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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북내초(교장 김경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원하는 강사파견 및 문화예술교육 대상교로 선정돼 방문교육을 통한 국악교육을 90시간에 걸쳐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통음악의 비중이 커진 음악교과에서 담임교사의 부담을 덜고 수준 높은 전문 강사로부터 수업을 받음으로써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높인다는 취지이다. 6월 첫 주를 시작으로 10월까지 90시간에 걸쳐 운영이 되며, 각 학년별 15차시 정도의 국악수업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수업 분야는 국악동요, 민요, 장구, 단소, 감상까지 맡게 되며, 음악시간을 재구성해 국악분야를 집중운영하게 된다. 이현미 강사는 “학생들의 호응이 좋고, 담임교사로 부터도 환영받아 즐거운 수업을 운영할 수 있어 좋다. 학생들이 우리음악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문 강사 방문교육프로그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고, 학교에서 강사의 관리와 평가를 맡아 더욱 실속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북내초등학교는 주암분교를 비롯한 도전분교와 운암분교 세 개의 분교를 가진 농촌 소규모학교이다. 주암분교에서 현대차 정몽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온드림스쿨 예술교실(합창교실)을 지원받고 있으며 도전분교에서는 ‘H-온드림 오디션 및 펠로’프로그램을 통해 1명의 예술영재학생이 선정돼 1년간의 교육비를 지원 받고 있다. 또한, 운암분교에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청소년 영화교실’도 지원받는 등 농촌 소규모학교에서 부족한 문화예술 감수성 기르기에 앞장서 노력하고 있다.
독서체험을 기반으로 하는 독서 내용 이해 능력 평가의 필요성과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통한 인재 육성의 필요성에 따라 교내 독서골든벨대회가 열렸다. 4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여 지정도서를 읽고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치 텔레비전의 '도전! 골든벨' 못지 않은 열띤 분위기 속에서 문제를 틀려 중도에 탈락하는 학생들은 아쉬움에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책을 읽고 자신의 지식 수준을 점검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가 학생들은 입상 여부에 관계없이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특성화 100개교 지정, 2017년 취업률 80%로 이르면 2015년부터 현재 2∼3년제로 제한된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이 1∼4년으로 다양화 되고 학사학위 취득도 가능해진다. 교육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전문대학 수업 연한 규제를 고도화된 산업 구조에 맞게 완화하기로 했다”면서 “수업 연한이 3년 이상인 경우에는 교육 여건과 NCS 기반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 후 교육부 장관의 사전 인가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4년제 대학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입자원이 감소하는 마당에 우수 전문대까지 4년제로 전환하면 학생 유치는 더욱 어려워진다. ‘대학 구조조정’을 내세워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을 풀어주는 데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날 오후 진행된 ‘전문대학 육성방안 공청회’에서도 수업 연한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전현중 동서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업 연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4년제 대학 동일 전공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므로 노동시장 수요를 고려해 전문대학이 효율적으로 수업 연한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길순 신구대 아동복지과 교수도 “새로 도입되는 1년의 비학위과정이 4년제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교양·취미 위주의 단기 교육과정과는 차별화돼야 한다”면서 “실업자, 재취업자 등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교육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여송 고등직업교육학회장(인덕대학 교수)은 “이미 4년제 대학도 학술중심의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률 등을 의식해 과거 전문대학이 개설한 실용학과들을 대거 가져가놓고 이제 와서 전문대학과 선 긋기를 한다는 비판이다. 논란이 많아서 였을까. 나승일 차관은 13일 “1년제, 4년제 전문대학은 있을 수 없고,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차관은 이날 오후 전남 여수 MVL호텔에서 열린 한국전문대교협 주최 '2013년도 전국 전문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보도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많다”며 이 같이 밝힌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발표된 전문대 수업연한 1~4년 다양화 방침과 관련 “꼭 2년, 3년을 채워야만 취업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가능하다면 1년만 마치고서도 일터로 갈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학생이 취업이 되면 수업연한에 구애받지 않고 우선 취직한 후, 재직자 계속교육을 통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나 차관은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 정책에 대해서도 전문대 총장들의 이해를 구하고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산업체는 인력난을 겪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문대가 진정한 특성화를 이룬다면 제2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문대 육성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전국에 139개 전문대학 중 70여개를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선정하고, 2017년까지는 100개교를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다음 주 전국 140여개 전문대학들로부터 특성화 모형 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주요 모형은 대학단위, 복합분야, 프로그램, 평생직업교육 등 크게 4가지다.조봉래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은 “이제는 일반대학, 지역대학, 전문대학 간 경쟁의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세계를 이끌어갈 직업 인재 양성을 위해 상생하는 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총이 교원정년 연장, 교육감직선제 및 교장공모제 개선에 여당인 새누리당이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10일 김희정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와 교육현안에 대한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요구했다. 안 회장은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고통분담 차원에서 교원 정년이 줄었으나 이제는 다른 일반직 공무원처럼 정년이 환원될 필요가 있다”며 “고령화 사회라는 사회적 여건과 교육전문인력 활용 차원에서 교원 정년 65세 연장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서도 안 회장은 “교육감직선제 폐지에 대해 국민 50%가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1년 앞으로 다가온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 교육감 후보의 교육경력은 유지하고 교육의원 일몰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스승의 날 기념식 교총-교육부 공동개최 및 청와대 초청 ▲교장공모제 개선 ▲학교 전기료 인하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교직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을 감안할 때 교육감 직선제의 개선은 필요하다”며 “현재 내년 지방선거 자체에 대한 큰 틀에서 정치개혁특위 활동이 전개되고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바람직한 방안으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답했다. 