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8,643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
文 “교육본연 본질회복” 李 “곽노현 정책 계승” 후보 단일화가 끝났다. 보수‧진보 진영은 각각 문용린(65)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호(63)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단일후보로 확정하면서 서울시교육감 재선거(12월19일) 선거전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당선자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인 1년 6개월간 서울교육의 수장을 맡게 된다. 민주진보서울교육감후보추대위(이하 추대위)는 13일 김윤자, 송순재, 이수호, 이부영, 정용상 등 5명 후보 중 여론조사,배심원 투표, 시민선거인단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이 전 위원장을 단일후보로 확정했다. 문용린 교수는 이에 앞선 2일 교육계원로회의와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의 결선 진출자 3인에 대한 최종 투표로 보수 단일후보로 추대됐다. 문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제40대 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8월 정년퇴직했다. 2003년부터 6년간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9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중1 시험폐지 등 서울형 교육과정 도입 △교사의 전문성과 위상 제고 △안심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교육적 특별배려를 통한 서울형 복지구현 △서울의 학습공동체화 등을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교육본질을 회복하고 가치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앞선 교육감들의 구속으로 서울교육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면서 “교육자다운 선거,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국어교사 출신인 이 전 위원장은 지난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주도했다가 해직된 뒤 전교조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을 거쳐 1998년 복직했으나 2008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면서 사표를 냈다. 현재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혁신교육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 확대 △지방교육자치 강화 △고교 선택제 폐지 △학교비정규직 교육감 직접 고용 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교총은 14일 본격 선거전 돌입에 대한 논평을 내고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혁신학교, 고교선택제 폐지 추진 등으로 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이 컸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곽 전 교육감 정책 심판의 의미가 크다”며 “후보들은 이들 정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 정책선거가 되도록 하고, 포퓰리즘 공약 남발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규석 전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 이상면 전 서울대 법대 교수,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 최명복 서울시 교육위원(성명 가나다순)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했다.
실천 노력당부, 정부 적극지원 약속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공동이사장 안양옥 한국교총회장‧손병두 삼성꿈장학재단이사장, 이하 인실련)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했다.(사진)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는 인성에 달려 있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나라가 크게 도약할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선 만큼 더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고,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약속했다. 안양옥 공동이사장은 “인실련의 성공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라는 대통령님의 격려에 힘입어 인성교육 실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인실련 상임이사 및 지자체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박승호 포항시장은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감사나눔운동’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박 시장은 ‘인성교육과 학교폭력예방 대안’으로 감사나눔운동의 전국적 확산의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감사배지를 전달했다. 배지를 받은 이 대통령은 “지자체에서 이 같은 정신운동을 범시민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인실련은 가정ㆍ사회ㆍ학교분야 219개 단체가 ‘인성이 진정한 실력이다’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난 7월24일 결성됐으며, 지난달 31일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공모, 인증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수사례를 선정하는 등 범사회적 차원에서 실천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안양옥 공동이사장을 비롯해 강은성 대한어머니회연합회장, 김종기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사장, 이기영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장 등 단체 관계자 20여명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이성희 교육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4일 교과부는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학교방문 외부인의 출입증 패용 의무화 ▲2015년까지 일정 규모 이상 모든 학교에 경비실 설치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학교 CCTV를 최소 51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기기로 교환 ▲학교 교사(敎舍) 자동개폐 출입문 운영 개선 ▲안심알리미 서비스 ‘SOS 국민안심서비스’ 전환, ▲경비원, 배움터지킴이 등 학생보호인력 운영 내실화 ▲학교 안전에 대한 교육감 및 학교장의 책무성 강화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학교현장은 이를 크게 반기는 반면, 일부 학부모단체는 교육주체 중 하나인 학부모의 학교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번잡하다며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학부모들의 자녀인 학생 안전이다. 2009년 강원도 춘천 모 여고에서 발생한 20대 정신병력자의 3차례 무단 침입 행패, 2010년 서울의 ‘김수철 사건’, 지난 9월 서울 모 초교에서 발생한 10대 정신병력자의 초등생 ‘묻지 마’ 폭행, 5일 경기의 한 고교에 만취한 10대 3명이 난동을 부린 사건 등의 충격적인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교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임에도 폭력, 성폭력, 절도, 방화 등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권보호법 제정 등을 통해 학칙에 외부인의 학교출입 절차 명시 등 학교·학생 안전망 구축 마련을 촉구한 이번 교과부의 방안은 학교현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학생 보호와 학교안전을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교과부의 방안이 학생안전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행정당국의 예산과 인력의 지원 등 정책적 지속성과 학교구성원 및 지역 사회가 다소의 불편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또 외부인의 출입증 패용 의무화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를 거부하거나 응하지 않는 방문자의 퇴교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근거 마련도 필요하다. 이번 교과부의 방안이 빈발하는 외부인의 학교출입에 따른 강력범죄에 대한 보여주기식 대응으로 끝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교육행정당국의 정책 지속 의지와 국회 및 정치권, 사회의 적극적 협조와 지원을 촉구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 김태완)이 ‘2012년 미래학교’로 선정한 전국 5개교(경남 서상초, 충남 차동초, 제주 위미중, 대구 포산고, 충북 청원고)중 충남 서산에 위치한 차동초등학교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전교생 81명 가운데 25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인 이 학교는 특수한 여건을 잘 활용하여 공동체의식과 학력향상, 세대화합 및 글로벌 리더십의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 받았다.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캐나다 북한 등 7개국 25명 다문화 학생이 어울려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고 다중언어교육으로 차별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차동초. 5학년 학생들이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을 자랑하고 있다.“한국어 배우고 중국어 가르치고” ▨7명은 일반,7명은 다문화 학생으로=“아, 어젠 여기도 눈이 왔어! 이번 겨울에 내린 첫눈이야.” “啊,昨天我们这也下雪了! 是今冬下的初雪.” 12일 오후 충남 서산 차동초 5학년 교실. 한 학생이 한국어로 읽자 옆 짝꿍이 중국어로 다시 그 내용을 알려준다. 그렇게 같은 반 친구가 서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은 낯설지만 예뻤다. 5학년은 14명 아이들 중 4명이 중도입국학생, 3명은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학생으로 구성된 통합학급이다. 