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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이 감소해 출신국가별 유학생 순위에서 중국에 이어 2위로 밀려났다. 미 국토안보부 이민통계국(OIS)이 30일 발표한 '2009회계연도(2008.10~2009.9) 비이민자 입국통계'에 따르면 학생비자(FI) 신분의 한국 학생은 11만 3519명으로 나타났다. 한국 유학생은 전체 유학생 89만 5392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12.7%를 차지했다. 한국 학생은 2008년도보다 1만 3666명이 줄었고 이는 한국의 경기침체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유학생은 전체의 14%로 가장 많았고 인도(9.0%)와 멕시코(8.2%)가 3,4위로 집계됐다. 한국 학생은 출신국가별 순위에서 2008년도(전체 14.8%)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켰으나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또 미국 내 한국인 단기 체류자는 전체 343만8천명 중 19만 2970명으로 집계돼 출신국가별로 멕시코와 인도, 일본, 캐나다, 중국, 영국에 이어 일곱 번째로 많았다.
계절의 여왕 5월이다. 화사한 봄날이다. 시인 엘리엇(T.S.Eliot)의 묘사처럼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삼라만상이 살아 움직이는 5월의 향연이 시작됐다. 온갖 봄꽃들이 만발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온 누리의 산천초목들이 살아 움직이며 아름다운 새들이 봄을 노래하고 있다. 금수강산에 초록이 만발하고 모든 생명체들이 제각기 생동감 있는 삶을 자랑하는 계절이다. 또한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며 스승의 날과 교육 주간이 있는 교육의 달이기도 하다. 다시 맞는 5월에 이 시대 교육과 교원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국가의 여러 정책과 사업 중에서 교육만큼 중요한 분야가 없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교육은 국가의 정책과 사업 중 가장 으뜸인 것이다. 교육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보람 있고 편안한 미래의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지원 활동이다. 그 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곧 교육의 주체인 교원들이다. 돌이켜 보면, 이 땅에 자본과 기술이 현저히 낙후되었던 지난날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의 발전 과정을 거쳐서 국민 소득 2만 불의 선진국 길목에 들어서기까지, 한국의 발전과 성장을 교육과 교원을 배제하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춘하추동 가리지 않고 그늘진 곳, 어두운 곳에서 사랑과 열정으로 제자 교육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묵묵히 사도를 실천하는 스승의 희생과 봉사를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1960년대 자원이 풍부해 우리나라보다 GNP가 몇 배나 많았던 동남아와 중남미 여러 국가들의 경제적 침체의 현실을 교육의 중요성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1990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이후 교원 정년단축, 교장임기제 도입, 교원평가제 전면 시행, 그리고 최근의 교육비리 척결 문제 등 첨예한 교육계의 쟁점으로 현재 교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다. 또 몇몇 소위 ‘미꾸라지’ 교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일탈이 전 교원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사기를 떨어뜨린 것이 사실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역사를 섭렵해보면 누란(累卵)의 위기인 나라를 구한 것도 교원들이고, 제자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내 국가의 기둥으로 성장하게 한 것도 이름 없는 교원들이다. 그 교원들에게 국민들의 소리 없는 박수와 격려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바로 요즘이다. 교원이 행복한 나라, 교원이 희망의 나래를 펴는 나라가 바로 미래의 비전(Vision)이 있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온 국민들이 교원들을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가운데 ‘좋은 교육, 훌륭한 교육’이 수행되지 않겠는가? 교원들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산다. 국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교원들의 사기를 드높여 더욱 훌륭하고도 좋은 교육 수행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이 돈독해질 때, 교원들은 더욱 교육 철학과 교직관을 투철하게 해 학생 교육에 진력하게 된다. 교과 학습 지도, 생활지도, 인성교육, 방과 후 학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지도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게 되는 것이다. 교원들이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때 우리 교육이 바로 서고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교원들이 신바람 나게 교육할 수 있도록 돕는 특효약은 학부모를 비롯한 전 국민들의 힘찬 마음의 박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달, 우리 모두는 오늘의 교육과 이 땅의 교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또 교원들 역시 진정한 이 시대 교육의 소명과 교원의 본분에 대해서 숙고해 봐야 한다. 특히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온 국민의 시대적 사명과 책무성도 재음미해 봐야 한다. 계절의 여왕 5월, 그 화사한 햇살 아래 우리는 신바람 나는 한국 교육을 함께 열어가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오랫동안 잊고 지낸 고맙고도 그리운 스승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는 제자, 자녀의 옛 스승에게 고마움의 전화를 거는 학부모들의 존경과 사랑 속에 마음이 훈훈한 5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땅의 교원들이 긍지와 보람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세상, 국민 모두가 이 땅의 교원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뉴 에듀토피아(New edutopia, 교원들이 보람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이 편안하게 배우는 가운데,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행복한 학교와 교실)를 그려본다.
2006년 처음 부임하셨을 때 월정초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았나요? “전국에서 손꼽히는 다인수 학교에, 생활환경이 어려워 기초수급생활대상자인 학생들이 많았어요. 낮은 교육열과 융화되지 않는 교직원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있는 학교였습니다. 학교에 부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기 위한 학교의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었죠. ‘성취하는 감동교육’을 교육목표로 내걸었습니다. 그때 저희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성취감과 보람이었어요. 열악한 학교 환경을 딛고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해보자고 교사들을 독려했죠. 그리고 저부터 교사, 학생에게 따뜻하게 다가가 마음의 응어리 풀어주려고 했어요. 3년여가 흐른 지금은 모든 선생님과 학생이 한마음으로 아주 열심히 하는 학교가 됐죠.” “월정초의 브랜드는 독서교육” 월정초는 독서교육이 잘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독서를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다면. “제가 초등학교 때 왜소하고 병약해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곤 했죠. 그러면 저는 도서관에서 해질 때까지 책을 읽었어요. 그게 생활화되니 고교를 졸업할 때쯤엔 ‘나보다 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죠. 그런 독서의 힘으로 글을 쓰게 됐고(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국어를 전공해 지금의 제가 있게 됐어요. 그런 경험을 살려 교사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려고 독서교육, 글쓰기 교육을 담당해 노하우를 쌓았고 교장이 된 후에도 바로 독서교육을 시작했어요. 다행히 월정초에는 학부모, 지역 주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개방도서관이 있었죠. 방학 중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하고, 강서구에서 지원받는 3000만 원 중 인건비 등 최소 운영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간 구입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장서 보유량도 3만 여권에 이르죠. 지난해 3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으로 리모델링을 해 도서관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전국에서 도서관 벤치마킹을 위해 저희 학교를 찾고 있어요.” 좋은 도서관 여건이 갖춰졌어도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책을 읽게 하기는 어려운데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도서관도 좋지만 지난해부터는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전 학급에 35권씩 학급문고를 마련해줬어요. 반 별로 한 달마다 책을 바꿔 읽고 학년이 올라가면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학급문고의 책을 읽게 되죠. ‘월정독서통장’을 만들어 대출한 책과 읽은 책을 기록하게 하고, 아침독서 10분 ‘책하고 놀자’를 했더니 아이들의 독서량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올해부터는 독서클리닉도 운영할 생각입니다. 열심히 지도해도 도무지 책과 친해지지 않는 아이들을 방학 때 책 읽는 재미에 빠트려 보려고 해요. 또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 ‘생각을 키워요’ 공책도 만들었습니다. 독서로 배경지식을 키우고 아이들이 생각한 것을 표현하죠. 일기, 만화, 그림, 시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는 공책입니다.” 독서교육 외에도 전교생 판소리 교육이 눈에 띕니다. “요즘 아이들은 대중가요에 길들여져 있어요. 초등교육에서라도 우리 소리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린 시절 한학자(漢學者)인 외할아버지에게 남도민요, 판소리를 배웠는데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 배운 걸 바탕으로 듣고 따라하거든요. 아이들이 판소리는 우리 소리라는 것을 막연하게 아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월정초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우리 민요, 판소리 한 가락쯤은 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1〜학년 진도 아리랑, 3〜학년 흥부가의 박타령, 5〜학년 심청가 중 심 봉사가 눈뜨는 장면을 배웁니다. 재량활동을 9시간씩 배정하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 토요일 음악방송에서도 판소리와 민요를 듣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소리를 체감하고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수인사, 존댓말 쓰기로 인성 키워요” 우리 것을 지키는 데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월정초에서는 공수인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공수(拱手)인사 역시 평교사 시절부터 교장이 되면 인사법부터 바꾸자고 마음먹었던 일을 실천한 것입니다. 인사는 어른을 공경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 주고받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할뿐더러 심지어는 인사할 때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먼저 공수인사법을 가르치고, 아이들은 선생님한테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사랑합니다”로 인사한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고맙습니다”라고 자꾸 인사를 하면서 저절로 고마운 마음이 생겨나고 선생님을 존중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사랑합니다” 인사로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되죠.” 존댓말 쓰기, 받아쓰기 등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강조하시네요. “우리 것을 잘 가르치는 것과 기본에 충실한 교육이 초등학교에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전교생이 올해부터 하고 있는 ‘존댓말 쓰기’도 그런 일환입니다. 요즘 아이들 대화의 반 이상이 욕이고, 외계어가 난무하는 것이 우리 언어 현실이에요. 선생님들과 이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고심하다 도입했습니다. 