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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소리만 요란한 가격전쟁 지난 3월부터 대형마트들의 가격인하 전쟁이 한창이다. 상대 업체가 고시한 가격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고 서로 나서는 통에 10원 전쟁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가격인하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소비자들로서는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다. 값을 크게 내렸다는 할인품목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7만 여 개의 제품 중에 겨우 1~20개 정도이다. 극히 일부품목만 인하를 한 것임에도 대형마트의 가격인하에 대한 생색내기로 인해 소비자들에게는 전체적으로 가격을 내린 것처럼 비춰진다. 게다가 가격을 내렸다는 상품은 이미 품절상태인 경우가 많고 재래시장보다도 비싸기 일쑤다. 이런 눈속임으로 인해 대형마트의 매출은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증가한 상태다. 결국 값을 내렸다는 대형마트를 찾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한 결과 대형마트만 돈 벌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형마트, 정말 싸게 파는 것 맞아?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이유는 편리하고 물건 값이 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편리한 것은 몰라도 값이 싸다는 것은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이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보다 싸지 않다는 것은 소비자단체나 각종 미디어의 고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묶음으로 파는 치약, 과자, 식용유 등은 일반슈퍼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용량이 적다. 애초부터 할인점용 제품으로 싸게 만들어 놓고 ‘초특가’ 등의 문구를 붙여놓고 마치 일반제품보다 싼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행사상품이라며 특별히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행사상품 단골메뉴인 계란은 평소에도 늘 할인판매를 해오던 것이다. ‘1+1’으로 팔리는 식품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이 많다. 또 우유는 사람들이 평소에 잘 찾지 않는 2000㎖ 이상 대용량 제품만 싸게 판다. 원래 할인행사를 했거나 잘 안 팔리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행사상품이 구성이 되는 것이다. 자체 조달을 통해서 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공급한다는 PB상품에서도 마트의 상술은 그대로 드러난다. 흰 우유에는 원유의 등급이 적혀있지 않고, 바나나 우유는 원유의 함량 자체가 적다. 소시지는 어육함량이 적고 햄은 돼지고기 함량이 적고 대신에 닭고기가 들어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그대로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이래서는 굳이 자동차 기름 값 들여가면서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매장 곳곳 숨은 장치가 지름신 부른다 대형마트 1층에서 화장실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푸드코트나 문화시설 등도 항상 매장 위쪽에 있다. 위로 올라간 사람은 다시 내려오기 마련이고 엘리베이터를 적게 설치해놓으면 기다리는 것이 귀찮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게 된다. 내려오는 길에 자연히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과 마주치게 되고 필요한 물건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해서 점점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창문도 없고 시계도 없는 마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하게 된다. 유행하는 상품은 항상 눈높이에 진열되어 있기에 쉽게 손이 간다. 1+1 두부와 만두, 반 값 할인, 오늘의 기획상품, 한정세일 상품 등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카트를 한 가득 채우고 계산대 앞에 서면 3개 묶음 과자봉지와 껌이나 건전지 등이 눈에 보인다. 과자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므로 거의 습관적으로 카트에 넣는다. 계산대에서 차례를 기다리다보면 눈은 계속 껌과 건전지를 쳐다보게 된다. 껌은 왠지 차 안에 두면 좋을 것 같고 건전지도 어차피 쓰게 될 물건이므로 하나 집어 든다. 그래서 대형마트만 다녀오면 장바구니에서 생각지도 못 한 물건들이 술술 나온다. 어느덧 주방에는 1+1으로 산 주방세제가 줄을 서 있고 냉장고에도 역시 1+1 두부, 고추장, 만두 등이 가득 차 있다. 욕실에는 1년은 두고 쓸 만큼의 치약과 칫솔이 놓여있다. 라면이 붙어있는 소주나 맥주를 사면서도 라면은 꼭 묶음에 보너스까지 추가된 제품을 산다. 평소에는 껌을 잘 안 씹는 사람도 차만 타면 껌을 씹는다. 집에 있는 건전지는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살 때는 늘 묶음으로 산다. 인간의 무의식을 조종하는 대형마트의 뉴로마케팅 오리콤 브랜드전략 연구소에서 작년 11월 발표한 소통의 네비게이션, 뉴로마케팅이라는 보고서에는 뇌과학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뉴로마케팅을 소개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이런 뉴로마케팅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동선과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른쪽에는 대형마트의 주력제품들이 진열이 된다고 한다. 눈높이에는 마진이 높은 제품들을 진열하고 초특가 표시는 빨간색으로 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세일 같은 단순한 문구보다는 ‘한정 판매’나 ‘오늘만 이 가격’, ‘1+1’ 등의 조건을 달아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주부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느린 템포의 음악을 틀어 쇼핑을 느긋하게 즐기도록 한다. 대형마트는 이렇듯 우리 무의식에 대고 소비를 호소한다. 즉, 대형마트에서 만나게 되는 지름신은 무의식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편리해서 이용하는 마트이지만 이런 편리함이 사실은 나를 위한 편리함이라기보다는 나의 무의식을 조종하기 위한, 지갑을 향한 편리함이었던 것이다. 대형마트의 진열효과 30%, 끊으면 생활비 30% 절약 대형마트에서는 진열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30%의 매출증대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 말은 뒤집어보면 대형마트를 끊는 것만으로도 30% 이상의 식비와 생활용품 등의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를 다녀오는 기름 값부터 가득 채워 넣는 냉장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전기요금과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로 인한 쓰레기 봉투비용까지 고려하면 대형마트를 끊음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인 이익은 생각보다 크다. 비단 돈 뿐만이 아니다. 한가한 주말 오후를 얻을 수 있고 줄어든 생활비를 가지고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미래를 위한 통장을 준비할 수 있으니 삶의 질도 훨씬 높아지게 된다. 대형마트를 끊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이 무겁게 차로 낑낑대며 실어나르던 물건들을 동네슈퍼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집 까지 배달을 해주고, 냉동실이 비어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더라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아니더라도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은 주변에 많다. 다만 대형마트처럼 한 곳에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없을 뿐이다. 값이 싸지도 않은 곳에서 내 무의식까지 지배당하면서까지 굳이 마트를 이용해야할까? | joy2joy@hanmail.net
Mentee 백유라 | 서울 고산초 교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처음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인연이 닿아 미술 수업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운 백유라입니다. 미술 수업에 대한 저만의 노하우를 쌓아가고자 노력함에도, 아직 부족함을 느낍니다. 마침 선생님께서 수석교사가 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도움을 요청해 봅니다. 올해 6학년을 지도하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알찬 학급경영과 수업지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역시나 좋아하는 과목 1위가 체육이었고 싫어하는 과목 1위로는 미술이 나왔답니다. 미술에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저로서는 어떻게 하면 미술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더더욱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6학년 미술 교과서에서는 생소한 현대미술 부분이 많이 등장해 저조차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1단원 상상표현, 3단원 다양한 표현, 12단원 현대 미술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좀 더 재미있는 미술수업을 위해 현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이를 적용한 수업지도 사례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Mentor 이애련 | 서울 영도초 수석교사 백유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고민을 듣고 보니 몇몇 선생님과 미술수업 지도방향에 대해 토의하던 몇 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선생님은 미술수업에 관심이 많으셔서 공개수업 과목으로 미술을 선택하신 적도 있었지요? 다른 학교로 전근 가서도 미술수업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으신 듯해 미술과 수석교사로서 정말 뿌듯함을 느낍니다. 먼저 선생님의 질문 속에서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미술을 싫어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요. 이번 기회에 미술수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확실히 보여 줘 볼까요?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들은 미술수업을 싫어하게 됩니다. 그 이유를 아동의 미술 발달단계를 살펴보면서 알아보지요. 표현에 대한 욕구가 강해 그리기 자체가 즐거움으로 나타나던 표현의식 시기를 지나면서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표현이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형태의 표현에 관심이 커지는데, 그것은 사물에 대한 일정한 개념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과 판단력의 발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생각했던 것만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그리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미술수업이 점점 재미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미술을 싫어하고 어려움을 겪는 고학년 학생들이 미술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현대 추상미술을 접목시켜보면 어떨까요? 