또 교장공모제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하지만 학교 전기료 인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최근 당정협의에서 학교 전기료 인하에 대해 제안했지만 당국에서 하절기 국가적인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이를 관철시키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최근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 제1사무부총장으로 당직을 맡으면서 새롭게 교문위 간사가 된 김 의원은 당에서도 교문위와 미래창조과학기술위원회를 담당하는 제6정조위원장으로 선임돼 여당의 교육정책 입안과 추진에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라오스 탈북 청소년 강제북송 사건으로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탈북 청소년들의 안정적인 국내 적응을 위한 학력 증진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국회 차원에서 열렸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 주최 ‘통일한국의 자산, 탈북청소년 학력증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1대1 멘토링을 통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 탈북 청소년들의 높은 학교 중도탈락률에 우려를 표했다. 제도적 문제에 대해 발제를 맡은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학교와 사회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입국 전 북한에서의 낮은 출석률과 탈북 후 제3국 체류기간 장기화로 학습공백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연구위원은 남북한 교육의 제도적 차이, 교육내용과 용어의 차이 등에서 오는 생소함 또한 학력저하와 중도탈락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력증진방안에 대해 발제한 유시은 고려대 교수는 “2010년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의 일반학교 중도탈락률은 우리나라 정규학교 학업중단률에 최대 8배에 이른다”며 “새로운 문화에 대한 충격, 탈북기간 중 학업손실, 자존감 저하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에 대해 발제자들은 교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은 “탈북학생들의 심리적 지지망으로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선생님과의 관계형성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성공하면 학업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긍정적인 적응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연구위원은 주지과목에 대한 맞춤형 개인 보충지도와 함께 다단계의 교재, 초중등학교 편입제 및 자유로운 유급, 월반 등 유연한 학제 운영, 1대1 멘토링제도 제안했다. 유 교수도 “탈북청소년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최소 1년 정도가 걸린다”며 “탈북청소년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나 경험 많은 교사에게 이 기간 동안 위탁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상훈 서울 문성중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탈북학생과 현직 교사와 멘토링을 통해 맞춤형 학습지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정책적으로 멘토링 지도비를 편성해 전국적으로 이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서동원 EBS 홍보사회공헌부장도 EBS를 통한 온․오프라인 학습 멘토링을 제안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심 의원은 “2만 5000여 탈북민과 2300명의 탈북 청소년은 앞으로 통일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들의 안정적 정착과 바른 교육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KBS 가요무대 진행자로 유명한 김동건 아나운서는 ‘방송 인생 50년 축하연’에서 “벽지에서 평생 가르친 초등학교 선생님, 뱃길을 밝힌 등대지기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 사회 각계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가슴 속에 선생님은 아직까지 그렇게 존경스러운 분으로 남아 있다. 지난 스승의 날을 전후해 선생님들께서 SNS에 올린 글과 사진을 모아 정리하면서 우리나라처럼 스승의 날을 온 사회가 기억하며, 현재 학생뿐만 아니라 과거 제자들도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미국의 경우에는 스승의 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직원의 날, 간호사의 날, 비서의 날 등등 기념일이 아주 많고 스승의 날은 그 많은 기념일 중의 하나로 여겨질 뿐인지 언론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학부모와 학생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내가 머무는 피츠버그에서는 교육장이 학부모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기면서까지 스승의 날임을 환기시키고 감사를 표해달라고 독려할 정도였다. 중학교에 재학 중인 막내가 카드와 함께 작은 초콜릿을 네 분 선생님께 전달해 드렸더니 일부 선생님은 집으로 감사 카드를 우송하고, 어떤 선생님은 교장선생님께 자랑했다며 지금까지 받은 카드가 별로 되지는 않지만 자기가 힘들 때 꺼내보면 큰 힘이 된다고 하시더란다. 10여 년 전 한국 스승의 날을 지켜본 미국 지도교수께서 한국 교육의 원동력이 바로 스승 존경 전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말씀을 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나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스승 존경 풍토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내가 한 이상으로 제자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선생님은 기본 점수 20점에서 시작해 자신의 노력으로 조금씩 존경을 획득해가고 있는 반면, 우리 선생님은 아직까지는 기본 점수 80점에서 시작해 학생과 학부모를 크게 실망시키지만 않아도 어느 정도 존경은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학생들과 사회로부터 큰 존경을 받는 교사가 있고, 아무리 교사를 존경하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존경은커녕 뒤에서 욕을 먹는 교사도 있기 마련이다. 이는 어느 사회의 평균수명이 낮더라도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평균수명이 높더라도 일찍 죽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교사인 나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도가 낮아지는 것같이 느껴질 때에는 사회의 존경풍토를 탓할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것이 오늘의 스승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일 것 같다. 한국 교육을 본받고 싶어 하는 세계인에게 내가 늘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스승 존경 풍토다. 존경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지식은 전달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삶의 가르침을 받기는 어렵다. 제자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스승 존경 풍토가 어우러질 때에만 교육은 전인교육이라는 그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학교도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생님, 교장선생님, 교수, 대학총장에 이르기까지 스승의 날 무렵에 올라온 글 대부분은 지금까지 가르침의 길을 걸어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남은 삶은 제자들을 위해 더욱 헌신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스승의 날을 통해 이를 준비하는 제자뿐만 아니라 스승도 새롭게 태어난다. 스승의 날이면 느껴지는 심적 부담이나 여러 가지 부작용을 예로 들며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사람도 있고, 아예 그러한 모습 보기 싫어 그 날을 휴업일로 정해버린 학교도 있다. 하던 일을 중단하기는 쉽지만 새로 시작해 뿌리내리게 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스승 존경 풍토는 다른 나라가 아무리 흉내 내고 싶어 해도 오랜 문화와 전통이 쌓이기 전까지는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교육력의 원천이다. 오늘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스승 존경 풍토가 계속 꽃피울 수 있도록 잘 가꾸어 내일의 또 다른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해내야 할 몫이다. 내년 스승의 날에는 내 지도학생들에게도 지난 스승들께 감사의 글을 올리도록 교육시켜서, 과거 제자들의 축하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시대의 스승이 더욱 늘어나는 스승의 날이 되도록 나 하나부터 꽃을 피워가야겠다.
