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사이버폭력은 전체 학생의 1% 이내의 극소수 학생들에게 해당되고, 익명으로 학교가 아닌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실상은 크게 다르다. 25명 중 7명은 가·피해자 우선 발생비율이 이보다 최소 20배 이상 많다. 25명 학급에서 1년간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은 4명, 가해 학생은 1명이며, 가해와 피해 양쪽 다 경험한 학생이 2명이다. 25명 중 7명이 사이버폭력 가·피해 학생인 것이다. 이는 2022년 4월에 공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이버폭력실태조사 결과 평균치를 25명 학급에 대입한 수치다. 익명과 기명은 대략 반반 정도다. 평소 알고 지낸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반 학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적지 않다. 익명도 문제지만, 오히려 평소 알던 사이기 때문에 피해 학생에게 더욱 큰 상처가 되고, 신고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사이버폭력은 사이버공간이라는 별도의 분리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매일 장시간 상주하는 학교 교실과 복도, 학원 등 일상적 물리 공간에서 스마트폰 문자 등을 통해 이뤄진다. 국가교육과정 성취기준에는 사이버폭력 예방과 관련되는 대인관계와 인간 존중 그
2022-07-09 09:27정권 출범 전부터 거론된 교육부 폐지·개혁설과 두 달째공석인 교육부 장관 자리를 보는 교육계 안팎의 시선엔 우려가 가득하다. 정치권의 힘겨루기와는 별개로 교육 최일선에서 고군분투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교원들의 마음은 더욱 답답하다. 이제는 이런 현실에 대한 푸념 단계도 지난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출발점인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데 교육계의 중론이 모이고 있어서다. 이에 교총은 제38대 회장단 취임과 동시에 교육 현안 해결 촉구 전국 교원 서명운동에 전격 돌입했다. 청원과제는 △공무원연금 특수성 보장 △비본질적 교원행정업무 폐지 △현행 교원능력개발평가 및 성과급 폐지(본봉 산입)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도입 △돌봄 및 방과후학교 지자체 이관 △문제행동 학생 치유와 교육을 위한 생활지도법 마련 △학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이다.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학교 현장의 대표적 원성 과제들이다. 고통 감내 요구 지나쳐 근래 공무원연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교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특히 직역연금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국민연금과의 평면적 비교만 거듭되는 점을 걱정한다. 이미 연금개혁을 통해 고통을
2022-07-04 08:40미국의 어느 카페 드라이브 스루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사건은 한 사람의 작은 선행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날따라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사람이 커피를 주문하면서 "두잔 값을 지불할 테니 한 잔은 저에게 주고 한 잔은 뒤차 운전자에게 주세요"라고 했단다. 300대 연속 전달된 선의 의외의 친절을 경험한 뒷 차량 운전자 역시 일면식도 없는 뒷사람 몫의 커피값을 지불했다. 이렇게 전달된 결제는 무려 300대 연속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참 훈훈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인터넷만 열면 마음 불편하고 입에 담기 거북한 뉴스들이 넘쳐난다. 과연 인간사에 일어날 만한 일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천인공노할 소식을 접할 때도 있다. 그러나 ‘드라이브 스루 커피 이야기’와 같은 미담은 세상을 바라보는 혼탁해진 렌즈의 먼지를 말끔히 훔쳐내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일어난다. 친절과 선의를 베푸는 행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쓸모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아닐까? 나의 작은 수고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됐을 때, 오히려 내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내면에서 올라오는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2022-07-03 08:40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면서 경제‧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초연결, 초지능, 더 넓은 범위, 더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 위협받는 인간의 일자리 AI 기술은 초관심사다. 큰 기대와 심각한 우려가 교차한다. 사라지는 일자리 때문이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공지능·로봇 기술의 발전은 국내에서만 10년 안에 1800만 명이 넘는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미국의 금융권에서는 회계업무가 AI 로봇으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주요 기업도 업무를 AI 로봇에게 맡기고 있다. 의사와 약사도 마찬가지다. AI 로봇의 정확도가 유능한 의사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약사를 대체하는 로봇도 약 처방에 오류가 거의 없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AI 시대가 와도 인간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직업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은 AI로 대체될 수 있겠지만, 창조적이고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은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교사직은 AI 시대에 사라질 직업군의 하나로 꼽힌다. 이른바 ‘지
2022-07-02 08:39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마치 여름비처럼 내린 뒤라 복잡한 퇴근길이었다. 이런 날이면 자신의 부피만큼이나 부담스러운 만원 버스, 지하철의 퇴근길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참으로 고욕이다. 서울의 출퇴근길은 하루같이 매일 겪는 일이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린 날의 지하철 안은 유난히 사람들이 더 붐비고 피로 지수는 수직 상승한다. 퇴근길은 월요일 출근길에 비하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그날도 오늘처럼 지하철에서 내려 빗물에 젖은 계단을 오르고 집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바쁘게 승강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많은 사람이 오가는 횡단보도 가장자리에서 노란색의 비옷을 입은 한 노인이 젊은이와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늘 있는 일이라 평소와 같이 무심히 지나치려다 들리는 젊은이의 말이 지나치게 거칠어 이건 아니다 싶어 다가갔다. 노인을 보는 순간 그 노인의 손을 나도 모르게 덥석 잡았다. 그리고 그리움과 반가움에 소리쳐 외쳤다. 꿈에서도 그리던 선생님. 반가움과 함께 죄책감이 교차했다. "선생님, 이경택 선생님 맞지요? 선생님! 저에요. 저~~." 선생님은 젊을 때는 쓰지 않았던 안경을 썼지만, 전국노래자랑…