추상미술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이해시키고, 이를 미술 수업 시간에 활용한다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리는 재미있고 창의적인 미술수업이 될 것입니다. 회화는 단순히 재현적인 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임을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좋아하는 과목 1위가 미술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선생님께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해하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추상미술 표현방법을 적용한 다양한 기법으로는 저학년에서 사용하는 데칼코마니, 프로타주, 스크래치 등과 함께 콜라주, 흘리기, 포토몽타주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선생님이 맡으신 6학년을 위해 고학년에 어울리는 기법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그렇다고 데칼코마니나 프로타주, 스크래치 등을 전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학년 때 많이 사용해봤을 기법 같아서 나머지 3가지 기법을 살펴보는 것이랍니다). 콜라주는 ‘붙이기’ 또는 ‘풀칠’이란 뜻으로 현대 미술가들이 애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물감과 크레파스 등으로만 표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 세계의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경험한 것 나타내기’ 단원에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거나 사실적인 묘사력에 자신감이 없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동들을 위해서 잡지에 나와 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지도해 보세요. 흘리기는 판지 위에 물감이나 먹물을 방울로 떨어뜨리고, 물감이 마르기 전에 그 판지를 여러 각도로 기울여 물감이나 먹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엷은 색으로 흘리고, 말린 다음에 조금 진한 색으로 그 위에 겹쳐 흘려 색의 중복이나 조화의 효과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우연을 통해 훌륭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기법입니다. 포토몽타주는 여러 장의 사진을 적당히 맞추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콜라주의 여러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사진을 오리고 찢을 때 우연히 생기는 기하학적인 모양을 잘 이용해 서로 상반된 사진을 붙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출되도록 하는 것으로, ‘우연의 효과’를 강조한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유라 선생님. 재미있는 미술 수업을 위해 현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이를 적용한 수업 지도 사례를 문의하셨는데 도움이 되셨나요? 선생님께서 처음에 말씀하신 대로 현대미술을 초등학교 미술수업에 적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술수업은 만들기 또는 수채화나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는 고리타분한 시간’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아이들이 접하는 미술 영역을 확대시켜 주기 위해서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기법을 미술 시간에 꾸준히 도입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교사가 현대미술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수업에 대해 부단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보시면 현대미술과 관련한 많은 전시회등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말과 방학 기간을 이용해 전시회장을 직접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술 수업에 대한 교사의 이러한 열정과 자세를 통해 아이들은 분명 ‘미술=재미있다’라는 인식을 형성해 나갈 것입니다.
폭력사건 발생 시 대처법 올해 초 졸업식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근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데는 일선 학교에서 폭력사건을 원만히 처리하려는 나머지 소극적인 대처를 한 데도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르면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학교나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받은 기관은 이를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의 보호자와 소속 학교장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 교장은 이를 즉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통보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한 경우 아무리 경미한 사안이라도 이를 임의로 무마하려 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통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비록 이러한 절차를 위반해도 이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은 없지만, 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행정벌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간과하기 쉬운 것은 학교폭력의 정의입니다. 일반적으로 폭력을 물리적 힘으로 신체에 해를 입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학교폭력이란 학교 안팎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 유인, 명예훼손 · 모욕, 공갈, 강요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ㆍ폭력 정보 등으로 신체나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일련의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사소해 보이고 매번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통보하는 것이 번거롭더라도 신고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더 큰 혼란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통보하는 것 외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 5항에 따라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실제 강원도 원주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상습 성추행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교장, 교감 등 3명의 교원에게 과태료 200만 원씩 부과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PAGE BREAK] 학교발전기금 조성 시 유의사항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 공무원, 그리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 또는 출연해 설립된 법인과 단체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아무리 상대방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이라도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학교운영위원회는 「초 · 중등교육법」 제33조에 따라 기부자나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 안팎의 조직 단체 등이 그 구성원으로부터 자발적으로 갹출하거나 모금한 금품을 접수해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학교발전기금은 학교교육시설의 보수 및 확충, 교육용 기자재 및 도서의 구입, 학교 체육활동 등 학예활동 지원과 학생복지 및 학생자치활동의 지원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발전기금은 위원장의 명의로 조성 · 운영해야 하는데, 발전기금의 관리 및 집행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학교장에게 위탁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학교장은 발전기금을 별도회계로 관리하고, 매 분기 집행계획과 내역을 운영위원회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이러한 발전기금 운영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것은, 금품 접수과정에서 대가성의 의혹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기탁한 금품을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해도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차후라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가 골프장사업계획승인과 관련해 사업자로부터 기부금을 지급받기로 한 사건’에 대해 내린 판시를 보면, 공무원이 수익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그 처분과 관련해 부관으로서 부담을 붙이더라도 행정처분과 부관사이에 실제적 관련성이 있어야 하며 행정처분이 아닌 사법상 계약의 형식을 취했다면 그 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사업계획승인 자체가 위법 · 부당한 것이 아니었고 그 기부금을 원고가 수행하는 공익적 사업에 사용할 목적이었으며 사용 방법과 절차를 미리 내부 규정으로 정해놓았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는 없다고 해, 기부금품 모집에 대가성이 있을 경우 그 목적의 공공성 여부와 상관없이 위법함을 확실히 했습니다. 따라서, 학교업무와 관련해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경우,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본 사업 내용과 관련성이 없는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으며, 사업과 직접 관련성 없이 기부금 등을 기탁해 올 때에도 신중을 기해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를 외치는 사회 ‘앞으로 앞으로’(윤석중 작사, 이수인 작곡)라는 동요가 있다.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계속 걸어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세계화 시대를 이미 내다보기라고 한 듯, 맹랑하지만 밝고 명랑하고 진취적인 기상이 엿보인다. 시간과 공간, 개인과 사회, 물질과 정신을 막론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고방식이 오늘날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어느새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방식이야말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중요한 가치관이라는 것이 사회적 신념이 되어버린 듯하다. 확실히 우리가 몸담고 있는 21세기는 진보를 지향한다. 진보는 사물이 점차 발달하는 것, 또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인간의 역사를 중심으로 그 뜻을 새겨보면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일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진보라는 관념은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역사의 발전을 추진해왔고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는 인간주의(휴머니즘)적인 사고에 의거한다. ‘앞으로!’를 외치는 진보의 가치관은 신이 주관하는 역사에서 합리적 이성을 갖춘 인간 주체의 역사로 이행한 시대, 즉 근대세계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를 철저하게 점령해버린 것이다. 진화 개념의 본령은 생물학 어떤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해가는 것을 가리키는 또 다른 낱말로 진화가 있다. 