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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정부는 8월 말 퇴임하는 각급 학교 교원 3천860명에게 재직연수 등에 따라 훈·포장 및 표창을 수여한다고 30일 밝혔다. 전 순천향대 서교일 총장 등 5명이 청조근정훈장, 부산혜성학교 이을용 교장 등 787명이 황조근정훈장, 현강여자정보고 오기영 교사 등 738명이 홍조근정훈장, 묵호여중 박순영 교감 등 522명이 녹조근정훈장, 정일초교 김정남 교감 등 642명이 옥조근정훈장을 받는다. 또 여수중앙초교 남춘자 교사 등 488명에게 근정포장, 완주중 소현숙 교감 등 214명에게 대통령 표창, 늘푸른고 김해란 교감 등 241명에게 국무총리 표창, 왜관중앙초교 안효연 교감 등 223명에게 장관 표창이 수여된다. 서울시교육청이 31일 교육청 강당에서 포상 전수식을 여는 등 각 시도 교육청별로 훈ㆍ포장을 전달한다.
내년부터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 처음으로 보급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자원절약 효과를 거두기 위해 내년부터 사용될 중ㆍ고교의 새 교과서를 폐지가 30% 이상 섞인 재생용지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교과서에 재생용지가 사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과부는 1990년대 말부터 교과서에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인체 유해성 논란 등으로 추진하지 못하다가 최근 실시한 정책연구 결과 유해성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 재생용지 교과서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교과부 정책연구와 별도로 학부모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상임대표 최미숙)이 자체 실시한 검사 결과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제지업체의 기술이 많이 발달해 일반용지와 재생용지 간에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을 정도라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재생용지가 사용될 교과서는 2007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새로 공급될 중ㆍ고교용 교과서이며 초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경우 중ㆍ고교의 사용 결과를 평가해 2013학년도 이후부터 재생 교과서를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아직 사용 연한이 남아있는 교과서와 아트지를 사용하는 미술 교과서, 사회과부도 등은 지금처럼 일반 용지로 계속 제작하게 된다. 교과부는 재생용지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제정한 우수 재활제품 규격인 'GR 품질규격'을 따르도록 했으며 재생용지를 사용한 교과서 표지에는 품질인증(GR마크)을 표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유해성 논란도 해소됐고 품질 차이도 없기 때문에 재생용지 교과서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재생용지를 사용하면 1년간 30년생 나무 24만3천380그루를 절약하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는 감동의 현장이어야 한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신기하여 날마다 감동이 샘솟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의 행사가 감동적이고 교사들의 언행이 감동적이고 학생들의 학습활동이 활기차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감동이 없는 학교, 감동이 없는 학창생활, 감동이 없는 청춘은 건강하지 못하다, 발전이 없다. 사오십 년 전 나의 초중고 시절은 모든 것이 감동적이었다. 비록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운동화 한 켤레 제대로 신어보지 못한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즐겁고 신바람 나고 가슴 설레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황금들녘을 가로지르던 등굣길이 감동적이었고 소풍이며 운동회며 학예회, 모든 것이 즐겁고 감동이었다. 마을 선배들과 함께 토끼몰이를 하던 일이며 자치기, 팽이치기, 썰매타기, 연날리기 모든 것이 신나고 즐겁기만 했다. 여름 내내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토끼풀을 뜯고 소꼴을 베던 일, 새집을 찾아 산비탈로 쏘다니다가 마침내 발견했던 할미새 둥지, 산새 둥지, 종달새 둥지가 무슨 보물이나 되는 양 의기양양했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감동의 시절이다. 아침마다 활짝 피는 나팔꽃을 보아도, 지나가다 꽃밭에 피어있는 봉숭아꽃을 보아도 그냥 신비롭고 저절로 황홀경에 젖는 시절이다. 솔밭에 우수수 떨어지는 노란 솔잎이며 담장 곁에 환하게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보아도 공연히 가슴이 설렜다. 작은 것에서조차 감동을 찾는 삶은 윤택하고 활기차다. 아무런 감동도 없는 생활 그것은 권태로운 삶이요 폐쇄적이고 발전이 없는 삶이다. 한 마리 나비의 날개 짓을 보고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시원한 바람 한 줄기에도 계절의 추이를 느끼는 삶은 감동적이다. 크고 희귀하고 웅장한 것에만 감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고 사소한 일상 속에도 놀라운 것들이 수두룩하다. 요새 학교에는 감동이 없다. 어떤 이는 요새 아이들은 취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생명력은 저 자연 속에 있는 것을. 배려하는 마음속에 평화가 있고 사랑 하는 마음에 행복이 깃드는 것을.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는가. 부자가 되어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호령하며 살기 위해서? 자녀 여섯 명을 하버드와 예일대에 보낸 전혜성 박사는 말한다. "공부만 파고드는 학점벌레가 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또 덧붙인다. “부모가 자신의 인생부터 제대로 세워라.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인생의 목적을 가르쳐야 한다. 재주가 덕을 앞서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저 반수만이라도 대학 공부 집어치우고 배우고 싶은 것 배운다면 나도 그러겠는데. 아니 삼분에일 만이라도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나도 그러겠는데. 대학을 향해 모두 다 총 출동이니 나만 빠질 수도 없고. 대학 간판 아니면 어디 행세 할 데라곤 없으니 이를 어쩌랴. 공부에 지쳐 늘어진 피로하고 무기력한 모습들. 잠을 못 자 늘 반쯤 감긴 눈꺼풀, 지쳐 방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걸음걸이, 그 나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하며 사랑의 열병을 한번쯤 앓기라도 하련만 연애마저 흥미가 없어 시들해진 것 같다. 무취미 무감각이 청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아니 학창의 이미지를 대신하고 있다. 학교는 감동의 장이어야 한다. 학창시절은 감동의 시절이어야 한다. 끝없는 모험심을 가지고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드넓은 세계 속으로 꿈을 찾아 나서야 한다. 공부에 찌들어 점수 몇 점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옹졸한 생활에서 벗어나야 한다. 크고 작은 감동이 학교에 가득 넘쳐야 한다. 제자 중에 ADHD 장애가 있는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전국규모 수능 모의고사를 보면 사회과목이 항상 일등급이었다. 영어공부는 아예 포기하고 시간 내내 마술만 연구하는 제자가 있었다. 내버려두었다. 맨 뒤에 앉아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다. 결국 마술과로 진학했다. 학교는 이런 감동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작은 감동을 찾아내고 격려해야 한다. 용기를 북돋워 이런 감동이 연일 솟아나야 한다. 학교가 감동의 생생한 현장이어야 한다. 등굣길도 귀갓길도 즐거워야 하고 수업시간도 점심시간도 즐거워야 한다. 동아리활동도 신바람이 나야 하고 과학실험실에서도 음악실, 미술실에서도 감동이 넘쳐나야 한다. 입학식에서도 설레야 하고 졸업식에서도 당당하고 꿈으로 가득해야 한다. 계절마다 새로운 자연의 모습을 온몸으로 느끼고 감동해야 한다. 연예인에 열광하듯 소리치고 날뛰라는 얘기가 아니다. 조용히 내면을 울리는 감동이 진정한 감동이다. 들뜨는 것과 감동은 다르다. 공연히 들떠서 어느 것 하나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그것은 감동이 아니다. 감동은 진지한 삶의 자세와 끊임없는 자기 성찰에서 온다. 늘 분발하고 깨어있을 때 감동은 찾아온다. 예리한 관찰 섬세한 감성이 없다면 감동은 없다. 영국의 시인 윌리암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는 노래했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은 뛰노니/ 내 어렸을 적에도 그랬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네/ 내 늙어져도 그러하리./ 그렇지 않을진대 이 몸 차라리 죽게 하소서/…(중략)’ 하늘의 무지개를 보고 마음이 뛰는 것, 그것은 바로 감동하는 삶이다. 늙어서도 그런 자연의 경이에 감동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내용이다. 성적도 중요하고 대학도 중요하지만 사랑도 행복도 중요하다. 축 늘어진 학생들을 보면 가엾다. 마지못해 하루를 시작해 무기력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10대 청소년들을 보면 안타깝다. 저 귀한 아들딸이 성적 때문에 어깨가 늘어지다니.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남모르게 고민하고 꿈이 흔들리다니. 그들 가슴 속 소담스러운 꿈이 다시 약동해야 한다. 숨어있던 그들만의 달란트가 보란 듯이 솟구쳐 싹을 틔워야 한다.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학교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관점,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맹목의 시선으로, 편견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고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타고난 달란트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생명력 넘치는 감동의 현장이 될 것이다.