초등학생이 존댓말을 쓰기는 어렵고, 특히 친구에게까지 존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실천이 어렵지 잘 따라 주리라 믿습니다. 3월 가정통신문에 가정에서부터 존댓말 쓰기를 시작해 달라고 호소했고, 학교에서 교육하면서 언어생활을 잡아가고 있어요. 전교생이 하는 받아쓰기도 우리글을 바르게 쓰자는 의미에서 시작했습니다. 6학년 학생의 일기장을 본 적이 있는데 이모티콘, 외계어로 일기를 쓰더군요. 아이들이 우리글만큼은 그 소중함을 알고 바르게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 시절에 6학년도 받아쓰기 시험을 보곤 했는데 그때의 경험을 살린 것이죠. 각 학년마다 국어과 교과서 내용을 분석해서 매뉴얼을 만들어 시험을 보고, 전교생이 참여하는 바른말 고운말 쓰기 대회도 연 2회 개최합니다. 이런 교육들은 선생님들도 열심히 지도하시고 실제로 받아쓰기 시험에 80% 이상의 아이들이 상을 받을 정도로 학생들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랑의 이름표 달기, 생활지도가 절로 되죠” ‘교장 최홍근’이라는 이름표를 목에 걸고 계신데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모두 이름표를 착용하나요? “선생님, 학생, 방과후학교 강사, 방문자까지 모두 이름표를 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학년별, 소속별로 목걸이와 이름표 색깔이 달라서 멀리서도 한눈에 구별되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생활지도가 더 용이해졌죠. 저희 학교는 사방에 교문이 있어서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요. 학교 주변에 CCTV를 설치하긴 했지만 사회적으로 흉흉한 사건들이 많아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이죠. 이름표가 없는 사람은 우리 학교 사람이 아니니, 그런 사람이 다가오면 회피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라고 지도하고 있어요. 또 학교가 크다 보니 소속된 학년이 아니면 선생님도 학생도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름표를 달기 시작하면서 서로 관심을 가지고 소속감을 느끼게 됐죠. 저는 ‘교장 최홍근’이지만 아이들은 ‘파일럿 ○○○’, ‘요리사 ○○○’처럼 본인의 장래희망을 넣게 한 것도 특징입니다. 이름표를 걸 때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한 번 떠올리게 되거든요.” “큰 학교 꾸려 나가는 힘은 투명성” 전국에서 7번째로 큰 학교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사람답게 사는 것, 따뜻하게 소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하는 일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에 관한 것을 가르치는 것’, ‘우리는 이웃과 아름답게 소통하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라고 선생님들께 항상 강조하고 있죠. 무엇보다 기본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경영방침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투명성이에요. 요즘 교육계가 비리로 떠들썩한데 저는 부임하면서부터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처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의견 수렴, 토의, 선정위원회를 반드시 거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생님들의 협조를 구하면 불필요한 갈등도 사라지죠. 그게 학교를 이끌어 가는 핵심입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어느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십니까. “교사시절 꿈꿔왔던 학교의 모습이 있었는데 교사로서는 이룰 수 없었던 것들을 교장이 돼서 하나하나 실천하고 만들어서 완성해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교장을 만나 저희 학교 선생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함께 동참하고 기꺼이 따라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교정 곳곳에 서려 있는 애국정신 이승훈, 안창호, 신채호, 조만식, 김기홍…. 우리 역사에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알만한 독립운동가들이다. 이들은 외세의 침입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던 1907년 나라를 구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오산학교를 세웠고, 여기서 김억, 김홍일, 염상섭, 함석헌, 김소월 등 우리나라 근 · 현대사에 큰 업적을 쌓은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낙심하지 말고 겨레의 광복을 위하여 힘쓰라. 내 유해는 땅에 묻지 말고 생리표본을 만들어 학생들을 위하여 쓰게 하라. 그리고, 서로 돕고 낙심하지 말고 쉼 없이 전진하라.” 학교 곳곳에 걸려 있는 설립자 남강 이승훈 선생의 유훈은 100년이 지난 오늘도 학생들에게 나라와 겨레를 위한 인재가 될 것을 당부한다. 요즘 많은 학교의 교실이나 복도에 ‘글로벌 인재’나 ‘미래 사회’ 같은 말이 들어간 문구가 걸려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선배들의 정신을 그대로 전하는 오산역사관 이런 선배들의 정신은 1987년에 개관한 오산역사관을 통해 후배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을 비롯한 독립운동가와 군사, 예술, 사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선배들의 발자취를 오롯이 담고 있는 오산역사관은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2008년부터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역사의식 함양을 위한 창의적 재량활동 ‘겨레와 함께한 오산人 五山학교’도 선배들의 인생역정을 당시의 시대상과 연결해 살펴봄으로써 학생들이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오산중의 교육을 두고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지난날의 가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을 강조하는 것이지 단순히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정신을 강조함과 동시에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재를 육성하려는 오산중의 노력은 여러 교육과정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NIE 2009년 제6회 매일경제 NIE 경진대회에서 3학년 김기현 학생과 홍인표 학생이 각각 학생부문 대상과 특별상, 교사 부문에서는 조성백 교사가 최우수상을 받는 등 오산중의 NIE는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오산중의 NIE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사회과 수업에 신문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NIE는 3학년 일반사회 시간에 주로 활용된다. 3차시를 주기로 1차시에는 기본적인 지식전달을 위한 교사 중심의 강의를, 2차시에는 숙지를 위한 선택집중 반복학습을 하고, 마지막 3차시에는 신문을 통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때 수업은 자기주도적 학습지를 활용해 학생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그 내용을 요약해 글로 써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수업방식은 암기과목으로 오해하기 쉬운 사회과의 원 취지를 학생들이 올바로 이해하고 흥미를 갖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신문에 실린 그날그날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이득이 많다. 최근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UCC 동영상도 수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학기 당 2차례 정도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배운 지식을 되새기는 효과가 있고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 사회과뿐 아니라 국어과와 도덕과에도 적용하고 있다. 공부는 학생 스스로 하는 것 오산중의 교육방침 중 하나는 바로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인데,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본격 가동했다. ‘공부의 달인 되기’라는 제목이 붙은 이 프로그램은 상담을 통해 학생이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매일 아침 자습시간에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공부의 달인반’이라는 방과후 학교로 시작됐는데, 학력 신장에 큰 효과를 보여 올해부터 14개 정규 학급이 자율적으로 참가하기로 했다. 방과후 학교인 ‘공부의 달인반’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운영한다. 전교생 대상으로 2개 학급 29명의 학생을 선발해 ‘동기조절 → 인지조절 → 행동조절’의 세 단계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신장하도록 했다. 3월부터 7월까지는 기본과정이, 8월부터 12월까지는 심화과정이 운영된다. 이와 함께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학부모 프로그램과 교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부모 대상으로는 연 2회 ‘자녀학습 도와주기 특강’을 실시해 자녀의 학업과 진로 지도 방법을 제시하고, 교사 대상으로 ‘스스로 학습방법 코칭 특강’을 연간 10차례 실시해 효과적인 코칭을 위한 액션 플랜과 코칭 스킬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교사들도 자기주도학습 자기주도학습은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오산중은 교실 수업의 변화를 위해 교사들의 자기개발도 적극 독려한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교수 · 학습자료 개발 지원과 동료장학이다. 교수 · 학습자료 개발은 공모 형식으로 진행된다. 학교 자체적으로 교사의 응모를 받아 3개 내외의 팀을 선정, 연간 100만 원가량을 지원한다. 연말이 되면 각 팀은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평가받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에는 과학, 사회, 수학과가 연구를 수행했는데, 과학과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실험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매뉴얼화했고, 사회과에서는 성취도 평가에 대비한 문제 유형 분석 자료를, 수학과에서는 수학에 대한 접근법을 정리해 발표했다. 동료장학은 형식주의를 벗어나 현실적인 장학활동이 될 수 있도록 교과별 장학팀을 구성해 평상시에 수시로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고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업공개를 특별한 행사처럼 진행하지 않고 동료 교사끼리 수시로 평소 수업을 참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편안하게 의견을 교환한다. 또한 학기마다 한 번씩 동료장학 주간을 정해 모든 교사가 평시수업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차분한 교정에서 자라는 질박한 인재들 시인이기도 한 오산중 윤창식 교감(필명 윤효)은 “교정이 옛날 학교처럼 참 차분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이 참 질박하고, 졸업생의 면면을 봐도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보다는 문학가나 교사, 군인 같은 쪽으로 이름을 남긴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교육에서도 경쟁이 많이 강조되고 상당히 여유가 없어졌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탄력받는 대안교육 그동안 대부분 제도권 밖에 있었던 대안교육이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1997년 간디학교가 개교한 이래 13년간 대안교육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왔지만, 대부분 학교가 미인가 상태였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고, 교육의 질 또한 담보되지 못했다. 현재 3개 대안학교와 31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정식으로 인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지만, 미인가 상태로 운영 중인 학교는 대략 170여 개로 여전히 대부분 제도권 밖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이런 대안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대안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5일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 대안학교 설립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또한 경남과 전북에서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새로 문을 여는 등 교육청 차원에서도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규정 개정 후 대안학교 설립 움직임이 크게 늘어 교과부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대안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것에 관한 문의만 하루 5~6건에 이른다고 한다. 설립 기준 낮추고 자율권은 확대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의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대안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주체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시 · 도교육청)으로 확대했고 교사와 교지를 임대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시설기준도 완화했다. 