이 낱말 뜻의 본령은 생물학이다. 뜻풀이에 발달, 발전 같은 단어가 들어 있는 만큼 진화 또한 진보와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근대의 긍정적 가치관을 나타낸다. 주지하다시피 진화는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면서 근대 이후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은 생물이 유전을 통해 세대마다 변하면서 그 안에 변화가 생기는데, 그중에 극단적인 변종이 축적되고 지속되는 가운데 중간 변종이 사멸함으로써 새로운 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본래 진화의 개념은 문명이나 문화가 성립하기 이전의 역사, 즉 인간의 역사보다는 자연과 우주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진화 속에는 우주의 탄생, 생명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몇 억 광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진화라는 관념이 생겨남으로써, 단세포동물이 세포 분열을 통해 고등동물까지 발전하고, 그 결과의 하나로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할 수 있었다는 인류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자연의 진화에서 사회의 진화로 진화는 생물학적 개념이지만 워낙 학문과 세계관에 강한 충격을 가한 만큼, 진보보다 훨씬 포괄적인 용어로 발전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회진화론이다. 다윈은 진화론을 인간 사회에 적용하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은 19세기 사회과학자들은 생물의 진화 개념을 발전이라는 관념에 투영해 사회에 적용했다. 그리하여 생물과 마찬가지로 사회도 동질적인 것에서 이질적인 것으로, 미분화 상태에서 분화 상태로 나아간다는 사회진화론이 성립했다. 이처럼 자연의 진화를 설명하는 생명진화론을 인간 사회에 적용한 사회진화론은 ‘사회다위니즘’이라고도 불린다. 이 이론을 제창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는 사회를 일종의 유기체로 보면서, 자연도태에 비견되는 사회도태가 사회생활의 모든 차원에서 진보의 불가피한 원동력이라고 간주했다. 자연의 진화에서 사회의 진화로 옮아간 사회진화론은 실로 인간 사회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사회진화론의 핵심은 ‘힘이 곧 정의’라는 사상이다. 자연계의 필연적인 인과법칙으로 여겨진 진화가 인간사회에서는 문명화라는 개념으로 탈바꿈했고, 이로써 근대에 들어와 문명과 야만, 발전과 정체 혹은 사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진화론의 틀을 통해 역사 인식 전반을 지배하게 되었다. 진화라는 강박관념 오늘날 진화의 개념에 기대어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경향은 자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널리 퍼져 있다. 이미 19세기에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화장품 광고에서는 아름답고 매끄러운 피부를 선망하는 여성들의 구매력을 자극하기 위해 진화론과 유전학을 동원한다. 예를 들면 살결이 고와진 부부 사이에서 더욱 잘생긴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에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는 식이다. 특히 다윈 자신의 표현이 아니었음에도 스펜서에 의해 널리 퍼진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자본주의적 자유경쟁 속에서 자본가가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것을 당연한 결과로 여기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강한 자가 승리하고 약한 자가 패한다는 우승열패의 논리에서는 자본가에게 그 어떤 윤리적 책임의식도 추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청년실업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시대에 경쟁에 의한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그 어느 때보다 현대인의 심리를 옥죄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사회에서 남보다 앞서나가야 하고 남보다 위쪽 서열을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지상의 과제처럼 되어버렸다. 현대사회가 누구나 강자를 꿈꾸고 약자를 짓밟는 것이 당연한 ‘못된 세상’으로 전락한 까닭을 사회진화론에서 찾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진화론과 제국주의적 침략 한국사회에 진화론이 들어온 구한말은 일찍이 근대문명을 이룩한 서구열강이 물리력을 통해 전근대사회를 지배하고자 한 제국주의시대였다. 서구를 모델로 삼아 근대화를 추진하고자 했던 당시의 지식인들은 중국의 지식인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를 통해 진화론을 수용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근대화적 지향에 열중한 나라들에서는 예외 없이 진화론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심지어 오늘날 근대화를 지향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문명을 향해 진보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사회진화론은 필연적으로 제국의 패권주의나 식민지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귀결된다. 민족, 종족, 인종을 둘러싼 근대 초기의 텍스트에서는 문명이 발달한 민족과 그렇지 못한 민족이라는 차별구조를 사회진화론의 우열 관계에 의해 설명하고 있다. 어떤 민족이나 인종, 부족이 세력을 잃고 쇠퇴하거나 멸망하는 일을 진화론적 인과관계로 설명하게 되면, 그 원인이 제국주의의 폭력과 억압이 아니라 이들이 미개하고 저발전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합병해 식민통치를 시행할 때도 이 사회진화론을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진보의 주체는 인간 생물의 진화, 사회의 진화가 아무리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유기체나 사회가 발전하는 것을 상정한다고 해도, 이때 진화를 주관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예를 들어 침팬지 같은 유인원이 어떻게 인간으로 진화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떻게 보면 진화의 주체는 자연이나 신이 될는지도 모르며, 인간은 단지 진화의 대상일 뿐이다. 한편, 과학기술의 진보, 사회의 진보, 물질적 진보, 진보적 사상 등 진보와 어울리는 낱말들을 떠올려보면, 모두 인간의 정신이나 손이 닿는 대상임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진보란 어디까지나 인간이 주체로서 행하는 행위의 일종이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역사에 가장 어울리는 말일 수 있다. 벌집 건축의 진보, 우주의 진보, 동물적 진보 같은 예를 보더라도, 동물이나 사물이 이루어내는 일을 가리켜 진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진보정당, 진보 세력, 진보 학회, 진보 진영 등등, 정치적 성향이나 당파의 이름에 진화가 아니라 진보가 붙는 것을 보더라도, 진보란 인간의 독점물이다. 진(進)은 과연 절대 선(善)일까? 인간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 오로지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맞서 싸우고 악조건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다르다. 과연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창달하는 데 진화와 진보는 필수 불가결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근대 이후 진보나 진화처럼 ‘앞으로’를 외치는 사고방식이 군림하면서 제국주의적 약육강식과 자본주의적 적자생존이 판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단순한 구조에서 복잡한 구조로, 하등한 것에서 고등한 것으로 진행된다는 진화의 방향은 과연 발전이며 발달일까? 진화와 진보에는 모두 나아갈 진(進) 자가 들어 있는데, 과연 ‘앞으로’ 나아가는 진(進)을 절대 선(善)으로 볼 수 있을까? 여기에는 근대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깔려 있다. 21세기에 근대가 이룩한 거대한 문명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라는 방향도 좋지만, 때로는 ‘뒤로’나 ‘옆으로’도 좋을 수 있고, ‘뱅뱅 도는’ 순환도 유의미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벨을 든 소녀들 킹콩을 들다 영화 킹콩을 들다는 2000년 전국체전에서 15개 금메달 중 14개 금메달과 1개 은메달을 휩쓴 순창여고 역도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스포츠영화이다. 핸드볼만큼이나 비인기 종목인 역도와 여성 선수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계보를 잇는다. 평범한 학원드라마에 머물 수도 있었을 킹콩을 들다에 생동감을 부여한 것은 역도부 6인방을 연기한 젊은 배우들의 호연과 코치 역할을 맡은 배우 이범수의 관록 있는 연기다. 영화는 중반까지 시골 학교 역도부 소녀들의 개인사와 성장담에 집중한다. 전직 국가대표 역도선수였지만 지병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루저’ 취급을 받던 이지봉(이범수)이 역도부 코치로 소녀들과 만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영화는 저마다 상처를 안고 있는 시골 아이들과 이지봉이 만나서 어떤 시너지를 일으키며 변화하는지, 성공한 역도선수로 성장한 영자(조안)의 기억 속에 과거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 섬세하게 담아낸다. 여섯 명의 역도부 아이들은 각자 고민과 사연이 있다. 영자는 고아이고, 현정은 왕따이며, 여순은 아픈 엄마를 걱정한다. 보영은 뚱뚱한 몸이 부끄럽고, 민희는 패션에 민감하며, 수옥은 엉뚱한 모범생이다. 이들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시골 소녀다운 순박함과 순수함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뚝심을 보여준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얼떨결에 급조된 역도부, 역도의 ‘역’자도 모르는 소녀들은 추운 날씨에 역도복 하나만 걸친 채 운동장에 집합하는가 하면,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똥을 싸는 민망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웃음을 터뜨린다는 10대 소녀들답게 이들의 일상은 즐겁고 유쾌하다. 엉성한 훈련 과정에서 빚어지는 실수와 에피소드는 가식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디테일한 상황과 대사로 구축된 학교생활은 생생하며, 소녀들은 때때로 애처롭지만 귀엽기 그지없다. 모든 배우들이 힘들게 연습한 덕분인지 역도신도 어색하지 않다. 코미디와 훈훈한 정서가 잘 어우러진 영화는 무거운 바벨을 머리 위로 씩씩하게 들어 올리는 소녀들의 기합처럼 기운차다. 편견을 날려버리는 소녀들 위핏 영화 위핏(Whip It)은 일찌감치 제작자로 겸업을 선언한 배우 드루 배리모어의 첫 연출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할리우드에서 드루 배리모어처럼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젊은 배우도 드물 것이다. 생후 11개월 때 광고모델로 데뷔, 7세 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렸던 그녀는 너무 일찍 연예계라는 정글에 발을 담근,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스타였다. 그녀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위핏에는 그녀의 인생 편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주인공 블리스(앨렌 페이지)는 열일곱 살이나 먹었지만 외박 한 번 해본 적 없다. 미인대회에 한이 맺힌 엄마 때문에 주말마다 드레스를 입고 내키지 않는 요조숙녀 행세를 하느라 진이 빠진다. 그런데 반항할 용기도, 특출한 재능도 없는 평범한 소녀 블리스에게 예기치 못한 기회가 찾아온다. 인근 도시 오스틴에 놀러 간 블리스는 주말마다 젊은이들이 ‘롤러 더비(Roller Derby)’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활보하는 또래들을 만나 생전 처음 느껴보는 흥분에 고무된 그는 며칠 뒤 오디션에 참가해 정식 멤버가 된다. 