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신록의 계절을 맞아 각종 언론 매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많은 국민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나들이에 관한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 시기가 되면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을 한다. 특히 수학여행을 가게 되는 학생들은 답답한 교실과 학교 그리고 학원을 벗어나 새로운 배움과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한껏 들뜨게 된다.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수학여행 등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이어지며 교육계 안팎에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4월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수학여행 같은 단체활동이 중요한 수업의 일부인데 안전사고 위험이나 관리 책임을 피하려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다녀온 경주 수학여행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점도 참 많았다고 회상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장관에게는 학생들의 소중한 기회를 빼앗아선 안 된다며 각별하게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교직단체들의 반발, 대통령의 보완 지시, 교육부 대책 발표 계획 등이 이어지면서 수학여행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수학여행은 많은 이들에게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고 교육적 효과도 잘 알려져 있다. 물론 그간 경비 문제, 대규모 인원의 실시로 인한 비교육적 문제 등이 지적되었고, 이에 대한 개선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세상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 없듯이 수학여행도 마찬가지다.
최근 가장 큰 문제는 수학여행 운영 과정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현장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교사가 형사책임을 지는 사례가 생기면서, 많은 학교가 수학여행을 사실상 중단했다. 향후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배움의 기회가 보장되는 방향으로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수학여행의 의의와 교육적 기능
1) 의의
수학여행은 교과학습만으로는 학생들의 전인교육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인식 하에 교과학습 이외의 현장학습을 통해 학습 의욕을 고취하는 등 학교 밖에서 여행하고 숙박하는 교육적 활동을 말한다. 즉, 수학여행은 교실수업의 연장선에서 평상시 배운 지식을 직접 자연·문화 등을 체험하면서 창의적인 학습을 한다는 목표가 있다. 한편 경제 여건상 가족여행을 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은 견문을 넓히는 중요한 기회다. 짧은 기간이지만, 수학여행은 친구들과 함께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쌓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중요한 교육활동이다.
2) 교육적 기능
수학여행은 학생들의 인지적·사회적·정서적 발달 등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교육 여행이다. 수학여행의 교육적 기능은 다양하지만, 지면 제약상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학여행은 새로운 체험과 참여 관찰, 생활 탐구를 통해 다양한 자연과 문화를 학습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의 인지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활동 중심의 체험은 내재적 동기와 유능감을 높이는 데 좋다. 즉 수학여행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체험활동은 학생들이 자기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참여하고 사고함으로써 인지적 측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의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자기 정체성의 확립과 증진에 도움을 준다.
둘째, 사회적·정서적 측면에서 보면 수학여행은 불안·우울·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여러 친구와 함께하는 집단생활 경험은 대인관계에서의 공감·소통능력을 비롯한 사회적 능력을 함양시킨다. 궁극적으로는 학교생활에서의 발전적 태도를 함양할 수 있다.
수학여행 실시 현황, 미실시 원인과 수학여행 실시를 위한 선행 요건
1) 수학여행 실시 현황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를 중심으로 올해 수학여행 실시 현황을 살펴보면, 계획한 초·중·고는 전체 1331곳 중 231곳(17%)에 그쳐, 지난해 562곳(42%)에 비해 크게 줄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단 30곳(5%)만 수학여행을 간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 일상화된 학부모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2) 수학여행 미실시 원인
교사들이 수학여행을 실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면, 첫째, 교사의 형사책임 부담이다. 이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2022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교통사고 이후, 인솔 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학교 현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체험학습 중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에게 고의가 없더라도 보호·감독 의무 소홀을 이유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게 확산이 되고 있다. 수십 명에서 백여 명의 학생을 몇 명의 교사가 24시간 보호·지도하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사고가 나면 100% 교사 책임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은 매우 크다.
둘째, 예측 불가능한 민원의 발생이다. 수학여행 준비 과정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민원도 교사들을 지치게 한다. 교사들에게 들어오는 민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도시락을 준비하라고 해도, 현지 식당을 예약해도 각기 다른 이유로 민원이 제기된다. 즉 학부모들의 민원과 불만이 교육적인 내용보다는 운영 방식 등이 많아 비본질적인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 과도한 행정 업무다. 수학여행은 커다란 하나의 사업에 가깝다. 버스 기사의 음주 여부 확인부터 식중독 예방, 학생들의 멀미 예방과 대처까지 모든 안전 관리를 인솔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장소 선정, 계약, 안전 점검, 사후 정산 등 방대한 행정 업무까지 더해지지만, 교사를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시스템은 거의 부재한 실정이다.