중국에서 중도 입국한 학생들이 중국어 발음을 알려주고 3학년 때부터 영어, 중국어, 일어 등 다중언어교육을 받아 온 일반 학생들이 우리말 발음을 교정하며, 교사에게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언어습득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서정숙(사진) 교사는 “이전 학교에도 다문화 아이들은 있었지만 존재를 드러내는 것조차 꺼린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나라로 편견을 갖지도, 거리낌이나 거부감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친구 1명을 중국이나 태국이라는 나라 전체로 보면서 일반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교사는 “너 중국에서 왔어? 중국은 그렇다면서? 식으로 ‘○○=중국’으로 확정짓지 않고 문화를 이해하는 눈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면서 “아이들 마음에 진정한 글로벌화가 담기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보람 있고 기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산시만 봐도 3개교 중 1개교에는 다문화학생이 있고 나라도 20여개국에 달한다”며 “천안이나 안산은 공장형 이주지만 우리 학교는 전형적인 농촌형으로 결혼 특히 재혼 이주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도입국자녀와 현지 다문화가 섞일 수밖에 없으며, 형편이 어렵고 가정문제가 복잡한 아이들이 많아 학교의 보살핌이 많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중국어를 잘 모르는 엄마에게 기분이 나쁘면 중국어를 하는 등 가끔은 부모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여러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이라 어른스러운 면도 많아 교사들이 주는 사랑에 몇 배 이상으로 감동을 돌려주기도 한다”는 서 교사는 “대학원 전공과목을 작년부터 다문화교육과로 바꿨다”면서 “지금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잘 적응하도록 하고 멋진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야말로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깨닫게 해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수업만으로 유창하게 술술~ ▨ 5학년 박현진 학생의 영어, 일어, 그리고 중국어=차동초는 전교생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교육을 받는다. 영어는 교육과정 1시간 순증, 중국어는 창체, 일본어는 방과후에 운영함으로써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누구나 기본적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다. 매학기 개최되는 다중언어 말하기대회를 통해 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학생도 배출됐다. 5학년 박현진 양이 그 주인공.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신 대로 공부했다”고 당차게 말한 박 양에게 2010년 다문화공감학교로 지정된 이후 달라진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건물이 커졌고, 학교 버스가 생겼으며, 선생님이 많아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2009년 29명 복식4학급이었던 학교가 현재 81명(유치원18명, 예비학교 14명 포함하면 100여명)으로, 교사도 원어민․이중언어강사 등을 포함해 22명으로 늘었다. 공동학군제로 인한 스쿨버스 운행 등 박 양의 지적대로 차동초는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7개국에서 온 친구들이 있고 3개 국어나 할 수 있으니 좋지 않냐”는 질문에 박 양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 학교가 정말 좋아요. 그리고 3개 국어 아니에요. 한국어까지 4개 국어에요.”라고…. 유치원-중학교 잇는 모델학교로… ▨ 김경호 교장의 미래 설계도=지난 3월 부임한 김경호(사진) 교장은 모든 교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 학교를 발전시켜온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차동 학생들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2010년 서산교육지원청 지정 다문화교육센터, 2011년 충남도교육청 다문화거점학교(행복공감학교)를 이어갈 미래를 고민하다 2012 미래학교에 지원을 하게 됐다는 것. 김 교장(사진)은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교육개발원의 컨설팅을 받아보고 싶었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방향을 잡아 주신다고 하니 정말 든든하다”고 말했다. 8개월 남짓 짧은 기간이자만 김 교장은 한서대와 MOU를 체결, 여성가족부 주관 다문화 10년 종단연구를 시작하는가 하면 공감학교 운영비지원 이후를 대비한 지역사회 후원 등 준비 작업도 챙기는 한편 다문화 단설유치원 유치, 인근 중학교와 다문화교육 통합교육과정 운영 등 다문화 모델학교 정립을 위한 초석도 하나하나 다지고 있다. 82학번. 젊은 교장이면서도 구성원들과 잘 융합해 한마음으로 학교를 이끌어가고 있는, 인터뷰 내내 궁금했던 김경호식 리더십의 원천은 마지막 멘트에서 알 수 있었다. “우리 학교는 저만 잘하면 됩니다. 교감 선생님 이하 다들 너무 열심히 하시거든요.”
한국교총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13일 진흥원 스마트회의실에서 업무협약식을 갖고 학생·교사·학부모의 평생교육·학습 기능 강화 및 문화 확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최운실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과 전국학부모지원센터를 운영하고 학교기관들과의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뜻을 함께 해 나가면 미래교육 환경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평생교육법에 의거 2008년 2월에 설립된 국가 단위 평생교육 추진 전담기구 이다.
혼자만의 ‘열정’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통’수업으로… “수업을 객관적 시각에서 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디오 코칭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출연을 신청한 김선두 소래중 교사(33)는 “제 수업을 촬영하면서 연구도 했지만 함께 관심을 갖고 지도해주는 수석교사가 있는 학교도 아니라 혼자 분석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고정시켜놓아 자신의 표정이나 세밀한 상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객관적 시선을 갖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지도를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내고 비디오를 끄기도 했다. 사실 이 순간이 김 교사에게는 ‘결정적’ 포인트였다. 교실에 설치한 넉 대의 카메라와 전문가 조언을 통해 그동안 발견할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스스로의 모습에 혐오감까지 들었다고 표현했다. 아이들이 느끼는 김 교사는 ‘화를 많이 내는 무서운 선생님’이었다. 그동안 가졌던 수업에 대한 열정은 혼자만의 열정이었다. 김 교사를 위한 전문가 코칭의 핵심은 아이들과의 ‘소통’이었다. 김 교사는 자기 고백, 함께 사진 찍기, 편지쓰기 등을 통해 아이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타 학교 수업참관, 모의수업, 교과학습모임 참석 등을 하며 수업 개선에 노력했다. 2학기 들어서는 협동학습을 활용해 수업에 변화도 줬다.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김 교사에게 전문가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협동학습을 차라리 하지 말라”는 혹평까지 했다. 김 교사가 다시 소통의 끈을 놓고 혼자만의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의식 수업에 한계를 느끼고 협동학습을 시도했는데 기계적으로 새로운 기법 도입에만 몰두해 일방적으로 협동학습 활동을 전달하고 통제한 것이다. 이후 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수업 내용에 담고자 노력했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수업 내용과 연관시키니까 의미도 있고, 흥미를 갖게 돼 아이들도 더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코칭을 받는다고 기적처럼 확연히 달라지지는 않더라”면서 김 교사는 “오히려 수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스트레스는 받지만 반응하지 않는 아이들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제는 기대한 수업의 틀에 아이들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짜증내지 않고 반응이 없을 때는 자신이 준비한 사례를 소개해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오고, 의외의 반응이 나오면 함께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방송 카메라와 전문가 코칭의 도움으로 자신도 모르던 문제를 발견하게 된 김 교사는 “아는 만큼 바뀔 수 있다”며 깊이 있는 조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몇 번의 공개수업으로 이뤄진 장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업을 꾸준히 보고 면밀히 장단점을 파악해 지도‧조언하는 코칭이 이뤄진다면 많은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김 교사는 “변화의 가장 큰 원동력은 교사 자신의 치열한 고민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아직도 배우는 과정이라 수업이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촬영을 하고 코칭을 받으면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더 나은 수업, 아이들과의 관계 개선을 고민하면서 조금씩 발전한 것 같아요. 상황에 낙담하기보다는 고민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방송: 14일(수) 오후 7시 35분
가을비가 내리고 있고, 이 비때문인지 은행잎은 더욱 노랗고 소나무는 더 푸른 듯하다. 하지만 교정 곳곳은 지고 있거나 이미 떨어진 잎으로 가득하다. 가을이 절정에 이른듯 어디서나 잎이 떨어지고 날리고 굴러다닌다. 교정의 금목서는 아직도 향기를 발하고 은행잎은 하나 둘 딩굴어 쌓여가고 있다. 하나의 나뭇잎도 이 세상의 사물이라면 우리는 이 가을에 수천 수만의 세계와 작별하고 있는 것이다.