롤러 더비는 단순해 보이지만 룰도 있고 스릴이 넘치는 경기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여자만이 참가할 수 있다는 것. 물론 미성년자는 안 되지만, 17살의 블리스는 나이를 속이고 부모님 몰래 롤러 더비에 참가한다. 체구는 왜소하지만 스피드 하나만큼은 타고난 블리스. 투지는 좋지만 속도전에서 밀렸던 헐스카우트팀은 날쌘 블리스를 영입하면서 승승장구하고 결승전에 오른다. 하지만 블리스의 진짜 상대는 롤러 더비에서 1등을 놓친 적 없는 상대팀 선수 메이븐(줄리엣 루이스)이 아니라 고집불통 엄마(마샤 게이 하든)다. 짙은 스모키 화장에 미니스커트, 망사스타킹을 신고 몸싸움과 스피드로 승부를 가리는 롤러 더비는 미식축구만큼 거친 게임이다. 당연히 보수적인 부모님은 이 게임을 이해할 수 없다. 딱히 꿈도 없지만 남들처럼 얌전히 살고 싶지는 않은 블리스는 이 신세계를 놓치고 싶지 않다. 남부 텍사스에서도 한갓진 시골 마을, 손님이라곤 노인네들이 전부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블리스는 큰 도시로 나가고 싶어 한다.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한 10대 소녀에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거칠게 사는 언니들은 선망의 대상이다. 블리스는 롤러 더비에 참가하면서 해방감을 만끽한다. 유머와 철학이 담긴 성장담 고정관념과 관습에 대항해 자아를 찾으며 성장하고,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휘해서 도전하며 성취감도 맛보는 이야기. 익숙한 내용이지만 위핏이 남다른 점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독창성과 감독의 철학이다. 롤러 더비 최고의 인기스타로 급부상한 블리스와 인기를 빼앗긴 상대팀 리더 메이븐(줄리엣 루이스)과의 관계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편 가르기로 규정되지 않는다. 승부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지만 레이스를 벗어난 메이븐은 블리스가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쿨한 인생의 선배다. 또한, 생소한 스포츠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 활력을 더한다. 롤러 더비는 미식축구나 아이스하키의 몸싸움뿐 아니라 쇼맨십까지 필요한 스포츠다. 어른들의 눈엔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하는 쌈박질로 보이겠지만 선수들은 자부심과 긍지가 넘친다. 영화를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은 배우들의 역동적인 롤러 더비 장면들은 짜릿한 흥분과 유쾌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넘치는 에너지와 사랑스러움으로 시종일관 미소를 띠게 한다는 점이다. 미숙하지만 당찬 청춘들은 자신들의 열정을 아낌없이 발산한다. 전작 주노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줏대 있는 소녀 역을 잘 소화해 낸 배우 엘렌 페이지는 블리스 역에 적격이다. 마샤 게이 하든의 안정적인 연기와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도 위핏의 짜임새를 탄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감독 드루 배리모어가 다혈질 선수로 등장한 이 영화는 그의 영상 자서전 같다. 스스로 체득한 인생에 대한 통찰력, 반항심과 고집, 용기와 자신감, 도전정신이 넘쳐 난다. 그리고 후배이자 또래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선 격려와 연민, 깊은 공감이 느껴진다. 자신의 삶의 궤적이 담긴 대사 하나에도 진정성이 배어난다. 메이븐이 “내 나이 서른여섯이고 서른한 살에야 내가 잘할 수 있는 롤러스케이트를 만났다”고 말하는 장면은 배리모어 자신의 고백처럼 들린다. 이에 비해 영화 킹콩을 들다의 후반부는 신파드라마로 급선회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역도부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자, 이지봉과 대립하던 여고의 역도 코치가 그들을 갈라놓고 스승과 헤어진 소녀들은 힘을 잃는다. 이후 비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관객의 눈물을 위해 소녀들은 비인간적인 손찌검과 발길질까지 감내해야 한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사제 간의 정으로 극복한 드라마는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지나치게 도식적인 감독의 이분법은 오히려 감동을 희석시킨다. 동일하게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위핏과 비교했을 때 이런 아쉬움은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문화적 차이가 있고, 메달 색깔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역도 선수들과 롤러 더비 선수들을 단순 비교하긴 무리지만, 인간 승리의 감동드라마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한국적 정서가 안타깝다. 위핏의 블리스가 속한 팀은 결국 2등에 머물지만 울음을 터트리지 않는다. “2등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를 격려한다. 모든 사실이 발각된 블리스가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완고해 보였던 부모님이 블리스의 진심에 마음을 열면서 변화되는 모습, 블리스가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등 인생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선이 부럽다. 진지하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담긴 독창적인 성장영화를 한국에선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자기소개서란? 자기소개서란, 취업이나 진학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다.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지만 개인이 지나온 시간을 자서전적으로 기술하거나 자신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할 학교나 기업체에 선발되겠다는 목적을 가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각 학교나 기업체는 신입생이나 신입사원, 경력사원을 선발할 때 일차적으로 지원자에게 이력서, 성적증명서,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게 하고, 제출된 서류를 심사해 면접 대상자를 선발한다. 이력서와 성적증명서, 자기소개서는 면접의 기초적인 질문 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선발의 결정적 자료가 된다. 이 중 성적증명서는 지나간 과거를 나타내는 자료이므로 고칠 수 없으며 연습을 통해 개선할 수도 없으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준비를 통해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충분히 대비한다. 이력서가 지원자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라면, 자기소개서는 한 개인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즉, 이력서에 객관적으로 기재된 사항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지원자의 성장과정이나 가치관, 성격 및 특기, 대인관계와 지원 동기 등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자신의 능력과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을 담당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사표현 능력과 설득을 위한 비판적 사고, 논리적 전개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어법에 맞는 문장 표현, 다양한 관점의 비판적 사고, 효과적인 진술 방식, 글의 논리적 체계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면접을 볼 때 답변이 자기소개서와 다르면 지원자의 신뢰성이 의심받게 되므로 복사본을 보관하고 면접하기 전에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에 애매하게 표현됐거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답변을 준비한다. 자기소개서 작성원칙 간결성 글이 간결하다는 것은 글쓴이가 쓰고자 하는 내용 즉, 표현하고자 하는 요점 중심으로 군더더기가 없어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다는 것을 말한다. 문장을 간결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요점만을 표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고, 수식어와 접속어가 너무 많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되도록 문장을 짧게 쓰고, 문체나 호칭, 종결형 어미 등은 일관되게 한 가지로 통일해서 쓰도록 한다. 자신이 쓴 글이 간결성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자신이 쓴 글을 여러 번 반복해서 수정한 후에 처음 쓴 글과 비교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쓴 글과 수정한 글을 비교하면서 간결성을 해치는 습관화된 표현들은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 솔직성 자기소개서가 진학이나 취업의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해서 지나친 자기 미화 또는 과장, 그리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써서는 안 된다. 자기소개서는 면접 자료로 활용되므로 면접 과정에서 거짓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능한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최근 학교나 기업체들에서는 인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허위 기재가 드러난 경우에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참신성 각 학교의 입학사정관과 기업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분 이내가 전체의 39%, 1~2분 정도 본다는 대답이 21%였다. 결국 남들과 똑같은 자기소개서는 담당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부한 표현, 누구나 사용하는 고사성어나 인용구 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하므로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담당자의 눈길을 끄는 참신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많이 읽어 보는 것이 좋다. 자신이 담당자가 되어 다양한 자기소개서를 비교하면서 어떤 글이 참신하고 흥미를 끄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나 기업체의 자기소개서 양식을 조사해 그 양식에 맞추어 직접 작성하고, 자신이 작성한 글의 구성과 표현들을 다양하게 변형시켜봄으로써 어떤 구성과 표현이 더 참신한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명료성 명료하다는 것은 분명하고 뚜렷하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각각의 문장이나 단락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글이 명료한 글이다. 일반적으로 글이 명료하지 못한 이유로 첫 번째는 추상적이거나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다. 가령 ‘저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라는 표현은 ‘어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어떤’ 자리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글을 읽는 사람이 공감하기 어렵다. 또한 ‘굴곡이 없는 인생이 없듯이 저 역시 수많은 굴곡을 겪으며 이를 이겨냈습니다’라는 표현 같이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과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자신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어법에 어긋난 표현을 썼을 때이다. 