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79,623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
수능 해킹 (문호진·단요 지음, 창비 펴냄, 504쪽, 2만3,000원) 정형화된 패턴과 암기형 지식, 오직 문제풀이만을 위한 기술의 발달로 진정한 교육에서 멀어진 수능의 폐해를 꼬집는다. 저자들은 이 쓸모없는 기술을 익히지 않고는 시험을 잘 볼 수 없는 현실도 문제지만, 고득점을 해서 인기 대학에 가도 교수에게 ‘해답지를 요구’하는 학생이 될 뿐이라고 한탄한다. 학생과 교사, 사교육 종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교육 전반의 문제를 통렬히 비판한다. 옥효진 선생님의 슬기로운 초등생활 (옥효진·김가은 지음, 호밀밭 펴냄, 312쪽, 2만3,000원) ‘학부모’가 처음인 부모들을 위한 학교생활 지침서. 예비소집일부터 2차 성징까지 자녀의 학교생활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새롭게 적용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초등학생 때 잘 챙겨야 할 과목과 경제교육 방법, 숙제 지도, AI 학습 프로그램 활용 등 궁금할 만한 101가지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을 만날 수 있다. 뚝딱뚝딱 위클래스 운영, 어떻게 할까? (이호은·조윤정·이은주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36쪽, 1만8,000원) 오랜 경험을 가진 세 명의 상담교사가 위클래스 운영 노하우를 한 데 엮었다. 현장에서 다양한 학생·학부모·교사를 상대하며 겪을 수 있는 여러 난감한 상황을 꼼꼼히 모아 해법을 제시하고, 각종 운영계획과 위클래스 홍보, 상담 준비와 기록, 또래상담반 운영, 위클래스 프로그램, 돌발상황 대처방법 등을 세세히 안내한다. 대화의 힘 (찰스 두히그 지음, 갤리온 펴냄, 364쪽, 1만9,000원) 탁월한 대화 능력을 지닌 ‘슈퍼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대화 시작 전 대화의 유형부터 파악하고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일치시켜 동기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로를 바라는 사람에게 솔루션을 제시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의사결정을 위한 대화, 감정을 나누는 대화,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대화 등 유형별 대화 스킬을 상세히 알려준다. 10대를 위한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데일 카네기 지음, 책이라는신화 펴냄, 240쪽, 1만2,000원)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 필요한 자기관리 법칙 28가지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했다. 어려운 이론 대신 예화와 예시를 들어 쉽게 구성하고, 중요한 어록이나 핵심 문장은 영어 원문을 함께 수록해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했다. 각 장 말미에는 주요 메시지를 정리한 ‘핵심정리’와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천하기’ 코너도 마련했다. 인공지능 윤리를 부탁해 (허유선 지음, 나무야 펴냄, 204쪽, 1만6,000원)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10가지 질문을 통해 올바른 방향과 해법을 제시한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쉬운 말로 풀어쓰고, 교육현장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눠 볼 수 있도록 주제별로 다채로운 토론 거리를 실었다.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에는 반드시 ‘가치’가 고려돼야 함을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EBS 초등 여름방학생활 (EBS 편집부 지음, EBS 펴냄, 1만1,000원) 초등학생의 방학 필독서 EBS 초등 여름방학생활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해부터 반영되는 새 교육과정을 반영해 전면 개정한 1~2학년은 창의체험활동에 교과 연계 문제를 더해 창의력과 기초학력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게 했다. 재밌는 무료 영상 강의가 TV와 인터넷으로 제공돼 방학 중 규칙적인 자기주도학습에 용이하고, 늘봄교실이나 보육기관에서 활용하기도 좋다. 올해부터 방학생활은 1~4학년까지만 출간되므로, 5~6학년은 주제별 심화탐구에 초점을 맞춘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을 권장한다. 내가 만드는 사전 (박선영·정예원 글, 김푸른 그림, 주니어마리 펴냄, 96쪽, 1만3,000원) 아홉살 여자아이 다람이와 사전을 만드는 다람이 엄마가 43개의 낱말로 엮어 가는 알콩달콩 이야기를 담았다. 세상의 무수한 말들과 뜻풀이를 모은 책이 ‘사전’이다. 이 책에는 다람이 사전의 뜻풀이와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함께 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낱말을 찾아 사전을 만들며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다 보면, 세상에는 소중한 것이 많음을 새삼 느낄 것이다.
“왜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을까?” 여름방학은 언제나 짧다. 출석부 정리, 세특 기재 등 마무리 짓지 못한 1학기 업무도 한 가득이다. 게다가 2학기 수업준비도 해야 하지 않던가. 3주 남짓의 여름방학이 금세 끝나버리는 이유다. 그래도 선생님에게는 휴식이 절실하기에, 애써 시간 내고 비용 들여가며 여행 떠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터, 걱정 내려놓았던 기간만큼 그 밖의 시간에 할 일을 몰아서 해야 하는 탓이다. 늘 쉬어도 쉰 듯싶지 않다. 2학기 시작 무렵이면 이미 지쳐있는 상태다. 과연 나는 2학기를 버텨 낼 수 있을까?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이다. 지쳤다는 느낌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면, ‘휴식의 기술’을 제대로 익혀보면 어떨까? 독일의 과학 저술가인 울리히 슈나벨(Ulich Schabel)은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을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두고, 인터넷과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게 해 놓았으며, 100여 개가 넘는 방송 채널을 원하는 즉시 선택할 수 있게 대기시켜 놓은 상태에서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주의력을 집중한다는 것은 온갖 초콜릿으로 가득 찬 상자 앞에 앉아 다이어트를 장담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 울리히 슈나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중에서 할 일이 너무 많으면 되레 아무것도 못 한다. 고민하며 마음만 졸일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 집어 든다. 왜 그럴까? 슈나벨에 따르면, 인간 두뇌는 ‘자극 중독자’다. 불안할수록 고민에서 벗어나려고 주의를 잡아끌 ‘딴짓거리’를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 하지만 화면들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보낸 후에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삶이 사라진 듯한 헛헛함이 찾아들며 감정은 더 어둡게 가라앉는다. 여행도 다르지 않다. 여행을 가서도 온갖 걱정거리와 불편한 감정이 여전히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하지 않던가. “오디세이 전략과 세렌티피티 원리” 그렇기에 울리히 슈나벨은 진짜 쉬고 싶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오디세이 전략’을 들려준다. 오디세이는 뱃사람을 홀리는 사이렌의 노랫소리에 끌리지 않기 위해 돛대에 자기를 묶었다. 그러곤 노를 젓는 선원들의 귓구멍을 밀랍으로 막아 버렸다. 전자기기는 중독성 강한 사이렌의 노래와 같다. 오롯이 쉬고 싶고 싶다면, 주변에 널린 일단 스마트폰과 각종 화면을 치워버려라. 일단 자신을 심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울리히 슈나벨은 자연을 느낄만한 곳으로 산책하라고 충고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우리 두뇌는 멈추지 않는다. 이른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상태다. 이를 ‘멍때리기’라 해도 좋겠다. 그 상태에서 묵은 문제에 대한 해법,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이 퍼뜩 떠오르곤 한다. 샤워하거나 설거지할 때, 고민의 해결책이 불쑥 생각났던 경우를 떠올려 보라. 이를 학자들은 ‘세렌티피티 원리(Serendipity Principle)’라고 한다. 새로운 것이 들어오려면 먼저 비어있어야 한다. 휴식에서는 채움보다 비움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다. 물론 세렌티피티 원리를 적극 쓰겠다고 마음먹어도 우리에게 여름방학은 너무 짧다. 흔들리던 물잔 속 물결은 컵을 가만히 놓아도 여전히 흔들린다. 물이 잔잔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을 다잡는 일도 그렇다. 내려놓고 비우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온갖 감정노동으로 진창이 된 교사의 마음을 다스리기에 방학의 여유가 충분치 않은 까닭은 여기에 있다.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하라.” 이 점에서 로마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의 ‘휴식의 기술’은 신산스러운 선생님들에게 무척 요긴한 기법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사색을 위해 한적한 곳에 틀어박히는 이들이 많다. 시골로, 해변으로, 산속으로. 그대도 예전에는 자주 그런 일상을 꿈꿨다. 그러나 진정 자기 마음과 마주하고 싶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라. …(중략)… 그대가 지금 있는 곳이야말로 철학과 친해지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시대에 가장 바빴던 사람이었다. 로마 제국은 너무 컸고. 황제의 손길을 기다리는 문제들은 많았다. 게다가 외적도 끊임없이 쳐들어왔다. 아우렐리우스는 늘 전쟁터를 떠돌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짬을 내서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널려 있는 일거리와 고민을 내려놓고 마음을 가다듬었다는 뜻이다. 그는 바쁜 일상 중에도 시간을 내어 스스로에게 보내는 충고들을 적곤 했다. 이렇게 쓰인 책이 유명한 명상록이다. 그렇다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스로에게 어떤 말들을 들려주었을까? ‘자줏빛 옷감은 피조개의 체액으로 물들인 양털일 뿐이다.’ ‘이것은 죽은 새, 죽은 물고기, 죽은 돼지로구나.’ 명상록에 나오는 구절들이다. 당시에 자주색 염료는 황금만큼이나 비쌌다. 그래서 황제만 입던 옷 색깔이기도 했다. 이 귀한 것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피조개 체액’에 지나지 않는다며 담담하게 바라본다. 온갖 진수성찬도 그러하다. 따지고 보면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고기는 짐승 시체이지 않던가. 