교장이 아파트 동대표 회장이면 아파트가 교육적 냄새가 난다. 바로 필자가사는 아파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니 이게 무슨 말? 직업은 못 속인다고 하던가? 학교에 수목 표찰을 붙이더니 이번엔 아파트 단지 내 수목에도 표찰을 붙였다. 왜? 품격 높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다. 수목 표찰, 안 붙여도 그만이다. 나무 이름 몰라도 그만이다. 그러나 필자의 철학은 그게 아니다. 나무사랑은 나무 이름 알기부터 시작된다. 상대 이름을 안다는 것은 관심의 시작이다. 이름을 알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나무의 특성도 관찰하고 애정을 쏟게 된다. 자연에 사랑을 갖는다는 것, 인성이 올바르게 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8동이다. 676세대가 거주한다. 우리 학교보다는 넓이가 작지만 나무의 종류와 수량이 더 많다. 우리 학교 수목 표찰은 25개다. 조경업자가 조사한 30여개 표찰을줄인 것이다.우리 아파트 조사한 것을 보니 총175개다. 동별 앞,뒤, 옆으로 구분하여수종당 한개의 표찰을 붙였을 경우다. 표찰이 너무 많으면 보기에 흉하다. 교육적 요소가많다고 좋은 것은아니다.175개를 75개로 줄였다. 우리가 익히 아는나무이름은 제외 하였고보기 드문 나무에 표찰을 달기로 하였다. 이 선정 작업에는 평소 나무에 관심이 있고 아파트를 자주 둘러본 경험이 소중하게 작용하였다. 여기서 특이한 사실 하나.우리 학교 수목 표찰 달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시기가 9월이라서그런지 나무이름과 표찰이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아파트의 경우, 시행착오가 발생했다. 조경업자도 헷갈리는 나무가 있나보다. 매화나무와 살구나무다. 우리 이파트엔 매화나무가 없다. 그리고 산수유와 산딸나무, 그리고 이팝나무 구별하기. 사전 조율을 거쳤지만 산딸나무 4개와 이팝나무 3개 표찰은 나무가 없어붙이지 못했다. 비 오는 일요일 아침, 핸드폰이 울린다. 조경업자가 가지고 온 수목표찰을 확인하고 나무에 명찰을 붙인다. 쉽게 작업이 끝날 것 같은데 오래 걸린다. 오후 2시가되어서야 모든 작업이 끝났다. 마무리확인 단계다. 조경업자와 함께 단지를 돌면서 이상유무를 확인한다. 스트로브 잣나무에 리기다소나무 표찰이 붙어 바로 잡았다. 이래서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비 오는날 작업을 하니, 지나가는 아파트 주민이 유심히 바라본다. 어느 주민은 필자에게 목례를 하며 미소를 보낸다. 고마운 분이다. 동대표 활동이나 쉬는 날 이런 활동은 시간외 근무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봉사다. 본인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아침을 먹지 못하였는데 배고픈 줄 모르고12시 경에 식사를 하였다. 조경업자로부터 배운 것도 있다. 꽃사과와 아그배나무 구별법. 나무 열매는 비슷하지만 꽃사과는 아그배나무보다 열매가 크다. 꽃사과 열매는 어른 엄지 손가락크기로 작은 사과 모양이다. 조경업자는 말한다. 관련 자격증은 있지만 활용한 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린다고. 알고 있는 지식, 재충전하고 써 먹어야 진정 내 것이 된다. 우리 아파트 주민들. 이제 출퇴근 길에서 아파트를 산책하면서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리라 믿는다. "아, 한 여름에 노란꽃이 피는 저 나무가 모감주나무였구나! 그런데 한 겨울에 진한 고동색의 씨앗주머니가 매달려 있네!" 더 관심 있는 분들은 표찰에 붙어있는 학명, 과, 특성, 용도까지 읽어보면서 나무에 대한지식을 넓히리라. 교육자인 것이 이래서 좋다. 세상의 다방면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사물에 대해 넓게 알아야 하는 직업이다. 남을 가르치려면 내가 먼저 알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찌기 간파하였다. 인생의 사는 목적은 배움에 있다고, 우리가 세상을 사는 것은 한 평생 배우다가 가는 것이다.
우리는 날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이란 이런 저런 계기로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서 그에 걸맞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학교들, 사업체들, 가족들, 개인들로 하여금 피부로 느끼게 하고, 진짜 도전과 어떤 면에서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또한 이런 도전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원칙을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인생은 하루의 일과가 축적되어 자기 삶이 이루어진다. 누구나 이같은 하루 일과를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일이 있다. 이를 수행하는 회사원은 자기의 지위에 의하여 상부의 지시에 의하여 일을 수행하는 양이 많아지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생각하는 일이 많아 무엇을 할 것인가 헤메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일 배우는 학생이라면 선생님이 제시한 과제도 있을 것이며, 더 멀리 미래를 보는 학생은 자기 스스로의 계획에 의하여 공부를 해 갈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습관화가 되지 않으면 소중한 시간이 의미없이 지나가면서 많은 시간이 지나도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침팬치와 사람의 유전자 차이는 겨우 2%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겨우 2%가 동물과 인간으로 갈라 놓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습관 하나가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닐 때가 많다. 직장에서 퇴근하거나 학교에서 돌아가면 습관적으로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나 TV를 켜고 일주일 프로그램 순서까지 다 외우는 움직이는 리모콘이 되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내가 컴퓨터를 켰지만 이것이 지속적인 행동으로 습관화되면 컴퓨터가 나를 사로잡게 된다는 것이다. 습관은 이렇게 우리를 묶어둔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된다. 누가 보아도 평범한 사람인 것 같지만 이런 잘 못된 습관에 묶인 사람은 언젠가 기구절창한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자기개발을 하지 않아서 무능한 사람이 되어 어디에서나 짐만되는 불쌍한 사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루에 5분이나 10분만 투자하여 스케줄을 체크하는 습관만 잘 익혀도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긴다면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첫째. 규칙적으로 매일 최소 5분에서 10정도 투자한다. 둘째. 내일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또박또박 기록한다. 셋째. 오늘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총점검한다. 넷째. 일일목표 리스트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해 나간다. 다섯째. 일과 중에 일의 시작이나 종결과 함께 완성도를 바로 체크한다. 이같은 5분이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다. 문제는 습관이다.
