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아이의 약속
"선생님, 기쁜 소식이 있어요." 지금의 학교로 부임한 첫해 가르쳤던 그 아이의 목소리다. "저 드디어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켰어요. 반에서 1등을 했거든요. 선생님, 다음 약속은 전체 1등이죠?" '정말 이 아이가 해냈구나.' 사실 난 그 아이의 초등 5학년 때 실력으로 볼 때, 그 정도까지 해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더욱 놀란 것은 1등을 했다는 사실보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인 그 아이는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하는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던가 아니면 학교로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벼운 격려를 보낼 뿐인데도 아이는 그때마다 스스로 나와의 약속을 해놓고 그 결과를 알리는 것이었다. 5학년 때, 기초학력진단 결과 수학점수가 너무 낮은 8명의 아이들 속에 그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5학년 과정은 무리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을 쪼개 아래 학년의 내용부터 반복해 지도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는 집에서 다시 풀어본 것이라며 내게 공책을 내밀었는데 그것은 바로 전날 내가 풀어 준 문제 그대로였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지도해 줄 수 있느냐고 묻더니 좀체
- 함필규 충남 아산 금곡초 교사
- 2002-07-11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