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10구간을 걷다가 주택가에서 노란 탱자를 보았다. 담장 위로 절반 이상이 보일 정도로 크게 자란 탱자나무에서 탱자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서울에선 보기 힘든 나무라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어릴 적 고향 마을에선 과수원이나 집 울타리로 흔히 쓴 나무였다. 요즘은 벽돌 담장에 밀려서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나무다. 윗동네 큰집 탱자나무 생울타리도 어느 해인가 벽돌 담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5월 하얀 탱자꽃이 필 때 옆을 지나면 꽃향기가 은은하다. 그러나 탱자나무는 꽃이 필 때보다 탁구공만 한 노란 열매가 달려 있을 때가 더 돋보인다. 고향 마을 생울타리에 달리던 탁구공만 한 노란 탱자 열매 어릴 적 가시에 찔려가며 노란 탱자를 따서 갖고 놀거나 간간이 맛본 기억이 있다. 잘 익은 노란 탱자도 상당히 시지만 약간 달짝지근한 맛도 있다. 탱자를 따기 위해 아무리 조심스럽게 손을 집어넣어도 여지없이 가시에 찔렸다. 윤대녕의 소설 탱자를 읽고 오래 여운이 남았다. 소설에서 ‘나’는 늙은 고모로부터 제주도에 보름 정도 머물 생각이니 방을 좀 구해달라는 편지를 받는다. 고모는 중학교 졸업도 하기 전(열여섯에) 절름발이 담임선생과 눈이 맞아
01 1950년대 후반, 내 초등학교 시절은 가난이 대한민국 전체를 관장하던 시대이다. 궁핍이 일반화한 생활 생태가 되니, 살기는 고단해도 마음이 불편한 일은 드물었던 것 같다. 너나없이 모두 가난했으므로 누구랑 비교하여 원망하거나 불평할 일은 적었다. 시골일수록 그러했다. 내가 자란 마을은 100여 호 되는 가난한 농촌 마을이었는데, 아침 등굣길에 보면 꼭 몇몇 아이들은 울면서 학교에 간다. 등 뒤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한탄인지 야단인지 모를 모진 고함을 뒤로하며, 학교를 울면서 간다. 눈물을 훔치며 집을 돌아보면, 가난에 찌든 어머니는 빨리 학교나 가라고 아이를 다그친다. 사정은 한결같다. 학교에 꼭 가져가야 할 학용품을 돈이 없어 못 산 아이들이다. 연필이나 공책이 없는 아이들이 수두룩했으니까. 오늘도 이런저런 준비물을 못 가지고 학교에 간다. 도화지를 못 산 아이들, 물감을 못 산 아이들, 운동화를 못 산 아이들, 책값을 못 낸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돌아가며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오늘은 앞집 아이가 그렇고, 내일은 옆집 아이가 그렇다. 조르는 아이와 졸라도 줄 돈이 없는 엄마 사이의 아프고도 딱한 실랑이가 아침마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 개구리에서 희곡의 신 디오니소스는 더 이상 들을만한 비극작품이 없어 매우 심란해한다. 살아있는 작가들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디오니소스는 고민 끝에 저승에서 아이스퀼로스와 소포클레스 중 한 명을 데려오려 한다. 하지만 저승에서는 갓 죽은 에우리피데스가 아이스퀼로스에게 비극의 왕 자리를 놓고 심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오랜 논쟁을 지켜본 디오니소스는 아이스킬로스를 다시 이승으로 데려간다. 고대 아테네의 비극작가 3인방으로는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꼽힌다. 지난번 다루었던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이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과 각성하는 자아의 모습을 그려냈다면,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는 인간 내면에 깊숙이 박혀있는 ‘복수’를 주제로 한다.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 자비로운 여신들로 이어지는 현존하는 유일한 3연작 오레스테이아를 읽어보자. 복수를 주제로 한 막장드라마, 그 속에 담긴 의미 트로이아 전쟁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10년간의 고초 끝에 고국 미케네로 돌아왔다. 하지만 원한에 사무친 아내 클뤼타임네스트라는 대담한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무의미 없는 전쟁을 위해 친딸을 제물로 바치는
교육공무원의 성격 공무원은 넓은 의미로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공무를 담당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대한민국헌법」 제7조 제1항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동조 제2항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반면 좁은 의미의 공무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법상의 근무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기타 공무원의 지위 및 신분에 관해 규율하고 있는 각종 공무원법상의 공무원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교육공무원은 교육을 통하여 국민 전체에 봉사하는 직무와 책임의 특수성을 가진 공무원으로서 그 자격·임용·보수·연수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공무원 및 교육공무원의 분류 1) 공무원의 분류 공무원은 임용 주체와 보수지급 주체에 의하여,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구분한다. 국가공무원은 국가에 의하여 임용되어 국가기관에 근무하며 국가로부터 보수를 받고,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리고 공무원의 업무성격에 따라, 경력직공
만화 한국전래동화 ‘도깨비 이야기’ (곽기혁 지음, 스튜디오 돌곶이 펴냄, 184쪽, 1만2000원) 한국문화를 재밌게 볼 수 있게 그려낸 어린이 만화 시리즈. 1편 호랑이 이야기에 이어 도깨비와 관련된 전래동화 4편을 엮었다. 무섭고도 친근한 도깨비 이야기를 통해 ‘욕심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 진짜 친구란 어떤 걸까? 먼저 베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싫은 음식을 좋아하게 될 수 없을까?’ 네 가지 교훈을 다룬다.