행정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 중에서 공무원의 숫자 증가와 관료제의 병폐를 아울러서 비판하는데 동원되는 법칙이 몇 있다. 그 하나는 피터의 법칙으로서, 조직 내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의 많은 사람들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지게 되고, 아직 무능력의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들을 통해 과업을 완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파킨슨의 법칙으로서,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일의 경중이나 일의 유무에 관계없이 상급 공무원으로 출세하기 위해 부하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것을 말한다. 위 법칙들은 1950년대와 60년대에 나온 이론으로서 나름의 분석과 사례 연구를 통해서 밝혀낸 법칙들이다. 물론 위 이론이 현대 행정조직에 모두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는 구석도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예전처럼 공무원을 폐쇄적인 구조로 임용하지 않고 개방형 직위를 도입하여 공무원의 선순환 구조를 도모한다든지, 자기연찬과 직무연수를 강화하여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거나, 직무성과 제도를 도입하여 성과창출 중심의 행정조직을 운영하는 등 민간영역에서 추진했던 경영 노하우를 행정영역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통해 부정적인 관료제의 모순점을 개선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무원들의 실제 업무량과 관계없이 승진 등 조직 내부의 필요에 의해 불필요한 일자리가 생기고, 늘어난 인원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일거리가 만들어지는 위인설관(爲人設官)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업무량이 많기 보다는 부하를 거느리기 위해서 직원 수를 늘리는 부작용도 있긴 하다. 게다가 사람들은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그만큼 일을 천천히, 그리고 비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무능력하고 복지부동한 모습도 보여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런 것과 관련하여 얼마 전 한국행정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최근 10년간 정부의 공무원 운용형태를 보면 작지만 강한 정부를 구현한다고 했으나 반대로 행정기관과 중앙공무원이 많이 증가했다는 발표문이 나왔다. 게다가 각종 위원회를 남설(濫設)하여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 비효율이 극대화된 부정적 면이 존재하였다. 물론 이럼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과 부패방지법을 필두로 한 반부패 정책 기조가 정착되었고, 복지사회 구현을 위한 공무원 증원 등의 바람직한 면도 있었다. 여기다가 조선일보 8월 28일 기사를 보면, 전국 지자체의 주민 1만 명 당 공무원 수를 비교한 것이 있는데 지자체 별로 그 편차가 상당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 수는 주민 수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반면에 어떤 광역 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주민 수 대비 공무원 수가 너무 적어서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할 정도이다. 이런 것들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개혁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비단 이런 사례가 일반 자치단체에게만 존재하고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간 교육계에도 교원지위 향상, 학급당 학생 수 하향과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추진됨에 따라 꾸준히 조직과 공무원을 비롯한 비정규직 수는 증가하였다. 문제는 현재에도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저출산 문제로 인하여 학령아동의 급격한 감소로 학교의 존폐가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지역교육청 개편,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 작업 등과 맞물려서 시사해 주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과 인원은 한 번 만들거나 선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없애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몇 십 년 앞을 봐가며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개념을 들이대기에는 맞지 않는 것이 있기에더 힘들다. 그럼에도 교육계에도 공무원들의 업무 중복을 피하고 유사 기능과 직역에 대한 통합 방식을 적절히 고려하여 업무와 기능의 재분배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 왔다.
우려 속에서 단행된 서울, 경기교육청 9월 교육전문직 인사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두 지역 모두 측근인사, 지역편중 등이 문제다. 서울의 경우 발령 6개월 만에 평생교육국장에서 교육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재환 장학관이 논란의 핵심이다. 외형상 수평이동이지만 업무영역상 영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임갑섭 서울시교육위원회의장의 4촌 매제이기도 한 김 국장은 재산신고 누락 및 금품수수 혐의로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이번 전보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위 의장의 인척으로 승진사유가 있어도 심사숙고해야 할 인물이 물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탁된 배경에 대해 의혹의 시선이 가고 있다. 또 중학교에서 1년 만에 이른바 선호 고교 교장으로 전격 발탁된 김 국장의 아내이며 임 의장이 사촌동생인 임 모 교장의 인사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위에서 처남이 질의하면 매제가 답하는 상황이 생기게 됐다고 한마디씩 한다”면서 “결국 식구끼리 좋은 자리 챙기는 인상을 줘 보기에 안좋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불법, 비리 의혹 인물들의 요직 배치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교육장을 지낸 강남 모 고교 교장은 교장 재직 시 금품수수 혐의가 있어 좌천이 예상됐지만 모교인 C여고 교장으로 사실상 영전을 했으며, 모 교육장은 교장 재직 시 금품수수 혐의로 교원들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전 교육감 시절부터 이어오던 지역편중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당초 내년 선거와 교육감 임기 등을 고려, 1년 이상 교육장이 교체 대상이었으나 부임 1년 된 교육장 중 4명 중 2명만 교체돼 형평성에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교체된 2명의 교육장은 강원과 충청 출신인데 반해, 교육장에 그대로 남은 2명은 모두 호남이어서 지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지역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초등의 기획예산담당관실 모 장학사, 중등출신으로 홍보기획장학관으로 발탁된 인사와 학교정책과 등이 모두 특정지역 학교 출신이다. 또 공모제로 임용된 이천교육장과 광주․하남교육장의 경우 김상곤 교육감의 선거를 지원했던 정치권의 인사가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지역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또 전 교육감과 친분이 있는 인물은 사실상 좌천돼 보복성 인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교총은 “지난 일반직 인사 때 불공정인사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해결책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직 인사마저 지역주의와 정실주의로 인사가 이뤄졌다”며 “정치권에서도 있어서는 안 될 지역주의, 지역감정 조장 등이 가장 공명해야 할 교육계에서 자행됐다”고 평했다. 이어 경기교총은 “주민직선 이후 고질적 병폐가 고쳐질 줄 알았지만 이번 인사에서도 또 다시 일어났다”며 “갈등과 불행을 자초하고 경기교육 경쟁력을 저해하는 이 같은 인사는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대 총장의 이사장 겸직을 허용하고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인화안을 내달 2일 입법예고한다. 28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서울대 총장은 법인화 이후 초대 이사장을 겸직하게 된다. 총장은 법인화 실무를 총괄하고 초대 이사와 감사의 선임권을 갖는 설립준비위원회의 위원장도 겸하며 교과부 장관과 협의해 위원을 임명하게 된다.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해 7명 이상 15명 이하로 구성되며 2분의 1 이상은 외부인사로 선임된다. 이사회의 구성은 총장과 2명의 부총장, 교과부 차관, 기획재정부 차관, 서울대 평의원회의 추천을 받은 인사 1명 등 6명에 더해 기타 학교운영에 필요한 비전과 식견이 있는 인사로 짜여진다. 총장 선출방식도 현행 직선제에서 총장추천위가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선임하는 간선제로 바뀐다. 법률안은 국가 혹은 지자체로 하여금 법인 설립 당시 서울대가 보유ㆍ관리하고 있던 국ㆍ공유 재산 및 물품을 서울대에 무상 양여토록 했다. 또 서울대는 운영에 필요한 경우 국ㆍ공유 재산 및 물품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ㆍ수익할 수 있으며,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수익사업도 할 수 있게 됐다. 법인화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서울대에 인건비와 시설비, 운영비 등을 매년 총액으로 지급하며 지원규모는 매년 재산정된다. 대신 서울대는 4년단위로 대학운영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연도별로 대학운영계획을 수립해 공표해야 하며, 교과부는 실적을 매년 평가ㆍ공개하고 행정ㆍ재정적 지원에 반영하게 된다. 서울대 교직원들은 법인화에 따라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되지만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5년 내로 타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로 전출을 허용했고, 공무원 연금법도 공무원 연금 역시 기존 직원에 한해 계속 적립되도록 했다.
