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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선생님의 워라밸은 어디에

이제는 일반적인 용어가 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용어 ‘워라밸’. 그 일환으로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무원 근무혁신 10대 제안’ 항목에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가 명시돼 있다. 이는 전화 및 모바일메신저를 필두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우리들 학교현장은 어떠한가.
 

퇴근 후 늦은 시간, 또는 주말의 사적인 시간에 학부모의 갑작스런 전화나 메시지를 받아 본 경험은 교사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방학에도 학부모 연락이 낯설지 않다. 학생의 하루 일과나 학업과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소식과 같이 소소한 이야기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는가 하면, 때론 고성과 욕설도 들어야 한다.

 

교사들의 삶 만족도는 평균이하
 

우리나라에서는 새 학년이 되면 담임교사의 전화번호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비상연락 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담임의 번호는 일상적 소통의 수단이다. 번호를 공유 하다 보니 자연스레 SNS도 공개된다. 수업 중, 퇴근 후, 늦은 시간과 휴일에도 날아드는 연락에 빠른 수신과 응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채근하기도 한다. 긴급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연락은 사생활을 파고들어 교사들의 삶의 만족감을 끌어내린다.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고충을 찾아보기 힘들다. 학부모는 학교 대표전화를 통해 연락을 하고, 학생의 미등교 건에 관해서도 중앙 시스템으로 전달한다. 교사의 개인전화는 말 그대로 개인의 영역인 것이다. 물론 인간관계망을 중시하는 아시아권 국가들에서는 우리와 같은 사례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는 대학에서 ‘홉스테드의 문화차원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농경이 발달했던 아시아권은 집단주의가 서구에 비해 강하게 발현된다. 얽힌 관계망을 사회성이라 부른다. 이 사회는 타인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본능이 있다. 서로를 더 알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해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에 둔감하다. 그에 비해 서구 국가들은 개인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는 일반적으로 권력거리(PDA)가 크다. 개인 간의 위계와 권위의 충돌이 빈번해 갈등으로 나타나기 쉽다. 그렇다고 우리는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이기 때문에, 교사의 사생활을 오픈하고 언제든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 응대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연락처 공개' 가이드라인 시급

 

교육당국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교사의 개인전화 공개가 당연시되는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부모와 교사 간 통신을 통한 상호간 인권침해 요소를 제한하고 근무시간 외의 연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공적 기준이 없는 필드에서 교사가 사적 규범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 필자의 동료교사는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고성과 욕설이 담긴 학부모 전화로 연휴 내내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일들이 누적되면 대한민국 전체 교사의 만족감과 자부심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이는 곧 수업과 생활지도로 이어진다. 교사의 워라밸은 어디에 있는가. 이제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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