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주근깨가 귀여운 산나리가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키 큰 여름꽃이 울타리 위로 쑥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봅니다. 어리석은 자의 정원 안주인으로 만개한 붉은 산나리의 건강한 모습과 보랏빛 벌개미취꽃의 사랑스러운 풍경이 보석 같은 계절입니다. 그대로 뜨거운 청춘입니다. 김연수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았던 한 문장을 찾아가는 책 『청춘의 문장들』을 장맛비가 우수수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읽었습니다. 정릉 산꼭대기에서 보낸 그 마지막 겨울이 사실 내게 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람은 당나라 시인 두보였다. 두보는 「곡강 이수 曲江 二首」의 첫 번째 수는 이렇게 시작했다. ‘人生七十古來稀’ 라는 유명한 구절이 담긴 시다. 한 조각 꽃이 져도 봄빛이 깎이거니 바람이 불어 만 조각 흩어지니 시름 어이 견디리 스러지는 꽃잎 내 눈을 스치는 걸 바라보노라면 몸 많이 상하는 게 싫다고 술 머금는 일 마다하랴 一片花飛減卻春 風飄萬點正愁人 且看欲盡花經眼 莫厭傷多酒入脣 江上小堂巢翡翠 苑邊高塚臥麒麟 細推物理須行樂 何用浮名絆此身 그해 겨울, 나는 간절히 봄을 기다렸건만 자신이 봄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은 깨닫지 못했다.…
2021-07-15 01:232022년 1월 13일 수원특례시가 출범한다. 수원시뿐 아니라 용인시, 고양시, 창원시 등 4개시 450만 시민이 특례시민이 된다. 특례시란 인구 100만이 넘는 자치단체의 새로운 지자체 유형이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처음 등장하는 형태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행·재정적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 지방행정체계의 새로운 모델이다. 정부는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4개 시에 특례시 행정명칭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후 특례시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이양계획 로드맥은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보도에 의하면 특례시 출범을 앞두고 범정부 타원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특례시 밑그림을 그리고 출범에 따른 제반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준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다간 이름뿐인, 빛좋은 개살구 특례시가 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로 지난 4월 16일 창립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이만드는수원특례시참여본부] 유문종 본부장을 지난 7월 9일, 영화동에 있는 ‘2049 수원시민연구소’에서 만났다. 1. 〔시민이 만드는 수원특례시 참여본부〕 창립 배경은? 우리나라…
2021-07-15 01:22얼마 전, 수원시 ‘2021 청소년 육성사업 공모’에 선정된 청소년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취재한 일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자연주의교육연구소(대표 박수경)가 운영하고 있다. 정확한 명칭은 ‘청소년 생태체험 프로그램 Happy! 그린 스쿨’. 세류중학교와 동수원중학교 두 학교가 운영 대상교이다. 세류중학교애 미리 도착하여 학교를 둘러보았다. 운동장 흙바닥이고 나머지 공간은 시멘트이거나 보도블럭이다. 학교라고 도시화를 벗어날 수는 없다. 이런 곳인데 어디서 프로그램을 운영할까? 박 대표를 만나니 궁금증은 해결된다. 화단의 빈 공간과 상자텃밭이다. 또 실내에는 수직가든이 설치되어 있다. 시멘트 건물 일색이지만 녹색공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오늘 지도에 나선 김석규 강사는 2학년 3반 학생을 대상으로 상자텃밭에서 상추 따는 법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인다. 유의점을 강조하고 학생들에게 실습기회를 준다. 우리들 대부분이 마트에서 상추를 구입해서 먹는다. 상추를 직접 재배, 수확해 식탁에 올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강사는 “상추 딸 때는 반드시 양 손을 사용해 따고 잘린 부분이 둥그렇게 되도록 바짝 따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포터도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 여주덩굴