미국 부모 10명 중 7명이 자녀가 장차 공립학교 교사가 되길 원할 정도로 미국인의 교직에 대한 신뢰가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육자단체인 PDK와 갤럽은 매년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공립학교에 대한 일반인 의식조사'를 해왔고 올해 조사된 교사 신뢰도가 지난 30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고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인터넷판이 26일 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미 전역에서 표본으로 뽑힌 성인 1천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신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4%는 교사 자격에 관한 전국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72%는 학생들의 시험 성적 등을 바탕으로 한 교사 성과급제를 지지했다. 또 응답자의 45%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 정책에 대해 'A' 또는 'B' 학점을 줬다. 윌리엄 부쇼 PDK 사무국장은 "학부모들이 조기 교육과 교사 성과급제, 차터 스쿨, 교사 해고를 막기 위한 경기부양자금 사용 등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일반교사들도 전산망을 통해 자신이 진행하는 교육사업 예산을 직접 편성해 사용하고 재정성과도 평가받는다. 이는 주먹구구식이라고 지적됐던 학교회계 투명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과도한 행정업무로 교사들이 교습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원단체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일선 시ㆍ도교육청을 통해 시범운영 중인 학교회계시스템 '에듀파인'(edufine)을 2010년 3월부터 전국 학교를 상대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개발 및 인프라 구축비용으로 수백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시스템은 교사가 직접 예산계획을 세우고 재정성과까지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모든 절차가 전산망을 통해 이뤄지므로 상위 교육기관은 개별 학교의 전체 예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교사가 특정물품을 구입하거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해 교장 결재를 받은 뒤 행정실에 넘겨주면 됐지만,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일반 교사들이 직접 행ㆍ재정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학생들의 학사업무를 전산처리하기 위해 2003년 도입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과도 연동돼 활용된다. 교육당국은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투명한 회계보고가 정착돼 학교별 성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사들이 행ㆍ재정업무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학교자치 기능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단위학교 예산이나 교과별 예산, 학생 1인당 교육비 등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당국은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교사들에게 행ㆍ재정 업무까지 맡기면 본연의 교습활동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선 교직원들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간단한 소모품을 구입하는 것까지 일일이 예산편성→결재→부서제출→접수 후 결재 등 모두 8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이 복잡하고 예산 씀씀이가 100원 단위까지 체크된다는 점에서 일선 학교에서는 반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에 대해 "에듀파인이 투명한 재정을 가능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업무가 복잡해 교원의 근무부담과 학교행정처리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2의 나이스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전면 도입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종플루가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 감염이 점차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감염경로가 정확히 밝혀졌지만 이제는 감염경로를 밝히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생활을 하고 있는 학교는 계속해서 감염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지 외국에 다녀온 경우만 잘 관리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발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방안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일선학교에서 아침 등교시마다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여 고열이 있는 학생을 찾도록 한 것은 매우 다행스런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선학교의 교사들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훨씬더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다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는데 몇 시간이 걸리고, 수업시작시간이 늦어져도 이런 원시적인 방법이나마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과 학교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점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들을 모두 이해한다고 해도 그대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현재의 상황이기에 학교에서의 대응은 필요하다고 본다. 초창기에만 하더라도 보건교사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보건교사를 떠나 모든 교사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어느 한 두명의 힘으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최선의 노력을 한 다음에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당국의 노력도 지속되어야 한다. 학교에 맡겨 놓았으니 그것으로 모든 것을 다 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학교에서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그것이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책임을 묻는 쪽으로 대처되어서는 안된다. 책임을 묻기보다는 어떤 경우라도 재빨리 해결해 놓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지원을 적기에 해야 할 것이고, 학생과 교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지금의 상황에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 신종플루를 몰아내는 것만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가 되는 것이다.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힘을 모아서 노력할때 우리의 학교는 편안하게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다소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폐지될 위기에 몰렸던 교육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존치하게 되었다. 물론 3년유예라는 단서를 달고는 있지만 현재의 폐지안은 유예가 되었다. 앞으로 3년후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유예된 것을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환영한다. 교육세폐지가 백지화되기 까지는 한국교총을 중심으로 교육세폐지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교육재정확보문제를 함께 제기했기에 가능했다. 교육계의 노력이 결실을 얻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교총이 있었다. 교육세폐지를 반대하고 존치를 주장한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세가 폐지되면 교육재정의 결손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교육계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물적 인적 여건을 조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당위성으로 교육세폐지를 반대했던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향에서의 반대론을 펼친 것이다. 당국에서는 다른 분야에서 교육투자를 보전해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교육세만큼의 안정적인 재원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었기에 이번의 백지화가 환영받는 것이다. 교육을 조금이라도 알고 학교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예산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교육여건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가 최우선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따지기 이전에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공교육의 부실을 자주 논하고 있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된 적은 없었다. 현실을 겨우 이겨나갈 만한 최소한의 예산이 투입되었을 뿐이다. 이제는 이런 여러가지 우려를 불식시키고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교육부실을 계속해서 책임을 묻기 이전에 사교육에 견주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교육세폐지가 백지화 된 만큼 이제는 예산의 확보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교육에 투자하기 위한 교육세가 당초의 목적에 어긋나게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교육계역시 그동안 교육세폐지에 올인했던 노력을 앞으로는 예산의 투입쪽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교육당국 역시 정확한 교육현장진단을 통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며, 이 우선순위에 적절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예산을 투입함으로써 예산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육현장의 의견수렴을 거쳐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쨌든 교육세폐지가 백지화 된 것은 우리교육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또다른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이들의 노력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세를 사수했듯이 교육현장의 여건개선도 끊임없이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집 이야기다. 아내가 종합병원 응급실에 갑자기 입원하였다. 귀가하니 밤 1시다. 고등학생인 딸은 잠들어 있고 아들은 공부하고 있다. 엄마가 입원했다고 하니 무슨 병이냐고 캐묻는다. “응, 병명은 모르고…. 결과가 나와 봐야 알지.”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아들이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넣고 있다. 아침을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린 아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딸의 방을 열었다. “엄마, 안 계시다. 어제 입원하셨어.” 내 말에 곧바로 일어난다. 아침마다 아내의 잠자는 딸 깨우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 6시 40분인데 늦었다. 빨리 일어나야지.” 아내의 공식화된 말이다. 늦게 일어난 딸은 아침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통학버스 타기 바쁘다. 그러던 딸이 이제는 꾸물거리지 않는다. 아마도 상황을 눈치 챈 듯하다. 딸은 달걀 두 개를 풀어 후라이까지 한다. 등교시각 순서에 따라 딸, 아들이 집을 나갔다. 식탁 위를 보니 계란 후라이와 토마토 한 조각이 놓여져 있다. 아빠를 위해 딸과 아들이 준비한 것이다. 이게 바로 아내의 빈자리를 자식들이 메운 것이다. 자식들에게 한 편 미안하기도 하고 자식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문득 ‘독립군의 자식’이 떠오른다. 이 용어는 서울대학교 모 교수가 해마다 학교 의 주요보직을 맡아 제자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제자들이 자기 자신들을 일컬은 말인데 그 교수에게는 충격적인 피드백이 되었다고 한다. 독립군이 한반도를 떠나 만주 벌판이나 중국 땅에서 독립운동을 했듯이 지도교수가 학교나 학과 밖에서 주로 활동하느라 박사학위를 지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제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학위를 따야 하는 것이다. 교수생활 초기 8, 9년간 제자들을 자상하게 지도했던 교수가 주변 여건의 변화에 따라 교수 스타일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 교수는 총 40여명의 박사제자를 배출했는데 그들 중 30명 이상이 대학교수로 임용되었고 나머지는 상담전문가로, 100퍼센트가 전문직 종사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립군의 자식’의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요즘 우리네 가정, 자식이 하나 아니면 둘이다. 부모마다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키운다. 상전 모시듯 한다. 부모는 가난하게 자랐어도 자식은 풍족하게, 부모는 못 배웠어도 자식만큼은 대학까지 보내 번듯하게 키우려 한다. 집집마다 자식들 비위맞추기에 바쁘다. 자식들은 부모의 성화에 마지못해 공부하며 그것이 마치 부모를 위해 하는 것인 양 하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부모가 정성을 쏟는 것 당연한 일이다. 잘못된 것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 때론 거룩하고 성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 한 번쯤 생각해 보자. 자식을 위한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 지금 이대로 계속되어야 하는가? 필자는 몇 년전부터 자식들을 독립군의 자식으로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 아마도 자식들이 중학생 때부터인가 보다. 부부맞벌이에 부모로서의 부족한 뒷바라지를 책임 회피하고 변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희들, 부모에게 기댈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라. 부모의 재산은 노후에 실버타운에 들어갈 비용이다. 너의 인생은 바로 네 것이다. 자신의 삶은 바로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 부모가 너희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마치 어미 사자가 새끼 사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형국이다. 어찌 보면 부모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자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서운 부모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가? 방학 때나 주말에 부모가 없을 때는 알아서 식사를 준비하고 끼니를 해결한다. ‘배 고프다고? 부모가 차려 줄 때 기다리지 말고 각자 식사는 해결해야지…’하는 아빠의 무언 메시지를 받아들였나 보다. ‘독립군의 자식’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하는 방식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부모는 자식 뒤치다꺼리만 할 것인가? 이제 그 지나친 지극정성과 과잉보호, 그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자식들이 알아서 스스로 공부하고 학교에서 교과우수상 등 각종 상장을 타올 때면 자식들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가정교육과 자식교육,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모른다. 우리 부부는 초보 아빠, 초보 엄마이기 때문이다.