지난 9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전국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파업이 진행된 9일 전국 학교 곳곳에서 급식차질이 빚어졌다. 전국 1217 개 초중고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가 초래되었다. 그 결과 각 가정과 학부모들은 도시락 준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는 학교대로 단축 수업, 간식 준비 등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만약 앞으로 이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장기 파업 등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면 우리 교육과 학교에 큰 소용돌이가 몰아칠 우려가 있다. 이제 교육 당국과 학교회계직 노조원들이 팽팽히 맞서기 보다는 양측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물론 학교회계직원 노조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노동법 적용을 받고 있고, 노동자로서의 권리주장을 위해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파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해 당장 급식 중단 학교의 학생, 학부모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 갑작스런 급식 중단에 따른 학생, 학부모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 일반 근로 현장이 아닌 교육의 장으로서의 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나아가 미성숙한 학생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 파업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초중고교 학교회계직원은 50여개 직종에 15만여 명으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연합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산하 노조가입 인원은 3만5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등 급식종사원이 6만5천여 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교무행정실무원 1만3천여 명, 특수교육보조원 6천7백여 명, 과학실험보조원 4천8백여 명 등이다. 따라서 이번 파업으로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부문은 바로 학교급식이며 급식대란으로 이어질 경우 학교현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파업참가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및 불법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행정조치를 적용하는 등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 급식 중단사태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볼 때 공허한 메아리에 가깝다. 또 학교장 입장에서 집단적으로 연가를 신청하는 경우, 연가시기 변경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최근 관내 학교에 “학교 비정규직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냄에 따라 학교장의 인사 통제권은 무기력하기만 한 실정이다. 이 경우 학교장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치사항이나 행정력을 행사할 여지가 사실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나 학부모 동원 등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는 점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의 채용제한’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이달 중 2차 파업이 예상돼 있고, 장기적 학교급식 중단이라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체 인력풀의 투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쟁의행위 지배‧개입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하지만, 대체 인력 활용은 학생․학부모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강하고, 노조의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회계직원의 임금체계, 고용안정, 근무여건 등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보지만, 무상급식에 따른 교육예산 부족 등 재정여건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점진적 개선이 옳다고 본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위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해결자세를 견지하고,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와 노조가 외나무다리 대결을 할 것이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다양한 방안을 정책에 반영하여야 하며, 노조와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가 예산,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여 타당한 조건을 주장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올 연말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그들이 주장하는 요구사항인 호봉제 도입, 준공무원 내지 정규직 전환, 교육감 직접고용 및 직접적인 단체협약 요구 관철을 위한 파업은 일반 국민들에게 다분히 노조의 힘을 과시하는 정치파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거리로 나선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은 정규직 직원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임금은 더 적게 받는다고 성토했지만, 교육 당국은 무조건 그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없는 여러 가지 제약 사항이 엄연히 상존한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하다. 또한, 학교회계직원도 엄연히 책임 있는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무성을 갖고 파업 강행을 자제하여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파업의 이유와 과정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런 급식중단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자라나는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볼모로 한 쟁의와 그에 따른 권리쟁취는 결코 사회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호봉제와 교육공무직 전환 등과 같은 정규직으로서의 임금체제 개편은 단기간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검토해 나가야 하며, 비정규직 노조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요구 사항을 연차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탄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여 학생들의 급식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은 학생들과 관계없는 성인들의 정책적 문제인 것이다. 학생 급식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은 학생들과 관계없는 성인들의 정책적 문제인 것이다. 결국 교육 당국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당노동행위자 엄벌, 합법 파업과 불법 파업의 한계 명확화, 무노동무임금 규정의 엄격 적용 등으로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학교회계직원들도 자신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학생들을 볼모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수단의 목적 정당화는 언어도단이다. 아무리 목적이 타당에도 수단이 목적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업이라는 극단적 요구보다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호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정부 당국과 비정규직 노조 측이 합리적인 대안 마련으로 이번 사태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학생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정당화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학생들은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숭고한 인격과 인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존재이다. 특히 그들은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아갈 미래의 동량들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그들을 볼모로 하여 성인들의 파업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일그러진 모습일 뿐이다.
