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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최근 들어 교육현장과 관련한 소송이 부쩍 늘었습니다. 원인을 살펴보면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체벌문제나 교내외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된 것이 많은데요, 각종 규정이나 지침을 준수했음에도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애초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돌발적 사고는 누구도 100% 예방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에 대한 절차와 대응방법을 미리 알아둬야 합니다. 특히 교사 신분은 물론이고 인생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형사소송절차에 대해 알아두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에게 필수 교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 절차는 크게 공소 전 절차와 공소 후 절차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소 전 절차는 다시 수사절차와 공소절차로 나눌 수 있는데, 수사절차에는 강제수사절차와 임의수사절차가 있습니다. 강제수사는 체포 • 구금 • 압수 • 수색 등 강제처분에 의한 수사를 말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법원의 영장이 필요합니다. 임의수사는 상대방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 행하는 수사로 출석거부가 가능하며 조사장소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경찰서에서 출두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사는 원칙적으로 임의수사를 기본으로 하며 강제수사는 법률에 규정된 경우에 한해 이뤄집니다. 학교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교사가 피의자 신분이 된 경우 대부분 임의수사절차에 따라 수사가 진행됩니다. 이러한 수사가 끝나면 검사는 수사 내용을 토대로 기소 여부와 방법을 결정합니다. 우선 불기소처분은 검사가 피의사건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은 처분을 말합니다. 이에는 협의의 불기소처분과 기소유예, 그리고 기소중지가 있습니다. 협의의 불기소처분은 혐의가 없거나 죄가 되지 않을 때 또는 공소권이 없는 경우에 내려지며, 기소중지는 검사가 피의자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하는 처분입니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피의사건에 관하여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고 소송조건이 구비되었으나, 범인의 연령 • 성행 • 지능, 환경, 범행 동기 • 수단,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단, 불기소처분은 재판이 아니므로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정식기소와 약식기소는 검사가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할 때 결정하는 것으로, 전자는 죄질이 높아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마땅하다고 판단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고, 후자는 죄질이 낮아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달라는 뜻의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약식기소가 되면 판사가 공판절차와 피고인의 법정출석 없이 수사기록서류만으로 재판해 형을 결정하는데, 판사가 약식기소가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 피고 역시 약식명령에 불복할 경우 7일 이내에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7일이 지나면 약식명령이 확정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공소 후 절차는 판결절차와 집행절차로 나뉩니다. 판결절차는 법원이 판결하는 절차를 말하며, 특별절차로 앞서 말한 약식명령절차와 간이공판절차, 즉결심판절차가 있습니다. 집행절차는 법원 판결에 따라 형을 집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소송은 사건의 유형이나 정황, 진술의 신뢰성, 제3자의 진술 등 도발적인 변수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정형화된 지침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될 만한 사항을 소개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건일지를 작성하라 - 진술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일관성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준비과정입니다. 특별한 양식은 없으므로 육하원칙에 따라 사건과 관련한 일체의 내용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하면 됩니다. 2. 관련규정 사본과 목격자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라 -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사실확인서 작성 시 작성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작성자가 학생인 경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급적 수업시간을 피해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 동료교사가 배석한 가운데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3. 