11일 아침을 단동에서 맞이했다. 늦게 잤지만 모닝콜 시간보다 30분 이른 5시에 일어났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커피까지 마시고 식당으로 갔다. 어금니를 치료받다 여행 온 게 탈이었다. 치통이 심해 부드러운 빵 몇 조각 먹는 것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여행지에서 이렇게 아파 고생하는 게 처음이라 신경 쓰이는데 옆자리의 중국인들은 수저를 놓자 담배부터 피워댄다. 그러고 보니 4성급 호텔의 테이블 위에 재떨이가 놓여있다. 이틀째 처음 찾아가는 곳은 1시간 거리의 호산장성이다. 단동역을 지나는데 역전에 모택동의 대형 동상이 서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모택동과 등소평을 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 잘사는 사람들은 개방정책을 펼친 등소평을 존경하고, 못사는 시골 사람들은 없이 살았어도 생활수준이 비슷하던 모택동 시절을 그리워한다. 한국의 실상을 제대로 알게 된 것도 근래의 일이다. 한국의 실정을 거꾸로 알린 정책 때문에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남한이 북한보다 못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한중수교, 한국의 올림픽 개최, 조선족들의 왕래가 한국 사람들의 부유한 생활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압록강에 만들어진 섬들은 월량도를 제외하고 모두 북한 땅이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는 빌미를 만들어준 게 위화도 회군이다. 위화도와 북한 건물들이 차창 밖으로 길게 이어진다. 아침부터 고기를 잡는 중국인과 강 가운데 떠있는 북한의 모래채취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이 없는 압록강을 바라보며 같은 민족끼리 철조망을 쳐놓은 휴전선을 떠올린다. 생활습관이 달라 중국인 마을과 조선족 마을은 쉽게 구분이 된다. 집 색깔이 붉은색이면 중국인 마을이고 집 색깔이 회색이면 조선족 마을이다. 말을 키우고 오리가 많으면 중국인 마을이고 소를 키우고 닭이 많으면 조선족 마을이다. 중국인들은 닭이 파드득 거리는 것을 싫어하고 조선족은 오리의 느린 행동을 싫어한다. 동북쪽의 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을 통틀어 동북3성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국경선과 가까운 동북3성에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200만 명 중 150만 명이 살고 있다. 이곳 동북3성이 바로 2002년부터 동북쪽 변경지역의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과 우리의 찬란했던 역사가 대립하는 곳이다. 그래도 한국과 왕래가 이뤄지며 조선족의 생활수준이 중상위 그룹으로 높아진 것이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은 이곳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 달 과외비가 30-40만원 지출될 정도로 과외 열풍이 불고 있어 학교에서 주 5일제 수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과외 받느라 쉴 틈이 없다. 교육열이 조선족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니 다행이기도 하다. 단동시내에서 압록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30km 정도에 위치한 호산장성에 도착해 바로 옆에 있는 '일보과(一步跨)'부터 들렸다. 압록강의 하중도인 우적도(북한)와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한 발짝만 건너뛰면 북한 땅이다. 바로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순찰하던 북한 경비병에게 중국인이 말을 걸자 대꾸를 한다. 중국과 북한이 이렇게 가깝게 살고 있다는 것과 분단의 한을 실감하는 현장이다. 앞에 있는 중국의 나룻배를 타면 초소에서 접근하는 북한 병사를 만나 악수를 할 수 있다는 곳이기도 하다. 호산장성은 비사성과 이어진 천리장성의 일부로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략에 대비해 고구려가 세운 박작산성으로 추정되는 성곽이다. 하지만 1990년대 만리장성을 닮은 중국성벽 형태로 복원하였고, 세계유산인 만리장성이 시작되는 곳으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중국에서 만리장성의 동단이라 주장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중요 장소이다. 최고봉이 146m에 불과하지만 삼면이 강으로 둘러 싸여 있고 산 형세가 마치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호산장성으로 부른다. 단동쪽 방향을 방어하기 위해 호산의 서쪽 지형으로 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성곽의 모양이 동녘을 방어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게 안타깝다. 누가 심었는지 호산장성 입구에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어 느낌이 남다르다. 성안에 남아있다는 고구려의 옛 우물 유적지를 확인하지 못하고 온 것도 아쉽다. 기독교 신자인 아내가 산성 아래 마을에 있는 십자가를 보고 반가워한다. 중국은 공산당이 실권을 쥐고 있지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나라다. 도교 신자가 가장 많고 불교와 기독교 신자도 늘어나고 있다. 여러 명이 빗자루로 주차장을 쓸고 있는 모습이 우리가 예전에 했던 새마을운동을 닮았다. 호산장성에서 나와 집안으로 한참을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선다. 중국에서 도로공사는 국가의 중요사업이고 중국 사람들은 국가에서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도로공사 현장을 만나 집안으로 가야 할 차가 환인으로 향하며 2일째 일정과 4일째 일정을 맞바꾼다. 단동에서 환인까지는 2차선 국도를 4시간 달려야 한다. 교통량이 적어 오가는 차량들을 가끔 한 대씩 만난다. 이곳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게 온통 옥수수 밭이다. 냇가에서 배터리로 고기 잡는 모습 등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 재미있다. 중국의 많은 인구 중 한족이 92%를 차지한다. 나머지 55개의 소수민족이 8%에 불과해 대학입학 시험 등에 8%의 가산점을 주며 소수민족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소수민족 중 제일 잘살고 대학입학률도 1위라니 반가운 소식이다. 인구 30만 명의 30%가 만주족 사람들인 만주족 자치구 환인에 들어섰다. 환인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기후가 좋아 농작물의 품질이 우수하다. 이곳에서 회색과 검은색을 띠고 있어 회강, 흙강으로 불리는 비루수(혼강)를 만난다. 압록강으로 흘러가는 비루수를 바라보며 부여의 금와왕과 유화부인 사이에 태어난 주몽이 부여를 떠나 고구려를 건국하던 과정을 생각해본다. 점심을 먹고 환인시에서 8km 떨어진 오녀산성으로 향한다. 환인의 지명도를 크게 높인 것은 고구려의 첫 수도 졸본성의 터로 추정되는 오녀산성으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재에 등재되었다. 자연의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오녀산성(五女山城)이라는 이름은 오랜 옛날 이곳에 살며 산과 마을을 수호해 주던 다섯 명의 여신이 흑룡과 싸우다가 전사한 것을 기려 붙여졌다. 오녀산성을 멀리서 보면 800m의 높이에 윗부분은 바위덩어리를 반듯하게 자른 듯 100여m의 직벽으로 되어있어 신비롭다. 산성에 오르려면 입구의 발전소를 지난 후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이곳을 오르내리는 셔틀버스는 아찔하게 느껴질 만큼 과속을 일삼으며 크랙숀을 눌러대 만만디로 살아가는 중국 사람들과 다르다. 힘이 들지만 1,000여개의 계단이나 편평한 돌을 끼워 맞춘 18구비의 옛길 십팔반(十八盘)을 이용해 정상에 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입구에 가마가 대기하고 있어 노인이나 환자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데 이용비를 80,000원이나 요구한다. 암벽사이에 계단길이 있는 천창문(天昌門)을 지나면 오녀산성을 만난다. 오녀산성은 밑에서 볼 때와 달리 동서 200-300m, 남북 1500m 넓이로 사람이 많이 살 수 있을 만큼 편평하다. AD 3년 유리왕이 국내성으로 천도할 때까지 40년 간 수도였던 곳이라 고구려 졸본성의 흔적이 많다. 성터, 궁궐터, 곡식창고, 대형 맷돌, 집단숙소, 물이 나는 천지(天池), 왕이 사용하던 목욕간 등이 남아있다. 특히 전쟁을 지휘하던 점장대에서 바라보는 댐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환인에서 통화까지는 2시간 거리지만 굽이를 돌고 산비탈을 오르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해 지루하다. 단동에서 통화까지의 도로확포장 공사 현장을 수시로 만나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정신없이 달려야 한다. 그래도 같은 모습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길 막고 느릿느릿 걸어가는 소, 외지에 나가 일하던 사람들이 큰 짐 보따리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풍경들이 지루함을 달래준다. 차로 먼 길을 달리는 대장정이라 가로등이 불을 훤히 밝힌 후에야 통화에 도착했다. 길림성의 통화는 백두산 천지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하룻밤 묵는 코스다. 인구 60만의 통화시는 강철, 포도주, 제약공장이 있어 알부자 동네로 소문나있다. 저녁에는 실컷 먹을 수 있을 만큼 삼겹살이 나왔다. 하지만 치통으로 고생하는 판에 입맛이 있을 리 만무했다. 앓던 이 쏙 빠지는 기분을 맛보고 싶지만 이곳에는 치과가 없다. 통화로 오는 길에 가이드가 차를 세우고 신문지로 꼬깃꼬깃 싼 진통제를 사줬는데 효과가 없다. 신경 쓰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내가 겪어보니 여행지에서 몸 아파 고생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겠다. 일행들이 마사지를 받는 동안 밖에서 소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더니 치통이 덧날까봐 아내가 깜짝 놀란다. 내일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천지와 만나는 날이다. 천지가 맑은 모습으로 문을 여는 시간에 오르기 위해 모닝콜이 5시에 약속되었고, 치통이 멎어 둘째 날 밤을 편안히 맞이했다.
