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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승의 부활을 꿈꾸며

교육계, 학교가 사제지간 부활운동 펼치자
교사 마음 안에 잠들어 있는 ‘스승’ 깨어나기를

올 해로 스승의 날이 30주년을 맞는다. 해가 거듭될수록 학교 선생님들은 우리 사회의 스승 존경 풍토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탄하고, 사회인들은 과거와 달리 학교에 교사는 있으되 스승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 속에는 스승 존경 풍토와 전통적 사제지간 부활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우리 교육계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스승에 대해 정의해놓은 가장 오래된 글 중의 하나인 한유의 ‘사설(師說)’에 보면 스승은 도를 전하고, 도를 익히는 데 필요한 공부를 시키며, 의혹을 풀어주는(傳道授業解惑) 사람이라고 정리되어 있다. 즉, 스승은 어느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능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자세와 함께 필요한 제반 능력을 길러주고 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는 스승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새 유행하는 ‘멘토’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으며 더 넓고 깊은 뜻을 가진 우리말이 바로 ‘스승’임을 알 수 있다.

그 뜻에 비추어볼 때 직업을 기준으로 학교 선생님은 모두 스승이고 학원 강사는 스승이 아니라는 식으로 구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느 자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든 자신이 담당한 교과나 기능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에 대한 진한 사랑을 가지고 제자가 꿈을 이루어가도록 도우며, 진실한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고 스스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스승일 것이다. 이러한 진한 사랑을 몸으로 실천할 때 제자 또한 마음으로부터 그를 스승으로 모시게 되리라 생각된다.

동창회에 나가면 학창시절에 문제 학생으로 낙인찍힌 자신을 붙잡고 어떻게든 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기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그리고 휴일까지도 시간을 할애하시던 선생님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을 쉽게 만난다. 과거에 이러한 헌신이 가능했던 것은 모든 것을 선생님께 믿고 맡기던 학부모들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는 누구나 ‘자랑스러운 스승의 길’을 갈 것을 다짐하며 교직에 발을 들인다. 우리 사회 또한 학교 선생님은 모두 학생들의 스승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돌이켜보면 여러 이유를 들어 스승이기를 스스로 접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고, 학생들 또한 선생님을 마음의 스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제30회 스승의 날을 맞이해 각 급 학교에서 사제지간 부활운동을 전개했으면 싶다. 제도에 의해 맺어진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선택하는 스승과 제자의 연을 새롭게 맺었으면 한다. 이 운동은 학생들은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부르고, 선생님은 제자의 삶을 이끌고 지식을 전수하기 충분한 인품을 갖추고 몸으로 실천하자는 것이다.

최근 스승이라는 말이 지칭으로만 사용될 뿐 호칭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하고 있지 않아 어색하겠지만 자기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부르면서 학생들은 제자로서의 예를 배워 갖추어 가기를 바란다. 제자들이 자신을 스승님으로 부르면 선생님 또한 스승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며 호칭에 걸맞도록 자신을 변화시켜 가리라 기대한다.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창의·인성교육에서 강조하는 인성교육 또한 지식을 전수하는 교사와 학생의 사이가 아니라 전통적인 사제지간이 부활되어야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계의 이러한 노력이 사회적 호응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계가 나서서 스승의 날을 선생님의 날로 축소하는 대신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승을 찾고, 사제의 연을 맺어가도록 이끄는 명실상부한 스승의 날로 승격시켰으면 한다. 미래사회에서는 학교의 교사뿐 아니라 사회 각 조직의 구성원들이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고 나아가 미래 세대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교직단체가 주축이 되어 힘들고 외롭게 미래를 개척해가는 사람들에게 스승의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켜주고, 스승을 만들도록 격려하며, 나아가 스스로가 스승이 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를 기대한다.

학교 현장에는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자를 위해 밤을 밝히는 스승이 많고, 스승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제자도 많다. 1990년대 초 한국을 다녀갔던 미국의 은사님께 한국 여행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해보시라고 했더니 스승 존경 풍토가 참으로 부럽다고 하셨던 일이 생각난다. 한국 학생들이 선생님을 대하는 모습은 196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도 볼 수 있었다며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를 잘 지켜가야 할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더 늦기 전에 교사 마음 안에서 잠들어 있는 스승이 깨어나 부활하기를, 그리고 학생과 사회구성원이 자신들의 스승을 모시는 풍토를 우리 사회가 만들어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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