2021-07-15 01:22아침 출근길에 황금빛 꽃이 눈부신 모감주나무를 본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이 아름답고 귀한 나무는 중국에서 씨앗으로 바다를 건너 태안반도에 정착하여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첫여름이 되면 그곳의 황금숲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모감주나무는 영어권에서는 골드 레인 트리(Gold Rain Tree)라고 합니다. 황금색 꽃이 나무를 뒤덮고 있는 듯한 모습이 금빛비와 흡사한 모양입니다. 하지를 지나 태양 빛은 세력을 나날이 더하며 황금빛 햇발을 드리웁니다. 빛나는 태양의 빛줄기가 모감주나무에 황금빛 꽃으로 피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모감주나무의 꽃은 크림트의 아름다운 그림 ‘다나에’를 연상시킵니다. 제우스가 탑에 갇힌 다나에를 황금비로 변해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황금비에 젖은 다나에의 몽환적 미소가 매력적으로 기억됩니다. 아름다운 행복의 절정이 황금빛이라면 인간 삶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의 죽음 앞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었습니다. 소설은 동료들과 가족 친지들이 이반 일리치f,f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동료들은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애도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2021-07-01 09:25영일초등학교(교장 신성조)는 2020년 11월,2021학년도 학교 방송부원을 모집하였다. 방송부원들은 6학년을 대상으로 아나운서, 음향(엔지니어), 카메라 등 크게 3개의 영역 총 8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 2~3회, 수~금요일, 08:30~09:00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주된 활동 내용으로는 등굣길 음악방송, 인터뷰를 통한 영상 촬영, 월 2회 학생자치회와 함께하는 교내 방송 등이 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방역 활동을 준수하며 학교의 여건에 맞는 프로그램을 계획적으로 운영하고자 힘쓰고 있다. 2021년 4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등굣길 아침 음악방송은 아나운서의 상큼한 멘트와 활기찬 음악으로 코로나로 지치고 침체되어 있는 학교 분위기를 UP 시켜주어 등교하는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즐거움을, 경쾌한 발걸음에서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무엇보다 긴장감과 설렘 속에 진행하는 인터뷰 활동은 학생들의 실천과 다짐, 약속, 기타 건의할 내용 등을 속 시원히 표현하는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기다리는 학생들도 많다.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소중한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였으며 6월에는 호…
2021-06-21 08:57초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뭉게뭉게 산줄기를 타고 피어나는 희뿌연 밤꽃과 구름이 가득 펼쳐진 무논 사이로 백로가 느릿느릿 움직입니다. 비닐로 지어진 하우스에서 철 이른 과일과 채소들을 생산하였던 대지는 골조를 이루었던 무거운 쇠막대기를 걷어내고 있습니다. 그 자리는 금방 무논으로 변해 어린 모가 심어질 것입니다. 세상의 시간이 바쁘게 지나갑니다. 현대인의 삶에 맞추어진 대지의 시간도 점점 빨라 지고 있습니다. 철을 앞당겨 출하되고, 조금 더 단맛이 깃들게 하고, 더 고운 색으로 물들인 과일과 채소들은 시장에서 소비자를 유혹합니다. 첫여름이 감싸는 강마을의 시공간에서 조선시대 문체반정의 정점에서 자신의 글쓰기를 고집하였던 불우한 문인, 이옥을 만납니다. 18세기 조선이라는 시공간은 문화의 소용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학 군주 정조가 있었고, 유목적 지식인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통해 깊은 사유와 탁월한 문장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은 변치 않는 신념과 일관성으로 박학과 신실함의 대명사 여유당전서라는 압도적 지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일개 성균관 유생 이옥은 정조 16년 10월 19일 조선왕조실록에 처음으로 이름이 등장합니다. 정조가 유생들에게…
2021-06-17 10:41수원시 ‘해와달 행복을 짓는 사람들’(이하 행짓사) 마을공동체 정원 회원들은 지난 6월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월호수 둑 아래 정원 일원에서 회원과 주민, 호수 산책객이 참가한 가운데‘주민과 함께하는 마을정원 축제’를 열었다. 행짓사(대표 송순옥)는 작년 산림청 주관 ‘아름다운 정원콘테스트’에서 장려상을 수상, 일월정원을 수원의 숨은 명소에서 단박에 전국단위 수준급으로 알린 바 있다. 일월정원엔 모두 10개의 테마정원이 있다. 달빛정원, 추억정원, 들꽃정원, 무지개정원, 하늘정원, 뿌리정원, 채소정원, 향기정원, 아이리스정원, 바람정원이 바로 그것, 지금 이 곳엔 꽃이 만발해 관람객의 카메라를 받고 있다. 이번 축제는 지난 3년간 마을공동체 정원을 통하여 행복한 마을만들기를 위해 노력한 마을정원사 회원, 마을 주민들의 화합과 교류의 장(場)이자 마을공동테 정원을 홍보하고 인지도를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이번 축제에서는 3년간 있었던 정원만들기 사진과 정원을 꽃피웠던 80여 장의 ‘마을정원 사진전’과 ‘우리동네 어반 스케치전’이 열렸다. 사진은 둑 아래 중국단풍 나무에 맨 줄을 걸려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 동안 아름다운 꽃만 보
