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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아공>등굣길이 ‘지옥길’

시골학교 학생들 통학 수단 부족해 20km넘게 도보
불법 트럭에 수십명 타고 사고 빈발…인권위 경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시골 지역의 통학 문제가 학생들의 교육권을 비롯해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토가 넓고 인구 밀도가 희박한 남아공의 시골지역에서는 학교가 부족해 학생들이 먼 거리를 통학해야만 한다.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멀고 스쿨버스가 있어야만 겨우 학교를 다닐 수 있다. 남아공 정부에서는 각 학교에서 적절한 교통수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마저 충분하지 않다. 현재 남아공의 학교에는 물과 전기, 화장실 공급조차 원활치 않은 실정이라 정부에서는 우선 향후 2~3년간 이 부분에 집중 지원하기로 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남아공 인권위원회는 미리 고지도 없이 학교 통학수단이 갑자기 제공되지 않아 학교까지 편도 12km를 걸어 다니는 츠웰레딩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남아공 이스턴 케이프주 교육부와 교통부가 적절한 통학수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것이 ‘모든 사람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 29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남아공 인권위원회는 이스턴케이프 주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의 실태를 파악해본 결과 대부분 통학수단이 부적절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교통 편이가 필요한 9만5000명의 학생 중 2/3인 6만7천여 명만이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제공되는 교통수단마저도 과연 적절한 것이지도 의문이다. 정부 예산을 받아 학교에서 운영하는 스쿨버스의 대부분은 바키(bakkie)라 불리는 뒤에 지붕이 없는 소형 트럭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1톤 트럭의 반 정도 되는 크기다. 짐 싣는 공간에 콩나물 시루처럼 아이들을 가득 태우고 달리는 이 차는 남아공 시골지역에서 흔히 등장하는 풍경이다.

그러나 통학 수단으로 일반 버스가 아닌 바키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거기에 아이들을 너무 많이 태워 수용 기준을 초과하고 무면허 운전기사가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크고 작은 스쿨버스 사고로 올해 1월 개학한지 3주 만에 10명이 숨지고 61명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바키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과 동승해 취재한 한 신문사 기자는 한 시간에 걸친 등교길을 ‘hell ride’(지옥길)로 표현했다.

오전 6시 이 차를 타기 위해 동네의 작은 주유소에 23명의 아이들이 모인다. 원래는 25명인데 두 명이 결석했다. 3살부터 15살까지 이들 중 나이 많은 2명만이 차의 앞좌석을 차지하고 나머지 21명은 이 트럭의 짐칸에 구겨서 탄다. 캐노피라고 불리는 덮개를 닫으면 숨을 쉬기 조차 힘들다. “더운 날은 더 힘들어요. 더워서 창문을 열어야 되는데 그러면 먼지 때문에 정말 더 숨을 쉴 수가 없거든요”라고 아이들은 오히려 기자에게 여유롭게 말을 던진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 흔들리는 차안에서 기자는 계속 머리를 천정에 부딪힌다. 잠이 부족한 어린 꼬마들은 그 좁은 틈에서도 졸고 있다. 아침 7시가 돼서야 32km떨어진 학교에 도착했다.

남아공 인권위원회는 교육부에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통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남아공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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