교직원 • 학생 • 학부모의 탄원서를 확보해 제출하라 - 탄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선처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양식이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인적사항과 탄원의 목적 이유 등을 기재하면 됩니다. 4. 전문가와 상의 후 경찰조사에 임하라 - 경찰 조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사건 해결의 진행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경찰조사에 임하기보다는 사전에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의해 대응논리를 마련하고 근거자료를 확보한 후 경찰조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출석요구일자가 촉박해 상의할 시간이 없는 경우는 경찰서에 연락해 출석일자를 연기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내용을 충실히 답변하면 되는 수사단계에서는 변호사가 크게 필요하지 않으므로 선임을 서두르지 말고, 정식재판을 받게 됐을 때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테마별로 배치된 전통가옥에서 하는 체험활동 선비촌은 경북 영주 지역에 산재돼 있는 전통가옥을 그대로 옮겨 조성한 전통문화 체험마을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입신양명(立身揚名), 거무구안(居無求安),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의 4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각 구역에는 그 명칭에 맞는 가옥들이 배치돼 있다. ‘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올바르게 가꾼다’는 뜻의 수신제가 구역에는 수신(修身)을 중시한 중류선비의 가옥과 선비들이 학문을 닦았던 강학당이 있다. 5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강학당에서 서당교육, 사군자 그리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입신양명 구역에는 관직에 오른 선비들의 가옥이 들어서 있다. 여기 있는 가옥들은 관직에 오른 선비의 가옥답게 규모가 크고, 화려한 가구들이 배치돼 있어 조선시대 권세가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선비촌에서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두암고택과 인동장씨 종가를 살펴볼 수 있으며, 두암고택 마당에서 우리나라 전통혼례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는 데 있어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거무구안 구역은 명상과 풍류를 즐기면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현실의 잘잘못을 살폈던 선비들의 기개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곳에는 선비들이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지어놓고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마음수양을 하던 정사(精舍)와 굳은 절개를 지키다 숨을 거둔 김문기의 가옥이 있다. 마지막 우도불우빈 구역은 ‘가난함 속에서도 바른 삶을 추구한다’는 뜻에 걸맞은 청빈한 선비들의 집이 배치돼 있다. 지붕에 기와를 올린 다른 구역의 가옥들과 달리 이 구역의 가옥들은 초가지붕을 갖고 있다. 여기서는 짚풀공예, 나무공예 등의 공예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전통가옥에서 숙박체험을…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형태를 이야기할 때, 북쪽지역은 ‘ㅁ’자나 ‘田’자 형태의 폐쇄형 구조를 갖고 남쪽지역은 ‘一’자 형태의 개방형 구조를 갖고 있으며 중부지역에서는 혼합된 형태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영화나 드라마 등의 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남부지역의 ‘一’자 형이 대부분이어서 다른 형태의 가옥은 접할 기회가 적다. 하지만 영주 선비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옥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一’형에 대청마루 바로 옆에 부뚜막이 붙어 있는 것이 특이한 김세기 가옥, ‘ㄷ’자 형태의 김상진 가옥, ‘ㅁ’자 형태에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있는 불구멍이 특이한 해우당 고택 등 말로만 듣던 여러 형태의 전통가옥을 실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학습가치가 크다. 선비촌에서는 이런 다양한 형태의 전통가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숙박체험이 가능하다. 현재는 일반형 4인실과 2인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용요금은 각각 7만 원, 4만 5000원이다. 