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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격수업에 지친 청소년 정신건강, 찬바람 불면 진짜 위기 올 수도”

강윤형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전쟁 중에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큰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욕구가 강해지는 법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극한상황이 종료되면 오롯이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해야 하는 환멸기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굉장히 힘들어지는 거죠. 코로나도 마찬가지예요. 이제부터 가정과 학교,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세심한 관심과 접근이 필요합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이자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를 이끄는 강윤형 센터장(사진)은 ‘코로나 우울’이 본격화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강 센터장은 10월 12일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동학대를 당하는 학생들이 늘고, 교사들 역시 교육·방역·행정업무의 3중고를 겪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격려하며,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려운 위기상황이지만 우리가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청소년들에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출범한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는 학생들의 정신건강교육과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시행, 학교응급심리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아왔다. 강 센터장은 지난 3월 취임했다.

 

흔히들 지금 상황을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가.

“코로나19 초기에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언제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주를 이뤘다. 일상이 무너진 불규칙한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불안과 분노, 심리적 피로와 무력감이 뒤섞였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여겨진다. 전문 의학 용어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8개월가량 진행됐다.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가정경제가 어려워지고, 아동과 청소년들이 가정폭력과 같은 위기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등교수업에서는 그나마 학교가 보호인자 역할을 했는데 온전히 집에서만 생활하면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아동학대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었다.”

 

‘인천 라면형제’와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이 많은 것 같다.

“이전부터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면 원격수업 동안 훨씬 증폭되고 강화됐을 것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 대구지역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가족관계가 악화됐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ADHD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해외 보고서에서도 등교수업 때보다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응답이 3분의 1가량 됐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수록 학생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았다는 결과다. 부모가 학업이나 생활을 케어할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아이들 간 정서적 양극화가 원격교육 기간 동안 더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학력격차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학교라는 공동체생활의 장점 중 하나는 또래집단이 주는 격려이다. 본인은 하기 싫지만,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동료의 힘은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 선생님의 관심과 격려 역시 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원격수업에선 이런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 보니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부터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일반적으로 전쟁 등 재난 시기에는 자살률이 줄다가 재난 후 자살률이 급증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일반적인 재난 경과와 달리 8개월 넘는 장기간 재난상황이 지속하면서 심리적 피로도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재난상황에서는 생존욕구가 강해지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감당하기 힘든 현실 때문에 환멸과 무력감 증세가 나타난다. 실제 코로나 발병 초기 대구에선 많은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힘을 보태는 바람에 시민들이 어려움을 잘 견뎠으나 그들이 떠난 후 홀로 남았을 땐 몹시 힘들어했다. 청소년 정신건강도 마찬가지다. 7월까지 통계를 보면 청소년 자살률은 예년보다 줄었다. 그런데 9월부터 늘기 시작했다. 사실 학교 내 청소년보다 학교밖청소년의 자살률이 더 높다. 2학기가 본격 시작된 10월 ~11월이 매우 중요하다.”

 

‘집콕’ 생활 탓에 스마트폰 중독이나 게임에 빠진 학생들 많다.

“외부생활이 제한되다 보니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사이버블링이나 인터넷 도박, SNS 과몰입 등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점이다. 등교수업 이후 학교에서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가정에서도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모들도 걱정이 많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기본적인 생활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감독이 필요하다. 자녀들이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습관을 갖도록 지도하고, 부모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생활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학생들에게 고립감을 심어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지지하고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대면이지만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줌을 통해 얼굴도 마주하고 단톡방을 이용, 친구들과 끈이 이어져 있음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학생들도 힘들지만, 교사들 역시 스트레스가 심하다.

“실제로 원격수업 이후 상담센터를 찾는 교사들이 많이 늘었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선 비대면수업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예상외로 컸다. 학생들의 눈빛이나 질문 등 리액션이 있어야 신이 나는데 혼자 떠들다 보면 힘도 빠지고 수업도 힘들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 기기에 적응하지 못해 나이 지긋한 교사 중에는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많다. 이뿐 아니다. 유튜브로 수업을 하다 보니 사실상 공개수업이 돼버려 은근 신경이 쓰인다. 학생들은 입에 담기 힘든 댓글을 달기도 하고 혹시 영상을 캡처해 ‘장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게다가 교육은 물론 방역에 행정업무까지 떠안아 3중고에 시달린다. 보건교사들은 사실상 번아웃 상태에 놓여있다. 원격수업으로 ‘놀고 먹는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시선에 교사들은 괴롭다.”

 

10월 12일 현재 코로나 확진 교직원과 학생은 누적 집계 755명이다. 확진학생과 교직원들을 직접 심리치료를 했는데 어땠나.

“메르스 당시 완치자의 70%가 1년 뒤 외상후스트레스나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보고가 있다. 확진 당시 느꼈던 충격과 공포, 사회적 낙인, 주변의 비난과 죄스러움 등이 그들을 괴롭혔다. 따라서 완치가 되고 상황이 종료돼도 다시 공동체 안으로 들어갈 때 심리적 부담이 상상 이상으로 컸다.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이나 교사들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확진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줘 학교가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지난 10월 19일부터 등교수업이 본격화됐다. 일부 학자들은 원격수업 후유증으로 등교거부 등 부작용을 예상하는데.

“학생들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환경변화에 잘 적응한다.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학생들의 회복탄력성을 믿고 격려한다면 등교수업은 이른 시일 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는 분명 우리에게 비극이고 시련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어려운 국난의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보여주는 산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견디기 힘든 공포와 사회적 고립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오더라도 공동체가 나를 지켜주고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교육이다. 또 학교가, 선생님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역시 교육적 의미가 크다. 코로나 사태가 청소년들에게 사회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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