄새는 낯선 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깊게 각인시켜 주곤 했다. 콧속으로 들어온 포르투의 바람은 달랐다. 강 하구의 냄새와 묵은 와인 향이 묻어있었다. 어둠 너머에서 약간 축축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그제야 유럽의 끝에 도착했다는 걸 실감했다. 도루강 하구, 대서양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 도시 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이 도시는 대항해시대, 위대한 탐험가들이 범선의 닻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크게 번성했다. 하지만 대항해시대가 막을 내리며 도시는 성장을 멈췄고, 지금은 당시의 풍경을 고스란히 박제한 채 당시의 영화를 되새김질하고 있다. 늦은 아침을 먹고 도루강 언덕에 자리한 히베이라 지구를 걸었다. 강가에는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강 너머에서 날아든 갈매기 울음소리가 귓전에 울려 퍼졌고, 건물 위층에 널린 빨래는 강바람에 느긋하게 흔들렸다. 아래층은 대부분 노천카페였는데, 여행자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달콤한 포트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강에는 포르투갈 전통 나룻배가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전 포르투에서 영국으로 포트와인을 실어 나르던 배다. 100년 전쟁에 패배한 영국이 프랑스에서 와인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자 그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포르투. 하지만 와인을 실어 가는데 오래 걸렸기 때문에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랜디를 첨가했는데, 이것이 포트와인의 시초가 된다. 히베이라 지구와 빌라 노바드 가이아 지구를 이어주는 다리가 ‘동 루이스 1세 다리’다. 2층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1층은 자동차와 사람이, 2층은 사람과 트램이 함께 다닌다. 아치의 양 끝에 교각을 세우고, 이층 다리를 놓은 모양이 에펠탑 하부와 닮았다.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저녁이면 포르투를 찾은 여행자들 전부가 이 다리 위에 몰려든다. 이곳에서 노을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도루강과 강변의 건물들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은 유럽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문화지구 중심에 자리한 클레리구스 탑도 시내를 전망하기 좋다. 나선형 모양의 계단 240개를 오르면 포르투 시내뿐만 아니라 도루강까지 이어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포르투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명소가 두 곳 있다. 그중 한 곳이 렐루서점(Lello Bookshop)이다. 아르누보 풍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이 서점은 1869년 프랑스인 에르네르토 샤드롱이 문을 열었다. 1890년 렐루 형제가 서점을 인수했고, 1906년 지금의 네오고딕 양식의 흰 석조 건물로 이전해 문을 열고 있다. 천장과 맞닿은 황금색 서가와 한가운데 놓인 붉은 계단은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소설 속 마법학교의 계단으로 묘사한 곳이다. 조앤 롤링은 포르투에서 살았던 시절 이곳을 드나들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서점은 이른 아침부터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해리포터 팬들로 붐빈다. 서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 5유로를 내야 하는데, 책을 사는 사람보다 사진 찍는 데만 열을 올리는 관광객들을 보고 있으면 왜 입장료를 받는지 이해가 간다. 서점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초판 저자 사인본도 보관 중이다. 세계에 딱 300권만 남아있다. 가격은 1만 8,000유로 정도라고 한다. 또 다른 한 곳은 상 벤투 역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다. 역 외부와 내부를 장식하는 아줄레주(채색 타일)의 거대한 푸른 벽화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포르투갈 화가 조르주 콜라소가 1905년부터 1916년까지 11년간 무려 2만 장의 타일 위에 포르투갈의 역사를 그려 넣었다. 역이 아니라 하나의 미술 전시관 같다. 노란색 트램의 도시 리스본 포르투의 보랏빛 석양을 지나 기차는 다시 리스본에 도착했다. 그레고리우스가 문득 떠나온 도시, 노란색 트램이 좁은 골목 사이를 지나다니고 푸른색 아줄레주로 장식한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도시, 골목을 걷다 보면 아련한 파두가 귓전을 울리는 도시, 테주강(Tejo River) 하구에 자리한 리스본은 7개의 언덕으로 이뤄진 도시다. 포트투갈 사람들은 리스보아라고 부른다. 1775년 대지진으로 도시 절반이 파괴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는데, 이후 대대적인 재건을 거쳐 지금의 도시로 탄생했다. 