2022-06-30 16:2118년 전 시어머님을 먼저 보내고, 홀로 계셨던 시아버님께서 아흔둘, 이 땅에서의 여행을 마치시고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시아버님은 저의 초등학교 3학년 때 은사님이십니다. 옆 동네에 살았던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통학하면서 버스 안에서 가끔 아버님을 뵐 수 있었고, 교사로 발령받은 이듬해 봄에 시아버님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어 살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주말부부를 할 때 시댁에서 시부모님의 돌보심 가운데 두 자녀를 낳아서 건강하게 기를 수 있었고 시아버님을 통해 학교생활과 사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주야, 네가 그렇게 인기가 있니?" 마흔여덟 명이 모여있는 교실 한복판에서 은사님께서는 저를 친구들 앞에서 번쩍 들어 올리시면서 반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당시 저를 뽑아준 친구들이 고맙기도 했지만, 키가 작아서 제일 앞에 앉았던 저를 번쩍 들어 올리신 은사님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열 살의 인생이 봄처럼 시작됨을 느꼈습니다. 여름방학 때 독서와 효도를 과제로 주셨습니다. 동생들을 돌보라는 부모님의 숙제도 할 겸, 아침밥을 먹고는 1학년, 다섯 살 두 남동생을 데리고 학교 교실 두 칸을 개조하여 만든 학…
2022-06-30 16:00교원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제도, 일명 타임오프제가 지난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원노동조합이 민간부문에 비해 차별받는 문제를 해소하고,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공공부문 차별 해소, 교원단체는? 이 같은 입법목적이라면 교원단체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 교육기본법상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교원단체를 조직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원단체는 설립 근거 법률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형국이다. 심지어 일부 노조는 교원단체의 교섭을 교원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는 유사 교섭행위로 폄훼하며 교원단체에 타임오프제를 적용하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역사적·법적 맥락을 조금만 따져보면 이 같은 주장의 모순성은 금세 드러난다. 교원단체의 교섭·협의권은 1991년 5월 31일 교원지위법 제정 당시부터 부여된 법적 권한으로, 1999년 1월 29일 제정된 교원노조법상 교섭권보다 훨씬 앞서 형성된 것이다. 교섭·협의권은 당시 선배 교육자들이 전국교육자대회, 교원청원운동 등 대정부 투쟁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법적 권리다. 이에 따라 교총은 현재까지 교육
2022-06-27 08:10지난 3년간 교육현장의 패러다임은 굉장히 빠르게 변했다. 궤도를 사용하던 아날로그 수업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디지털 수업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크고 작은 문제를 딛고 서서히 발전하던 교육이 이제는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22년은 많은 교육적 변화가 나타날 한 해가 될 것이다. 더 많은 자유가 가져온 양극화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얻었다. 자기주도적 성향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그동안 갖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자 기회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체험기회만 박탈돼 교육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을까?’로 고민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다. 말장난 같지만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프라는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새로운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편적인 전달형 지식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수준에 따라 소통할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 같은 교육이 절실하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교
2022-06-26 09:17이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이 있을까? 정답은 아마 ‘하나도 없다’일 것이다. 이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예컨대 누군가를 향해 미소를 한 번 지어주는 데도 14개의 얼굴 근육이 움직여야 한다. 또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걸어 나오는 데도 우리 발을 구성하는 52개 뼈의 조직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작은 일에도 다 이유가 있다 이처럼 아주 작고 소소해 보이는 일도 원활히 움직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평소의 성실한 준비와 구성요소 전체의 톱니바퀴 같은 조화로운 작동이다. 하지만 세상에 예외가 없는 규칙이 없듯이 저절로 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망치는 것이다. 예컨대 예쁜 정원이나 텃밭을 망쳐버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마구 짓밟거나 파헤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면 잡초가 무성하여 결국 저절로 황폐해진다. 이미 경험한 사람은 알 것이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하지만 초심을 잃으면 어느덧 익숙함에 젖어 게을러지고 여러 가지 핑계로 방치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상추 한 잎을 맛보는 것도 텃밭을 가꾸는 세심한 손길과 고운…
2022-06-25 08:17긴급복지 신고 의무자 교육. 또 왔어요. 의무 연수 이수 공문이요. 업무 담당자라서 연수 이수 번호를 취합해서 보내야 해요. 그거 아시죠? 올해 기준으로 교사들이 들어야 하는 연수는 20가지가 넘는다는 것을요.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아동 학대 예방 및 신고 의무 교육 등등. 이제는 무슨 연수인지 다 외우지를 못하겠어요. 업무 담당하시는 분이 ‘00 연수 들으시고 이수증(이수 번호) 보내주세요.’라고 메시지가 오면 그제야 꾸역꾸역 하나씩 듣게 되니까요. 한두 개라야 뭔가 의욕을 가지고 연수도 들을 텐데, 이제는 무슨 연수인지도 모르면서 흘려듣게 돼요. 선생님들께 메신저로 보내서 ‘이수 번호를 메시지로 보내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1~2주 후부터 쏟아지는 메시지. 하나하나 클릭해서 정리해야 하는데 우리 학교는 선생님이 58분이라는 건 안 비밀. 거기에 이수 관련 메시지만 오는 게 아니라 여러 메시지가 섞여 와서 놓치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도 안 비밀이에요. 구글 시트나 네이버 폼 URL을 보냈으면 쉬웠을 텐데, 시간이 지나서 후회해요. 머리가 나쁘면 이렇게 몸이 고생하는 거죠. 의무 연수와 관련한 여러 수고는 그것이 ‘의무적’이기 때문이에요
2022-06-23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