왜 그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가다듬었을까?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을 미련 없이 버려라. 그렇게 되면 모욕을 당했다는 느낌이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느낌이 없어지면 모욕 그 자체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자신이 당한 일들의 사실관계만 확인하라. 이 일이 얼마나 창피하며 굴욕감을 주는지까지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2차 가해’일 뿐이다. 갑자기 비가 와서 쫄딱 젖었다고 해보라. 비에 대해 억한 감정을 품어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누군가 내게 화를 냈는가? 그이가 왜 화를 냈는지, 내가 과연 그런 모욕을 당할만했는지 곱씹지 말라. 나는 쏟아지는 비를 맞듯 운이 없게 그의 불편한 감정에 당했을 따름이다. 내가 그의 더러운 성품을 어쩌지 못할 테지만, 내 마음은 내가 다스릴 수 있다. 그러니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해석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우리 마음은 평안함을 되찾는다. 아우렐리우스는 부드럽게 조언을 건넨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그냥 두라.” “고통을 성장통으로 만들라.” 언뜻 보면, 상담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 재(再)구조화’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려 해도 서운함과 분노, 보복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솟아날 테다. 그래서 아우렐리우스는 다시 충고를 던진다. “그 사건은 불행이 아니며, 오히려 그 일을 고귀하게 견디어내는 것이 훌륭한 행운이다.” 아이의 생떼를 받아주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다간,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고 인성도 삐딱해진다. 우주가 우리를 대하는 방식도 그렇다. 우주가 우리에게 잘못을 깨닫고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라며 고통을 치료제로 안겼다고 생각해 보자. 사람은 성공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별로 없다. 뼈저린 실패를 겪어야 비로소 자신의 부족함을 되짚게 되지 않던가. 그러나 아픔 속에 있는 자신을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이 역경은 나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가? 이를 통해 내가 배우고 느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그렇게 조용히 되물으며 가슴을 추슬러야 한다. 이때야 비로소 고통은 나를 강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장통(痛)으로 거듭난다. “내면의 성체를 굳건하게 하라” 아우렐리우스는 제대로 휴식을 누리던 사람이었다. 아무리 커다란 고난도, 고민거리도 그를 거꾸러뜨리지 못했다. 그는 ‘자아 회복력’이 매우 뛰어났다. 바쁜 일상에서도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 부단히 마음을 다독였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되물으며 내면의 성체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그는 오직 한 가지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없을 때는 마음 다잡기도 어렵다. 그때그때 아픔을 추스르느라 계속 흔들릴 따름이다. 반면 자신이 되고 싶은 ‘좋은 사람’의 이미지가 분명한 경우에는 지금 찾아온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바에 견주면, 자신이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가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우렐리우스는 나의 단점을 메우기 위해서는 누구를 본받아야 할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곤 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선생님들이야말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숱한 상처를 받는 분들 아니던가. 선생님들에게 휴식은 아우렐리우스가 그러했듯 영혼을 다잡는 시간이어야 한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아우렐리우스처럼 철학으로 휴식하며 굳건하게 영혼을 다잡으시길 바란다. 따뜻한 응원을 드린다.
마시멜로 테스트 다시 보기 지난달 연재에서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하나로 ‘개인 자제력 절대 수준’을 들었다. 교사들의 자제력 절대 수준이 아주 높다면 자제력 상실로 인한 분노 폭발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개인의 자제력 절대 수준을 높이기 위한 훈련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시멜로 테스트는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 교수가 1968년에서 1974년 사이에 스탠퍼드 빙 유아원에 다녔던 550여 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Mischel, 2015:30). 이 실험에서는 유아원생들을 책상 앞에 앉힌 뒤, 마시멜로 하나를 책상 위에 두고서 15분을 참으면 마시멜로 2개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관찰하였다. 한 개의 마시멜로로 당장의 욕구를 채우는 대신 두 개의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능력, 즉 자제력을 언제 어떻게 발휘하는지 관찰했으며, 계속 조건을 바꿔가며 무엇이 아이들의 자제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Mischel, 2015:15). 참여자 표본을 추적해 10년 간격으로 다양한 척도로 그들을 평가한 결과 ‘네다섯 살 나이의 그 아이들이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렸느냐에 따라서 청소년기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차이를 보였고, 나아가 대입 시험성적도 달랐다. 그들이 스물일곱 살에서 서른두 살이 됐을 때는 더 오래 기다렸던 아이들이 더 낮은 체질량지수와 더 나은 자아존중감을 보여줬고,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추구했으며, 좌절과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했다. 또한 중년에 이르러서는 중독 및 비만과 관련 있는 뇌 영역에서 명확히 다른 스캔 영상이 나타났다’(Mischel, 2015:10). 미셸이 발표한 논문의 원래 제목은 유예되었지만 더욱 가치 있는 보상을 위한,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유아원생들의 자주적 유예에 관한 연구 및 그 이론적 틀이다. 그런데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뉴욕타임스에 ‘마시멜로와 공공 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이 논문을 소개한 후, 언론에서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별칭을 붙여주면서 이 연구는 ‘마시멜로 테스트’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Mischel, 2015: 24). 실제로 이 실험은 종종 마시멜로가 아닌 쿠키나 기타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른 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 연구가 언론에 소개된 이후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이 마시멜로 앞에서 보여준 자제력이 그 아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그러면서 자제력이라는 것이 타고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해온 월터 미셸은 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오해라고 말한다. 그는 마시멜로 테스트: 자제력이 성공의 엔진(Mischel, 2015)을 통해 개인의 자제력 수준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자제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뇌의 가소성과 자제력 훈련의 가능성 현대 과학의 주된 교훈은 우리 뇌 구조가 DNA에 의해 이미 불변으로 확립되어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많은 유연성과 가변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1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뇌가 가소성(plastic)과 순응성(malleable)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뇌의 특징은 꽤 현대에 와서야 발견되었다. 우리의 뇌는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 스스로를 (한계 내에서)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켜 왔다.뇌의 가소성 덕에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훈련과 교육이 가능하다. 물론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뇌도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장차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는 고정적인 자질 보따리를 둘러메고 엄마 배 속을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사회적 환경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성장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우리에게 동력을 부여하는 기대와 목표, 가치는 물론이고 자극과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까지 형성하게 돕는다.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인생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Morf and Mischel, 2012. Mischel, 2015: 325-326에서 재인용). 미셸(Mischel, 2015:324-326)은 인간 노력을 통한 개인 특질 변화 가능성을 더 믿는다. 만일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면 뇌의 가변성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자제력에 관한 연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라는 존재를 바꿀 수 있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느낌과 행위 그리고 될 수 있는 바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요약하고 있다. 자제력 훈련의 한계 자제력을 비롯한 개인의 특질은 불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재설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 뇌의 가소성은 정의에 나타난 것처럼 ‘한계’가 있다. ‘우리의 삶이 DNA 제비뽑기가 아니라 스스로 공들여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무엇’(Mischel, 2015:325)일 수 있지만, 한계가 있고 개인차가 있다. 