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나 교사에게 순종적이고 다정했던 아이가 어느 때부터인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대답을 하거나 대들면 ‘사춘기가 심하게 왔구나’ 하고 생각한다. 반대로,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키는 제법 큰데 밝은 표정으로 부모님과 대화를 하는 아이를 보면 ‘얘는 아직 사춘기가 안 왔나 보네’ 생각한다. 이렇듯 ‘반항심’을 사춘기의 도래를 가늠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호로 보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 가늠하는 대표적 신호 중·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면서 보란 듯이 반항적인 말과 행동으로 인내심을 시험에 들게 하는 제자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그러한 제자들의 반항심 충만한 언행이 참으로 괘씸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내 아이의 사춘기, 분신이라 믿었던 아들의 반항적 태도와 직면하면서, 괘씸한 수준을 뛰어넘어 깊은 실망과 배신감까지 느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런데 이 ‘반항’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누구의 시각에서 이렇게 명명되고 정의 내려져 왔을까? 누구 입장에서 ‘반항’이란 말이 생긴 것일까? 결국은 부모와 교사로 대표되는 연장자 혹은 어른의 시각에서 아랫사람의 탐탁지 않거나 언짢게 여겨지는 몇몇 행동들이 반항의 범주로 분류돼 온 것이다. 우리 기
2021-10-04 09:02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1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 이례적으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참석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 현장에 찾아온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 의지가 크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산하기관장, 교대·사범대협의회장, 한국교총, 학부모 대표 등 2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교육 회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화두는 학력 격차·기초학력 부진 팬데믹이 가져온 학교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과 전문가 모두 공감했다. 특히 학력 격차와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보고 다양한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상당히 많은 예산이 하반기부터 투입된다. 하반기에만 5조3600억 원 이상을 교육 회복을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교육부가 2600억, 시·도교육청이 5조 1000억 정도의 추경 예산을 투입한다. 여기에는 교육 회복뿐 아니라 미래교육 학습환경 구축이 포함됐다. 학습 격차 해소 및 심리#65381;정서 지원, 과밀학급 해소 등에 1조5817억, 학교방역·돌봄지원 등 교육안전망 구축을 위해 80
2021-09-20 09:00누구나 자기의 삶이 행복하길 소망한다.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아니면 노인이든 각자 인생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굳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소환하지 않아도 인류의 역사는 ‘행복 추구’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교사는 인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 교육은 인류 역사에서 오랜 보수성을 간직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가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려면 절대적으로 ‘주도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같은 일을 해도 남보다 보람을 느끼는 교사에게는 ‘본심’이 자리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한다. ‘자신을 위해’라고 다짐하기 여기엔 ‘이왕 하는 거, 즐기자’는 마음가짐이 자리한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학생을 위하기보다 자신을 위해’라는 생각이 마음을 점령하고 있다. 교사는 의도적으로라도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기운이 전파된다. 일반적으로 ‘학생을 위해’라는 다짐에는 희생과 부담이 따른다. ‘자신을 위해’라는 다짐은 다르다. 자신을 위해 꾸미고, 즐기고, 베푸는 데는 간섭과 통제가 있을 리 없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학교는 매일 같은 일상이 반
2021-09-20 09:00학교에 젊은 교사들이 유입되고 있다. 강원도 A시는 한 때 신규 교사를 포함한 20대 젊은 교사 비율이 전체 교사의 50%를 넘을 때도 있었다. 3년간 그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꽤 속앓이를 많이 했던 경험이 있다.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X세대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았다 나는 X세대다. 당시에는 기성세대가 X세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았다. 개성이 강한 세대라고 여겨졌으니 말이다. 그런 X세대가 이제 교감이다. Z세대 신규 교사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막상 직접 접해보니 부딪히는 게 꽤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근무 문화는 전과 비교할 수 없게 달라지고 있다. 수업 형태도 원격 수업이 이젠 자연스러울 정도다. 언택트 시대에 X세대들이 우왕좌왕할 때 Z세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기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제 Z세대에게 배워야 할 정도다. X세대인 나의 사고방식과 행동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 Z세대는 느슨한 연대와 인간적 거리두기를 노멀로 여기는 세대다. 직장 안에서 촘촘한 인간관계를 거부한다.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되 가급적 거리두기를 원한다. 사생활 언급은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과도
2021-09-13 09:00지금이 투자의 시대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지인들을 만나면 이전과 다르게 부동산, 주식 등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작년 이후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기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주식 투자의 대열에 동참해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주식 투자는 주식을 한번 사고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행위의 반복이 아니다. 기업 경영자와 함께하는 동업이다. 주식 투자를 할 때 동업자 마음을 갖게 되면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다. 그렇게 한 투자는 괴로운 일이 아니라 뿌듯한 성취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동업자가 회사를 잘 운영하는지 재무제표나 차트 분석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전략이든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기준과 원칙이다. 나만의 기준과 원칙을 정해 좋은 동업자를 골라 동업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교사들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동업보다 중요한 것은 본업 주식 투자는 경영을 위임하는 동업이다. 동업과 본업을 잘 구분해야 한다. 우리 본업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다. 본업에 피해를 줄 만큼 투자라는 동업을 할 필요는 없다. 동업 비중은 경제 상황에 따라 늘리기도 줄이기도 해