김영길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은 16일부터 22일까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IEAM 2013’ 행사를 개최한다. IEAM은 공학엔지니어의 자격요건, 실무능력 상호 인증과 국제 간 이동을 지원하는 세계적 권위의 공학 분야 전문가 연합체인 ‘IEA’의 정기총회로 2년마다 개최된다. 올해 7회째인 이날 행사에는 25개국에서 공학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세상이 광속의 세상으로 변하다 보니까 우리 삶을 투사해주는 언어도 그만큼 변하기 마련이다. 언어에는 사람의 정신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서 이른바 유행어나 비속어 등을 들여다보면 그 사회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삼을 수 있다. 그래서 사회에서 통용되는 비속어(저자는 이를 이른바 ‘B끕 언어’로 표현함)에 대해서 어원과 의미, 사용법 등에 흥미를 갖고 이에 대해 해설한 재미있는 책(『B끕 언어』, 도서출판 네 시간, 2013년)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저자 권희린 씨는 현직 사립 고등학교 국어교사로서 비속어가 난무하는 교실 현장을 보고 그런 단어가 왜 쓰이는지, 어원은 어떠한지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 5분 비속어 수업에서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비속어를 단순히 쓰지 말아야 할 나쁜 언어로 치부하기 보다는 어원을 잘 가려서 실생활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면 오히려 언어가 풍성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비속어가 적절히 활용된다면 무미건조한 삶을 유머러스하게 만들 수 있고 말랑말랑한 삶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비속어를 남발하는 학생들도 그 어원을 따져서 의미를 알게 하니까 비속어 사용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무조건 쓰지 말라는 교과서적인 말 보다는 그 의미를 확실히 알려주고 나니까 충격을 받고서 비속어 사용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은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받아들였으면 하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이 책은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누어 놓았는데 각 분야마다 20여 가지 안쪽의 비속어를 알려주면서 어원을 밝히고, 사용법, 대체어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 경우 대안도 제시해 놓아서 나름 충실한 방향타 역할도 되고 있다. 한편 비속어가 분명 우리의 언어생활을 일부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내뱉는 순간은 시원하지만 내면을 서서히 오염시키는 정서적 환경호르몬이 될 수 있다는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유의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책을 통한 지식 습득 보다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외계어 등을 통해 언어생활을 많이 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비속어의 어원과 대체어는 한번쯤 고민하게 만드는 작용을 할 것이다. 책의 내용은 흥미로운 비속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많이 들어봄직한 말들이 나와서 지루하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갑자기 다가온 이른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쌓이는 요즘, 한번 부담 없이 낄낄대면서 읽어 볼 수 있고, 읽은 후 교훈이 잔상으로 남을 수 있는 교양도서인 『B끕 언어』를 권한다.
올해에도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정전 6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로 그 의미가 더하다.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을 시작으로 6·25전쟁 행사, 시민과 함께하는 호국 퍼레이드, 국민대통합 마라톤대회 등이 이어진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6월 29일 진행되는 ‘시민과 함께하는 호국 퍼레이드’일 것이다.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에서 서울 태평로 서울광장까지 3.7킬로미터 거리에 국방부 군악대를 선두로 국방부 의장대, 태극기 행렬, 국가유공자, 경찰 기마대, 경찰 악대, 경찰 의장대, 제복 코스프레 동호회, 풍물패와 일반 시민 등 약 1만 명의 행렬이 이어진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국민은 극히 소수이다. 중요한 것은 삶의 현장에서 호국보훈에 대한 학습을 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학교에서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학교교육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학교 관리자나 담당 교사의 관심과 열정이 없이는 아이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본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호국보훈의 달 관련 훈화를 현충일 전일 5일에 실시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작 학교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 차분하고 진지한 학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 한모금의 물에 몸이 시원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시골 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칠 때 한 학생이 기록한 내용을 읽어보니 국사 수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되는 시간이 됐다. '국사 ‘이런 건 배워서 뭣하지?’ ‘우리가 살아가는데 국사가 왜 필요해?’ 이러한 짜증스런 마음으로 수업에 임했던 2학년! 3학년으로 올라오고 보니 조금은 역사에 흥미가 생겼지만, 그래도 아직은 국사란 과목은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어느 국사 시간이던가, 졸려서 하품을 하다가 문득 역사속의 인물이 나라는 가정을 하고 상상을 해보았다. 책을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너무도 위급하고 우리나라를 구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정말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뒤로 국사시간에 흥미가 생기더니 지금은 그래도 자신 있는 과목 중의 하나가 됐다. 또, 수업시간마다 해주시는 교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성적도 향상시켜 주시고, 무엇보다도 국사에 흥미를 갖게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학생들에게는 6.25 전쟁 당시 학도병의 일기(포항 전투에서 숨진 이우근)로 그의 주머니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일기를 소재로 영화‘포화 속으로’가 만들어졌다는 소개를 했다. 