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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자들과 번역서 펴내며 함께 성장”

이태구 경기 일산 백신중 교사

작년 고양국제고서 번역동아리 조직해 학생 13명과 작업
美프로농구 전설 ‘빌 브래들리’ 저서 번역, 이달 9일 발간
수익금 전액 기부…“삶의 가치·역량 깨닫는 보람된 시간”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체육교사가 제자들과 번역동아리를 만들어 청소년을 위한 스포츠인문학 번역서를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태구(44·사진) 경기 일산 백신중 교사. 그는 지난 학년도에 몸담았던 고양국제고에서 학생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나를 점프해(청소년에게 던지는 열 개의 슛)’를 최근 출간했다.
 
13일 만난 이 교사는 제자들과 책을 냈다는 기쁨에 젖어있었다. 그는 “지난 9일 초판 1쇄본을 받아들자마자 함께 했던 모두가 책 제목처럼 한껏 점프하며 좋아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지난해 3월 고양국제고에서 번역동아리 ‘랜더스(THE RANDERS, 번역하는 자들)’를 조직한 후 학생 13명을 모집했다. 각자 영어실력을 발휘하며 번역 습작들을 내놓는 제자들을 보면서 정식 번역서 한 권을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좋은 영문서적들이 많음에도 잘 팔리지 않을까봐 번역본으로 소개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중 제자들의 삶에 도움이 될 책을 소개해주고 싶었고, 책을 만들면서 사회 경험도 미리 맛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번역할 원서는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이자 상원의원,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던 빌 브래들리의 ‘게임의 가치(Values of the Game)’로 정했다. 브래들리 자신이 농구를 통해 배운 삶의 10가지 역량을 정리한 학교체육의 바이블 같은 책이었다.
 
브래들리는 1960~70년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도 NBA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당시 미국은 엘리트체육 차원에서 운동하는 학생에게 공부를 덜 시키던 때라 브래들리의 성공이 적지 않은 울림이 됐다. 브래들리는 대학 졸업 당시 NBA 프로팀이 제안한 거액의 계약금 대신 유럽 유학을 선택한 후 뒤늦게 돌아와 뉴욕 닉스에서 ‘늦깎이 선수’가 됐다. 그럼에도 두 차례 우승을 이끌고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으며 명예의 전당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브래들리의 삶을 통해 학생들이 그 못지않은 역량을 채우길 바라는 ‘산교육’ 차원에서의 작업이었다.
 
이 교사는 “개정 교육과정이 역량 중심 아닌가. 브래들리가 전하는 10가지 역량이야말로 교육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책을 번역하기로 의기투합했지만 출판사를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세 군데 출판사로부터 거절 의사를 들은 뒤 지인의 소개를 받고 향한 곳은 ‘꿈엔비즈’. 이 곳 역시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 그리고 수익금 전액을 국제엠네스티에 기부하기로 한 취지를 들은 뒤 마음을 돌렸다.
 
그 뒤에도 쉽지 않은 여정의 연속이었다. 학년 간 번역 실력의 차이가 있어 3학년의 비중이 컸는데 대입을 코앞에 둔 그들에게만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농구 전문용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각자 다른 기준의 의역을 통일시키는 문제도 따랐다. 하지만 소그룹 토론과 보충, 전체회의 등 노력 끝에 단행본 작업을 완성했다.
 
1년간 부장을 맡았던 권다원(고려대 진학) 군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지만 무사히 끝내 뿌듯하다. 스스로에게 큰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 했다. 윤하린(고양국제고 2학년) 양은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번역을 하면서 스포츠에서 인생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자신이 학교를 옮기고 3학년 제자들이 졸업하기 전에 함께 새 책을 맞들었으면 더 기뻤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해 수능이 한 주 연기되면서 일정이 밀린 탓이다. 수능 후 더 집중해서 작업하려 했지만 결국 지난 학년도 발간은 무산됐다.
 
그래도 더없는 성취감과 보람감은 이 모두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이 교사는 제자들에게 “참 고생 많았다. 정말 보람된 1년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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