주요 문장성분을 생략해 의미가 모호한 경우, 수식어의 위치가 잘못돼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 구조어가 잘못 사용된 경우, 지시어나 접속어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된 경우 등 어법에 어긋난 표현은 글을 읽는 이가 글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이밖에 다의어를 사용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인용, 또는 잘못된 어휘의 사용으로 글의 명료성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글을 명료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전체적인 글의 구상과 개요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작성해 내용의 중복을 피하고 항목별 요점을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 타당성 타당성이란 사리에 맞고 온당한 성질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보편적이고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에 서술한 내용들은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져야 하며, 지원자의 특수성에 편향된 내용이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가치관을 서술함에 있어 가치관이 합당하고 보편적이지 못하다면 인사담당자는 지원자의 조직 적응력이나 리더십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일관성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저는’이라는 자신을 나타내는 표현이 나중에 ‘나는’ 또는 ‘본인은’ 등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며, 문체에 있어서도 구어체나 문어체 중 어느 하나로 통일시켜야 한다. 또한 경어의 사용이나 호칭의 사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호칭, 어조나 문체의 일관성만큼 중요한 것이 내용의 일관성(주제의 일관성)이다. 자신이 해당 업무의 적임자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한 후, 그 주제에 맞춰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을 ‘노력하는 나’ 또는 ‘창조적인 나’ 등으로 정했다면 자기소개서의 내용은 ‘노력하는 나’ 또는 ‘창조적인 나’에 맞는 내용으로 꾸며져야 한다. 객관성 자기소개서는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남을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이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나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어휘나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함에 있어서 주관적이고 배타적인 시각이나 표현은 삼가고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선에서 거부감 없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PAGE BREAK]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 Step 1 자기소개서 양식 확인 각 학교나 기업체는 인원을 선발할 때, 자기소개서의 양식을 지정하거나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자필로 쓴 자기소개서를 요구하거나 온라인으로 자기소개서를 입력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자기소개서의 양식이나 제출 방법 등은 각 학교나 기업체에 따라 다르므로 지원자는 자신이 지원하는 학교나 기업체의 요구 사항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일정한 양식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제시된 틀에 따라 내용을 작성하면 되고, 특별한 형식이 없는 경우에는 지원자가 자유롭게 작성하게 되는데, 이 경우 일반적으로 성장과정, 성격(장단점), 업무와 관련된 활동사항 및 주요 경력, 지원 동기 및 희망업무, 장래포부 위주로 작성하면 된다. Step 2 학교나 기업체에 대한 정보 수집 자기소개서는 학교나 기업체의 선발에 자신이 적임자임을 알리는 글이므로 지원할 학교나 기관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해야 효과적이다. 지원하는 학교나 기업마다 건학정신과 기업정신, 이념이 다르고, 교육 방향 및 사업 진행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자는 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하는 학교나 기업체에서 선발되기 위한 나만의 장점 및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Step 3 주제 정하기 자기소개서는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나 기업체에 선발되고자 하는 목적성 강한 글이며, 자신의 능력을 알려 자신이 적임자임을 설득하는 글이다. 따라서 지원자는 자신이 적합한 인재임을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을 하나의 주제로 정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이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학교나 회사라면 ‘도전적인 나’ 또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나’ 등의 주제를 선정해 자기소개서 내용을 작성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나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에 초점을 두고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Step 4 내용 구상과 정리 정해진 주제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에 들어가야 할 일반적인 내용인 성장과정, 성격과 가치관, 생활태도, 학창생활과 경력사항, 지원 동기 및 포부 등을 작성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내용들은 자신이 정한 주제에 부합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전정신’을 주제로 정했다면 밋밋한 연대기적 성장과정이 아닌 도전적인 생활태도를 중심으로 기술하거나 도전에 따른 실패와 성공에서 얻은 교훈 등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Step 5 초고 작성 및 다듬기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따른 내용 구상과 정리가 끝났다면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어법에 주의하고 간결성 및 일관성 등 자기소개서 작성 원칙에 맞게 표현하여 주제에 초점을 맞춰 기술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후에는 시간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반드시 글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좋은 글이란 글쓰기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듬고, 고치는 과정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다듬기까지 끝난 글은 잘 보관해 두고, 자신의 경력이나 신상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수정해 다른 용도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의 기본 내용 성장과정 성장해 온 가정환경이나 성장 배경 등을 기술한다. ‘저는 0000년 00월 00일 OO에서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O남 O녀 중….’ 대부분의 자기소개서가 이와 같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대기적 서술이나 남들과 거의 흡사하게 단순히 나열하는 식으로 글을 시작하면 입학사정관이나 인사담당자에게 진부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자신을 뚜렷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유년기의 에피소드나 가족 관계에 얽힌 이야기 또는 자신이 정한 주제에 부합하는 경험 등으로 글을 시작하는 것이 보다 참신한 표현 방법이 될 수 있다. 유의할 점은 불우한 가정환경을 강조해 담당자의 감정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장점을 알려 선발되는 것이 목적이므로 부정적인 내용보다는 긍정적인 내용이 좋다. 나아가 유년기에 가졌던 호기심이나 문제의식을 지원자의 현재 관심이나 전공과 긴밀하게 연결해 언급하면 글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성격 및 가치관 자신의 성격을 서술할 때 ‘내 성격은 ~하다’라는 단정적인 표현보다는 자신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사례를 통해서 표현하는 방법이 좋다. 자기 성격의 장 · 단점은 해당 업무와 관련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고, 단점은 있는 그대로 솔직히 표현하되 비록 극복하지 못했더라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덧붙임으로써 자신의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가치관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자신을 포함한 세계나 만물에 대해 가지는 평가의 근본적인 태도, 또는 견해’이다. 즉, 좋음과 나쁨, 옳음과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등을 평가하는 자신의 기준을 말한다. 거창하고 화려한 가치관을 표현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기준으로 ‘나는 이러이러한 모습(태도)으로 살겠다’는 내용을 자신의 체험이나 존경하는 인물 등을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학창생활 및 경력사항 기관이나 기업체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학창생활 중 주로 대학생활을 쓰도록 한다. 자신의 전공이나 활동분야를 지원하고자 하는 업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시간순서로 작성하기보다는 업무와 관련된 사항을 중심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활동 사항일지라도 주제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언급함으로써 지원자의 다양한 경험과 세상에 대한 이해 정도를 드러낼 수 있다. 요즘 특히 강조되는 것이 인성과 리더십이다. 여기에서 리더십은 과거의 권위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원만한 대인관계와 사회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학창생활이나 경력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강조하는 것이 좋다. 특기사항이나 경력을 서술할 때는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홍보하는 글이므로 자신이 취득한 자격이나 기능, 외국어 능력, 리더십 등을 포함해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항들은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적는다. 지원 동기 및 포부 지원 동기 및 포부는 자신의 적성과 비전이 지원 분야와 얼마나 적합한지를 제시하는 것이므로 해당 학교나 기업체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전공 또는 희망 등을 연관시켜 구체적으로 밝힌다. 포부는 단순히 필요한 인물이 되겠다는 말이나 거창하고 과장된 구호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목표 성취나 자기 계발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강한 의지를 담아 진솔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좋다. [PAGE BREAK] 자기소개서 작성 시 유의해야 할 것들 ▶ 논리적인 문맥 연결에 신경을 쓴다 - 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이나 인사담당자를 설득하는 글이므로 논리적인 일관성을 갖추지 않고서는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다. 문장과 문장의 연결, 단락과 단락의 연결이 논리적이어야 하며, 글의 내용이 주제에 부합하는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 간결한 문장으로 쓴다 - 수식어나 접속어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하고자 하는 요점만을 간결하게 쓰도록 한다. 또한 분량이 정해진 경우에는 분량에 유의해 작성해야 한다. 