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라는 설렘 대신 엄중한 파고가 교정을 덮치고 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교권 침해로 위축된 교실, 현장체험학습 인솔 교사를 향한 사법적 잣대, 현장에 불어닥칠 학교맞춤통합지원(학맞통) 그리고 인공지능(AI)과 AI디지털 교육자료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지금 학교는 거친 풍랑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 위기 속에서 학교가 본연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장인 학교장 리더십의 전면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 수업권 수호 전면에 나설 때 학교장의 가장 시급하고 본질적인 책무는 교사가 오롯이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교육 본령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민원 처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다. 그동안 학교는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악성 민원의 대상이 되는 불합리함을 온몸으로 감내해 왔다. 학교장은 민원 대응의 주체를 지역교육청(민원대응팀)으로 전면 이관토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완충’ 역할을 수행하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학교장이 든든한 방패가 될 때, 교사는 비로소 교육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생성형 AI의 등장은 전통적 글쓰기 교육의 구조를 조용히 무력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 도구에 지시문을 입력하고, 그 결과로 생성된 텍스트 조각을 조합·수정·편집하는 방법으로 글쓰기 과정을 재구성한다. 이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 인간 고유의 인지 작용을 분담해 줌으로써 글의 생산성을 증가시켜 주는 효율성 때문이다. 효율성 이면의 부작용 심각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의 이면에는 외주화가 준 편리함에 대한 부채, 즉 ‘인지의 부채’와 이로 인한 ‘쓰기 막힘’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Kosmyna 외(2025)의 연구에서, AI를 글쓰기 전체 과정에서 활용한 학생 중 80%가 자신이 작성한 글에서 중요 문장을 다시 기억해서 인용하지 못했다. 이는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글을 조직하는 치열한 사고 과정을 생략한 대가로 돌아온 ‘인지의 부채’인 것이다. 또한 장동민·박종호(2025)의 연구 결과, AI 활용 글쓰기 비율이 높은 경우 AI 도움 없는 글쓰기로 전환했을 때, 내용 조직과 논리적 연결, 적당한 어휘 인출 등에서 심각한 ‘쓰기 막힘’을 겪었다. 즉, AI에 의존한 학생들은 스스로 글의 구조를 작성하고 문장 생성
2026학년도가 시작됐다. 2025년 9월 발표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큰 숙제를 던져줬다. 최근 5년간 학교폭력이 2배 급증했으며, 특히 사이버폭력과 성폭력의 증가세는 가히 위협적이다. 2023년 교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음에도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다. 이제는 법과 정책을 넘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다. 안전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2026학년도에 집중해야 할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사이버폭력의 법적 체계 정비 현재 우리 아이들이 겪는 폭력의 양상은 '카따(카카오톡 왕따)', '떼카(단톡방에서 집단 괴롭힘)', '방폭(채팅방 초대 후 배제‧무시 행위)' 등 교실 밖 온라인 공간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사이버폭력은 24시간 지속성과 무한한 확산성이라는 치명적인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대응 시스템은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과거 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예방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이버폭력에 특화된 세부 대응 매뉴얼이 확립되어야 한다. 실시간 모니터링 협력 체계와 신속한 게시물 삭제 절차는 물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우리 학교는 서울교육청의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에 4년째 참여하며 해외 학교와 깊은 연을 맺어왔다. 작년 여름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맺어진 대만의 자매학교를 직접 학생들과 방문했으며 그 소중한 인연이 계속 이어졌다. 공통점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이번 겨울방학 ‘협력 교사’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온전히 ‘외국인 여행객’으로 다시 대만을 찾았다. 따뜻한 공차와 달콤한 펑리수를 앞에 두고 시간 제약 없이 이어진 자유로운 대화는제도와 시스템 중심의 국제교류를 넘어,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했다. 대화 중심에는 ‘알파 세대’와 그 경계에 선 요즘 학생들이 자리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자기표현이 분명하며 학습 속도 또한 빠르다. 하지만 동시에 정서적으로 무척 민감하고, 학습 부담 앞에서 쉬이 지쳐버리는 양면적인 모습도 보였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학생의 섬세한 감정과 변화하는 상황을 세심하게 읽어내야 하는 전문성까지 요구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학부모와의 소통 또한 과거보다 훨씬 더 섬세해졌다. 수업 후 학부모 메시지 이야기가 나오자우리는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국적도 교육 제도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거점국립대(이하 지거국)의 교육·연구 역량을 전략적으로 강화해 대학교육의 질 제고와 특성화 그리고 이를 넘어 사회 구조적 병목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까지 도모하겠다는 도전적 구상이다. 문제의식과 방향성은 분명히 옳다. 그러나 설계가 날카롭지 않다면 방향은 곧 흐릿해진다. 지금 이 정책은 ‘의지의 크기’보다 ‘실현 가능성의 구조’가 더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 정책실행 정밀도가 성패 좌우 첫째, ‘서울대 수준’이라는 목표는 매력적이지만 집행 기준으로는 더 정교하게 정의돼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의 성과, 학부 교육의 질, 지역 기여는 서로 다른 지표 체계를 요구한다. 이들이 단일 지표로 환원될 경우 대학은 기능 왜곡과 단기 실적 중심 행정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다차원 성과지표를 선행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공개 가능한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해야 한다. 둘째, 재정지원의 핵심은 ‘얼마를 쓰는가’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설계하고 실패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있다. 성과가 기대에 미달할 때 재정 조정이나 구조 개편이 실제로 작동할 안전장치가 없다면, 지원은 단기 사업으로 소진되기 쉽다. 성과 중심 재정지원은 자칫 ‘단기 실적 쌓기
"선생님 말씀하고 우리 아이 말이 다르네요.” 전화기 너머로 학부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학교에서 저희 아이만 자주 혼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네요.” 학교의 설명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학부모를 만나면 교사는 당황합니다. "아, 제가 말씀드리려 했던 건 이런 의미였는데, 어머님께서는 다르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네요”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깁니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가 부족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과거의 부정적 경험, SNS에서 본 학교 갈등 사례, 또는 다른 학부모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 쌓여서 학교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접근법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신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어머님께서 학교를 신뢰하기 어려우신 이유가 있으실까요?”직접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과거에 다른 학교에서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는지, 이번 일과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불신 원인 파악이 시작 어떤 학부모는 자신이 학창 시절 겪은 부당한 대우를 떠올립니다. "어렸을 때 선생님한테 억울하게 혼난 적이 있거든요”처럼 이야기하지요. 또 어떤 학부모는 첫째 아이를 키우며 학교와 갈등을 겪은
선생님들을 만나면, 비슷한 하소연을 자주 듣습니다. “반에 꼭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아이,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툭하면 거짓말하는 아이, 어떤 훈육도 통하지 않고 화를 돋우는 아이 등 다양합니다. “요즘엔 아이들보다 학부모들 때문에 더 힘들어요.” 교사를 존중하기는커녕 무시하는 학부모, 사소한 일로 툭 하면 연락해 과도한 요구하는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괴롭히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참으로 선생님들에게 힘든 세상입니다. 그런데,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완벽한 아이도 없고 완벽한 선생님도 없습니다. 웃는 얼굴로, 공평하고, 인내심 많고, 준비된 상태로 교실에 들어가려고 해도 늘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완벽한 교사’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에 엄격함 줄여야 그럼에도 선생님들 마음속에는 아주 엄격한 기준을 들고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면 클수록 더욱 자신에게 엄격해집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신의 부족함과 실수가 크게 보일뿐입니다. “이 정도도 못 참는 나는 나쁜 선생님이야.” “저 아이를 변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