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이하 ‘초등’ 또는 ‘학교’로 표기) 1학년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예비 학부모 마음은 매우 불안하다고 한다. 매년 입학 시즌이 다가오면 그들의 가장 큰 걱정은 ‘어린 내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놀이 중심 수업을 하는 유치원과 달리 어린 꼬마에게 딱딱한 의자, 교과 중심의 수업, 낯선 친구들과의 만남은 큰 부담이다. 특히 놀이 중심에서 교과 중심으로 전환되는 교육과정 변화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워킹맘은 자녀가 초등 저학년일 때 육아휴직을 하거나 퇴직한다.
초등 1학년 학부모가 힘들어하는 것처럼 교사에게도 1학년 담임은 기피 대상이다. 그 배경으로 학부모 민원이 가장 크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학부모 민원 실상이 서이초 사태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다. 그러나 소위 ‘금쪽이’1 존재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 교사에게는 20명의 학생보다 금쪽이 1명이 더 두려운 존재다. 금쪽이는 악성 민원인·학부모와 거의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초등에서 금쪽이 대처법2은 ‘견디어 내는 것’ 이외는 없다. 그래서 1학년 교사들은 학년 초 간절히 기도한다, 금쪽이가 내 반에 제발 없기를. 특히 반 학생 수가 20명을 넘는 과밀 학급에서 금쪽이 존재는 공포 그 자체다. 1학년 학생들은 아직 어리기에 모두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만약 반에 금쪽이가 있게 되면 교사 신경은 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다른 학생들을 돌볼 수 없게 되어 교실은 난장판이 된다. 교사는 매일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틴다.
금쪽이 한 명도 벅찬데 두세 명이 된다면 교사가 출근이 즐겁겠는가? 가르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교사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 학부모마저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한다면 교사는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행 제도로는 이러한 상황을 막을 방법이 없기에 금쪽이가 한 학급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만 한다. 본 고에서는 초등 1학년 학부모 마음의 이해를 바탕으로 집단지성을 살리는 초등 1학년 학급 편성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초등 1학년 예비 학부모의 마음 이해하기
초등 1학년 예비 학부모들의 고민은 일반적인 것부터 구체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인 것은 ‘내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입학 준비는 어떻게 할까?’와 같은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젓가락질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화장실에서 줄을 서서 용변을 본 뒤 스스로 뒤처리를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것이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불안 해결을 위해 교육 사이트를 검색하고, 지인들에게 물어보며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워킹맘과 첫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 초등 1학년 학부모의 심리 변화 1단계 _ 심리 불안
학부모들의 마음에는 기본적으로 불안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 그 배경에는 치열한 경쟁을 조장하는 언론과 맘카페 그리고 공포 마케팅을 하는 학원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만 자녀 미래에 관심이 없는 엄마, 심지어 나만 나쁜 엄마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4세 의사 대비반’, ‘7세 의사 대비반’ 등과 같은 뉴스와 학원 이야기를 들으면 조급해지고 다급해진다. 특히 자녀에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일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막상 자녀가 입학해도 이런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유치원 때는 알림장 앱이나 전화로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등·하원 시간마다 선생님이 자녀의 유치원 생활을 자주 전해주었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원에서 열이 몇 도나 오르내렸는지, 친구들과 말다툼했는지 등 사소한 일까지도 말해 주었다.
그러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상황은 너무 다르다. 유치원처럼 피드백도 많지 않고, 사전 약속 없이는 교문 안에 들어갈 수도 없다. 어떤 경우에는 한 학기가 다 되어가는 데 자녀 학교생활에 대한 공식적인 피드백도 없다. 선생님을 대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하는 데 적응이 쉽지 않다.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 것이 초등 1학년 학부모 마음이다.
● 초등 1학년 학부모의 심리 변화 2단계 _ 불만 축적
1학년 학부모들은 학원에서는 자녀의 앞날을 위해 선행학습 등 입시에 필요한 준비를 해주는데, 학교는 한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기초·기본교육, 전인교육과 인성교육 등 대학 입시와는 별로 관련 없는 것만 강조한다고 느낀다. 특히 유치원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던 귀한(금쪽이) 내 자녀를 학교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 심지어 다른 학생 앞에서 모욕을 준다고 생각하는 순간, 학부모는 참기 어렵다.3 ‘왜 내 아이만 특히 더 미워하는가?’라는 감정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학교와 사회 문화가 변화하면서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는 문턱은 과거보다 훨씬 낮아졌다. SNS 시대가 되면서 부당하다고 느끼면 이성이 채 발동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먼저 움직여 민원을 제기한다. 또한 맘카페나 동네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에 한마디 하는 것이 쉬워졌고,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단다. 그래서 너도나도 한 마디 의견을 제기해야만 똑똑한 엄마가 되는 사회 분위기다.