한정된 분량에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부각시키는 것이 바로 능력이므로 분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 초고를 작성해 쓴다 - 한 번에 작성하지 말고, 초고를 작성해 여러 번에 걸쳐 수정 보완을 한다. 초고를 통해 글을 작성하면 글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요점에서 벗어나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자기소개서의 경우 여러 곳에 제출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원본을 두고 각 업체나 기관에 맞게 수정한 후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맞춤법, 띄어쓰기 등 어법에 주의한다 -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자주 틀리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그러므로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부호, 문장의 호응관계, 문맥에 맞는 어휘 사용, 올바른 구조어의 사용 등 어법 규정을 숙지하고 어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다. ▶ 최소한의 정보는 반드시 기재한다 -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나 기업체에서 양식을 제시하는 경우 그에 준해서 쓰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개성적이고 독특한 글을 쓰려는 욕심에 자기소개서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빠뜨리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한 개인의 개괄적인 정보는 이력서에 포함되어 있지만 자기소개서는 이력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까지 담아야 하므로 빠뜨린 사항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 지원 분야와 관련시켜 쓴다 - 한정된 분량에 쓰고자 하는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없으므로 지원 분야와 관련시켜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인터넷 용어, 유행어, 비속어, 사투리 등을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 비속어나 사투리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비교적 잘 지킨다. 그러나 인터넷 용어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자가 자기도 모르게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담당자는 지원자가 자기소개서를 경박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참신하고 독창적인 내용이 되도록 한다 - 자신만의 표현방법이나 구체적 사례를 찾아 읽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도록 해야 한다. 담당자의 눈이 개개의 자기소개서에 머무는 시간이 극히 짧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하자. 경력자의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교단에 선 후라도 다른 학교나 특정한 공모직 등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게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때 채용의 최대 관건은 경력이다. 직무 경력서는 자신의 경력을 최대한 기재해, 설령 지원하고자 하는 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요구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제출하도록 한다. 이런 경우, 기존의 직무와 새로 지원할 기관 간의 연결점을 본인이 찾아야 한다. 즉, 전 직장에서 이 · 전직을 하려는 동기, 전 직장에서 맡았던 분야, 그리고 마음가짐 등을 언급해 주는 것이 좋다. 경력자의 경우는 무엇보다 경력을 토대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직무경력의 나열 방법에는 시간적 경과를 쫓아서 기술하는 편년체 형식과 종사했던 업무 분야의 일만을 모으는 직무분야별 형식 등 2가지가 있는데, 직무분야별 형식은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은 사람에게 유리한 방식이므로 경력자라면 직무분야별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업무의 내용은 항목별로 알기 쉽게 정리해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참여한 연구과제가 많을 경우 일람표를 작성해 본인이 참가한 연구과제, 그 연구에서 본인의 역할 및 비중 등을 알아보기 쉽게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복된 업무 내용은 피하고 업무의 경험이나 면허 · 자격 등 경력에 관한 것은 빠짐없이 구체적으로 적어주도록 한다. 또한 업무와 관련해 활동하고 있는 모임 등이 있다면 함께 적는다. 자기소개서에 서술했다 하더라도 담당자에게 강조할 내용들은 이력서와 함께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원하는 분야에 선발되는 것이 목적이므로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게 좋을 것이다. 또한 전공 분야나 지원 부서와 연관이 적거나 없더라도 정보처리, 사무, IT 및 컴퓨터 관련 자격증은 제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신문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 신문 활용 교육이란 간단히 말해 ‘신문을 가르치고, 신문으로 가르치자’는 교육적 시도이다. 즉, ‘신문을 친숙하게 하고 신문을 학습에 활용해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러나 신문 활용 교육은 교육자료로서 단순히 신문을 활용한다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학생들로 하여금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도록 하고 신문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해 보다 경쟁력 있는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21세기 교육 환경에서는 중요한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신문은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회과에서의 신문 활용 교육은 ‘민주 시민의 자질 육성’이라는 교과 목표 달성에 적합하다. 민주시민 자질 육성은 사회에 대한 이해와 실천에 바탕을 둔다. 신문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기에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파악과 이해, 분석이 가능하며 여러 가지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사회 현상에 대한 간접 경험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문의 정파성을 걱정하는 교사들 신문 활용 교육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언론재단에서 전국의 교사 880명을 대상으로 신문 활용 교육 실태를 조사해 발간한 2006 한국의 NIE를 살펴보면, 신문 활용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 것이 ‘신문사의 정파성’이었다. 특정 신문이나 기자의 견해를 학생들에게 주입할 수 있으며, 신문마다 관점이나 논조가 달라 학생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교사들은 신문의 정파성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 아예 신문 활용 교육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직 교사들은 교육을 위한 신문 선택이 이데올로기적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신문 활용 교육의 교육적 효과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육 선진국들과 달리 학교 현장에 체계적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신문의 정파성을 수업에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신문 활용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 신문사들의 극심한 정파성을 수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신문사의 정파성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신문사의 정파성이 사회 인식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순기능적 측면도 있다. 모든 신문사의 논조가 천편일률적이라면 이 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정파성을 신문 활용 교육의 목표에 맞도록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신문이 정파적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교육적 차원에서 신문 활용 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한국에서의 신문 활용 교육 정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해결 방법이다. 신문의 구성 요소에서 신문사의 정파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사설이다. 따라서 사설을 수업에 적극 활용한다면 신문 활용 교육의 문제점과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설을 어떤 방법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사설이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를 시의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신문 사설을 논쟁 문제 수업을 위한 학습자료로 활용한다면 교육적 효과가 높을 것이다. 학생들의 합리적 의사결정 유도하는 찬반논쟁 협동학습(Pro-con) 수업모형 신문 사설을 활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방적 가치 주입의 문제, 학생들의 혼란스러움, 교사의 신문 선택에 대한 이데올로기 논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논쟁 수업 모형은 존슨 형제(Johnson Johnson)의 찬반논쟁 협동학습(Pro-con)모형이다. Pro-con모형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가진 학생 2명이 하나의 모둠을 구성하기 때문에 다른 논조의 사설을 각각의 학생들에게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즉, 특정 신문사의 사설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논조의 사설을 동시에 모둠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고, 일방적인 가치 전달로 흐를 우려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교사의 특정 신문사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시비에서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모둠 내에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바꿔봄으로써 일방적인 가치 주입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논리와 접하게 돼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신문 사설을 활용한 Pro-con 논쟁 수업에서의 마지막 단계는 다양한 관점과 주장을 종합해 모둠 내의 합의된 안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특정 사설에 치우치지 않고 학생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을 터득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자세한 수업 적용방법과 사례는 새교육 5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학교 교정의 명자꽃, 더욱 탐스러워진 그 자태에 마음 설레고, 대책 없는 봄비마저 내리니 곧이어 다투어 필 온갖 꽃들의 모습에 잠긴다. 또한 촉촉해진 들과 투명한 개울, 바람의 골짜기마다 봄꽃들의 수런댐으로 하루 종일 시끄러워질 날들 생각에 가슴 벅차다. 