세부 프로그램이나 운영방식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므로 자세한 사항을 홈페이지나 전화로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한편, 선비촌 좌우에는 각각 200명가량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단체체험숙박시설인 선비문화수련원과 영주시 청소년수련관이 있다. [PAGE BREAK] 유교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소수서원 선비촌 바로 옆에는 성리학을 주제로 선비문화를 조명한 유교 종합박물관인 소수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입구에 서 있는 죽계제월교비를 비롯해 퇴계 이황이 성학의 개요를 그림으로 설명한 성학십도 등 유교문화유산 외에도 순흥 읍내리 벽화고분, 고인돌 등 고대의 유물을 비롯한 다양한 시대의 여러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다만 대부분의 전시품이 복제품이라는 점은 조금 아쉽다. 소수박물관에서 나와 바닥이 환히 보일정도로 맑은 죽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나온다. 소수서원에서는 우리나라 성리학을 이끌었던 서원의 실제구조를 살펴볼 수 있으며, 국보 제111호인 회헌 안향선생 초상을 비롯해 보물로 지정된 숙수사지 당간지주, 문성공묘, 강학당 등 여러 문화재도 볼 수 있다. 천년고찰 부석사 PLUS + 선비촌에서 봉화방면으로 14㎞정도 가면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부석사가 나온다. 부석사는 신라 화엄종의 본찰로서 불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국보급 문화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무량수전 앞 석등, 조사당, 소조아미타여래좌상 등 부석사의 문화재는 국사교과서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교과와 연계해 학습하면 좋다. 특히, 고려시대 중 • 후반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무량수전의 베흘림기둥, 주심포양식은 큰 건축사적 의미를 갖는다.
2001년 국내 공연 시장에 뮤지컬의 시대를 열어젖힌 오페라의 유령이 소개된 이후 뮤지컬 시장은 급격한 매출 확대를 기록하며 공연 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에는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며 위세를 떨치더니 현재는 전성기를 넘어 ‘독점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연계의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뮤지컬도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불황과 경기침체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2001년 800억 원대 시장을 형성하던 뮤지컬은 매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30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지만 처음으로 전년 대비 정체를 보였다. 올 한해도 계속되는 그 여파는 물론 신종플루로 인한 위협까지 겹쳐 공연계 종사자들의 얼굴에 좀처럼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도 연말을 맞아 많은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12월은 연중 최대 성수기로서 예나 다름없이 이 기간 중에 전국적으로 무려 150편의 크고 작은 뮤지컬이 소개될 전망이다. 이는 뮤지컬이 연중무휴로 상연되는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와 직접 비교해 보아도 오히려 더 많은 숫자이며 각 제작사마다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일제히 회심작을 발표해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레퍼토리의 면면을 보면 미국, 영국, 체코 등 해외 작품들은 물론이고 우리 창작뮤지컬도 다수 소개될 예정이어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르 면에서도 역사극부터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있다. 경쟁에 돌입하는 제작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겠지만 뮤지컬 애호가들은 작품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지경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먼저 메뉴판을 펼쳐보자. 노래하는 안중근 영웅 지난 10월 26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영웅은 도마 안중근(1879~1910)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암살한 의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역사극이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출신의 독립운동가로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항거하며 한국인의 기개를 만방에 떨친 영웅 안중근 의사를 만날수 있다. 이 작품은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한 ㈜에이콤인터내셔날이 2004년부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제 제작기간도 3년이 걸린 뮤지컬로 대형 뮤지컬의 단골 메뉴인 역사성과 스펙터클한 무대를 갖추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영웅은 역사적 현실(Fact)에 가상 이야기(Fiction)를 결합한 이른바 ‘팩션’(Faction)을 표방하고 있다. 명성황후가 낭인들의 손에 죽어간 참상을 목격한 유일한 궁녀로서 빼앗긴 조국을 되찾으려는 일념으로 일본에 제국익문사의 요원으로 건너갔다가 이토의 총애를 받는 여인으로 그려지는 설희가 바로 그렇게 창조된 여주인공 격인 인물이다. 안중근과 독립군을 돕는 중국인 동료 왕웨이와 그의 여동생 링링 역시 국경을 초월해 평화 사상의 전도자인 안중근의 캐릭터를 지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조역들이다. 