특히 국토해양부와의 협의를 통해 관련 규정을 개정, 학교부지가 아닌 교육연구용 시설의 일부 층만 임대해도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운영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폭 확대된 교육과정 운영상의 자율권이다. 교과부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상 수업시수 중 국어과와 사회과만 50% 이상 운영하면 되고 나머지는 학교장이 학칙으로 정해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교원 정원의 1/3을 산학겸임교사로 채용할 수 있으며, 교원 배치 기준도 일반 학교에 비해 다소 낮게 설정됐다. 이와 함께 국 · 공립 대안학교를 「사립학교법」에 따른 법인 등에 위탁해 대안교육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일반 학교 학생을 대안학교가 위탁 교육할 수 있도록 해 대안교육의 문호를 넓혔다. 기대감 갖는 미인가 대안학교들 대안학교가 정식으로 인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긴 했지만, 많은 영세 대안학교 입장에서는 여전히 인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임대기간을 10년 정도의 장기로 할 것이 요구되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갖춰야 하는 등 세부 요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대안교육 관계자들은 대안교육을 위한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는 것에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대안교육연대 송영민 간사는 “아직도 벽이 높지만 점차 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도시형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인가를 받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가가 반드시 재정지원으로 이어지진 않아 대안학교들이 인가를 통해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재정지원이다. 상당수의 대안학교들은 수년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인가를 받음으로써 이를 타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학교가 인가를 받는다고 해서 꼭 재정지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교과부가 시 · 도교육청으로 교부한 2010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도 대안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교부된 재정을 각 학교에 분배하는 것은 교육청의 권한이므로 재정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나, 인가를 받는다고 해서 재정지원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율권 큰 만큼, 변질될 위험 높아 이번 개정을 통해 대안학교에는 상당한 자율권이 주어졌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교육과정의 대부분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뿐더러, 입학전형 및 선발시기도 학칙으로 정해 운영할 수 있고, 교사 선발과 교과서 선정에도 상당한 자율권이 부여됐다. 이는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대안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율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이 모아지지 않는다면 이번 개정은 자칫 대안교육은 물론 전체 교육계에 큰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우선, 폭넓은 자율권에 비해 규제의 정도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대안교육에 돈벌이 등 교육 외적인 목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 학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벌써부터 교육보다는 돈에 관심을 갖고 학교 설립과 인가과정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또 일반 학교처럼 학력인정이 되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규제가 적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변칙적으로 운영할 경우 대안교육의 본질을 훼손함은 물론 다른 여러 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규정을 보면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교육감 소속하에 대안교육관련 전문가가 과반수가 되는 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를 두고 대안학교의 설립 · 변경에 관한 인가 및 인가취소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대안교육 관련 전문가’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못하고 2007년 제정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예시한 대안교육 관련 전문가 기준을 참고해 시 · 도교육감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교과부 관계자는 “법과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 안에서 예외적인 교육을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명확하고, 대안교육 정책과 관련해 각 시 · 도 교육청 담당자들의 강한 의지도 확인했다. 교육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변칙적으로 설립 · 운영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형적 운영의 방지를 위해 명확한 내부지침을 세워 대안학교설립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분명한 대안학교의 정의 이와 함께 대안학교의 정의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에서 배포한 자료는 개정 취지에 대해 ‘학교부적응 및 학업중단 등 기존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남에도 최근까지 대안학교 설립이 미진한데, 이번 개정으로 대안학교 설립이 촉진되어 기존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대안학교 설립의 초점이 기존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의 교육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안교육을 ‘부적응 학생뿐 아니라 기존 학교교육과는 차별화된 교육, 특히 주로 인성과 체험을 위주로 한 교육’으로 생각하는 기존 대안학교 관계자들과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 더욱이 이미 인가를 받은 한 학교는 교과부의 설명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과후 프로그램, 기숙사비, 식비, 해외연수비를 제하고도 월 수업료 70만 원을 받고 있는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국민기본공통교육과정과 미국 사립학교 교과서를 각각 50%씩 운영하고, 영어 사용비중이 국어 사용 비중보다 높으며, 생활을 영어로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도한다고 나와 있다. 입학기준에 대해서도 해외수학경력이 2년 이상인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영어로 수업이 가능하거나 자체 테스트에 합격하는 학생, 교장이 해외수학경력 2년 이상인 학생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한 학생들은 입학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반면, 오히려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은 선발에서 제외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 학교가 실시하는 교육의 질과 가치에 대해 논하는 것을 떠나 정부가 제시한 내용과는 너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안학교’나 ‘대안교육’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는 무척 광범위하기 때문에, 당장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선을 긋지 않으면 차후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안학교 정착 위해 모두가 관심 가져야 여전히 정리돼야 할 문제가 남아있음에도, 최근의 움직임으로 놓고 볼 때 다양한 대안학교가 설립돼 교육의 다양성이 확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통해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학생들이나, 기존 공교육과는 조금 다른 교육을 원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라던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이 많다. 하지만, 대안교육이 우리 사회에 그 본래의 취지를 잘 살려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대안학교가 많이 생겨난다고 하더라도 허점을 악용하려는 일부의 행태가 모든 긍정적인 부분까지 한꺼번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간디학교와 이우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대안학교로 가장 많이 알려진 간디학교나 이우학교는 법제상 대안학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학교는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 및 제91조의 적용을 받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현재 대안학교로 정식 인가받은 학교는 TLBU글로벌학교와 서울실용음악학교, 그리고 지난 3월 22일, 개정된 규정에 따라 처음으로 인가 받은 여명학교 등 3개교밖에 없다. 물론,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역시 대안교육기관으로 볼 수 있지만 법규상 대안학교와는 엄연히 적용법규가 다르므로 구분이 필요하다.
현 실정에 공 · 사립 구분은 의미 없어 공립학교에서 대안교육을 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립에서 대안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안교육하면 많은 사람들이 사립, 그것도 미인가 사립학교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체계를 놓고 봤을 때, 공 · 사립 간 큰 차이가 있을까요? 어차피 공 · 사립을 막론하고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의 구분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더구나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인가받은 대안학교(대안교육 특성화학교 포함)만 이미 30여 개라는 것은 정부에서도 대안교육을 인정했다는 것인데, 공립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대안교육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정부 측에서 먼저 있었습니다. 1995년경 대안교육의 법제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는데, 1997년 실사를 하던 중 영산 성지고와 간디학교 등이 미인가 상태에서 대안교육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사립학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1998년 간디학교 등 6개 사립학교에 인가를 한 것입니다.” 공립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경직성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온 유능한 인재들임에도 이상한 경직성을 보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행정절차를 따지고, 일일이 간섭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 오신 선생님들은 모두 나름의 열정과 소신을 갖고 계신 분들인데, 그런 분들조차 아직 경직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관료제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자원 풍부한 공립, 더 나은 대안교육 가능 간디학교에서 교감을 하셨고, 그전에는 일반 사립학교에서 근무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과 비교해 공립의 분위기나 여건은 어떻습니까? “간디학교는 제 자신이 좀 경직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고요.(웃음) 사립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분위기는 공립보다 자유로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인적 · 물적 자원은 공립학교가 훨씬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립에서도 충분히 대안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공립의 풍부한 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대안교육의 질적 향상을 충분히 꾀할 수 있습니다.” 태봉고 설립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 설립은 권정호 경남도교육감님의 공약으로, 상당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인데도 아주 난항을 겪었습니다. 저도 태봉고 설립과정에서 공청회와 TF에 참여해 과정을 계속 지켜봤는데, 이렇게 태봉고를 개교하게 되기까지는 2년간 정말 많은 토론과 설득과정이 있었습니다.” 