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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네덜란드> 사회보장 등 여건마련 먼저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따라 교육부에서 내놓은 시간제 정규직 교사 정책이 교원, 학부모, 시·도교육청, 예비교원 등 교육계 모두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정부에서는 유럽 몇 개국의 사례를 들어 시간제 일자리를 홍보하고 있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직업문화와 사회 여건 속에서 시행되고 있고, 현지에서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시간제 교사 제도의 실상을 조명해본다.


맞벌이 확대로시간제 문화 자발적 정착
일반기업 10시간 미만 근로도 연금혜택
전일제 교사도 근무시간 따라 보수산정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 예정인 시간제 정규직 교사 도입을 앞두고 교육계 전반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간제 정규직 시행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네덜란드는 시간제 교사가 전체교원의 40~50%에 이른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이 같은 시간제 교사의 높은 교단 정착률은 정부가 아닌 사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가 확대됐고, 시간제 일자리 정착에 필요한 제도적 여건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캄펜 모르겐스테르초등학교의 경우 2000년 전후로 저학년에는 대부분 담임교사가 한반에 두 명씩 있었고, 고학년은 한명이 담임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07년에는 시간제로 일하는 교사가 전체교원 16명 중 10명을 넘어섰다. 과목별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중등교사의 경우 시간제 비율은 20~30%로 초등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시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을 경우 두 교사는 월, 수, 금이나 화, 목으로 자신의 상황에 따라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의 학습이나 생활지도에 차질이 없도록 두 명의 교사가 날짜만 달리 일하고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학부모 상담 시에도 두 명의 담임이 참여해 학생 지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얘기해준다.

이와 같이 시간제 정규직 교사 제도가 정착된 것은 이들에게 충분한 보수나 복지가 제공되고,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혼 여교사들이 자녀양육, 가사, 질병, 학업 등으로 전일제로 일하기 힘들 때 시간제 근무를 선택하게 되는데 처우가 일반 교사와 같은 수준이다. 처우가 같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제 교사도 보수를 일하는 시간에 따라 받기 때문이다. 보수지급 기준은 같고 일하는 시간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뿐인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사회 전반에 일반화돼 있어 시간제 근로자의 근무여건이나 각종 사회보장제도도 기초가 아주 잘 닦여 있다. 교사의 경우도 일반 교사와 시간제 교사의 근무여건이 동일하다. 복지도 연금까지 동일한 기준에 따라 받을 정도로 차이가 없다. 일반 회사나 공장 등 사회 전반의 대부분 직종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10시간미만으로 일해도 의료, 고용보험이나 연금보험 등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처우 외에도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에 대한 인식, 소득 재분배,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 자녀양육과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 일과 가정 양립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잘 합의돼 있다는 것도 시간제 일자리 정착의 요인이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는 이런 사회적 합의 아래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시행돼 온 것이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정규직 교사제도를 이해하기 위해 또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우리와는 다른 교원양성체제다. 네덜란드 초등교사는 파보(Pabo, lerarenopleing basisonderwijs)에서, 중고등학교는 하보(Hbo, hoge beroep opleiding) 과정을 공부해야 한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는 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는 인턴 과정이 포함돼 있고, 졸업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졸업자격증만 얻으면 누구나 원하는 학교에 지원해 교사로 일할 수 있다. 극심한 경쟁의 임용시험을 거치는 우리와는 토양 자체가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덜란드와 현격히 다른 교원양성체제를 갖고 있고 시간제 교사를 포함한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의 처우, 근무여건, 연금 등 제반의 여건들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사회 제반의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입하면 자칫 정규 교사와의 갈등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아 오히려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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