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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자괴감·무관심만 초래한 기계적 평가…‘자기성찰’ 방식으로 전환해야

수업 열정 뺏는 교원능력개발평가

감정 앞세운 학생‧동료평가에 조금씩 내려놓는 ‘책무’
5점 척도, 평가만능 주의는 無用…실질 피드백이 중요
개별 진단‧분석 및 노하우 공유로 내적 동기 유발을





“교원들의 전문성은 크게 내부적 동기와 외부적 자극 두 측면으로 개발됩니다. 우리는 주로 후자에 관심이 있죠.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가 대표적인데, 이는 교육당국 중심이며 톱다운적 사고가 바탕입니다. 때문에 교원들의 호응이 떨어지는 겁니다. 전문성은 남이 개발해주는 게 아니어서 교원 스스로 그 가치를 깨닫고 노력하도록 내적인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김도기 한국교원대 교수)

교원의 지도능력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2010년부터 전면 도입된 교원평가가 올해 시행 6년차를 맞았다. 교원평가는 지금까지도 학생‧학부모 만족도조사에 대한 불신, 동료교원의 온정적 평가, 개별 교원에 대한 피드백 미흡 등으로 無用론이 제기되고 있는 원성정책 중 하나다.

최근 교총의 요구로 학생 만족도조사가 일부 개선됐지만 단순 평가가 아닌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학교현장은 지난달부터 만족도조사를 시작으로 교원평가가 한창이다. 하지만 교원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평가를 신뢰하지 않으니 대부분 귀찮은 행정업무쯤으로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서울의 한 중학교 A교사는 “결과가 안 좋으면 순간적으로 기분만 나쁠 뿐 특별히 수업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수업이, 전문성이 최고 5점짜리 점수로만 매겨질 뿐 대부분의 교사들에게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왜 문제인지,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피드백이 없다. A교사는 “결과를 분석해 보완할 점을 짚어주는 등 피드백은 없고 몇 점 받았으니 알아서 하라고 겁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학생지도에 열정적인 교사가 최저점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평가가 되레 학생들에 대한 무관심, 소홀로 이어진다. 평소 생활지도에 엄격했던 경기 B중 교사는 몇 해 전 능력향상 연수 대상자가 됐다. 점심시간이 끝났는데도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을 훈계하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깨운 대가였다.

“능력향상 연수도 원격이라 사실상 클릭만 하고 넘어갔어요. 이후부터는 학생들의 잘못된 점을 봐도 외면하거나 싫은 소리를 조금이라도 덜 하게 되면서 교사로서의 책무도 상당 부분 놓아버리게 됐죠. 주관식 평가에서 학생에게 ‘조심하라’는 식의 협박 글을 본 후 이젠 열어보지도 않네요. 연수 또한 전문성 향상에 도움 됐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어요.”

그러다보니 수업 개선보다 ‘인기관리’에 더 신경 쓰는 제도적 변질까지 나타난다.

대전 B고 교사는 “평가시즌이 다가오면 피자를 쏘거나 단합대회를 하는 경우도 봤다”며 “교사의 생명인 수업이 밑도 끝도 없는 점수매기기에 희화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 C고생(1학년)은 “중학교 때 영어선생님 수업이 맘에 안 들어 2년 간 낮은 점수를 드렸지만 달라진 것을 못 느꼈다”며 “솔직히 전문성 제고와 상관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D중생(3학년)도 “수업시간에 깨우거나 야단친 선생님에게 다 1점씩 줬다고 자랑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E중의 한 학부모는 “올해 유일하게 과학선생님 공개수업을 딱 한번 봤다”며 “평상시 수업도 아닌 걸로 평가를 하자니 대충 짐작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평가의 의미가 퇴색해 동료평가는 온정주의가 만연하다.

대전 F고에서는 최근 ‘서로 5점을 주자’는 메신저까지 돌았다. 이 학교 교사는 “평소 동료의 수업을 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문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교사마다 교육방법이 다른데 기자재를 사용하는지, 수업준비를 잘 하는지를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제도 자체를 부정한다기보다 ‘제대로’ 된 평가를 원한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연수체계를 구조화하고 개별 교원의 종합적인 상황을 진단하고 분석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이는 현재 나이스에서 구동되는 교원연수와 교원평가 시스템에 각종 평가 결과를 토대로 분석‧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가하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연수나 평가에는 교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겠죠.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해선 곤란합니다.”(최재광 서울 동답초 교장)

외부 자극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자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손소희 서울신목고 수석교사는 “동료교원 평가가 단편적인 인상 비평에 머물지 않으려면 교원 간 수업을 공개하고 협력‧개선해나가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공개와 공유 분위기를 정착시킬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규 신라대 교수도 “톱 다운식, 외부 통제적 평가는 학교 구성원들의 변화를 유도하는데 별다른 기제가 되지 못하고 특히 교사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교사 중심의 학습공동체를 통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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