대안교육이란, 더 나은 교육을 하려는 시도 앞으로의 운영방향이 궁금합니다. 우선, 교장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대안교육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대안교육을 쉽게 기존 교육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봅니다. ‘대안’이라는 말이 좀 막연할 수 있는데, 좀 단순하게 예를 들어 지금 국정 교육과정이 7차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국정 교육과정만 해도 지금까지 6번의 대안을 찾아온 것이지요. 저는 ‘대안’이라는 것이 꼭 거창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교육에 비해 좀 더 나은 교육을 해보겠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교육은 대안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학생들이 남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과 개인의 적성이나 관심과는 상관없이 대입에만 매달려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태봉고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개척해나가면서 남과 상생하는 법을 알아가도록 돕고 싶습니다.”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선입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선입견이 학교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대안교육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태봉고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성적도 좋지 않은 학생들도 있지만 성적이 제법 괜찮은 학생들 중에도 좀 더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온 경우도 있습니다. 애초에 성적 등 여러 요소를 기준으로 3개 집단정도로 구분해서 각각 1/3씩 선발는데, 교육적 차원에서 이들이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융합하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그런데도 대안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막연히 문제학생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닌 배우는 전문가 여러 부류의 학생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학생지도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단 학교에서 뿐 아니라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지나치게 어른의 관점에서 보고 일일이 간섭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원래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일단 지켜볼 생각입니다. 교사가 자기성찰의 관점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다 보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함으로써 진정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고 함께 지켜본 교사들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로써 교사도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닌 배우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지요.” 학생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도록 한다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주십시오. “현재 우리 태봉고에서는 학생들이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기본적으로 모든 과정을 학생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LTI 프로그램은 준비, 실행, 평가, 정리의 네 단계로 이뤄집니다. 준비단계는 학생관심사 알아보기, 학습계획팀 회의, 직업정보 탐색 및 일일체험 단계로, 실행단계는 프로젝트 과제 선정, 학습계획팀 회의, 과제 수행 단계로 이뤄지며, 평가단계는 결과 발표 및 학생 자기평가, 교사 평가로 이뤄집니다. 마지막 정리 단계에서 이러한 결과물을 정리해 졸업논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주당 6시간씩 편성돼 있습니다.” 생생한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LTI 프로그램 학생 스스로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는 좀 어렵지 않습니까?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자신의 관심영역조차 모르거나 의욕이 없는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스스로 해내는 데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체험 기회를 갖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러한 과정이 바로 아까 말씀드렸던 개척의 과정인 셈이지요. 아직은 아이들이 워드프로세서 같은 기본적인 기능도 익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능 숙련과 함께 교사의 상담을 통한 탐색 단계를 진행하고 있는데, 2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학생에 따라서는 이런 교육 방식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LTI 프로그램 외에도 여러 특성화교과가 있기 때문에 입시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2학년이 되면 영어 · 수학 등 대입을 위한 학업에 좀 더 집중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안교육과 태봉고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공립 교육기관에서 대안교육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기쁨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정말 좋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습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 모두가 대단한 열정을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대안학교에 대한 선입견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아무런 특혜를 걸지 않았는데도 좋은 교육을 해보겠다고 지원한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앞으로 분명히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가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우선 여명학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저희 여명학교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도시형대안학교로 지난 2004년 개교했습니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있는데, 이번에 인가를 받은 부분은 고등학교 과정 50명입니다. 한 학급 인원은 10명 내외고, 학생들의 연령은 16세에서 25세로 일반학교에 비해 연령층이 꽤 높은 편입니다.” 규정 개정 후 인가를 받은 첫 학교가 됐는데, 인가받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우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준 교과부를 비롯해 학교부지에만 학교를 설립할 수 있었던 제한 규정을 개정해 준 국토해양부 관계자 분들과 지금까지 여명학교를 지지해주신 여러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주께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장기임대계약을 맺어주시고 건물의 용도도 학교 설립이 가능한 연구시설로 변경해 줬을 뿐 아니라 장애인 시설 설치를 위한 리모델링까지 선뜻 허락해주셔서 인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심에 위치한 이 건물의 부동산 가치를 생각하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가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습니까? “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에서 여러 위원들이 이것저것 정말 자세히 따져 물어 힘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특히 기독교계 학교여서 그런지 종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하진 않을지에 대해 꼼꼼히 살피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안 교육을 해 온 입장에서 규제 완화가 비정상적 대안학교의 난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좀 덜어졌습니다.” 그동안 운영해 오시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노력해 왔지만, 미인가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수차례 문을 닫을 뻔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하루도 학교운영이 멈춘 적은 없습니다.” 인가를 받아도 재정지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바로 해결되진 않겠지요. 하지만, 정부에서 정식학교로 인정했으니 앞으로 기본운영비와 인건비는 지원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좀 더 욕심을 갖는다면, 통일부 등 다른 부처에서라도 학생들의 생활비를 좀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상당수 학생들이 편부 · 편모 가정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고 몇몇 학생은 아예 연고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점을 정책 담당자들이 좀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이 어려워 학비 마련이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재 연간 학비는 20만 원입니다. 학생들의 여건을 생각해 무료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면 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한 애착이 줄어들 것 같아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고치기 위해, 매월 개근을 하는 학생들에게 4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상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받는 학비로는 이것도 충당할 수가 없죠.(웃음)” 작은 학교에 다양한 학교급과 연령층이 모여 있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현재 저희 학교는 13명의 교사가 고등학교 4개 반과 중학교 1개 반, 초등학교 1개 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 수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학교 급의 여러 학급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죠. 더구나 정상적인 학령을 훨씬 넘긴 학생들의 빠른 진학과 사회진출을 위해 저녁 6시까지 보충수업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위한 마음으로 묵묵히 맡은 일을 해주시는 여러 선생님들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나이가 많고 남북의 교육과정에 차이도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습니까? “학생 대부분이 학령을 훌쩍 넘겼고, 경제적 어려움도 있어 빨리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에 적응이 완벽하지 못하고, 북한에서 학교교육을 아예 받지 못했거나, 고등학교를 다니다 왔어도 교육수준에 차이가 있어 재교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온건한 양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되도록 하는 데 우선적인 초점을 둡니다.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교과 공부에 실력도 크게 향상되죠. 교과는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 초등반부터 고등반까지 수준별로 배정해 가르칩니다. 학생들의 실력을 우리나라 기준에 정확히 맞춰 나눌 수 없어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가변적으로 편성하는데, 기본적으로는 고등과정은 2년, 중등과정은 1년 만에 수료하도록 운영합니다.” 사회적응에 초점을 두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은 자유가 주어져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황해 생활 자체가 불규칙해집니다. 사람으로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학생도 있죠. 또 말이 통하는 것 같아도 남북의 어의(語義) 차이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탈북과정에서 입은 심리적 외상도 큽니다. 