통일에 대한 관심도 애국도 점점 옅어져 가는 현실에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아이들에게 꼭 한 번 낭랑하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시이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명은 될 것 같습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 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 같은 청결한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켜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순천하면 떠오르는 것이 만이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깊숙이 들어간 순천만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하다. 지금은 자연생태공원으로 국제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 직접보지는 않았지만, 순천만의 아름다움은 마음속으로 충분히 그려낼 수 있다. 그 정도로 많이 듣고, 사진으로 많이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큰마음을 먹고 순천으로 향한다. 2013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어 가기로 했다. 승용차를 이용할까 하다가,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매일 타는 자동차보다 기차가 타고 싶었다. 어린 시절 기차 여행의 향수가 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 기차 여행은 최고의 호사였다. 그 기분을 느끼려고 기차를 택했다. 그리고 수도권에서 멀리 가는 여행이라 기간도 넉넉히 잡았다. 인근에 선암사까지 가는 계획을 세웠다. 순천에 도착하는 날은 선암사로 향했다. 남녘의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답다. 하늘로 뻗은 나무들, 그 사이로 부는 바람들 모두가 향기를 낸다. 남도 사람들의 구수한 말투도 달게 느껴진다. 선암사 입구에서 먹은 산채 비빔밥은 산 내음이 그대로 난다. 음식을 먹고 나니 건강해졌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발길도 가벼워진다. 사찰은 천년 세월을 이기고 버텨온 흔적이 보인다. 고찰답게 고즈넉한 분위기다. 오래된 절이 오히려 경건함을 더한다. 세월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 사찰뿐이 아니다. 나무, 물 모두가 멋스러움을 더한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멋지게 서 있고 싶다는 욕심을 담아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러 박람회장으로 갔다. 셔틀버스 등 교통편이 편리하다. 준비를 많이 한 탓이다. 또 기분이 좋은 것이 있다. 순천만 정원박람회라는 이름이다. 엑스포라는 이름이 안 붙어서 좋다. 여기에 정원 대신에 가든 엑스포라는 이름이 붙었으면 어땠을까. 정원이 주는 정겨움과 아늑함이 없었을 것이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많다. 입장권을 발급받으려는 줄이 길다. 그런데 나처럼 인터넷 예매 자는 관람권을 따로 발급받는다. 순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쓸데없는 우월감도 들었다. 아무튼 빠르고 편안한 입장으로 몸이 가벼워진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은 말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다. 박람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온통 초록이 보인다. 그 위로 떨어지는 햇살은 왜 그리 마음조차 푸근하게 하는지. 아내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운데 크게 보이는 순천호수정원이 눈길을 끈다. 순천만을 둘러싸고 있는 6개의 산봉우리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박람회장에서 가장 높은 곳인데, 나사 모양으로 난 길을 따라 빙글빙글 돌면서 걸어 올라가게 만들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정원을 보아야 한다. 한국의 미를 잘 반영한 한국정원은 정감이 간다. 왕과 왕비가 거닐던 궁궐 정원, 선비들의 군자 정원에서 옛 사람들의 여유와 멋을 느낀다. 한국과 가까운 중국 정원은 사랑의 노래가 들린다. 우리나라의 춘향전에 가까운 중국인의 사랑 이야기로 정원이 꾸며져 있다. 맞은편의 프랑스 정원은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바로크 시대 건축 양식을 도입했다. 규모가 제법 큰 대리석 건축물이다. 일본 정원은 사실적이고 정교한 미니어처가 눈길을 끈다. 화산 활동이 있고, 섬나라라는 특색이 있다. 이탈리아 정원은 조경 문화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문의 빌라 정원을 깔끔하고 정돈된 이미지로 연출했다. 태국 정원은 태국의 전통 건축물인 살라 타이와 대나무 구조물로 만든 가옥이 보인다. 야자나무 등 열대성 식물을 심어 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네덜란드 정원은 관람객이 많다. 네덜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튤립과 풍차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붐빈다. 박람회장에 볼거리는 꿈의 다리다. 이 다리는 동천으로 분리된 두 박람회장을 연결하고 있다. 생태도시의 완성을 향한 순천의 꿈과 희망을 살리기 위해 컨테이너를 활용해 디자인 했다고 한다. 아내와 나도 꿈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러나 개장 시간이 몇 시간 넘은 탓인지 사람이 물결을 이룬다. 다리는 이미 다리가 아니라 사람이 머물러 있다.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 다리 내부에는 14만 5천여 점의 세계 어린이들의 꿈을 담은 그림을 전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읽는 사람들은 없다. 정원박람회에는 큰 나무가 없다. 그래서 그늘이 없다. 다행히 실내 정원이 있어 햇빛을 피할 수 있다. 사막 정원, 도시 농업, 원시의 자연 등 갖가지 테마별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호주 퀸즐랜드가 원산지인 자이언트 보틀 트리와 대만 고무나무, 지중해에서 자라는 올리브나무 등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나무들이 많다. IT정원인 식물 공장도 이색적이다. 상추, 고추, 가지, 토마토, 피망, 딸기 등 야채와 과일이 자라고 있다. 기후 변화와 관계없이 무농약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대량 생산할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천장에 거울이 있고 화려한 조명 장치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이런 곳에 오면 먹는 것이 불편했는데, 여기서는 문제가 없다. 실내 정원 앞쪽에 위치한 대형 식당 덕분이었다.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맛도 일품이다. 점심을 먹고 걸음이 더 느릿느릿해졌다. 점심을 먹어 몸이 무거워진 탓도 있지만, 하루 종일 걸어 다닌 피로가 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순천만의 갈대밭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갈대밭도 사람이 많다. 차로 이동한다고 줄을 서고 있다. 땡볕에 오랜 시간을 견디고 순천만을 볼 수 있다. 영상 자료는 가을의 누런 갈대를 봤는데, 오늘 보는 갈대는 어린 초록색 옷을 입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시원해 보인다. 순천만을 환경론자들은 생태계의 보물이라고 하지만 로맨티스트에게는 감성의 보고라고 한다. 갈대는 이미 식물이 아니라 감성의 언어라는 말이다. 맞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니 신경림의 갈대가 생각난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갈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이다. 나도 서정적 감흥에 겨워 글을 남기고 싶다. 하지만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발걸음을 끓다시피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갈대만큼 빽빽하게 서 있다. 그리고 모두 지친 몸이지만 가족과 함께 한 기쁨에 얼굴들은 웃음으로 넘친다. 그런데 여기에도 훼방꾼이 있다. 긴 줄을 오가며 확성기로 떠드는 사람이 있다. 특정 종교를 선전하고 있다. 그 종교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험한 말을 한다. 안타깝다. 외국인도 많이 찾은 이런 관광지에 저런 종교 활동을 한다니. 마음으로 믿어야 하는데, 즐거운 여행에 옥에 티다.