“전쟁 중에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큰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욕구가 강해지는 법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극한상황이 종료되면 오롯이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해야 하는 환멸기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굉장히 힘들어지는 거죠. 코로나도 마찬가지예요. 이제부터 가정과 학교,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세심한 관심과 접근이 필요합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이자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를 이끄는 강윤형 센터장(사진)은 ‘코로나 우울’이 본격화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강 센터장은 10월 12일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동학대를 당하는 학생들이 늘고, 교사들 역시 교육·방역·행정업무의 3중고를 겪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격려하며,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려운 위기상황이지만 우리가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청소년들에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출범한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는 학생들의 정신건강교육과 학생정서·행동특
난독과 경계성 지능, 학습부진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교실 속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다. 교사들 역시 그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 한계에 종종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년 내내 붙잡고 씨름을 해도 학습능력을 끌어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격수업 이후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 난독과 경계선 지능, 학습부진, 교육격차에 대한 교육현장이 고민을 살펴보고 그들을 위한 효과적 교수 · 학습방법을 모색해 본다. 학습장애는 지능이 정상범주에 속하지만 읽기 · 쓰기 · 수학과 같은 특정 영역에서 학습의 어려움을 크게 보이는 학생을 말한다. 즉, 지능이 IQ85 이상이지만 읽기 또는 쓰기, 수학 중 어느 특정 영역에서 자기 학년 수준보다 2학년 이상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경우다. 실제로 5학년 이지만 읽기 쓰기 수준이 3학년 수준이면 학습장애로 생각해 볼수 있다. 학습장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기본적인 신경정보처리과정상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어 이해 및 사용과 관련된 결함을 주고 가지고 있다. 반면 경계선 지능 학생은 기본적으로 인지능력이 평균 이하 수준을 나타낸다. 기억, 주의, 지각
스프린트 (이재훈 지음, 비엠케이 펴냄, 448쪽, 1만9800원) 21세기의 원유로 비유되는 빅데이터가 비즈니스 원천이 되었고, 데이터의 가치를 찾고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역량이 개인의 미래를 결정하는 세상이다. 변화와 불확실성 시대의 생존방법과 승리 노하우를 제시하는 책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학습과 일, 삶과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로버트 좀머(Robert Sommer)의 연구에 따르면 고밀도 교실은 자극과 스트레스가 높고 긴장을 만든다. 공간은 쉽게 번잡해지고, 상호 간섭을 일으키며,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교사는 쉽게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 효과적인 상호작용은 반경 60cm 내외에서 발생한다. 너무 근접할 경우 상호작용에 문제가 발생한다. 랜디 와이트(Randy White) 연구에 따르면 고밀도 환경에서 어린이는 행동장애를 일으키고 공격성이 높아진다. 보다 경쟁적이게 되고 활동성 수준이 감소한다. 또한 놀이참여도가 낮아진다.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도 낮다. 종종 혼자 노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진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 교실의 경우 어린이 1명당 4.18~5.01㎡를 필요로 한다. 케네스 테너(Kenneth Tanne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과밀교실이 학생들에게 해로울 수 있고, 학생들이 학교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과 높은 표준시험 점수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를 참조할 때 더 넓은 교실이나 열린교실은 교사와 학생 간의 적절한 상호작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물론 학생 상호간 상호작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열린교실운동의 확산과 실패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인류는 또 한번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사회·경제·문화 곳곳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너나 할 것 없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교육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대면수업과 등·하교 등 평범한 학교생활이 사라지고,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원격수업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고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정상화될 때까지 교육활동을 미룰 수만은 없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 개념과 기능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 교육의 가장 큰 변화는 교육환경이나 여건이 매우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시대·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수·학습방법이 다양화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수업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교육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제도와 교과서 내용 역시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교육환경이나 여건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교과서 개념과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학생들이 성장하는데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교과서 제도는 광복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