요즘 흔한 연예인 캐스팅이 없고 노래 잘하는 전문 뮤지컬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주인공 안중근 의사 역은 류정한과 정성화가, 이토 히로부미는 이희정과 조승룡이 연기한다. 설희 역은 김선영과 이상은이 맡고 있으며 링링 역에는 소냐와 전미도가 캐스팅됐다. 초호화 캐스팅 살인마 잭 11월 13일부터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체코 뮤지컬 살인마 잭은 19세기 말 빅토리아 여왕 시대 런던의 윤락가 화이트채플 지역에서 매춘부 다섯 명이 처참하게 살해됐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졌던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올해 충무아트홀 대극장에 올려져 큰 인기를 끌었던 삼총사의 제작진이 그대로 참가하고 배우 구성도 유사하다는 점이다. 체코 원작 삼총사는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게 많은 수정을 거쳐 발표돼 인기를 끌었는데 살인마 잭 역시 체코에서 공연된 원작 스토리를 원작자의 동의하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어 ‘전신성형’을 감행한 작품이다. 삼총사에서 그랬듯이 주인공보다 조연들의 비중을 높여서 남자들의 쫓고 쫓기는 블랙 코미디로 포장했으며 작곡가(체코의 국민 가수 겸 작곡가 바소 파테이들)의 다른 곡들도 이 작품을 위해 특별히 사용을 허가받았다. 삼총사는 뮤지컬 기본 관객인 20~30대 여성 관객의 지지가 높았는데 그 핵심은 인기 있는 남자 배우들로 짜인 캐스팅이었다. 이 작품 역시 티켓파워 높은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의대생 다니엘 역에 엄기준과 김무열이, 타락한 수사관 앤더슨 역에는 유준상과 신성우가, 살인마 잭 역에는 김원준과 최민철이, 특종에 눈이 먼 기자 역에 김법래와 남문철이 출연한다. 앤더슨의 옛 연인인 매춘부 폴리 역에는 양소민과 백민정이 각각 더블캐스팅으로 경쟁을 벌인다. [PAGE BREAK] 복고풍 사랑 이야기 웨딩싱어 연말에 새롭게 소개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웨딩싱어가 있다. 결혼식 파티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웨딩싱어 로비 하트와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웨이트리스 줄리아 설리번이 만나 결국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1998년 아담 샌들러와 드류 배리모어가 출연해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각색한 ‘무비컬’이다. 주인공이 가수라는 설정, 로맨틱 코미디 등 여러 면에서 무대화하기에 적합한 소재를 가진 웨딩싱어는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초연됐다. 줄거리는 영화와 동일하지만 뮤지컬 각색 과정에서 작은 변화가 있다. 영화에서 로비와 줄리아의 비중이 엇비슷했다면 뮤지컬에서는 로비가 중심이다. 또한 영화에서 로비의 옆집 할머니였던 캐릭터가 친할머니로 바뀌고, 줄리아의 친구이자 로비와 줄리아의 사랑이 이루어지는데 도움을 주는 홀리는 감초 캐릭터로서 격렬한 안무를 보여주는 등 영화보다 캐릭터의 비중이 커졌다. 또한 당시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이 ‘컬쳐 클럽’, ‘빌리 아이돌’, ‘탐슨 트윈스’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히트곡들을 담아 큰 인기를 끌었다면, 뮤지컬은 1980년대 스타일로 새롭게 작곡했다. 로비 역에는 전혀 다른 느낌의 두 배우 황정민과 박건형이 나란히 캐스팅됐다. 줄리아는 마이 스케어리 걸의 방진의가, 줄리아의 친구 홀리 역은 윤공주와 김소향이 나눠 맡는다. 편견을 타파하라! 금발이 너무해 위더 리즈스푼 주연의 원작 영화로 유명한 따끈따끈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원제 : Legally Blonde)도 연말 무대를 달굴 기대작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금발 미녀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서 사랑까지도 쟁취해내는 하버드 법대생 엘 우즈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의 한국판 공연은 엘에게 거의 모든 초점을 맞춘 화려한 쇼 중심의 브로드웨이 원작 공연에 비해 조연 캐릭터를 부각시켜 엘의 성장기를 보다 드라마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 작품은 이미 연예인 캐스팅으로 매체를 뜨겁게 달군 바 있다. 엘 우즈 역에는 이하늬, 김지우, 제시카(소녀시대)가 나란히 캐스팅됐다. 또한 상대역인 에밋에는 김동욱과 김도현, 엘의 친구이자 미용사 겸 네일 아티스트 폴렛 역에는 전수경, 엘의 전 남자친구 워너 역에는 고영빈, 캘러한 교수 역에는 가수 김종진이 나온다. 도시 젊은이들의 사랑과 인생 달콤한 나의 도시 서른한 살의 미혼여성 오은수를 중심으로 현대 도시인의 일과 사랑, 가족과 우정 등 도시의 젊은이가 겪어야 하는 삶의 단편들을 솔직하게 담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정이현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가 TV 드라마에 이어 동명의 뮤지컬로도 만들어진다. 뮤지컬은 중극장 규모로 같은 이야기 구조를 가지지만 무대 특유의 장점을 살리면서, 은수의 내면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그녀의 속마음을 대변하며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새로 투입된 나레이터 역(김우형)을 지켜보는 재미를 기대할 수 있다. 아트, 클로저 댄 에버, 나쁜 녀석들 등으로 업계의 촉망받는 젊은 연출가 황재헌이 각색, 작사, 연출을 맡았고 드라마 파리의 연인, 온 에어 등에서 음악을 담당한 박세준이 작곡을 맡았다. 오은수 역은 박혜나와 이정미가 캐스팅됐다. 