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네….’ 학생의 문제행동이 반복될 때 교사는 여러 감정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걱정됐던 마음이 점차 답답함에서 짜증으로, 화도 났다가 종국에는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게 무뎌지기도 한다. 교사가 지치는 이유는 행동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다루는 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어렵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와도 억누르고 표면 감정만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실제 감정과 표면 감정 사이의 부조화가 커질수록 정서적 고갈은 심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교사는 온종일 학생들의 감정을 살피며 수업과 생활지도, 학부모 소통까지 여러 관계를 다뤄야 한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며 감정 소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특성과 연결된다. 어차피 소모될 수밖에 없다면 덜 쓰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알아차림’이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무시하고 버티면 오히려 예민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억누르지 말고 알아차려야 상담에서는 감정을 없애거나 통제하기보다 먼저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때 도움
“누군가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어른이 돼주고 싶다.” 교직을 꿈꾸기 시작했을 때 한 번쯤은 이런 마음을 품어봤을 것이다. 한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마음. 어쩌면 이런 선의가 교직을 택한 이유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의 학교는 교사의 순수한 동기, 학생을 향한 관심과 책임을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바꿔놓기 쉬운 것 같다. 소명감은 교사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여기는 교직 문화와 만나 왜곡되기도 한다. 학생을 위해 더 참고, 내색하지 않는 것이 좋은 교사의 모습처럼 여겨질 때 소명감은 자부심이 아니라 자기를 몰아붙이는 칼날이 된다. 헌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와 강박으로 바뀌고, 자신도 모르게 소진된다. 소명감이 자기희생으로 왜곡돼 특히 교권침해를 경험한 교사에게는 이 과정이 더욱 힘들 수 있다. 그동안 쏟은 노력과 믿음이 한순간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온 것이 폭언과 악성 민원이었다면 ‘나 때문인가?’하고 자신에게로 잘못을 돌리기 쉽다. 학생을 향한 사랑과 책임이 어느새 자기
교사는 학생의 작은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아챈다. 아이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면 무슨 일이 있는지 묻고 살핀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변화에는 둔감하다. 피곤해도 ‘괜찮다’ 버티고, 힘들어도 ‘조금만 더’하며 다독인다. 그렇게 번아웃은 조용히 시작된다. 소진은 단순히 피곤해서 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버텼기 때문에 찾아온다. 교사들의 번아웃은 일반적인 직무 소진과는 조금 다르다. 교사는 온종일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감정노동자다. 아이들의 감정을 살피고 갈등을 중재하는 동시에 학습과 생활지도를 책임진다. 여기에 행정업무와 예측 불가능한 각종 민원, 학부모와의 관계까지 더해진다.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교직의 특성은 번아웃을 더욱 심화시킨다. 감정노동‧교권침해가 소진 키워 신체적 피로 못지않게 감정노동은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정작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나 돌보기 어렵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정서적 탈진이 커진다. 특히 교권침해를 경험했다면 소진은 더욱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폭언이나 폭행, 위협을 당한 경험은 교실을 더 이상 안전한 공간으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몸은 늘 경계 상태에
“그 일 이후 학교 가는 게 두려워요.” 교권침해 상담 과정에서 교사들이 가장 자주 호소하는 말 중 하나다. 학부모의 거친 항의와 반복된 민원, 학생의 폭언과 위협. 사건은 끝났고 행정적으로도 마무리됐지만, 교사의 일상은 그 자리에서 멈춰 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은 불안이 밀려온다. 전화벨만 울려도 ‘또 민원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도 많아진다. 그동안 우리는 교권침해를 ‘법적 문제’로 다루는 데 익숙했다. 가해 행위의 위법성을 따지고, 절차에 따라 조치하고, 제도적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물론 반드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지금 선생님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 교권침해는 단순한 갈등이나 불쾌한 경험을 넘어 심리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지와는 달리 반복적으로 그날의 장면이 떠오르거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행동, 이유 없는 긴장과 불안이 나타난다면 이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외상 방치하면 소진으로 이어져 이는 개인의 나약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