미셸도 타고난 자제력 수준의 차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Mischel, 2015:17). 자제력을 기를 수는 있겠지만,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자제력이 길러지는 수준에는 개인차가 있다. 타고난 자제력의 차이는 출발점만 다른 것이 아니라 자제력 훈련 효과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물론 자제력 훈련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사람보다는 믿는 사람의 자제력 훈련 성과가 당연히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제력 훈련 효과를 과신하는 사람들이 유의할 것이 있다. 자신들이 경험한 변화를 바탕으로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노력이 부족하거나 신념이 미약한 탓이라고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박남기(2018)가 실력의 배신에서 밝히듯이 개인이 갖추고 있는 실력마저도 타고난 머리와 집념, 좋은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 등 대부분 선천적인 운과 후천적인 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노력과 훈련을 통해 자제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개인차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자제력 발휘 노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개인의 특성과 의지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인도 있다. 뉴욕대학교와 UC 어바인대학 연구팀은 유사한 마시멜로 테스트와 연구를 실시하고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을 기대하며 참을 수 있는 능력’은 아이의 타고난 ‘인내심’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과 더 관계가 깊다는 것을 밝혔다. 일단 부모나 1차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교육 수준을 감안하고 나면, 만 4세의 충동적인 아동과 의지가 강한 아동 사이에 나타났던 성취의 차이가 만 15세가 되면 대체로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 4세 때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만 15세가 되면 부유한 전문직 가족 출신의 아동들이 그렇지 않은 배경을 가진 또래보다 일반적으로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Critchlow, 2019:58-59). 그들에 따르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오늘 냉장고에 음식이 있다고 해서, 내일도 있으라는 보장이 없음을 알고 있다. 눈앞의 마시멜로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확실하지도 않은 두 번째 마시멜로를 위해 자제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반면 부유한 집의 아이들은 경험상 집의 냉장고는 늘 채워져 있었고, 설령 두 번째 마시멜로를 놓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당장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성인이 된 후의 성공 여부는 자제력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3 두 번째 결론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자제력 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이 사회·경제적 배경이 미치는 영향력보다 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마가 걷히고 햇빛 쨍쨍하던 지난 7월, 서울아현초등학교 2학년 7반 교실. 20여 명의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귀를 쫑긋 세운다. 이날은 교장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는 날.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구연동화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독서교육 전도사로 유명한 심영면 교장. 지난 2020년 아현초 교장에 부임한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1학기와 2학기에 한 차례씩 1~6학년까지 모든 학급에 들어가 책을 읽어준다. 교장만 책 읽어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현초는 “애들아 함께 읽자!”를 모토로 삼아 담임교사·학부모·고학년 학생들까지 참여한다. 실제 이 학교의 독서교육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운영된다. 첫 번째는 담임교사가 하루에 한 권, 10분씩 읽어 주는 ▲‘얘들아, 함께 읽자!’가 있다. 두 번째는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언니가 읽어줄게!’이다. 4학년은 1학년을, 5학년은 2학년, 6학년은 3학년을 맡아 각각 학급 단위로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는 학부모가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주 1회 학급단위로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우리도 읽어줄게!’이다. 20여 명의 학부모로 구성된 동아리, ‘아현 책기사(책 읽어주기의 기적을 믿는 사람들)’가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저명인사와 학교 관리자가 책 읽어주는 ▲‘얘들아! 이 책 어때?’이다. 이를 통해 1년이면 학생 1명에게 읽어주는 도서의 총합이 400~500권은 될 것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교실 속 작은 도서관과 아현 전자도서관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종이책 독서량이 1.7권인 점에 비춰보면 아현초의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다. 비결은 이 학교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학교엔 각 교실마다 약 5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된 일명 ‘교실 속 작은 도서관’이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언제든지 책을 교실에서 대출받아 손쉽게 읽을 수 있다. 또 전자책 2,260종, 3,015권이 비치된 전자도서관을 운영, 학생들의 도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뿐 아니다. 매일 아침 ‘선생님과 함께하는 20분간 아침독서’와 학생들이 두꺼운 책 읽기에 도전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가 독서교육 차원에서 운영된다. 이와 더불어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아빠와 함께 별 보며 책 읽기’가, 4~6학년 대상으로는 ‘온종일 책 읽기’가 운영된다. ‘온종일 책 읽기’는 방학 중 학교도서관에서 온종일(13:00~19:00) 스스로 정한 두꺼운 책을 읽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긴 시간 동안 몰입해서 책을 읽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매년 입학식과 졸업식 때 학생들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하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있다. 올해 6학년 학생들에게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교수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강의를 졸업 선물로 줄 계획이다. 인생에서 난관을 만났을 때 주저하지 말고 묻고 도전해서 해법을 찾아가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책 읽어주기는 책의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적극적인 초대 ‘책 읽어주기’로 대표되는 심 교장의 독서교육은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그는 지난 2006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교감으로 임용되자 독서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일이 독서와 글쓰기이고, 독서는 매우 긴 시간 동안 꾸준한 훈련과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좋은 습관이자, 좋은 능력이라는 소신에서였다. 그가 책 읽어주기 운동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실증적 통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처음 교장에 임용됐을 때, 부임한 학교의 학생 1인당 연간 독서량은 22.4권이었다. 그리고 4년 후, 임기만료로 학교를 떠날 무렵엔 98.6권으로 늘어있었다.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아이들은 읽어준 책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책 읽어주기는 책의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적극적인 초대인 셈이고요.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책을 읽습니다.” 심 교장은 얼마 전 한 학부모로부터 한 통의 편지와 한 권의 책을 받았다. 엽서 크기의 편지에는 “교장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고 책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책을 만들어 출판하는 기쁨을 얻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학생이 직접 만든 책 한 권을 동봉해 보내왔다. 그는 “큰 변화를 바라고 벌인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괜찮은 일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책 읽어주기를 계속하는 이유? 내가 행복해지기 때문 그가 책 읽어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아내의 자녀교육 덕분이다. 큰 아이가 2~3살 때부터 엄마와 어린이집 선생님이 책을 많이 읽어주었고, 이를 계기로 ‘거실 벽면이 모두 책’일 정도로 딸아이가 ‘독서광’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특히 막 자녀교육에 눈을 뜬 사람에게 꼭 책을 읽어 주라고 신신당부한다. “왜 책 읽어주기를 계속하느냐고요? 제가 행복해지기 때문이죠.” 그는 책 읽어주기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들로부터도 비슷한 말을 듣는다고 했다. 처음엔 봉사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책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가장 큰 수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마워하더라는 것이다. ‘얘들아, 함께 읽자!’ 