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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며 사는 삶

어리석으며 부지런한 ‘최악’의 지도자 안돼야
매일매일 나를 돌아보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


날마다 반복되는 하루인데 일 년이라는 단위를 만들어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이켜보며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고, 하룻밤이 지나 새해가 되면 다시 희망 속에서 일 년을 설계하도록 기회를 준 인류의 조상께 고마움을 느끼는 시점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늘 선생님을 존경했었는데, 중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입었던 마음의 상처가 커서 교사는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소년이 교사가 되어 평생을 살아가면서 연말이면 나를 돌아다본다. 만일 내가 아니었더라면 더 나은 선생님이 내 대신 학생들 앞에 서서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지는 않았을까? 그러한 반성이 나를 더욱 작게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끝없이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도 되었던 것 같다.

최근 마주친 말 중에 100세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본 성누가 국제병원의 히노하라 시게아키 이사장 말이 생각난다. “매년 1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한 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정해서 행동해 보세요. 오히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후회하지 말고 미리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2년전 별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총장이 되어 내가 생각한 것은 오로지 주어진 4년이 지난 후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는 것뿐이었다. 히노하라의 말에 따르면 나는 4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한 뒤 일을 해왔던 것 같다. 내가 한 시간 더 열심히 일하면 대학 구성원 전체가 그만큼 더 행복해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으나 아직까지 내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최고의 지도자는 명석하면서 게으른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경지를 감히 넘볼 수 있는 사람은 못된다. 다만 어리석으면서 부지런한 최악의 지도자는 아닌지 늘 돌아보고 있다.

내 능력에 이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 이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내 분에 넘치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급여가 너무 낮다거나 교직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다음과 같은 말이 혀끝을 맴돌지만 나를 돌이켜보며 그냥 삼킨다. “자네의 역량을 가지고 지금 쏟고 있는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교단을 떠나지 않고 아이들 앞에 서 있다면 자네를 만나는 학생들은 참으로 행복할 것이네.”

교수로 발령을 받아 근무를 시작하던 첫 날 나는 가상의 퇴임사를 썼다. 그 퇴임사에서 32년간의 삶을 돌아보는 형식으로 내 교수 생활 계획을 수립했었다. 교대를 내가 머물고 싶은 땅으로 만들든지 아니면 내가 떠나든지 하겠다고 공언하며 교대 근무 4년 만에 교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교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을 쓰기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30대 젊은 교수의 객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나와의 약속이 내가 총장직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학교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조금 버티다가 다른 학교로 가면되지 하면서 참고 있는 제자들에게 종종 당부한다. 그렇게 떠나면 자신의 뒤를 이어 그 학교로 전근오게 될 또 다른 내가 유사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전근해가는 그 학교를 떠난 교사도 그러한 생각으로 학교를 옮겨갔을 가능성 또한 아주 높아진다는 것을 명심해달라고.

나는 총장이 되자마자 4년이면 돌아갈 평교수 생활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누구 말처럼 내 직업은 교수이고 다만 4년짜리 임시직 총장으로 선출되었을 뿐임을 명심하며 주어진 특혜에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또한 돌이켜보니 지난 2년 나도 모르게 서서히 물들어간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사형선고를 받고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리고 교직 또한 정년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순간이 닥칠 때까지는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지 않나 싶다. 비록 이렇게 불완전한 것이 인간이지만 끝없이 노력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우리의 삶이 아름답게 빛날 수 있으리라!

새해에는 더 큰 소망을 해본다. 과거에 그러했듯이 잠자리에 들 때마다 설령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후회 없게 살았나를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매일매일 나를 돌아보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보자.

나를 돌이켜 보는 글을 쓸 때면 늘 조심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천은 하지 않는, 전라도 말로 소위 ‘까치 배깝닥같은 소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끊겠다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공언함으로써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과 같은 심정으로 한해를 보내며 또다시 모험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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