이 비 그치면 /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 푸르른 보리밭길 / 맑은 하늘에 /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 이 비 그치면 /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 처녀애들 짝하여 외로이 서고 // 임 앞에 타오르는 / 향연(香煙)과 같이 /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 이수복‘봄비’ 얼마 전, 신입생 입학식과 교직원 연수에서 낭송했던 이수복 시인의 ‘봄비’이다. 예술적 감성을 학교발전의 원동력으로 하겠다는, 그래서 학교가 가진 문화의 힘으로 학생들을 ‘문화적 인간’으로 키우자는 노력이 ‘문화와 예술’이라는 정규 교육과정을 탄생시켰고 행사활동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나 또한 그러한 흐름의 중심에 서서 학교를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말하기에 앞서서 내 삶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학생 · 교직원 · 학부모 모임은 물론 학교의 각종 행사에서 시와 음악 등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해 많은 관심과 변화를 일구어 내고 있다. 교실에는 시가 쌓이고 문화 · 예술 관련 독서가 눈에 띄게 늘었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초청 음악회에서는 우리 학생들의 관람 태도가 아주 훌륭하다는 지휘자의 극찬과 함께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일으켜 세우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오페라 관람과 문화예술기행, 시인 초청 특강 등으로 우리 아이들의 멋은 한껏 무르익어 가고 있다. 그것은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감성을 데우고 학교공동체의 문화적인 힘을 키우기 위한, 더 나아가 삶의 문제해결을 위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문화예술이야 말로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하는 풍요한 자리이고, 각자 주어진 일에 대한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겨울 가고 봄이 오는 길목은 강나루와 보리밭, 그리고 고운 꽃밭이 주는 경고에 따라 자신의 생명력을 예찬하면서 풀빛이 짙어지는 연유를 배우는 계절이라 알고 싶다. 풀빛이 짙어 온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곧 살아있다는 것이요, 살아 있음은 스스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고, 바람과 비 그리고 세월에 의해 썩어갈 뿐이다. 지금이 지난해 이맘때쯤과 달라진 것이 없다면 그 세월은 죽은 세월일 뿐이다. 따라서 나는 내 스스로가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각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명제를 안고, 교육의 본질과 기본에 충실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 “해야 하지만 하기 힘든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진행시키고 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어제와 현재의 연장으로서 미래를 인식한다면 곧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며, 개혁은 변화에 대한 대응의 한 방법으로서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삶의 본질이다 5억여 년 전 약육강식이 판치는 바다에 식상한 어류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강물 속이 프런티어(Frontier)로 느껴졌다. 그러나 바다 속 어류가 민물 속으로 들어가려면 삼투압을 극복할 수 있는 신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온몸을 비늘로 둘러싸고 심장을 발달시켜 펌프의 압력으로 삼투압을 막아내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런 노력이 진화로 이어지면서 3억 9000만 년 전 최초의 담수어가 나타났다. 민물 진입에 성공하는 어류의 수가 늘면서 민물 속에서도 약육강식은 시작되었다. 이렇게 되자 민물 어류 중 또 일부가 아직 아무도 살지 않는 육지를 개척할 전략을 수립했고, 육지에 오르기 위해 그들은 아가미를 폐로, 지느러미를 사지로 전환시키는 구조조정 노력을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이 진화로 이어지면서 3억 6000만 년 전 최초의 양서류가 상륙에 성공, 육상에서 동물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과당경쟁이 없는 프런티어(황무지)를 개척하려는 생존전략은 오늘날에도 현명한 삶의 방식인 것 같다.(윤석철 교수의 경영학 특강, p28~29). 먼 옛날, 자신의 몸 구조를 바꾸는 힘든 ‘구조조정’을 이겨내며 바다에서 민물로, 그리고 육지로 새로운 프런티어를 찾아 진화했던 생명체들의 역사와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의 위대한 발견인 “지구상에 살아남은 것은 ‘강한 것’이 아닌 ‘변화에 순응한 것’들이다”라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생각하면서 이 시대 교육의 프런티어와 시대 변화에 순응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가 교장의 화두여야 함을 안다. 습관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행동을 바꾸지 않고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콩을 심었으면 그 자리에는 콩이 열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콩을 심고 나서 팥이 나오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결과는 다르게 나오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가 말했듯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라는 엄중한 진리 앞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소략(疏略)한 자세는 삶에 좌절만 가져올 뿐이다. [PAGE BREAK] 거꾸로 된 지도 사람을 변하게 하는 요인에는 자신의 의지도 있지만 타인이나 문학 · 예술 작품에 의한 감동이나 충격이 큰 요인일 수도 있고, 같은 사물이나 상황을 한번 뒤집어 생각해보고 또다시 거꾸로 생각해보는 과정 또한 우리의 정신이나 행동방식에 새로운 변화와 활기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부임하는 첫해에 ‘21세기 선진해양국가’라는 타이틀로 구(舊) 해양수산부에서 제작한(정확한 제작연대는 알 수 없음) 세계지도를 각 교실에 부착하고, ‘상상력과 거꾸로 된 지도’라는 제목으로 선생님들에게는 별도의 연수도 실시했다. 부제는 ‘습관이나 관행에 얽매이면 거꾸로 된 세계지도는 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로 잡고 다음과 같이 연수를 진행했다.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위, 아래가 없으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세계지도는 서양인들이 지도를 만들면서 유럽의 위치를 좋게 표현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북극을 위쪽으로 한 세계지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의 꼬리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만주와 시베리아만 보면서 뭔가 답답함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위, 아래를 바꿔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이며 확 트인 바다로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은 곧 21세기의 핵심가치인‘창의성’이라는 현실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기, 한 사람이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 문을 밀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밀어 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것은 미닫이 문이기 때문이다. 그가 문을 열려면 ‘밖으로 밀어야 열린다’라는 생각을 떨쳐 버려야 한다. 만약 바깥으로 나가려는 한 사람이 교장이라면, 과거의 성공에 도취되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교장일 수도 있고 그런 모습이 더구나 나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내가 생각을 바꾸는 것,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결코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 배우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성숙하는 것이다. 조직이 조직원에게 베푸는 최고의 인센티브는 지독한 훈련 변화라는 것은 ‘창조’와 ‘진보’라는 바람직한 면을 갖고 있지만,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보호막을 깨려고 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안주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는 기존의 성공을 적당히 모방하고 바꾸어 나가는 것이 실패확률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는 ‘큰일’을 이루기가 어렵다. 즉, 보호막인 껍질 안에 들어 있으면 그때는 편안하지만, 그 껍질 이상은 자라지 못하며, 껍질을 찢고 나오는 아픔을 두려워해서는 영원한 애벌레 신세를 면할 수가 없다. 그런 점 때문에 우리 학교도 보호막을 깨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2박 3일간의 교직원 워크숍, 일주일간의 수업공개, 고사 기간 중 오후 시간을 활용한 초청특강, 연 1회 이상 선생님 개인별 선진학교 방문, 코티칭(Co-teaching), 분기별 부장 워크숍, 2년 전부터 시작한 자체 강의평가 및 학부모 만족도 조사 등으로 보호막 깨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자리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08년 개방형자율학교 초창기에는 개혁에 대한 교직원들의 높은 피로도와 학교 재건축공사 직전의 상황에서 시설 및 공간 부족으로 인한 이중고에 시달렸고, 재건축공사 시작 후에는 “하필이면 우리가 다닐 때 어려운 공사를 하느냐”로 시작되어 “대학입시는 어떻게 할 것이냐”로 이어지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평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다. 더욱이 공사장의 소음과 먼지는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답이 없는 하드웨어의 문제를 안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쪽의 답을 만들어 내어야 하는 어려움을, 결국 경남여고 공동체는 각자에게 부여된 고통의 분량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고 버텨내는 자존심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다. 대학입시 성적이 근래 7년 만에 최고였음은 우리 경남여고의 지혜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의 정성, 그리고 ‘조직이 조직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인센티브는 지독한 훈련이다’라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변화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학교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분위기가 무르익자 특히 학교 개축공사로 인한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불만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고생 많다”는 서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누군가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한다”라는 것이다. 1년이 넘게 아직도 교실 옆에서 재건축공사는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올곧은 마음 하나 있다. “저마다 주어진 상황이 있습니다. 남과 같지 않은 그 상황이 곧 나의 삶의 몫이고 또한 과제입니다. 그때 그곳에 헤치고 나가야 할 일과 고난이 있기 때문에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겠지요.” 