리스본은 언덕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도시 대부분이 경사진 언덕을 따라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 언덕길을 따라 난 골목 구석구석을 노란 트램이 돌아다닌다. 트램을 탄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알파마 지구다. 리스본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으로 대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줄레주로 꾸민 집들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타일 위에 색색의 유약으로 다양한 문양을 그려 넣은 아줄레주는 ‘반질반질하게 닦인 돌’이란 뜻.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했던 마누엘 1세가 이슬람 문양의 타일 모양에 반해서 자신의 궁전도 푸른 타일로 하면서 포르투갈에 번지기 시작했다. 알파마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상 조르제 성(St. George′s Castle)에 닿는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11세기에 포르투갈을 점령한 아랍인들이 세웠다. 한때는 리스본을 방어하는 천혜의 군사 요새였지만, 지금은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리스본 서쪽 테주 강변을 따라 위치한 벨렘 지구는 포르투갈 전성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렘탑, 발견 기념탑 등이 줄지어 있다. 리스본 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아련한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포르투갈의 민속음악인 파두(FADO)다. 라틴어 ‘Fatum’(숙명)에서 나온 말인데, 대항해시대 선원들을 떠나보낸 뒤 남은 가족들의 눈물과 탄식을 표현한 노래다. 그만큼 애잔하고 서글프다. 파두 공연은 리스본 레스토랑이나 바 어디에서든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에그타르트, 파스테이스 드 벨렘(Pastéis de Belém)은 세계에서 에그타르트를 가장 먼저 만든 곳이다. 1837년 시작해 현재 5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게 앞은 언제나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에그타르트는 수도원에서 수녀복에 풀을 먹일 때 달걀흰자를 사용하고 남은 노른자를 이용해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맛이 강해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다. 색다른 매력의 두 도시 코임브라와 신트라 리스본과 포르투 말고도 가볼 만한 도시가 있다. 코임브라와 신트라다. 코임브라는 포르투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다. 코임브라에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코임브라대학교가 있다. 아직도 검은 망토를 걸친 교복 입은 대학생들이 도시를 돌아다닌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조아니나도서관(Joanine Library)에는 16~18세기 책 30만 권이 보관되어 있다. 신트라는 리스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영국 시인 바이런은 신트라를 두고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며 ‘찬란한 에덴’이라 예찬했다고 한다. 신트라궁전과 페나성을 돌아보면 된다. 신트라궁전은 2개의 원추형 돔(굴뚝)이 인상적인 하얀색 왕궁이다. 원래는 무어인이 사용하던 요새였는데, 15세기 주앙 1세가 이 자리에 왕궁의 여름 별장을 지었다. 밖에서 보이는 2개의 원추형 돔은 사실 커다란 굴뚝이다. 부엌에 들어서면 하얀색 주방 굴뚝의 엄청난 지름과 높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발 529m에 지은 페나성은 노랑·파랑·주황 등 파스텔 색으로 칠해진 것이 특징이다. 동화책에 나오는 성을 닮았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곳이 있다. 반면 지금까지 왜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몰랐지, 왜 이제야 이런 곳에 오게 된 거지 하며 억울해하는 곳이 있다. 포르투 동루이스 다리에 서서 도루강을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나는 포르투갈이라는 곳에 이제야 오게 된 것이 아쉬웠고, 이제라도 왔다는 것이 한편은 다행스러웠다. 그러니까 여행이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한다, 저질러라 그리고 생각하라’이다. 그레고리우스의 말대로 시간은 흘러가 버릴 것이고, 새로운 삶에서 남는 건 별로 없을 테니까. ☞ 여행정보 서울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직항은 아직 없다.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 리스본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국보다 9시간 늦다. 리스본의 노란색 28번 트램은 주요 관광지인 알파마 지구, 바이샤 지구, 바이루알투 지구까지 운행한다. 1일 대중교통 카드인 비바(VIVA) 카드를 구입하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모두가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한 이유 러시아 사태로 안 그래도 9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가 순식간에 115달러를 넘어 섰다. 2011년 이후, 100달러를 넘은 것이 11년만이다. 