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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활 ★난 선생님>“학교가 제 작품 전시장 됐어요”

조각가 구자영 경기 선부중 교장

33년 간 교사와 조각가로 '이중생활'
학교생활 지칠 때 조각하면 위안돼
개인전 4회, 경기미술대전 초대작가도
학교 현관·복도에 작품 수십 점 전시

삶이 지루하지 않으려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많은 교원들도 취미나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를 찾고 전문성을 신장하며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중에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거나 남들은 하지 않는 이색적인 활동을 찾아 하는 경우도 있다. ‘★난 생활 ★난 선생님’에서는 낮에는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방과 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열정 가득한 선생님들을 소개한다.




학교에 들어서자 현관부터 교장실까지, 복도에 수십 개의 조각상이 늘어선 것이 눈에 띤다. 학교에서는 교장이지만 학교 밖 삶은 조각가의 길을 걷고 있는 구자영(55) 경기 선부중 교장의 작품들이다.

그는 33년 교직을 교사로서, 조각가로서 이중생활 해왔다. 어릴 적 꿈은 교사였지만 미술에도 재능이 있어 충북대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저녁 시간이나 휴일은 대부분 작품 활동에 반납했지만 조각이 있어, 그리고 좋아하는 일 두 가지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구 교장은 95년 첫 개인전 이후 2012년까지 총 4차례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100점 이상의 작품을 발표한 중견작가다. 그의 작품세계는 ‘동심’과 ‘자연’으로 압축된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구 교장은 “물놀이, 모래성 쌓기, 숨바꼭질, 굴렁쇠 등 어린 시절 자연에서 보냈던 순수한 동심과 가족애 등이 주요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달팽이’다.

“달팽이는 매력적인 조형소재입니다. 약 15년 전 다큐프로그램에서 달팽이를 봤는데 껍데기 나사모양의 양감이나 비례 등에서 완벽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여러 작품에서 달팽이를 묘사해왔죠. 달팽이의 생태야 말로 자연의 질서에 순응·적응하며 다른 생명체의 환경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인간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경고이자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벌레이던 것이 여름에는 식물로 변하는 동충하초(冬蟲夏草)와 달팽이를 접목한 ‘교감(交感) 시리즈’는 윤회사상을 드러낸 구 교장의 대표작이다. 달팽이와 골프공을 함께 배치한 최근작 ‘교감(交感)-2009Ⅱ’는 현대문명의 속도와 달팽이의 느림, 골프장의 자연파괴와 달팽이 자연성을 대비시키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작품은 주로 대리석이나 브론즈로 제작되며 최근에는 작품에 식물을 심거나 LED 조명, 철망 등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열정은 교직생활의 원동력이자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구 교장은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 준 것도 조각활동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초의 특성화고였던 한국애니메이션고에서 교무부장으로 근무했던 8년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면서 “작품 활동이 없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심정적 어려움은 작품에도 투영돼 당시 작품들은 주로 상념이나 수녀상 등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

“교사와 조각가. 전혀 다른 두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두 길은 늘 교차해왔다”는 구 교장. 그의 예술관은 교육활동에도 반영되고 있다. 올해에는 학생,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학교 담장 및 스탠드에 벽화를 그릴 예정인 것. 자연 친화, 공존과 조화, 상생 등 구 교장의 예술관과 교육관이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가 학교에 자신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교가 하나의 갤러리가 된 셈이다. 그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작품을 깨뜨리거나 훼손하지 않을까 교사들이 전시를 반대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도 조각상을 예술작품으로 이해하고 만지지 않았다”면서 “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예술을 감상하는 마음을 길러 폭력성을 조금이라도 순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40년 동안 오로지 조각만을 취미로 삼다보니 이제는 전시회도 여러 차례 열고 경기미술대전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됐어요. ‘한 우물만 파라’는 제 신조도 이런 경험에서 비롯됐죠. 자연히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이런 점을 강조하게 돼요.”

“쉬는 날이면 산에 올라가 바위나 구름의 흐름 등을 관찰하면서 영감을 받는다”는 구 교장은 “정년 후에는 조그만 조각공원을 만들고 작업실을 꾸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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