운동으로 교육현장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켜 온 심 교장은 2014년 사단법인 책읽어주기운동본부를 만들어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3만 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초등 독서의 모든 것(꿈결) 등이 있다.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하다 보면 “저 미성년자인데도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나요?”와 같은 질문을 특히 많이 받는다. 학교 법률자문 과정에서도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범죄에 연루되었는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는 문의가 자주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청소년 범죄에 대한 형사사건 절차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성인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니 ‘수사를 통해 구속되어 재판을 거쳐 처벌받는다’라는 피상적인 인식들은 가지고 있는데,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촉법소년’, ‘소년법’과 같은 단어들은 익숙하지만, 막상 전체적인 흐름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범법소년, 촉법소년, 범죄소년 「형법」은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형법」 제9조). 따라서 만 14세 미만은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처벌(사형·징역·금고·벌금 등)을 면한다. 그렇다고 만 14세 미만에게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하고 있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결국 10세만 넘으면 보호처분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범법소년 그러나 10세 미만의 자는 형사처벌과 보호사건 처리 모두가 불가능한데, 이런 소년을 ‘범법소년’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초등학교 4학년 재학 중 만 10세가 되므로, 초등학교 4학년이 안 된 학생이라면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수사의 시작인 입건 자체가 불가능하다. ● 촉법소년 다음으로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은 못 하지만 10세 이상이라 보호사건으로 심리할 수 있는 자는 ‘촉법소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중학교 1학년 재학 중에 만 14세가 되므로,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가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 범죄소년 한편 「소년법」에서는 소년을 19세 미만인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소년법」 제2조). 14세가 넘어 형사처벌이 가능하더라도 검사의 판단에 따라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될 수 있고, 심각한 수준의 범죄가 아니라면 이렇게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14세 이상 19세 미만에 해당하는 자를 ‘범죄소년’이라고 한다.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가 만 19세이므로, 중학교 1학년 무렵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가 범죄소년에 해당하게 된다. 소년분류심사원 입원 사건에 대한 조사과정을 거친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은 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는다. 소년과 보호자가 함께 소년법원에 참석하면서 ‘잘 다녀오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텐데, 매우 놀랍고 급작스럽게 상당한 기간 이별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판사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결정하는 경우다. 성인으로 치자면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구속되는 것과 비슷하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법원에서 최종적인 보호처분을 내리기 전에 소년의 가정환경이나 품행, 재범의 가능성 등을 조사하는 기관이다. 성인 범죄자의 경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막기 위해 구속이 이루어진다면,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은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 사건 절차에 따른 것이므로 구속보다 넓은 재량이 있어 쉽게 내려지는 편이다. 법정에서 위탁 결정이 내려지면 돌발적인 행동 방지를 위해 수갑을 차고, 포승줄로 묶인 채 호송버스에 올라 소년분류심사원에 가게 된다. 소년분류심사원에서는 오전 6시 30분 기상해서 저녁 9시 취침까지 각종 교육과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의 일정이 짜여 있다. 입원한 소년은 각종 규칙의 준수와 단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마련이다. 여기에서의 생활태도는 판사에게 보고서로 제출되며, 소년의 최종적인 처분에 대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이러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기간은 1개월을 초과하지 못하지만, 특별한 경우 한번 연장할 수 있다(「소년법」 제18조 제3항). 따라서 짧게는 2주부터 길게는 8주까지 생활하게 된다. 학교에 재학하던 학생이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그 수용기간을 학교의 수업일수로 계산한다(「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2항). 즉 출석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춰야 한다’라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현재 14세 미만으로 되어 있는 「형법」 규정을 고쳐 13세 또는 그 이하의 나이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일반에게 잘못 알려져 ‘촉법소년에게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소년법」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한 다양한 보호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소년법」 제32조). 이러한 보호처분의 종류에서 보듯 10세 이상이라면 단기 소년원 송치, 12세 이상이라면 장기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므로, 우리 법체계가 촉법소년들을 완전히 손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위 처분들은 종류에 따라 상호 간에 병합될 수 있고, 비행이 잦아 법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이른바 단골손님(?)들은 이렇게 다양한 처분들이 병합되는 것을 ‘종합선물 세트’라고 부른다. 그러나 일반 국민, 특히 해당 소년의 범죄에 의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약한 처벌을 하게 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은 전과에 남지도 않기에 장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소년법」 제32조 제6항). 이렇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촉법소년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를 하향하는 「형법」과 「소년법」 개정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는 사건들을 위주로 접하게 되지만, 일반적인 촉법소년들이 일으키는 범죄 대부분은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소년들이 구치소에 수용되어 성인과 섞이게 되면 새로운 범죄를 습득할 수도 있고, 보호처분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 등이 있을 때는 막상 소년에게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듯하다. 범죄소년 사건의 특징 14세가 넘었으나 19세가 넘지 않은 범죄소년들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이 자신이 촉법소년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야 나이 계산을 잘못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일도 있었다. 범죄의 수위가 높아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되거나, 이전에 다른 보호처분들이 있었던 경우, 성범죄 등의 사건이라면 검사의 판단에 따라 성인과 마찬가지의 일반 형사처벌 절차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19세 미만인 소년은 일반 형사절차로 진행되더라도 2년 이상의 형에 처하는 경우, 그 형의 범위에서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하되,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소년법」 제60조 제1항). 예를 들어 성인이라면 ‘징역 5년’ 이런 식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고 이게 우리에게도 익숙하겠지만, 소년이라면 ‘장기 5년 단기 3년’ 이런 식으로 다소 독특한 판결이 선고된다. 이때 소년이 수감되어 3년의 기간을 채웠다면, 이를 집행하는 기관의 장이 소년의 태도를 고려하여 검사의 지휘에 따라 형 집행을 종료시킬 수 있다(「소년법」 제60조 제4항). 참고로 법상 소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은 징역 20년이다(「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한편 범죄소년 사건의 다수는 촉법소년과 마찬가지로 처리된다. 그러나 이를 심리한 소년법원의 판사가 그 과정에서 소년이 범한 범죄가 중하다고 생각되어 보호처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 일반 형사처벌 절차를 밟도록 검사에게 보낼 수도 있다(「소년법」 제7조 제1항, 제49조 제2항). 학교장 통고제도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과 범죄소년 사건 대부분은 처음에는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어 시작된다. 그런데 경찰을 통하지 않고도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하였음을 직접 법원에 통고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이를 ‘학교장 통고제도’라고 부르고, 「소년법」에서 근거한다(「소년법」 제4조 제3항). 학교에서 학생이 선생님을 때리는 행동을 하였다면, 이는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폭행죄와 같은 범죄에도 해당하게 된다. 