2021-09-13 09:00“명퇴를 신청해야겠어. 너무 힘드네.”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명예퇴직(이하 명퇴)’ 얘기를 하게 돼요. 아이들을 대하는 게 힘들어서, 학부모 응대하는 게 힘들어서 명퇴를 생각하시는 선생님들. 교직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가끔 역대급으로 마음을 부들부들 떨게 만드는 인물이 꼭 등장해요. 막장 드라마처럼 말이지요. 수업을 방해하고 학교폭력 사안까지 일으키는 학생. 일상적인 일에도 ‘내 아이가 상처받았어요’라면서 교사를 공격하는 학부모. 업무를 진행하면서 쓸데없이 감정 소모를 하게 만드는 동료.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터도 여러 사람이 모인 곳.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달라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해요. 감정 소모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문제는 그런 감정 소모 덕분에(?) 우리는 ‘그만두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도 해요. 우리의 생각은 곧잘 ‘명퇴’에까지 다다르게 되지요. 오죽하면 ‘명퇴당한다’라는 말까지 나오겠어요. 내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이런저런 상황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니까요. 답답한 마음에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눈에 들어오는 구절은 한결같이 이런
2021-09-09 16:10‘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자식 일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으며, 자식이 부모의 뜻과 반하는 결정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부모가 결국 수용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가정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자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녀에게 맞추려고 애쓰는 부모도 분명히 있다. 사춘기 이후 바뀌는 부모의 태도 자식 앞에서 권위적이고 엄격했던 부모도 자녀의 사춘기 이후에는 조금씩 태도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야단쳐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아이가 더욱 반항하거나 어긋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부모는 자식에 대해 취했던 강경 노선을 조금씩 완화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 사춘기 이후 자식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을이 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자식에게 을인 부모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자식이 부모를 걱정시키고 속을 썩여도 부모는 자식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고 항상 져주고 받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과연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춘기 자녀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에 서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맞춰주려고 쩔쩔매는 부모들을 보고, 이러한 양육 태도
2021-09-02 16:35러닝머신(Running Machine) 위에서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가. 다른 이름으로 트레드밀(Tread Mill)이라고도 하는데, 그 유래가 특이하다. ‘tread (디디다, 밟다)’와 ‘mill (방앗간, 제분소)’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19세기 영국에서 죄수의 처벌 도구로 고안됐다고 한다. 곡식을 빻기 위해 물레방아와 같은 시설을 만들어 놓고는 죄수를 그 위에 올려 쉼 없이 고문 바퀴를 돌리게 한 것이다. 극한의 고통을 맛보게 하는 트레드밀은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면서도 그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특한 발명품이었다. 이후 재질과 형태를 바꾸며 변신을 거듭하더니 죄수를 위한 고문 도구는 전 세계 헬스장을 빠짐없이 채운 운동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처벌 도구였던 러닝머신 흥미로운 탄생 비화를 가진 러닝머신은 현재 가장 사랑받는 운동기구 중 하나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면 눈치를 봐가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러닝머신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첫째, 러닝머신 위에서의 '움직임'은 능동적인 형태의 운동이 아니다. 회전하는 쳇바퀴 모양의
2021-09-02 16:31현대사회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장애학생(student with disability)도 다양성의 반영이다. 특수교육학개론 강의 첫 시간에 예비교사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장애학생은 일반 학생에서 '장애'라는 특징을 더불어(with) 가지고 있을 뿐 특별히 다른 학생이 아님을 강조한다. 통합교육의 확대로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 배치돼 통합교육을 받기에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협력이 중요하다. 특수교사-일반교사 협력 중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 제6항에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 및 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로 되어 있음을 설명하면 예비교사들은 일반학교에 특수교사가 모두 배치돼 있는지 질문한다. 특수교사의 부족과 특수학급 미설치 등의 상황 및 특수학급이 있어도 통합교육 추세로 교사들의 협력이 통합교육의 기반임을 설명한다. 미국은 예비교사 양성과정에서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같이 4년의 학사과정을 이수 후, 특수교사는 석사과정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현장에 배치되기에 교사들의 협력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
2021-08-26 16:31“국어 쌤이 왜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셨어요? 선생님! 그럼 이번 시간도 자율학습인가요?” 학생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는 고교학점제를 적용하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대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수업 시간 줄여 보충 이수시간 부여 교육부는 지난 2년간 ‘마이스터고’라 불리는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대상 학교를 순차적으로 늘리는데, 내년에 특성화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체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대학교 교육과정처럼 본인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교과목의 선택권을 보장해 진로를 스스로 설계한다는 좋은 취지로 탄생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학사 기준을 기존의 ‘단위’에서 ‘학점’으로 바꾸면서 졸업 이수 기준을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완화했다. 종전과 비교해 연간 수업 시간이 170시간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최소 학업 성취율(40% 이상)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보충 이수 시간을 일주일간 부여했다. 문제
2021-08-26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