요즈음 우리학교는 교원평가 기간이다. 제일먼저 동료평가가 이루어졌고,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진행되고 있다. 동료평가는 그런대로 잘 이루어졌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하면 평가에 참여하는 비율은 많아야 20-30%정도이다. 만일 완전한 자율로 맡긴 상황에서 50%를 넘겼다면 그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원평가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학생 만족도 보다 더 참여율이 낮은 것이 학부모 만족도 조사이다. 학부모들은 정말로 학교교육에 참여한는 일부 학부모를 빼고는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다. 설령 참가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모두 학생들의 결과와 같다. 학교에서 자꾸 참여를 독려하니 그렇게 해서라도 참여하는 것이다. 가정통신문이나 SMS를 활용하여 홍보를 해도 참여율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 학교교육에 관심이 없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단지 참여 자체가 부담스럽고 왠지 참여하기가 좀 그렇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하겠다. 평가를 위해서는 수업공개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들을 평가에 참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그 선생님을 잘 모르고 수업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수업공개를 하지만 참여하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수업을 보지 않고 평가에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지도 않고 참여를 할 수 밖에 없는제도를 만들어 놓고 강요하는지이해하기 어렵다. 수업공개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그래도 학교교육에 상당히 높은 관심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공개수업이 교사들이 마음먹은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학생들이 수업공개라고 해도 열심히 참여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보통때보다 더 분위기가 안좋은 경우가 많아요. 학부모에게 수업 공개를 위해서 나름대로 준비도 했는데, 학생들이 따라와야 제대로 수업을 하지요. 교실 분위기가 이런데 겉만보고 평가할 학부모가 걱정입니다. 수업이 잘 안되는데 그 평가의 결과는 뻔 한 것 아닙니까.' 어느 교사의 하소연이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욕설을 들어도 동료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교사의 자존심이 구겨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듣고 참아냈는지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교권침해 사례를 조사해도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 변화가 학생들에게 막말을 들으면서 수업을 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울교육감 선거 이야기도 간혹한다. 다른 정책에 대해서는 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교사들이지만,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체벌금지와 교권추락에 관한 이야기는 자주 오르 내리는 주제이다. 이번 교육감은 교권을 확보해주고 학생인권조례를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정책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책임도 함께 질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은 잘 안되고, 평가는 받아야 하고. 이게 무슨 평가란 말인가. 수업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교사의 책임이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안되는 것은 정책당국의 책임이다. 학교가 군대도 아니고,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여건에서 좋은 수업을 하라고 하는 것은 강요일 뿐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여 수업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왜 학생들의 분위기를 잡지 못하는지 교사가 아닌 일반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교사가 되어서 단 며칠 만이라도 수업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없다. 현재와 같이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가령 학부모라면 수업공개를 1년에 몇회 이상 본 경우라든가, 학생은 급우들의 추천을 받는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한다거나 하는 등의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요즈음 마케팅을 위해 설문조사를 해달라는 메일을 받고 있다. 처음에 1,2번 정도 응답하면 자격이 없다고 다음에 참여해 달라는 메시지가 뜨는 경우들이 있다. 교원평가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음주를 안하는 사람에게 음주에대한 설문을 한다면 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서울에 한번도 가보지 않는 사람에게 경복궁에서 가장 우수한 점과 가장 큰 단점을 지적하라고 하면 제대로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에 경복궁을 평가하려면 최소한 경복궁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지 않는가. 무조건 참여를 강요하기 이전에 좀더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맹목적으로 참여하는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로 인해 교사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한 제도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 시대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고 말한다. 스토리텔링은 어원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그 스토리(story)가 재미있든 이채롭든 감동적이든, 어쨌든 듣는 사람의 가슴에 와 닿아 공감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스토리의 생명력과 전달력이 생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이야기를 듣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간은 태고부터 이야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기록을 남기고 학습을 해온 것이다. 설화, 전설, 민담, 역사, 문학 등 모든 것이 스토리 형태를 갖고 있다. 이렇듯이 이야기는 인간의 DNA에 깊숙이 각인된 원초적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인 것이다. 최근에는 리더의 리더십에서 스토리텔링이 팔로워(follower)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효과적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버트 맥기(Robert Mckee·71) 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할리우드(hollywood)의 저명한 시나리오(scenario) 전문가이자 스토리텔링의 세계적인 대가다. 그는 리더십에도 스토리(story)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리더십의 요체는 팔로워(follower)를 설득하고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팔로워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펙트(fact)만 나열해서는 팔로워의 생각을 바꿀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리더는 펙트를 갖고 팔로워들의 감동이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리더는 단순한 이야기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팔로워를 감동시키고 설득하는 것이다. 스토리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강하고 지속력으로 메마른 현대인에게 감동을 주고, 새론 삶의 희망을 제시하는 새로운 리더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좋은 리더는 팔로워들에게 이야기로 의사를 전달한다. 좋은 리더는 팔로워를 부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 대하며,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스토리(story)로 팔로워를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스토리는 진실해야 강력한 공감이나 설득력이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좋은 리더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가 되어야 한다. 리더의 감성적인 역량은 강력하고 창의적인 스토리텔러의 만드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감성적인 리더는 한가지의 전문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식견과 지성이 좋은 리더로서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에겐 항상 신화 같은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셋째, 좋은 리더는 콘텐츠(content)에 이야기를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야기는 브랜드(brand)의 가치뿐 아니라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원천이다. 즉,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콘텐츠의 브랜드나 부가가치를 수십 배로 높이므로 좋은 이야기에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좋은 리더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설득의 힘을 키워준다. 리더는 팔로워(follower)의 주목을 끌기 위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좋은 이야기 자료를 발굴하는 가장 좋은 원천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다. 현재 정보화 사회의 다음은 감성,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기반으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이다. 