그래서 저희 학교에서는 음악치료, 심리치료 등 학생 심리 상담을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병행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현장체험학습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교 위치를 이렇게 도심지에 정한 것도 학교를 오가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격주로 토요일에는 호스피스 병동이나 장애우를 방문해 간호하고 쪽방에 도배를 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을 소수 약자로 생각하던 학생들이 건전한 시민의식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갖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도 쉽게 해결하기 힘든 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이유 없이 폄하한다거나 지나친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 모두 당사자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도 많이 노력해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되도록 표준말을 쓰라고 합니다. 단순히 북에서 온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러라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으로 사회에 융화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탈북 경험에 대해서는 숨기기보다는 어려운 과정을 견뎌낸 증거로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것을 권합니다.”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도 궁금합니다. 이미 사회에 자리를 잡은 졸업생들도 있을텐데. “저희 학교 학생들도 졸업을 하면 일반 고등학교처럼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격증 취득을 통해 전문 직종에 빨리 취업하고자 4년제 대학보다는 2년제나 3년제를 선호합니다. 몇몇 졸업생들은 이미 좋은 직장을 구해 온전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교사와 제자 간에 유대가 끈끈해 졸업생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잘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교사들이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계속 우리나라 교육체계 안에서 공부해 온 보통 학생들에 비해 입시준비 기간도 짧고, 생활도 넉넉지 않은데 대학 진학에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탈북청소년을 위한 특별전형이 있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서강대와 한동대는 담당 교수를 두고 체계적으로 학생들을 관리하는 모범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탈북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대학들도 이런 사례를 도입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학비는 정부와 대학에서 보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4년제 국립대는 전액 정부에서 보조하고, 사립대는 정부와 학교가 50%씩 지원합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이 선호하는 2년제 대학은 정부가 50%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정책 담당자들의 고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탈북청소년 교육과 관련해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탈북청소년은 점점 늘어가는데, 우리 교육은 아직 이들을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을 그냥 방치하면 결국 사회에서 낙오돼 사회적 부담이 되겠지만, 잘 가르쳐 남과 북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도록 한다면, 통일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저희 여명학교의 정식 인가가 탈북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소외된 청소년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공무원(사학)연금, 무엇이 바뀌었나. 연금재정 건전화를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됐다. 우선 공무원(사학 교직원)의 부담금이 4년에 걸쳐 현재보다 26.7% 인상된다. 현재 기준소득월액의 5.525%(보수월액의 8.5%)에서 2012년 7.0%로 상향된다. 받는 연금액은 경력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로 기존 가입기간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가 적용돼 20년 이상 재직자들의 연금액 차이는 미미하다. 반면 10년 이하 재직자는 월 연금액이 줄어들며, 특히 신규 임용자는 최고 25%가량 줄어든다. 신규 임용자부터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지고, 전 재직기간 평균 기준소득월액 등을 기준으로 연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소득이 있을 경우, 연금을 삭감하는 소득심사제가 강화되고, 재임용 교직원의 재직기간 합산신청이 재직 중 언제든 가능해지며, 사망조위금 지급대상 등이 조정됐다. 구체적으로 부담금이 얼마나 오르나. 연급법 개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급여 및 부담금 산정기준이 ‘보수월액’에서 ‘기준소득월액’(과세소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보수월액은 공무원보수규정에서 정한 당해 교직원의 직위, 자격 및 경력 등에 따라 산정된 표준봉급월액과 정근수당가산금 연지급액을 12로 평균한 금액을 합한 금액이다. 반면 기준소득월액은 소득세법상 해당 학교기관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받는 봉급, 상여금 및 각종 수당 등을 합산한 총소득에서 소득세법상 비과세소득을 차감한 금액이다. 이런 토대 하에서 교직원이 매월 내는 부담금이 종전 보수월액의 8.5%(기준소득월액의 5.525% 수준)에서 2010년에는 기준소득월액의 6.3%, 2011년 6.7%, 2012년부터는 7.0%로 단계적으로 오른다. 그래서 올해부터 부담금을 더 내게 된 것이다. 현재 기준소득월액이 400만 원인 교원의 부담금을 연도별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종전에 받던 보수월액이 기준소득월액 대비 65%일 경우에는 2012년까지 부담금이 26.7% 정도 오른다. 이는 기준소득월액과 비교해 보수월액비율이 65%보다 높거나 낮은 경우 교직원 개개인의 부담금 인상률은 다르다는 얘기다. 즉, ▲종전 보수월액이 기준소득월액대비 80%인 경우에는 3년간 2.9%만 인상되지만 ▲종전 보수월액이 기준소득월액대비 50%인 경우에는 64.7%나 인상된다는 것이다. 종전 보수월액이 기준소득월액 대비 적을수록 부담금 인상률은 증가된다. 연금은 얼마나 타게 되나. 퇴직급여의 산정기초가 연금인 경우, 퇴직 전 3년 평균보수월액에서 법 개정 이후 재직기간에 대해서는 전 기간 평균기준소득월액으로, 퇴직일시금의 경우 퇴직 당시 보수월액에서 퇴직 당시 기준소득월액으로 변경됐다. 연금지급률도 종전에는 20년인 경우, 50%에 20년을 초과하는 매 1년당 2%를 가산하는 방식(재직기간이 33년인 경우 76%)이었는데 개정 이후에는 1년당 1.9%(재직기간이 33년인 경우 62.7%)로 하향 조정된다. 단, 소급개념이 없어 종전 재직기간에 대해서는 평균보수월액을 기준으로 종전 법에 의한 지급률로 계산된다. 이 같은 룰에 따라 2012년 현재 재직기간이 30년인 교직원을 가정해 퇴직연금을 계산해 보면 해당 교직원은 연금법 개정 전인 2009년 말 현재 평균보수월액이 260만 원(기준소득월액 4,000,000원×65%)이고 2012년 현재(바뀐 제도 3년 적용 가정) 평균기준소득월액이 273만 6800원인 케이스다. 기준소득월액 대비 보수월액 비율이 다양한 경우(표 3의 세 가지)도 함께 고려해 계산해봤다. ※ 위 계산내역은 향후 보수인상률 등을 감안해 지급시점까지의 현재 가치로 환산하지 않은 평균보수월액(보수월액)과 평균기준소득월액(기준소득월액)을 가정해 계산한 것으로 실제 금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즉, 보수인상률을 반영해 현가화 한다면 금액은 높아질 것임. 공적연금 간 연계도 된다는데.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최소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이동하는 경우, 각각 일시금으로만 받아야 했던 것을 연금 간 가입기간을 합산해 20년이 넘으면 각각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공무원, 사학, 군인, 별정우체국지원연금이 직역연금이다. 연계신청 대상자는 법 시행일(2009. 8. 7) 이후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 상호 이동하는 자다. 다만 이 법 공포일 당시 직역연금에 재직 중인 자가 2009년 2월 6일~2009년 8월 6일 사이에 다른 직역연금이나 국민연금으로 이동한 경우, 그리고 국민연금에 가입했던 자가 반환일시금을 받지 않고 2007년 7월 23일~2009년 8월 6일 사이에 직역으로 이동한 경우에는 별도로 인정된다. 연계신청은 선택이며 연계를 희망하면 퇴직일시금 또는 반환일시금을 수령하지 않고 연계를 신청하면 된다. 퇴직일시금을 지급 받았다면 국민연금으로 이동한 후, 2년 이내에 일시금을 받은 직역연금 기관에 반납하고 연계를 신청하면 된다. 연금 간 연계로 연금 혜택은 언제부터 얼마나 받게 되나. 연계에 의한 연금수령은 60세부터 가능하다. ▲ ~1952년생까지는 60세, ▲ 1953년~1956년생은 61세, ▲ 1957년~1960년생은 62세, ▲ 1961년~1964년생은 63세, ▲ 1965년~1968년생은 64세, ▲ 1969년생부터는 65세에 각각의 연금기관에 연계연금을 신청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7일부터 공적연금 연계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사학연금 20년 미만 가입자 중 국민연금과 연계해 2009년부터 연금을 받는 경우는 3월 현재 10여 명(평균 월 94만 8330원 수급 · 국민연금액 제외 액수)으로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연계를 해 연금을 받게 되면 일시금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3명의 사례를 봐도 일시금에 비해 1억 원 이상(사학연금만) 더 연금을 받는다. ※ 연계연금액은 사학연금 재직기간에 대한 연금월액임(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대한 연금액 제외) ※ 퇴직일시금계상액은 연계연금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일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임 ※ 연금수령 추정액은 2010. 3월 현재 받고 있는 연계연금월액에 한국남자 평균수명(76세)만을 반영하여 계산한 수치임(연금인상률 및 유족연금 등 미반영) 이번 법 개정으로 재직기간 합산도 언제든 가능해졌다는데. 종전 연금법 제32조 제1항에 따르면 퇴직한 교직원 · 공무원 또는 군인이 교직원으로 임용된 후에 재직기간의 합산을 원하는 경우에는 임용일로부터 2년 이내에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 결과 합산 신청기한 변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합산에 따른 반납금의 과다로 합산 신청을 하지 못한 교직원들이 많아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올해 1월 1일부터는 합산 제한기간을 폐지하는 것으로 연금법이 개정돼 재직 중인 교직원의 경우 재직 중 언제든 합산신청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1996년 1월 1일 이후 퇴직 교직원으로서 과거의 재직기간을 신청기한의 경과로 합산하지 못한 자 중 ▲ 2006년 이후 퇴직 교직원에 대해서는 정년 또는 근무상한 연령까지 근무해도 연금수급대상인 재직기간 20년에 미달하는 자 ▲ 1996년부터 2005년 사이에 퇴직한 교직원에 대해서는 정년 또는 근무상한연령까지 근무해도 연금수급대상인 재직기간 20년에 미달하고, 합산을 할 경우 재직기간이 20년 이상이 되는 자(이 경우 20년은 연금, 20년 초과기간은 퇴직연금공제일시금만 지급)에 대해서는 올해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합산신청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 경우 합산신청 및 퇴직연금 신청절차는 ① 재직기간 합산신청서 · 퇴직급여 청구서 작성 및 제출(교직원) ⇒ ② 신청서 확인 및 공단에 이송(학교기관) ⇒ ③ 합산특례 대상 여부 확인(공단) ⇒ ④ 합산승인 및 합산반납금 산정통보(공단 → 교직원) ⇒ ⑤ 합산반납금 및 기지급받은 퇴직일시금 납부 ⇒ ⑥ 퇴직급여 결정통보 및 지급(공단) 순서다. 사망조위금 지급범위가 바뀌었나. 종전에는 교직원 본인, 배우자, 교직원의 직계존속과 부양하고 있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사망한 경우 지급했다. 하지만 지급범위에 있어 직계존속의 범위가 넓고, 배우자의 직계존속의 경우 부양 여부의 입증이 어려워 민원의 소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조위금 지급범위가 교직원 본인, 배우자, 교직원 및 배우자의 부모, 자녀로 조정됐다. 조위금 지급액에 있어서는 종전과 변경된 것은 없으나 그 기준보수가 보수월액에서 기준소득월액으로 변경됨에 따른 비율조정을 한다(이 경우 보수월액이 기준소득월액대비 65% 수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그 비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종전액보다 다소 증감액이 발생할 수 있음). 개정된 내용은 2010. 1. 1 이후 급여사유 발생 건부터 적용하며, 2009. 12. 31이전 급여사유 발생 건에 대하여는 종전법에 의하여 지급한다. 청구는 사망 시부터 3년 이내에 할 수 있다. ◆ 문의=사학연금 콜센터 : 지역번호 없이 1588-4110 | 조성철 한국교육신문 기자 chosc@kfta.or.kr
