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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열린교실은 왜 실패했을까?

 

로버트 좀머(Robert Sommer)의 연구에 따르면 고밀도 교실은 자극과 스트레스가 높고 긴장을 만든다. 공간은 쉽게 번잡해지고, 상호 간섭을 일으키며,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교사는 쉽게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 효과적인 상호작용은 반경 60cm 내외에서 발생한다. 너무 근접할 경우 상호작용에 문제가 발생한다. 랜디 와이트(Randy White) 연구에 따르면 고밀도 환경에서 어린이는 행동장애를 일으키고 공격성이 높아진다. 보다 경쟁적이게 되고 활동성 수준이 감소한다. 또한 놀이참여도가 낮아진다.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도 낮다. 종종 혼자 노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진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 교실의 경우 어린이 1명당 4.18~5.01㎡를 필요로 한다.

 

케네스 테너(Kenneth Tanne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과밀교실이 학생들에게 해로울 수 있고, 학생들이 학교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과 높은 표준시험 점수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를 참조할 때 더 넓은 교실이나 열린교실은 교사와 학생 간의 적절한 상호작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물론 학생 상호간 상호작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열린교실운동의 확산과 실패

개방된 공간은 반면에 가시성과 접근성이 높다. 닫히지 않은 공간은 활동 기회를 높인다. 또한 열린공간은 독점할 수 없고 기본적으로 공유된다. 열린공간은 지속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의미한다. 열린공간은 규제나 권위·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비위계공간이다. 능력의 차이와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개방된 학습공간은 자연채광이 되고 자연환기가 일어나기 때문에 갇힌 느낌이 들지 않는 공간이다. 이러한 열린공간에 대한 인식과 ‘교육은 어디에서나 가능하다’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열린교실운동이 일어났다. 영국의 열린교실은 교실배치방법과 학생교육방법을 포함하여 전통과 권위에 의문을 제기한 60년대와 70년대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변화를 반영한 운동이었다.

 

영국의 영향을 받아 1970년대 열린교실운동이 미국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지만, 역시 빠르게 사라졌다. 한국에서도 90년대 열린교실이 실험되었지만, 실패했다. 공간의 변화를 뒷받침할 교육과정의 혁신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열린교실운동의 영향을 받아 수천 곳의 초등학교가 교실 벽을 철거했다. 이동식 칸막이를 배치하고, 대규모 및 소규모그룹 프로젝트를 위해 개방된 학습공간으로 재구성했다. 모든 연령대의 학생들이 같은 공간을 사용했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변화는 물리적 공간의 급격한 재구성을 쫓아가지 못했고, 교사들은 기존 교육관행을 탈피하지 못했다. 많은 교사들이 기존의 교육방법에 집착하여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는 능동적이고 자기주도적인 개방형 교육방식을 완전히 수용하지 못했다. 여전히 학생중심보다는 교사가 중심이었다. 한국에서 과거 열린교실의 실험은 물리적인 공간변화도 제대로 시도하지 못했고, 교육과정의 변화 차원에서도 실패했다. 이미 80년대에 미국에서 학교들은 열린교실에 등을 돌렸고, 다시 교실과 복도 사이에 벽을 세우기 시작한 때였기 때문에 지속할 동력도 상실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는 열린교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데 있었다.

 

 

새로운 21세기 열린교실 유형

21세기 들어와 세계 곳곳의 현대 학교들은 앞에서 소개한 공간이론과 교육관련 연구의 영향으로 다시 개방형 교실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다만 새롭게 부활한 열린교실운동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20세기 초반의 두 가지 교육공간 모델의 원형이었던 시골의 원룸 주택형 학교와 1970년대 열린교실을 조합한 형태로 재등장했다. 새로운 열린교실 모델은 구획된 교실과 열린공간을 조합한 학습공간이다. 현대 학교들은 접이식문이나 미서기문이나 미닫이문, 가변 벽체, 커튼, 간이 칸막이, 가구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교실을 때로는 분리하고, 때로는 연결하고 확장해서 개방감 있고 유연하게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열린교실 유형의 모델로 스톡홀름의 비트라 텔레폰플란(Vittra Telefonplan) 학교는 밀도가 높지만 개방된 열린 학습환경을 독특한 디자인의 구조물들을 기발하게 활용해서 구획을 나누고 있다. 전통적으로 구획된 공간과 달리 ‘닫힌 듯’, ‘열린 듯’, ‘나뉜 듯’, ‘열결된 듯’한 공간들의 변주를 통해 새롭고 기발한 학습공간을 조성했다. 또 다른 사례는 샌프란시스코의 브라이트웍스(Brightworks) 학교이다. 천장이 높은 넓은 창고였던 곳을 학교의 메이커스페이스로 만든 곳이다. 학교 메이커스페이스 사례로 이미 국내에도 소개된 곳인데, 인테리어 가구나 합판을 이용해서 임시회의 공간, 미술 스튜디오, 과학 실험실, 제작실, 도서관, 실험실, 주방 및 식당과 같은 구역을 나누고 있고, 공간 구획은 지속적으로 바뀐다.

 

 

 

교실의 투명성과 수업 흥미도

부분적으로 구획된 공간에 통창이나 큰 유리창으로 벽체를 구분해서 가시성(투명성)을 높이면 시각적 개방성을 높일 수 있다. HTH(High Tech High) 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01년 로웰 밀켄가족재단과 마크 테이퍼재단, 아만슨재단의 지원금으로 설립된 공공 민간 교육벤처 학교다.

 

21세기형 학교로도 주목받는 HTH(High Tech High) 학교는 자율적인 비공식 학습을 장려하고, 수업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다른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교실을 온통 투명하게 만들었다. 우리로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유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교실 안의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약간의 산만함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일반적 선입관과 달리 학습공간의 가시성(투명성)은 학습환경 내에서 흥미로운 자극을 만들어 지루함을 걷어내는 효과가 있다. 교실 외에도 이 학교의 행정실은 내부 창문을 통해 공용공간과 도서관을 볼 수 있고, 아이들은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장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