그 밖에도 컴퓨터에 익숙한 88만원 세대를 다룬 김영하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창작뮤지컬 퀴즈쇼도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방송인 박경림이 주인공 트레이시 역을 맡은 헤어스프레이도 연말 화제작 목록에 올라있다. 지난 9월에 개막해 이미 12월 티켓이 대부분 매진된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파격적인 무대 연출이 돋보이며 내년 초까지 공연하는 스프링 어웨이크닝, 지난 7월 작품을 통해 부부의 연까지 맺은 임태경과 박소연이 동반 출연하는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재공연도 열린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애창곡을 선사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도 가족단위의 관객들을 찾아간다. 도로시 역은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임혜영이 맡았다. 또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에 캐스팅된 로커 윤도현의 변신도 기대된다.
여기 예쁘고 귀여운 두 소녀가 있다. 언니는 야무지고 동생은 아직 철이 없지만 언니를 잘 따른다. 그런데 이 사랑스러운 자매에게 보호자가 없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친척 집을 전전하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어린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무없는 산. 내용만 봐서는 어릴 적 눈물샘을 적셨던 엄마 없는 하늘아래가 연상되지만 이 영화, 무책임한 동정심을 부추기는 신파 드라마가 아니다. 투박하고 사실적인 영화 나무없는 산은 정직하고 용기 있는 감독의 연출이 가슴을 움직이는 그런 작품이다. 버려진 아이들 일곱 살 여자아이 진(김희연)의 방과 후 일상은 옆집에 맡긴 동생 빈(김성희)을 데리러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하러 간 엄마(이수아)가 돌아올 때까지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하는 진. 때때로 엄마에게 꾸중을 듣지만 그래도 엄마가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데 아빠 없이 근근이 꾸려가던 살림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된 엄마는 자매를 지방 소도시에 사는 고모의 집에 맡기고 아빠를 찾아 떠난다. 예기치 않게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된 진과 빈. 영문도 모른 채 엄마가 떠나간 대문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어린 눈망울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아직은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이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보호막이 없는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설명되지는 않지만 혼자 살며 늘 술병을 끼고 사는 고모. 벌이가 시원찮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그녀에게 남동생 부부가 남기고 간 아이들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어른들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자매는 고모의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서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간다. 배가 고프면 고모에게 밥을 달라고 하고,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며 놀다보면 어느 새 해는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도 삶에 드리운 그늘을 비껴갈 순 없다. 엄마와 함께 살던 도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진은 고모네 동네에서는 더 이상 학생의 신분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근처 학교의 교문 앞을 맴돌며 책가방을 메고 오가는 또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뿐이다. 처음에는 불쌍한 자매를 어떻게든 돌봐주려고 애쓰던 고모도 하루하루 고된 삶의 무게에 눌려 차츰 아이들에게 소홀해진다.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고모 옆에서 밥을 못 먹어 배고픈 아이들은 그저 막막한 따름이다. 김소영 감독은 이 어린 자매의 일상을 그리는데 있어 냉정할 정도로 사실적이며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다. 배가 고픈 아이들이 호빵 하나를 나눠먹고, 맛난 과자가 먹고 싶어서 낯선 동네 아이의 집으로 가서 간식을 얻어먹으며, 놀다가 옷에 흙을 묻혀온 빈이 고모에게 혼난 후 진이 동생의 옷을 맨손으로 주물러 빨 때, 찬바람에 거칠어진 아이들의 뺨을 보는 관객의 맘이 편할 리가 없다. [PAGE BREAK] 담담하지만 경이로운 시선 돼지 저금통을 가득 채우면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두 자매. 진은 메뚜기를 잡아 구워서 동네 아이들에게 팔고 받은 동전으로 돼지 배를 채우기 시작한다. 호빵 하나 사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천 원짜리 지폐를 십 원짜리 동전으로 바꿔가며 저금통을 하루라도 더 빨리 채우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숯검정이 묻어 손이 새까매지고 돼지 저금통의 배가 가득 차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저금통을 두 손에 고이 안은 채 버스정류장에서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지쳐간다. 