소리만 요란한 가격전쟁 지난 3월부터 대형마트들의 가격인하 전쟁이 한창이다. 상대 업체가 고시한 가격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고 서로 나서는 통에 10원 전쟁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가격인하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소비자들로서는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다. 값을 크게 내렸다는 할인품목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7만 여 개의 제품 중에 겨우 1~20개 정도이다. 극히 일부품목만 인하를 한 것임에도 대형마트의 가격인하에 대한 생색내기로 인해 소비자들에게는 전체적으로 가격을 내린 것처럼 비춰진다. 게다가 가격을 내렸다는 상품은 이미 품절상태인 경우가 많고 재래시장보다도 비싸기 일쑤다. 이런 눈속임으로 인해 대형마트의 매출은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증가한 상태다. 결국 값을 내렸다는 대형마트를 찾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한 결과 대형마트만 돈 벌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형마트, 정말 싸게 파는 것 맞아?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이유는 편리하고 물건 값이 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편리한 것은 몰라도 값이 싸다는 것은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이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보다 싸지 않다는 것은 소비자단체나 각종 미디어의 고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묶음으로 파는 치약, 과자, 식용유 등은 일반슈퍼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용량이 적다. 애초부터 할인점용 제품으로 싸게 만들어 놓고 ‘초특가’ 등의 문구를 붙여놓고 마치 일반제품보다 싼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행사상품이라며 특별히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행사상품 단골메뉴인 계란은 평소에도 늘 할인판매를 해오던 것이다. ‘1+1’으로 팔리는 식품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이 많다. 또 우유는 사람들이 평소에 잘 찾지 않는 2000㎖ 이상 대용량 제품만 싸게 판다. 원래 할인행사를 했거나 잘 안 팔리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행사상품이 구성이 되는 것이다. 자체 조달을 통해서 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공급한다는 PB상품에서도 마트의 상술은 그대로 드러난다. 흰 우유에는 원유의 등급이 적혀있지 않고, 바나나 우유는 원유의 함량 자체가 적다. 소시지는 어육함량이 적고 햄은 돼지고기 함량이 적고 대신에 닭고기가 들어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그대로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이래서는 굳이 자동차 기름 값 들여가면서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매장 곳곳 숨은 장치가 지름신 부른다 대형마트 1층에서 화장실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푸드코트나 문화시설 등도 항상 매장 위쪽에 있다. 위로 올라간 사람은 다시 내려오기 마련이고 엘리베이터를 적게 설치해놓으면 기다리는 것이 귀찮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게 된다. 내려오는 길에 자연히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과 마주치게 되고 필요한 물건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해서 점점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창문도 없고 시계도 없는 마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하게 된다. 유행하는 상품은 항상 눈높이에 진열되어 있기에 쉽게 손이 간다. 1+1 두부와 만두, 반 값 할인, 오늘의 기획상품, 한정세일 상품 등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카트를 한 가득 채우고 계산대 앞에 서면 3개 묶음 과자봉지와 껌이나 건전지 등이 눈에 보인다. 과자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므로 거의 습관적으로 카트에 넣는다. 계산대에서 차례를 기다리다보면 눈은 계속 껌과 건전지를 쳐다보게 된다. 껌은 왠지 차 안에 두면 좋을 것 같고 건전지도 어차피 쓰게 될 물건이므로 하나 집어 든다. 그래서 대형마트만 다녀오면 장바구니에서 생각지도 못 한 물건들이 술술 나온다. 어느덧 주방에는 1+1으로 산 주방세제가 줄을 서 있고 냉장고에도 역시 1+1 두부, 고추장, 만두 등이 가득 차 있다. 욕실에는 1년은 두고 쓸 만큼의 치약과 칫솔이 놓여있다. 라면이 붙어있는 소주나 맥주를 사면서도 라면은 꼭 묶음에 보너스까지 추가된 제품을 산다. 평소에는 껌을 잘 안 씹는 사람도 차만 타면 껌을 씹는다. 집에 있는 건전지는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살 때는 늘 묶음으로 산다. 인간의 무의식을 조종하는 대형마트의 뉴로마케팅 오리콤 브랜드전략 연구소에서 작년 11월 발표한 소통의 네비게이션, 뉴로마케팅이라는 보고서에는 뇌과학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뉴로마케팅을 소개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이런 뉴로마케팅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동선과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른쪽에는 대형마트의 주력제품들이 진열이 된다고 한다. 눈높이에는 마진이 높은 제품들을 진열하고 초특가 표시는 빨간색으로 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세일 같은 단순한 문구보다는 ‘한정 판매’나 ‘오늘만 이 가격’, ‘1+1’ 등의 조건을 달아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주부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느린 템포의 음악을 틀어 쇼핑을 느긋하게 즐기도록 한다. 대형마트는 이렇듯 우리 무의식에 대고 소비를 호소한다. 즉, 대형마트에서 만나게 되는 지름신은 무의식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편리해서 이용하는 마트이지만 이런 편리함이 사실은 나를 위한 편리함이라기보다는 나의 무의식을 조종하기 위한, 지갑을 향한 편리함이었던 것이다. 대형마트의 진열효과 30%, 끊으면 생활비 30% 절약 대형마트에서는 진열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30%의 매출증대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 말은 뒤집어보면 대형마트를 끊는 것만으로도 30% 이상의 식비와 생활용품 등의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를 다녀오는 기름 값부터 가득 채워 넣는 냉장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전기요금과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로 인한 쓰레기 봉투비용까지 고려하면 대형마트를 끊음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인 이익은 생각보다 크다. 비단 돈 뿐만이 아니다. 한가한 주말 오후를 얻을 수 있고 줄어든 생활비를 가지고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미래를 위한 통장을 준비할 수 있으니 삶의 질도 훨씬 높아지게 된다. 대형마트를 끊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이 무겁게 차로 낑낑대며 실어나르던 물건들을 동네슈퍼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집 까지 배달을 해주고, 냉동실이 비어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더라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아니더라도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은 주변에 많다. 다만 대형마트처럼 한 곳에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없을 뿐이다. 값이 싸지도 않은 곳에서 내 무의식까지 지배당하면서까지 굳이 마트를 이용해야할까? | joy2joy@hanmail.net
Mentee 백유라 | 서울 고산초 교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처음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인연이 닿아 미술 수업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운 백유라입니다. 미술 수업에 대한 저만의 노하우를 쌓아가고자 노력함에도, 아직 부족함을 느낍니다. 마침 선생님께서 수석교사가 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도움을 요청해 봅니다. 올해 6학년을 지도하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알찬 학급경영과 수업지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역시나 좋아하는 과목 1위가 체육이었고 싫어하는 과목 1위로는 미술이 나왔답니다. 미술에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저로서는 어떻게 하면 미술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더더욱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6학년 미술 교과서에서는 생소한 현대미술 부분이 많이 등장해 저조차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1단원 상상표현, 3단원 다양한 표현, 12단원 현대 미술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좀 더 재미있는 미술수업을 위해 현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이를 적용한 수업지도 사례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Mentor 이애련 | 서울 영도초 수석교사 백유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고민을 듣고 보니 몇몇 선생님과 미술수업 지도방향에 대해 토의하던 몇 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선생님은 미술수업에 관심이 많으셔서 공개수업 과목으로 미술을 선택하신 적도 있었지요? 다른 학교로 전근 가서도 미술수업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으신 듯해 미술과 수석교사로서 정말 뿌듯함을 느낍니다. 먼저 선생님의 질문 속에서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미술을 싫어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요. 이번 기회에 미술수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확실히 보여 줘 볼까요?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들은 미술수업을 싫어하게 됩니다. 그 이유를 아동의 미술 발달단계를 살펴보면서 알아보지요. 표현에 대한 욕구가 강해 그리기 자체가 즐거움으로 나타나던 표현의식 시기를 지나면서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표현이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형태의 표현에 관심이 커지는데, 그것은 사물에 대한 일정한 개념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과 판단력의 발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생각했던 것만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그리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미술수업이 점점 재미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미술을 싫어하고 어려움을 겪는 고학년 학생들이 미술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현대 추상미술을 접목시켜보면 어떨까요? 추상미술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이해시키고, 이를 미술 수업 시간에 활용한다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리는 재미있고 창의적인 미술수업이 될 것입니다. 회화는 단순히 재현적인 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임을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좋아하는 과목 1위가 미술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선생님께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해하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추상미술 표현방법을 적용한 다양한 기법으로는 저학년에서 사용하는 데칼코마니, 프로타주, 스크래치 등과 함께 콜라주, 흘리기, 포토몽타주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선생님이 맡으신 6학년을 위해 고학년에 어울리는 기법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그렇다고 데칼코마니나 프로타주, 스크래치 등을 전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학년 때 많이 사용해봤을 기법 같아서 나머지 3가지 기법을 살펴보는 것이랍니다). 콜라주는 ‘붙이기’ 또는 ‘풀칠’이란 뜻으로 현대 미술가들이 애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물감과 크레파스 등으로만 표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 세계의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경험한 것 나타내기’ 단원에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거나 사실적인 묘사력에 자신감이 없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동들을 위해서 잡지에 나와 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지도해 보세요. 흘리기는 판지 위에 물감이나 먹물을 방울로 떨어뜨리고, 물감이 마르기 전에 그 판지를 여러 각도로 기울여 물감이나 먹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엷은 색으로 흘리고, 말린 다음에 조금 진한 색으로 그 위에 겹쳐 흘려 색의 중복이나 조화의 효과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우연을 통해 훌륭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기법입니다. 포토몽타주는 여러 장의 사진을 적당히 맞추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콜라주의 여러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사진을 오리고 찢을 때 우연히 생기는 기하학적인 모양을 잘 이용해 서로 상반된 사진을 붙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출되도록 하는 것으로, ‘우연의 효과’를 강조한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유라 선생님. 재미있는 미술 수업을 위해 현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이를 적용한 수업 지도 사례를 문의하셨는데 도움이 되셨나요? 선생님께서 처음에 말씀하신 대로 현대미술을 초등학교 미술수업에 적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술수업은 만들기 또는 수채화나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는 고리타분한 시간’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아이들이 접하는 미술 영역을 확대시켜 주기 위해서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기법을 미술 시간에 꾸준히 도입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교사가 현대미술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수업에 대해 부단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보시면 현대미술과 관련한 많은 전시회등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말과 방학 기간을 이용해 전시회장을 직접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술 수업에 대한 교사의 이러한 열정과 자세를 통해 아이들은 분명 ‘미술=재미있다’라는 인식을 형성해 나갈 것입니다.