이제 고유가로 인한 물가인상 압박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문제다. 물가인상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경제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부담이 된다. 따라서 세계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를 다소 죽이는 일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을 말한다. 유가가 오르면 제품가격이 오르고, 운송비가 오른다. 석유화학제품은 다방면에서 쓰이기 때문에 안 오르는 물가가 없을 정도다. 유가가 100달러가 넘으면 중남미에서는 콩·옥수수기름을 짜서 쓴다. 그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럼 먹거리가 부족해진다. 곡물가격도 오르기 시작한다. 물가가 오르니 소비하기도 힘들다. 10만 원으로 장을 봐도 이전처럼 물건을 사지 못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장바구니가 가벼워진다. 필수적으로 사야 하는 물건 외에는 살 돈이 부족해 지출을 멈추게 된다. 예를 들어 TV·컴퓨터·스마트폰·자동차 등은 당장 사지 않아도 되는 고가의 물건들이다. 그럼 이런 기업들은 실적이 하락하고 주가도 하락하게 된다. 반면 야채·고기·빵·라면 같은 필수 소비재는 가격이 올라도 살 수밖에 없다. 가격인상을 해도 고객이탈이 적다. 그래서 1차 산업제품들 농산물·광물·목재·에너지 기업들은 좀 더 유리한 입장이 되고, 가격인상이 어려운 제품들은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수십 년의 역사는 인플레이션의 역사다. 미국에 이민 온 유럽인들이 인디언에게 맨해튼 땅을 샀을 때 가격은 1달러였다. 물가는 계속 오른다. 땅도 주식도 오랫동안 두면 계속 상승한다는 말이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니 미리 구입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내년에 차를 사면 3,000만 원이고 지금 사면 2,500만 원일 경우 사람들은 빚을 내서라도 지금 사려고 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소비를 촉진하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경기가 좋으면서 물가가 오르는 것인지, 경기가 나쁜데 물가가 오르는 것인지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인건비가 오르고, 제품가격을 올리고, 물가가 오르고, 회사 이익이 늘어나니 증시가 오른다. 노동자도 사업가도 돈을 버니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반면 경기가 나쁜데 물가가 오르면? 살 사람이 없으니 기업은 이익이 줄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인건비를 올리기 어렵다. 그러니 소비여력은 더 없고, 물가가 오르면서 삶이 팍팍해진다. 우리는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보통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경기가 좋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온 적은 1970년도 초반과 1980년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가 겪은 것은 인플레이션이었다. 2008년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었지만, 경기가 더 좋았다. 물가상승은 경제위기를 만나면 꺾이게 된다. 반대로 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2020년 3월이 그랬다. 하지만 결국 물가는 다시 오르고, 자산가격도 같은 방향으로 오르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는데? 작년까지 모두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했다. 경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신흥국들의 경기침체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미국 경기가 홀로 좋은 상태라 체감이 덜 되지만, 미국마저 경기침체로 들어서면 전 세계가 침체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물가는 무섭게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와 침체의 뜻을 가진 스태그네이션이 합쳐진 단어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지도자는 이것을 제일 무서워한다. 경기가 나쁘니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리고 싶은데 물가가 무섭게 올라 돈을 풀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국가 입장에서는 꽤나 난처하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매우 고통스럽다. 우선 금리를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한국의 기준금리가 1.25%라고 하면 10%까지 올리는 것이다. 그럼 대출받은 가계·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금리가 높기 때문에 물가를 잡을 수가 있다. 