소포클레스는 고대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에서 "자식은 모든 어머니를 삶 가운데 붙들어 매는 닻"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살아가는 낙이 자식이라는 얘기이다. 우리는 자식 앞세우는 고통을 다시 없는 슬픔 참척(慘慽), 빛을 잃어 천지가 캄캄한 상명(喪明)이라 일컬었다. 시인 김현승은 자식을 '나의 가장 나아종(내가 맨 마지막으로) 지닌 것'이라 했다. 가끔 암에 걸린 엄마가 뱃속 아기를 살리려고 치료를 포기하기도 하였다는 기사를 접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기를 낳고 곧 세상을 뜨면서도 엄마 된 행복에 겨워한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모성과 부성(父性)에 대한 믿음까지 버릴 순 없지 않은가! 그러나 요즘 젊은 부모들의 자식 사랑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는 곳이 이혼 법정이다. 예전엔 형편이 어려워도 아이만은 뺏길 수 없다며 치열하게 양육권을 다투는 부부가 많았다. 자기보다 아이의 미래를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육권을 빼앗긴 엄마가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젠 넉넉하게 살면서도 아이를 탁구공처럼 서로의 집앞에 데려다놓고 가기 일쑤라는 기사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모의 사업 실패로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아이보다 자기 삶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다. 올해 초 서울가정법원 어느 이혼 소송에서 열다섯 살 딸이 조정담당관에게 털어놓은 기사는 "엄마는 내게 법정에서 '아빠와 살고 싶다'고 말하라 하고, 아빠는 '엄마와 살겠다'고 하라고 시킵니다. 차라리 보호시설에 가고 싶습니다" 라는 아이의 외침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소녀의 아버지는 중견기업에 다니고 어머니는 학원 강사를 하는 중산층 부부였다. 부부는 서로 딸을 키우겠다고 다투기는커녕 양육권을 떠넘기려고 딸 구슬리느라 바빴다. 그런가 하면 30대 초반 부모는 가정법원에서 이혼소송을 벌이던 중, 부부는 사이가 나빠 별거하면서 남편이 다섯 살 아들을, 아내가 두 살 딸을 키웠다. 그러다 새 직장을 얻은 아내가 남편이 양육비로 제안한 수천만원도 포기할 테니 딸까지 데려가라고 했다. 남편도 아내에게 아들까지 다 맡으라고 버텼다. 이날 조정이 실패하고 부부는 아들을 법원에 남겨둔 채 각자 떠나버렸다. 이처럼 자식을 짐으로 여기는 부모가 많아지면 어린이 학대도 늘 수밖에 없다. 전국 아동보호기관에 들어온 학대 신고가 10년 전 4000건에서 지난해 1만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학대가 심해 보호조치를 받은 6000건의 가해자 중엔 83%가 친부모였고 44%가 편부·편모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세 살 아래 영아 학대는 두 해 사이 곱절 늘었으며, 20~30대 젊은 부부가 가해자의 70%를, 여자가 67%를 차지했다. 맞벌이가 늘면서 육아를 부담스러워하고 일찍부터 남의 손에 맡겨 감정의 끈이 느슨해진 탓이라고 한다. 이같은 사회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밝은 면을 줄이는 위험으로 다가 온다. 사회 조직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무너지면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는 게 이 사회이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그들은 대부분 돌봄이 없는 아이들인데도 그 짐을 모두 학교에 맡겨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정책 당국자는 물론 지역사회와 더불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의 백화산 자락에 백제의 불상인 태안마애삼존불상(국보 제307호)이 있다. 삼존불상은 수덕사의 말사인 태을암에서 동쪽으로 30여m 떨어진 바위에 2~3m 크기로 형상이 도드라지게 새겼다. 규모가 작은 사찰 태을암의 대웅전을 지나면 삼성각이 있고, 옆으로 동백나무가 있는 계단을 따라가면 비 가림 역할을 하는 전각이 보인다. 삼존불상은 전각 안에 있다. 삼존불상은 흙 속에 묻혀 있다 1995년에 발굴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미술품이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상과 달리 태안마애삼존불상은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 아들을 낳거나 병을 낫게 한다는 속설 때문에 부처의 코와 귀가 많이 훼손됐다. 일반적인 삼존불상은 중앙에 본존불을 크게 배치하고 좌우에 협시보살을 작게 배치하지만 이곳의 삼존불상은 중앙에 보살을 배치하고 좌우에 불상을 배치한 독특한 형식으로 중앙의 보살이 좌우의 불상보다 작은 특이한 구도다. 태안반도는 중국과 교역을 하던 길목이었다. 중국의 석굴 바깥벽에 새겨진 불상들과 닮아 해상교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학자들은 태안마애삼존불상이 38km 거리의 서산마애삼존불상보다 먼저 만들어졌을 것이라 추정한다. 삼존불상 앞 좁은 공간에 일소계(一笑溪)와 태을동천(太乙同天)이 새겨진 돌기둥과 바위벼랑, 감모대(感慕臺)가 쓰여 있는 탁자형 바위가 있다. 일소계는 웃음이 흐르는 계곡을 뜻하고 태을동천은 누구나 바라는 유토피아로 하늘과 소통하는 자리이다. 감모대는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돌 위에 앉아 삼존불상을 향해 돌을 던졌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이곳에 바둑판이 그려져 있어 신선놀음하듯 바위 위에 앉아 바둑을 두거나 삼존불상을 바라보며 마음을 닦던 옛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애삼존불상을 보고 내려오는 길가에서 백조암을 만난다. 백조암은 커다란 바위가 높게 층을 이루어 흔들바위를 닮았다. 뒤편으로 가면 산 아래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령고(교장 김동민)는 7일 호국 보훈의 달인 6월을 맞이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뜻깊은 축제의 장을 마련해 하루 종일 뛰고 달렸다. '하나되는 서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녹음이 지천인 6월 서령 건아들의 체육대회'가 999명의 전교생이 참가한 가운데 뜨거운 청춘의 열기를 태웠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함성과 메아리 그리고 형형색색의 반티가 융단처럼 수놓은 가운데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각 학년 별로 축구와 농구, 줄다리기가 리그전 형식으로 진행돼 학생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 치러졌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박재서 학생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모처럼 학업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마음껏 뛰고 달리며 그동안 누적된 스트레스를 날리자"며 "이번 춘계 체육대회에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요즘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옹도’를 아는가? 