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맑음동두천 19.0℃
  • 맑음강릉 25.3℃
  • 맑음서울 19.9℃
  • 맑음대전 21.1℃
  • 맑음대구 22.2℃
  • 맑음울산 21.8℃
  • 맑음광주 22.4℃
  • 구름조금부산 18.3℃
  • 맑음고창 ℃
  • 구름조금제주 19.7℃
  • 맑음강화 17.1℃
  • 맑음보은 18.6℃
  • 맑음금산 19.7℃
  • 맑음강진군 17.3℃
  • 맑음경주시 21.0℃
  • 구름많음거제 16.8℃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시론> 소통의 첫걸음은 易地思之

상대방 설득시키는 것은 소통이 아냐
가장 이야기를 잘 하는 것은 듣는 것

최근 들어 소통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소통의 연속인데 소통이라는 것이 뭔가 특별한 것인 양 받아들여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날마다 소통이라는 바다 속에서 살고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소통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소통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소통의 목적이 내 밖의 세상을 나에 맞추어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통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 밖의 세상을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나아가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의 구분을 떠나 나와 또 다른 내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이 바로 소통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소통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임을 떠올리는 순간 소통은 보다 원활해지고 소통과 관련된 많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내가 네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자신이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첫 아이의 담임을 만나려고 하니 어찌나 떨리고 당황스럽던지 깊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서둘러 교문을 빠져나왔다던 제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교사인 자신도 그러한데 학교에 익숙하지 못한 일반 학부모들은 처음에 자기를 찾아오려고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하며 이해가 되더란다. 그 이후부터는 아무리 바빠도 찾아오는 학부모가 있으면 일을 멈추고 의자를 내밀며 차도 권하고 따스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학부모가 담임을 한 번 만나려고 하면 몇 번 계획을 세우고, 만나면 무슨 이야기로 먼저 시작해야 할지, 혹시 음료수라도 들고 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많은 고민을 하며 준비하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담임을 찾아갔더니 바쁘다며 잠시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거나, 아니면 지친 모습으로 그리 반갑지 않게 맞이할 때 찾아온 학부모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소통을 위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사용하는 소통매체에 대한 이해이다. 오래 같이 산 사람은 굳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서로의 언어와 몸짓 하나하나까지 공유하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대화하고자 할 경우에는 외국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내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할 때에는 그들의 언어와 몸짓, 그리고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기 언어와 자기 문화에 갇혀있지 말고 세상으로 나와 학생, 학부모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을 시도할 때 소통의 밝은 빛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사가 먼저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나 게임에 친숙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범을 보이며 필요성을 설명할 때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소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소통을 성공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상호신뢰이다. 성공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가 믿고 건너올 수 있는 소통을 위한 다리를 만드는 데 먼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수확하고자 하면 먼저 씨를 뿌려야 하듯이 소통하고자 한다면 나와 상대방을 이어줄 신뢰라는 다리를 먼저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통을 위해 하나 더 필요한 것은 인내이다. 뿌린 씨가 곧바로 익는 것이 아니듯이 내가 만들어 놓은 다리로 상대방이 곧바로 건너오게 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왔을 때 건너올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다리가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돌보며, 그 다리 위에 불을 환히 밝혀 놓고, 안심하고 건너올 수 있도록 늘 준비하는 일일 것이다. 소통과 관련한 또 하나의 오해는 이야기를 조리 있게 감동적으로 잘하여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 소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이야기를 잘 하는 것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고 있듯이 성공적인 소통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성공적인 소통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비록 힘든 일이지만 의식하지 않고 이러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때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어떤 운동 하나를 재미있게 즐기려고 해도 오랜 연습을 필요로 하는데 삶의 모습을 좌우하는 소통이라는 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겠는가! 하지만 그러한 노력의 결과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온다면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볼만하지 않는가?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