자매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해는 빨리도 기울고, 행여나 엄마의 모습을 놓칠까봐 목을 길게 빼고는 흙먼지 날리는 길에 외로이 서 있는 자매의 모습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캐릭터를 만든 이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 아이들의 일상에 개입하지 않고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지만 카메라는 유독 아이들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하는데 그때마다 감독의 근심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정직하게 그들의 일상을 쫓는 카메라의 뒤에서, 이 어린 자매가 다칠까, 행여나 상처입을까봐 걱정하며 지켜보는 감독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렇게 말없이 지켜보는 동안 화면에 담기는 것은 겁에 질린 아이들의 눈동자와 앙다물어진 작은 입술이다. 대사 없이도 많은 것을 전달하는 두 소녀의 무구한 표정을 클로즈업할 때면 마음이 하릴없이 무너진다. 어른들의 무정한 말과 행동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올 때, 소녀들은 눈을 깜빡거리고 작은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거나 어딘가를 쳐다본다. 언니답게 의젓하지만 밤이면 이불에 오줌을 싸는 진은 동생을 잘 보살피다가도 어느 순간 투정을 부리고 눈물을 쏟아낸다. 하지만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가 주저앉은 채 복받친 울음을 터뜨린, 그 서러운 울음 이후로 진이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세상이 그들 앞에 펼쳐지지만 두 소녀의 맑은 영혼은 그리 쉽게 시들지 않는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 해맑은 미소, 그리고 어린 나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그늘까지 섬세하게 잡아내는 감독의 손길에서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는 진심이 느껴진다. 잠깐 보여주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앉아서 기다리는 그 무료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의 표정은 미세하게 변화하고 그들의 망설임과 떨림은 온 몸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 긴 인내심의 보상은 이 어린 자매가 선보이는, 정말로 놀라운 연기다. 전문 배우가 아닌 두 소녀는 카메라 앞에서 실제 자신들의 생활인양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별한 사건도,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에서 아이들은 그 자체로 보석 같은 존재다. 암담하고 서글픈 현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은 햇살처럼 환하고, 또르르 흐르는 눈물은 어른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보석처럼 빛나는 어린 영혼 결국,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엄마의 편지 한통에 진과 빈은 고모의 손에 이끌려 더 외진 농촌 마을 외가에 맡겨진다. 지금껏 씩씩하게 버터오던 자매도 아이들을 맡을 수 없다며 고모와 언쟁을 벌이는 외할아버지의 호통에 절로 움츠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얼굴도, 손등도 쭈글쭈글한 외할머니가 군고구마를 호호 불며 쥐어줄 때, 아이들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린다. 여전히 빈은 새신발이 갖고 싶다며 할머니를 조를 만큼 어리지만, 자매는 외할머니의 헤진 고무신을 보고는 돼지저금통을 털어 새 고무신을 사다 드릴 만큼 속이 여물어간다. 생전 처음 겪는 낯선 경험과 만남들을 통과하며 가여운 두 자매의 일상은 또다시 반복되지만, 외가 근처에서 땅을 파고 있는 공사현장을 비춰주는 장면에서 이곳에서의 작은 평화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아이들의 얼굴을 벗어나 그들을 둘러싼 자연을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은 경이롭다. 시시각각 바뀌는 태양 빛과 구름을 따라 변하는 하늘의 빛깔은 현실의 존재가 아닌 양 아름답기조차 하다. 무심한 듯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은 세상을 조금씩 배워간다. 영화는 삶이 무수한 좌절과 거절로 이뤄진다는 냉혹한 깨달음을 안겨주지만, 엄마의 품처럼 아늑한 대지위에 뿌리내린 자연의 섭리는 연약한 희망 한 조각을 선사한다. 아이들이 결코 뿌리내리지 못할 것 같은 마른 나뭇가지를 손에 쥔 채 산에 오를 때, 흙에다 심고 물을 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그 맑은 영혼을 볼 때, 비정한 현실은 더 선명하게 부각된다. 그러나 버려지고 방치된 그 시간들을 오롯이 견디며 한 뼘씩 자라나는 아이들은 죄 많은 어른들을 위로하며 부끄럽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진과 빈이 동네 뒷산에 오르며 부르는 노래. “산 위로 올라가고 싶어, 산 뒤로 내려오고 싶어. 강에서 헤엄치고 햇볕 쬐고 모두에게 잘하고 싶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음악이 등장하는 이 장면은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이 귀엽다가도 이내 갑절의 절망과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이 여린 아이들은 단지 친구를 사귀고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아무 근심 없이 노래를 부르고 싶을 뿐인데, 무심하고 나약한 어른들은 왜 이 작은 꿈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걸까. 어느 순간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황량한 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게 된다. “부디 이 아이들이 무사히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엄마를 꼭 만나게 되기를….”