기본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다 고려대 교수이기도 한 김명인 시인은 시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한 학생의 물음에 “시 300편은 외워야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결국, 가장 좋은 시 습작과 교육은 시를 외우는 것이란 얘기다. 기본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즐거운 편지의 황동규 시인 역시 학생 때 시조 200편을 외웠고, 두보(杜甫)의 시는 30여 편 외웠다고 한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Tom Peters) 박사는 “초우량기업이라고 해서 평범한 기업에는 없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가장 평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것을 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2007년, 4000여 개의 고교가 참가한 일본 고시엔 야구대회에서 두 번째로 참석해 기적의 우승을 차지했던 사가기타(佐賀北) 고등학교의 우승 비결도 ‘시간을 잘 지킨다’, ‘예의를 지킨다’, ‘공부도 열심히 한다’ 등 인간으로서, 학생으로서, 운동선수로서 기본을 지키게 한 것이었다. 그렇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는 기본에 강한 개인이나 조직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기업가는 경영의 기본을, 식당을 하는 사람은 음식점의 기본을, 그리고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으로서의 기본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하여 학생들에게 좋은 본을 보여주는 선생님과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지독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예의 바른 학생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학교여야 함을 우리는 안다. 본교에 부임 후, 나는 교육 분야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기업체의 기본적이고 단순한 아이디어들, 즉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의사 결정을 분권화하며, 성과를 측정하는 등의 방법을 학교에 적용했다. 그것은 학교를 기업체와 유사하게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학교를 다른 성공적인 조직체처럼 운영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일을 100% 고치려 하기보다는 교육수요자의 적극적인 의견수렴, 교직원들에 대한 임파워링(Empowering), 교육성과에 대한 정기적인 피드백 등 기본적인 것들부터 조금씩 개선해 가고자 했다. 그리하여, 올해 우리 학교는 다음과 같이 3가지 핵심가치를 정하고 Innovation을 시도하고 있다. 2010년 경남여고의 핵심 가치 1. 수업시간 50분 지키기 2.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 없는 교실 3. 용의복장이 단정하고 예의를 잘 지키는 학생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효과적인 Innovation은 작게 시작하며 거창하지 않다. Innovation은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생활지도를 한 본교의 사례를 말하기에 앞서 걱정들이 앞선다. 전문계고교인데다 학교가 최악의 상황이어서 고심하며 방법을 찾아 바로잡아 갔고 그러다 보니 2007년, 2008년 2년 연속 충북도교육청 ‘생활지도 우수학교’, 2009년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의 ‘법질서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등의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막상 상황들을 공개하려니 다른 학교와 다름없는, 특별한 사안도 아닌데 유별난 호들갑으로 비춰져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굴곡진 어두운 터널에서 빛을 찾겠다는 희망찬 의지만 있다면 무언들 못하랴!”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어 생활지도 사례를 정리해 본다. 모쪼록 생활지도로 고민하고 있는 학교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번 호에서는 생활지도가 절실했던 본교의 상황과 배경, 원인을 찾아 나섰던 내용을, 다음 호에서는 생활지도로 바로 잡았던 사례를 중심으로 연재한다. 순탄치 않은 연혁 가진 제천산업고의 3년 전 모습 교장 공모를 위해 제천산업고등학교의 면면을 살펴보니 보통의 다른 학교와는 다른 이색적인 연혁을 가지고 있었다. 1980년 3월에 개교한 본교는 처음 사립학교인 한국광산공업고등학교로 시작됐다. 그러다 1990년에 공립으로 전환돼 1991년에 의림공업고등학교로, 2006년에는 제천산업고등학교로 교명이 변경되는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16여 년이 넘게 신입생 모집은 미달됐고, 필자가 부임하기 전 초빙교장 공모가 두 번이나 무산된 상황이었다. 학교의 연혁을 보니 많은 의문이 들었다. 왜 학교는 계속 변경돼야 했으며, 16년간 신입생 모집 미달사태가 반복되어 왔는데 그동안 왜 학교의 존폐, 통폐합이 거론되지 않았는지, 미달로 교육대상인 학생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년 교사가 계속 전출돼 장기근무 교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는데 남아 있는 학생, 학부모는 누굴 믿고 교육을 받아왔는지, 이런 본교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이었다. 의문점에서 시작해 답을 찾아보니 ▲ 광공업의 사양화로 한국광산공업고등학교를 유지할 수없었고, ▲ 교명이 변경된 후에도 진로가 불투명한 전문계고교 기피 현상이 만연해 있었으며 ▲ 생활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역사회에서 본교에 대한 이미지가 최악이었다. 학교의 막힌 맥을 찾아라 필자는 본교의 9대 초빙교장으로 2007년 3월 부임했다. 그동안 초대부터 8대에 걸쳐 어느 누군들 열정과 의욕이 없었으랴마는 학교의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1%(?)의 기대감을 빼고 99%는 자신이 없었다. 나라도, 이제라도 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바로잡아 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의욕을 다졌지만 눈앞에 바로 펼쳐져 있는 어려움을 떠올리면 ‘나라고 해서 별 뾰족한 묘수(妙手)가 나오겠나…’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학교 정상화의 여러 장애물들과 걸림돌을 눈앞에 놓고 이 상황을 넘어가야 하나, 피해 돌아가야 하나, 부수고 치우며 앞장서 가야 하나 방법상의 고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학교의 이런 상황을 책임질 사람은 누구일까를 생각했다. 교장? 교사? 학부모? 동문? 지역? 여러분은 과연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PAGE BREAK] 부임인사조차 할 수 없었던 학교 상황 마음먹고 다짐한 것과는 달리 부임 첫날부터 ‘그래도 학교인데 설마…’, ‘어떻게 그런 일이, 교사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학생이 그럴 리가, 부모가 설마, 동문이 어떻게 그럴 수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속됐다. 3월 2일 부임 날. 떨리는 마음으로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부임 인사말을 메모지에 성의껏 준비하고 단상에 올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교무부장의 진행이 시작됐고 “전교생 차렷!”이라는 구호가 외쳐졌는데도 학생들은 만사 귀찮다는 듯 반응이 없었다. 민망한 교무부장이 다시 한 번 구호를 외쳤지만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다. “지금부터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의 부임 인사가 있겠습니다. 전교생 교장선생님께 경례!” 그러나 학생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는 하는 둥 마는 둥 고개도 숙이지 않았다. 애국가와 교가 역시 부르지 않거나 극히 일부만 반응하는 상황이어서 부임인사가 될 것 같지 않아 그냥 교장실로 돌아왔는데 ‘어찌할 것인가…’하는 생각에 현기증이 났다. 마음 내킬 때 학교에 오는 학생들 3월 3일 부임 이튿날. 분명 등교시간은 9시라고 들었는데 교문 앞에 나가보니 9시 정각까지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불과 20여 명. 그대로 지켜보니 9시 10분, 20분, 30분 … 10시, 11시, 점심시간이 지나야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중간에 도망가는 녀석들 때문에 하루 종일 교문은 학생들의 들락거림이 이어졌다. 등교가 언제까지인지, 학교 수업은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나고 집에 가야하는지…. 지도도 없고 통제도 안 되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또 특이한 현상은 영업용 택시가 끊임없이 교내를 드나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콜택시를 타고 등 · 하교 하기 때문이라고 어떤 선생님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고를 한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교사들 수업이 시작됐는데 출석부가 교무실에 그대로 있다. 교사들은 아예 출석부를 안 가지고 수업에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학생 수가 4〜명인 반에서부터 20〜5명인 반까지 다양한데 그나마도 교실이 텅 빈 느낌이었다. 교실이 늘 그런 상황인데 교사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수업시간에도 책상 위에는 교재가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수업에 무관심하고 교사는 밖을 바라본다. 학생들은 엎드려 있거나, 잡담하기 일쑤이며 거침없이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사물함은 열려 있거나 비어 있고 문짝은 떨어져 있거나 낙서투성이다. 교실 뒤편 게시판은 게시물 없이 빈 상태로 오래 방치된 듯 구멍이 나있고, 교실 바닥에는 껌과 침 자국이, 교실 벽면은 온통 흉한 표현의 낙서였으며 책상 상판은 구멍이 뚫려 있거나 칼로 깊게 흠집이 나 있었다. 교실 앞 양편 게시판에는 학생 얼굴을 붙였는데 볼펜이나 뾰족한 꼬챙이로 거의 다 찍혀 현상 수배 포스터 같은 흉측한 모습이다. 학교 전체가 완벽한 흡연장 학교는 완벽히 흡연장화 되어 있었다. 어느 교실은 한구석에 소변과 꽁초가 한데 어우러져 있고, 화장실에는 누런 소태가 굳어진 위에 담배꽁초가 쌓여 포화 상태였다. 화장실 벽면에는 담배 불을 짖이겨 누렇고 검게 그을린 자국들, 각종 못 볼 낙서 등 지옥이 따로 없었다. 실외는 더 심했다. 통제 불능 무질서 학교 부임 첫날 점심시간이 되어 급식소로 갔다. 역시 입구 계단부터 청결상태는 엉망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모두들 왁자지껄 소리치고, 식판 두드리고, 줄서기는 없으며 식당 벽면은 낙서, 음식 찌꺼기 흘러내린 흔적, 바닥은 고개를 안 숙이는 편이 차라리 마음 덜 상했다. 이런 상황을 영양사나 조리사가 통제할 수 없는데도 선생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해서 영양사에게 물어보니 학생들은 2층에서 먹고, 교직원들은 1층 교직원 식당에서 별도로 먹는단다. 따라서 학생 급식은 통제 불능 상태였다. 교내 어디든 상관없이 고성과 괴성이 오가고 상대가 누구든 일단 기선제압을 위한 혐오스럽고 위협적 언사가 난무했다. 그런데 이런 주변에 교사가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고 이해가 안 됐다.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자극적 표현에 험악한 인상을 곁들여서 내 뱉는 아이들을 교사들은 못 본 체 고개를 돌리고 이방인처럼 방관하고 흉까지 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못 들었는지, 듣고도 안 들은 척하는 건지, 아이들이 두려운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교내 구석구석에서 싸움, 폭행, 금품갈취가 천연덕스레 반복되는 것을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학교의 전반적인 상황을 체크해보니 어떻게 이렇게 방치하고, 무관심 · 무책임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언제부터 이 지경이었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