태안군 근흥면에 서해바다로 발가락을 쑥 내민 안흥 외항이 있다. 안흥하면 강원도 횡성의 안흥찐빵부터 생각하기 쉽다. 서해안에서 오징어가 잡힌다고? 태안의 안흥은 제법 규모가 큰 포구로 한때는 오징어잡이 배가 불야성을 이루고, 오징어 축제를 하며 오징어는 동해안에서만 잡힌다는 통념을 깬 곳이다. 옹도는 태안반도의 신진도(안흥 외항)에서 약 12km, 유람선으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서해바다의 등불이다. 또한 섬의 모양이 옹기가 옆으로 누운 모습과 같다고 해서 ‘옹도’라 이름 붙여진 면적 0.17㎢의 작은 무인도다. 이곳 정상에 서해안의 대산, 인천, 평택항을 드나드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도와주기 위해 1907년 1월부터 유인등대로 불을 밝힌 옹도 등대가 있다. 2007년 옹도 등대가 우리나라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선정되며 등탑에서 바라본 일출과 일몰의 환상적인 모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태안 앞바다를 오가는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도우며 106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견딘 ‘옹도 등대’가 106년 만에 베일을 벗고 사람들의 발길을 허용했다. 지난 일요일(6월 2일), 페이스북으로 신청한 민간인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옹도 등대 체험 행사가 열렸다. 안흥 외항에 도착해 유람선 선착장으로 갔다. 매표소 앞은 무료 승선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뤘다. 체험 행사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유람선 입구에서 맞이한다. 오후 1시 30분,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길게 경적을 울리며 안개를 뚫고 옹도를 향해 출항한다. 방파제를 벗어나자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으려고 갈매기들이 유람선 주위를 맴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설렘이 크다. SBS와 TJB의 리포터와 카메라맨이 관광객들의 들뜬 마음과 기쁜 표정을 빠트리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가마우지와 물개들의 낙원인 정족도, 가의도와 단도가 슬며시 다가왔다 멀어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안개 속에서 미지의 옹도가 눈앞에 나타났다. 가까이 갈수록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등대의 모습이 늠름하고 위풍당당해 옹도를 등대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게 한다. 정식으로 개방하기 전 가족 모두가 자연환경이 때 묻지 않은 옹도에 발을 들여놓는 것도 의미가 큰데 내가 유람선에서 첫 번째 손님으로 내려 감동이 남달랐다.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방파제로 올라서니 진태구 태안군수님이 친절하게 손을 잡아주며 반갑게 맞이한다. 첫 개방에 걸맞은 방송을 준비하느라 리포터들이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한다. 쑥스러움이 많은 큰아들 내외의 인터뷰 내용이 6월 3일 SBS의 생방송투데이, 갑판에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내 모습이 TJB의 아침뉴스에 4번이나 나와 우리 가족 모두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어줬다. 경사가 급한 등대와 바닷가를 편하게 오르내리도록 나무계단으로 탐방로를 만들었다. 전망대, 바닷가의 암석, 동백꽃 모양의 쉼터, 옹기 조형물, 사약초로 불리는 천남성 등 한눈에 들어올 만큼 작은 섬 옹도에 볼거리가 많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옹도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천남성이 사약을 만드는 독성식물이라며 손으로 만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동백나무가 터널처럼 그늘을 만든 계단길 앞으로 등대가 보인다. '옹도 등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써있는 문구가 입구에서 맞이한다. 높이 25.4m의 등대, 대형 옹기 조형물, 옹도 등대 점등 100주년 기념 표석, 바람개비 조형물, 등대기념관을 둘러본다. 동쪽 바닷가로 나가면 기암괴석과 물개 조형물 등 멋진 풍경이 기다린다. 안개나 연무로 시계가 불량할 때 종을 쳐서 등대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가 무종(霧鐘)이다. 해무가 수시로 바닷가와 등대를 감추자 뱃고동처럼 등대에서 신호음이 자주 울린다. 특별한 곳에 왔으니 등대에 대한 공부도 한다. 항해자가 멀리서 식별할 수 있도록 유인등대나 무인등대는 백색이며 불빛도 백색이다. 또한 항해자가 어느 등대의 불빛인지 알 수 있도록 등대마다 불빛의 색과 깜빡이는 주기가 다르다. 등대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다 보면 풍경이 아름다운 선착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바닷가에 멋진 바위들이 많다. 선착장을 떠난 유람선이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다른 옹도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은 유람선이 단도를 지나면 40가구 60여명이 살고 있는 가의도가 나타난다. 옛날 가의라는 중국 사람이 이곳으로 피신해 가의도가 되었다거나 신진도에서 보면 가의도가 서쪽의 가장자리에 있어 가의섬이라고 하였다는 설이 전해온다. 가의도는 태안6쪽 마늘 우량종자 생산지로 눈 크게 뜨면 마을 가운데에 서있는 600년 된 은행나무를 유람선에서 볼 수 있다. 태안 앞바다는 아름다운 해안에 기암괴석이 많아 오래 전부터 해상관광지로 유명하다. 안흥 외항에서 옹도를 오가며 코끼리바위(독립문바위), 사자바위, 코바위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도는 신진도와 마주보고 있는 작은 섬으로 섬의 생김새가 달리는 말처럼 보인다. 이곳은 물살이 세서 배가 많이 침몰한 해역으로 도자기 등의 유물이 많이 발굴되고 있다. 멀리 안흥 외항이 보인다. 양쪽 방파제 끝에 1개씩 서있는 무인등대(방파제등대)를 자세히 관찰해본다. 바다 방향에서 봤을 때 왼쪽은 흰색등대(불빛은 녹색), 오른쪽은 적색등대(불빛도 적색)가 서있다. 유람선이 안흥 외항에 도착한다. 수온이 높아지며 사라진 오징어잡이 배 대신 꽃게잡이 배들이 항구에 가득하다. 뛰어난 경관을 맘껏 즐기는 것만큼이나 소중한 게 있다. 옹도는 소중한 자연을 잘 보호하기 위해 하루에 300명 이내의 관광객만 입장시킨다. 승선료 2만3천원에 해상유람과 옹도에서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옹도 개방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안흥 외항으로 가는 길에 '제18회 바다의 날 축제'가 열리고 있는 만리포해수욕장과 모항항에도 들렸다. 행사장인 만리포해변으로 나가니 짙은 해무가 바다에 설치한 깃발과 바다수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을 감췄다. 수영대회에 참가한 일반 선수들은 가수 윤수일씨가 직접 부르는 아파트와 만리포사랑을 들은 후 댄스스포츠 강사와 함께 신나게 몸을 풀었지만 코스를 돌며 시범을 보여줄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은 바람이 찬 바다에서 해무가 걷히길 기다리느라 많이 떨었다. 인근의 모항항은 싱싱한 수산물로 제2회 수산물 축제를 개최했다. 특히 모항항의 싱싱한 해삼은 최고의 강장식품으로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다. 축제 기간이라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포구 주변의 풍경은 한적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야광봉의 물결.