그렇게 물가를 완벽히 꺾어 놓고 나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린다.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살아나고 다시 정상화되겠지만, 그 사이 국민의 고통이 크다. 그래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스태그플레이션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금과 원자재다. 1970년 1차 오일쇼크 당시에 주식도 부동산도 크게 하락했었다. 제일 무서운 것은 디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가 올해는 3,000만 원인데 내년에는 2,700만 원, 내후년에는 2,400만 원으로 점점 가격이 내려간다면 여러분은 올해 차를 살까? 소비를 미루게 된다. 최대한 늦게 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업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지독한 불황을 맞게 되고, 해고와 원가절감으로 버텨야 한다. 옆 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이야기다. 증시도 부동산도 계속 하락하니, 투자하면 바보가 된다. 저축이 유일한 재테크가 된다. 그래서 저축률은 엄청 높은데 경기는 나빠 돈이 돌지 않는다. 이 경우 인플레의 반대로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면 경기가 좋아지리라 생각해서 중앙은행들은 지속적으로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린다. 그런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이미 사람들의 신념이 ‘투자하지 않고 저축만 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 같은 경우는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까지 간 적이 있었다. 일본도 제로금리 수준을 꽤 오래 유지했다. 이럴 경우 외부환경 변화와 산업 변화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고용이 늘어야 경기가 살아난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뻔했다. 그러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가 동시에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면서 경기가 살아났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빌려준 돈은 중앙은행이 결국 다시 가져가야 한다. 지금이 그때이고, 시장에서 점차 빠지는 돈은 경우에 따라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 사태로 유가가 더 크게 올랐다. 지금은 돈을 벌기보다는 돈을 지키기 위해, 스태그플레이션을 대비 해두는 것이 좋은 시기이다.
도시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무엇일까. ‘길거리꽃’을 논할 때 팬지·페튜니아·메리골드·베고니아·제라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꽃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사진을 보면 “아, 이게 그 꽃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길거리에 흔한 꽃들이다. 이들 꽃의 공통점은 개화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00일 이상 핀다. 팬지는 3월부터 두세 달, 베고니아는 4월 말 심으면 늦여름까지 피어 있다. 페튜니아·메리골드·제라늄도 개화기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꽃들이다. 길거리꽃답게 매연과 건조한 조건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꽃값도 싼 편이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이 꽃들을 볼 수 있다. 팬지가 쏘아올린 도심 속 봄 이중 가장 먼저 도심 화단에 등장하는 꽃은 팬지(pansy)다. 초봄이면 광화문광장에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도 가장 많은 꽃이 팬지다. 도시 화단에 팬지가 등장해야 ‘봄이 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팬지는 유럽 원산의 제비꽃을 여러 개 섞어 만든 원예종이다. 여러 가지 색깔로 개량했지만, 흰색·노란색·자주색 등 3색이 기본색이다. 꽃잎이 다섯 개인데 잎 모양이 각각 다른 특징이 있다. 팬지는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에서 난장이의 딸 영희를 상징하는 꽃이다. 소설에서 영희는 팬지꽃 앞에서 ‘줄 끊어진 기타’를 치는 열일곱 살 아가씨다. 난장이 가족이 아파트 입주권을 팔 때도 ‘영희는 팬지꽃 두 송이를 따 하나는 기타에 꽂고 하나는 머리에 꽂았다.’ 영희가 입주권을 되찾기 위해 집을 나갔을 때, 오빠 영호는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폐수 속에 던져 넣는’ 꿈을 꾼다. 영희를 상징하는 팬지꽃이 폐수 속에 던져지는 것은 영희의 순수성이 훼손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꽃줄기, 페튜니아 페튜니아(petunia)도 도심 화단에 흔하다. 나팔처럼 생긴 꽃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핀다. 