폭력사건 발생 시 대처법 올해 초 졸업식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근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데는 일선 학교에서 폭력사건을 원만히 처리하려는 나머지 소극적인 대처를 한 데도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르면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학교나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받은 기관은 이를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의 보호자와 소속 학교장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 교장은 이를 즉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통보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한 경우 아무리 경미한 사안이라도 이를 임의로 무마하려 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통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비록 이러한 절차를 위반해도 이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은 없지만, 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행정벌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간과하기 쉬운 것은 학교폭력의 정의입니다. 일반적으로 폭력을 물리적 힘으로 신체에 해를 입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학교폭력이란 학교 안팎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 유인, 명예훼손 · 모욕, 공갈, 강요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ㆍ폭력 정보 등으로 신체나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일련의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사소해 보이고 매번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통보하는 것이 번거롭더라도 신고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더 큰 혼란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통보하는 것 외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 5항에 따라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실제 강원도 원주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상습 성추행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교장, 교감 등 3명의 교원에게 과태료 200만 원씩 부과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PAGE BREAK] 학교발전기금 조성 시 유의사항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 공무원, 그리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 또는 출연해 설립된 법인과 단체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아무리 상대방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이라도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학교운영위원회는 「초 · 중등교육법」 제33조에 따라 기부자나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 안팎의 조직 단체 등이 그 구성원으로부터 자발적으로 갹출하거나 모금한 금품을 접수해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학교발전기금은 학교교육시설의 보수 및 확충, 교육용 기자재 및 도서의 구입, 학교 체육활동 등 학예활동 지원과 학생복지 및 학생자치활동의 지원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발전기금은 위원장의 명의로 조성 · 운영해야 하는데, 발전기금의 관리 및 집행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학교장에게 위탁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학교장은 발전기금을 별도회계로 관리하고, 매 분기 집행계획과 내역을 운영위원회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이러한 발전기금 운영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것은, 금품 접수과정에서 대가성의 의혹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기탁한 금품을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해도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차후라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가 골프장사업계획승인과 관련해 사업자로부터 기부금을 지급받기로 한 사건’에 대해 내린 판시를 보면, 공무원이 수익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그 처분과 관련해 부관으로서 부담을 붙이더라도 행정처분과 부관사이에 실제적 관련성이 있어야 하며 행정처분이 아닌 사법상 계약의 형식을 취했다면 그 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사업계획승인 자체가 위법 · 부당한 것이 아니었고 그 기부금을 원고가 수행하는 공익적 사업에 사용할 목적이었으며 사용 방법과 절차를 미리 내부 규정으로 정해놓았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는 없다고 해, 기부금품 모집에 대가성이 있을 경우 그 목적의 공공성 여부와 상관없이 위법함을 확실히 했습니다. 따라서, 학교업무와 관련해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경우,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본 사업 내용과 관련성이 없는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으며, 사업과 직접 관련성 없이 기부금 등을 기탁해 올 때에도 신중을 기해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를 외치는 사회 ‘앞으로 앞으로’(윤석중 작사, 이수인 작곡)라는 동요가 있다.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계속 걸어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세계화 시대를 이미 내다보기라고 한 듯, 맹랑하지만 밝고 명랑하고 진취적인 기상이 엿보인다. 시간과 공간, 개인과 사회, 물질과 정신을 막론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고방식이 오늘날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어느새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방식이야말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중요한 가치관이라는 것이 사회적 신념이 되어버린 듯하다. 확실히 우리가 몸담고 있는 21세기는 진보를 지향한다. 진보는 사물이 점차 발달하는 것, 또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인간의 역사를 중심으로 그 뜻을 새겨보면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일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진보라는 관념은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역사의 발전을 추진해왔고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는 인간주의(휴머니즘)적인 사고에 의거한다. ‘앞으로!’를 외치는 진보의 가치관은 신이 주관하는 역사에서 합리적 이성을 갖춘 인간 주체의 역사로 이행한 시대, 즉 근대세계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를 철저하게 점령해버린 것이다. 진화 개념의 본령은 생물학 어떤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해가는 것을 가리키는 또 다른 낱말로 진화가 있다. 이 낱말 뜻의 본령은 생물학이다. 뜻풀이에 발달, 발전 같은 단어가 들어 있는 만큼 진화 또한 진보와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근대의 긍정적 가치관을 나타낸다. 주지하다시피 진화는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면서 근대 이후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은 생물이 유전을 통해 세대마다 변하면서 그 안에 변화가 생기는데, 그중에 극단적인 변종이 축적되고 지속되는 가운데 중간 변종이 사멸함으로써 새로운 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본래 진화의 개념은 문명이나 문화가 성립하기 이전의 역사, 즉 인간의 역사보다는 자연과 우주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진화 속에는 우주의 탄생, 생명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몇 억 광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진화라는 관념이 생겨남으로써, 단세포동물이 세포 분열을 통해 고등동물까지 발전하고, 그 결과의 하나로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할 수 있었다는 인류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자연의 진화에서 사회의 진화로 진화는 생물학적 개념이지만 워낙 학문과 세계관에 강한 충격을 가한 만큼, 진보보다 훨씬 포괄적인 용어로 발전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회진화론이다. 다윈은 진화론을 인간 사회에 적용하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은 19세기 사회과학자들은 생물의 진화 개념을 발전이라는 관념에 투영해 사회에 적용했다. 그리하여 생물과 마찬가지로 사회도 동질적인 것에서 이질적인 것으로, 미분화 상태에서 분화 상태로 나아간다는 사회진화론이 성립했다. 이처럼 자연의 진화를 설명하는 생명진화론을 인간 사회에 적용한 사회진화론은 ‘사회다위니즘’이라고도 불린다. 이 이론을 제창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는 사회를 일종의 유기체로 보면서, 자연도태에 비견되는 사회도태가 사회생활의 모든 차원에서 진보의 불가피한 원동력이라고 간주했다. 자연의 진화에서 사회의 진화로 옮아간 사회진화론은 실로 인간 사회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사회진화론의 핵심은 ‘힘이 곧 정의’라는 사상이다. 자연계의 필연적인 인과법칙으로 여겨진 진화가 인간사회에서는 문명화라는 개념으로 탈바꿈했고, 이로써 근대에 들어와 문명과 야만, 발전과 정체 혹은 사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진화론의 틀을 통해 역사 인식 전반을 지배하게 되었다. 진화라는 강박관념 오늘날 진화의 개념에 기대어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경향은 자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널리 퍼져 있다. 이미 19세기에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화장품 광고에서는 아름답고 매끄러운 피부를 선망하는 여성들의 구매력을 자극하기 위해 진화론과 유전학을 동원한다. 예를 들면 살결이 고와진 부부 사이에서 더욱 잘생긴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에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는 식이다. 특히 다윈 자신의 표현이 아니었음에도 스펜서에 의해 널리 퍼진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자본주의적 자유경쟁 속에서 자본가가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것을 당연한 결과로 여기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강한 자가 승리하고 약한 자가 패한다는 우승열패의 논리에서는 자본가에게 그 어떤 윤리적 책임의식도 추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청년실업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시대에 경쟁에 의한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그 어느 때보다 현대인의 심리를 옥죄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사회에서 남보다 앞서나가야 하고 남보다 위쪽 서열을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지상의 과제처럼 되어버렸다. 