한국의 대학에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소위 문사철(文史哲) 학문이 위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철학과를 비롯하여 문학과, 사학과 등이 존폐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와 각은 와중에 각 대학에서 구조 조정과 통폐합 등으로 소위 인문학 관련 학과들이 사라지고 있다. 학문의 귀천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학문의 성격에 따라 뿌리와 가지로 나눌 수는 있다. 뿌리는 기초학문, 가지는 실용학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뿌리인 기초 학문의 으뜸이 곧 철학인 것이다. 철학적인 규명을 거치지 않은 학문은 공허한 것이다. 모든 학문을통틀어 어떤 이론도 그것이 참인지, 현실적 가치는 있는지 등의 문제를 검증받으려면 철학의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모든 학문의 근본으로서 아주 소중한 학문인 것이다. 인문학의 모든 학과와 학문이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 대학에서 이와 같은 인문학의 학과인 철학과, 문학과, 사학과 계통의 학과를 없애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나누어 고찰할 수 있다. 첫째는 철학과 등 인문학 관련 학과 출신자들이 취업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요즘같이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라는 신조어가 횡행하는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인문학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정규직으로 취업하기는 어렵다. 공문원 채용시험 합격도 녹록치 않다.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국어, 영어 등 주 교과의 교사 임용시험 합격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반면, 컴퓨터관련 학과, 미용관련 학과, 패션관련 학과, 뷰티관련 학과, 승무원관련 학과, 실용예술관련 학과 등 실용학문 중심의 학과들의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은 실용 학문, 실기 실습 위주의 학과들의 학문적 뿌리는 얕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문사철 등 인문학 관련 학과들에 비하여 실용 학문 관련 학과들은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학생들이 몰리니까 대학에서도 이런 학과들을 개설, 증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둘째, 교육부의 대학 평가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 대학 평가 기준 중에서 졸업생 취업률은 매우 중요한 척도이다. 그런데 문사철 인문학 관련 학과 출신자들의 취업률은 낮을 수 밖에 없다. 이 대학 평가 기준이 개정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인문학은 고사 위기에 몰리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졸업생 취업률만 놓고 보면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학이 훨씬 더 높다. 하지만,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교육 목표는 서로 다르다. 근본적으로 뿌리 학문인 문사철 인문학은 돈과는 거리가 먼 학문이다. 예전에도 철학과는 ‘의식주와 거리가 먼 학과’였다. 예나 지금이나 철학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대학의 학과들도 마찬가지이다. 전국의 각 사범대학에도 대부분 교육학과가 있지만, 교육학과 출신자들이 ‘교육학’ 교사자격증으로 교사 임용이 되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하거나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부분이 교원들이 재학생인 교육대학원에서도 최근에는 교육공학 전공자들은 증가하는데, 교육철학 전공자들은 자꾸 감소한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교육철학을 전공하여 활용할 분야가 딱히 생각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뿌리다. 철학은 기초 학문의 근본이다. 학문 중 최고의 학문은 누가 무래도 철학이다. 교육학에서도 교육철학이 기초 학문이다. 인문학도 자연과학도 그 정점에는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의 문제’를 다루는 인문학이나 ‘사물의 문제’를 탐구하는 과학도 학문의 궁극적 기반은 철학이다. 철학이 없는 학문과 실용은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다. 대학의 전공학과로서 철학과를 비롯한 인문학 계통 학과가 사라지고, 교양 교과목에서도 인문학 계통 교과목들이 수강 신청되지 않는 푸대접 속에서 결국 인문학이 설 자리는 자꾸만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철학과 등 인문학 계통 학과를 없앤다는 것은 학문의 뿌리를 잘라내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철학 개론’이 교양 필수 교과목으로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수하고 졸업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기피 대상 교과목으로 홀대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여파 속에서 미구에 삭막한 ‘인문학 부재의 시대’ 내지 ‘철학 부재(不在)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대학은 졸업생 취업률 등 대학평가 기준과 지표가 한 대학의 전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학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정부 지원을 못 받는 ‘부실대학’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히면 학생 충원이 더 어렵고 그래서 대학이 더 부실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나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논리다. 철학이 ‘뿌리 학문'이긴 하지만 당장 먹고 사는데 도움을 주는 기준으로 보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대학은 현실을 무시하고 교육과 경영을 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인문학 관련 학과 폐지를 현실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과 등 인문학 관련 학과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 한 번 폐지된 학과를 부활하기는 참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해 모집 정원을 줄여서 명맥을 이어가는 혜안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유사 학과 통폐합이라는 명목으로 교육 목적이 다른학과를 묶어서 절름발이 학과를 개설하는 것도 숙고해야 한다. 외국의 많은 나라에서 철학을 고등학교에서부터 배우는 교육정책과 교육과정 운영의 함의를 성찰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대학 평가’ 기준도 재고돼야 하고, 각 대학의 구조 조정 계획도 현실을 감안해 개선돼야 한다. 철학 등 인문학은 ‘밥먹고 살기’라는 현실보다 훨씬 깊고 높은 우리의 ‘삶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 학문들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돈이 되지만, 인문학은 보이지는 않지만 더 중요한 인간의 정신적, 내면적 가치에 관한 학문이라는 점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철학과 사학, 그리고 문학 등 인문학과 인문학 계통 학과들은 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에 포함되는 모든 학문과 학과를 떠받치고 있는 주춧돌과 같은 구실을 한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국어 교사로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다. 글쓰기는 국어교육의 한 부분이 아니라 마지막 단계라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국어교육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 교육을 간혹 글짓기라고 하기도 하고, 창작과의 차이점을 궁금해 한다. 실제로 과거에 많이 쓰던 표현은 글짓기였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교육에서는 여전히 글짓기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글짓기는 그 이름에 행위가 명시되어 있다. 즉 글을 짓는 것이다. 집을 짓고, 옷을 짓 듯이 필요한 대상을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시, 소설, 노래 가사를 만들어낼 때도 짓는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널리 쓰던 표현이다. 그런데 짓는다는 말에 억지로 하는 느낌이 있다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글은 새로 만들어내는 것인데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대안이 글쓰기다. 이 표현은 글짓기가 억지로 한다는 것에 저항감을 느끼고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글쓰기는 창의적인 행위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우선 글짓기는 한자어로 작문이라고 한다. 이 작문은 여전히 쓰고 있는 표현이다. 교육과정의 편제에도 빠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글짓기라는 표현이 억지로 지어 내는 것이라 거부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억지로 한다고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다듬고, 다시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고통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글쓰기가 통용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글쓰기는 글읽기와 대응한다. 글에 대한 논의는 글읽기와 글쓰기가 자연스럽다. 글읽기를 해야 글쓰기로 갈 수 있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글읽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는 창작이라는 개념도 안고 갈 수 있다. 흔히 창작이라면 문학적 글을 생산하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글쓰기는 문학 창작보다 그 뜻이 넓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글짓기보다 글쓰기가 더 적절하다. 그래서 글쓰기를 학술 용어로 쓰고 있다. 나는 국어교사로 내 수업의 정체성을 언어를 통한 만남과 성찰에 두고 있다. 언어의 끌림을 통해서 학생들이 만나고 언어를 통해 내면과 대화하면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수업 중에 언어적 경험을 통해 도약과 성장을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그러다보니 글읽기와 글쓰기는 중요한 실천 과제이다. 사토마나부 교수가 좋은 수업의 기준점을 도약(jump)라고 말한다. 배움이란 대상 세계인 사물과 나누는 대화(세계 만들기),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동료 만들기), 자기와 나누는 대화(자신 만들기), 이 세 가지 대화적 실천에 의해 이미 알고 있는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가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배움이란 교사, 동료와 대화를 하고 기타 도구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지고, 급기야 그것이 개인의 경험과 능력의 틀을 넘어서는 발달과 도약의 과정으로 생산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글쓰기와 묘하게 연결된다. 글쓰기라는 것도 대상과의 만남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 사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을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관심을 갖는다. 학자들이 교육에 대해 여러 가지 정의를 내리고 방법론을 말하지만, 교육의 영원한 소재와 목표는 ‘나’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즉 교육이란 우리 자신의 삶을 응시하는 것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그것이 독자에게 가기도 하지만 첫 출발은 자아와 대상과의 만남이다. 자아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유 활동이다. 글쓰기는 세상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며 나를 확인하는 성장의 매개체이다. 그런데 막상 글쓰기를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아무리 편하게 써도 적지 않은 노력이 든다. 전문가도 글 쓰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글을 쓰라고 하는 것은 고문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글을 써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시험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전문 작가의 글을 읽지 않는 세상의 비정한 세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하물며 내 글을 읽어 줄 독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할까. 글을 쓰는 이유는 생각의 첫 출발이다. 글을 써야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세상과의 만남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글쓰기는 글읽기와 대응된다고 한 것처럼, 글쓰기를 해야 책도 읽고 공부도 하게 된다. 그리고 글쓰기는 우리의 본능이다. 먹고 입고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높은 단계의 본능에 속한다. 어린 아이도 제일 먼저 언어를 통해서 세상과 만난다. 언어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세상에 적응해 간다. 언어를 통해 표현하면서 세상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글을 통해서 내면의 것을 표출하지 못하면 정신적 고통에 갇히게 된다. 우리는 쾌락과 물질만으로 살지 않는다. 타인과 상호 교섭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우리의 삶과 경험의 의미를 언어로 표현하면서 인간다움을 발견하다. 현실적 불행도 짧은 글로 정화가 가능하다. 글쓰기는 삶을 품위 있게 진화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지금 삶이 거칠고 힘들어도 글쓰기를 통해서 미래 삶을 긴장시키고 창조한다.