이때 학생이 촉법소년이라도 10세만 넘는다면 앞에서 설명한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상 학교가 소속된 학생을 직접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고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수사과정에서 학생이 입게 될 상처가 걱정되기도 하고, 수사에 관한 기록이 학생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려스러울 수도 있다. 학교장 통고제도는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학생을 법원에 보내는 제도로 법원의 전문조사관은 조사나 상담을 통해 학생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장점으로 교권문제에 대한 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학교장 통고제도는 1963년 「소년법」에서부터 도입되었을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매우 생소한 느낌일 것이다. 실무상 잘 쓰이지도 못한다. 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법원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고, 해당 학생이나 보호자로서는 학교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왜 제도가 활용되지 못했는지 점검하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구은복 경남 관동초 교사는 7월 30일 오후 경남, 부산, 울산, 경북의 영재키움 학생과 학부모 200명을 대상으로 ‘생각대화 방법’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구 교사는 7월 28일부산대 아르피나 호텔을 방문하여 자신의 저서 150권을 직접 나누어주고, 온라인 특강 참여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였다. ‘영재키움 프로젝트’는 소외계층 학생들이 멘토교사와 1:1 멘토링, 진로 체험, 자율 연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고 잠재된 능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부 사업이다. 그러나 부산대는 경상권역이 넓어 연간 오리엔테이션과 창의융합 캠프 외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몇 차례밖에 진행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구 교사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대비해 교실혁명 선도교사로서 디지털 역량 강의를 진행하고,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회정서 역량 함양을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였다. 구 교사는 경남 영재키움 프로젝트의 대표 교사로서 자비 350만원을 들여 무료 뮤지컬 공연과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왔으며, 이번에도 부산대와 협력하여 10시간 이상의 강의를 진행하였다. 교육부가 8년 동안 영재키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특강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구 교사는 그림책 생각대화 중 '창의 생각 대화'방법인 질문 중심의 벌집Q 생각대화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방법을 통해 구 교사는 2019년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에서 전국 대상을 수상한 학생을 지도하였고, 올해도 우수상을 수상하도록 도왔다. 또한 2023~2024년 경남 발명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금상을 지도하고, 2024년 경남 과학전람회에서 특상을 지도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특강에서는 학생과 부모가 제공된 다양한 생각대화 학습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결과물을 패들렛에 올리는 후속 활동도 진행되었다. 100명의 가족이 패들렛에 과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구 교사는 10시간 넘게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소규모로 추가적인 재능 기부 특강도 진행될 예정이다. 특강에 참석한 김00학생은 "부모님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으나 이날 실습을 통해 놀라운 소통의 경험을 하였다"고 전했다. 이00 학생은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최00학생은 "오랜만에 엄마와 대화할 수 있어 좋았으며, 대화 방법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00학생은 "대화를 통해 그동안의 오해를 풀 수 있었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강조하였다. 남외초의 한 학부모는"일상적인 대화를 넘어서 질문을 통해 감정을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유익했다"고 전했다. 구은복 교사는 앞으로도 생각대화 방법을 통해 더 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장마 기간 가운데 잠깐씩 드러나는 여름 햇볕은 따가운 날카로움으로 피부를 파고든다. 열대성 작물인 벼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습한 바람을 즐기듯 날렵한 잎새는 서걱거린다. 볏잎은 매끈하며 가장자리는 날카롭다. 이런 벼와 같은 잎을 지닌 부류는 억새나 갈대, 강아지풀 등이다. 이 중 억새에 베일 때는 종이에 베인 것처럼 따갑고 시리다. 아침 시간 수업을 앞두고 학습자료를 준비한다며 두꺼운 종이를 10장 정도 포개어 놓고 왼손 엄지와 집게손가락은 자를 꼭 누른 채 커터 칼로 자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칼날이 종이를 지나는 소리가 사각거린다. 몇 장 자르고 나면 칼날이 무뎌진다. 그러면 날을 부러뜨려 새로워진 날카로움의 묘미를 느낀다. 그런데 집중력이 부족해서인지 한 눈을 파는 사이 칼날은 자의 등을 타고 집게 손톱을 거쳐 손가락을 헤집는다. 앗 따까워! 순간이다. 하얀 종이에 선혈이 낭자하다, 지혈하면서 상처 부위를 보니 갚게 베인 것 같아 병원을 찾는다. 다행히 신경이나 인대 손상이 없어 예닐곱 바늘 꿰맨 뒤 돌아온다. 한 열흘 가까이 이렇게 지내야 한다니 여름철인데 낭패이다. 칼에 베인 기억은 여러 번이다. 연필깎이가 귀했던 초등학교 시절 필통에는 접는 칼이 들어있다. 집에서 연필을 미리 깎아 준비해 오지만 스스로 깎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서툰 실력에 손을 베었다. 그리고풀이나 보리, 벼를 벨 때 다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베일 때 그 느낌은 섬뜩하다. 베임은 보통 집중력이 떨어지고 날이 무딜 때 많이 당하는 경우이다. 칼 하면 떠올리는 말은 예리함과 둔함이다. 예리함은 칼날이 날카로운 경우로 대개 면도날, 수술용 메스 등을 떠올린다. 예리하면 사용자는 집중력을 발휘하여 주의한다. 예리한 만큼 많이 사용하면 잘 무디어진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여 잘 무디어지는 날은 부엌칼이다. 그러면 중간중간 날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부엌에 보면 만능 칼 갈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이런 칼갈이보다는 숫돌을 사용한다. 과도부터 식칼까지 쓱싹쓱싹 왕복운동을 하며 날을 세운다. 이런 날 세우는 모습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보았었다. 아버지는 농사일로 무뎌진 낫과 많이 사용한 부엌칼을 챙겨서 샘가로 가신다. 아버지는 쪼그리고 앉아 칼과 낫을 갈곤 했고 나는 반대편에 앉아 그 장면을 보는 걸 좋아했다. 약간의 물을 숫돌과 낫이 맞닿은 지점에 끼얹는다. 낫을 숫돌 면에 대고 위아래로 번갈아 오르내린다. 아버지의 손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회색빛 숫돌물이 흘러나온다. 재밌어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마찰로 갈아진 낫을 허공에 들어 빛에 비추어 상태를 살핀다. 아직 멀었는지 다시 갈기 시작한다. 지켜보는 나도 팔에 힘이 들어간다. 쓱싹쓱싹 쓰으윽 싹. 무딤에서 날렵함으로 마무리되어 감을 직감한 아버지는 손끝으로 낫의 날을 만진다. 살갗의 예민한 감각으로 완료되었음을 인지하고 나서야 아버지의 칼갈이와 낫 갈이는 끝이 났다. 잘 갈아졌나 실험하기 위해 풀을 벤다. 손에 힘 하나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풀은 두 동강이 났다. 책상 위에 상처를 입힌 칼과 깊게 팬 플라스틱 자를 물끄러미 본다. 다시 잡으려 하니 마음이 잘 가질 않는다. 칼은 죄가 없는데 자신이 부주의하여 일어난 일인데, 괜히 칼에게 탓을 하는 모양새고 자는 그 기억을 그대로 새기고 있다. 칼의 중요성은 예리함일 것이다. 무딘 칼은 큰 상처를 입힌다고 한다. 무딤은 어리석다는 것과 뜻이 가까우면서 둔하다는 뜻으로 ‘둔(鈍)하다’라고도 한다. ‘날카롭다’에 반대되는 말이다. 예민하거나 빠릿빠릿하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칼날이 서지 않아 잘 들지 않듯이 몸과 마음의 움직임이 둔한 것이 ‘무디다’이다. 이 무디다가 선을 넘으면 미련스러움이 된다. 미련은 선천적이 아니면서도 교육을 통해 교정하기 힘들며 바보가 아니라서 스스로 교육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어리석은 자이다. 국어사전에 ‘미련’을 ‘태도나 행동이 어리석고 둔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어리석고 둔한 태도나 행동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것이 미련함이다. 이는 ‘고집’과도 연결된다. 고집과 소신은 다르다. 미련한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을 좀 우습게 안다. 남의 말과 행동을 업신여기고 멸시한다. 그러니 충돌이 불가피해진다. 미련한 사람이 다른 미련한 사람과 충돌하면 불꽃이 튈 것은 뻔하다. 서로 옳다고 우기는 미련함 사이의 논쟁이나 쌈박질에는 백약이 무효이다. 미련함과 연결된 고집은 사람이 다툼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화내기’와 연결된다. 미련한 사람은 자기가 틀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논쟁에 임한다.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배제했으니, 설득은 불가능하다. 계속 씹고 싸울 뿐이다. 서울 안 가본 사람이 가본 사람을 이긴다는 말과 같다. 날카로움이나 무딤이나 모두 상처를 줄 수 있다. 아직도 가까운 사람들과 생활 속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들과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일들이 생길 때, 예리함과 미련함이 남아 그렇다는 걸 느낀다. 예리함과 무딤에 대하여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상반되는 두 성격을 어떻게 조화롭게 내 속에서 녹여 내느냐에 따라 인성이나 인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와 좋은 관계에 있는 사람의 예리한 질타는 나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지만 잘 아물고, 상처도 덜하다. 하지만 나와 좋지 않은 관계에 있는 사람의 무딘 듯한 질타는 나의 겉모습만 난도질할 것이고 내 속을 알지도 못하는 그의 오해에 나는 더욱 아파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예리함과 둔함 중 어느 쪽에 경중을 많이 두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둘 다 베이면 흉터는 남는다.