두뇌의 기억, 몸의 기억 마음이나 생각 속에 어떤 모습, 사실, 지식, 경험 따위가 잊히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을 기억이라고 한다. 누구나 꼭꼭 여며서 간직해두고 싶은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서는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잊고자 몸부림쳐도 잊히기는커녕 점점 더 또렷해지는 기억 때문에 괴로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에 속한 능력이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기억은 운명의 엇갈림을 초래한다. 현대에 들어와 뇌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기억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졌다. 그러나 기억은 두뇌뿐 아니라 몸 전체로 하는 것이다. 어릴 적에 스케이트를 탈 줄 알았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어도 금방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데, 이런 것은 근육의 기억이라 할 만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저 유명한 마들렌 과자의 장면에서도 근육(혀)의 기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기억을 두뇌작용으로 여기는 상식과는 달리, 기억을 담당하는 것은 두뇌라기보다 몸이다. 몸 전체가 기억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몸으로 기억하는 행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과 효과를 지닌다. 설령 똑같은 시공간 속에서 똑같은 체험을 했다 해도 기억의 내용은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기억하는 주체가 다른 몸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일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똑같은 기억이란 없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1950)이나 맥 라이언과 덴젤 워싱턴이 열연한 커리지 언더 파이어(1996)에 나오는 것처럼, 동일한 사건을 놓고서도 당사자에 따라 기억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태는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처한 처지에서 아전인수 격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증언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억이 제각각이라는 점은 동일한 주체, 즉 한 사람일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기억하는 주체가 같은 몸이라도 그 사람이 놓여 있는 시공간은 한 순간도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려서 어머니를 여읜 사람이라도 유년기 때 기억하는 어머니와 사춘기 때 기억하는 어머니는 모습도 다를 뿐 아니라 기억나는 내용도 다를 것이다. 또한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억하는 어머니와 혼자 있을 때처럼 기억하는 어머니처럼 기억의 장소와 기회에 따라서도 그 내용은 필시 달라진다. 한편, 첫 해외여행에서 경험한 즐거운 일을 기억하는 것과 1443년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같을 수는 없다. 나아가 9.11테러 같은 엄청난 참사를 직접 몸으로 기억하는 일과 미디어나 책을 통해 기억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몸의 기억, 즉 체험을 통한 기억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새로운 해석을 곁들여 재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AGE BREAK] 기억의 재구성 기억의 재구성이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첫 해외여행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거기에는 여행을 떠난 계절, 동행했던 사람, 여정에서 마주친 사람과 풍경 등 엄청난 수의 상황과 조건이 마치 세포가 번식하듯이 들러붙는다. 기억을 할 때마다 기억을 재구성하는 요소가 무한하게 가지를 치는 것이다. 요컨대 지식이나 정보로 기억하는 내용은 반드시 재구성을 요하지 않지만, 자기 몸을 통한 기억에는 재구성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자폐증 환자 가운데는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가 있다. 영화 말아톤(2005)이나 레인맨 (1988)의 주인공들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스펀지처럼 통째로 흡수해버린다. 가히 컴퓨터 같은 기계에 비견할 만한데, 그도 그럴 것이 그러한 기억 행위에는 감정의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억은 몸을 통해 행해지고 재구성되지만, 그와 동시에 몸 또한 기억을 통해 변화를 겪는다. 즐거운 일을 기억할 때는 미소가 떠오르지만 억울한 일을 기억할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혈압이 올라간다. 