따라서 좋은 리더는 팔로워들(follower)과 끊임없는 이야기로 소통하고, 감동과 의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이미지(image)를 만들어야 보다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움이 된 풍경 어느 해, 겨울 방학을 하던 날 아침. 때마침 눈이 내려서 그렇지 않아도 설레던 아이들이 더 더욱 방방 뛰던 교실. 방학 동안의 그리움을 잠시 달래 보려고 써 준 내 편지도 뒷전인 채 아이들은 집에 언제 가느냐고 성화였던 6학년 아이들. 한 아이씩 껴안아 주면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헤어지는 그리움을 나눠보고 싶은데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다. 어쩌면 방학이 더 설레는 것은 아이들보다 나였는지도 모른다. 방학을 시작함과 동시에 직원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교직 생활과 전업주부 역할수행을 하다보면 여행 자체가 희망사항이었으니. 백암온천을 거쳐 성류굴,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며 정동진까지 다녀올 계획이었으니, 수학 여행 가던 날 설레던 우리 반 아이들처럼 나도 붕 떠 있었다. 10년 만에 처음 배운 유행가 한 곡에 테이프까지 사들고 떠난 여행이니 나이가 들면 철이 더 없어지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장거리 여행으로 버스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데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여행 그 자체를 즐기는 나의 성품 탓이리라. 뿌리박고 살아온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잠시 뒤로하고 일로부터도 손을 뗀 채 나만의 사색으로 온전히 편안해지는 여행이 주는 속성이 좋은 것이다. 하루 동안의 허가 난 출가 시간은 열심히 살아온 1년을 보상하는데 결코 부족한 시간이 아니다. 세상 속에 살면서 나로부터 떠나볼 수 있는 찰나이지만 정신이 맑아지는 데는 그만인 여행! 함께 떠나는 직원들도 어느 때보다 더 친밀해지고 편안해져서 여행하는 동안에는 내 자신이 더 넓어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들 모두가 한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라는 생각, 지구라는 몸통에 매달린 각각의 지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다정해 보이는 것이다. 화석박물관에서 나를 돌아보다 그해 겨울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라면 경북 영덕에 있는 경보화석박물관이었다.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만나는 겨울 바다에 유유히 노닐던 갈매기도 나처럼 겨울 여행을 하는 것만 같았고 파도치며 부딪치던 물보라의 언덕도 추워 보이지 않았다. 어느 대양에서 밀려와 한 순간 부딪치고 떠나가는 물살에 밀려온 모래톱이 이루던 겨울 바다의 차가움이 낯설지 않고 다정했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화석을 보는 감회는 이국땅에 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최소한 1만 년 이상에서부터 수 억 년 전에 만들어진 진기한 화석들은 과거와 현재가 단절된 거리가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역사의 한 단면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도 특수한 환경에서만 화석이 된다는 증거들을 보며 숙연해졌다. 그날 그 화석들은 내 존재가 그냥 왔다가는 삶이 아니라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암시를 내게 던지는 것만 같아서 화석 하나하나를 대할 때마다 튀어나와서 말을 걸 것만 같았다. 과거 지구상에 존재한 수많은 생물 중에 극히 일부만이 특수한 환경을 만나 화석으로 보존되어 그 순간에 나와 만나고 있었으니, 그 인연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온 화석을 비롯해 보석으로 거듭난 돌들이 찬란한 빛을 내면서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넌 어디서 무엇을 만나 어떤 화석을 지상에 남겨 두고 갈 것이냐?'고 그것은 분명 화두였다. 지상에 남기고 가야할 화석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남기고 갈 것인지…….아름다운 보석까지는 못되더라도 추한 흔적만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숙제는 해야 한다는 답변의 고리를 붙잡고 지낸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죽어서도 말을 하고 나를 가르치는 화석 친구들을 보며 지구상에 먼저 살다간 사람만이 위대한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만이 온 세계를 움직여 온 것처럼 만들어가고 있는 인류의 역사 진술이 오만이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다. 조그맣고 가녀린 화석 하나가 지질의 연대를 측정하게 하고 지하자원을 탐사하는 지시자 역할을 해낸다니 역사를 만들고 꾸려 나가는 것은 온 생명체가 함께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맹렬한 화산 폭발의 순간에 죽음을 맞이한 아픔의 시각이 결코 헛된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아 수억 년의 역사 뒤에 빛을 발하게 되니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서 내가 뿌리고 살아온 말의 씨, 내가 행해 온 행동의 씨앗들이 어디서 싹을 틔워 수많은 세월을 뒤에 결과로 존재할 것이라는 상상 앞에 다시금 숙연해졌다. 어떤 화석을 남길까? 죽어서도 죽지 아니하는 삶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미물에도 다 똑같이 존재하는 평등한 삶의 진리! 45억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지구의 역사 속에 존재하고 사라져간 생명체들의 일부를 화석으로나마 보면서 의미 없는 삶을 면하려면 늘 특수한 환경을 스스로라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깨어 있음의 자각까지 들었다.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사는 화석의 의미는그해 겨울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나를 거쳐 간 그 많은 제자들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순간,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속에 어떤 식으로든 각인 되어 있을 나의 화석은 어떤 모습일지 부끄러움이 엄습해 왔다. 살아온 날들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게 된 그해 겨울 여행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성실하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란 늘 새로운 도전이다. 아이들 가슴 속에 나의 모습은 어떤 화석으로 남아있을까? 그리움으로 들여다보는 풍경이라면 고운 화석 하나쯤 남길 수 있었을 텐데. 이젠 내가 남길 뒷모습을 생각하며 살고 싶다.
즐거운 토요일이다. 오랜만에 집 뒷산을 올라갔다. 다리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놀란 것은 한 젊은 부부가 세 어린 아이를 데리고 산에 올라왔다. 한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도 산에 올라오셨다.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건강관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특히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그래야 학생들을 건강하게 잘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감동을 주는 글들을 자주 접한다. “아주 추운 어는 겨울 날, 한 농부가 누군가 부엌 창문을 계속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놀랍게도 창밖에서는 자그마한 참새들이 추위에 벌벌 떨면서 온기에 이끌리어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부질없이 머리로 유리 창문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농부는 옷을 껴입고는 아직 발자국 하나 없는 눈을 헤치면서 농장의 헛간 문을 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불을 켜고 지푸라기를 펼쳐놓고 그 위에 과자 부스러기를 뿌려놓았다. 과자 부스러기를 따라 따뜻한 헛간으로 인도하려는 농부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참새들은 그저 두려운 마음으로 어둠 속으로 숨어들고 말았다. 농부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다. 참새들 뒤로 가서 헛간 쪽으로 몰아보기도 하고, 참새들을 향해 공중에 과자 부스러기를 날려보기도 했다. 자기들 스스로 헛간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집으로 들어와서 몸을 숨기고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나 새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 이야기에 나오는 농부처럼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자그마한 참새들이 추위에 떨면서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사랑의 마음이 없었으면 추운 겨울 날 밖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날씨가 추운데다 눈까지 펑펑 내리고 있는데 나가겠는가? 농부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면 학생들은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다정한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 한 선생님께서 저에게 찾아와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학생이 “다정한 농부처럼 다정한 선생님이 좋아요. 관심도 가져주는 선생님이 좋아요” 이 이야기를 듣고 다정한 선생님이 되려고 결심을 하였다는 말씀을 하셨다. 다정한 선생님, 따뜻한 선생님을 학생들은 좋아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겁을 주면 아무리 사랑의 방법으로 다가가도 학생들은 가까이 하지 않는다. 농부가 사랑의 마음이 있었기에 농부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다. 참새들 뒤로 가서 헛간 쪽으로 몰아보기도 하고, 참새들을 향해 공중에 과자 부스러기를 날려보기도 했다. 