드디어 백두산 천지를 만나는 12일이다. 일찍 일어나 창밖의 날씨부터 살폈다. 안개 속 통화시내의 아침 풍경이 우중충하다. 오늘도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다. 통화에서 백두산 입구까지 관광버스로 3시간 30분, 입구에서 5호 경계비 주차장까지 셔틀버스로 40여분 이동해야 한다. 다시 주차장에서 약 30분 동안 1,236개의 계단을 올라야 천지를 만난다. 무척 피곤한 일정인데 일행들은 가이드의 요구대로 잘 따라주며 천지를 만날 설렘에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시내의 도로변에서 만난 중국 군인들의 모습이 왠지 태만해 보인다. 중국에서는 고위관료들의 자식이라야 군에 간다. 입대하면 월 1,500위안(한화 30만원) 정도의 봉급을 받아 공부하기 싫어하는 말썽꾸러기 자식의 도피처로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됨됨이가 올바른 사람을 만들려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어느 나라나 농촌에서는 총각신세 면하기 어려운가 보다. 중국의 농촌 여성들이 도회지나 외국으로 나가면서 결혼 못하는 농촌 총각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선족 총각들은 문화가 같고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탈북 북한여성들을 원하는데 결혼 후 아기를 낳지 않으려고 해 갈등을 일으킨다. 중국에는 어렵게 국경선을 넘어온 탈북자들이 무척 많다. 탈북하게 된 사연도 가지각색이고 살아가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북한에서는 부모가 죄를 짓고 도피하면 18세 되는 해부터 자녀가 부모 대신 벌을 받아야한다. 18세 되기 전에 탈북 할 수밖에 없지만 중국의 학교에 다닐 수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가하면 중국에서 열심히 일해 국적도 취득하고, 북한의 자식이 잘살게 돈을 보내는 부모도 있다. 세계 최고의 요리가 중국의 곰발바닥 요리다. 백두산에 반달곰 야식지가 있고 중국에서 최우량 곰이 백두산 곰이다. 눈에 넣으면 핏기가 금방 없어질 정도로 진짜 곰쓸개는 약효가 좋다. 최명 가이드로부터 중국과 북한의 실상에 관해 들은 후 백두산에 관한 비디오를 감상했다. 통화를 출발할 때 안개가 잔뜩 끼어 걱정했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날씨가 맑다. 국경선의 변방이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 오가는 차량들이 많다. 차가 터널을 한참 달린다. 터널에서 차량들이 전조등을 이용해 차선을 양보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곳의 터널들은 불빛이 없어 미로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터널을 오가는 차량들은 모두 전조등을 켠다. 어제 통화로 들어설 때 해바라기들이 반기더니 송강하로 가는 길가에 키가 작은 코스모스들이 많다. 통화에서 출발한지 2시간 정도 되었다. 백두산 부근의 중국 사람들이 한국보다 30년 정도 뒤진 생활을 하고 있다더니 소가 짐수레를 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곳의 결혼식 풍습도 우리와 비슷한가보다. 신랑신부가 탈 차에 풍선을 많이 매단 모습이 우습다. 축하객들이 타고 온 차량인지 길가에 낡고 작은 차들이 여러 대 서있다. 낯선 사람들이지만 결혼하는 부부가 백년해로하길 빌었다. 화장실에 들를 겸 조선족이 운영하는 고구려휴게소에서 인삼, 산나물, 꿀 등을 눈요기 했다. 시원한 지하수로 손을 씻었더니 금방 피로가 풀린다. 한국의 식당에서 일해 벌어온 돈으로 차린 휴게소라 주인이 우리나라 실정을 잘 안다. 백두산 아래 동네인 송강하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일행들과 하루 종일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하며 백두산 입구로 향했다. 백두산 여행은 천지를 중심으로 산세가 험준해 전문트레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북파와 완만한 고산지대라 일반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서파로 코스가 나뉜다. 우리 일행은 서파 코스로 천지에 올라간다.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화산활동을 하던 사화산으로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자리 잡고 있다. 전체 면적 중 1/3은 중국, 2/3는 북한의 영토에 속하고 연중 눈비가 내리는 날이 200여일에 달한다. 백두산은 경치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동북호랑이를 비롯한 희귀 야생동물과 야생식물들도 많다. 말 그대로 '흰 머리 산'이라는 뜻의 백두산은 한국 사람들만 부르는 이름일 뿐 이곳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말이 아니다. 정상 부근이 눈 때문에 희게 보이고 줄기가 길게 이어진 산이라서 중국이나 북한 사람들은 장백산이라고 부른다. 침엽수림이 울창한 1,000m 높이의 백두산 입구 매표소도 장백산이라고 써있다. 5호경계비 주차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베테랑 운전자들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지 무척 빠른 속도로 올라 하늘로 붕 떠오르는 느낌이다. 굽이를 돌때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천지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1,500m 이상에는 이끼만 있는데 이곳에 고산토끼와 쥐가 산다. 해발 1800~2400m의 고산화원은 6월에야 봄이 찾아와 1,800여종의 들꽃으로 야생화 천국을 만든다. 고산화원은 완만한 구릉지라 가지각색의 야생화 군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이드의 얘기로는 백두산은 흡연금지 구역이다. 꽃 한 송이도 꺾을 수 없다. 태극기도 가지고 갈 수 없다. 비디오 촬영도 제한한다. 숲에서 소변을 봐도 돈을 요구한다. 우천 시에는 번개 때문에 우산대신 우비를 입는 것이 좋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모자 날아가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백두산 정상 주변의 장사꾼들은 중국 정부에 세금을 많이 낸다. 물건 값이 비싸고 토비(산적)에 비유할 만큼 상술이 고래심줄같이 질기다. 천지의 날씨는 수시로 변한다. 그래서 여자의 마음에 비유한다. 누가 지어냈는지 백두산 정상에 올랐지만 천지를 못보고 간 사람이 천지라 천지라고 한다는 얘기가 재미있다. 5호 경계비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 1년에 하루밖에 없는 날씨처럼 맑고 파란 하늘이라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맑은 날씨를 보자 평소 덕을 많이 쌓은 사람들만 온 것 같다며 가이드가 더 좋아한다. 아이들 마냥 가이드를 졸라 이곳에서 2시간을 머물기로 했다. 천지 오르는 길에는 나무가 없다. 날씨가 좋아 땡볕이지만 천지만 제대로 보면 된다. 높이에 비해 걷기 편한 1,236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며 주변의 풍경과 야생화를 감상했다. 보이는 풍경이 모두가 장관이다. 날씨가 좋아 신이 난 가마꾼들도 "가마타요. 힘들어요. 싸요."를 크게 외친다. 오르내리는 관광객들 사이로 2,470m 높이에 있는 5호경계비와 총을 들고 서있는 중국군 병사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표석 5호경계비의 양면에 '中國5'와 '조선5'가 써있다. 이 표석이 바로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구분하기 위한 경계비이다. 백두산 천지의 2/5는 중국이, 3/5은 북한이 관할하고 있는데 북쪽 땅은 왠지 황량해 보인다. 와! 천지다. 불규칙한 기후, 거센 바람, 폭풍우로 아름다운 광경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천지가 하늘의 문을 활짝 열고 우리를 반겨주었다. 내 눈앞에, 내 발아래 천지가 아름다운 세상을 펼쳐놓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가슴 벅찬 감동을 몇 번이나 경험했던가? 천지의 감격적인 모습에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백두산 풍경 중 최고로 꼽히는 천지는 화산의 분화구(칼데라호)로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 위치한다. 11월에 얼어붙었다 6월이 되어야 녹는데 식수로 사용할 만큼 수질이 깨끗하다. 해발 2,200m, 전체 면적 10㎢, 호수 주위 길이 13㎞, 평균수심 204m인 천지가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의 발원지이다. 천지를 둘러싸고 백두산의 16개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백두산의 최고봉은 2,744m의 장군봉이다. 장군봉을 필두로 향도봉(2,712m), 쌍무지개봉(2,626m), 청석봉(2,662m), 백운봉(2,691m), 천문봉(2650m)이 한눈에 들어온다. 5호경계비와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맥주를 두 캔이나 마셨다. 똑같은 장면인데 보고 있을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난시라 쉽게 피로를 느끼는 눈이건만 천지를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봐도 피곤하지 않다. 감동의 물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어느새 1시간이 지나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상술이 고래심줄이라더니 중국인 사진사가 4만원에 천지를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 12장을 CD에 담아주겠다며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날씨가 좋아 값도 깎아주겠다고 유혹하는데 사진은 잘 찍는다. 내려오는 길에 천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서너 모금 마셨더니 속이 시원하다. 집에 가져가 아이들 먹게 하려고 PT병에 물도 받았다. 자세히 보니 물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인이다. 백두산 관광객의 80%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서글퍼진다. 중국은 백두산을 10대 명산으로 지정했다. 이곳을 다녀간 중국인들에게 백두산이 자기네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동북공정을 완수하려는 술수가 숨어있다. 중국에서 관광 다니는 사람들은 상류층이고 그들이 중국의 정책을 좌지우지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천지에서 북한 군인을 찾아볼 수 없다. 5호경계비 옆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에 서있는 4명의 군인은 모두 중국 군인이다. 휴전선에는 철조망을 쳐 논 채 총부리를 남쪽으로 겨누고 있으면서 중국 군인들이 북쪽 땅에 넘어와 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한심스럽다. 