문학·미술 작품을 인용해 출제한 시험문제를 해당 작품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행위에대해 대법원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최근 예술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3부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저작권협회는 평가원이 2009~2019년 고입선발고사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 나온 문제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1700만 원 배상을 요구한 바 있다. 저작권협회는 평가원이 이 기간 시, 소설, 미술작품 등 155개 저작물을 인용한 문제를 누구나 보거나 내려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협회에서 관리하는 저작권자의 전송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공표된 저작물을 교육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맞게 인용한 만큼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행위로 봤다. 1심 재판부는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시험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평가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원고 일부승소로 뒤집혔다.2심 재판부는 평가원이 저작물을 인용해 문제를 내는 것을 넘어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개하는 것을 두고 저작권법의 취지를 벗어난다고 보고 1000만 원 배상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험이 종료된 후 저작권자 동의 없이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정당한 채점과 성적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제한적 범위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저작물에 대한 감상 등 수요를 대체하는 효과까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상고심을 통해 결과를 바꿔보려 했으나 기각됐다. 2심 판결을 유지한 대법원은 “평가원의 행위로 해당 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할 우려가 상당하다”면서 “사용료를 지급하고 시험문제를 게시함으로써 학습자료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담임(擔任)’은 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보는 일, 또는 그 맡아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담임교사는 한 반의 학생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맡아 지도하는 교사다. 1년간 학생과 신뢰를 쌓고, 사랑의 관계 속에서 교육과 생활지도를 끊임없이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담임교사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교육 여건 마련은 매우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최근 경북의 한 초교에서 한 학부모가 자녀에 대한 교육방식 갈등으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자같은 반 학생 23명이 교사 복귀를 요구하며 등교를 거부했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한 초등생 학부모가 4년간 4명의 담임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밝혀졌다.이 같은 일은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실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7월까지 학부모 요구로 담임교사가 교체된 경우가 129건에 달한다. 이도 교체가 실현된 경우에 국한될 뿐, 실제로 진행되는 담임 교체 요구는 더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담임 교체 요구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같은 반 학생들이다. 일부 학부모의 그릇된 판단이나 행동으로 인해 담임 교체가 이뤄진다면 해당 학급 학생들의 교육적, 정서적 안정성이 떨어진다. 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학습권도 침해받게 된다. 민원에 의해 자신이 사랑하는 학생들과 떨어져야 하는 담임교사의 마음도 회복하기 어렵다. 결국 교권 추락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학부모의 문제 제기 시 해당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고, 교사의 교권 보호와 학교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또 제도적으로 담임 교체 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학부모의 공격에 대해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 6월 20여 년간의 교육계 숙원이던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을 공식 발표했다. 부처통합에 이어 통합 교육 기관과 교원 자격의 통합방안에 대해서도 기본방향을 내놨다. 우선 통합 교육 기관의 명칭에 기본적으로 ‘학교’를 담기로 한 부분은 크게 고무적이다. 다만 ‘유아학교’로 최종 결정될지 ‘영유아학교’로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등 유아교원 4개 단체는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유보통합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의 방안을 제시·요구했다. 가장 먼저 명칭을 ‘유아학교’로 확정할 것이다. 유아학교의 유형을 강제로 통합하기보다는 시설적 한계, 설립별 차이 등을 인정하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로 열어둘 것을 주문했다. 교원자격에 대한 교육계의 의견도 전했다.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 있는 영유아정교사(0~5세) 단일자격안은 제도 설계의 편의성이 매우 높고,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의 조정·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교육적 효과와 교원의 전문성을 볼 때 0~2세와 3~5세의 연령 발달상 특성이 현격한 차이가 나고, 해당 시기별 중점적 가치가 서로 다른 점이 있다. 따라서 자격체제를 영아정교사(0~2세)와 유아정교사(3~5세)로 이원화는 것이 상향식 유보통합의 목표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다양한 계획의 실현을 위한 재정이 과연 충분한지, 또 계획이 결국 ‘교원의 부담으로만 남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보통합의 제1원칙은 유아학교 체제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교원의 자격을 보다 전문화하며, 양질의 교육·보육 기관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미래지향적인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교실 수업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은 8월까지 영어, 수학, 정보 과목의 AIDT를 개발하고, 검정기관은 10월까지 검정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검정 절차를 최종적으로 통과한 AIDT는 11월에 선보이게 되며, 현장 적합성 검토를 거쳐 내년 3월에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AIDT를 활용한 수업 개선과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AIDT 도입의 목적은 첨단 기술의 적용을 넘어, 수업 개선을 통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 AIDT 도입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AI 기술을 통해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공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자료나 보충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특정 개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학생은 AI가 제공하는 보충 자료를 통해 개념을 재학습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개개인의 학습 경험을 강화하고, 개인의 학습 스타일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둘째, AIDT는 교사들에게도 강력한 지원 도구가 된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 진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별 학생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효율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으며, 자신의 수업을 더욱 풍성하게 기획할 수 있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개념에서 많은 학생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되면, 교사는 해당 개념에 대한 추가 설명이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교사들은 AI의 지원을 받아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협업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학생 중심적인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AIDT는 교육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학습 과정의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지방이나 도서 산간 지역의 학생들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집에서도 학교에서와 동일한 학습 자료와 도구를 이용할 수 있어, 학습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AI 기술을 활용해 보다 세심한 맞춤형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며, AI는 교사들의 수업활동을 지원하는 도구로서 활용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AIDT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서 교육의 전반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한다.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AIDT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서비스의 품질, 네트워크와 단말기 등의 학교 인프라 점검과 관리, 교사와 학생의 준비도 향상을 위한 교육과 연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AIDT는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교육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본지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와 함께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공동 기획을 시작합니다. 현장 교원을 대신해 질문하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KERIS가 답합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찾는 계곡이나 바다만큼 시원한 곳이 바로 창덕궁 후원이다. 이곳에는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 연못이 있어 무더위를 식혀줄 청량감이 있다. 조선의 제2궁 경복궁이 조선왕조의 상징적인 정궁이라면, 창덕궁은 많은 임금이 생활했던 제2궁이다. 정종이 개경으로 천도했으나, 태종이 즉위해 한양으로 재천도하면서 창덕궁을 지었다. 태종은 궁궐 건물들을 지은 후 후원을 만들었다. 임진왜란 때 정궁인 경복궁과 창덕궁 등이 불타자, 광해군은 경복궁 자리가 불길하다고 하여 창덕궁을 정비하고 정궁으로 사용했다. 인조반정 때 불탔으나 인조 25년(1647)에 다시 복원해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재건할 때까지 270여 년간 조선의 정궁으로 사용됐다. 창덕궁의 정문은 돈화문(敦化門)이다. 다른 궁궐의 문이 삼문(三門)인 것에 비해, 돈화문은 오문(五門)이다. 태종이 명나라 황제가 사는 궁궐인 자금성에서나 볼 수 있는 오문을 만든 것은 자주 국가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명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삼문만 사용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문 앞에 월대를 쌓고 2층으로 된 문을 궁궐보다 높게 만들어 위엄을 나타낸다. 