자기들 스스로 헛간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집으로 들어와서 몸을 숨기고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나 새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새들이 농부에게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새들이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좋도록 행동해야 하겠다. 겁을 주는 선생님을 학생들은 원치 않는다. 다정한 선생님, 관심이 많은 선생님을 좋아한다. 선생님이 이웃집 다정한 아저씨처럼 훈훈함을 느낄 때 가까이 다가온다. 진정으로 다가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이해하게 되고 선생님을 따르게 된다. 다음 이야기를 읽어보면 농부는 집 안으로 들어와 곧 죽게 될 참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만일 내가 잠시 동안만이라도 참새가 될 수 있다면 - 그들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그러면 그들이 나를 보고 놀라지 않을 것이고, 그들을 따뜻하고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주었을 텐데.’라고 생각하였다.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참 중요하다. 그러면 학생들은 겁을 먹지 않고 멀리 하지 않고 떠나가지 않고 가까이 할 것이고 그들을 따뜻하고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주는 안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교과서에 대해 잊지 못할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교과서를 생각하면 메말랐던 기억의 샘물이 흥건해진다. 아니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지금도 교과서를 들고 다니니 마르지 않는 일화가 쌓인다. 특히 얼마 전에는 내 글이 교과서에 실렸으니 이야말로 기쁨을 창조하는 샘이 되고 있다. 어릴 때 새 학년이 될 때마다 몸과 마음이 훌쩍 커서 학교에 갔다. 고학년이 될 때는 교과서가 두꺼워지고, 글씨도 작아져 많이 컸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는 형이 입던 교복을 입었지만, 교과서만은 새것이어서 마음이 뿌듯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 후에 잿빛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다. 그때 ‘나는 훗날 무엇을 하면서 살까?’하면서 제법 어른스러운 질문에 답을 찾고 있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싹트기 시작했다. 공부도 멀리 했다. 나의 이런 마음에 대해 부모님은 시답지 않게 생각하셨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낫는 병이라며 무턱대고 학교로 등을 떠미셨다. 혼자서 가슴앓이를 하다가 하루는 빈 가방을 들고 학교에 갔다. 교과서는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그것이 반항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메마른 마음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아버지께서 학교를 그만 두라고 강하게 나오셨다. 교과서도 모두 버린다는 꾸지람이 들렸다. 무서웠다. 우선 가방에 책을 담고 뛰쳐나왔다. 친구 집에서 학교에 갔다. 다음 날 학교로 어머니가 찾아 오셨다. 그러면서 내가 교과서를 팽개친 비행은 담임선생님께도 낱낱이 공개 되었다. 그날부터 나는 선생님께 벌을 받았다. 담임선생님(원용문, 훗날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정년퇴임)께서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외워 오라고 말씀하셨다. 한 페이지 이상을 외워오라고 말씀하셨다. 수업 시간에 시와 시조를 외운 적은 있었다. 소설은 외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가혹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벌을 받으면서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별다른 대안이 없어 그냥 학교에 다녔다고 해야 맞다. 그러던 중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소설 외우기를 시키셨다. 조금 더듬거리기도 했지만, 학급 아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소설을 외우는 괴짜로 옆 반에도 소문이 났다. 그 뒤로 나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멋들어지게 외워 아이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은근히 국어 시간을 기다렸다. 선생님도 좋았다. 소설 외우기라는 다소 엉뚱한 벌로 나를 이끌어주신 선생님이 좋았다. 교과서의 문학 작품을 읽으며, 갈증만 나던 마음도 촉촉해졌다. 수업 시간에 담임선생님은 당신의 시를 자주 읽어주셨다.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 ‘원시인(이 별명은 선생님의 성姓에 시인詩人을 결합한 의미도 있었지만, 선생님의 후덕하신 외모와 수염이 많아 원시인原始人이라는 의미도 있었다.)’이라고 킥킥대며 놀려댔지만, 나는 선생님의 시를 받아써가며 외어보려고 했다. 나는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문학과 가까워졌다. 문학에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절망을 희망으로 역전시키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슬프면서도 장엄했다.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빼앗긴 들’로 표현한 이상화의 처절한 외침은 가슴을 울렸다. 생각해보니 나의 사춘기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현실과 지향하는 미래 세계에 대한 거리감 때문에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선생님을 뵈면서 꿈을 가졌다.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선생님처럼 글을 쓰면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망설일 것도 없이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로 진로를 결정했다. 이런 꿈은 대학에서 조병화 선생님과 남광우 선생님을 만나면서 더욱 굳어졌다. 두 분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만났던 분이다. 그 분들은 큰 산처럼 느껴졌다.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분들은 사치스러운 말씀이 없으셨다. 묵묵히 연구하는 모습만 보여주셨다. 그리고 따뜻한 사랑을 주셨다.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교직에 들어와 조병화 선생님의 시를 가르치는 날은 내가 더 수다스러웠다. 선생님의 사유(思惟)의 깊이까지 아는 것처럼 시를 해석했다. 남광우 선생님 글을 가르칠 때도 선생님의 호탕한 웃음소리도 흉내 내며 수업을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자신들도 선생님을 직접 만나는 것처럼 좋아했다. 수업을 하면서 고등학교 때 소설을 외우던 생각을 떠올렸다. ‘소나기’의 주인공 ‘소년’의 독백을 외우면서 수업을 했다. 아예 시 단원을 수업할 때는 교실에 빈손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그런 나를 멋있게 보았다. 졸지에 실력 있는 선생님이라고 소문도 났다. 나는 더 우쭐했다. 경기도 교육청 장학 지도 공개 수업 때도 이 방법을 썼다. 교과서를 교탁에 올려놓았지만 의식적으로 보지 않았다. 살짝 긴장을 했을 뿐 나의 강의는 푸른 산에 맑은 물 흐르듯 막힘이 없었다. 연습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나의 실력이 발휘된 것이라고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수업 평가 때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국어 담당 장학사가 무겁게 지적을 했다. ‘선생님의 현학적인 시 해석은 참 부럽습니다. 책도 안 보고 수업을 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수업은 선생님이 알고 있는 것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시간입니다.…….’ 얼굴이 뜨거웠다. 수업을 아이들과 함께하기 보다는 혼자 했다는 자괴감이 일었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자랑하듯 떠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그때 교직에 막 발을 디뎠다. 가르치는 일에 서툰 것은 물론 자신도 없었다. 즉 교실에 교과서를 들고 들어가지 않고, 교과서에 가르칠 내용을 메모하지 않은 것은 부족한 나를 가리기 위한 위선이었다. 대학 때 선생님은 우리를 가르치기보다 마음이 열리도록 기다리셨다. 시 한편을 읽고, 또 읽으면서 우리가 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셨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도 일방적으로 벌을 내리지 않으셨다. 특히 ‘소나기’를 외우게 하신 것은 내 마음을 읽고 계셨던 것이다. 그 일이 있고, 교과서를 꼬박꼬박 들고 수업을 했다. 이제 교과서에 깨알같이 메모를 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교과서에 이렇게 메모를 많이 하니 너희들도 따라하라고 일렀다. 내가 아는 것보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에 치중했다. 아이들의 흥미와 욕구는 무엇인지, 그들의 생각을 키우는 수업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고 보니 교과서는 나에게 삶을 가르쳐 주었다. 마음이 아플 때 교과서에서 위안을 얻었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도 소설 외우기 벌로 시작되었다. 교직에 들어와서도 교과서 때문에 가르치는 것에 눈을 떴다. 이런 교과서가 최근 새로운 기쁨을 주었다. 교과서에 내 글과 이름 석 자가 올랐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과 대학 때 조병화 선생님의 영향으로 글 쓰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노력한 결과 꿈을 이루었다. 열심히 썼다. 그 결과 내가 쓴 글이 교과서에 올랐다. 그것도 두 군데나 실렸다. 중학교 국어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면서 종류가 많아져서 그런 것이라지만 쟁쟁한 문인들과 함께 내 글이 올랐다는 것에 놀랍고 기쁘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과의 만남이 그렇다. 또 이번에 내 글이 교과서에 실린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좋은 글이 얼마든지 많은데 내 글이 운 좋게 실린 것이다. 나는 지금도 교과서를 통해 아이들을 만난다. 옛날 선생님이 교과서를 통해 아픔을 달래주고 꿈을 심어주셨던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교과서로 삶을 안내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마산제일고(교장 박근제)에서는 1.2 학년 후배들이 3학년선배들의 고득점 기원을 위한2012년 대학수학능력 수험생들에 대한 격려 행사가 있었다. 1.2학년 전체 학생들은 3학년 선배들에게 찹쌀떡과 초클릿을 선사하고 학교 중앙현관에서 교문까지 도열하여최선을 다해달라고 뜨거운 박수로 격려하였다. 2012 대학수학능력 수험생격려
