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의미다. 물은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되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낮은 곳으로 흐르며, 다툼 없이 평온하게 세상을 적신다. 이러한 물의 덕목은 오늘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평생 성장할 수 있는 기본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 경쟁보다는 공존, 억지보다는 유연함이 더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노자는 물의 일곱 가지 덕(德)인 겸손, 지혜, 포용력, 융통성, 인내, 용기, 대의(大義)를 ‘수유칠덕’이라 불렀다. 그중에서 특히 ‘인내-끊임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면서도 결국 단단한 바위를 뚫는 힘’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가치다. 현대 사회는 빠른 결과와 즉각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과 내공은 오랜 시간, 꾸준한 습관을 통해 형성된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한 번의 힘이 아니라 반복되는 부드러운 흐름 때문이다. 학습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 10분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학습한다면, 뇌는 ‘이 시간엔 공부한다’고 인식하게 된다. 좋은 습관은 단발적인 집중력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며, 결
성리학의 영향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는 쉽사리 여학교를 설립하기 어려워 기독교 선교사들이 먼저 이 땅의 여성 교육을 시작했다. 1885년에 미국인 스크랜턴 여사가 의사이자 선교사에 임명된 아들 윌리엄 스크랜턴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그녀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는 “일본에서의 생활은 즐거우며 선교사들의 생활 조건도 훌륭하나, 나는 내 민족(한국인)에게 가서 그들 속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 그녀는 한국인 교육에 관심을 갖고 최초로 여성들에게 학교 교육을 시작했다. 1885년 학교를 설립하려 했으나 여성 교육을 기피하는 전통적인 관념과 서양인에 대한 배타성 때문에 학생 확보가 어려웠다. 1886년 5월 31일, 단 한 명의 여성이 첫 학생으로 입학했다. 한 명의 학생으로 시작하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의 영문 교명에서 여성을 복수형이 아닌 단수형 Womans university를 사용하고 있다. 이후 학부모들의 관심과 스크랜턴 여사의 노력으로 이듬해 학생 수가 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명성황후가 ‘배꽃같이 순결
교원 연구대회는 학교 현장의 실천적 지혜를 나누고,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는 교사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나누는 교직 전문성 발휘의 장이다. 수상 여부를 떠나, 연구 과정에서의 성찰과 동료 교사들과의 소통은 그 자체로 값진 경험이자 전문성의 성장을 가져온다. 연구자 스스로 윤리의식 갖춰야 그러나 최근 안타깝게도 일부 작품에서 표절, 무단 인용, 연구윤리 미준수 등의 문제가 지적되며 연구대회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한 지역에서 수십 건의 교원 연구대회 표절 사례가 확인돼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교육청에서는 표절 검사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행 중이다. 실제 세종교육청은 2024년부터 모든 교직원에게 전용 표절검사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해 자가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연구정보원도 2025년 ‘교원 연구윤리 길라잡이’에서 제출보고서의 표절 검사 절차를 명문화하기도 했다. 연구대회는 성장의 장이기도 하지만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수상 실적이 인사 자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이익을 얻기도 한다. 따라서 타인의 연구를 모방해서 연구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타인의 지식을 도용해서 자신의 유익을
초·중등교육법에 교장은 교무 총괄과 민원처리 책임, 교직원 지도 감독과 학생 교육의 업무를 담당한다.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는 것으로 임무가 구분된다. 일반인들이 인지하고 있는 교직원은 위 세 부류다. 그러나 같은 법 제19조에 ‘수석교사’의 명칭이 명백하게 있다. 제20조에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업 변화는 시스템이 중심 현재 학교 현장은 다양한 교육 내외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창의력, 협업, 소통, 자기관리 등), 개별 맞춤형 교육(AI 기반 학습, 학습자 중심 수업), 디지털 전환 가속화(스마트기기, 온라인 콘텐츠의 일상화)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교육청과 연구학교에서 성공 사례를 발표하지만, 지침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이 대부분이다.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살펴보면 전문학습 공동체 중심 활동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업무 담당자의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다수다. 개인 능력을 발휘한 결과물과 시스템에 기반을 둔 변화는 양적, 질적 차원에서 효과가 다르다. 학교에는 민원을 담당하고 교원 인사와 각종 교무 행
쏟아지는 행정 업무와 수업 준비, 그리고 학부모 민원. 교사의 하루는 바쁘다. 그중 상처되는 날카로운 민원이라도 생기는 날엔 교사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질 듯하다. 마음을 다치지 않고 아파하지 않기 위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민원 대처 방법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선생님, 우리 애는 때려서라도 가르쳐주십시오. 꼭 좀 우리 애 사람 만들어주십시오.” 옛날 드라마 한 장면 같이 들리실 겁니다. 필자는 현재 교직생활 28년차 교감이 되어있지만 신규교사였던 98년도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학부모들에게서 직접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아이를 때린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 시절엔 그랬습니다. 최근 며칠간 한 학부모의 민원이 있었습니다. 3학년인 자녀가 급식실에서 국을 엎어 옷이 젖었는데, “혹시나 데었으면 어쩔 뻔했냐”, “왜 곧바로 담임이 전화를 안 해줬냐”며 몹시도 화를 냈습니다. 나중에 그분은 몇 번이고 거듭해서 사과하고 학교에서 소란 피워 낯부끄럽다면서 돌아갔지만, 이 사안을 처리하느라 마음이 참 많이 피곤했습니다. 요즘 학부모 민원을 접하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느껴집
프린스턴 대학교는 미국 아이비리그 중에서 최고의 명문 사립대로 손꼽힌다. 학부 교육에 중점을 두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스타일의 교육방식을 추구하고 특히 자연과학, 경제학, 정치학, 철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최상위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사실은 법대, 의대, 경영대가 없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재정보단 명예와 자존감 최우선 이 대학는 2025년 현재, 학부에, 4700명 대학원에는 2000여 명 정도의 학생이 있으며 총자산이 150억 달러가 넘어 학생 1인당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부자인 대학이다. 특이한 점은 감독 없이 자율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이른바 ‘아너 코드(honor code)’ 선언으로 무감독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명예와 자존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학교문화를 간직한 이례적인 학교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가장 선호도가 높은 법대나 의대, 경영대와 같은 전문대학원 설립의 유혹을 끝까지 거부하고 인문학 교육을 고수한다. 이는 단순히 재정 수입에 대한 욕심이 없다기보다는 자신들이 배출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필요한 비판적 사고 능력과 공공 윤리 의식을 함양하기 위
6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 검은 옷을 입은 수많은 선생님이 아스팔트 위에 모였습니다. 그날 저는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의 현장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발언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가 전하고자 했던 건 지금도 악성 민원과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선생님의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진심을 담고자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싣고자 했고, 선생님들의 마음을 대신 전한다는 책임감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수업 중 면도날로 교과서를 찢은 학생을 제지했더니 “목소리가 커서 아이가 공포심을 느꼈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된 일. 길 가던 행인에게 돌을 던진 아이에게 자리 이동을 지시하며 행동을 제지했더니 “아이에게 땀띠가 생기고, 밤에 오줌을 쌌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일. 장기결석 중인 아이의 안전을 걱정해 가정 방문을 했더니 오히려 교사가 주거침입죄로 고소당한 일. 당시 현장에서 전했던 사례들이 다소 충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지 않고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내일 또 일어날 수 있는 게 우리가 당면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