● 초등 1학년 학부모의 심리 변화 3단계 _ 민원 제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치권에서 시작된 내로남불 문화가 이제는 보편적 사회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교권도 그렇다. 모두가 언론을 포함한 공공의 영역에서는 교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자기 자녀 문제가 되면 그런 주장을 했던 사회지도층 인사조차 먼저 나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권을 짓밟는다. 존중은 그의 존재가 ‘있음’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의 결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자신의 기준과 생각으로 교사를 재단하며, 교육적 결정마저도 법의 이름을 빌려 심판하고 괴롭힌다.
최근 우리 사회는 ‘교사 때리기(teacher-bashing)’가 일종의 대중스포츠처럼 되었다. 현대 생활의 지나친 요구에 겁먹은 나머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참아낼 수 없는 상황, 분노하는 죄악에 대해 희생양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만만한 타킷이 되었다. 교사들은 아주 착한 집단이자 반격할 만한 수단도 힘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관점에서 보면, 교사들은 얄미운 존재다.5 최근 20대가 40대를 향해 ‘영포티’6라고 지칭한다. 가진 것 별로 없는 청년 세대들이 보기에 40대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도덕적 우월감을 앞세우면서 20대를 가르치려 드는 비대한 자아를 지닌 위선자로 본다. 마찬가지로 일부 학부모의 시각에서 보면 교사들은 학창 시절 모범생이었고, 지금은 좋은 직장에 경제적으로 안정된 소위 ‘엄친아’이기에 얄미운 존재다.
집단지성을 살리는 초등 1학년 학급 편성
● 초등 1학년 예비 소집일 _ 예비 1학년 학생의 특성 파악
보통 1학년 예비 소집은 1월 초에 실시된다. 통상적인 절차는 학부모가 취학통지서를 가지고 학교에 오면 학교에서 접수하고 보낸다. 관심이 있는 학교의 경우 학교 안내서와 홍보물 등을 담은 선물꾸러미를 주거나 포토존을 설치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학생이 빠져있다. 3월에 취학하는 예비 1학년 학생에 대한 정보가 없다.
예비 소집일에 학급 편성을 위한 학생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학교 안내를 3단계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1단계에서는 현재 1학년 담임교사를 임시 담임으로 위촉한다. 임시 담임은 약 2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간단한 학교 소개와 입학 관련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이때 이름을 부르면 자리에서 대답하기, 인사하기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의 인지적·정의적·신체적 상황을 개략적으로 파악한다. 2단계에서는 학부모(원하는 경우 학생 포함)를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강당 등에서 학교장이 인사와 함께 학교장 경영관 소개, 등교 안전, 입학식 운영 등을 안내한다. 3단계에서는 예비 소집이 끝난 뒤에 임시 담임들이 모여서 1학년 학급 편성 시 특별히 고려해야 할 학생 정보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특정 성향 학생이 한 반에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산되도록 한다.
● 집단지성을 활용한 초등 1학년 학급 편성의 장점
집단지성을 반영한 학급 편성에는 여러 장점이 있으나 지면 관계상 간단히 세 가지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1학년 학급 담임에 대한 공포심이 많이 줄어든다. ‘금쪽이가 과연 내 반에 몇 명 있을까’와 같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둘째, 1학년 담임교사 간에 동료애가 형성된다. 과거에는 학생 주거지 정보만으로 학급 편성을 하기에 복불복 현상이 발생했다. 어떤 반에만 금쪽이가 모두 있고, 다른 반에는 한 명도 없게 되어 교사 간에 보이지 않는 불편함이 생기곤 했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학급 편성을 하면 이러한 편중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투명성 확보로 협력과 상호 존중의 분위기가 조성된다.
셋째, 교사가 학교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집단지성의 학급 편성으로 효능감을 경험한 교사들은 이후 학교 협의와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교교육의 성공과 실패는 교사 참여도에 의해 좌우되기에 교사들이 학교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교는 건강하며, 성공적인 교육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