요즘 아이들의 생활상은 다양하게 흐트러져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길거리를 다닐 때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다니는 모습이나 교복 옷을 입기는 하였으나 펄렁거리면서 다니는 등 학생으로써의 기본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식을 기른 부모도 바르게 기르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희박하며, 직접 지도를 맡은 교사도 무감각증인지 방치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그러나 아이들은 잘 지도하면 분명히 달라진다. 한 아이가 지도를 받고 필자에게 보내온 서신은 우리 아이들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체육수업 후 급식실로 가고 있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를 부르셨다. 그 이유는 운동화를 신은 채 급식실로 가고 있거나 실내화를 신고 체육수업을 받은 후 그대로 급식실로 향하던 우리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먼저 운동화를 신고 있던 친구들에게 실내화로 갈아 신고 나오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화가 나신 모습으로 실내화를 신고 있던 우리를 교장실로 부르셨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온갖 흙과 먼지가 묻은 실내화를 신고 급식실로 들어갔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아무생각 없이 실내화를 신고 흙을 밟던 내 모습이 굉장히 부끄럽게 느껴졌다. 수업이 끝난 후 조금이라도 빨리 밥을 먹기 위해서,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가 체육관에서 수업을 하게 되면 맨발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점 때문에 실내화를 신고 체육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등교한 후 1층 신발장에서부터 3층 교실까지 가는 그 동안에도 양말이 굉장히 더러워지곤 한다. 그 때마다 양말을 보며 짜증을 내거나 더럽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럽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문제 발생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항상 어떤 행동을 하기 이전에 옳은 행동인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행은 한 사람을 표현하는 것인데 행동에서부터 이미 ‘나는 예의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 것 같았다. 나 때문에 가장 청결해야 할 급식실 안에 먼지가 생기고 그 먼지가 호흡할 때 그대로 우리 몸에 고스란히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내 행동에 대해 많이 반성이 되었다. 앞으로 내 행동을 조심하는 것 뿐 아니라 주위 친구들에게도 잘 말해 주어야겠다. 실내화를 신고 중간걷기에 참여하거나 체육수업에 참가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친구야, 우리 운동화를 신고 나가자. 실내화는 실내에서만 신어야지! 실내화에 묻은 모래랑 먼지가 그대로 이 건물에 들어올 텐데 그러면 너에게도, 다른 친구들에게도 좋지 않을 거야. 우리가 먼저 조심해서 깨끗한 학교를 만들어보자!”라고 말하며 함께 운동화로 갈아 신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늘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학교장이 드리는 글 중 향기 나는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다. 글을 읽으면서 결국 향기 역시 언행과 같이 나를 표현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겉모습이 예쁘고 멋있어도 불쾌한 냄새가 나는 사람에게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 아무리 겉으로는 멀쩡하더라도 행동에 예의가 없고 상식이 없다면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나 자신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오늘을 계기로 향기 나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내 자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늦기 전에 깨달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부터라도 교복을 바르고 단정하게 입고 때와 장소를 가려 행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행동해야겠다. 앞으로 좋은 향기를 풍기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잘 가꾸는 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자유로웠던 농경시대처럼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슬로시티! 지난 10월 28일, 향수의 고장 옥천으로 슬로시티 여행을 다녀왔다. 청주에서 1시간만 달리면 대청호의 물가에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 처음 들른 곳이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이다. 이곳에 우리나라 최고의 하천풍경으로 꼽히는 부소담악이 있다. 부소담악은 부소무니 마을 앞의 병풍바위가 마치 호수에 떠있는 산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으로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했을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마을에 들어서기 전 언덕에서 호수방향을 바라보면 물위에 떠있는 부소담악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입구에서 문패 모양의 표석과 느티나무가 맞이하는 마을의 풍경이 한가롭다. 오솔길을 닮은 산길을 지나 정자에 오르면 부소담악을 비롯해 마을과 환산(고리산)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소담악은 갈수기와 만수위 때 높이가 달라지는 700여m의 절벽이 물줄기를 따라 병풍처럼 길게 이어진다. 생김새가 산맥에 가까워 높은 산을 산행하듯 암벽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송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다워 호수와 앞산을 바라보며 마음 편히 쉬기에 좋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날은 구름 위로 떠오른 고준영봉처럼 선경을 연출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다. 환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부소담악의 풍경도 멋지다. 추소리에서 가까운 군북면 이백리의 물가에 이지당(충북유형문화재 제42호)이 있다. 이지당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로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청주읍성을 수복하고 금산전투에서 700의병과 함께 장렬히 순국한 중봉 조헌이 제자들을 가르쳤고, 후에 우암 송시열이 이 고장의 영재들을 교육하여 인재를 많이 배출한 서당이다. 처음에는 각신서당이었는데 우암 송시열이 ‘산이 높으면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는 ‘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의 끝 글자 ‘지(止)’자를 따서 이지당(二止堂)이라 이름을 고치고 현판을 써서 걸었단다. 지금의 건물은 1901년에 다시 건축한 팔작지붕 집으로 본채와 누각이 있고 높은 단 위에 누마루를 두고 주변에 난간을 둘렀다. 대청에 조헌이 직접 쓴 ‘각신서당’의 현판을 비롯하여 ‘이지당기’, ‘이지당강학조약’ 등이 남아있다. 이지당에서 승용차로 30여분 거리의 안남면 연주리에 독락정(충북문화재자료 제23호)이 있다. 독락정은 절충장군중추부사를 지낸 주몽득이 1607년에 세운 팔작지붕 목조기와집으로 처음에는 정자로 지었지만 후에 유생들이 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서원 구실을 하였다. 1668년 당시 군수였던 심후의 ‘독락정’ 편액이 정자에 걸려 있고, 뒤쪽의 둔주봉은 바위산이 병풍처럼 솟아 있으며, 앞쪽의 물줄기와 산줄기가 용이 춤을 추며 승천하는 형상이라 선비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독락정 앞 냇가에서 물길 건너편을 유심히 살펴본 후 둔주봉으로 향한다. 독락정 뒤편의 둔주봉은 강원도 영월의 선암마을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과 동서가 바뀐 지형이 조망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상도와 강원도가 왼쪽, 전라도와 충청도가 오른쪽에 위치한 반전에서 스릴이 느껴진다. 초입인 안남초등학교 정문에서 거리가 가깝고 산세가 완만해 산책하듯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솔향기가 물씬 풍겨 운치가 있는 소나무 숲길을 걸어 팔각정자로 간다. 이곳이 동서가 바뀐 한반도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촬영 장소다. 아래를 바라보면 U자를 만들며 휘돌아나가는 금강의 물길이 한반도 지도를 만든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건축된 정자는 물굽이와 한반도 지형이 만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하기에 좋은 쉼터다. 정자에서 가파른 산길을 500여m쯤 더 오르면 둔주봉(해발 384m) 정상이다. 이곳은 S자를 그리며 흘러가는 주변의 물줄기와 산봉우리들이 다 내려다보일 만큼 조망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