그러나 순종이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월대를 철거했다가 돈화문로를 포장하면서 복원했다. 가운데 문 앞에는 어도로 이용하기 위해 난간이 놓여 있다. 돈화문은 2층 집으로, 지금은 볼 수 없지만 2층 마루에 종이 매달려 있어 12지간의 시각을 백성들에게 알려주거나, 위급 시에 종을 치기도 했다. 실제로 인조반정이 일어났을 때 훈련대장 이홍립은 반정군과 내통하고 종을 울리지 않아 결국 광해군이 쫓겨나고 조카인 능양군이 인조로 즉위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경복궁의 박석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창덕궁의 박석은 경복궁처럼 자연스럽지 못하지만, 박석 사이로 흐르는 물이 아름답다. 품계석 사이에는 임금이 드나드는 어도가 박석보다 높게 나 있다. 박석 사이로 난 잔디는 품계석 뒤로 서 있던 관리들에게는 아주 좋은 쉼터이다. 왜냐하면 뜨거운 햇볕과 돌, 거기에 검은색 가죽신은 발을 더욱 따갑게 했다. 박석 사이의 잔디는 발의 따가움을 해소하는 청량제라고나 할까? 휴식의 공간인 후원 창덕궁 후원은 일제에 의해 비원이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후원이라는 명칭 이외에 궁궐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북원’, ‘금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와 같은 모습의 후원은 조선 16대 인조 때에 형성됐다. 이후 숙종, 영조, 정조를 거치며 후원은 계속 개보수됐다. 창덕궁은 조선의 궁궐 중 그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있고, 자연과 조화로움이 뛰어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창덕궁 후원은 임금을 비롯한 왕족들이 산책하고 사색하며 노닐던 곳이다. 이곳은 인공적인 정교함이 깃든 다른 나라 정원과는 달리 자연미가 돋보인다. 물이 고여 있으면 연못을 만들고, 자연과 어울릴만한 장소에는 정자를 세웠다. 자연과 어울려 사는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창덕궁 후원의 시작은 부용지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우주관에 의해 조성됐다. 사각형의 연못은 땅을 의미하고 가운데 둥근 섬은 하늘을 상징한다. 두 다리를 연못에 담그고 있는 부용정은 사방으로 지붕이 돌출된 독특한 모양새이며, 맞은편에는 정조가 학문연구기관으로 쓴 규장각이 있었던 주합루가 있다. 부용지를 지나면 통돌을 깎아 만든 불로문(不老門)이 있다. 불로문은 통돌을 깎아 가운데가 빈 사각형 모양이다. 늙지 않으면서 오래 살고 싶은, 특히 임금을 비롯한 왕족들의 소망을 불로문으로 나타낸 것이니, 장수하고 싶은 마음은 시대를 불문하고 동일한 것 같다. 불로문을 지나니 정사각형 모양의 연못인 애련정이, 애련정을 지나니 커다란 집이 나타났다. 바로 연경당이다. 순조 때 효명세자(추존 문조)가 아버지를 위해 당시의 양반집과 똑같이 지었으며 단청을 하지 않았다. 순조는 이곳에서 양반의 평복을 입고 음식도 일반인처럼 만들어 먹으면서 왕이 아닌 일반인의 생활을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연경당을 지나면 존덕정(尊德亭)이 있다. 학문을 숭상한 임금인 정조는 존덕정을 자주 들렀다. 존덕정은 겹지붕에, 겹기둥으로 만들어져 있다. 즉, 본 건물을 세우고 그 처마에 잇대어 지붕을 따로 만들어서 지붕이 두 개이다. 바깥 지붕을 받치는 기둥은 하나를 세울 자리에 가는 기둥 세 개를 세워서 이채롭다.(사진에서 보면 안 기둥은 한 개의 큰 기둥으로 되어있고 바깥 기둥은 가는 세 기둥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청나라의 양식으로 생각되며 건물에 위압감이 들 정도로 무게가 느껴진다. 이곳에는 정조가 쓴 현판이 걸려 있다.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정조는 ‘세상의 모든 시냇물을 품고 있는 밝은 달의 주인공’이라는 호(號:사람이 본이름이나 자 외에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를 현판으로 걸어 스스로 지어 부르고, 그 서문을 새겨 이 존덕정에 걸어 놓게 한 것이다. ‘뭇 개울들은 달을 받아 빛나지만 달은 오직 하나이다. 짐은 바로 그달이요, 너희들은 개울이니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에 합당하다.’ 정조는 자신을 반대하는 어떤 것도 용서할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친위대인 장용영의 위용을 뽐내며 신하들에게 강력한 충성을 요구했다. 1798년에 정조는 존덕정에 자신의 위상을 밝히는 ‘만천에 비치는 밝은 달’이 자신이라는 현판을 걸어 놓은 것이다. 존덕정을 지나면 한반도 모양의 연못인 반도지에 관람정이 있다. 관람정은 창덕궁의 후원에서 가장 잘 정돈된 곳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관람정이나 반도지에 관한 기록은 1903년 이전에는 없으므로 그 이후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관람정’의 이름처럼 이곳에서 보이는 연못의 모습은 아름답다. 관람정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선자정(扇子亭), 바로 부채꼴 모양이다. 반도지 쪽으로 기둥이 4개가 있고, 현관 쪽으로 기둥이 2개 있어 부채를 쫙 편 모양이다. 이러한 형태는 관람정이 연못에 떠 있는 모양이라고 할까? 반도지를 거꾸로 된 한반도라고 하지만, 임금의 동선인 존덕정에서 바라보면 바로 된 한반도이다. 창덕궁 후원은 계절과 관계없이 방문해도 아름다움과 기품이 있는 곳이다. 무더위에 시원한 바람과 풍광이 있는 창덕궁 후원을 방문하심을 추천한다. ------------------------------------------------------------------------------------ 더 알아보기) 조상들의 더위를 나는 법 우리 조상들이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24년 63세 때 고상하면서도 우아하게 더위를 이기는 8가지 피서법을 시로 쓴 ‘소서팔사(消暑八事)’를 실천하였다. ‘소서팔사’란 선비의 지혜로 더위를 잠시 잊자는 ‘망서(忘暑)’를 말한다. 第一事, ‘松壇弧矢(송단호시)’ 첫 번째가 ‘솔밭 둑에서 활쏘기’ 第二事, ‘槐陰鞦韆(괴음추천)’ 두 번째가 ‘느티나무(회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第參事, ‘虛閣投壺(허각투호)’ 세 번째가 ‘텅빈 정자에서 투호놀이하기’ 第四事, ‘淸簟奕棊(청점혁기)’ 네 번째가 ‘서늘한 대자리 깔고 바둑두기’ 第五事, ‘西池賞荷(서지상하)’ 다섯 번째가 ‘서쪽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第六事, ‘東林聽蟬(동림청선)’ 여섯 번째가 ‘동쪽 숲속에서 매미소리듣기’ 第七事, ‘雨日射韻(우일사운)’ 일곱 번째가 ‘비오는 날 한시짓기’ 第八事, ‘月夜濯足(월야탁족)’ 여덟 번째가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
경북 점촌북초(교장 하미경)는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1~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주목재문화체험장에서 목공체험교실을 운영한다. 여름방학 온(ON)종일 늘봄, 방과후학교 체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목공체험교실은 1~2학년 ‘속이 보이는 저금통 만들기’, 3~4학년 ‘다용도 서랍장 만들기’, 5~6학년 ‘수납이 가능한 스툴 만들기’ 등 학년군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본교 학생들에게 다채로운 체험활동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예술성을 발휘하고, 성취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목공체험교실은 학생들에게 평소에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자연친화적 소재인 목재를 다루며 공존의 가치와 생태 중심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체험 중심의 생태전환교육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미경 교장은 “학생들이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목공예를 즐기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점촌북초등학교는 이러한 체험 중심의 교육 활동을 통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하였다.
한국 탁구의 '파랑새' 신유빈(대한항공)이 혼합복식에 이어 여자 단식에서도 올림픽 준결승 무대까지 날아올랐다. 신유빈은 1일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를 풀게임 접전 끝에 4-3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 일본 선수 히라노는 옷을 갈아 입고 오며 흐름을 끊더니 내리 3게임을 따내며 필사의 추격을 벌였다. TV를 시청하면서 까딱하면 넘어갈수 있다는 불안감도 느꼈다. 하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실수가 적어지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마디로 통쾌한 승리였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좋아서 펄펄 뛰고 신유빈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시합이 끝나고 나서 '통쾌'하다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마음껏 즐거운 기분으로 이겼다는 생각이었으나 결코 아니었다. 통자 하나가 앞에 붙어 있어서 어마어마한 수식을 한 것이다. 痛자는 ‘아프다’(painful)가 본뜻이니 ‘병들어 누울 역’(疒)이 의미요소가 들어 있었다. 즐거움이 지나쳐 아플 정도로 즐겁다니 저절로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다.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진정 주인공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 통쾌, 아플 정도로 기분이 상쾌함 통쾌한 승리! 일생에 몇 번이나 이렇게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 결승에서 또 한번 '통쾌한 승리'를 기대해 본다.
인도 의대입시 부정 파문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의대입시(NEET-UG) 결과가 발표된 6월부터 현재까지 현지 언론은 물론 국민들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꾸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시험 요구에 대해 지난달 말 대법원이 ‘불가’ 판결을 내자 재점화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인도가 발칵 뒤집한 이유는 240만여 명이 응시한 이 시험에서 67명이 만점(720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매년 만점자가 2~3명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전례 없는 일이다. 고득점자(650∼680점) 비율 역시 급증했다. 이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시험을 주관한 인도 국립시험원(NTA)은 응시자가 많았고 시험장 문제로 늦게 시험을 시작한 응시생에게 ‘보상점수’를 줬기 때문일뿐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점자 가운데 대다수인 50명이 보상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정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억울한 피해자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재시험을 요구하는 청원을 냈고, 대학생과 수험생들은 전국적으로 대규모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 올해 총선에서 약진한 야권도 이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삼고 전국 시위를 주도하는 한편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지난 2016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NEET 시험은 도입 이후 매년 부정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인도 중앙수사국(CBI)이 수사를 퉁해 시험지 사전유출 혐의로 20명에 가까운 인원을 체포했다. 또 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 110여 명을 응시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대리시험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국은 보상점수를 부여받은 1500여 명에 대해 보상점수를 취소하고 재시험을 보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시험지 유출자를 엄벌에 처하는 법을 6월 21일(이하 현지시간) 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EFE통신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작년 2월 의회를 통과한 이 법의 시행을 미뤄오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행하게 됐다. 이 여파로 정부 시행 경쟁시험에 대한 공정성 문제로도 번져 NTA은 6월 18일 전국 300여개 도시에서 94만여 명이 응시한 가운데 조교수 및 연구직 모집 시험을 치른 후 취소했다. 이번 사태 발생 이후 3개 시험이 사전 또는 사후에 취소된 상황이다.