현대사회가 누구나 강자를 꿈꾸고 약자를 짓밟는 것이 당연한 ‘못된 세상’으로 전락한 까닭을 사회진화론에서 찾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진화론과 제국주의적 침략 한국사회에 진화론이 들어온 구한말은 일찍이 근대문명을 이룩한 서구열강이 물리력을 통해 전근대사회를 지배하고자 한 제국주의시대였다. 서구를 모델로 삼아 근대화를 추진하고자 했던 당시의 지식인들은 중국의 지식인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를 통해 진화론을 수용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근대화적 지향에 열중한 나라들에서는 예외 없이 진화론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심지어 오늘날 근대화를 지향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문명을 향해 진보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사회진화론은 필연적으로 제국의 패권주의나 식민지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귀결된다. 민족, 종족, 인종을 둘러싼 근대 초기의 텍스트에서는 문명이 발달한 민족과 그렇지 못한 민족이라는 차별구조를 사회진화론의 우열 관계에 의해 설명하고 있다. 어떤 민족이나 인종, 부족이 세력을 잃고 쇠퇴하거나 멸망하는 일을 진화론적 인과관계로 설명하게 되면, 그 원인이 제국주의의 폭력과 억압이 아니라 이들이 미개하고 저발전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합병해 식민통치를 시행할 때도 이 사회진화론을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진보의 주체는 인간 생물의 진화, 사회의 진화가 아무리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유기체나 사회가 발전하는 것을 상정한다고 해도, 이때 진화를 주관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예를 들어 침팬지 같은 유인원이 어떻게 인간으로 진화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떻게 보면 진화의 주체는 자연이나 신이 될는지도 모르며, 인간은 단지 진화의 대상일 뿐이다. 한편, 과학기술의 진보, 사회의 진보, 물질적 진보, 진보적 사상 등 진보와 어울리는 낱말들을 떠올려보면, 모두 인간의 정신이나 손이 닿는 대상임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진보란 어디까지나 인간이 주체로서 행하는 행위의 일종이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역사에 가장 어울리는 말일 수 있다. 벌집 건축의 진보, 우주의 진보, 동물적 진보 같은 예를 보더라도, 동물이나 사물이 이루어내는 일을 가리켜 진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진보정당, 진보 세력, 진보 학회, 진보 진영 등등, 정치적 성향이나 당파의 이름에 진화가 아니라 진보가 붙는 것을 보더라도, 진보란 인간의 독점물이다. 진(進)은 과연 절대 선(善)일까? 인간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 오로지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맞서 싸우고 악조건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다르다. 과연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창달하는 데 진화와 진보는 필수 불가결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근대 이후 진보나 진화처럼 ‘앞으로’를 외치는 사고방식이 군림하면서 제국주의적 약육강식과 자본주의적 적자생존이 판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단순한 구조에서 복잡한 구조로, 하등한 것에서 고등한 것으로 진행된다는 진화의 방향은 과연 발전이며 발달일까? 진화와 진보에는 모두 나아갈 진(進) 자가 들어 있는데, 과연 ‘앞으로’ 나아가는 진(進)을 절대 선(善)으로 볼 수 있을까? 여기에는 근대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깔려 있다. 21세기에 근대가 이룩한 거대한 문명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라는 방향도 좋지만, 때로는 ‘뒤로’나 ‘옆으로’도 좋을 수 있고, ‘뱅뱅 도는’ 순환도 유의미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벨을 든 소녀들 킹콩을 들다 영화 킹콩을 들다는 2000년 전국체전에서 15개 금메달 중 14개 금메달과 1개 은메달을 휩쓴 순창여고 역도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스포츠영화이다. 핸드볼만큼이나 비인기 종목인 역도와 여성 선수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계보를 잇는다. 평범한 학원드라마에 머물 수도 있었을 킹콩을 들다에 생동감을 부여한 것은 역도부 6인방을 연기한 젊은 배우들의 호연과 코치 역할을 맡은 배우 이범수의 관록 있는 연기다. 영화는 중반까지 시골 학교 역도부 소녀들의 개인사와 성장담에 집중한다. 전직 국가대표 역도선수였지만 지병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루저’ 취급을 받던 이지봉(이범수)이 역도부 코치로 소녀들과 만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영화는 저마다 상처를 안고 있는 시골 아이들과 이지봉이 만나서 어떤 시너지를 일으키며 변화하는지, 성공한 역도선수로 성장한 영자(조안)의 기억 속에 과거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 섬세하게 담아낸다. 여섯 명의 역도부 아이들은 각자 고민과 사연이 있다. 영자는 고아이고, 현정은 왕따이며, 여순은 아픈 엄마를 걱정한다. 보영은 뚱뚱한 몸이 부끄럽고, 민희는 패션에 민감하며, 수옥은 엉뚱한 모범생이다. 이들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시골 소녀다운 순박함과 순수함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뚝심을 보여준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얼떨결에 급조된 역도부, 역도의 ‘역’자도 모르는 소녀들은 추운 날씨에 역도복 하나만 걸친 채 운동장에 집합하는가 하면,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똥을 싸는 민망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웃음을 터뜨린다는 10대 소녀들답게 이들의 일상은 즐겁고 유쾌하다. 엉성한 훈련 과정에서 빚어지는 실수와 에피소드는 가식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디테일한 상황과 대사로 구축된 학교생활은 생생하며, 소녀들은 때때로 애처롭지만 귀엽기 그지없다. 모든 배우들이 힘들게 연습한 덕분인지 역도신도 어색하지 않다. 코미디와 훈훈한 정서가 잘 어우러진 영화는 무거운 바벨을 머리 위로 씩씩하게 들어 올리는 소녀들의 기합처럼 기운차다. 편견을 날려버리는 소녀들 위핏 영화 위핏(Whip It)은 일찌감치 제작자로 겸업을 선언한 배우 드루 배리모어의 첫 연출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할리우드에서 드루 배리모어처럼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젊은 배우도 드물 것이다. 생후 11개월 때 광고모델로 데뷔, 7세 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렸던 그녀는 너무 일찍 연예계라는 정글에 발을 담근,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스타였다. 그녀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위핏에는 그녀의 인생 편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주인공 블리스(앨렌 페이지)는 열일곱 살이나 먹었지만 외박 한 번 해본 적 없다. 미인대회에 한이 맺힌 엄마 때문에 주말마다 드레스를 입고 내키지 않는 요조숙녀 행세를 하느라 진이 빠진다. 그런데 반항할 용기도, 특출한 재능도 없는 평범한 소녀 블리스에게 예기치 못한 기회가 찾아온다. 인근 도시 오스틴에 놀러 간 블리스는 주말마다 젊은이들이 ‘롤러 더비(Roller Derby)’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활보하는 또래들을 만나 생전 처음 느껴보는 흥분에 고무된 그는 며칠 뒤 오디션에 참가해 정식 멤버가 된다. 롤러 더비는 단순해 보이지만 룰도 있고 스릴이 넘치는 경기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여자만이 참가할 수 있다는 것. 물론 미성년자는 안 되지만, 17살의 블리스는 나이를 속이고 부모님 몰래 롤러 더비에 참가한다. 체구는 왜소하지만 스피드 하나만큼은 타고난 블리스. 투지는 좋지만 속도전에서 밀렸던 헐스카우트팀은 날쌘 블리스를 영입하면서 승승장구하고 결승전에 오른다. 하지만 블리스의 진짜 상대는 롤러 더비에서 1등을 놓친 적 없는 상대팀 선수 메이븐(줄리엣 루이스)이 아니라 고집불통 엄마(마샤 게이 하든)다. 짙은 스모키 화장에 미니스커트, 망사스타킹을 신고 몸싸움과 스피드로 승부를 가리는 롤러 더비는 미식축구만큼 거친 게임이다. 당연히 보수적인 부모님은 이 게임을 이해할 수 없다. 딱히 꿈도 없지만 남들처럼 얌전히 살고 싶지는 않은 블리스는 이 신세계를 놓치고 싶지 않다. 남부 텍사스에서도 한갓진 시골 마을, 손님이라곤 노인네들이 전부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블리스는 큰 도시로 나가고 싶어 한다.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한 10대 소녀에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거칠게 사는 언니들은 선망의 대상이다. 블리스는 롤러 더비에 참가하면서 해방감을 만끽한다. 유머와 철학이 담긴 성장담 고정관념과 관습에 대항해 자아를 찾으며 성장하고,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휘해서 도전하며 성취감도 맛보는 이야기. 익숙한 내용이지만 위핏이 남다른 점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독창성과 감독의 철학이다. 롤러 더비 최고의 인기스타로 급부상한 블리스와 인기를 빼앗긴 상대팀 리더 메이븐(줄리엣 루이스)과의 관계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편 가르기로 규정되지 않는다. 승부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지만 레이스를 벗어난 메이븐은 블리스가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쿨한 인생의 선배다. 또한, 생소한 스포츠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 활력을 더한다. 롤러 더비는 미식축구나 아이스하키의 몸싸움뿐 아니라 쇼맨십까지 필요한 스포츠다. 어른들의 눈엔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하는 쌈박질로 보이겠지만 선수들은 자부심과 긍지가 넘친다. 영화를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은 배우들의 역동적인 롤러 더비 장면들은 짜릿한 흥분과 유쾌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넘치는 에너지와 사랑스러움으로 시종일관 미소를 띠게 한다는 점이다. 미숙하지만 당찬 청춘들은 자신들의 열정을 아낌없이 발산한다. 전작 주노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줏대 있는 소녀 역을 잘 소화해 낸 배우 엘렌 페이지는 블리스 역에 적격이다. 마샤 게이 하든의 안정적인 연기와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도 위핏의 짜임새를 탄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감독 드루 배리모어가 다혈질 선수로 등장한 이 영화는 그의 영상 자서전 같다. 스스로 체득한 인생에 대한 통찰력, 반항심과 고집, 용기와 자신감, 도전정신이 넘쳐 난다. 그리고 후배이자 또래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선 격려와 연민, 깊은 공감이 느껴진다. 자신의 삶의 궤적이 담긴 대사 하나에도 진정성이 배어난다. 메이븐이 “내 나이 서른여섯이고 서른한 살에야 내가 잘할 수 있는 롤러스케이트를 만났다”고 말하는 장면은 배리모어 자신의 고백처럼 들린다. 이에 비해 영화 킹콩을 들다의 후반부는 신파드라마로 급선회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역도부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자, 이지봉과 대립하던 여고의 역도 코치가 그들을 갈라놓고 스승과 헤어진 소녀들은 힘을 잃는다. 이후 비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관객의 눈물을 위해 소녀들은 비인간적인 손찌검과 발길질까지 감내해야 한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사제 간의 정으로 극복한 드라마는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지나치게 도식적인 감독의 이분법은 오히려 감동을 희석시킨다. 동일하게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위핏과 비교했을 때 이런 아쉬움은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문화적 차이가 있고, 메달 색깔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역도 선수들과 롤러 더비 선수들을 단순 비교하긴 무리지만, 인간 승리의 감동드라마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한국적 정서가 안타깝다. 위핏의 블리스가 속한 팀은 결국 2등에 머물지만 울음을 터트리지 않는다. “2등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를 격려한다. 모든 사실이 발각된 블리스가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완고해 보였던 부모님이 블리스의 진심에 마음을 열면서 변화되는 모습, 블리스가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등 인생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선이 부럽다. 진지하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담긴 독창적인 성장영화를 한국에선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