줄기를 길게 늘어뜨리는 식물이어서 자랄수록 꽃줄기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장관을 이룬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심고 있는 화단용 꽃으로, 화단나팔꽃이라고도 부른다. 남미가 고향인 이 꽃은 원주민이 담배꽃과 닮았다고 ‘페튠(담배라는 뜻)’이라고 부른 데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줄기와 잎에 난 털에서 냄새가 좋지 않은 끈끈한 진이 나오는 것이 흠이다. 꽃 색깔은 품종에 따라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분홍색·흰색·보라색 품종을 많이 심는다. 도심에서 걸이용 화분에 약간 꽃이 작은, 화사한 진홍색 페튜니아가 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꽃을 따로 사피니아(육종명)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황금색 잔물결을 일으키는 메리골드 메리골드(marigold)는 노란색 또는 황금색 잔물결 무늬 꽃잎이 겹겹이 펼쳐진 모양이다. 메리골드는 ‘처녀 마리아의 금색 꽃’이란 뜻으로, 서양에서 여자이름으로도 많이 쓰인다. 메리골드라는 영화도 있고, 메리골드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도 세계 곳곳에 많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독특한 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다양한 색과 품종의 꽃이 있다. 꽃이 활짝 피면 반구(半球) 형태인 프렌치메리골드는 만수국, 꽃잎의 끝이 심하게 꼬불꼬불한 아프리칸메리골드는 천수국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발리에 가보니 메리골드를 밭에서 대량 재배해서 신에게 바치는 제물, ‘차낭 사리’에 넣고 있었다. 일 년 내내 꽃이 피는 베고니아 조용필 노래 ‘서울서울서울’에는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이라는 가사가 있다. 베고니아(begonia)도 거의 일 년 내내 꽃이 피는 원예종이다. 특히 한여름에 물기가 바짝 마른 화단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베고니아를 볼 수 있다. 역시 다양한 종이 있는데, 모두 잎의 좌우가 같지 않아 비대칭인 점이 특징이다. 베고니아는 그 발음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갖는 꽃이다. 베고니아라고 이름을 알려주었더니 발음을 잘못 알아듣고 여러 번 “이거 진짜 백 원이에요?”라고 묻는 아이가 있었다. 우주로 떠나는 ET에게 선물했던 꽃, 제라늄 제라늄(Geranium) 역시 꽃이 화려한데다 개화기간도 길어 화단이나 건물 베란다를 장식하는 꽃이다. 원래 남아프리카에 자생했는데, 물만 주면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한 장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퍼졌다. 지름 3cm 정도의 작은 꽃이 모여 있는 형태로 꽃이 핀다. 유럽에 가면 집집마다 창문 앞에 제라늄 화분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창가에 제라늄을 놓아두는 이유는 화사한 꽃을 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꽃을 이용해 방충효과까지 얻기 위한 것이다. 제라늄은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를 쫓는 식물이라고 ‘구문초(驅蚊草)’라고도 부른다. 모기는 제라늄 향기를 싫어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베란다에 심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길거리 작은 화단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강렬한 붉은색이 많기 때문에 다른 꽃들이 많은 화단에 포인트를 줄 때 많이 심는다. 제라늄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게라노스(geranos)’에서 유래한 것으로 ‘학’을 뜻한다. 제라늄의 열매가 학의 긴 부리를 닮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제라늄은 서양문화에 많이 등장한다.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에도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앉아 있는 예쁜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어요’ 하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신 ‘10만 프랑 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야, 정말 멋진 집을 보았구나’ 하며 감탄했다”라는 대목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이 우주로 떠나는 ET에게 선물하는 작은 화분에 심어져 있던 꽃도 제라늄이다. 이들 5대 길거리꽃들을 심으면, 도시가 금방 화사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필요할 때는 다른 꽃들을 심는 경우가 많다. 꽃에 대해서 알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근교 산이라도 가서 봄 야생화를 만나면 좋겠지만 우선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부터 눈여겨보는 것은 어떨까. ‘5대 길거리꽃’만 잘 기억해도 도심에서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