방글라데시 대학생들이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 6월 다카 고등법원의 자녀 할당제 부활 결정에 반발하며 1개월 가까이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다 잠정 중단했던 대학생들이 정부의 지도부 석방 등 요구 불응에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최근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학생단체 ‘차별에 반대하는 대학생들’(SAD)은 10일 정도 중단했던 시위를 전국적으로 재개했다. 하지만 참가자 규모는 직전 시위에 비하면 매우 작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 외곽에서 열린 한 시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곤봉을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대학생 20여 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SAD 측은 성명을 내고 모든 방글라데시 시민의 시위 동참을 요구했다. SAD를 주축으로 한 대학생들은 지난 6월 다카 고등법원이 2018년 당시 대학생 시위로 정부가 폐지했던 공직 할당제를 부활하는 결정에 반대 시위를 시작한 바 있다. 이어진 대법원의 고법 결정 유지에 시위는 격화됐다. 폭력까지 동원되면서 다수의 사상자 발생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통행금지령 발령, 군병력 배치, 인터넷 차단 등 조처를 내렸다. 정부 측 사상자 발표는 나오지 않았으나 AFP통신은 자체 집계를 통해 일부 경찰관 포함 2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시위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1만 명 가까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법원이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전체 공직의 93%는 기존처럼 능력에 따라 배분하고 5%만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는 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원안인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 대상 공직 30% 부여’에 비해 후퇴한 방안이지만 결국 수용했다. 시위대 측은 공직 할당 자체를 전면 반대하면서도 지난달 28일(현지시간)까지 시위 재개 기한을 두고 SAD 지도부 석방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공식 사과, 관련 부처 장관 해임, 대학교 휴교령 해제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현재 군병력은 도시 지역에 여전히 배치됐고 전국적인 통금령도 여전하다. 다만 통금령은 완화돼 공장과 사무실의 업무 재개 등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11일 만에 휴대전화 인터넷망도 복원됐다. 이런 가운데 폭력적 방법의 시위 진압에 대해 유엔(UN)이 우려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대규모 체포뿐 아니라 보안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인 3명 중 1명은 대학 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 성별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화전쟁’, 부실한 교육 내용, 비싼 학비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자국내 다양한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알아보기 위해 6월 3∼23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그 결과 ‘고등교육을 상당히 혹은 꽤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36%다. ‘고등교육을 어느 정도 신뢰한다’와 ‘전혀 또는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각각 32%였다. 이번 조사는 전화 설문, 갤럽 패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웹 설문 결과 등이 반영됐다. 고등교육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2015년부터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같은 조사에서 ‘고등교육을 상당히 혹은 꽤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57%였다. ‘전혀 혹은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은 10%에 그쳤다. 특히 공화당원들에게서 변화가 컸다. 고등교육을 상당히 신뢰한다고 답한 공화당원의 비율은 2015년 56%에서 20%로 떨어졌다. 고등교육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공화당원은 11%에서 50%로 늘었다. 고등교육에 대해 낮은 신뢰를 보인 미국인들은 대학이 유의미한 지식이나 기술은 가르치지 않고, 정치적 의제를 강요하는 데다 (학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을 들었다. 고등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41%는 정치적 의제를 지적했다. 대학이 학생들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두지 않고 지나치게 진보적이거나 학생들을 세뇌하려 한다는 것이다. 37%는 대학이 관련 기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부분, 학위가 별로 의미가 없다거나 구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교육 내용을 지적했다. 28%는 높은 대학 등록금, 학자금 대출 등의 비용 문제를 꼽았다. 게다가 미 대학들은 최근 몇 년간 진보적 색채를 강조해 공화당 측의 비판을 받아왔다. 가자전쟁 발발 후에는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캠퍼스 점거로 긴장이 고조됐다. 커리큘럼을 둘러싸고 대학 본부 측과 보수 정치인 간 논쟁도 빈번하다. 특히 인종, 성별, 성적지향 등의 문제는 격렬한 충돌을 불렀다. 미국 사립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4만2152달러(약 5800만 원) 정도다. 공립대학은 1만∼2만3000달러(약 1400만~3200만 원) 수준이다. 하버드, 예일과 같은 아이비리그 명문대의 등록금은 연간 6만달러(약 8300만 원)에 육박한다. 주거비와 생활비 등을 합하면 10만달러(약 1억3800만 원)가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초·중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가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광역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실시된 가운데 교사들이 휴식시간에 교원단체들이 나누어 준 홍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김종욱 인천혜광학교 교사가 1일 오후인천시 중구 인천광역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열린 '2024년 초·중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교원단체 안내 시간에 한국교총에 대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앙샹떼(Enchante)!” “반가워요!” 지난달 21일 서울 번동중학교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한글학교 학생들이 그 주인공. 서울 번동중 학생들이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고, 일요일이라 적막했던 학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프랑스 학생들이 한국 학교를 찾은 건 ‘메타버스 역사 게임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처음 만난 양국 학생들은 간단한 게임을 통해 친해지는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가진 후 본 수업에 들어갔다. 이날 수업은 ‘1940~1945년 프랑스와 한국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진행됐다. 수업은 김동은 서울 번동중 교사가 맡았다. 에듀테크 교사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김 교사는 역사를 연계한 세계시민교육에 에듀테크를 접목한 수업을 선보였다. 특히 메타버스 방 탈출 게임을 직접 제작하고 모둠별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구성했다. 모든 수업 자료는 한국어와 프랑스어를 병기했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살피다 보니 식민 지배를 겪은 시기가 정확하게 겹친다는 걸 발견했다”면서 “양국 모두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저항했고 독립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한국과 프랑스는 오랜 시간에 걸쳐 교류해 왔고, 앞으로 세계시민으로서 어떤 태도로 교류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국 학생들은 금방 가까워졌다. 김 교사는 “프랑스 학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서 모둠을 구성하는 것부터 고민이 많았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연령과 세대, 국가를 초월해 수업에 참여하고 어우러졌다”고 귀띔했다. “한 프랑스 학생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던 성인이었는데, 우리 학생들이 친절하게 알려줬다고요. 수업 자체도 의미 있지만, 한국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간다면서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며 SNS 아이디까지 주고받더군요. 제게도 의미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한국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었다”, “한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국경을 넘어 협력하는 것이 즐거웠다. 프랑스와 한국 사이에 공통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훌륭한 수업 진행 덕분에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국-프랑스 공동수업은 수개월에 걸쳐 기획됐다. 프랑스 공립국제중에서 3년간 파견 근무했던 김병수 경기 호수중 교사의 제안에서 비롯했다. 김 교사는 “해외 파견을 갔다 오고 나서 두 나라 교육의 장점을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전 세계 학교로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 ‘국경 없는 교육’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교사로서 가치 있는 일, 설레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국경 없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100통 넘는 이메일을 보냈고, 프랑스 한글학교 협회장인 박선영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답신이 왔죠.” 김 교사는 개인 유튜브 채널 ‘조매꾸 지덕체로’에서 ‘꿈터뷰’를 운영하고 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다. 김동은 교사가 이 코너에 출연한 걸 계기로 함께 공동수업을 준비하게 됐다. 김 교사는 “학생도, 교사도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앞으로도 국경 없는 교육, 국경 없는 수업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는 한국의 에듀테크 활용 능력을 부러워합니다. 우리는 유럽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지를 궁금해하고요. 아이들이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경계를 허무는 글로벌 인재 교육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일선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부모의 아동학대 고소, 협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총이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3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자녀의 왕따, 학폭 피해를 주장하며 1~4학년 담임교사 4명을 수년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거나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교총은 31일 입장을 내고 “학부모는 별다른 조치 없이 매년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를 일삼고 교원들만 속수무책 만신창이가 되는 현실에 분개한다”며 “학부모의 무소불위 정서학대 신고권, 면책권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은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이라면 해당 학부모의 자녀가 5학년, 6학년으로 진학했을 때, 5학년 담임과 6학년 담임이라고 피해 갈 수 있겠느냐”며 “누구도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그때는 또 어떤 교사의 몸과 마음이 무너져야 하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한 상태다. 너무나도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 조항을 구체화‧명료화하고,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교총은 30일 의원들의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하고 즉각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아동복지법 개정과 관련해 교총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민‧형사 책임을 묻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근절할 수 있다”며 “무죄, 무혐의 결정이 나는 수준의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은 무고,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원의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는 교권보호위가 학부모에게 내릴 수 있는 조치가 서면 사과,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및 심리 치료 정도여서 악성 민원 남발을 막을 수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학생 교육에 열정을 갖고 헌신하는 교원들이 되레 아동학대 신고당하고 법정에 서는 현실이라면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안전, 인권도 보호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교원이 소신을 갖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회는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