북한 정권이 흔들렸을 때 백두산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된다. 셔틀버스에 올라 계단 모양의 소협곡 제자하로 갔다. 제자하는 제운봉 양측에서 발원한 물이 흐르는 작은 협곡으로 바닥은 현무암이다. 층층으로 나누어 보이는 모습이 계단을 닮았는데 횡단면의 위는 좁고 아래는 넓다. 물이 지하 깊숙이 스며들어 흐르고 일부는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려 지하하(地下河)로도 불린다. 백두산의 관광지 치고는 볼거리가 없는 게 흠이다. 대협곡은 백두산의 용암이 분출할 때 만들어진 V자 형태의 협곡으로 폭 200m, 깊이 100m, 길이 70km 규모로 웅장하다. 기암괴석과 가파른 경사면 아래로 맑은 물이 유유히 흘러 동양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풍경을 연출한다. 연리지 모습의 나무, 가족처럼 자라는 나무 등 특이한 나무들이 많고 천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숲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삼림욕을 하며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도 해소했다. 셔틀버스에 올라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입구로 갔다. 저녁을 먹은 후 오던 길을 되짚어 통화로 향했다. 숙소인 회풍호텔까지는 3시간 30분 거리인데 가로등이 없어 창밖이 암흑세계다. 눈을 감고 천지에서 본 풍경과 감동을 떠올렸다. 하루 종일 어금니 아픈 것을 모르고 지낸 것도 활짝 문을 열고 반긴 천지 덕이다. 늦은 시간 숙소에 도착해 여정을 정리하고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2학기가 시작되었다. 한 달 넘게 계속된 여름방학으로 조용하기만 했던 학교들이 이제 다시 학생들의 개학으로 아연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새로운 학기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야 마땅하겠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등교 첫날부터 학교폭력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학부모들의 막무가내 식 민원제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교육에 대한 전반적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참으로 걱정인 것은, 일선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무질서 현상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열심히 가르칠 필요가 없다니까~.” “수업시간에 잠을 자건, 밖에를 나가건 그냥 내 버려두는 게 상책 아니겠어?” “아이들 바르게 키워보겠다며 벌 좀 준 것이 교사의 책임문제로 귀결된다면, 이제는 누가 무슨 의욕을 내서 가르치겠어?” “그냥 시작종 치면 들어가서, 애들은 듣던지 말든지 혼자서 떠벌이다 끝 종 나면 그대로 나오는 수밖에.”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이유로 위기에 몰린 공교육을 조금이라도 되살려보기 위해서는 선생님들 모두가 교육자로서의 높은 자긍심과 책무성을 가지고 전심전력으로 매달려야 할 판에 이처럼 비정상적인 세태를 한탄하며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서 냉소적이고 허무적인 쓴웃음을 날려야 하는 교단의 현실은 안타깝다 못해 슬퍼지기까지 한다. 선생님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체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예전 같으면 전통적 가치관 내지는 사회풍조로 보아 교사의 교육권이 당연히 우선시되고 학생의 인권 측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아 설령 이런 저런 이유로 선생님이 매를 좀 들었다 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 순수한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아무런 사심 없이 내린 가벼운 벌조차도 당장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 일쑤고, 고약한 학부모에 걸린 경우에는 폭행죄로 고소당하고 손해배상까지 해 주어야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끝까지 믿고 싶은 것은, 이 땅의 선생님들 가운데 그 누구도 개인적 분노나 증오의 감정을 교육적 사랑으로 가장하여 아이들을 때리거나 벌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며, 학생들 또한 절대 다수의 경우 선생님의 말씀과 지도에 순종하면서 학생 됨의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교사의 교육권이 중요하다해서 학생들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며, 이와 맞물려 학생들의 인권이 중요하다 해서 교사의 교육권을 쉽게 포기하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교육권을 행사함에 있어 끝까지 대화와 설득, 인내와 관용으로 훈육하기를 힘쓰되 특수한 경우 꼭 벌의 징계가 필요하다면 교육자로서의 사려 깊은 판단과 함께, 벌을 주는 의도의 진정성을 아이가 수용하는 전제 위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인권이 한없이 소중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학교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규범에 반하는 일탈과 비행조차도 합리화시키고 선생님의 교육적 지도노력마저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로 사용될 때 그것은 교육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교단은 시대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교육제도나 시스템의 위기도 문제지만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구성원 모두의 의식의 위기, 규범의 위기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전통적 교직관 내지는 가치규범은 붕괴된 지 이미 오래인데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직관, 가치규범이 바로서지 못하고 있고 구성원 상호 간의 관계 정립도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일종의 아노미적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가 학생 눈치를 살피고 학부모가 교사를 고발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의 활로를 여는 단초는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필자는 오늘의 학교교육의 위기가 교육 외적인 요인보다 교육 내부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며, 이를 타파하기 위한 엄정한 현실인식과 내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교육을 바라보는 교육자 스스로의 관점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제자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구시대적 권위에 대한 일말의 향수는 없는 것인지 반성하면서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교직윤리, 사제윤리를 정립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존경과 신뢰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누군가가 그것을 바란다고만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힘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한다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모름지기 자기 책무에 대한 헌신과 봉사, 귀감적 처신이 있는 경우에 상대의 마음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충정심이 바로 존경과 신뢰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자들이, 세태에 휘둘리기 쉬운 어린 학생들의 무례나 학부모의 비상식적 행태를 무조건적으로 탓하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직윤리를 새롭게 세우는 차원에서 스스로의 인품과 자존을 높이려는 노력을 더 한층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며, 사제윤리 차원에서는 학생들을 무조건 버릇없다 꾸짖기 이전에 눈높이를 학생에 맞추고 그들에게 가슴으로 다가서는 한편으로 선생님들 모두가 나서서 인성교육과 예절교육을 더 충실하게 지도할 일인 것이다. 현실을 개탄하며 교육의지를 포기하기보다는 확고한 교육관으로 자신의 교육활동을 소신 있게 꾸려가는 태도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교육신뢰 회복의 길이라 믿는다.
학교 폭력사건의 가해 및 피해학생측에서 요구하더라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해선 안된다는 법령해석이 나왔다. 법제처는 2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요청한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관련 법령 해석안건에 대해 이같이 회신했다. 변호사와 전직 교사 등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교내기구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여부와 내용을 심의,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자치위원회 회의록을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폭력사건의 당사자가 요청할 때도 공개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곤 했다. 법제처는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자치위원회 회의록을 비공개하고 누설을 금지한 것은 위원회의 공정하고 소신있는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에서 비공개 대상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학교폭력 당사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도 비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또 "만일 당사자에게 회의록을 공개하면 주변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자치위원회의 심의권을 보장하려는 입법취지가 저해된다"고 덧붙였다.