3) 수학여행 실시를 위한 선행 요건
수학여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 현장이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법적 책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필요한 경우 새로운 법의 제정도 필요하다. 수학여행 활동 중 안전사고를 비롯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교사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지 않은 한 책임을 묻거나 처벌하지 않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육당국의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방식의 상세한 백화점식 업무 매뉴얼의 개선도 시급하다.
통합형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수학여행 운영
1) 안전 대책 확보와 교사 업무 경감
수학여행 추진과 운영 인력은 담임교사를 포함하여 1학급당 2명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시 추가 인력을 배치하도록 한다. 추가 인력 예산은 교육청 지원 예산을 사용하되, 이것이 어려울 때는 지방 기초자치단체에서 학교에 지원하는 교육경비보조금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을 때는 학부모를 포함한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협력 인력을 확보한다. 또한 수학여행 현지에서는 교사 업무 경감을 위해 현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관광해설사·마을교사 등 현지의 다양한 지역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 통합형 교육과정으로 운영
수학여행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과 배움의 경험이 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과 및 학년 교육목표에 맞게 연초부터 교육과정을 치밀하게 편성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 운영을 수학여행 전 활동, 수학여행지 활동, 수학여행 후 활동으로 나누어 간략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 수학여행 전 활동
운영 시수는 교육과정상 각 교과시간을 활용하되, 학교 여건을 고려하여 1주일 수업 시수 내외에서 편성·운영한다. 과목별 차시는 학교와 지역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으며, 교과시간·창의적체험활동·학교자율시간 등을 활용하여 운영할 수 있다.
사전 교과별 교육은 학교별 상황을 고려하여 적정 차시를 편성하여 실시한다. 과목별로 다룰 수 있는 학습 주제를 예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도덕에서는 타인 존중, 공중·교통도덕 등을 공부하고, 국어에서는 제주도 방언의 특징과 제주도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 등을 알아본다. 사회에서는 제주도의 역사, 제주도의 기후·지형의 특징, 제주도를 빛낸 인물, 제주도의 산업, 제주도의 인구 변화 등을 다룰 수 있다. 과학에서는 화산의 생성, 제주도 암석 특징·종류 등을 학습한다. 음악에서는 제주도 음악 및 특징 등을 공부하고, 미술에서는 제주도를 빛낸 화가들, 제주도를 소재로 한 그림과 사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가급적 수학여행 소책자를 제작하도록 한다. 소책자에는 사전 학습 내용을 간략하게 수록하고, 학생이 선정한 주제의 내용을 메모할 수 있도록 46배판 정도 크기, 20페이지 내외로 제작한다.
● 수학여행지에서의 활동
수학여행지에서는 낮에는 견학 및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저녁에는 식사 후 40분 정도 지도교사가 참여하여 주제별로 분과를 구성하여 학생들이 협의·토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여건상 주제별 분과 운영이 어려운 경우에는 교과별 분과로 구성할 수 있다.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사전 조사를 통해 주제를 미리 정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지리적 위치 특성이 현재 제주도 생활과 산업 등에 미친 영향과 바람직한 미래의 방향은? 등이다.
● 수학여행 후 활동
수학여행 후에는 1~2시간 정도 발표 시간을 갖고, 필요할 경우 전시 활동도 함께 운영한다. 발표 활동은 기행문·감상문·일기·시와 관심이 있는 주제를 조사한 내용 등을 발표하기, 그림 설명하고 감상하기, 짧은 동영상 보고 느낌 말하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발표하고 감상하기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교실의 일부 공간을 활용하여 학급별 전시회를 할 수도 있다.
많은 국민은 교사들이 안전사고에 대한 과도한 법적 책임 부담, 과다한 민원과 행정업무로 인해 수학여행을 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한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활동을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내일의 걱정을 미리 끌어와 오늘 한숨을 내쉬는 어른들 속 학교장도 힘이 든다. 그러나 학교장은 교육과정 운영의 최고 리더다. 수학여행은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 공동체 경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장이라는 점에서 교육과정 운영의 꽃이자 백미다. 수학여행을 과거의 관행과 방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수학여행의 진정한 교육적 가치를 쉽게 포기해서는 더욱 안 된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는 각 세대가 서로를 책임지는 사회’라고 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내가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현재 학생에게 돌아가고, 그 부담은 앞으로 학교를 이끌어 갈 후배 교장들에게 남게 된다는 점을.
만약 오늘이 더는 내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 없게 되기 전의 마지막 하루라면, 나는 학교장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