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교육적 관점이 뚜렷하게 변하고 있다. 논의의 중심이 ‘얼마나 똑똑한가’에 있었다면, 이제 교육 현장의 질문은 ‘이 AI가 학습과 수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보조 아닌 파트너 역할 강화돼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AI 기업들의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오픈AI는 복잡한 문제를 함께 분석하고 사고 과정을 구조화하는 추론 중심 AI를 발전시키며, 탐구·프로젝트 기반 수업과의 결합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구글은 이메일, 문서, 검색 등 일상적 디지털 학습 환경에 AI를 통합해 학습 관리와 자료 정리를 지원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AI의 지능 그 자체보다, 학습 환경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활용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 흐름은 학교 현장에서도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교사들은 하나의 AI에 모든 기능을 기대하기보다, 반복적인 행정·정리 업무는 자동화 도구에 맡기고, 수업 설계와 피드백, 학생 상담처럼 교육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사고력 중심 A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AI를 만능 교구가 아닌 ‘역할을 나눠 쓰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관점이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
교실에서 ‘가르침’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 교사들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게 듣는다.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민원과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교사는 수업보다 상황 설명과 기록을 먼저 떠올린다. 그 사이 다수의 학생은 학습권과 정서적 안전을 침해받고 있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라기보다 갈등을 관리하는 존재로 밀려나고 있다. 실적 위주 교육으로 본질 흐려져 이 문제를 단순히 ‘교사가 더 단호해져야 한다’거나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교권은 법 조항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교실 안에서 존중과 신뢰가 자연스럽게 작동할 때 비로소 교권은 지속된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인성교육과 민주시민성 교육이 개념적으로 구분되지 않은 채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다. 인성교육은 ‘사람됨’의 기초를 세우는 교육이고, 민주시민성 교육은 그 기초 위에서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확장하는 교육이다. 모두 중요하지만, 순서와 초점이 다르다. 기초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리와 참여, 표현을 먼저 강조하면 교실에는 ‘권리의 언어’만 커지고, 책임과 존중의 문화는 자리 잡기 어렵다.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생활지도
학생이 겪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청이 통합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의 학생맞춤통합지원법(학맞통법)에 대해 학교 현장이 반발하고 있다. 교원 관련 단체들은 학맞통이 교사들에게 사회복지사 역할까지 겸하도록 책임을 떠넘기는 제도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학맞통법은 정부가 국회에 제정 필요성을 설명하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여러 건의 법률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마련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당시 입법 목적에 대해 학부모와 교원 등 교육당사자들도 공감했는데 지난해 1월 21일에 해당 법률이 제정된 지 1년이 경과한 지금 왜 반발하는 것일까. 법 제정 후 1년, 당국 무엇했나 제정된 법률을 입법 취지에 맞춰 시행해야 하는 정부와 교육청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학맞통법의 부칙에는 특별한 조항 2가지가 있다. 첫째,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 이후 최초로 시작되는 학년도부터 시행한다”는 규정이다. 일반적으로는 공포 즉시 시행하거나 6개월 또는 1년 후에 시행하도록 규정한다. 특별히 1년 후 신학년도 시작일로 정한 것은 학교 현장의 여건을 고려해 시행해야 성과를 낼 수 있으므로 학사
2026년을 맞은 세계 교육의 변화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 이상적인 뜬구름 잡는 정책 실험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평생학습 체제로 재편되는 각국의 교육개혁은 지금 한국 교육에도 분명한 질문과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관행처럼 여전히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를 묻고 있는가? 교사는실행자 아닌 출발점 세계 주요 국가 교육개혁의 공통된 특징은 명확하다. 첫째, 기술 교육의 목적이 분명하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AI 교육을 전면 도입했지만, 단순한 코딩이나 기능 습득에 머물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고 통제하며 책임 있게 사용하는 시민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반면 우리 AI·디지털 교육은 여전히 교과 추가와 시수 확대 논쟁에 갇혀 있다. 기술을 ‘과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고방식과 시민 역량으로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개혁의 중심이 교사다. 그리스와 핀란드는 교육 혁신의 출발점을 교사 전문성에 두고 있다. AI를 도입하기 전 먼저 교사를 준비시키고, 수업 설계의 주체로 존중한다. 한국 교육 역시 수많은 정책이 학교로 내려오지만,
교원의 퇴직준비휴가 제도는 퇴직을 앞둔 교원에게 일정 기간 퇴직 준비를 위한 휴가를 부여하던 제도로, 2013년 7월 1일 폐지됐다. 이후 교총을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제도 폐지에 따른 대체 방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그 결과 장기재직휴가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퇴직을 앞둔 교원의 현실적인 준비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공무원과 형평성 맞지 않아 30여 년간 교단에 몸담아 온 교원으로서 최근 퇴직자 연수에 참여하며 우리 교육 제도의 또 다른 사각지대를 절실히 느꼈다. 교직 생활의 마침표를 준비하는 과정이 개인의 책임에만 맡겨져 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넘어 제도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퇴직준비휴가 폐지 이후, 교원에게는 ‘퇴직 준비를 위한 공적 휴직’이나 ‘공식적인 준비 기간’이 법령상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퇴직을 앞두고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퇴직 준비 기간, 이른바 공로연수가 보장된다. 이 기간 생애 설계 교육을 비롯해 재취업·창업 상담, 재무 및 연금 관리, 건강 관리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제공된다. 공직 생활 이후의 삶을 국가가 함께
"선생님, 질문을 못 만들겠어요." "질문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질문 수업을 시작할 때 교사가 마주하는 가장 흔하고도 당혹스러운 풍경이다. 배움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돌려주기 위해 야심차게 ‘질문 만들기’를 제안하지만, 교실은 이내 침묵에 잠기거나 막막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로 채워지곤 한다. 이 막막함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교사들 역시 정답을 외우고 지식을 받아들이는 공부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무언가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낯설고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이 첫 번째 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그 열쇠는 질문의 수준을 따지기 전에, 질문이 싹트고 자랄 수 있는 ‘구조’와 ‘시간’을 마련해 주는 데 있다. 혼자 질문을 만들지 못해 쩔쩔매는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결국 배움에서 소외된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짝과 함께 질문 만들기’다. 짝과 대화하며 머리를 맞대면 질문에 대한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친구가 툭 던진 한마디에서 새로운 궁금증을 발견하고, 대화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같이 또 따로’다. 질문을 만드는 과정은 짝과 함께 충
감사원 조사와 교육청 고발을 계기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된 수사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제집 집필이나 모의고사 문항 제작 등 교육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일부 행위들이 형사 절차로 이어지면서, 교원들이 수사 대상이 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주관적 인식 판단 피해야 다수의 사교육 카르텔 사건을 맡고 있는 변호사로서 교원들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사실대로 설명하면 정리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형사 절차는 주관적 인식과 무관하게,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과 증거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다수 교원에게 적용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역시,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반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관행이었거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이 금지하는 금품 등 수수행위는 ‘적법한 또는 정당한 권원 없이’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또 제8조 제3항 제3호의 ‘정당한 권원’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적 거래의 경위, 법적 성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