2021-06-16 11:36보리타작을 시작한 강마을에는 연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기압이 낮은 날이면 빵 굽는 냄새 같기도 하고, 누룽지 냄새 같기도 한 매캐한 연기가 온 들을 휘감아 희뿌옇습니다.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보리밭 옆으로 모심기를 한 논이 보입니다. 연초록 어린 모들이 줄을 맞추어 선 무논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참으로 싱그러운 계절입니다. 운동장에는 동아리 체육대회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땀을 흘리면서 이단뛰기 연습을 하느라 붉어진 은실의 볼이 사과처럼 어여쁩니다. “은실아, 연습은 잘 되니?” “아니예, 집에서 맨날 하는데 잘 안되예!” “선생님도 예전엔 이단 뛰기를 잘 했는데!” “한번 해 보이소예.” 은실이의 줄넘기를 받아 몇 번의 이단뛰기를 하니, 어지럽고 숨이 찹니다. “아이고! 나이는 못 속이겠다. 예전에는 50개도 쉽게 했는데....” 줄넘기를 은실이에게 넘겨주고 운동장 주변을 산책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향기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울타리 사이에 희고 노란 인동꽃이 피어있습니다.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리는 대표적인 여름 야생화입니다. 처음에 흰색으로 피지만 다음날이면 노란색으로 변해, 마치 흰색과 노랑의 두 색 꽃이 피어 있는…
2021-06-03 09:27교원문학회(회장 김계식⋅전 전주교육장)가 스승의 날 ‘교원문학’ 제6호를 발행했다. 특집으로 제5회교원문학상 수상자인 전 정읍여중 교장 이제길 수필가와 학력인정 남일초ㆍ중ㆍ고 교사 최상섭 시인 작품을 싣고 있다. 지난 2월 갑자기 세상을 뜬 전 순창교육장 유현상 아동문학가 추모 특집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교원문학’ 제6호는 전 김제교육장 김효순 수필가 등 5명 신입회원과 경기도 화성오산교육지원청 혁신⋅학생지원과장인 권태주 시인, 한교닷컴 리포터로 활동중인 경남 의령 지정중학교 교사 이선애 수필가, 전북 부안초등학교 교장 이길남 아동문학가 등 44명 회원이 참여해 시⋅수필⋅동시⋅동화⋅소설⋅평론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게 더 있다. 5년 전 창립때부터 2021년 5월 6일까지 부산의 김미자 수필가, 대전의 볼보건설기계 장용준 엔지니어, 전주의 이복산장학회 이사장 성하익 초대 곤지중학교 교장, 최진화 내과전문의, 전평신협 이석만 전무 등 전국에서 교원문학회를 후원한 사람들이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는 명단 ‘후원인 여러 분’이 그것이다. 여느 문학동인지에서 보기 어려운 ‘후원인 여러 분’이다. 한편 교원문학회는 신춘문예, 잡지 추
2021-05-25 13:27푸르름이 넘치는 산과 들을 지나 한참을 비좁은 산길을 올라가는 작은 암자를 찾은 석가탄신일입니다. 도시의 법당을 정리한 친지의 벗인 스님께서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그곳은 노란 금계국이 길을 밝히는 시냇가와 인동덩굴, 찔레꽃이 무성하여 아름다웠습니다. 올해도 등을 달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 이야기 한 자락을 들었습니다. 스님께서 계시는 암자 전부를 교육단체에 기부하셨다는 것입니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시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아등바등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사는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저의 마음을 밝힌 오래된 시집 한 권을 책꽂이에서 꺼내었습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몰락하고 힘든 이들을 노래한 시인 신경림의 첫 번째 시집 『농무』입니다. 그리고 이 시집을 읽고 가슴이 뛰던 시절을 생각하였습니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저에게 민중을 노래한 시인들이 무척 익숙합니다. 민주화를 갈망하는 대학생들의 데모가 일상이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일상으로 불렀습니다. 신경림 시인은 1936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낮달」, 「갈대」, 「석상」 등의 시가 추천되면서 시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
2021-05-20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