그러나 정보나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기억에는 이러한 몸의 변화가 그다지 일어나지 않는다. 즉, 몸이 관여하는 기억과 그렇지 않은 기억은 차원이 매우 다르다. 기억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제는 일본 한류(韓流)의 영웅이 된 배우 배용준이 KBS 드라마 겨울연가(2002)에서 맡은 역할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젊은이였다. 지워진 기억 때문에 과거의 자신이 누구였으며 그 때문에 현재의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나는 누구입니까?” 기억을 잃으면 정체성도 없어져버린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공포다. 본 아이덴티티(2002), 토탈리콜(1989), 블레이드러너(1982) 같은 영화는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과 불안이 얼마나 막대한지 묘사한다. 기억의 상실이나 혼란, 즉 기억을 재구성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자아동일성을 확보할 수 없다. 자기가 누군지 모르면 현실 위에 발을 딛고 설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기억의 행위, 즉 기억의 재구성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안의 이야기 본능’(서사 : 소설, 새교육 9월호)에서 서술했듯이, 인간은 기억의 서사를 매끄럽게 구성하지 못하는 경우 정체성 혼란으로 고통을 겪는다. ‘살인의 추억’이 내뿜는 역설 그렇다면 기억에 비해 추억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사전풀이에 따르면 추억이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표준국어대사전)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추억이란 기억하고 있는 것 가운데 즐겁고 그리우며 반가운 것만을 가리킨다. 이렇듯 기억에 비해 추억은 한정된 의미를 지니기에 기억의 부분집합에 해당한다. 추억의 명화, 추억의 가요 등 추억에는 오로지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과거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향수가 담겨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무의식의 차원에서 작동해 선택의 의지에 좌우되지 않는 기억과는 달리, 추억은 처음부터 아름답게 남기고 싶은 것만 자신의 의지대로 뽑아 올린 과거다.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자기와 관계 깊은 사실이나 어떤 시기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는 병을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기억 행위는 능력의 일종이기 때문에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추억은 능력이 아니므로 기억력에 상응하는 추억력이란 없다. 추억은 어디까지나 과거를 기억하여 남기는 것이므로 이야기로서의 추억담만이 존재한다. 추억에는 상실이라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추억을 잊는 일은 자연스러운 망각이어서 상실의 고통을 안겨주지 않는다. 이미 상실한 기억은 추억이 될 수 없는 까닭이다. 이렇게 보면 ‘살인의 추억’이라는 표현이 풍기는 역설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살인의 행위는 추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정적인 일임에도, 일부러 그것을 추억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복합적인 함축을 드러내고 있다. 기억을 지우면 ‘나’도 지워진다 ‘살인의 추억’이 던지는 기묘한 인상은 결코 살인을 추억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피해자와 연관된다. 살인을 당한 쪽에서 보면 그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폭력의 기억으로서 몸과 마음에 새겨졌을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처지를 도외시하고 살인을 추억으로 포장하려는 자가 있다면, 그의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추궁해야 할 것이다. 역사에서는 추억할 수 없는 것을 추억으로 몰아가려는 망각의 정치가 늘 작동해왔다. 기억을 들여다보거나 원하는 대로 기억을 삭제한다는 설정은 신화와 SF장르에서 익숙한 제재다. 최근에는 고통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주는 약물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픈 기억을 마음대로 도려낸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에서 주인공들은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아픈 기억만 지워준다는 회사를 찾아가 사랑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그러나 아픔의 시간을 잘라버린 그들에게 찾아온 것은 묘한 공허와 허탈의 느낌이었다. 불행한 기억을 지워버린 자리에는 자기 자신마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기억은 정체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어떤 것을 기억할 것인가는 곧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기억의 소거는 곧바로 자기 부정으로 이어진다. 즉, 기억을 지우면 자기 자신도 지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