산행을 좋아하는 중학교 교장 4명이 오랫만에 경기도를 벗어나 덕유산을 찾았다. 오전 6시 50분 화서역에서 승용차로 출발,무주로 향한다. 아침 일찍 우리 아파트에서 태어난어치를 관찰하다 보니 모임 장소에 가기 바쁘다. 아내는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간식으로 수박화채, 호두 알맹이를 배낭에 넣어준다. 휴일 경부고속도로,오산 부근까지는 막히지만 그냥 뻥 뚫린다. 무주리조트까지 3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 곳은 무주스키장으로 겨울에는 스키매니아들이 주로 찾지만 평상 시에는 등산객들이 찾는다. 곤돌라를 이용해 산을 오르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승용차로꽉 차 있다. 가끔 단체 버스도 보인다. 편도 8천원의 승차권을 구입하면 1,520m 설천봉을 단 15분만에 오른다. 곤돌라 한 칸에 8명씩 줄지어 탄다. 여기서 600m 정도 더 걸어가면 남한에서 네번째 높은 향적봉(1,614m)에 도달한다. 땀을 흘리며 등산을 해야 하는데 정상 도착이 싱겁기만 하다. 환경론자들은 이러한 시설이 환경파괴를 가져온다고 하는데 나이 들거나 체력이 달리는 사람들은 쉽게 산 정상을 가까이 할 수 있다. 그 대신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자연 환경오염 요인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향적봉 정상에 유난히 날파리들이 많다. 설천봉에서 등산로를 따라 향적봉으로 향한다. 이곳은 지금이 철쭉과 병꽃나무꽃이 만개했다. 등산객들은 6월 철쭉꽃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바쁘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처음 보는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 '이름모를 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한다. 식물이름을 찾아서 써야 하는 것이다. 처음 보는 꽃, 식물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야생화 공부를 하는 것이다. 정상까지 가는데 등산로 주변을 독초인 박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잎모양이 애기나리, 둥글레와 비숫한 솜대. 그러나 꽃 모양이 다르다. 벌깨덩굴 보랏빛꽃을 동료교장이 가르쳐 준다.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쥐손이풀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해발 1,500m에서 2,500m 지역을 아고산대 생태계라고 한다. 바람과 비가 많고 기온이 낮으며맑은 날은 적어 키가 큰 나무들은 자랄 수 없다. 중봉(1,194m)을 향해 가니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이 곳곳에 보인다. 이 나무들은 죽어서도 등산객의 사진 배경이 된다. 중봉 아래에서 점심을 먹는다.매점에서 사온순대, 떡볶이로 대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식으로 고구마, 참외, 토마토 등을 든든히 먹으니 요기가 된다. 향적봉에서 백련사로 가면 거리는 가깝지만 험한 코스다. 거리는 멀지만 코스가 순탄한 오수자굴코스를 택하였다. 계곡에서는 잠시 발을 담그고 땀을 식혔다. 드디어 백련사에 도착, 경내를 둘러본다. 대웅전 옆 토끼풀밭에서 교육을 이야기 한다. 교장들이라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주로 학교 이야기다. 여기서바라다보이는능선이 선명하다. 산쪽 축대 돌맹이 위 다람쥐가 낯선 사람을 반겨준다. 이제 귀가를 서둘러야 한다. 여기서 무주구천동 계곡이 시작이다. 탐방지원센터까지 6km 정도인데 이속대, 구천폭포,명경담, 월하탄 등 장소에 걸맞게 이름을 붙여 놓았다. 무더위에 계곡을 찾은 사람들은 물속까지 들어가 물장난을 친다. 그러니 이 곳은 물이 차가워 오랫동안 물속에 있을 수 없다. 한 여름철 피서지로 적격이라 생각된다. 구천동 지구에서 리조트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린다. 리조트 주자장까지 10분 정도 소요된다. 다시 승용차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한다. 오늘 덕유산행. 맑은 공기 마시며 아고산대 생태계를 보았다. 이름 모를 식물들은 카메라에 담아 과제로 가져왔다.곤돌라 산행이 편하긴 하지만 땀의 소중함을 잊게 했다. 정상 도전감과 성취감을맛 보는 것이 부족했다.
전북 완주중학교(교장 박경애)학교장을 비롯한 교원 일행이 5일 오전 10시 혁신학교 벤치마킹을 위해 광양여중을 찾았다. 학교장의 환영 인사에 이어, 이선례 수업혁신부장으로부터 본교 역점 사업인 무지개학교 운영 사례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본교에 가장 오래 근무한 교사로 그동안 학교의 변화상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지도상의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표하였으며, 통제가 아닌 자율성 신장을 통한 지도에 대한 질의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