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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활 ★난 선생님>“어두운 곳 빛이 되는 무대, 그게 평생의 꿈”

연출가 겸 극단 ‘단홍’ 대표
유승희 서울 명지고 교사

87년 극단 창단 23편 기획·연출
學暴 등 사회성 짙은 작품 몰두
‘뼁끼통’ 히트…‘술꾼’ 국제연극제 초청

학교 연극반 지도로 자신감 길러
배우 된 제자 多 ‘유승희 사단’

18일까지 대학로서 ‘총각파티’ 공연
부자 간 소통·대화 강조하는 가족극





오는 18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펼쳐지는 연극 ‘총각파티’. 코미디계의 거장 닐 사이먼의 최초 희곡으로 노총각 바람둥이 큰아들이 보수주의적인 아버지를 견디지 못해 독립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쾌하게 담은 가족극이다.

성황리에 공연중인 이 작품은 다름 아닌 현직교사가 기획하고 연출한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연출가 겸 극단 ‘단홍’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유승희 서울 명지고 교사를 최근 대학로 연습실 근처에서 만났다.

“가족 간 불신은 왜 생길까요. 결국 ‘소통’의 문제더라고요. 부모와 자식이 서로 자기주장만 하면 갈수록 골이 깊게 패이잖아요. 이럴 때 피하거나 멀리하기보다는 가능한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라는 것이 이 연극의 핵심입니다.”

89년 ‘화가 이중섭’으로 입봉, ‘고도를 기다리며’, ‘벵끼통’, ‘모노드라마 술꾼’, ‘나의 가장 나종지니인 것’ 등 수많은 화제작을 낳으며 30여 년 연극계에 몸담아 온 그는 소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연출가다. 지금까지 그가 연출한 연극만 23편에 달하며 기획과, 무대장치 및 연습까지 그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다.

“1987년 극단을 창단하면서 가진 생각은 ‘어두운 곳에 등불이 되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동성애자들의 애환을 그린 ‘천사의 바이러스’, 탈주범 문제를 다룬 ‘신의 아들’, 학교폭력과 학생들의 방황에 관한 뮤지컬 ‘스트리트 가이즈’ 등 주로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배출해왔죠.”

가장 흥행했던 작품은 95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뼁끼통’이었다. ‘교도소 비리’라는 주제에 탄탄한 구성을 더해 당시 대학로 연극순위 1위를 3개월간 차지하며 대히트를 쳤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연출한 뮤지컬 ‘스트리트가이즈’도 흥행이었다. 유 교사가 실제 교단에서 겪었던 사건을 담은 자전적 성격의 뮤지컬로 학교폭력과 10대들의 방황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코믹 연기와 비보이의 춤을 곁들여 재미있게 풀어냈다.

최근에는 모노드라마 ‘술꾼(2012)’이 오는 8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대규모 연극제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는 “1994년 아비뇽 연극제를 보러 갔을 때 다음에는 반드시 내 작품을 가지고 연극제에 오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딱 20년 만에 그 꿈을 이루게 됐다”며 기뻐했다.




단국대와 한양대에서 연극영화과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서울문화예술대에서 외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화술’ 분야에도 조예가 깊다. 지금까지 그가 발간한 화술 관련 저서는 ‘배우훈련 연극화술’, ‘기초연기 화술’, ‘연극화술의 이론과 실제’로 이 책들은 대학교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는 “국어교사와 연출가로 동시에 활동한 점이 화술 분야 전문성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연출을 하면서 ‘화술’을 제대로 배운 배우가 흔치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특히 어조와 억양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조금만 달라져도 뉘앙스가 바뀌기 때문이죠. 대사 중간에 순간호흡을 하는 ‘반 호흡’도 어려워요. 유능한 배우는 이런 호흡과 휴지를 잘 활용해 대사에 힘을 실을 줄 아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는 “대사를 가르치면서 알게 된 공통점들을 틈틈이 메모하고 이를 다시 학생들에게 실험해보니 부호를 붙이냐 안 붙이냐에 따라서 대사가 달라졌다”며 “이렇게 축적된 자료들은 자연스럽게 서적 집필에 기초가 됐다”고 덧붙였다.

연극에 대한 열정은 학교생활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그는 “연극반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면서 “내성적이었던 아이들이 대사 연습을 통해 자신감이 높아지고 성격도 활발해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는 계기도 됐다. 지금까지 그의 지도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제자들도 100여 명에 이른다. 그 중 일부는 유 교사가 연출한 연극에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른바 ‘유승희 사단’이 형성될 정도로 연극계에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유 교사는 “공연이 있을 때면 제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함께 공연을 보고 술도 한잔 기울이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배우가 된 제자들과 함께 공연하면 뜻도 더 잘 통하고 편해서 좋다”고 밝혔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극장으로 달려가 공연을 준비하고 방학에도 하루 종일 공연기획으로 정신없지만 제자들과 동료 교사들, 나아가 관객들이 좋아해 주기 때문에 힘이 난다”는 유 교사. 이번 연극 ‘총각파티’도 학생들로부터 반응이 꽤 좋다. 그는 “얼마 전 충남 센뽈여중 학생 160여 명이 단체로 관람했는데 공연장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면서 “봄 소풍이나 동아리 활동 시 대학로 연극 단체관람에 나서보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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