10대 청소년의 강박장애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강박장애질환으로 인한 10대 청소년의 실진료환자수가 2005년 1824명에서 2008년 2878명으로 58%증가했다. 이는 전체 연령대 증가율인 40%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전체 강박장애 질환 실진료환자수는 2005년 1만3000명, 2008년에는 1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강박장애는 환자 자신이 지나치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적인 불안감이 나타나고 이를 경감시키기 위해 반복적인 강박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장 김찬형 교수는 “10대 청소년층의 강박장애 증가는 최근 입시경쟁에 따른 부모의 과잉통제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강박장애를 방치하면 학업을 더 어렵게 하고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강박증상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수술 치료가 있으므로 전문가와 빨리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초중고․특수학교 학생 762만1125명(2008년 기준) 가운데 아토피 질환학생은 5.7%인 43만256명으로 집계됐다. 도시화된 생활환경 등으로 아토피 질환자가 전 국민의 20%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 상에는 잘못된 속설이나 민간요법 등이 넘쳐난다. 20일 서울 도봉구민회관에서는 (사)아토피피부면역학회 김정진 회장이 올바른 자녀 아토피 관리법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아토피는 피부 자체의 방어력이 약해 혈액 면역세포인 항체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하는 가려움을 주증상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즉, 피부 자체의 방어력을 높이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청결한 환경과 항생제, 예방주사의 발달로 세균과의 접촉 기회가 없고 방부제가 많은 음식으로 인해 장내 유산균과 정상세균이 적어져 피부면역이 약해진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구상의 세균 중 95%는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로 많은 종류의 정상세균이 적절한 수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는 “가려움을 완화시켜주는 스테로이드 계열 연고와 약은 순간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시 피부면역을 떨어뜨리고 피부를 검게 만들기도 하니 지나친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며 “감기에 걸렸을 때도 바로 병원에 가기보다는 38.5도 이상의 심한 열에만 해열제를 먹이고 자녀가 혼자 견뎌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열이나 몸살, 고름, 가래, 누런 코, 다래끼, 종기 등은 오히려 자연면역이 작동하고 있다는 표시로 이때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면 오히려 특이면역(알러지 반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돌 이전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알러지나 습진 경향성이 증가하게 된다. 자연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율무나 도라지, 삽주 등이 도움이 되고 피부의 산성화를 유지하기 위해 산성비누를 써야 한다. 김 회장은 “피부면역이 회복되는 데는 1~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반드시 낫는다는 생각으로 부모가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느리다’와 ‘늦다’는 의미가 비슷하지만, 문맥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느리다’ 1.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 - 행동이 느리다. 2.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기간이 길다. - 그 환자는 회복이 느린 편이다. 3. 기세나 형세가 약하거나 밋밋하다. - 느린 산비탈. 4. 성질이 누그러져 야무지지 못하다. - 그는 성미가 느리다. 5. 꼬임새나 짜임새가 성글거나 느슨하다. - 새끼를 느리게 꼬다. 6. 소리가 높지 아니하면서 늘어져 길다. - 멀리서 느린 육자배기가 들린다. ‘늦다’ Ⅰ. (동사)정해진 때보다 지나다. - 그는 약속 시간에 항상 늦는다. Ⅱ (형용사) 1. 기준이 되는 때보다 뒤져 있다. - 시간이 5분 늦게 간다. 2. 시간이 알맞을 때를 지나 있다. 또는 시기가 한창인 때를 지나 있다. - 우리 일행은 어제보다 늦게 도착했다. 3. 곡조, 동작 따위의 속도가 느리다. - 그는 다른 사람보다 서류 작성이 늦다. ‘느리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빠르지 않다는 뜻이다. 반대말이 ‘빠르다’이다. 반면 ‘늦다’는 시간적으로 이르지 아니하다는 말로 반대말은 ‘이르다’ 이다. 이 둘은 반대말을 생각하면 쉽게 구분된다. 이를 토대로 다음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검토를 해보자. 1. 행사가 너무 늦게 진행되어서 지루하다. 2.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 늦게 움직이고 있었다. 3. 이 아이는 성장 속도가 남보다 느리다. 4. 그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두 시간 느리다. 위의 예문 1은 문맥으로 보아 ‘행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기간이 길다.’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때는 ‘느리게 진행되어서’라고 해야 한다. 이 문장에서 ‘진행되어서’ 대신에 ‘시작되어서’를 사용한다면, 기준이 되는 때보다 뒤에 시작해 지루하다는 뜻의 표현이니 ‘늦게’라는 부사를 쓸 수 있다. 즉 ‘행사가 너무 늦게 시작되어서 지루하다.’라고 하면 바른 표현이 된다. 2도 마찬가지다. ‘움직이고’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 표현의 의도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이다. 그렇다면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여기서 이 표현도 틀린 어법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다. 즉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 늦게 움직이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정해진 때보다 늦게 움직였다는 세밀한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 3은 아이가 커야 하는데, 크지 않고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는 클 때를 지났다는 의미다. 이때는 ‘늦다’라는 형용사가 자연스럽다. ‘올해는 꽃이 느리게 핀다.’라는 문장도 같은 맥락이다. ‘꽃이 느리게 피는’ 진행 과정이 아니라면, ‘꽃이 늦게 피는’ 때를 정확히 말해야 한다. 4도 ‘느리다’가 잘못된 표현이다. 시간이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속도로 간다. 따라서 ‘그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두 시간 느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처럼 어떤 기준이 되는 시간보다 뒤져 있다고 말할 때는 ‘늦다’가 맞는 표현이다.
수시로 떠나는 여행인데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만나러 가는 여행길은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혹여 돌발 상황이 여행을 방해할까 8월 10일 새벽 4시 20분경 집을 나섰다. 떠날 때는 늘 즐거운 게 여행이다. 청주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차를 모는 동안 아내와 인생살이를 얘기하며 오붓하게 시간을 보냈다. 길이 막히는 곳이 없어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3층 약속장소에서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달러(USD)와 위안(CNY)을 환전하고 7시 40분경 같이 여행 떠나는 사람들을 만났다. 지루하게 기다렸는데 한교투어 김재훈 가이드를 만나면서 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출국수속을 밟고 면세점을 돌아봤다. 서민들에게는 부담되는 가격이라 눈요기만 하는데 사람을 꼭 빼닮은 마네킹이 아이쇼핑을 즐겁게 한다. "**님과 @@님, $$로 가는 &&편의 마지막 손님이니 빨리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출발시간 직전까지 탑승하지 않은 손님을 찾는 멘트가 재미있다. 조금 더 너그러우면 급박하게 시간을 다투는 공항에서도 이렇게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9시 40분경 대련(大連)으로 가는 아시아나비행기가 이륙했다. 날씨가 맑아 서해의 작은 섬들이 가깝게 보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우리 국토가 자랑스럽다. 인천에서 대련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15분, 여객선으로 16시간 거리이다. 기내식을 먹고 책 몇 장 읽었는데 같은 모양의 주택이 많은 대련시내가 보인다. 늦는 것을 당연시 하는 나라지만 우리나라의 아시아나항공이라 정시에 도착했다. 맑은 대련의 날씨가 즐거운 여행을 예고한다. 신종인플루엔자 등 각종 전염병 때문에 검역소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입국수속을 밟는 한국여행객들에게 우리말로 '한국전화'를 외치며 검역서에 자택 전화번호를 쓰게 한다. 성해광장으로 가는 차안에서 최명 현지가이드에게 중국과 대련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보다 한 시간 뒤에 가고 있어 중국 사람들은 공짜로 1시간을 더 산다는 얘기가 재미있다. 중국이 차이나가 된 이유도 그럴듯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 일어나는 나라,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중국이다. 즉 다른 나라와 차이가 많이 나는 나라다. 대련은 삼면이 바다인 요동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 공업, 관광 도시이다. 인구가 560만 명이나 되고 서울에 버금갈 정도로 생활수준이 높은 중국 동부의 하와이다. 