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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아공> 취약계층 위한 수월성 교육 제공



 저소득 흑인 학생 ‘꿈의 학교’
 아프리카 수월성 학교(ASE)


 정부 예산·고액 학비 없이도
 월 2만 원에 세계 최고 교육

“우수 교육 받아야 격차 해소”

"자사고는 학비가 비싸 계층 간 교육격차를 심화시킨다."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갈 예산까지 몰아주면서도 교육성과도 못 낸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자율학교 모델을 두고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논쟁의 배경에는 수월성 교육은 비싼 교육이고, 평등교육이 아닌 경쟁교육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진보교육감들이 평등교육을 내세우면서 자사고 폐지에 나선 것도, 혁신학교에 막대한 예산을 주면서도 학업성취를 올리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남아공에서는 이런 통념을 깨고 ‘저소득층을 위한 수월성 교육’을 표방한 학교가 등장해 화제다. 비영리법인 ‘아프리카 수월성 학교(African School for Excellence, ASE)’에서 운영하는 차카네(Tsakane) 학교다.

차카네(Tsakane)는 남아공의 수도인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인근의 타운십(township)이다. 타운십은 과거 분리주의 정책 시절의 흑인 거주구로 현재도 대다수 흑인이 밀집해 사는 흑인 빈민구역이다. 좋은 학교를 찾아볼 수 없는 타운십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대부분 청소년은 결손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는 데다 방과 후에는 집안 살림과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몫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 날 일거리가 없으면 다음날은 굶는 것이 당연한 현실에서 좋은 교육이란 꿈같은 일이다.

그런데 이 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ASE 차카네 학교다. ASE는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설립된 비영리 법인이다. 이들은 아프리카 가나와 남아공에서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 뒤 지난해 1월 차카네에서 사업의 모델이 될 첫 학교를 설립했다.

ASE 차카네 학교가 낸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개교 당시 87명의 8학년 학생의 성취 수준은 타운십 학생 평균 수준이었다. 읽기는 초등 3학년 수준, 수학은 덧셈 뺄셈을 손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1년 뒤 8학년 기말에 치러진 케임브리지 국제평가(Cambridge International Examinations, CIE) 학년 말 평가에서 영국의 8학년 학생 평균을 따라잡았다.

남아공 전국 학력 평가에서는 평균 95점을 기록했다. 평균 50점을 넘기지 못해 유급되는 학생들이 매년 20%에 달하는 일반적인 타운십 학교의 현실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다.

이런 교육을 하려면 고액의 학비를 받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다.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에 불과하고 컴퓨터를 활용한 개별수업도 가능한 교육환경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ASE는 저렴한 학비로 이런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비결은 학교의 교육혁신이다.

ASE는 우수 기관과 협력해 교육과정과 평가시스템을 개발했다. CIE와 협약을 맞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졸업생들이 CIE 평가에 응시하도록 했다. 졸업생들은 CIE 성적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 EU 등 세계 각국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의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칸 아카데미와도 협약을 맺었다.

수업도 혁신했다. 30분 동안 학습할 주제에 대해 팀별로 협력학습을 한 후 30분 동안 교사가 학생들이 주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개념을 정리해주는 수업이 이어진다. 강의가 끝나면 이후 30분 동안은 컴퓨터를 이용한 개별학습을 하는데 학습활동에 대한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주어진다.

우수 기관의 협력, 협동학습을 중심으로 한 수업혁신, 컴퓨터를 활용한 개별화 수업으로 연간 1인당 교육비 투자를 8000랜드(약 76만 원)으로 낮췄다. 이는 4만 랜드(약 380만 원)에 달하는 명문교 등록금은 물론이고 정부의 학생 1인당 교육투자액인 1만 3500랜드(약 130만 원)보다도 낮은 액수다. 우리나라 자사고처럼 학비를 높이거나 혁신학교처럼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는 돈으로 하는 혁신을 벗어나 오히려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교육의 질은 높이는 진정한 혁신을 한 것이다.

물론 8000랜드도 타운십 가정이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다. 이 때문에 학비는 월 200랜드(약 1만 9000원)만 받는다. 나머지 비용은 기업과 개인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ASE 설립자인 제이 클로펀베르그(Jay Kloppenberg)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우수한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기를 원하는데 이를 위해 비싼 학비를 내야 한다"며 "이런 구조로 인한 교육격차 문제는 전 세계 교육의 난제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교육재정을 더 투입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면서 "이 때문에 학교 교육의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고 ASE 학교 모델의 취지를 설명했다.

ASE는 차카네 학교의 성공을 바탕으로 남아공 전국에 산재한 타운십에 ASE 학교 200개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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