녹화사업이 잘된 산중턱에 지은 건물이 오르막길을 만들어 자전거를 이용하는 다른 도시와 달리 자가용이나 도시버스가 주 교통수단이다. 패션과 맥주축제가 열리는 성해광장은 아시아 최고의 광장이다. 롤러블레이드 연습장을 닮은 조형물 광장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바닷가의 해안선과 도시의 고층빌딩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광장에서 보고 있노라면 이곳의 땅값이 서울의 강남보다 훨씬 비싸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도시의 개방성과 100년 동안 변화한 대련의 역사를 커다란 책을 펼쳐 놓은 모습으로 상징한 조형물과 1세의 어린 아기부터 100세 노인의 발자국까지 100쌍의 발자국을 새긴 길을 시간에 쫓겨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고 비사성 주차장으로 갔다. 비사성이 있는 높이 663m의 대흑산까지는 1인당 3,000원인 봉고차로 이동해야 한다. 먼저 대흑산 중턱의 석고사에 들렸다. 대흑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사찰의 경치가 아름답다. 사찰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기암절벽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찰에서 관우를 모시는 것도 특이하다. 고구려 때 축조한 비사성은 대흑산 주위의 석회암으로 쌓은 석성으로 천리장성의 시작점이자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략을 막던 최전선이었다. 천혜의 요새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던 비사성은 대부분 헐린 채 성벽의 일부만 남아있고 그나마 동북공정과 맞물려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당나라에서 세웠다는 전망대 아래에 옥황상재를 모시고 있어 의아스럽다. 비사성에서 내려와 단동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시내 뒤편 능선으로 등산로가 보이는데 천리장성의 일부분이다. 대련에서 단동까지는 버스로 4시간 거리다. 고속도로 좌우로 옥수수 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사료와 식용유로 사용하는 옥수수가 중국에서는 고소득 작물이다. 알을 수확하는 방법도 말린 옥수수 두 개를 비비는 수작업이다.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1년 전에 쌓아놓은 옥수수 대도 보인다. 최명 가이드가 전하는 중국 사람들의 생활상도 재미있다. 중국은 전체 인구의 3/4이 농촌에 살고 있다. 땅이 넓은데 비해 인구가 많다보니 모든 농사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사람들의 일거리를 빼앗지 않는 정책을 펼쳐 특별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기계화를 추진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토지세 감면, 경작비 보상, 경작비 무이자 대출 등 혜택이 많아져 농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졌다. 차창 밖 도로변에 묘가 보이지 않는다. 모택동 시절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중요하다는 실용주의를 주장하며 화장을 지시했다. 사망 후 바로 화장해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루며 중국에서 유교가 사라졌다. 하지만 조선족의 장례풍습은 3, 7일장 후 화장한다. 중국에 정착한지 오래 되었지만 식습관, 생활습관이 달라 조선족은 중국인(한족)과 동화되기 어렵다. 고추장과 된장을 좋아하고, 일을 빨리 처리하고, 남자를 우대하는 조선족과 달리 중국인은 기름기를 좋아하고, 행동이 느리고, 여자가 더 우대받는다. 호미질도 조선족은 앉아서 빨리하고 중국인은 서서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한다. 중국의 신랑들은 집과 살림살이 장만은 물론 젖을 먹여 키운 것에 대한 사례로 신부 어머니에게 거금을 지불한다. 결혼 후에도 맞벌이하는 신부를 위해 주방 일은 신랑이 도맡아하고, 부부 싸움이라도 하는 날에는 부인의 화가 풀릴 때까지 문밖으로 쫓겨난다. 그러니 여자가 남자에게 순종하는 한국의 드라마를 중국 남자들이 즐겨 시청하고, 조선족 남자와 중국 여자가 결혼하면 대부분 이혼하는 것도 당연하다. 해가 넘어갈 무렵 중국 최대의 변경도시이자 최북단의 연해도시 단동시내에 들어섰다. 45만 인구 중 조선족 5만 명과 북한에서 온 무역상 2만 명이 살고 있는 단동(丹東)은 모든 생활환경이 한국보다 15년 정도 뒤진 곳이지만 해가 뜨는 동방의 붉은 도시답게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현대적 건물이 급속한 발전을 엿보게 한다. 단동은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유적들이 많고 북한의 신의주가 압록강 건너편에 있어 한국인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관광명소다. 압록강에는 두 개의 철교 '중조우의교'와 '단교'가 있다. 북한에서 '조중친선다리'로 부르는 '중조우의교'는 단동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교통로이고, 관광지로 개발된 '단교'는 일부 교각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단교는 남북분단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애처롭다. 일제 강점기 만주 진출의 야심을 품은 조선 총독부에 의해 1911년 완공되었고, 한국전쟁당시 중공군의 개입을 막으려고 미군이 B29로 폭격해 북한쪽의 다리가 끊어졌다. 저녁을 먹고 압록강을 다시 돌아봤다. 인구 30만의 신의주나 북한 땅 유화도는 암흑세계인대 비해 단동시내나 5성급 호텔을 짓고 있는 중국 땅 월량도는 불빛으로 화려하다. 길옆의 광장은 부채와 천을 들고 춤을 추거나 태극권을 연마하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열린 공간에서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참여문화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단동은 국경지역이라 몸조심, 돈조심 해야 한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압록강의 야경을 감상하는데 낯선 남자가 단교의 역사를 말해준다며 접근한다. 거들떠보지 않아도 한참동안 내 주위를 맴돌며 눈치를 살핀다. 늦은 시간 숙소인 압록강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짧게나마 여행과정을 정리하고 사진을 편집하다 백두산으로 가는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35명산을 자랑하는 괴산! 푸른 산과 어우러지는 계곡이 많아 어느 곳이든 풍경이 아름답다. 그중 화양구곡은 우암 송시열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있어 풍경과 역사가 함께하는 체험학습지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다. 이왕이면 풍경 속에 숨어있는 역사까지 아는 여행이어야 한다. 화양구곡의 아름다운 경관 속에 재미있는 역사들이 숨어있다. 청천에 있는 우암의 묘소와 신도비, 화양구곡의 우암과 관련된 얘깃거리들, 중국의 무이구곡처럼 화양동의 구곡에 이름을 붙인 사람이 우암이었다는 것까지 알았으면 ‘띠띠~ 빵빵~’ 청천으로 떠나보자. 화양구곡이나 선유구곡을 오가는 32번 국도변의 청천파출소 앞에 ‘우암 송시열의 묘’를 알리는 팻말이 있다. 90여m만 가면 정조의 어필로 알려진 송우암 신도비(충북기념물 제10호)가 나타난다. 신도비 옆에 수령 370년, 높이 16m의 은행나무(괴산군보호수)가 있고 신도비를 왼쪽으로 돌아서면 매봉산 중턱의 묘소까지 계단길이 이어진다. 우암의 묘소는 수원의 무봉산에서 이곳으로 이장했다. 청천소재지에서 화양구곡까지는 달천이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놓는다. 화양1교를 건너면 깎아지른 층암절벽이 하늘을 떠받치듯 높이 솟아있는 제1곡 경천벽을 만난다. 무성한 나뭇잎이 가려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 화양구곡의 진수를 만끽하려면 천천히 걸어야 한다. 구름의 그림자가 물에 비치는 제2곡 운영담을 지나면 길가에 돌기둥 두 개가 마주보고 서있다.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하는 하마소(下馬所)다. 이곳을 그냥 지나치던 흥선대원군이 화양서원의 유생들에게 봉변당한 화풀이로 서원철폐령을 내려 화양서원은 오랫동안 폐허상태로 방치됐었다. 화양서원 앞 냇가의 제3곡 읍궁암은 암반 위에 구멍이 많은 넓적한 바위로 효종이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시자 우암이 매일 새벽 한양을 향하여 엎드려 통곡했다는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금싸라기 모래가 있던 제4곡 금사담 옆에 우암이 정계에서 은퇴한 후 반석위에 지은 암서재(충북유형문화재 제175호)가 있다. 우암이 학문을 닦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이라 화양구곡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뚝 치솟은 높이가 수십m이고 평평한 큰 바위가 첩첩이 겹친 제5곡 첨성대는 화양3교 옆 도명산 기슭에 있다. 우측의 도명산 등산로를 따라 산길로 가면 암벽에 충신의 절개는 꺾일 수 없다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이 암각 되어 있고, 그 옆에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을 닮은 침니가 있다. 제6곡 능운대는 무성한 나무들에 가려있다. 채운사 방향의 산길로 접어들어 만나는 민가의 너른 마당바위 끝이 능운대 정상이다. 제7곡 와룡암은 길이가 열 길이나 되는 암석의 생김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하다. 제8곡 학소대는 오랜 세월 풍상을 이겨낸 기암절벽과 낙락장송이 우뚝 서있는데 백학이 집을 짓고 새끼를 쳤다는 곳이다. 화양구곡에 하나뿐인 구름다리가 학소대 옆에 있다. 다리 난간의 돌에 써있는 시도 읽어보고 구름다리 위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며 추억남기기를 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 장소인 제9곡 파천은 학소대에서 송면 방향의 냇가에 있다. 파천은 화양구곡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절경지로 오랜 풍상을 겪으며 씻기고 갈린 반석위로 흐르는 물결이 마치 '용의 비늘을 꿰어 놓은 것'처럼 보여 파천이라 한다. 신선들이 이곳에서 술잔을 나누었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청천에 5일 장이 서는 날이면 더 좋다. 5, 10일에 열리는 장날에는 골목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시골장의 정취까지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